경영학을 전공한 지방대생의 한탄이 이어진다.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2년 넘게 100번이 넘는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면접을 본 것은 5번 이하였고, 최종 면접에서 다 떨어졌다고 한다. 그는 요즘 기업들이 인문계 학과를 선호하지 않으며 지방대생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한다. 50명을 뽑는 대기업 경쟁률이 400 : 1이라고 한다.
생각을 바꾸라고 했다. 400 : 1이 아닌 1만9950명의 탈락과 50명의 합격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기업의 채용 프로세스는 크게 4단계로 이루어진다. 서류전형, 인·적성 검사, 면접, 신체검사이다. 서류전형은 원하는 기업에 주어진 기일 안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한다. 많은 기업들이 스펙을 보지 않는다고 하지만, 입사지원서를 통해 지원자가 어떤 성장 과정을 겪었고, 무슨 경험을 했으며, 자신의 기업의 인재상이나 핵심가치에 부합되는가를 확인한다.
인·적성 검사는 지원과 동시에 실시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그러나 S그룹처럼 자신들이 개발한 검사지를 통해 별도 일시를 정해 인·적성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통상, 서류전형과 인·적성 검사를 통해 최종합격자의 5배수 정도를 면접대상자로 선정한다. 앞 기업의 경우, 2만 명이 지원하여 1만9950명이 이 과정에서 떨어진다. 면접은 1:1면접, PT면접, 집단토론, 최종 임원진 면접으로 이루어지고, 합격자에 한해 신체검사를 실시하여 이를 통과한 사람이 최종합격하게 된다. 50명 안에 들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다.
◇성장 시대인 1980년대와 저성장 시대인 지금은 너무나 다르다
1950~1960년대에 태어나, 1970년 말과 1980년대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비율은 결코 40%를 넘지 못한다. 그러나 현재 대학에 입학하는 비율은 90% 수준이다. 1970~1980년대는 성장 시대였다. 지금은 저성장 시대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자신이 입사하고 싶은 회사를 골라 가던 행복했던 시절은 지났다. 기업이 원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시대이다. 요즘 채용 트렌드를 보면 크게 6가지로 살필 수 있다.
첫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이다. 스펙을 안 본다고 하지만, SKY, 포항공대, KAIST출신은 여러 회사에 합격한다. 그러나 수도권 대학의 학생들도 서류전형에서 떨어지고 있으며, 지방대생은 100번 넘게 떨어졌다는 하소연을 한다.
둘째, 이공계 특정학과 편중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화학, 기계, 전기, 전자, 건축 등 일부 이공계 학과는 독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공계와 인문계 비중이 1970~1980년대에는 인문계가 더 높거나 50 : 50의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이공계와 인문계 비중이 80~90 : 20~10 수준에 있다. 인문계가 선호하는 지원 부서까지도 이공계가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인문계 비경영과의 경우, 고민의 정도는 심해진다.
셋째, 인턴제도의 확대이다. 회사가 면접을 통해 입사 지원자를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은 1시간을 넘기 어렵다. 한 사람의 인성이 안 좋은 직원이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크다 보니,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입사 여부를 판단하는 인턴제도를 선호한다. 과거에는 특별한 일이 없이 인턴 제도를 운영했다면, 요즘은 도전과제를 부여하고 다각적 측면에서 함께 할 사람인가를 평가한다.
넷째, 면접의 강화이다. 1980년대에는 일반적인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직무보다는 회사에 대한 질문이 많았고, 입사지원자 입장에서는 그 회사와 하고 싶은 직무에 대해 그렇게 많은 준비를 하지 않았다. 1980년대 초에 입사한 사람들은 PC가 없던 시대였기 때문에 지인들을 통해 귀동냥으로 들은 수준의 지식으로 면접에 임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취업동아리를 만들어 개인면접, PT면접, 집단토론에 임하는 예상 질문을 만들어 완벽하게 외운다. 어느 지원자는 예상 문제 100개를 선정하여 답안을 작성하고 외우면서 어떤 표정을 지을까를 생각했다고 한다. 모의 면접도 수차례 실시했고, 같은 회사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많은 노력들을 한다. 면접을 하다 보면, ‘내가 면접관이 아니고 지원자였다면, 나는 100% 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요즘 지원자는 면접에 대한 엄청난 준비를 하고 온다.
다섯째, 경력사원 채용의 확대이다. 내 후배는 내가 채용하여 내가 키운다는 순혈주의 생각은 갈수록 희박해져 가고 있다. 일정 기간 회사와 직무를 경험하여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사원들을 회사가 선호한다. 저성장이고 치열한 경쟁 하에서 백지 상태인 신입사원을 채용하여 2~3년 가르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여섯째, 직무 중심의 채용으로 심화되고 있다. 1970~1980년대에 대학에서 배운 전공의 깊이는 법대 출신이 법전을 빨리 찾는 수준으로, 회사에 와서 대부분 새롭게 업무를 배웠다. 회사가 필요로 하면 그곳에 배치 받아 일했다. 지금은 직무 중심의 채용이 늘고 있다. 이 직무를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식과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 기준이 아니면 지원 자체가 안 되게 하는 곳도 있다. 산학협동 등을 통해 특정학과 출신들을 ‘선확보’ 개념으로 뽑는 곳도 있다.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일정 수준의 사전 지식을 대학에서 습득해야만 한다.
이런 과정을 통과하고 입사했다 할지라도 신입사원 입문과정, 수습기간이라는 혹독하고 타이트한 심사기간을 설정하여 적응하지 못하는 사원은 걸러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선택한 요즘 젊은이들이 힘들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들ㆍ딸들에게 무엇을 조언할 것인가?
취업이 어렵다. 그렇지만 취업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매년 많은 기업들이 취업공고를 하고 신입사원들을 채용하고 있다. 자녀들에게 “너의 인생이니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하기에는 그들의 어깨는 무겁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자녀들에게 3가지 조언을 해주길 바란다.
첫째, 먼저 자신이 원하는 회사와 직무를 확실하게 선정해 놓으라고 조언해야 한다. 3박 4일의 중국 여행을 위해 한 달을 준비하면서, 인생 3분의 1 이상의 영향을 미치는 기업과 직무의 선택을 임박해서 결정한다. 심한 경우에는, 아무 회사나 지원한다. 회사 홈페이지 보고, 저장해 놓은 입사지원서를 수정해 전송하고는 떨어졌다고 힘들어 한다. 자신이 원하는 회사와 직무를 사전에 정했다면, 3~4학년 때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를 그 회사에서 하고, 그 회사를 방문해 충분한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야 한다.
둘째, 절박하고 악착같아야 한다. 자녀들이 노력한다는 것은 알지만, 절박하게 노력하는가, 악착같이 준비하는가를 물어 봐라. 발레리나 강수진 씨는 매일 15시간 이상 연습을 하며, “내가 이 정도가 됐다고 생각할 때, 내 예술 인생은 끝이다.”라고 다짐한다고 한다. 한 지원자는 클리어 파일에 그 회사의 자료를 100매 이상 준비해 완벽하게 외웠다고 한다. 1주일에 한 번 이상 그 회사와 원하는 직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의 것으로 했다고 한다. 내가 지원한 회사가 내 회사라는 생각을 갖고 회사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조언해야 한다.
셋째, 실패를 통해 인생을 배우며 긍정적 사고를 습관화하라는 조언이다.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실패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슬프고 아쉽고 힘들겠지만,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인생을 길고 멀리 보라며 어깨를 두드려 줘라.
'내 후배는 내가 채용하여 내가 키운다'는 순혈주의 생각은 갈수록 희박해져 가고 있다. 일정 기간 회사와 직무를 경험시켜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사원들을 회사가 선호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달리보면, 자신의 부모님과 한없이 가까워지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젊었을 때는 알 수 없었던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헌신과 노력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시간을 통해 성숙하게 익어가는 인생에 대한 하나의 증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특히나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은 그 얼마나 많은 희생과 배려로 위대하게 완성되어 있는가.
부르면 부를수록 사무치는 그 이름, 어머니~~
어머니라는 그 이름을 기억하며 위안과 용기를 얻는 삶 속에서 소중한 존재를 다시 기억하자는 뜻으로 본지에서 만드는 「어머니」 코너는 그러한 위대한 어머니들의 삶과 의미를 돌아봄으로써 삶의 의미를 다시 묻고자 한다. 그 첫 시작은 권오준 포스코 차기 회장의 어머니 정수생 씨(1994년 별세)다.
◆어머니의 깊은 혜안과 맑은 지혜로움으로 꽃핀 5남매
긴 진통을 앓던 포스코의 차기 회장에 권오준 기술부문장이 내정되었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권 차기 회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포스코에 입사해 연구개발 분야에서 정진했다. 또 포스코가 세계최초로 개발한 최첨단 파이낵스 신공법과 고부가가치 자동차 강판 등의 개발 주역을 맡았다. 한마디로 포스코에 뼈를 묻은 묵직한 기술전문가로서 위기에 처한 포스코를 구해내야 하는 막대한 임무를 수행할 수장으로 발탁된 것이다.
당신들은 헐벗어도 자식만큼은 반듯하게 키우려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희생적인 자녀사랑과 교육열이야말로 디지털 강국 코리아를 이룬 저력이 아니었을까.
이처럼 권 내정자가 국민에게 존경받는 포스코를 만들고 글로벌 초일류 철강회사로 발돋움시킬 최고의 리더자로 성공하기까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너희들은 굉장한 사람이 된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될거야’가 아닌 ‘된다’라는 확신으로 마음속에 단단한 심지를 심어 주셨다.
재경 영주 향우회 관계자는 경북여고를 나온 어머니는 자녀의 기를 살려주고 재능을 키워주실 줄 아는 교육적 혜안을 가지신 분이셨다고 기억했다. 자식들의 타고 난 재능을 키울려고 했던 맹모의 가르침을 실행에 옮기셨던 것.
“유학 간 아들이나 서울에서 공부하는 자식들을 위해 바리바리 싸서 보내는 것 좋아하셨습니다. 양계장 하실 때도 계란을 반듯한 걸로 골라 광주리에 담아 서울로 들고 가셨지요. 당신은 안먹고 안 입고 아껴서 쥐포, 오징어, 무말랭이, 백김치, 고추찜 등을 보내는, 말로 다 하지 못하는 아릿하고 따뜻한 넘치는 사랑을 주셨습니다” 어머니를 잘 알던 고향의 한 어르신은 이렇게 회고했다.
끝없는 자식 사랑과 세상사는 법을 가르쳐주려는 어머님는 위대한 유산을 남기셨고,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는 5남매의 안타까운 효심에 고향 어르신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몰랐던 이유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육개장, 콩가루 칼국수(안동국시),뼈다귀 곰국을 기억하는 권 내정자를 비롯 5남매들은 정작 어머니 정 씨가 좋아했던 음식이 뭐였는지 잘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어머니에 관한 회고에서 5남매만을 위해서만 맛있는 것을 해줬기 때문에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선 알려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 정 씨는 그러면서도 아이들 공부에까지 신경 썼다. 매번 자식들 숙제를 점검하던 정 씨는 자식들이 숙제에 대해 잘 몰라 하면 자식들보다도 자신이 더 분해했다. 모르는 자식에게 집을 나가라고 하고 책을 집어 던지기도 했고 아궁이로 가져가 책을 태우려고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되자 자식들은 울면서 어머니에게 매달렸고 한 번 울고 난 다음에는 묘할 정도로 공부가 잘 되곤 했다. 자식들의 학습열과 집중력을 위해 정 씨가 선택해야 했던 일종의 ‘쇼크 요법’이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우리 5남매에게 보내주신 가장 큰 선물은 기도였다. 매일 밤 주무시기 전에 엄마는 꼭 정화수를 그릇에 가득 떠 놓고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렸다. 엄마에게 뭘 기도하셨냐고 물었더니 웃으셨다. 너들 잘 되는 거 말고 뭐가 있냐는 표정이었다, 기도가 희망이었던 분이었고 그 기도는 어머니가 준 가장 큰 축복이었다.”
어머니는 많은 일을 했지만 서울에 가 있는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기엔 돈은 항상 모자랐다. 등록금을 낼 때면 어김없이 부부싸움이 벌어졌다. 정 씨는 때가 되면 남편을 닦달하여 어떻게든 등록금을 마련하곤 했다. 그렇게 해놓지 않으면 남편은 자식들이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학교를 다니는 줄 알 거라는 게 정 씨의 우려였다. 그리고 5남매들은 자신들의 학교 생활이 부모님의 노력과 헌신으로 지탱되고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었다.
◆자식들에게 보내주신 큰 선물 '기도'…경북 영주 출신 모두 서울사대부고 나와
권 차기 회장이 대두되면서 자연스럽게 권 차기 회장의 가족이 화제가 됐다. 큰 누나 권원주 씨는 이화여대 약대를 나와 약국을 경영중이며, 큰형 권오성 씨는 외대 출신으로 무역업을 하고 있다. 권 차기 회장의 첫째 동생 권오진 씨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후 병원을 운영중이며, 둘째 동생 권오용 씨는 고려대 정외과를 나와 전경련 홍보실장, 금호아시아나그룹 홍보전무, KTB 경영기획실 상무, SK그룹 홍보담당 사장 등을 역임한 후 현재 효성그룹에서 상임고문으로 재직중이다. 권 차기 회장의 남매들은 모두 서울사대부고 16회, 18회, 20회, 24회, 26회 동문으로 서울대 연대 고대를 잇는 스카이대와 이대 외대 등의 명문대학을 나와 각계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중이다.
2008년 부친상을 당했을 때 포스코 기술연구소장 전무를 맡고 있던 권 차기 회장은 부고란에 자신의 신분을 ‘회사원’으로 적도록 했다. 포스코 전무의 부친상 부고가 나갔을 경우, 협력사 등에서 조문을 와야 하는 부담을 느낀다는 점을 고려해 배려한 것이다.
이처럼 권 차기 회장은 남들에게 나서는 것을 꺼려한다. 동생 권오용 고문은 “형님은 꼼꼼한 성격에 기술인이기 때문에 기술로만 보여주면 될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강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위대한 어머니 정수생 씨의 헌신
성공한 자식들의 뒤에는 위대한 어머니가 있기 마련이다. 권 차기 회장 5남매(4남 1녀)의 어머니 정수생 씨 또한 그런 위대한 어머니의 그림을 그리기에 충분한 삶을 살았던 어머니였다.
선친 권영건 씨는 본래 양반가문으로 70년대 초반까지 고향인 영주에서 대규모 제재소를 경영해 상당한 재력을 쌓았지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금난에 몰려 사업이 기울었다. 그러나 가세가 어려워졌어도 자식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고 5남매 모두를 상경시키는 교육열을 보였다. 정 씨는 그러한 남편의 의지와 자식들의 미래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남다른 고생을 해야 했다.
5남매에게는 전형적인 엄친자모(嚴親慈母)형의 부모님이었다. ‘健全/道義/勤儉’이라는 가훈을 직접 지어주신 아버지는 무섭기는 해도 풍류를 아는 여유가 있었다. 어머니 역시 자애롭기는 하셔도 결코 원칙에 벗어나는 적은 없었다. 비록 가난했던 시절이었지만 부모는 당시 큰 도시에서 아이들을 교육시켜야겠다는 믿음이 강하신 분들이었다.
무엇보다도 돈이 문제였다. 자식들 유학 비용을 위해 정 씨는 서울에서 스테인리스 식기를 구매하여 영주에 가서 팔았다. 집 마당 한 켠에는 300마리 정도 되는 닭을 키웠다. 그 옆에는 돼지도 길렀다. 밤에도 불을 켜고 사료를 줘야 했다. 돼지야 먹던 걸 그냥 갔다 던지면 그만이었지만 닭은 사료를 사와 으깨서 나눠줘야 했다. 또 다른 벌이였던 하숙과 전세 관리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안채를 하숙과 전세를 위해 내주고 정 씨를 비롯한 5남매 가족들은 사랑방으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랑방에서는 꽃장사를 했다. 하굣길에 여학생들은 사랑방 창문을 통해 꽃을 사가곤 했다. 그 모든 것이 어머니 정 씨의 몫이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이제야 알게 되서…”
어머니!
나에게 티끌 하나 주지 않은 걸인들이
내게 손을 내밀 때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전부를 준 어머니가
불쌍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제야 알게 돼서 죄송합니다.
아직도 너무도 많은 것을 알지 못해 죄송합니다.
-서울여자대학교 사랑의 엽서 공모전 대상작 중에서
권 고문이 평소에 좋아하는 시인 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그의 그리움과 후회가 넘쳐난다. 이 절절한 그리움에 대한 동감은 당연한 것이었다. 고생 끝에 하나씩 이뤄지던 자식들의 성공을 지켜 본 정 씨는 1994년에 71세의 나이로 운명하셨다.
5남매의 어머니 정 씨의 삶의 가치와 자식들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 이 땅의 어머니들의 삶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자식을 위해 자신을 바쳤고 그렇게 성공한 자식에게서 얻는 기쁨으로 모든 것을 감내했다. 거기에는 이유가 없다. 그저 무제한적인 사랑만이 존재할 뿐이다.
어머니는 5남매를 존중했다. 어머니 스스로의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다는 것을 5남매는 뒤늦게 안다.
오는 3월 18일이면 어머니 기일이라 다 같이 모여 형제간의 깊은 우애를 다지는 시간을 함께 하기에 벌써부터 권오준 차기회장 내정자의 취임식에 하늘에 계신 어머니의 축복 담긴 기도가 기다려진다. 권 차기회장 내정자는 3월 14일 정기주총 통과 뒤 이사회 승인을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은 제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표적인 규제 업종이다 보니 제도가 변경되면 시장의 흐름 자체가 바뀌기도 한다.
때문에 새 정부가 출범한 2013년 부동산 시장은 시장 활성화라는 취지 아래 거래 활성화 방안과 규제 완화책이 잇따랐다. 정부는 주택가격 상승기에 도입된 각종 규제들을 손질하고 매매수요 진작을 위한 파격적인 금융·세제 혜택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속 입법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그 효과가 반감된 측면 역시 분명했다. 그나마 취득세 영구인하를 포함하는 지방세법과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법안은 국회를 통과해 관련 업계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반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 등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2014년에는 이들 법안의 처리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 주택공급제도와 관련해서 주택청약의 대상이 확대되며 ‘4·1 및 8·28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에 따라 정책 모기지가 하나로 통합되고 전세금 안심대출이 시행된다.
◇취득세 영구 인하에 따른 세율 완화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취득세 요율이 완화된다. 9억원 이하 1주택자는 2%, 9억원 초과 및 다주택자는 4%의 취득세율을 적용하던 것을 6억원 이하는 1%, 9억원 초과 주택은 3%로 낮아지게 된다. 단 6억원 초과∼9억원 이하는 현행과 동일하게 2%를 유지한다.
◇종합부동산세, 국세에서 지방세로 전환
현재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는 정부가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 2014년부터 지방세로 전환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방세 3법(지방세기본법·지방세법·지방세특례제한법) 및 종합부동산세 관련 법령을 개정해 2014년도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 성립 분부터는 지자체에서 부과·징수토록 할 계획이다.
◇주택공급 제도상 성년 기준 만 19세로 낮춰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에 따라 주택청약 가능 연령이 만 20세 이상에서 만 19세 이상으로 완화된다. 지난 2013년 7월 민법상 성년 나이가 만 19세로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연령제한 없이 가입할 수 있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을 제외한 청약 예·부금 가입 연령도 만 20세 이상에서 만 19세 이상으로 낮아진다.
아울러 다자녀가구나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 특별공급 운용지침 상 성인 연령기준 역시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생애최초나 다자녀가구,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을 신청할 때 소득산정에 포함되는 성인이 만 19세 이상 세대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건설사, 전·월세로 운용하다 일반분양하면 선착순 분양 가능
건설사는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아파트 분양 물량과 시기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라 건설사가 아파트 단지를 쪼개서 공급할 수 있는 ‘입주자 분할모집’ 단지의 기준은 현행 400가구 이상에서 200가구 이상 단지로 완화된다.
◇중개대상물 허위 과장광고 규제 강화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 시행에 따라 부동산 중개 대상물에 대한 허위·과장 광고 규제가 강화된다. 개정·시행되는 중개 대상물의 표시·광고 규정에 따르면 중개업자가 아닌 컨설팅업자, 중개보조원 등의 중개 대상물에 대한 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중개업자의 허위(미끼)·과장 광고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중개업자가 중개 대상물에 대한 광고 때 표시(명칭, 소재지, 연락처, 성명)할 사항을 의무화한다.
◇세입자, 임대보증금 보호범위 확대
소액 임차인의 우선변제금을 상향하고 적용대상 보증금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 및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2014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택은 서울의 경우 우선변제 받을 임차인 범위가 현행 전세보증금 7500만원 이하에서 9500만원 이하로 확대된다. 수도권 지역은 65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광역시 등은 55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대상자가 늘어난다. 또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경우 월세 상한은 현행 14%에서 10%로 낮아진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상가 세입자의 보호 범위도 확대된다.
◇저리 주택구입 지원자금 하나로 통합
현재 정부 자금이 들어가는 정책 모기지로는 근로자서민 및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우대형 보금자리론이 있는데 정부는 2014년부터 이를 하나로 통합하고 대출 문턱을 낮춘다. 2014년 1월 2일부터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생애최초는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주는 통합된 모기지를 이용하면 된다.
통합 정책 모기지는 소득 수준과 만기에 따라 시중은행보다 낮은 연 2.8∼3.6%의 금리를 적용하며 고정금리와 5년 단위 변동금리에서 고를 수 있다. 최대 연체 이자율도 은행 최저 수준인 10%로 인하된다.
◇2014년 1월 2일부터 전세금 안심대출 시행
전세금 안심대출은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은행에 넘기고 금리를 낮춰 받는 기존의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Ⅱ’(전세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와 전세계약 종료 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대한주택보증이 책임지는 ‘전세금 반환보증’을 결합한 상품이다. 2014년 1월 2일부터 우리은행에서 시범 판매될 예정이다.
◇‘희망임대주택 리츠’ 면적제한 폐지
2014년부터 하우스푸어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희망임대주택 리츠’ 사업이 전용면적 85m²가 넘는 주택으로 확대된다. 희망임대주택 리츠는 집이 있지만 대출 상환금으로 고통 받고 있는 하우스푸어가 주택을 리츠(부동산 투자신탁)에 매각한 뒤 보증부월세(연 6%) 형태로 5년간 임차해 거주하는 제도다.
◇경매 관련 공유자 우선매수권 및 최적매각 기준 변경
민사집행법 개정을 통해 부동산 경매제도 및 절차가 대폭 개선된다. 개정안은 현재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있는 공유자 우선매수권의 행사를 1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우선매수 신고를 한 공유자가 매각기일 종결 고지 때까지 보증을 제공하지 않거나 신고를 철회했을 때 매각 절차에서 우선 매수 신고를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2014년 4월부터 리모델링 수직증축 가능
공동주택 리모델링 때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2014년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전망이다. 지은 지 15년 이상 된 공동주택을 현재 층수에서 최대 3개층까지 증축하고 최대 15%까지 가구 수를 늘릴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