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아버지는 건강한 편이었는데 72세에 폐렴으로 돌아가셨다. 운동 중독이라 혹한에도 불구하고 운동하러 나가셨다가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그런데 노인이라 면역력이 약하다 보니 감기가 악화 되어 결국 폐렴으로 번진 것이다. 병원에 입원하고 보름 만에 손 쓸 새도 없이 돌아가셨다.
그래서 폐렴이 무섭다는 것을 알았다. 알아보니 죽을 때는 폐렴으로 죽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병원에 가보니 철마다 무슨 병으로 많이 죽는지 나와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당시 계절이 혹한기이면서 그 달에는 폐렴이 가장 높은 사인이라고 했다.
폐렴은 10세 이하 아동이 잘 걸린다. 감기가 악화 되어 폐렴으로 번지는 것이다. 그리고 노인이 되기 전 까지는 오랫동안 잊게 되는 병이다. 60세 이상이 되면 면역력이 약화 되면서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이 폐에 들어 와 염증이 생기는 호흡기 질환이다. 아이들 폐렴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한데 4일 이상 고열이 계속되고 기침과 가래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면 폐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인성 폐렴은 고열과 기침도 없다는 것이다. 무기력증과 식욕부진, 근육통 정도라서 흔히 노인성 무기력증이나 몸살 정도로 치부하기 쉽다. 그런 상태라면 당연히 식욕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폐렴 발병을 모르고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노인의 폐렴 사망률은 압도적으로 높다. 폐렴으로 사망하는 경우의 대부분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무서운 질환인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로 보면 예방 접종률이 20%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신이 있다는 것을 아예 모르고 있거나 설마 폐렴에 걸리겠느냐며 태평한 것이다. 병원 기피증이 있어 병원에 되도록 안 가려는 풍조도 한 몫 한다. 병원에 가보면 이것저것 영양제나 피로 회복 주사 등을 권유하는데 그 부류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필자는 매년 가을철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는다. 올해부터 경로대상이라 3가 백신은 무료로 맞을 수 있지만, 올해도 제대로 돈을 내고 병원에서 4가 독감백신을 맞았다. 겸해서 폐렴 백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번에 20만원이라 비싸기는 하지만, 한번 맞으면 평생 유효하다니 비싼 게 아니다. 적어도 폐렴으로 죽을 확률은 떨어지니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이다. 좀 싼 폐렴 백신도 있다는데 아무래도 백신 약효 유효기간이나 커버할 수 있는 범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독감이나 폐렴이나 백신 주사를 맞았다고 해서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폐렴 백신의 경우도 65%~85% 정도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독감이나 폐렴이나 예방 백신을 맞았는데도 걸라는 경우가 있는데 백신 덕분에 경미하게 지나간다는 것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대상 포진 예방 백신이다. 병원에 갔다가 통증이 가장 심한 병을 지표로 보여주는 포스터를 보고 대상 포진 백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상포진의 통증이 수술 후 통증이나 산통보다 높게 나타나 있었다. 이것도 역시 20만원으로 비싼 편인데 평생 유효하다는 것이다. 막상 대상 포진에 걸려 고생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 그런데 정작 예방 백신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노인들은 독감, 폐렴이나 대상 포진에 걸리면 많이 고생한다. 다른 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많아 잘 안 낫는다고 한다. 이런 병을 앓고 나면 팍삭 늙는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돈 한 두 푼 아낄 일이 아니다. 병원 기피증이 있는 사람들도 적어도 독감, 폐렴, 대상포진 예방 백신은 맞아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력 저하 때문인지, 환경 탓인지, 호르몬 작용으로 인한 우울증 때문인지, 요즘 시니어들 중에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몸이 늘어진다는 것이다. 모임에도 안 나오고, 기껏 약속을 해놓고도 막상 그날이 되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약속을 펑크낸다. 질책을 하면 힘없는 목소리로 무기력증 같다며 용서를 구한다. 그러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무기력증의 가장 큰 증상은 체력 저하다. 날씨도 덥고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니 기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아침에 몸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나잇살로 군살이 여기저기 늘어나 살도 빼야 하는데 입맛이 없어 못 먹으니 에너지 공급도 빈약해진다. 움직이기 싫고 땀나는 것도 싫어 운동을 안 해 체중만 더 늘고 근력은 떨어진다. 30세가 넘으면 근육이 매년 1%씩 감소하고 여성들은 폐경 후 5년 만에 골밀도가 50%나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이래저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호르몬 변화 때문이다. 신나는 일도 없고 낙도 없다. 배우자 하는 짓을 봐도 한심하고 위안도 안 된다. 밖에 나가면 저 잘났다며 설치는 사람들이 시끄럽기도 하고 보기도 싫다. 가족 중에 누군가 지병으로 누워 있거나 치매 걸린 노부모가 속 썩이면 스트레스도 쌓인다.
무엇보다 희망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좋은 일도 없고 즐거운 일도 없으며 기대할 일도 없어서 삶이 재미없다는 것이다. 거울을 봐도 자신의 모습에서 더 이상 성적인 매력을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이 더욱 슬프다. 나이 든 사람들이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이유다.
혼자라면 무기력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독립가구가 늘면서 혼자 사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애완동물이라도 기르면서 살면 도움이 되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다. 공동 주택이니 옆집 눈치도 봐야 하고 사료 값이며 배변 처리며 뒷바라지에도 손이 많이 간다. 어떤 사람은 아예 연락을 끊고 잠수하기도 한다. 한동안 스마트폰을 꺼버리는 것이다. 혹시 변고라도 당한 것 아닌가 한바탕 소동을 치른 후 물어보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랬다고 한다.
이런 무기력증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결국 혼자 찾아야 한다. 먼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긴다. 시작은 우선 잘 먹어서 에너지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잘 자야 한다. 그다음에는 운동 겸 기분 전환을 위해 가벼운 외출을 한다. 영화관도 좋고 경치가 좋은 야외 산책도 좋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섞여도 본다. 그렇게 지인들과 자주 어울리다 보면 조금이라도 활력을 찾을 수 있다.
현재 시니어들은 국가와 가정을 위해 몸을 혹사하고, 마음 돌볼 시간조차 없이 열심히 살아온 세대다. 그래서 현재 자신의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지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회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식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다. 이제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할 때다. 이번 호에서는 명상의 대가 안동환 코치를 만나봤다. ‘마음공부’를 통해 나를 알고 내 마음을 간수하는 법을 터득하면 좋겠다.
‘몸을 느끼고, 맘을 살피고, 숨을 다스리자’는 몸맘숨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데 최적이라고 한다.
서강대 사학과 76학번이고 올해 61세의 안동환 코치는 나이보다 훨씬 젊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가 활동하는 분야를 생각하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할 수도 있다. 그는 대체의학의 심신건강과 코칭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수의 대기업과 정부기관을 비롯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강의와 수련을 지도해왔다. 그의 대표적인 브랜드는 동서양의 심신수련법과 코칭을 접목한 ‘몸맘숨 명상’. SK그룹의 손길승 전 회장, 최종현 전 회장 등 28년 동안 임직원을 대상으로 심기신 수련(몸맘숨 명상)도 지도해왔다.
안동환 코치가 몸맘숨 명상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
“젊었을 때 편협한 사고 속에서 보내다가 5년 동안 아팠습니다. 간, 눈, 기관지 천식 등 안 아픈 데가 없었어요. 그때가 스물여덟 살 무렵이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때 쓰러졌어요. 전두환 대통령 부류가 보기 싫어 속병이 났었나봐요(웃음).”
안동환 코치는 1956년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에서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그런 태생이 영향을 미쳤을까. 그는 운동권 활동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기가 막혀서 기가 막힌 병’에 걸렸다. 그러면서 자신이 투쟁가의 기질을 가진 인간은 아님을 깨달았다.
“이쪽 진영의 신념으로만 세상을 재단하고 행동으로 옳기려니 힘이 들었어요. 평소 측은지심이 많은데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정의로운 성향이어서 전투적이고 투쟁적인 사고를 흡수하기엔 벅차고 힘들었나봅니다. 그것이 몸에 영향을 끼쳤고요.”
고통스러웠던 젊은 시절, 몸맘숨 명상을 통해 극복
그가 쓰러진 곳은 도망 다니다가 숨어 들어간 시골 외삼촌댁이었다.
“얼마 동안 기절해 있었는지 몰랐어요. 1분인지 한 시간인지… 일어났는데 기운이 없는 거예요. 걷지도 못하고 눈도 확 나빠지고 변비와 설사 증세가 한꺼번에 나타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쓰러질 만큼 몸이 힘들었죠. 그렇게 무기력증이 심해지고 기가 막힌 병들에 의해 심신이 망가져갔죠.”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의 마음의 병도 점점 깊어갔다.
“동료들은 잡혀 들어가 있는데 나는 안 잡히고… 죽지 못해 살았지.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허리까지 망가졌어요. 오래 서 있지도 못하고 누워 있어도 아파서 잠도 안 오고. 그런데 양의학 병원에 가니 간수치도 정상이고 소변검사를 해도 문제가 없었어요. 내시경 검사를 해도 원인이 발견 안 되고.”
한의원에 가도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간경화다 뭐다 얘기만 많았고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5년 동안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보며 투병을 했다. 그러다가 단전, 기공을 접하게 됐고 그때부터 급속하게 몸이 나아졌다. 기를 터득하면서 안경도 벗게 됐고 허리도 아프지 않게 됐다.
고집 센 마음을 유연한 마음으로 돌리는 게 마음수련
그는 아픈 와중에 역사 교사로 일했다. 한 시간 수업하고 한 시간 양호실에서 보내야 하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그러다 몸맘숨을 접하고 이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은 후 교사를 그만두고 지도자가 되어 3년간 보급활동을 하면서 SK그룹과 만나게 됐다. 그는 SK그룹의 손길승 전 회장, 최종현 전 회장의 마음훈련 코치를 도맡아 했다.
“나이가 들어 노화로 몸이 망가지기도 하지만, 몸을 다스리는 건 마음입니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몸도 잘 다스릴 수 있어요.”
그는 몸과 상관없이 나이가 들면 마음도 늙어간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마음이 늙어갈 때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귀띔해준다. 첫 번째 부류는 고집이 세지는 사람들이다. 통계로 보면 상당수의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세지면서 고정관념이 강해진다. 마음이 점점 굳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 부류는 첫 번째 부류와 반대로 유연해지는 사람들이다.
“살다 보니 이쪽 얘기도 맞고 저쪽 얘기도 맞다는 걸 깨닫고 유연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수련은 고집이 세지는 마음을 유연한 마음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그래야 존경받으며 잘 늙어갈 수 있어요.”
그러나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왜 그런 걸까?
“마음공부 한다고 자격증 주는 거 아니잖아요? ‘마음이 다스려지는 거냐?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하죠. 전부 돈 되는 공부만 하고, 몸 관리만 하고. 마음관리는 신경도 안 쓰죠. 그나마 마음공부 한다는 사람들도 종교단체에나 가서 하죠. 하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몸과 마음을 형식적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교회에 다니지만 종교로 마음공부를 하라는 말은 못 하겠어요. 종교를 뛰어넘는 마음공부를 해야 해요.”
그는 마음수련에서 호흡을 중시한다.
“호흡하는 것이 곧 마음관리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만들면 그는 숨이 거칠어지겠죠. 그런데 중환자실에 가보면 환자들 숨이 거칩니다. 즉 몸이 나빠도, 마음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숨이 거칠어진다는 거죠. 그러니까 숨을 다스리면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는 거죠.”
그는 마음이 거칠어진 사람들의 몸을 살펴보면 비틀려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자세만 바르게 해도 신경의 흐름이 달라져 마음이 평정을 얻는다는 주장이다. 그가 말하는 숨 호흡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들어보자.
“우선 자세를 바르게 한 다음에 배꼽 밑 아랫배에 의식을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숨을 들이마시면서 풍선처럼 배를 부풀려야 해요. 그다음엔 숨을 내쉬면서 풍선에 바람을 뺍니다. 그러면서 배꼽 밑 아랫배에서 무슨 냄새가 나나, 무슨 소리가 들리나, 어떤 일이 벌어지나 집중하면서 심(깊게), 장(크게), 세(가늘게), 균(균등하게) 하는 거죠. 배꼽에 마음을 놓고 보는 겁니다.”
시니어의 위기, 마음을 다스려야 해결된다
처음부터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몸이 아파서 마음만이라도 편안해지려고 마음공부를 시작한다.
“젊을 때는 격렬한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풀지만 점점 몸이 늙어지면 그렇게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 동적인 방법에서 정적인 방법으로 몸과 마음을 관리해줘야 합니다. SK그룹에서 제가 강의를 할 때 마흔 살 이상 임원진들에게 이 방법을 추천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수련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마음수련은 정적이고 재미도 없고 지루해서 모두들 실천하기 어려워하죠. 하지만 이 방법은 사람다워지려고 하는 것이지 무슨 테크닉이 아니에요. 일단 맛을 봐야지요, 첫 숟갈에 배부를 순 없어요. 마음수련은 스스로에게 일종의 자격증을 주는 일과 같습니다.”
퇴직 후 위기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감도 떨어지고 ‘내가 왜 잘렸지?’ 하며 자책하는 마음이 심해지기도 한다. 아내와 딸이 뭐라고 툴툴대기라도 하면 ‘내가 월급 안 갖다 줘서 저러나’ 하는 생각에 화가 나는 날도 있다. 안 코치는 그럴수록 마음을 잘 다스려야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종현 전 회장이 폐암으로 세상을 떴는데 몸맘숨 명상은 잘 하셨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경제계의 수장으로 최 회장님이 겪은 스트레스를 감안했을 때, 심신수련을 하셨기에 그나마 육십에 돌아가시지 않으시고 칠십에 돌아가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삶과 죽음에 결코 연연해하시지 않았고 책을 쓰시다가 죽음을 평화롭게 맞이하셨습니다.”
◇ 고행길에서 극복하는 인생의 고난
작가 겸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하페 케르켈링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 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과로와 무기력증에 빠져 있던 하페 케르켈링이 800km 산티아고 순례 길에 오르며 얻은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홀로 걷는 주인공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에는 ‘이 길은 당신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다시 일으켜 세운다’라는 문구가 고난과 희망이 공존하는 곳임을 짐작하게 한다.
개봉 7월 14일 장르 코미디
감독 줄리아 폰 하인츠 출연 데비드 스트리에소브, 마르티나 게덱, 카롤리네 슈허 등
◇ 좌절의 순간 찾아온 삶의 희망과 행복
갑작스럽게 아내를 잃은 후, 소소한 삶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 의 장 마크 발레가 감독을 맡은 작품으로 제4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6월 10일 시사회에서 작가 이외수는 “상실감에 빠진 한 남자로부터 비롯되는 아픔, 고독감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뼈저린 아픔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지를 주도면밀하게 잘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개봉 7월 13일 장르 드라마
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제이크 질렌할, 나오미 왓츠, 쥬다 루이스, 크리스 쿠퍼 등
◇ 아름다운 풍경 속에 담긴 상실의 여운
1995년 개봉해 그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오셀리오니상, 밴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 일본아카데미 신인여우상 등 각종 영화제를 휩쓸며 주목받았던 작품으로, 20년 만에 재개봉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몇 차례 특별전으로만 상영됐을 뿐 정식으로 개봉한 적은 없었다. 개봉일에 앞서 열린 ‘스크린문학전 2016’과 ‘무주산골영화제’를 통해 선보이며 전회 매진기록을 세웠다.
개봉 7월 7일 장르 드라마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에스미 마키코, 나이토 타카시, 아사노 타다노부 등
TV조선 '황금펀치', '이봉규의 정치 옥타곤'의 MC로 활약하며 '강적들'의 정치만담꾼으로도 잘 알려진 시사평론가 이봉규. 영원히 철들고 싶지 않은 남자 이봉규가 꿈꾸는 독립, 그만의 자유분방한 라이프 스타일 노하우를 담은 책 이 나왔다.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라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Q. 어떤 중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재미없게 그냥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사는 사람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사는 사람들, 일터로 나가기 싫어도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출근하는 사람들, 퇴근 후에는 집에 들어가기 싫은데 마누라에게 야단맞을까 봐 억지로 집으로 향하는 불쌍한 우리들의 중년 남자들, 자신은 늙어가고 있다고 자평하는 사람들이 꼭 읽기를 바랍니다.
Q. 자신이 갱년기라고 느낀 순간들에 대해 몇 가지 말씀하셨는데요, 그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갱년기를 어떻게 이겨 내셨는지요.
‘삶에 대한 즐거움이 사라졌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가 지금 생각해보면 갱년기를 심하게 앓고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친구를 만나도 재미가 없고, 심지어 집에서 나가기도 싫고 그냥 멍하니 TV만 쳐다보면서 리모컨만 하루 종일 돌려대고 있었죠. 샤워를 며칠씩 안 하는 날도 많았고요. 무기력증에 빠져서 ‘이렇게 나이 먹으면서 늙어가겠구나!’하고 하루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보내던 중, 영화 를 봤습니다. 주인공 두 명(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이 6개월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리스트로 작성합니다. 그들은 생의 마지막 6개월을 정말 재미있고 가치 있게 살지요. 그때 나도 문득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자고 마음먹고 써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죽기 전에 가장하고 싶은 것들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상상력을 동원해서 죽는다는 가정으로 몰입해서 다시 생각해보니, 거창한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소소하지만 재미있고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것들이었습니다. 마치 영화 ‘버킷리스트’의 주인공들이 작성한 리스트처럼.
그때 생각했죠! 이제부터 재미나는 인생을 살아야겠다. 남을 위해 또는 가정을 위해 희생을 할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나의 행복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그랬더니 그 후 정말 거짓말처럼 재미있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은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그동안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Q. 어느 순간 중년은 그런 감정과는 멀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년에게 우정이란? 그리고 사랑이란?
중년에게 우정은 중요합니다. 사랑은 훨씬 더 중요하죠. 소년기의 우정은 맹목적이고, 청년기의 우정은 맹목적인 우정에 다소 앞날에 대한 도움을 받거나 줄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둡니다. 그러나 중년의 우정은 맹목적이게 순수하지도 않고 도움을 받거나 주기도 귀찮아집니다. 친구를 만나서 머리를 굴리거나 신경을 쓰기가 피곤해지는 것이죠. 배려하기도 힘에 벅차게 되고요. 그냥 편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상대는 뭔가 우월감을 노출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자격지심이 있어서 히스테리를 부리면 마음이 무겁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헤어져서 돌아갈 때 내가 뭐하러 아까운 시간에 그 친구를 만나서 스트레스를 받았지? 하는 생각에 친구와의 만남의 횟수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처지가 비슷하거나 코드가 맞는 친구를 만나면 아무 생각 없이 수다를 떨고 재미있게 소주잔을 비웁니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를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고 어릴 적 친구와 만나는 횟수는 반대로 줄어들게 되지요. 어릴 적 친구는 늘 마음속으로 그립죠. 그런데 막상 만나려고 하면 스케줄도 서로 다르고 지금 사는 가치관도 다르고 관심사도 달라서 공유할 게 별로 없습니다. 물론 어릴 적 친구와 코드가 잘 맞고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면 금상첨화의 우정이 지속되겠죠. 그런데 중년의 나이에 그런 친구는 많지 않을 겁니다. 한두 명만 건져도 인생을 아주 잘 산 것이라고 자평해도 됩니다.
중년의 사랑은 사활적인(vital) 이슈입니다. 사랑이 없는 중년의 삶은 죽는 연습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사는 불쌍한 인간입니다. 사랑하면 젊어지죠!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합니다. 대상이 부인이면 최고의 행복이죠. 만약 부인을 사랑하지 않고 다른 여인을 사랑한다면? 이혼하고 사랑하는 여인과 결합하라고 조언합니다. 부인도, 다른 여인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지금부터 사랑을 애써서 찾아야 합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짧기 때문에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사랑은 필수입니다. 특히 중년에게는!
Q. 책에서 ‘자신의 행복만을 위한 시간이나 설계를 해본 적 없으니,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삶에 회의가 느껴질 수밖에.’라고 하셨습니다. 이상은 무엇이고, 현실은 어떠하며, 설계하신 모습은 무엇인지요.
사람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겠죠. 나의 경우 이상은 “진정한 자유와 행복”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사회의 통념과 충돌하고 어느 정도 맞출 수밖에 없어서 안타깝죠. 그래서 요즘 설계하고 있는 인생 계획은 ‘나의 이상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 사회의 통념을 용기 있게 깨버리는 것’입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남은 50년 행복을 위해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않기로 마음을 다져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라는 책을 내면서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여러분과 공유하자는 것이지요. 마치 그룹스터디를 하거나 동아리를 하는 것처럼.
Q. 만약 하나님이 “봉규야~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으신다면 “전 지금이 제일 좋습니다.”라고 애원한다고 하셨는데요. 또,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라 표현하셨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요?
제가 지금이 황금기라는 것은 일이 잘 풀려서 황금기라는 것이 아닙니다. 내 인생 중에서 지금이 제일 자유롭고 행복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사회의 통념에 나를 맞추기보다는 나의 이상에 맞추는 용기가 필요한 중년입니다. 인생을 잘살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가 아닌 행복하게 살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때가 중년입니다. 이를 위해서 두 가지를 버려야 합니다.
첫째는 “칭찬받기 위해 구걸하는 노예근성”입니다. 때로는 가족에게 칭찬받기 위해 애쓰고, 때로는 상관에게 칭찬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때로는 사회 통념의 가치에 맞춰서 출세했다는 칭찬받기 위해 발광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좀먹고 있습니다. 남의 칭찬이나 사회의 통념은 나의 행복과는 무관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는데, 고래가 춤추면 행복할까요? 아마도 무지 불행한 고래일 것입니다. 오죽 고된 훈련을 받았으면 사람의 지시(칭찬)에 고래가 춤을 춥니까? 우리는 불쌍한 고래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태평양을 자유롭게 헤엄치면서 짝짓기하고 맛있는 거 자유롭게 먹고사는 고래가 행복하듯이 우리도 사회의 통념에서 벗어나서 나의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야 즐겁고 행복한 중년의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둘째는 자식입니다. 자식을 버려야 행복합니다. 버리라는 의미는 자식을 어디에 내다 팔거나 자식으로부터 도망치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식을 위해서 나의 행복을 포기하거나 양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자식을 애지중지 키우면 그 자식이 잘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십중팔구는 애지중지 키우면 오히려 자식이 독립심이 없어서 불행하게 됩니다. 아버지도 불행하고 자식도 불행해지는 최악의 결과를 위해 우리 아버지들은 그렇게 발버둥 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부모들에게 배울 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자식이 대학을 들어가면 첫 학기 등록금만 대주고 나머지는 학자금대출로 본인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미국사람은 대학 졸업 후에 상당 부분 시간을 학자금대출 갚느라 고생합니다. 그런데 그걸 고생이라고 불평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통념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지요. 우리는 자식들이 졸업할 때까지 꼬박꼬박 학비를 대두고 용돈까지 챙겨주고 그것도 모자라서 시집·장가 갈 자금까지 마련해주느라 등골이 휘어지게 희생합니다. 그런데 우리 자식들은 행복할까요? 잘 될까요?
천만에 오히려 자생력이 없어서 나이를 먹어도 남에게 의존하려는 나약한 젊은이로 자랍니다. 사업자금 대달라고 떼쓰고 유산을 미리 떼어달라고 부모에게 협박합니다. 이게 다 부모가 잘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자기가 희생하고 자식은 잘 키워야 한다는 잘못된 사고방식과 사회통념이 자식도 망치고 자신도 불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Q. ‘이기적으로 사는 남자들’에서 신성일, 손학규, 강용석, 김갑수, 조영남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 중 롤모델로 삼는 사람이 있다면?
신성일 선생이 제일 부럽습니다. 우선 그 나이에 아직도 멋진 모습이 부럽습니다. 그러나 매일 운동하고 정신수양을 하니까 그 모습이 유지되는 것이겠지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의 자유로운 영혼이 부럽습니다. 부인 엄앵란 여사에게 “방송에서 나를 마음껏 흉보라! 그래야 방송이 재미있어서 당신이 잘 팔릴 거야~”라고 말하는 용기와 자유로운 영혼이 부럽습니다. 원조 한량 신성일 선생을 따라잡기 위해 ‘한량 시즌2’ 이봉규가 분발해야겠지요. 출판기념회에 신성일 선생이 오셔서 응원을 해주셨는데, “한량 신성일이 ‘시즌1’이었고 이제 ‘한량 시즌2’ 이봉규가 행복하게 살아갈 겁니다.”라고 마이크 잡고 외치니까 껄껄 웃으시더라고요.
Q. 아직도 ‘나는 늙었다’ ‘나는 늦었다’고 말하는 중년들에게 한마디!
“왜 노인행세하고 자빠졌니?”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송해 선생은 90인데도 아직도 재미있게 일하고 술 드시고 매일 목욕탕에서 노래를 부른답니다. 이제 40~50대의 중년들이 늦었다고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멍청한 바보입니다.
인생 100세 시대 지금 중년들은 반 정도밖에 살지 않은 ‘신청년’입니다. 나머지 50년 60년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젓인지는 지금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재미있고 행복하게 사는 디테일한 방법은 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솔직하게 내뱉었습니다. 나는 지금 째지게~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같이 행복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