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직도 통화만 하니?" 친구들 사이에서 '인싸'될 시니어 앱 7가지
- 나이가 들수록 눈은 침침해지고 기억력도 자꾸 흐려진다. 복잡한 것도 딱 질색이다. 아들딸이 써보라고 거금을 들여 사준 스마트폰은 6070 시니어에게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스마트폰의 여러 가지 기능을 활용하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던데, 먼 나라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정작 전화 통화나 카카오톡 메신저 정도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만 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100%, 아니 200%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까? 스마트폰을 똑똑하게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잘 써야 한다.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설치돼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아이폰 ‘앱스토어’ 검색창에서 원하는 앱 이름을 입력해 검색한 뒤, 해당 앱 '설치' 버튼을 누른 뒤 일정 시간이 지나 홈 화면으로 돌아가면 설치된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조금 복잡한 설치 과정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자녀를 포함한 가족이나 친구, 지인에게 부탁하는 것도 좋다. 수 많은 앱 중에서도 시니어들의 삶에 쏠쏠한 활력을 불어넣어 줄 뿐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 '인싸'가 될 수 있는 앱 7 가지를 소개한다. 인싸는 '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거나 주도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① 집안 경조사, ‘음력 달력’으로 관리하자 젊은 세대에게는 거의 잊혀 가는 풍습이 돼버렸지만, 시니어들은 집안 제사나 명절, 생일처럼 각종 행사를 챙길 일이 많다. 요즘은 종이 달력에도 음력이 표시되지 않는 게 많아 포털사이트에 필요할 때마다 음력을 검색해 찾아봐야 한다. 이 앱은 그런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음력에 관련된 달력 정보는 물론 24절기, 손 없는 날, 세시풍속 등을 볼 수 있어 활용 폭이 넓다. 또 날짜 위 또는 일정 칸에 그림을 그리거나 날짜 색을 변경할 수 있어 손쉽게 일정을 관리할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를 눌러 들어간 후, 검색창에 '음력 달력'을 검색하고 상단에 뜨는 달력 앱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설치하면 된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플레이스토어를 나간 뒤 방금 다운 받은 앱을 눌러 사용해보자. ② 침침함은 가라! 더 크게, 더 편하게, ‘돋보기’ 노안이 슬슬 오기 시작하는 시니어들은 작은 글씨가 불편하다. 눈이 침침하니 자꾸 눈을 비비게 되고, 눈 건강이 더 나빠지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돋보기를 따로 마련하기 부담스럽다면 이 앱을 추천한다. 확대는 물론 고정 촬영 기능, 손전등 기능, 책을 더욱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흑백 반전 기능도 탑재했다. 돋보기 앱은 시니어 일상 생활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가 검색창에 ‘돋보기’라고 검색하고, 설치 버튼을 누르면 다운이 완료된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돌아간 뒤 다운 받았던 앱을 클릭해 사용하면 된다. ③ 걷는데 돈이 쌓인다고? 만보기 앱 ‘캐시워크’ 걸을수록 돈이 쌓이는 만보기 앱 ‘캐시워크’는 100걸음을 걸을 때 마다 1캐시씩 보석상자를 준다. 보석상자를 눌러 캐시를 적립하는 형태로, 하루 최대 100캐시까지 적립이 가능하다. 하루에 만 보를 걸으면 100캐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플레이스토어에서 ‘캐시워크’라고 검색한 후 설치를 완료하고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돌아간다. 그 다음 방금 받았던 캐시워크를 클릭하면, 기본으로 잠금화면이 보인다. 그 상태에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거나 손에 들고 걸음을 옮기면 걸음 수, 걸은 시간, 소비한 칼로리, 거리를 보여준다. 걷기로 건강도 챙기고 조금씩 돈이 쌓여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모은 돈은 나중에 다양한 제휴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④ 키오스크, 더 이상 겁나지 않아! ‘서초톡톡’ 60대 이상 시니어에게 키오스크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키오스크란,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정보 단말기. 주로 정부 기관이나 은행, 백화점, 전시장 등에 설치되어 있으며 대체로 터치스크린 방식을 사용한다. 키오스크가 도입된 지 꽤 됐지만, 아직도 가게 앞에 떡하니 놓여있는 기계를 보면 종업원을 먼저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호기롭게 사용해보려 도전했다 낭패를 본 경험이 있는 시니어도 다수다. 이런 시니어를 위해 서초구에서 키오스크 연습용 앱을 개발했다. 가게마다 메뉴 구분의 차이는 조금씩 있겠지만,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을 들으며 키오스크의 시스템을 찬찬히 살펴보고 기계에 익숙해지기엔 충분하다. 단순히 음식점에 설치돼 있는 키오스크 사용뿐 아니라 시니어가 어려워하는 무인민원발급기, 고속버스 예매 기기, 은행 ATM, 병원 등 다양하게 연습해볼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에서 '서초톡톡' 또는 '키오스크'를 검색한 후 핑크색 앱을 설치한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플레이스토어를 나간 뒤 방금 받았던 앱을 실행해 키오스크와 친해져보자. ⑤ 이 꽃은 이름이 뭐야 뭐야? ‘모야모’ 코로나19로 인해 시니어들은 산과 들 등 자연을 더 많이 찾는다. 이때마다 주변에 피어있는 꽃, 산에 있는 풀들을 보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모야모’에서는 이런 시니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스마트폰으로 식물 사진을 찍거나 갤러리에서 이미지를 선택해 올리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신속하게 이름을 알려준다. 이름뿐만 아니라 식물의 별명, 꽃말, 전설, 약효, 공기정화 능력, 키우기 요령 등 유용한 정보가 담긴 식물도감도 볼 수 있다. 전문 원예업 종사자도 필요할 경우 사용하면 편리하다. 플레이스토어에서 ‘모야모’라고 검색한 후 설치를 완료하고 열기를 클릭하면, 각종 식물들의 정보를 알 수 있다. ⑥ 영탁이 노래, 공짜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찐이야? ‘노래모음’ 시니어에게 트로트란 인생의 활력소다. 최근까지도 시니어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출연진들의 노래를 모아 들을 수 있는 앱이 있다. 유튜브에 일일이 검색하거나 유료 음악 사이트에서 정기 결제를 할 필요도 없다. 원하는 가수의 이름이 적힌 앱을 설치한 후, 앱을 실행하면 해당 가수의 인적사항을 볼 수 있고 관련 SNS 채널, 팬 카페로 연결도 가능하다. 배경화면 다운은 물론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최신 소식도 얻을 수 있어 편리한 ‘덕질(본인이 좋아하는 작품이나 캐릭터, 실제 인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된 2차연성 작품을 찾아보는 행위)’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만약 가수 '영탁'의 팬이라면, 플레이스토어에서 '영탁 노래', '영탁 노래모음' 등으로 검색해 설치 버튼을 눌러 앱을 다운 받을 수 있다. '임영웅'의 노래가 듣고 싶다면 '영웅 노래모음'을 검색하면 된다. 유사한 모양의 앱이 많아 다소 헷갈릴 수 있으나 추천한 앱이 아니더라도 마음에 드는 앱을 선택해 설치하면 된다. ⑦ 서로 예쁜 글, 인삿말 나눠요 '좋은글 꽃편지' 시니어는 서로 좋은 글귀가 있으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해놓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함께 공유하며 안부를 묻기도 한다. 친구가 보내온 사진을 보면 이런 사진은 어디서 구하는지 궁금해질 때도 있을 것이다. 시니어의 감성을 저격한 유형의 글이나 사진만을 모아놓은 앱이 있다. '좋은글 꽃편지'는 글뿐 아니라 건강, 생활 상식도 같이 볼 수 있어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댓글을 달며 인터넷 속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코로나19로 조심스러운 지금, 이 앱으로 적적한 마음을 달래보자. 플레이스토어에서 '좋은글 꽃편지'라고 검색하면 해당 모양의 앱이 나온다. 설치 버튼을 눌러 다운 받고, 홈 화면으로 돌아가 메뉴에서 앱을 실행한 후 찬찬히 구경해보며 다양한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다.
- 2021-06-23 17:53
-
- '사랑의 콜센타' 임영웅, 100만 뷰 넘어설 새 노래는?
- 시니어를 비롯한 많은 시정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미스터트롯’ 임영웅이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에서 ‘100만 뷰’ 돌파를 예고하는 역대급 무대를 또 다시 선사한다. 임영웅은 오는 23일 밤 10시 방송되는 ‘사랑의 콜센타’ 4회에서 다시 한 번 ‘레전드 무대’를 완성시킨다. 불렀다 하면 동영상 조회수 100만 뷰를 훌쩍 넘는 ‘100만 뷰의 사나이’로 통하는 임영웅이 지난 방송분에서 부른 ‘데스파시토’와 ‘상사화’에 이어 또 한 번 우수사원의 넘사벽 클래스를 증명할지 기대된다. 최근 ‘학창 시절 추억의 노래’를 주제로 진행된 녹화에서 2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를 막론하고 트로트로 하나가 된 신청자들은 추억을 되새기며 그 시절 명곡들을 선택했다. 이때 임영웅 팬이라고 밝힌 한 시청자가 진한 감성이 묻어나는 곡을 신청하자 임영웅은 “정말 좋아하는 곡”이라며 반가워하고 노래방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맞춰 신청곡을 열창했다. ‘내일은 미스트롯’ 톱7 멤버들은 임영웅의 노래에 잠시 흥을 내려놓고, 자리에 차분히 앉아 노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첫 소절에 이찬원이 감탄하고, 톱7 멤버들은 멜로디가 끝나기 전에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는 후문이다. 임영웅이 받은 신청곡 곡명은 무엇일지, 그 역대급 무대가 주목된다.
- 2020-04-22 14:15
-
- 장난감 1호 ‘오디오’와 연애하다
- ‘논다’는 건 무얼 의미하는가. 빈둥빈둥하는 것도 노는 것이지만 바쁘게 노는 건 방향이 있고 의미가 있는 놀이일 것이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말처럼 인간은 먹고살기 위한 일 외에는 놀면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놀이에서 예술 활동이나 스포츠 활동이 생겼다는 사실을 보면 논다는 게 단순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다. 혼자서 놀아도 그 방식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내 경우 직장이 없어 노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할 일이 없는 건 아니다. 아내를 도와 집안일을 하는 거야 누구나 할 테고 그런 일을 빼고 나면 취미생활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는 삶의 영역을 노는 것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본격적으로 나의 ‘집에서 혼자 놀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얼마 전 ‘힘들지만 즐거운 여름나기’라는 제목으로 전원생활의 빛과 어둠을 비교해 글을 썼다. 즐거운 것 중 하나로 매실주 담그는 얘기를 했는데 늦가을인 요즘, 애주가로서 그때 담근 매실주를 조금씩 마셔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열심히 골프를 치러 다녔다면 이런 맛을 즐기는 호사를 누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 친구가 은퇴 후 10년이 된 나이인데도 테니스를 열심히 치러 다닌다 해서 좀 부러웠다. 나는 젊은 시절 치다 이마를 다친 후 손에서 놨다. 하지만 코트 위의 검투사처럼 사각 틀 속에서 온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테니스의 매력은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 친구는 체력은 문제없는데 같이 칠 파트너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서글픈 현상이지만 어찌할 것인가. 골프나 테니스에 대한 나의 희미한 갈망은 텔레비전 중계로 풀곤 한다. 재미 들린 작은 농사 스포츠도 에너지를 소모하는 운동이지만 꽃과 나무들을 돌보는 데도 에너지를 많이 쓴다. 꽃나무들은 사올 때처럼 예쁘게 가만 있지 않는다. 보기 흉하게 자라지 않도록 가꿔줘야 한다. 그냥 놔두면 야생의 숲처럼 돼버린다. 하루 작정하고 나가 일하면 겉옷 속옷 할 것 없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린다. 일을 끝내고 샤워 후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면 그 즐거움이 스포츠 활동과 진배없다. 무언가를 생산했다는 보람까지 느끼면 쾌감이 더 오래간다. 꽃나무뿐만 아니라 40~50그루 규모의 블루베리 농사도 짓고 있다. 열매를 1년 내내 생으로 또는 가공해서 먹을 수 있어 좋다. 블루베리는 면역력 향상은 물론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소문이 나 있는데 눈을 좋게 해주는 효능도 크다. 실제로 연전에 돋보기를 맞춰 뭘 읽을 때마다 써보니 영 거추장스러워서 아예 빼닫이에 넣어놓고 있었는데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부터는 지금까지 돋보기 찾을 일이 없다. 한번은 쓰고 다니는 근시 안경이 맞지 않아 안경점엘 갔는데 시력이 더 좋아졌다고 한다. 믿기 어려운 현상 아닌가.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다. 7년 전 블루베리 2년생, 그 어린것을 심어놓고 밤낮으로 물 주며 돌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키가 2m를 넘는다. 커갈수록 일은 더 많다. 잡초 뽑고 오래된 가지 베어내고 더 이상 크지 않도록 긴 가지는 잘라주고, 누운 가지는 지지목을 대주기도 한다. 품종별로 익는 시기가 달라 열매 따기는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또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집어서 따야 한다. 수확 시기가 되면 우리 부부의 블루베리 열매 따기 걱정이 시작된다. 내가 “좀 덜 따고 놔두면 어때? 떨어져서 개미가 먹으면 안 될 일이 있나?”하며 늑장을 부리면, 아내는 “1년 내내 먹을 블루베리잼은 어떻게 만들죠? 그렇게 좋아하는 작은애한테는 뭘 보내주죠?” 한다. 블루베리 농사는 벌써 9년째에 접어들었다. 돈 생기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만둘 수 없는 일이다. 가족들과 나누고 지인들에게도 한 번씩 맛보게 하려면 고생스러워도 해야 한다. 사는 게 그런 것 아닌가. 작은 농사를 지어도 이렇게 배우는 게 많다. 스포츠와 농사를 비교한다는 건 좀 웃기는 일이다. 그렇지만 여럿이 하는 스포츠에 비해 농사는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집중을 하다 보면 나름대로 지혜도 는다. 명품 매실주 담그기 매실주 담그는 재미에도 푹 빠졌다. 애주가로서 담금 매실주를 조금씩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은 매실로 주로 우메보시를 만들어 먹는데, 우리처럼 청매를 쓰는 게 아니라 다 익은 황매를 이용한다. 익은 열매는 나무 밑에 보자기를 낮게 매달아놓고 가지를 털면 잘 떨어진다. 우리 부부는 그런 준비까지 할 여유가 없어서 그냥 긴 대나무 장대로 털어낸 뒤 주워서 모으는 방식으로 수확을 한다. 그렇게 두어 시간 몰입해 작업을 하고 나면 만족감이 든다. 큰 플라스틱 용기에 쌓이는 굵고 누런 매실이 얼마나 듬직해보이던지. 수확 후에는 세척하고 말리는 데 하루를 다 써야 한다. 다음 날에는 큰 유리 용기에 담금용 소주를 붓고 매실주를 담근다. 매실을 저울에 재서 일정량을 쏟아 넣고 거기에 맞춰 소주를 부으면 된다. 자그마치 큰 용기 두개, 작은 용기 한 개. 세 용기에 채워놓고 나면 뿌듯하다. 이런 상태로 5년은 숙성해야 마실 만한 명품 매실주가 된다. 좋다. 5년을 기다려보자 하면서 작업을 마쳤다. 흐뭇한 마음으로. 독서와 음악 감상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지내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항간의 말은 맞다. 알면서도 못하는 건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말 또한 맞다. 학교 다닐 때 취미를 기록해 써낼 때가 있었는데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쉽게 피아노, 바이올린, 축구, 노래하기 등을 써넣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독서, 음악 감상 같은 걸 취미라고 기록했다. 커가면서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한 취미가 없으면 그때마다 독서 아니면 음악 감상이 등장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독서를 취미로 할 만큼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음악을 즐기는 사람도 흔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음악을 좋아하는 걸 큰 다행으로 여긴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노래방을 찾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우리 생활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부분은 실로 엄청나다. 전국노래자랑, 복면가왕, 히든싱어,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케이팝스타, 위대한 탄생, 미스트롯, 미트터트롯 등 텔레비전 프로그램만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노래와 음악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요즘 프로그램만 꼽아봐서 그 정도이지 노래와 함께하는 것들을 다 열거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민족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클래식 듣기를 좋아해 지금도 집에 들어오면 일단 오디오나 텔레비전 음악 채널을 틀어놓는다. 이 글을 쓰면서도 음악을 듣고 있다. 고교 시절, 서울에 올라와 지내는데 어느 날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바이올린 선율을 듣게 됐고 푹 빠져버렸다. 그렇게 ‘대단한 경험’을 하고 나서부터 나는 클래식 음악만 들려오면 귀를 기울이곤 했다. 좋은 오디오와 LP 음반을 많이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어 종종 그 집에 가서 감상을 하거나 빌려와 들어보기도 하면서 음악 감상 취미를 길러왔다. 매혹적인 나만의 ‘소리’에 취하다 20여 년 전 비엔나에서 근무할 때 덴마크 산 뱅앤올룹슨(Bang&Olufsen, B&O)을 제법 비싸게 사서 듣고 다녔다. 그 후 여기저기 옮겨 다닐 때도 늘 잊지 않고 챙겼다. 지금도 제주 집에 놓고 수시로 음악을 듣는다. 나는 한 번씩 서울에 가면 교보문고에 들러 음악 시디를 아낌없이 사온다. 아내는 이 기기에 ‘남편 장난감 1호’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생일 때 선물로 받은 노트북, 소니 카메라는 2호쯤 될 것이다. 어쨌든 이 음향기기는 딱 한 번 고장이 나서 회로를 교체하는 등 수리를 한 적 있지만 아직까지 처음의 성능을 잃지 않고 있다. 무얼 더 바랄까. 내가 듣는 음악, 우리가 듣는 음악은 정말 다양하다. 나는 클래식은 말할 것도 없고 각국의 대중음악을 다 좋아한다. 샹송, 팝송, 칸초네, 칸시온, 컨트리, 탱고, 파두 등등. 라디오 방송 중 클래식 다음으로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KBS클래식FM의 ‘세상의 모든 음악’이다. 세상의 모든 음악 속에는 세상의 모든 삶이 녹아들어 있다. 감상하다 보면 그 사람들과 교류하는 느낌이다. 적어도 그런 감성으로 모든 음악을 듣고 즐기고 이해한다. 스페인 음악을 듣다 보면 ‘코라존(Corazon)’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 번역하면 Heart, 즉 마음, 사랑, 애인이다. 노래를 듣다가 이 가사가 나오면 시공을 초월해 사랑에 빠진 남녀가 상상된다. 클래식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니 이렇다 저렇다 하기는 좀 그렇지만 고전음악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삶의 기본을 생각하게 해주는 느낌이 든다. 대중음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의 감정을 고양된 형태로 표현해주는 데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많은 천재 작곡가들이 온 정열을 바쳐 만든 음악을, 최고의 기예를 뽐내는 천재 연주가들이 빚어내니, 그 소리는 바꿔 말하면 천상의 소리에 지상의 양식이요 품격인 것이다. 그러니 음악에 빠졌다는 건 엄청난 경험이자 행복이라 할 수 있다. 하우스 콘서트를 열다 아마추어일 뿐인 음악 애호가로서 크게 한 번 객기(客氣)를 부린 일이 있다. 부모님을 통해 알게 된 재영 바이올리니스트 줄리아 황이 한국에 요양차 한두 달 머무르는 기회에 남산 언저리에 있는 우리 집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연 것이다. 런던에서 연주활동을 하는 그는 7세 때 영국으로 건너가 바이올린을 배웠고 9세 때 신동으로 등장한 젊은 음악가다. 고교 시절에는 공부를 너무 잘해 케임브리지대학교와 왕립음악원에서 입학 허가를 받고 전자를 선택했다. 1688년에 제작된 과르네리우스의 악기로 연주하는데 그 소리가 형용할 수 없이 좋았다. 그는 나흐트무지크(Nachtmusik)란 이름으로 그날 여섯 곡을 선사했다. 좁은 집이었지만 여남은 명이 참가해 나름 성황을 이뤘다. 처음 해본 하우스 콘서트치고 성공이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제주와 서울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어보고 싶다. 음악 애호가가 많을수록 세상이 평화로워진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순진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클래식 음악의 본질이 그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주 가는 이태원에 루체(LUCE)라는 시니어 아마추어 성악가 모임이 있어 이따금 그들의 연주를 듣는다. 모두 행복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음악의 힘이다. 글 쓰면서 혼자 놀기 집에서 혼자 놀기 중 내 시간을 가장 많이 쓰는 건 글쓰기다. 이젠 취미가 됐다 해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글을 써서 어디 기고를 하면 원고료도 나오니 돈 써가며 하는 취미가 아니라 시간도 잘 보내면서 돈도 생기는 취미다. 글 써서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은 일이라서 어떨 때는 지겹다고 한다. 나는 다르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정기 필진으로 참가하고 있는데 한 달에 한두 번꼴로 글을 쓴다. 주제와 형식이 자유롭다. 단, 원고료는 없어 일종의 재능 봉사라 할 수 있겠다. 글이라는 건 아무 때나 써지지 않는다. 글 한 편 쓰기 위해 평소에 늘 글감을 생각하면서 지낸다. 이게 또한 재미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 어떤 글이 나올까, 그 공연은 어떤 글감이 될까, 저 활동을 하면 어떤 글로 이어질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내니 심심치 않다. 글을 발표하면 주변 친구들과 지인, 동창, 각종 단체에도 보내는데 갖가지 독후감을 보고 듣는 재미도 있다. 글쓰기를 통해 나는 자유를 느낀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쓰지는 않는다. 잘 쓰고 싶은 욕심에 나름의 원칙을 갖고 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한다. 첫째, 읽는 사람이 재미를 느껴야 한다. 둘째,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나는 일로서든 취미로서든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겠지만 이 두 가지 기준에 충실할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한순간 한순간이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한 생각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2019-12-20 10:50
-
- “가수는 꿈에도 없었는데, 운명이란 게 있는 듯해요”
- 1955년생, 베이비붐 세대로서 1978년에 데뷔해 올해로 예순다섯 살. 그러나 이치현의 모습에서 그 세월을 느끼는 건 불가능하다. 1980년대를 휘어잡던 순간의 ‘이치현과 벗님들’ 리더 이치현이 세월을 뛰어넘어 그대로 내 앞에 있는 것만 같았다. 여전한 젊음과 변치 않은 감미로운 목소리, 그리고 음악적으로는 더 성숙하고 테크니컬해진 그의 라이브를 보면 시간을 거꾸로 먹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정도다. 심지어 신곡을 준비하면서 내년부터는 ‘전투를 치르듯’ 전국 라이브 투어를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그를 만나 그의 음악과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밴드로 올해로 벌써 41년째 롱런 중인 이치현과 벗님들은 흔히 ‘한국의 비지스’라 불린다. ‘당신만이’, ‘사랑의 슬픔’, ‘다 가기 전에’, ‘집시여인’ 등의 히트곡들은 이국적이면서도 세련된 밴드 사운드의 진가를 보여주는 곡들이며 여전히 애청되고 애창되는, 시대를 초월한 명곡들이다. 이치현과 벗님들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치현에게는 여전한 젊음과 특유의 우수가 있었다. 그 말을 듣자 그는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수에 젖었다기보다 ‘이 일이 내가 맞는 건가,(웃음) 어쩌다 이렇게 됐지?’ 하며 생각이 많아서 그런 표정이 나오는 거죠.” 반쯤은 농담처럼 한 말이지만, 그는 사실 가수가 될 꿈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만든 명곡들과 그의 감미로운 음색을 생각하면 의외의 얘기였다. 어쩌다 가수가 된 기타리스트 “내가 음악을 시작한 것은 순전히 산타나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죠. 그런데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연주자가 활동하기가 어렵잖아요? 더구나 유명하지도 않았으니 누구에게 곡을 줄 수도 없었고. 그럼 어쩔 수 없이 내가 불러야지.(웃음)” 산타나는 1960년대부터 활동한 라틴 록 기타리스트의 전설이다. 사실 잘 살펴보면 이치현이 그에게 영향을 받은 흔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탁월한 기타리스트로서 여전한 실력을 유지하고 있는 점, 대표 히트곡 ‘집시여인’, 그리고 그의 최근 라이브에서 들려주는 노래들이 라틴 스타일로 더욱 세련되게 편곡됐다는 점이 그렇다. 그러나 라틴 록과 밴드 사운드에 기반을 뒀지만 그가 한 가지 장르만 했던 것은 아니다. 팝 발라드에서부터 신스 팝, 로큰롤까지 다양한 음악적 접근을 해왔다. 그룹사운드를 하면 한 장르를 계속 파야 하지만, 그보다는 음악적 변화를 시대에 따라 맞춰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음악 그만둘까’ 싶었던 순간들 그렇게 대중가요 가수이지만 밴드 사운드에 기반하고 있는 그가 끊임없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밴드를 뚝심 있게 이끌어간다는 것은 외국처럼 장수하는 밴드가 없다는 점을 봐서도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위기는 자기 자신과의 갈등에서 와요. 경제적인 위기는 능숙해요. 워낙 바닥을 치며 올라갔고 무명생활도 오래해서.(웃음) 가장 힘든 게 ‘내 스타일의 음악을 계속해야 하나? 그만둘까?’ 하면서 내 음악에 한계를 느낄 때죠.” 그가 자신의 음악에 한계를 느끼는 것은 시대적인 문제와도 결부된다. 라이브 밴드를 추구하는 음악인들이 설 자리가 많이 사라졌고 가요계의 주류도 밴드 사운드를 유지하기에는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변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얼마 전 7080세대에게 논란이 됐던 KBS의 ‘콘서트 7080’ 폐지 건이 그렇다. 그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콘서트 7080’이 폐지된 데는 물론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죠. 7080시절 음악했던 사람들을 막상 찾아보면 지금 음악을 안 하는 사람들이 더 많거든. 새 앨범을 내지 않고 ‘추억팔기’만을 하는 가수들이 출연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시청률이 떨어지게 됐고요. 음악은 추억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어야 하고 뮤지션은 신곡 활동도 꾸준히 병행해야 하잖아요.” 지나친 쏠림 현상 안타까워 요즘 사회나 기업체들을 보면 7080세대가 주류가 됐다. 이치현과 같은 시대의 가수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스트롯’의 성공으로 트로트가 7080세대의 음악적 대세가 되어가는 중이다. 그 물결이 너무 거세다 보니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라이브 밴드가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는 현실에 그는 더욱 힘들어하고 있었다.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근본적인 차원, 음악적 현실에 대한 고통이었다. “시대의 변화이겠지만, 요즘 가수들은 거의 탤런트가 돼야 해요. 사람들에게 어필해야 하고. 난 그러고 싶진 않거든요. 내 음악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꾸준히 하고 싶은 거니까요. 그래서 억지로 비즈니스를 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러다 보니 이 모양이지.(웃음)” 변화된 음악 현실에 방황도 깊어졌다. 그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2년간 계속 방황했다. “작년 가을과 겨울 사이 미국을 네 번 왔다 갔다 했어요. 한국에 있기 싫어서 미국에서 공연하려고요. 환경이 안 변하면 내가 못 살겠기에. 곡은 안 써지니 밤마다 괴롭고…. 내가 해야 할 음악의 장르를 못 잡는 거예요. 안 그랬거든요.” 소극장 투어로 팬 저변을 넓히다 그래도 그는 마침내 결론을 냈다. ‘좋은 경치를 봤다고 좋은 곡이 나오는 건 아니다’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내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 2016년에 내놓은 정규 앨범 14집 이후 오랜만에 싱글 앨범을 제대로 준비해 선보일 계획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도전에 나섰다. 바로 소극장 공연 투어다. “한 해가 끝날 때 되면 ‘올해 잘 보냈나?’ 싶죠. 나이가 드니 비보도 많이 듣게 되고, 시간도 확 가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버킷리스트는 아니더라도 머릿속에 있는 걸 실행하자고 결심했어요. 그게 내년 3월부터 시작할 전국 소극장 공연이죠. 깨질 때도 있고 힘든 상황도 있겠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부딪쳐볼 거예요.” 그는 이미 1984년부터 5~6년간 무려 1000회가 넘는 소극장 공연을 가진 바 있다. 즉, 소극장 무대의 맛과 즐거움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다. 사실 그래서 작년에는 그런 소극장 무대를 다시 한 번 부활시킨 적도 있다. “관객들이 예전에는 학생들이었는데 이젠 다들 어른이 되어 주차장이 없어서 힘들어했는데(웃음) 공연은 꽉 차서 끝났어요. 그분들이 말하길 불편해도 시간이 지나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더라고요. 소극장에서 얼굴 표정을 다 읽고 땀 흘리고 그러는 걸 보면서 함께 공연하는 거니까요.” 음악은 밥 먹고 숨 쉬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본 그의 성정에 대해 생각해보면 짐작 가능하겠지만, 그는 앞으로 나와서 ‘나대는’ 성격이 전혀 아니다. 자신의 성향과 다르게 행동하는 걸 너무 싫어하는 쪽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성향이 남아 있기에, 그의 젊은 시절은 지금보다 더했을 수밖에 없다. “가수는 꿈에도 없었는데, 운명이란 게 있는 듯해요. 제게 음악은 밥 먹고 숨 쉬는 것처럼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었어요. 원래 남 앞에 못 서는 성격인데도 한 거니까요. 그래서 1984년에 4집 앨범 녹음하며 방송을 접고 대학로에 들어갔죠.” 그의 소극장 공연은 대박이 났다. 그리고 가수로서의 즐거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가 인간적으로 변화하게 된 계기였다. “물론 여대생들 앞에서 1000회를 공연한다는 게, 그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그런데 그때 성격이 변했어요. 대화하는 법을 억지로 힘들게 익힌 거예요. 지금도 저는 제가 봐도 어색해요. 그래서 방송 녹화한 게 있으면 가족들하고 안 보죠. 나 혼자만 보면서 반성할 게 뭐 있나, 왜 저랬을까 합니다. 그게 본 성격인 거 같아요.” 무대와 객석은 구분되는 게 품격 그는 프로답게 자신이 대중음악인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자각하고 있다. 그것은 그가 인터뷰 내내 계속해서 ‘음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말한 것과도 관련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느리긴 해도 끊임없이 자신을 대중과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 노정이 어쩌면 이치현이 지속적으로 발전한 근원이었을지도 모른다. “저는 좀 까다로워서 무대 같지 않으면 안 올라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작년부터 후배들이 도와달라고 하면 라이브 카페 같은 데서 공연하기도 했죠. 당연히 환경이 열악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좋아하고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잘되는 걸 보니 거기서 매력이 느껴지더라고요. 대중과 마주하되 자신의 격만 안 떨어뜨리면 되겠다 생각한 거죠. 물론 무대와 객석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그게 품격이니까요.” 칠순이 다가오는 나이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고민하며 밤잠을 설치는 그를 뒷받침해주는 것은 역시 팬들이다. 그의 팬클럽은 회원 수 1500여 명이 가입한 ‘늘벗회’다. 1980년대부터 꾸준히 그를 지지해준, 역사가 깊은 탄탄한 팬들로 그의 공연에 항상 힘이 되어주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즐거움이자 위안 아닐까. 다시 태어나면 건축가가 될 것 음악이 운명이라는 말처럼, 그의 딸 둘도 음악과 관련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딸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한지 목소리가 바뀌었다. “첫째 딸은 플루트를 해요. 스위스에서 유학하고 와서 올해 동창하고 결혼했죠. 결혼 안 시키려 했어요. 들어간 돈이 얼만데.(웃음) 사실 재밌게 살고 있어요. 둘째도 원래는 음악하려고 했는데 너무 힘들어해서 음악심리학으로 바꿨어요. 작은애는 지 편한 대로 자유롭게 살길 바랍니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과 가족들 모두가 음악과 관련이 있지만, 정작 다시 태어나면 음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음악은 본인과의 싸움이 너무 심해요. 다시 태어나면 건축가가 되고 싶어요.” 건축가라니, 의외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그는 중학교에서 미술 관련 상을 휩쓴 기대주였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예고에 진학하지 못해 미술인으로서의 꿈은 접혔다. 하지만 아직 미련이 남아서 지금도 외국에 나가면 건물의 건축 재료를 살펴보고 두들겨본다고 한다. “음악은 사람을 너무 좁게 만들어요. 물론 음악의 세계는 굉장히 넓죠. 그러나 음악인으로서의 삶은 좁아요. 음악 대신 빌딩 하나 지어보고 싶고 그렇죠.(웃음)” 아름다운 황혼의 시간을 기다린다 이치현의 가족들 중 음악과 관련이 없는 사람은 그의 아내다. 교육학과를 나온 아내는 도서관에서 살며 자녀들 교육에 평생 매달렸다. 요즘 그는 부쩍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아내에게 못해준 게 너무 많아요. 젊었을 때는 같이 못 놀아줬고 ‘여보, 여보’ 하며 살갑게 다가가는 성격도 못 되고…. 우리나라 부부들이 나이를 먹으면 각자 놀잖아요? 그런데 유럽에 가보면 서로 목도리를 해주며 손잡고 다니면서 카페에 앉아 다정하게 대화하는 흰머리의 노부부가 많아요. 그래서 저도 칠십부터는 같이 손잡고 다니면서 외롭지 않게 해줘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음악은 같은 감성을 함께 느끼는 것이라는 확고한 철학을 가진 그는 감성과 추억으로 버무리고 채워질 소극장 라이브를 준비하면서 벌써부터 신이 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는 거듭 아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아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을 그리는 듯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우선 그가 도달해야 할 음악적 성공의 지지자로 응원해야 할 것 같다. 자신의 할 일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가 아내와 함께 만들게 될 아름다운 황혼을 기대한다. 그 희망이 오늘 이치현을 또 설레게 할 것이다.
- 2019-12-19 10:01
-
- ‘아이돌 말고 레이디돌 모여라’
- 트로트 바람이 뜨겁다. 한동안 침체 됐던 트로트를 향한 대 국민적 관심을 끌어냈던 ‘미스트롯’은 시니어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트로트가 중장년층의 추억을 되살리는 것은 물론 젊은 세대들에게까지 트로트의 새로운 맛을 안기며, 생기를 불어넣으면서 음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트롯가수 양성, 시니어모델 양성, 시니어뮤지컬 배우를 양성하고 있는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대표 차은선)가 시니어 여성6인조 세미트롯댄스그룹을 결성하기 위해 공개모집을 실시한다. ‘레이디돌’ 가수 공개모집 오디션 일자는 11월 29일(금) 오후 1시 남예종 아트홀에서 개최된다. 참가대상은 4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가수를 희망하고 음악적 감각이 있는 여성들이며, 접수기간은 10월 25일(금)부터 11월 26일(화)까지다. 접수는 남예종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공개모집 오디션에서는 MBC ‘놀면뭐하니’에서 유재석의 작사 멘토로 유명한 1200곡의 ‘히트곡제조기’ 이건우 작사가가 심사하며, 선발된 인원에 대해서는 데뷔의 길이 열린다. 남예종 관계자는 “이번 오디션 분야는 보컬, 댄스, 특기 등을 심사하며 최종합격자는 국내 최초 세미트롯댄스그룹으로 활동할 예정이며, 노래, 춤, 끼가 다분한 5060세대 여성들로 멤버를 구축한다”고 전했다. ‘레이디돌’ 제작자는 시니어뮤지컬 감독인 안수현 총감독이 진두지휘할 예정이며, 아모르 파티 작사가인 이건우 교수가 직접 곡을 선물할 예정이다. 안수현 총감독은 “이번 레이디돌 오디션에서 음악을 사랑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시니어들의 도당찬 도전을 기대해본다”며 “활기차고 건강한 50대 꽃중년들의 예능의 꿈을 펼쳐보시라”고 말했다.
- 2019-11-07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