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실버타운에 모신다고 하면 불효자처럼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5성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와 시설을 갖춘 고급 실버타운이 등장하고, 입주 대기를 해야 할 만큼 인기가 치솟으면서 인식이 달라졌다. 오히려 최근에는 ‘실버타운에 살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편견도 생겨났다. 고령화 흐름 속 실버타운의 수요 증가는 쉬이 예측할 수 있다. 문제는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실버타운을 둘러싼 업계 전망과 더불어 나아갈 방향을 짚어봤다.
도움말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부회장
실버타운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그 개념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흔히 실버타운 또는 시니어타운으로 부르는 곳(이하 ‘실버타운’으로 일괄)들은 주로 노인복지법에 따른 노인주거복지시설(양로시설·공동생활가정·노인복지주택)을 의미한다. 아직까지는 국내에 실버타운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나 체계가 미비한 실정이다. 때문에 소비자들도 요양원, 요양병원 등과 헷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보증금 및 관리비, 생활비 등을 ‘100% 개인이 부담’하는 ‘유료 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을 실버타운으로 이해하면 된다. 여기에 ‘독립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만 60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이라야 입소 가능하다는 것도 유사 시설과의 차별점이다. 과거 부모를 실버타운에 보내는 자식을 불효자로 여긴 배경은 ‘몸이 아픈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간호가 필요한 노인은 실버타운 입소가 어렵기 때문에 이는 오해였다. 이러한 오해가 점차 해소되고, 점점 고급화된 시설이 생겨나면서 실버타운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도 달라졌다.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부회장은 “과거엔 주로 사회복지법인이나 건설 대기업이 실버타운을 짓고 운영했다면, 요즘은 보험사나 금융사, 호텔, 식품회사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한다. 예전에는 실버타운으로 수익을 낸다고 하면 ‘노인들 대상으로 장사한다’며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이제는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노인복지’ 측면에서 바라보기보다는 ‘사업성’에 주목하는 경향”이라며 “과거엔 실버타운에 간다고 하면 부끄럽게 여기기도 했는데, 요즘은 상당히 완화됐다. 이제는 노후 주거생활의 선택지 중 하나로 간주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불효자 오해 거두니 ‘비싸다’는 편견 생겨
강대빈 부회장은 “요즘은 실버타운은 비싼 곳이라는 편견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진행한 ‘실버타운 및 요양원 관련 인식 조사’(2017)에 따르면 ‘부모가 아플 때 모시고 싶은 곳으로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고려하는 진짜 이유’를 묻자 대다수가 ‘국내 실버타운은 왠지 부유층만을 위한 주거시설이라는 느낌이 있다’(82.4%)고 답했다. 이는 그동안 실버타운의 이미지 변화를 꾀한 업계의 노력과 더불어 호텔형 실버타운이 이슈로 떠오른 결과로 유추할 수 있다. 유명인사의 초호화 실버타운 생활이 공개되거나, 거액의 보증금과 생활비를 부각하는 콘텐츠 등의 영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일부 최고급 실버타운에 해당하는 이야기라는 게 강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상위 몇 곳 정도 제외하면 대체로 합리적인 가격대로 실버타운 생활이 가능하다. 가령 실버타운에서 생활비가 월 200만 원 정도 든다고 하면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입주 전 지출 비용과 비교해보면 비슷하거나 그보다 적게 드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다만 현재는 실버타운 수가 많지 않아 대체로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점차 공급이 많아지면 옵션이 다양하고 특화된 서비스를 갖춘 곳이 생겨날 전망이다. 그럼 자신의 생활이나 경제 상황에 알맞은 곳을 선택할 여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연구원(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은 부부 기준 매달 적정 노후 생활비로 평균 268만 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부부의 실버타운 월 생활비(의무식 포함 기준)는 상위 4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200만 원대로 책정됐다.(도서 ‘실버타운 올가이드’ 참고) 즉 애써 생활비가 높은 곳을 택하지 않는다면, 꼭 비싼 돈을 들여야만 실버타운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입주자들의 후기를 보면 비슷한 생활비로 가사 노동에서 벗어나고, 편의시설과 다채로운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점에서 이득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수요 대비 공급, 0.05% 수준에 불과해
실버타운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입주자의 만족도가 올라가며 이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그 열풍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다만 물리적으로 수요에 걸맞게 공급이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대빈 부회장은 “업계에서는 실버타운에 대한 수요가 노인 인구의 2~3%가량 된다고 추정한다. 현재 대한민국 노인 인구는 10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의 2%만 추려도 20만 명이다. 그런데 현재 운영 중인 실버타운에 공급 예정인 곳들을 합산하더라도 총 1만 세대 정도다. 일본만 해도 현재 실버타운이 1만 5000곳 넘게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한국 실버타운은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언급한 노인주거복지시설의 개념에 따라 합산해본다면 국내에 운영 중인 실버타운은 30곳 남짓이다. 강 부회장이 말한 수치로 견주어보면 수요량을 따라가기 위해선 현재보다 20배의 공급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때문에 강 부회장은 이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노인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실버타운을 공급하고 있다. 소위 ‘알뜰 실버타운’으로 불리는 ‘고령자복지주택’(공공실버주택)이다. 2021년 말 기준 2260가구의 공급을 완료했고, 2025년까지 1만 가구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다만 저소득 고령자를 위한 복지의 목적이기 때문에 입주 자격이 정해져 있다. 만 65세 이상이면서, 무주택자이고(배우자와 신청자 모두 주택도 없고 분양권도 없어야 함),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 70%(국가유공자) 이하인 자라야 가능하다.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중산층’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이다.
강 부회장은 “고소득층은 경제적 능력이 되니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저소득층은 나름의 복지정책이 마련돼 있다. 문제는 중산층이다. 경제적으로 크게 여유롭지 않고 아무런 혜택도 없는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실버타운 몇 곳에 몰리게 되는 것”이라며 “시설과 서비스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다 좋으려면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실버타운의 경우 대체로 생활 전반에 필요한 모든 걸 제공해주는 식으로 운영하는데, 해외 사례를 보면 필요한 일부 서비스만 제공하는 형태도 생겨나는 추세다. 중산층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맞춤형으로 취사 선택 가능한 서비스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연구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생 보금자리 위한 실버타운의 미래
여러 기관에서 실시한 노후 거주와 관련한 조사를 살펴보면 ‘어디에 살 것인가’를 묻는 항목의 1순위는 대체로 ‘현재 사는 집’이 차지한다. 한 예로 보건복지부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4%는 건강이 유지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원했다. 이는 가급적 살던 집(또는 지역)에서 나이 들고 싶어 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이하 AIP)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만약 노후에 실버타운 거주를 택했다면, 이들에게 AIP는 살던 실버타운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버타운에서 AIP를 이루기란 쉽지 않다. 현재 국내 실버타운에서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법적·제도적 한계가 있어서다. 때문에 실버타운에서 생활하다가 건강이 악화되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삶의 터전을 옮길 수밖에 없다.
강 부회장은 “현재 국내 실버타운 운영체제를 보면 AIP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실버타운에 오실 때는 곧 이사를 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죽을 때까지 여기 살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온다. 그러다 건강이 악화돼 퇴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낙담하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생활과 더불어 너싱홈(Nursing Home)등을 갖춘 복합시설 개념의 실버타운이 앞으로 많이 생겨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전원주택을 짓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첫 과정은 땅을 선택하는 것부터다. 모든 땅에 집을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법적으로 건축이 가능한 곳인지, 주변 환경과 방향은 어떤지, 도로 상황은 어떤지 등 여러 가지를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토지가 집을 짓기 적합할까? 아래 사항들을 살펴보고 현장답사를 통해 꿈에 그리던 주택을 구현해 보자.
1. 땅 계약 전 먼저 체크해야 할 것
‘네이버 지도’나 ‘다음 지도’ 등을 통해 위성사진을 봐야 한다. 땅의 지번을 검색하면 대략적인 경계와 주변 상황, 기본적인 도로 문제를 알 수 있다. 네이버 지도나 다음 지도의 오른쪽 상단에 지적 편집도 버튼을 눌러보면 더 자세하게 파악 가능하다. 또 ‘토지이음’에서 구입하고자 하는 토지의 주소를 검색하면 소재지, 지목, 면적, 지역지구 등 지정 여부, 기본법 및 시행령, 확인 도면이 크게 나타난다. 전부 숙지할 필요는 없지만 내 정보와 표시된 내용이 일치하는지 보고, 지역지구를 알아두는 편이 좋다. 해당 항목에 따라 건폐율과 용적률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2. 집터로서의 제1조건, 도로
내 땅까지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없다면, 다른 조건이 모두 만족해도 건축을 진행할 수 없다. 보통 개인이 개발해 분양하는 택지에서 문제가 생기는데, 계약서에 도로에 대한 부분을 언급해 놓지 않았다면 조심해야 한다. 도심지역보다 도심 외 지역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도심지역은 4m, 도심 외 지역은 3m의 도로를 확보해야 한다. 간혹 농로를 도로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지적도상 정확히 ‘도로’로 명시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3. 원하는 용도로 건축하지 못할 수도 있다
도시의 복잡함에 지쳐 지방으로 내려가 작은 가게를 운영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특히 문화재가 많은 경주나 심의가 있는 제주도는 땅을 구입하기 전 확인이 필요하다. 상가주택, 숙박 시설 등 옆 땅에 내가 원하는 용도의 주택이 있더라도 내 땅에는 허가가 나지 않는 사례가 종종 있다. 더불어 제주도에서 숙박업을 하고 싶다면 6m 도로와 상수도를 확보해야 한다.
4. 전문가들을 통해 한 번 더 검토하자
집 지을 땅을 정했다면 최종 계약 전 구청이나 군청에 들러 건축과 인허가 담당 공무원에게 ‘이 땅에 집을 지으려 하는데 인허가 나는 데 문제가 없는지’ 물어보자. 지역의 설계사무소나 토목측량사무소에서 소정의 자문비를 지불하고 컨설팅을 받아도 된다. 땅을 구매하거나 집을 지을 때 스스로 판단하기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 많은 법규를 챙겨 해석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지역마다 토지 상황이 달라 동일한 조건으로 분석할 수 없어서다.
치앙마이 하이랜드 골프클럽(The Chiang Mai Highlands Golf Club)은 치앙마이 고원 최고의 골프장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2017년 아시안 골프 월간지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의 뉴 골프장’ 등 여러 국제적인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치앙마이 하이랜드 골프클럽은 태국 13위에 랭크된 명문 코스다. A코스(파36, 3617/3108야드), B코스(파36, 3610/3179야드), C코스(파36, 3522/2963야드)의 각 9홀로 이루어졌으며, 치앙마이 최고의 코스로 손꼽힌다.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에서 가장 큰 도시로 방콕에서 북쪽으로 700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인구는 120만 명으로 치앙마이주 전체 인구(180만 명)의 66%가 거주한다.
치앙마이(태국어로 ‘새로운 도시’라는 뜻)는 1296년 란나 왕국(Lan Na, 1292~1775)의 새로운 수도로 설립되었다. 치앙마이 왕국(1775~1899), 시암 왕국(1899~1946)을 거쳐 타이 왕국(1946~현재)에 이르고 있다.
치앙마이 고원의 보석
2017년 12월 초 치앙마이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칭호를 받았으며, 201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었다. 치앙마이는 2014년 트립어드바이저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여행지 25곳’에 태국의 두 관광지 중 하나로 24위를 차지했다. 날씨가 좋고 선선한 태국 북부 치앙마이주 계곡 사이로 골프장의 산들바람과 시원한 공기가 감도는 가운데, 10월부터 2월까지는 이른 겨울 아침에 춥고 안개가 낀다. 해발 300m다.
치앙마이 하이랜드 골프클럽은 유명한 건축회사 슈미트&컬리 디자인에 의해 설계되었으며, 2005년 개장해 치앙마이 골프 코스의 질을 크게 높였다. 치앙마이에서 하이랜드로 가는 자동차는 놀라운 풍경을 관통하며, 동쪽 방향으로 논과 농장을 지나 산으로 향한다.
코스는 27홀의 웅장한 챔피언 골프 코스가 특징이며, 골프 선수에게 매 홀마다 웅장한 산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모든 레벨에 맞게 5개의 다른 티 박스를 제공하며, 태국 현지인처럼 전형적인 시골 경험을 제공하는 현장 코티지 스타일의 숙박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잘 관리된 그린 매력적
치앙마이 하이랜드는 19개 프라이빗 리조트 빌라, 스파, 콘도미니엄, 세련된 주택 개발로 태국 북부 최고의 골프 휴양지가 되었다. 치앙마이 하이랜드 골프와 스파 리조트는 최고의 시설, 친절한 란나 타이 서비스, 완벽한 플레이 조건을 갖춘 챔피언십 골프의 조합으로 잊지 못할 골프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태국식 클럽하우스는 쾌적한 분위기로 골프 라운드 전후의 휴식을 제공한다. 로커룸은 기본적이지만 적절하다. 치앙마이 하이랜드는 여러 개의 연습용 그린, 짧은 경기장, 잔디 티가 있는 300야드의 드라이빙 레인지를 포함해 매우 잘 정비된 연습 시설을 갖추고 있다.
페어웨이는 패스팰럼 그래스, 그린은 티프이글 그래스가 식재돼 뛰어난 타격 표면을 보장하고, 일 년 내내 일관된 그린을 더 빠르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린 스피드는 9.5피트로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매우 훌륭한 속도였다. 무엇보다 130개 이상의 페어웨이 벙커와 그린사이드 벙커는 라운드 내내 어려운 도전이었다. 대부분 높은 턱을 가지고 있어 일단 벙커에 볼이 들어가면 거리보다 벙커 탈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탈출하길 권한다.
높은 턱의 벙커 공략이 관건
A2번 홀(파3, 184/154야드) 티 박스 왼쪽부터 페어웨이를 따라 길게 그린 왼쪽까지 큰 호수가 이어지는 멋진 홀이다. 그린 오른쪽 벙커가 부담된다. 그럼에도 그린 오른쪽을 공략하는 것이 맞다. 정확한 원 샷이 필요한 홀이다.
A8번 홀(파4, 438/360야드) 페어웨이 중간부터 왼쪽을 따라 이어지는 거대한 벙커들이 압권이다. 시각적으로 그린 앞까지 벙커들이 이어지는 모습으로 보여서 부담스러운 홀이다. 그린 앞 그린사이드 벙커는 그린 공략에 큰 부담이다. 대부분 턱이 높아 실제보다 거리를 더 봐야 할 경우도 많다.
B2번 홀(파4, 342/315야드) A2번 홀과 비슷한 디자인이다. 파4 홀이므로 기회는 더 많을 수 있다. 역시 그린 오른쪽에 큰 벙커가 기다리고 있다. 넓게 이어지는 큰 호수가 장관이다.
B9번 홀(파5, 558/512야드) 시그니처 홀이다. 그린 앞 140~170야드 지점에 큰 크리크가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디자인이다. 오른쪽 카트길을 따라 건너는 다리도 멋진 모습이다. 세컨드 샷으로 바로 크리크를 넘기려면 거리가 필요하다. 웬만하면 무리하지 않고 끊어서 170야드 이상 그린 공략을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린 오른쪽으로 멋진 클럽하우스가 나타난다. 멋진 홀이다.
130개의 턱이 높은 페어웨이 벙커들과 그린사이드 벙커들이 라운드 내내 관건이다. 언듈레이션이 매우 심하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어려운 홀들이 있다. 잘 관리된 그린이 돋보인다. 9.5피트의 그린 스피드도 마음에 들었다.
‘이게 뭔가? 세상에 뭐 이런 병이 다 있나?’ 몸 안에 심각한 병이 들이닥쳐 횡포를 부리는 건 알겠는데, 도무지 병명조차 알 수 없었던 정규원(54, 백민구절초연구소 대표)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며 갖가지 검사를 해봤지만 별 이상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조만간 죽음이 방문할 듯 몸의 통증이 자심했는데도 말이다. 매우 난처한 상황이었다. 고민과 궁리를 한 끝에 그는 마침내 시골로 내려가기로 했다. 시골이라는 의사에게 몸을 맡기기로 한 거다. 시골의 자연환경이 괴로운 육체는 물론 덩달아 저하된 정신까지 끌어올려 줄 거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 같다. 그의 귀농은 이렇게 시작됐다.
정규원이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귀농한 건 2010년, 41세의 한창 나이 때였다. 인생의 전성기라 할 시즌이었으니 정리가 쉬웠으랴. 만족스럽던 직업(의류 관련 액세서리 사업)을 일거에 접는 것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겠다. 게다가 그의 곁엔 살뜰한 아내와 토끼 같은 어린 자식 둘이 있어 발목 잡히기 십상이었다. 과연 아내가 귀농에 동의할지, 무엇보다 가족을 동반하고 귀농할 경우라도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지, 이래저래 고심이 많았다. 그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우선은 혼자 외진 산속에 들어가 쑥이나 고사리처럼 조용히 사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TV에 나오는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살며 병부터 다스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야 했다. 아내가 동행을 자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 만한 일이지만, 대부분의 아내는 남편이 귀농을 선창할 경우 일단 반기를 든다. 매우 영민한 종족인 아내들은 날이면 날마다 풀을 뽑다가 뱀을 만나 까무러칠 가능성이 농후한 귀농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걸 직관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정규원의 아내는 시골행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아마도 아내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민만큼이나 어려운 역경과 맞닥뜨릴 수 있는 게 귀농이다. 하물며 남편만의 단독 귀농이라면? 이는 가정의 불안정을 촉진하는 지름길이다. 최악의 경우 가정의 해체까지 불러들일 수 있다. 정규원의 아내는 이와 같은 리스크를 고려해 전향적인 판단을 했을 테다. 아내의 대범한 태도에 힘을 얻은 정규원은 마침내 귀농 거사를 착수하게 됐다. 서울에 있던 집을 처분하고 사업을 정리한 뒤 가족 모두를 대동하고 시골로 내려갔다. 그가 귀농한 곳은 할아버지의 고향인 충북 청주시 문의면이다. 이왕이면 아주 낯선 객지보다 연고가 좀 있는 곳이 정착에 유리하겠다는 생각으로 점찍은 곳이다. 거처는 농촌 마을이 아닌 면 소재지에 마련했다. 초등생 아이들의 등하교 편의를 배려한 결정이었다.
“귀농 초기엔 건강 회복에 중점을 두었다. 텃밭 농사를 통해 직접 기른 채소로 만든 음식을 주로 먹었고, 부지런히 뒷산을 오르내렸다. 명상센터에 나가 수련을 하며 마음을 돌보는 일에 집중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농사에 대한 구상도 많이 했다. 논을 사 벼농사를 시도하기도 했다. 쌀만큼은 직접 농사지어 먹자는 아내의 의견에 공감해서였다.”
귀농 전에 미리 받아둔 귀농교육이나 농사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나?
“서울에서 ‘인드라망 생명공동체’가 주관한 귀농교육에 관심이 있어 아내와 함께 참여한 경험이 있다. 경기도 의왕에 텃밭을 마련해 작은 농사를 지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소소한 경험치에 불과했다. 사실 계획 없이 막연한 귀농을 한 셈이었다. 건강 문제가 화급해 사전 준비를 할 겨를이 없기도 했다.”
농업만큼 만만치 않은 직업이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섣불리 농사에 뛰어들 일이 아니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농사로 가족을 건사하느라 고생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에 농업에 매력을 느껴보진 못했다. 하지만 한줄기 동경 같은 게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걸 알겠더라. 농부로서 긍정적인 풍모를 지녔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귀농교육은 귀농 이후 적극적으로 받았다. 이를테면 지역의 농업기술센터에서 1년간 교육을 받았다. 친환경 농업을 기본 방향으로 정한 바 있어 관련 공부를 해 유기농업기능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전자상거래 등 다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할 필요를 느껴 E-비즈니스 교육도 받아두었다.”
일련의 농업교육을 이수한 뒤 비로소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했나? 아니면 몸 치유에 치중한 시간이 더 많았나?
“치유와 농사를 병행했다. 그게 바람직한 길이기도 했다. 농사일을 하면서 건강도 서서히 좋아졌고, 좋아지는 건강 상태에 따라 농사에 대한 의욕도 상승했으니까. 2013년엔 친환경 농업을 추구하는 귀농인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어 상생의 토대를 마련했다.”
멧돼지들이 농장을 초토화하기도
정규원이 선택한 주 작목은 구절초다. 구절초를 재배,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현재 그는 산속에 있는 4000평 규모의 구절초 농장을 운영한다. 바야흐로 유능한 구절초 농부로 부상하고 있다. 출발은 미미하고 미묘했다. 할머니 묘소에 벌초를 하러 갔다가 가을바람에 살랑대는 구절초 꽃을 본 기억을 잊을 수 없어 200평 남짓한 작은 땅에 구절초를 심은 게 구절초와 인연을 맺은 계기라는 게 아닌가. 일종의 감성적 충동으로 시험 재배 삼아 구절초를 심어봤을 뿐인데 이게 향후의 길을 환하게 열어줬다.
“남에게 빌린 200평짜리 작은 밭에서 거둔 구절초로 조청을 만들어봤는데 50인분 밥솥 하나 분량의 조청이 나왔다. 판매 목적으로 만든 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과 나누면 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으니까. 그런데 조청 품질이 좋다며 구입을 원하는 사람이 많았다. 홍보도 해주었고.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판매 효과까지 거둔 뒤엔 서서히 생산량을 늘려나갔다. 자연스럽게 구절초 농사에 본격 입문한 셈이다.”
조청만 생산하는 건 아니겠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구절초꽃차, 모종, 체험 상품인 에코화분, 그리고 구절초블랙이라 이름 붙인 농축액 등을 생산한다. 주력 상품은 구절초블랙이다. 이건 유기농 구절초 함량 97%에 달하는 제품으로 나름 야심을 가지고 개발했다. 현재 상표출원 절차를 밟고 있다. 소비자의 80% 이상은 구절초 제품을 약용 목적으로 구입한다. 구절초블랙은 이와 같은 소비자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개발됐다.”
구절초 농사 전체 과정 가운데 어려운 부분은 어떤 것인가?
“모든 농사가 그렇듯 구절초 역시 제초 작업부터 뭐 하나 손쉬운 게 없다. 재배 기술 습득은 비교적 용이하다. 문제는 날씨 변동이다. 예상하지 못한 폭우와 긴 장마엔 구절초가 맥을 못 춘다. 과도한 습기에 약한 작물이니까. 배수시설을 완비하고 밭에 경사도를 만들어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병충해 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 능력도 필요하다.”
흔히 병충해 방제는 농약에 의존한다.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
“유기농업은 농약 없는 농사를 추구한다. 그러기 위해 생태환경 유지에 공을 들인다. 난 구절초 농장 복판에 억새섬이라 부르는 작은 숲을 조성해 자연생태와 평형을 이루도록 했다. 이 작은 숲은 병충해의 기습을 완충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사마귀 알집도 활용한다. 미리 채집한 사마귀 알집을 봄철에 방사하는 것인데, 부화된 사마귀들이 해충들을 먹어치운다. 이렇게 사마귀들이 농장을 지켜준다. 그런데 난해한 복병이 하나 있다. 바로 멧돼지다.”
멧돼지 피해가 심각했다는 얘기겠지? 그런데 멧돼지가 구절초도 먹나?
“구절초를 먹는 건 아니고 땅속에 있는 굼벵이를 꺼내 먹기 위해 밭을 아예 농부처럼 갈아엎는다. 한번은 멧돼지 군단이 몰려와 농장을 투철하게 초토화했다. 징을 쳐대고, 포수를 불렀지만 아무 소용없더라. 포수들이 야간 매복을 했으나 잡을 수 없었다. 녀석들의 공격은 한 달간 이어졌다. 내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울고 싶은 심정이다.(웃음)”
구절초 향수를 개발하고 싶어
농사로 긍정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안락을 얻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오죽하면 귀농을 고행에 견주랴. 정규원은 비지땀 이상의 피땀을 쏟았다. 덕분에 순항을 거듭했다. 매우 어려운 사안으로 알려진 판로 문제도 길을 잘 찾아 해결했다. 생명운동을 지향하는 생활협동조합 ‘한살림’과 관계를 맺어 상품을 납품, 꾸준히 안정적인 경영을 해왔다. 세상에서 익힌 처신과 경험을 슬기롭게 제련해 귀농 생활의 재료로 활용하는 능력도 뛰어나 안정적인 행보의 거름이 됐다. 그의 언사는 나직하고 다소 어눌하다. 반면 내부엔 뭔가 강철 같은 게 들어 있다는 느낌을 풍긴다. 이기심은 줄이고 이타적 선의를 키워 나아가는 게 삶의 정수를 맛보는 길이라는 신념을 육화한 인간 유형이랄까. 그는 사실상 신념을 밀어붙이며 당찬 귀농 생활을 해왔다. 2013년에 결성한 문화적 농업 공동체인 유기농협동조합에 이어, 2017년엔 경제 공동체인 마을기업 ‘백민구절초연구소’를 만들어 리드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강 문제는? 여전히 아픈 몸을 고독하게 끌어안고 농장에서 뛰나?
“실로 고통스러웠다. 오죽하면 몸 하나 살려보자고 귀농을 했겠는가? 몸이 추락하자 온갖 회의가 몰려들기도 했다. 이 지경으로 몸을 망쳐놓다니, 난 패배자야! 그런 넋두리가 잦았다. 그런데 기대보다 빠르게 건강이 회복됐다. 2017년에 이르러선 병의 늪에서 거의 완전히 해방된 걸 알았다. 따라서 마을기업 결성에 나설 수 있었다.”
아이들이 어느덧 대학생으로 자랐다지? 뒷바라지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가계 형편은 어떤가?
“서울에 있던 집을 판 자금의 절반쯤은 귀농 초기에 다 까먹었다.(웃음) 농업으로 소득을 거둔다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이젠 꾸준히 소득이 늘고 있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가족 모두 건강하게 잘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부인은 당신의 농사에 어떤 식으로 조력하나?
“아내는 아내대로 일이 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강의한다. 각자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상황에 우리 부부는 만족한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고마운 게 아내이고.”
만약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귀농을 하게 된다면 지금과 어떤 점이 달라질 거라고 보나?
“(잠깐 생각하다가) 일을 좀 줄여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귀농 방식을 모색할 것 같다. 그러나 그게 가능할까? 내겐 아직 꿈이 많다.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는 과욕과 과속 없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농장을 키워왔다. 하지만 확장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 구절초 가공 제품을 세계 시장에 선보이고 싶고, 구절초의 아찔한 향을 재료로 한 향수 개발에도 뜻을 두고 있다. 그 매너리즘 없는 정신이 그의 돛을 밀어주고 있는 게 아닐까.
정규원이 주는 귀농 Tip
•집과 농지를 서둘러 구입할 것 없다. 평생의 삶터로 삼을 경우엔 더 신중해야 한다. 처음엔 남의 농지를 빌려 활용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처음부터 농사 규모를 크게 설정하는 건 금물이다. 내 농사는 작게, 그리고 남의 일도 도와주면서 농사 물정을 익히는 게 필요하다.
•농업 교육기관에서 만난 귀농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자. 모임을 만들어도 좋다. 결국은 귀농 에너지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농사만으로 자립하기 쉽지 않다. 도시에서 쌓은 경륜을 살린 일거리를 만들어 수입을 보완하자.
•구절초 농사에 뜻이 있을 경우 500평 정도의 작은 규모로 시작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판로 문제에 대한 사전 연구도 필수다. ‘한살림’ 같은 생활협동조합에 가입해 활로를 모색하자.
지난 7일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경영진과 MZ세대 직원 간 직접적인 소통과 정서 공감을 위한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 ‘신구조화’를 운영했다. 이들은 MZ세대 신조어 및 놀이문화, MZ세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사용법, 챗 GPT 활용법 등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세대 간 화합의 시간을 보냈다.
삼성생명의 경우 3명의 주니어 멘토와 1명의 임원 멘티가 한 팀을 이뤄 최신 트렌드를 경험하고 소통하는 ‘동감 프로젝트를’ 2020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이는 리버스 멘토링의 일환으로, 경영진과 젊은 직원들 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밖에도 한국해양진흥공사, 안양시, 성남교육지원청, KB라이프생명 등 수많은 지자체 기관 및 기업에서도 ‘리버스 멘토링’을 운영 중이다.
멘토링(mentoring)이라 하면, 멘토(mentor)와 멘티(mentee)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때 경험과 연륜을 겸비한 연장자나 선배가 멘토가 되곤 한다. 이와 대조되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 역멘토링)의 경우 연소자나 후배 쪽에서 멘토 역할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출간한 ‘트렌드 모니터 2023’에서도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리버스 멘토링’을 꼽았는데, 최근에는 세대 간 소통 및 조직원 융화를 위한 솔루션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트레드 모니터 2023’에 따르면 “역할이라는 것은 사회적 관계에서 개인이 가지는 특정한 지위나 범주, 그리고 그러한 범주 내 규정된 모든 행동거지를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를 ‘나이’에 맞게 규정하는 것이 그 어느 국가보다 강한 사회다”라며 “나이에 따른 역할이 있고, 이 역할에 맞는 욕망과 감정 같은 것들을 규범에 맞게 행해야 함을 전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전 세대에서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풀이된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젊은 멘토와 함께 일할 때 알아야 할 사항’에 대해 언급하며, 리버스 멘토링과 같은 관계 형성이 시니어의 역량 개발에도 효과적이라 설명했다. AARP가 시니어에게 제안하는 리버스 멘토링 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서로의 경험과 가치가 평등하고 중요함을 인식하라. 나이를 떠나 겸허한 자세로 다가갈 것. 젊은 멘토의 도움을 받기 전 자신의 역량을 파악 후, 배울 점과 목표를 설정한다. 가령 영상 플랫폼에 대해 알고 싶다거나, 프레젠테이션 애니메이션 활용 기법 등 구체적일수록 좋다.
△ 자존심 내세우지 않기. 멘토가 자신보다 어리다고 해서 배우는 상황을 자존심 상해하다 보면 스스로의 역량을 과대포장하거나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멘토링 효과를 떨어뜨리게 된다. 자신의 능력이나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자.
△ 멘토링 장소와 시간을 분명히 해두자. 멘토링 시간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면, 젊은 멘토의 역할이나 위치가 애매해질 수 있다. 서로 합의 하에 멘토링 기간, 시간, 장소 등에 대해 미리 정하고, 정해진 내용에 따라 멘토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가르치고 싶은 게 있다면 겸손하게, 상대가 원할 때만. 아무래도 연륜이 부족한 젊은 멘토를 대하다 보면 선배로서 이것저것 알려주고 싶은 부분이 생길 수 있다. 젊은 멘토도 배움을 얻고자 하는 분위기라면 겸손하게 제안해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삼가는 게 좋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멘티’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사방 천지로 빛이 뿌려진 날들이다. 멈출 수 없는 일상은 늘 촘촘하다. 이럴 때 가뿐히 가볼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잘 찾아왔다고 스스로 흐뭇해지는 길 위에 서본다. 굳이 계획을 세우느라 애쓰지 않아도 된다. 대중교통에 몸을 싣고 가볍게 나서거나, 편안히 자동차 핸들을 돌려서 잠깐만 달리면 닿는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곳, 기분 좋게 훌쩍 길을 나설 수 있는 곳, 광교다.
수원은 당연히 익숙한 도시인데 같은 지역권의 광교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낯설지는 않은데 옆 도시에 비해 어쩐지 새것 느낌이다. 신상품이라는 뜻의 신조어, 이른바 신상 또는 ‘새삥’ 같달까. 수원이 18세기 조선의 신도시라면 수원시 영통구에 속하는 광교는 21세기에 조성된 또 다른 신도시다.
광교가 특별한 것은 도시의 녹지율이 41.7%에 달하는 자연친화적 도시라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그 안에 엄청난 넓이의 호수가 포함되어 있어 그야말로 쾌적한 주거 환경 속에 살아가는 걸 부러워할 만하다. 인구밀도도 국내 신도시 중에서 최저다. 광교라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호수공원이 도심을 따라 연결돼 시민들의 자연스러운 산책 코스가 되고 있다. 도서관, 호수, 수목원, 박물관, 미술관, 감성 맛집까지 일상과 이어진다. 그들이 가꾸어나가는 도시의 건물과 건물을 잇는 정감 어린 골목길도 아름다운 것은 라이프스타일의 초점을 문화 기능에 맞추어서인 듯하다.
독서 캠핑을 아시나요, 알싸한 숲속 도서관 책뜰
요즘 각기 다른 레저 활동의 이름으로 호캉스나 차박, 차크닉 등의 다양한 신조어들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독서 캠핑 또는 북캉스라는 말도 생겨났다. 가을이면 책을 읽는 계절이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조용히 집에서 책을 읽어도 좋겠지만, 호수를 둘러싼 고요한 숲속 공간에서 책과 함께하는 시간은 어떨까. 광교푸른숲도서관에 가면 정말 이런 곳이 있다.
광교푸른숲도서관은 광교호수공원이라는 멋진 경관을 배경으로 자연 속에서 힐링을 주제로 한 도서관이다. 푸른숲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비탈의 기울어진 숲 경사를 그대로 살렸다. 숲 사이에 입체감 있게 설계된 열린 공간 형태의 도서관은 외부와 내부 모두 예쁘다. 푸른숲도서관만으로도 충분한데, ‘푸른숲 책뜰’이라는 독서 캠핑장 콘셉트의 독서 힐링 공간이 특별하다.
도서관 옆의 경사진 숲길을 따라 걸어 오르는 길은 비밀스러운 정원에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가끔 사람들이 나지막이 말하는 ‘나만 알고 싶은 곳’이다. 그 언덕 나무들 사이에 오두막을 연상시키는 다섯 개 동의 독립적인 공간 ‘책뜰’이 앉혀졌다. 백리향, 산수국, 바람꽃, 물봉선, 금강초롱(장애인 우선 예약). 각 캐빈마다 붙여져 있는 이름은 광교호수공원 산책길에서 만날 수 있는 계절 꽃인데 시민들의 제안으로 지어졌다.
내부에 드니 초록 이끼로 덮인 굵다란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신비한 트리하우스 느낌이다. 책뜰 주변을 알싸한 숲 내음과 푸른 기운이 감싼다. 오래된 나무들 사이로 작은 새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게 보인다. 3~4평 정도 공간에 편안한 의자 몇 개와 작은 테이블, 그 위엔 책 받침대 하나, 옆쪽으로 안내 자료와 책이 꽂힌 서가가 전부다. 창문을 열면 아담한 전용 테라스도 있다. 문을 닫으면 소음이 완전히 차단된다. 빈백 체어에 깊숙이 앉아 멍하니 밖을 내다보고 있으니 평온함이 온몸에 퍼진다. 이런 호사라니. 비로소 크게 숨을 쉬고 느리게 책장을 넘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다.
사계절 언제나 책을 읽든 숲멍을 하든 오롯하게 사치스러운 쉼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 3시간의 이용 시간 동안 자신만의 내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볼 수 있다. 친구나 연인,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독서와 힐링의 시간을 나누기도 한다. 소풍 나온 만족감과 함께 충분한 사색과 쉼을 주는 3시간이다. 여기에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책이 있는 정원 문화, 영흥수목원
빽빽한 빌딩과 아파트의 도심 속에 숲과 연결된 수목원이 자리 잡고 있다. 새롭게 숲속 산책로가 구현되었다. ‘더 살아 있는 정원을 시민의 일상 속으로’라는 의미를 갖고 정원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되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분수가 솟아오르는 온실 앞의 이국적인 풍경을 지나 아열대 식물을 주제로 꾸며진 온실에는 망고 열매가 매달려 있다. 무엇보다 마음을 끄는 것은 수목원 입구의 책마루였다. 이 지역의 식물이나 정원 도구 전시실 등을 돌아보고 나면 계단 형식으로 만들어진 마루에 그냥 앉아 책을 읽는다. 숲과 책의 어울림이 아름다운 공간이다.
광교 도심을 한눈에, 프라이부르크 전망대
광교푸른숲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몇 걸음 숲으로 나가 산책길에 들어서면 도서관 뒤편으로 우뚝 선 탑이 보인다. 프라이부르크 전망대(Freiburg Observatory). 세계적인 환경 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전망대와 같은 형태라고 한다. 환경 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시와 프라이부르크시가 자매결연을 맺어 의미를 더하는 전망대다.
건물 10층 정도인 33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광교 도심을 360도 조망할 수 있다. 각 층마다 카페, 전시관, 쉼터, 전망대가 이어진다. 남쪽으로 탁 트인 전망으로 내려다보이는 원천호수와 빌딩들의 스카이라인이 압도적이다. 전망대 밑에는 ‘풀빛누리 광교 생태환경체험교육관’이 있어서 환경을 살피는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호수공원 주변 산책길에서는 자작나무 쉼터와 하늘정원, 수초섬 등 계절별로 변화하는 호수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운치 있는 자연 생태 속으로, 신대호수
광교호수공원 중앙에 조성된 공원 산책로는 원천호수와 신대호수로 연결되어 있다. 프라이부르크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내려다보였던 신대호수 쪽으로 걸어가면 금방 이어진다. 도심 속 호수공원을 잇는 순환 보행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을 누린다. 신대호수 쪽 수변 보행 데크에 들어서 둑방길 방향으로 쭉 걸어가면 연꽃이 피어나고 뿔논병아리가 노니는 곳이 나타난다. 이처럼 습지식물과 야생 조류들이 살아 있는 생태계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안개 낀 이른 새벽의 몽환적 풍경과 해 질 무렵의 노을 풍경이 더없이 멋진 신대호수는 모든 시민의 생활 속 휴식 공간이다.
광교박물관, 아트스페이스 광교
실내에서 즐겨볼 만한 곳으로는 광교박물관이 있다. 광교의 역사와 도시 변천사를 알려주고 다양한 체험도 준비되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2층에는 대한체육회장을 역임했던 소강 민관식 님의 이야기와 올림픽을 비롯해 한국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이 가득하다. 유명 선수들의 기증품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문화예술 공간 아트스페이스 광교는 지역의 풍부한 문화예술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갤러리아 광교 옆 수원컨벤션센터 지하 1층에 위치한다. 광교중앙역에서도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전시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대부분 무료 관람이다.
광교푸른숲도서관 책뜰 이용 방법
대상 수원시도서관 관외대출회원(정회원) 이용 인원 최대 4명 운영시간 1회 09:30~12:30 2회 14:00~17:00 / 3시간 예약 신청 수원시도서관 홈페이지(www.suwonlib.go.kr) ‘푸른숲 책뜰’ 예약 기간 매월 1일 10시부터 선착순 이용료 1만 원
동해를 끼고 있는 동해시의 인상은 밝다. 시원한 눈매를 가진 사람을 바라볼 때처럼 상쾌한 기분을 안겨주는 해변 도시다. 바다는 어쩌면 동해시의 모태이거나 모성이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수산물로 생존을 이어온 게 아닌가. 수려한 바다 풍경만으로도 동해시는 복 받은 땅이다. 저 웅장한 만경창파를 보라. 아스라이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을 보라. 푸르디푸르러 아찔하다. 이 바다에선 아침마다 붉은 해가 솟아오른다. 그래 동해시를 찾아드는 여행자가 숱하다. 그들은 드넓은 바다를 가슴에 담는다. 태초의 일순을 보여주듯이 장엄한 일출을 감상한다. 일출 명소는 촛대바위로 유명한 북평동 추암 일원이다. 해돋이 장소 중 한국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곳이다.
추암해변에선 기암괴석들의 전시회가 성황리에 펼쳐지고 있다. 능파대(凌波臺)라 부르는 바위 군락이 해안 경관을 북돋워 절경을 연출하는 게 아닌가. 가히 자연이 펼치는 예술제전이다. 장구한 세월 속에서 바람에 닳고 파도에 깎인 바위들의 묘한 형상이라니. 자연에 속하는 모든 것이 그렇듯, 능파대 역시 사람의 상상력을 능가하는 자연의 재능을 웅변한다. 이처럼 빼어난 능파대는 조선이 낳은 걸출한 화가 단원 김홍도의 화첩에도 등장한다. 단원은 금강산과 관동팔경 지역을 여행하며 명승 60폭을 그려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을 만들었다. 거기에 능파대를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 한 점이 포함돼 현존한다. ‘능파’(凌波)란 ‘물결 위를 걷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가인(佳人)의 가볍고 우아한 걸음걸이를 이르는 말이다. 능파대란 그렇다면 미인의 섬려한 거동처럼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 풍경을 보는 안목에 서정과 낭만이 서려 있다. 조선의 정치가 한명회가 그 이름을 지어 붙였다.
능파대 곁엔 정자가 있다. 해암정(海巖亭)이다. 간결하고 담백한 정자다. 자그마하고 덤덤한 모습이라 정자 앞에 서서 바라보면서도 정작 눈에 쏙 들어오지 않을 수 있는 건물이다. 멋스럽기보다 예사롭다. 그 무슨 미학적 작위를 구태여 구사하지 않은 집이다. 하지만 유서 깊은 해변 정자다. 고려 말 공민왕 때인 1361년에 삼척 심씨의 시조 심동로(沈東老)가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건립했다. 이후 화재로 스러진 걸 조선 중기인 1530년에 7대손 심언광이 중건했으며, 1794년에 또다시 지어져 현재의 모습을 지니게 됐다.
해암정은 작은 규모만큼이나 구조도 간명하다.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구성해 팔작지붕을 얹었다. 들어 올릴 수 있는 창호 문을 단 정면을 제외한 3면엔 모두 판문을 설치했다. 이채로운 건 처마 아래 걸린 현판이 세 개나 된다는 점이다. 가운데엔 나는 새도 떨어뜨렸다는 우암 송시열이 능란하게 붓을 휘저어 쓴 해서체 편액이 있다. 우암이 예송논쟁에서 패하고 함경도로 귀양 가는 길에 들러 쓴 글이란다. 오른편엔 심동로의 18대손 심지황이 쓴 전서체 편액이 걸려 있다. 왼편엔 해암정 뒤편 능파대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종소리에 빗대어 ‘석종람’(石鍾襤)이라 쓴 해서체 현판이 보인다. 이건 송강 정철이 쓴 것이라 하나 정확하진 않다. 정자 내부 벽면엔 시판과 기문 다수가 걸려 있다. 세상의 꿍꿍이로부터 등 돌리고 해변에서 독락(獨樂)하는 심동로의 지향을 알아채거나 교감하는 글들이 시판에 섞여 있다.
심동로는 해암정과 더불어 노년을 한가하게 지냈다. 창망한 바다가 부여하는 위안과 풍류를 낙으로 삼았다. 그가 벼슬에서 물러난 건 권문세족의 쉰밥 냄새나는 아귀다툼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괜히 바닷가에 바짝 붙여 정자를 지었겠나? 능파대에서 들끓는 파도 소리를 울타리 삼아 속세의 소음과 두절하고 싶은 심정의 발로이지 않았을까. 일찍이 신라의 고독한 천재 최치원은 가야산의 물소리를 방패 삼아 세상 잡음을 물리치고 은거했다. 심동로의 심회가 비슷하지 않았을까. 정치판의 이전투구는 저질러놓은 너희끼리 알아서 하라. 난 해변에서 노닐겠어! 그런 심사이지 않았을까. 그는 공민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노령을 핑계로 벼슬에서 물러났다. 이에 공민왕은 ‘노인이 동쪽으로 돌아간다’는 뜻의 ‘동로’(東老)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이렇게 동으로 돌아온 노인은 즐겨 해변을 소요하며 음풍농월로 회포를 풀었다. 이런 그를 일러 사람들은 ‘동해 바닷가의 선옹’(仙翁)이라 일컬었다지. 해암정을 지을 즈음에 쓴 심동로의 문장이 있다. ‘갈매기와 더불어 바닷가에서 늙으니/ 일생의 행적이 바람결 같구나/ 부귀공명이야 다 헛된 것/ 매미 껍질 벗듯이 일찍이 관직을 버렸네’
감성충전소 ‘논골담길 벽화마을’
이제 묵호동으로 간다. 산이면 산, 바다면 바다, 동해시의 자연경관은 두루 빼어나다. 곳곳에 고유한 승경과 역사와 문화가 스며 있다. 그런데 묵호엔 묵호의 인간사와 사회사, 문화와 풍속, 빛과 그늘을 한눈에 더듬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논골담길 벽화마을’이다. 묵호의 유난한 ‘달동네’였던 언덕배기 마을을 2010년부터 시작한 문화재생사업으로 본때 있게 살려낸 곳이다. 이미 ‘전국구 명소’로 부상했다. 동해시를 찾아오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주로 논골담길로 쏠려 기존 명소들이 예전과 다르게 썰렁해졌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초라하고 침침했던 언덕배기 마을에 와락 생기가 감돌다니.
묵호는 1960~1970년대 한때 번영을 누렸다. 묵호 사람들의 생존 기반이었던 묵호항의 성황 덕분이었다. 석탄을 실어 나르는 항구로, 국제무역항으로, 명태와 오징어 등속이 흔전만전 유통되는 어항으로 이름을 날렸다. 화주(貨主)와 외항 선원, 어부, 잡역부 등 갖가지 인력이 집중됐다. 그러면서 경제 효과가 파급돼 ‘강아지조차 지폐를 입에 물고 돌아다닌다’는 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이 좁은 바닥에 극장이 네 개나 있었다고 하니 말 다했다.
그러나 석탄 산업이 저물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 바다에서 잡히는 게 드물어지면서 묵호항의 전성시대가 곤두박질치기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그러잖아도 내동 궁색했던 달동네의 형편은 더욱 나빠져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그렇더라도 삶은 이어지는 것.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끌어안고 애면글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 떠날 사람들은 떠나고, 떠날 길 없는 사람들은 남아 운명의 횡포에 맞설 수밖에 없는 것. 이렇게 지역의 변천에 따라 달동네 사람들이 껴안고 살았던 애환, 그리고 그 궤적과 사연을 재료로 삼아 예술을 입히고 문화 요소를 돋우어 볼 것 많고 찍을 것 많고 느낄 것 많은 이색 여행지구로 부활한 게 논골담길 벽화마을이다.
이 마을의 골목길은 넥타이처럼 좁고 가랑잎처럼 허름하다. 다닥다닥 밀집한 집들은 하나같이 작고 허술하다. 삶의 파란만장이 한눈에 읽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문화자원을 투입하자 달라졌다. 면밀한 의도로 기획된 다양한 형태의 벽화, 사진, 낙서, 디자인, 공예를 깨알처럼 섬세한 디테일로 흩뿌리자 급변했다. 감성충전소로 변신했다. 언덕 저 아래로 눈길을 던지면 거기에 눈부시게 푸른 동해 바다가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노멀 크러시와 뉴트로를 즐기는 이들에겐 한결 적합한 답사지다. 그 무엇보다 문화재생의 힘과 매력을 실감할 수 있는 마을이다.
오종식 동해문화원장
올가을 ‘2023 지역문화박람회 in 동해’를 펼친다
동해시는 1980년에 삼척군 북평읍과 명주군 묵호읍이 통합되면서 출범했다. 북평 권역은 전통적으로 농경이 성행했다. 반면 묵호 권역에서는 어업을 중심으로 한 상업이 번성했다. 따라서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이질감이 있었지만 40여 년의 동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동해시의 특질에 대한 오종식 동해문화원장의 생각은 이렇다.
“두 권역의 상이점이 섞여 융화되면서 풍부한 문화적 스펙트럼을 갖추게 되었다. 바다와 항만을 모체로 한 어로 문화와 해양 문화가 여실한 한편, 과거부터 이어진 농경 문화와 유교 문화, 그리고 불교 문화 역시 지역 정신의 축을 이루고 있다.”
동해시의 대표 문화자원을 꼽는다면?
“동해시의 모산인 두타산에 있는 천년고찰 삼화사, 그리고 여기에서 행해지는 ‘국행수륙대재’(國行水陸大齋,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25호)를 꼽고 싶다. 천지간의 모든 영혼을 달래고 삼라만상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제례로, 이념 대립과 갈등을 넘어 통합으로 가는 세상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불교예술의 정수를 보여주기도 한다. 매년 가을 삼화사에서 사흘간 공개 행사로 거행된다.”
동해문화원을 이끌며 그간 펼쳐온 주요 사업을 소개해달라.
“‘동해학기록센터’를 설립, 동해시의 역사와 문화 관련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디지털 아카이브 작업을 했다. 청소년을 위한 지역 역사 교재 ‘세상의 아침을 여는 동해시’ 출간과 북카페 ‘소담채’ 조성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동해문화원이 ‘논골담길’ 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했더라.
“그렇다. 우리 문화원의 조연섭 사무국장이 2010년에 ‘논골담길’을 기획하면서 사업이 개시됐는데, 동해시는 물론 마을 주민과 문화 인력이 동참해 진척시켰다.”
‘논골담길 벽화마을’을 답사하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 새롭고 흥미로워서.
“‘논골담길’은 이미 동해시 최고의 명소로 부상했다. 도시문화재생의 모범 사례로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주차난이 문제점으로 대두됐을 정도다. 소외된 ‘달동네’였지만 감성마을로 변모시킨 성과가 이렇게 크다. 동해 바다와 동해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도 매우 빼어난 곳이다.”
올가을엔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하는 ‘지역문화박람회 in 동해’가 동해시에서 열린다지? 어떤 구상과 준비를 하고 있나?
“10월 20일부터 3일간, 동해와 ‘논골담길’이 바라보이는 천연의 무대 ‘묵호항 여객선터미널 공원’에서 펼쳐진다. 주제는 ‘K-컬처, 뿌리를 만나다’로 설정했다. 지역 문화의 가치를 조명하고 미래 비전을 담을 수 있는 최고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공연과 전시는 물론 바다불꽃쇼, 대동한마당, 대한민국 팔도 명인전 등 갖가지 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이 문화박람회에 전국 231개 문화원도 참여해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성대한 문화축제가 예상된다.
금융업에 몸담은 지 50년. 투자자들에게 장기투자와 분산투자의 원칙을 전하고 노후 설계의 필요성을 전파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76세인 지금도 현장에서 1년에 170번 이상의 강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산관리 방법을 전하는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의 이야기다.
강창희 대표는 한국거래소에서 시작해 대우증권을 거쳐 현대투신운용사와 굿모닝투신운용사 대표직을 역임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 그룹 부회장 겸 은퇴연구소장으로 9년을 일했다. 지금은 9년째 사회공헌 조직인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금융업에 첫발을 들일 때만 하더라도 자신이 은퇴 교육이나 노후 설계 교육을 하고 있으리라 상상도 못 했다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노후자산 관리에 대해 물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연금
노후 대비 자산관리는 노후를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세 가지 자산을 잘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세 가지 자산은 실물자산, 금융자산, 인적 자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산관리라고 하면 “몇 억이 있으면 노후가 충분하냐” 묻지만, 강창희 대표는 100세 시대에 이 질문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자산관리라고 하면 돈을 버는 것만 생각하는데, 주어진 상황에 맞춰 사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자산관리에 포함됩니다. 절약도 자산관리라는 의미지요. 매달 받는 연금이 있는지,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균형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 인적 자원 관리를 잘해서 내 몸값을 높이고 있는지, 내 수준에 맞춰 생활하고 있는지 등이 중요합니다.”
노후에 얼마가 필요할지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시골에서 사는가 도시에서 사는가, 1인 가구인가 4인 가구인가, 어떤 취미를 즐기는가, 여행을 1년에 몇 번 갈 것인가 등 노후에 어떤 삶을 보낼 것인가에 따라 필요한 생활비 수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강창희 대표는 ‘몇 억이 있어야 노후가 준비됐다’는 고정관념을 조금씩 바꿔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얼마를 준비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생활수준을 어디에 맞출 건지가 중요합니다. 주어진 상황에 맞춰 사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것을 ‘경제적 자립’이라고 합니다. 노후 생활비가 모자란다고 해서 실망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면 노후 대비 자산관리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묻자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연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퇴직연금을 굴리면서 자산관리의 기본 지식을 쌓아가야 한다.
“1980년대 우리나라 노인의 72%가 자녀의 도움으로 수입을 충당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4%가 자녀의 도움을 받습니다. 연금을 준비해서 30년 동안 매달 300만 원씩 받으면 12억 원 정도의 예산이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걸 돈이라고 생각 안 해요. 20~30대 직장생활 시작과 동시에 3층 연금이라고 하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준비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3층 연금을 준비했다면 농지연금, 주택연금 등 공적·사적 연금으로 최소 생활비를 확보하는 것이 노후 대비 자산관리의 시작입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소 생활비를 공적·사적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준비를 하는 나라가 선진국이에요.”
부동산·금융자산 균형 찾아야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은 대부분 실물자산, 그중에서도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 65세 이상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80~90%에 이른다. 강창희 대표는 주택연금 등을 꼭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는 노인 대국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에는 빈집이 넘쳐난다. 자식들은 부모의 집을 상속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히려 웃돈을 얹어 집을 팔아야 할 처지까지 왔다. ‘아사히신문’은 지금의 부동산(不動産)은 부(負)동산이 됐다고 진단했다.
“마이너스 동산 시대가 왔다는 거죠. 과거 수명이 짧았을 때는 자식에게 집을 물려줘도 됐지만, 부모가 90세가 되면 자식도 60대입니다. 노인이 노인에게 집을 물려주는 셈이죠. 일본 경제가 한동안 침체된 이유 중 하나가 노노(老老) 상속입니다.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젊은이들에게 자산이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70이 넘어 집을 상속하는 것보다 주택연금으로 생활비를 받아 손주 학비에 보태주는 게 더 나을 수 있어요. 10억 원 가치의 집에 살아도 현금이 없으면 빈곤한 노인입니다.”
자식에게 부양을 기대할 수 없고, 자식을 부양할 수도 없는 시대다. 강 대표는 오히려 나이 들수록 고층 아파트에 살지 말라고 조언한다. 고독사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비싸고 평수 넓은 아파트보다 걸어서 장을 볼 수 있고, 문화시설이 가깝고, 병원이 가까운 작은 평수의 집으로 다운사이징하고, 차액은 노후자금으로 활용하는 게 낫다는 것. 이제는 집을 자산의 관점으로 봐야 할 때가 왔다.
더불어 위험관리도 시작해야 한다. 노후 파산의 원인으로 꼽히는 다섯 가지 리스크는 은퇴 창업 리스크, 금융사기 리스크, 자녀 리스크, 건강 리스크, 황혼이혼 리스크다. 40대라면 건강관리가 우선이다. 중대 질병보험 등으로 의료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자녀 리스크 관리도 이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교육비, 자녀 결혼 비용을 어떻게 준비하고 쓸지 계획하고 자녀의 경제적 자립심도 키워줘야 한다. 강 대표는 자녀의 경제적 자립을 도울 수 없다면 증여를 서두르는 게 답은 아닐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평생 일할 각오를 하라
50대가 넘어서면 앞서 말한 부동산 자산의 비중을 점차 금융자산으로 이동해야 한다. 부동산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집값이 떨어지고 부채가 많다면 ‘하우스푸어’(House Poor)가 될 수 있다.
“부채를 줄이고 어떻게든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반반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가계자산의 구조조정을 시작하는 것이죠. 다음으로 할 일은 퇴직하고도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는 거예요.”
최소 연금이 준비되었다면 인적 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몸값을 올리라는 이야기다. 강창희 대표는 세 가지 자산 중 인적 자산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평생 현역”이라고 강조했다. 옥스퍼드대학교의 마틴스쿨은 2033년까지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직업이 사라지는 시대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일이 생기는 시대이기도 하다.
“창직의 시대가 오는 겁니다. 기왕이면 청년 세대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청년 세대가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 요즘은 퇴직하고도 2~3개의 직업을 가지게 되죠. 지금부터 퇴직 후에 할 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얼마를 버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핵심입니다.”
미국에는 약 200만 개의 NPO(제3영역의 비영리단체)가 있다. NPO는 정부나 기업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 노후가 준비된 미국 은퇴자들은 현역 시절 받았을 수입의 3분의 1만 받고 NPO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강 대표는 노후 준비가 다 되어 있어서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어도 일은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76세의 나이에도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후에는 3대 불안이 있습니다. 돈, 건강, 외로움이에요. 우리는 은퇴 후의 삶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확실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저는 은퇴 후 살아갈 시간을 ‘퇴직 후 12만 시간’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엄청나게 긴 후반 인생을 무얼 하며 살아야 할지 준비해야 하는 거예요.”
강창희 대표는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일할 능력이 있고 의향이 있다면 충분하다는 것.
“지금 노후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해서 큰일 나는 게 아니고, 평생 현역으로 살아갈 마음가짐으로 하나씩 준비해나가면 행복한 노후를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로컬브랜드 상권 육성 프로젝트가 이태원에서 시작을 알렸다. 소상공인들을 1조 원의 기업가치가 있는 유니콘 기업형으로 육성하고, 지역의 상권이 글로컬(글로벌+로컬)로 거듭나도록 만들 계획이다.
지난 1일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이자 이태원 상권 회복 프로젝트로 진행된 팝업스토어 ‘헤리티지 맨션’이 문을 열었다.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은 로컬크리에이터와 소상공인의 협업으로 지역의 인적·물적 자산을 연결하고, 상권관리 모델 도입과 자체 역량 강화를 통해 골목상권을 브랜드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5월 서울 이태원(어반플레이), 인천 개항로(개항마을), 공주(제민천), 군산 영화타운((주)지방)을 ‘로컬브랜드 상권 창출팀’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2일 이태원에서 간담회를 열어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의 시작을 알리고, ‘헤리티지 맨션’을 둘러보며 이태원 소상공인을 응원했다.
이영 장관은 “퇴근하고 대중교통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그 길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면 어떨까? 동네가 바뀌면 온 동네 사람들이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생활 속 창업에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방문하는 이태원의 독특한 문화, 역사, 가치들을 모아 상권을 개발하고자 했다”면서 이태원 상권 회복을 응원했다.
이태원에서 지역 소상공인들과 협업해 헤리티지 맨션을 기획한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는 “우리나라 로컬크리에이터의 시작은 이태원”이라면서 “이태원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는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상인 700여 명의 감사의 뜻을 담아 제작한 감사패를 이영 장관에게 깜짝 전달하기도 했다. 유태혁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회장은 “(지난해 참사 이후)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 (중기부 지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희망을 보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중기부는 소상공인을 기업가로 키우는 지원 사업들을 연계할 계획이다. 지역의 상인들을 ‘라이콘’(라이프스타일 유니콘)으로 성장시키고, 지역이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하는 글로컬 상권으로 재도약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이번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에 선정된 지역 중 이태원 헤리티지 맨션을 시작으로 공주 제민천 창업실험실, 마계인천 유니버스, 군산 술익는 마을 순으로 팝업스토어, 축제, 네트워킹 데이가 연속 개최된다.
이태원의 낮과 밤 담은 “헤리티지 맨션”
헤리티지 맨션은 도시 콘텐츠 전문 기업 어반플레이가 이태원의 로컬크리에이터, 소상공인과 협업해 만든 팝업스토어다. 독특한 지역성을 가진 이태원의 문화와, 시대를 선도하는 문화를 제안해온 이태원 구성원들의 유산을 담은 공간이다.
이날 헤리티지 맨션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했다. 오후 4시가 되자 DJ의 디제잉이 이어지며 마치 클럽에 온 듯한 느낌도 주었다. 헤리티지 맨션 자체가 곧 이태원이었다.
최은지 어반플레이 PD는 “9월 한 달 동안 앵커스토어인 헤리티지 맨션 팝업스토어를 중심으로 8군데의 지역 상인들의 공간에서 동시다발적 프로그램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헤리티지 맨션에 방문하면 누구나 웰컴키트를 받을 수 있다. 이 안에는 이태원의 헤리티지(유산)를 보여주는 헤리티지 프로젝트에 관한 설명과 함께 이태원 일대를 돌아다니며 모을 수 있는 키링이 들어있다. 봉투 안의 키링을 가지고 쿠폰에 적혀있는 공간을 방문해 1만 원 이상의 소비를 하면 각 카테고리별 색깔의 열쇠 모양 키링을 받을 수 있다.
맨션 1층에는 웰컴레코즈(WELCOME RECORDS), 웝트(WARPED)의 제품들을 볼 수 있다. 한 편에는 이들을 지원하는 위스키 브랜드 짐빔의 하이볼을 맛볼 수 있는 부스가 있고, 옆에서는 매주 금, 토, 일 오후 4시부터 저녁 10시까지 DJ들의 릴레이 공연이 이어진다.
2층에는 암스테르담에서 믹스미디어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전윤일 작가가 이태원에서 7일 동안 실제로 살면서 담은 기록들을 전시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태원의 색깔을 담은 F&B 부스가 운영된다.
3층에서는 비슬라(VISLA) 매거진의 ‘이태원의 낮과 밤’을 주제로 한 전시를 볼 수 있다. 전시에 담겨있지 않은 이태원 사진들은 포스터로 구매할 수 있다. 한편에는 관광특구도시인 이태원의 특징을 담은 굿즈가 판매된다. 보이롱페이스 작가와 협업해 그래피티를 넣은 티셔츠와 이태원 도시 명칭과 함께 헤리티지 맨션의 위도와 경도가 그려진 수건 등이 있다.
또한 매주 금요일에는 댄스 등의 공연이 열리며 매주 일요일에는 플리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헤리티지 프로젝트는 오는 9월 24일까지 진행된다.
‘이태원’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단연 DJ 문화일 것이다. 웰컴레코즈는 DJ들을 서포트하기 위해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번 헤리티지 프로젝트에서도 DJ를 지원하기 위해 헤리티지 맨션과 컬래버레이션 한 LP를 선보이며, 볼레로(BOLERO)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웝트는 서브컬쳐나 발굴되지 않은 문화를 옷으로 표현한다. 홍콩, 뉴욕 등 전세계 아티스트들의 러브콜을 받는 팀이다. 헤리티지 맨션에서 선보인 옷들은 해외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것들로 국내에는 없는 수입 제품들이다.
전윤일 작가는 7일간의 이태원에서의 생활을 기록했다. 실제 이곳에서 소비한 영수증, 필름, 가게의 소품으로 만든 오브제 등을 선보인다. 또한 이태원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태원의 헤리티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태원이 어떤 의미인지를 묻고 담은 다큐멘터리도 상영한다. 이태원 곳곳에 그래피티 작업을 한 작가의 그래피티도 감상할 수 있으며 매주 달라지는 F&B도 즐길 수 있다.
종이 잡지로 시작해 글로벌 에이전시로 활동하고 있는 비슬라 매거진은 서브컬쳐를 주류로 끌어오는 힘이 있다. 이태원 출신의 사진작가들을 섭외해 ‘이태원의 낮과 밤’을 담았다. 낮에는 조용하고 비어있는 듯한 이태원이 밤이 되면 화려하고 다양한 문화가 섞이는 이중적인 모습이 이태원의 매력이라는 점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지방 소멸 대응책으로 지역을 오가는 ‘생활인구’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31일 공주기독교박물관에서 진행된 ‘2023 제민천 포럼×재도전프로젝트’에서는 지역 소멸 대응 방안으로 생활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번 ‘2023 제민천 포럼×재도전프로젝트’는 중장년층과 지역의 관계성 및 관련 현안에 관한 토론의 장으로서 사업의 방향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열렸다. 실제 사업을 진행하면서 경험한 성과와 시행착오 등을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에서 주관하는 ‘2023 재도전프로젝트’는 중장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지역에 맞춘 다양한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지역 살이 재도전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날 행사는 인구 감소, 지방 소멸, 중장년, 지역 살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발표를 진행한 1부 프로그램과 재도전프로젝트 사례 발표와 공주 지역 살이 프로그램을 체험해보는 2부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생활인구는 서울시가 2018년 제시한 새로운 인구 모델이다. 출퇴근, 관광, 의료, 등하교 등을 목적으로 지역을 찾는 인구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이날 행사에 모인 전문가들과 참가자들은 인구 감소시대에는 더 이상 지역 이주가 지방 소멸 대응책이 될 수 없으며, 지역에 생활권을 두는 생활인구를 늘려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지방 소멸 대책 ‘생활인구’에 주목
기조 강연은 ‘인구감소라는 정해진 미래, 로컬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조영태 서울대학교 교수(인구정책연구센터장)가 맡았다.
조영태 교수는 “인구의 흐름은 정해진 미래이지만,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대응하며 미래를 바꿔가야 한다”면서 “로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해진 미래를 바꾸려면 ‘인구’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며, 지역의 공간 구조가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지역의 인구를 늘리는 데 목표를 두기보다,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 것에 대비하고 현재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악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도시의 개발과 발전에 도시 설계 초점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도시의 공간을 재구조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주 인구뿐 아니라 지역을 오가는 생활인구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국토를 균형 있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로컬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생활인구를 고려한 공공정책과 지역에 필요한 것을 탐구해 바꿔나가는 민간기업(특히 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영태 교수의 기조 강연에 이어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가 ‘시니어와 지역, 새로운 길 탐색’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이보람 대표는 “신중년들이야말로 지역에서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세대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수도권에서 태어난 청년들이 지역으로 이주하는 데는 많은 허들이 있지만, 지역에서 태어나 수도권으로 이주했던 신중년은 청년보다 지역에 대한 친밀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요즘 신중년은 자신을 위한 소비도 적극적으로 하지만, 자신을 위한 생활을 찾아본다. 건강이 중요한 은퇴 후 인생 3막을 보내기에 지역이 적합할 수 있다”면서 “지역은 넓고 할 일은 정말 많다”고 전했다. 다만 “자신이 생각하는 지역에서의 생활이나 비즈니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지역의 좋은 사례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윤정미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소멸 실태와 대응 정책’을 발표했다. 윤정미 연구위원은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활인구라는 새로운 개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생활인구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워케이션이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재택근무를 경험하자 네이버와 같은 IT 기업을 시작으로 유통 회사들도 직원들의 워케이션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윤 연구위원은 워케이션 수요를 늘려 생활인구로 연결하려면 “아이가 있는 부모 근로자들의 자녀 동반 가능 워케이션을 고민할 필요가 있고, 지역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소개할 것인가도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에서 찾는 인생 2막, 중장년 반응 뜨거워
이날 행사의 2부 프로그램에서는 이선영 씨앗 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의 완주 재도전프로젝트 사례와 권오상 주식회사 퍼즐랩 대표의 공주 재도전프로젝트 사례 발표, 노재정 협동조합 주인 이사장의 부여 재도전프로젝트 소개가 이어졌다.
완주와 공주 재도전프로젝트는 지역에 먼저 정착한 또래 중장년과의 만남과 현장 체험 등을 제공하고 참가자의 지역 살이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는 장으로 구성됐다. 중요한 점은 농사만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델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장년들의 가장 큰 수확은 ‘소속감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지역에서 살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을 공감하는 또래가 생겼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지역에 또래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는 것.
이선영 대표는 “본인이 지역사회에 가서 새로운 삶을 꿈꾼다고 말했을 때 중장년의 경우 긍정적인 피드백이나 공감을 받아본 경험이 없었다”면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 굉장히 좋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지역에 관심이 있는 중장년층이 서로 만나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처럼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연대 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오상 대표는 “본인이 생활하던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꿈꾼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라면서 “행안부의 재도전프로젝트는 그런 의미에서 중장년과 청년의 재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년층의 지역 살이에 대한 관심과 몰입도가 무척 좋았다”면서 “도시에서 가지고 있는 본인의 커리어나 관계망,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들을 도시에서 지역으로 이동해 어떻게 하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그들의 주된 고민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귀농귀촌이 아닌 다른 형태의 지역 이주를 고민하는 중장년들의 관심이 높았다는 평가다.
권 대표는 “청년들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 중장년들은 한 사람의 세계가 지역으로 이동하는 느낌이었다”면서 “여러 지역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중장년의 세계와 지역을 연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요소들을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현업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전문성을 쌓았지만, 현재 업무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중장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팀으로 협력할 수 있는 중장년 △은퇴하고 나의 재능을 가지고 봉사하고 싶은 중장년이라면 지역에서 더욱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노재정 협동조합 주인 이사장은 곧 진행될 부여의 재도전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결국 어디에서 사느냐보다 누구와 무엇을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지역에 다녀간 사람들이 커뮤니티 자본으로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로 지역의 혁신성을 만들어내는 데 한계를 느끼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하고 외부에서 오는 분들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