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커덩’ 캐리어 끄는 소리와 활주로에서 대기 중인 비행기, 어딘가 바삐 움직이는 승무원의 발걸음. 그리고 손에 쥔 비행기 표까지. 공항이란 장소는 여행이 시작되기도 전 가슴을 한껏 웅장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공간이다. 그 설렘을 잊고 지낸 지 어느덧 2년째다. 여행이 멈춘 세상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휴가철이 되면 하늘 위로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그런 이들이 주목할 만한 곳이 있다. 국립항공박물관이다.
서울 강서구 하늘길 177. 내비게이션에 적힌 주소에 도착하자 드넓은 평지 아래 자리 잡은 거대한 원통형 건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가가 살펴보니 빗살무늬 구조물이 건물을 둘러싸고 반복되는 패턴을 그려낸다. 그 모습이 비행기의 동력 장치인 ‘터빈’을 연상케 한다.
비행기의 심장을 닮은 역동적인 외관에서부터 항공의 모든 것을 담아내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이곳은 지난해 7월 개관한 국립항공박물관이다. 연면적 1만8593㎡,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에 이르는 규모로, 그 이름처럼 하늘에서 펼쳐지는 거의 모든 이야기를 아우른다. 새의 날개에서 영감을 받아 글라이더를 띄우던 시대의 역사부터 우리나라를 오늘날 항공 강국으로 만든 각종 산업과 에어택시 가 날아다닐 공항의 미래상까지, 항공 분야의 면면을 다양한 전시물과 체험 시설로 소개한다. ‘하늘길’이라는 도로명 주소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상공에서 만난 민족의 얼
박물관의 정체성을 나타내던 외관의 구조물이 내부에서는 또 다른 각도로 존재감을 뽐낸다. 안으로 입장해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면, 둥그런 천장이 빗살무늬로 퍼지는 채광과 만나 제트 엔진의 형상을 그대로 재현한다. 본격적인 여행은 지금부터라는 듯, 천장 주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거대한 항공기가 관람객을 반긴다.
전시는 국내외 비행의 기원과 발전을 살펴볼 수 있는 1층 ‘항공역사관’부터 시작된다. ‘인간에게 하늘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해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면서도 갈망했던 옛 조상의 염원을 각종 유물과 문헌으로 소개한다.
다양한 전시물 가운데 라이트 형제보다 300여 년 앞서 우리나라에 이미 ‘하늘을 나는 수레’가 존재했다는 역사적 기록물은 가히 인상 깊다. 임진왜란 당시 무관 정평구가 발명한 유인 비행체 ‘비거’(飛車)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등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저작에 따르면, 왜군에 의해 진주성이 고립되었을 때 정평구가 오늘날의 글라이더와 유사한 비행체를 날려 적의 포위망을 뚫었다고 전해진다. 비거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학계의 논란이 분분하지만, 우리 항공 역사에 새로운 연구 과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의를 지닌다.
그러나 우리 국민에게 비행은 하늘을 난다는 일차원적 의미,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되찾는 ‘구국’의 수단이자 전쟁 중 ‘호국’을 위한 무기였고, 첨단 기술을 활용한 각종 산업으로 ‘부국’을 이루는 계기였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한인비행학교가 있다.
1920년 7월 5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항일 운동을 목적으로 설립한 한인비행학교는 독립을 향한 우리 민족의 염원이 담긴 곳이자 오늘날 공군의 뿌리가 된 역사적인 활동이다. 국립항공박물관이 코로나19라는 악조건을 무릅쓰고 개관 날짜를 지난해 7월 5일로 고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때 당시 훈련기로 사용했던 2인승 복엽기 ‘스탠더드 J-1’은 박물관을 대표하는 전시물 중 하나다. 스탠더드 항공사가 개발한 이 훈련기는 우리나라가 소유한 최초의 비행기로, 수직 날개에 태극 문양이 진하게 새겨 있다.
그로부터 2년 뒤 한국인을 태우고 우리나라 상공을 최초로 비행했던 ‘금강호’도 박물관의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전시물이다. 조선 최초 비행사 안창남 선생이 몰았던 복엽기로, 당시 서울 여의도와 창덕궁 일대를 자유롭게 날던 금강호의 모습은 조국을 빼앗긴 우리 민족에게 긍지를 일깨웠다. 박물관에 설치된 금강호는 복원 모형이지만, 실물 크기를 그대로 재현해 그 압도적 규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국민의 성금을 모아 사들인 최초의 공군 전투기 ‘T-6 건국기’부터 영화 ‘빨간 마후라’에 등장한 한국전쟁의 영웅 ‘F-86 세이버’, 우리 자체 기술로 만든 초음속고등훈련기 ‘T-50 골든이글’ 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항공기를 실물로 만나볼 수 있다.
하늘 위로 꿈을 펼치다
한 층 위로 올라가 볼까. 2층으로 향하는 길목에 설치된 ‘에어워크’는 나선형 경사로로 관람객을 부드럽게 안내하며, 걸어 올라가면서도 실물 비행기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 이동 과정에서 생겨나는 시간의 공백까지 촘촘히 메운다. 보딩 브리지(Boarding Bridge)를 통해 비행기에 오르는 느낌과 비슷해 여행 전의 설렘도 선사한다.
아이를 데리고 방문한 관람객은 2층에 다다르는 순간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짐 찾는 곳부터 입국 심사대, 세관 신고장 등 공항의 각종 시설이 재현돼 있다. 항공 운송 및 항공기 제작, 정비 등 오늘날 항공산업 전반을 다루는 ‘항공산업관’이다. 이곳에서는 수화물 이동 과정, 비행기 이착륙 원리 등 공항과 기내에서 느꼈던 크고 작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2층을 둘러보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더 먼 미래, 인류는 무엇을 타고 이동할까? 비행기 그 이상의 것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이에 대한 해답이 3층 ‘항공생활관’에서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자율비행 드론과 자율비행 개인항공기(OPPAV), 수직 이착륙과 고속비행이 가능한 스마트 무인기 ‘TR-100’ 등 현재 개발 단계에 있거나 완료된 최첨단 교통수단을 전시하고, 미래 인류의 생활상을 예견한다. 이로써 항공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아우르는 공간이 완성된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박물관의 하이라이트가 남아 있다. 최첨단 항공 시설로 생생한 비행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형 교육·문화 공간이다. 관람객은 기내 방송으로만 듣던 안전교육을 전·현직 승무원에게 배워보고, 가상현실(VR)과 360도 회전 장비를 활용한 기기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부조종석에 탑승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5곳의 체험관 중 단연 인기인 것은 ‘조종·관제 체험’이다. 인천공항의 관제탑과 보잉 747기 조종실을 재현한 시뮬레이터에서 비행기 이착륙을 관장하며 관제사와 조종사가 되어보는 시간이다. ‘체험’일지언정 생생함은 실제와 견줄 만하다. 조종실 부기장석에서 이륙을 알리는 기장의 사인과 귓가를 멍멍하게 만드는 엔진 소리, 눈앞에 펼쳐지는 광활한 하늘을 온몸으로 느끼다 보면 앉아 있는 곳이 지상이라는 사실을 깜박 잊게 된다.
체험관을 비롯해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항공다빈치클럽’ 등 박물관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가 눈에 띈다. 이는 어린이에게 항공인의 꿈을 키워주고자 한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의 소망이 반영된 결과다.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은 “박물관을 찾는 어린이들은 앞으로 항공 기술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아이들이 이곳을 통해 꿈을 꾸고, 이루어가고, 먼 훗날 항공인이 되어 돌아와 꿈을 확인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매시 30분마다 조종사 또는 승무원 출신 도슨트가 전시 해설을 진행한다. 더욱 흥미롭게 관람하고 싶다면 시간을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다.
국립항공박물관
관람 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 휴무
입장료 무료(체험 비용 별도)
가는 길 지하철 5호선, 9호선, 공항철도를 이용해 김포공항역 하차. 김포공항 국내선 1층 국립항공박물관 안내표지를 따라 제2주차장 방면 게이트로 나와서 직진, 박물관까지 약 400m. 또는 국내선 1층 4번 게이트에서 공항순환버스 이용.
※블랙이글스 탑승 체험을 제외한 전 체험은 홈페이지(aviation.or.kr)에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어색한 눈 맞춤이 오간다. “저… 당근이세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네 당근입니다.”
꽤나 은밀해 보이지만 동네에서 일어나는 흔한 중고거래의 현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주요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1번 이상 이용한 월간 순 사용자는 1432만 명이다. 스마트폰 사용자 3명 중 1명이 모바일 중고거래 앱을 이용해본 셈이다.
특히 중장년층이 중고 거래 시장에 빠른 속도로 유입되는 모양새다. 회원 수 1875만 명의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는 2019년 상반기 대비 2021년 50대 이상 방문자 수가 10% 이상 증가했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따르면 월간 1500만여 명이 이용하는 가운데 중장년층 비중이 36%까지 올라온 상태다. 이용자 10명 중 4명이 중장년층이다.
중장년층이 중고 거래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에 뛰어든 5060세대가 늘었다. 그만큼 이들도 온라인에 익숙해졌다는 얘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5060세대가 자녀 세대에게 인터넷, 앱 사용을 배우면서 온라인 구매력이 더욱 증가했다”며 “코로나19로 오프라인이 제한되다 보니 온라인 구매가 불가피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잇따른 폐업과도 관련이 있다.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에는 지난해 ‘폐업’이라는 키워드로 400여 개가 넘는 물품이 등록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고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겹쳐 식당과 헬스클럽, 카페, 문방구 등에서 업소용 냉장고, 카페용 실내장식 용품, 새것에 가까운 운동기구 등이 쏟아진 것이다.
또 중고시장에서는 잘만 고르면 새것과 다름없는 제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중장년층이 중고 거래를 통해 과거 익숙한 소비 방식인 ‘알뜰 거래’의 재미에 빠지고 있는 셈이다. 에누리를 통해 서로 가격을 조정해 주는 인심 또한 살아있다. 고가의 기타를 어릴 적부터 기타를 배우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포기했던 할머니에게 나눔 한 사연, 할아버지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기를 사려는 중학생에게 아주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넘긴 사연 등이다.
이 교수는 “5060세대는 가정생활에 무르익은 연령대다. 생활 전반적으로 많은 것이 축적된 세대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갖고 있던 물건을 싼값에라도 나누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며 “중고 거래 시장 뿐 아니라 중장년층의 높은 구매력을 통해 앞으로도 여러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타버스 관련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같이 구현된 가상 세계를 뜻하는 말이다. 1992년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공상과학 소설 ‘스노 크래시’ 속 가상 세계 명칭인 ‘메타버스’에서 유래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는가. 메타버스는 이미 추억 속 인물을 재현하는 기술,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 기술 등으로 우리 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희망과 긍정을 노래했던 혼성 그룹 ‘거북이’가 오랜만에 무대에서 뭉쳤다.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의 OST인 가호의 ‘시작’을 편곡했다. 신나는 노래인데도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심지어 함께 무대를 꾸미는 멤버들도 터질 것 같은 울음을 꾹 참은 채 노래를 부른다. 가족들도 지켜보며 눈물을 훔치는 가운데 웃고 있는 이는 단 한 사람, ‘터틀맨’뿐이다.
지난해 말 CJ ENM 음악 채널 엠넷의 특집방송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에 방영된 풍경이다. 이 프로그램의 다른 에피소드에선 전설적인 가수 김현식이 박진영의 ‘너의 뒤에서’를 불렀다.
2008년경 터틀맨은 사망했다. 김현식은 1990년에 사망했고, ‘너의 뒤에서’는 1994년 발매됐다. 어떻게 이런 무대가 가능한 것일까. 답은 메타버스 기술에 있다. 엠넷은 음성 복원 기술을 활용했다. AI가 터틀맨과 김현식의 목소리를 학습하고 분석한 뒤 각각의 목소리로 새롭게 노래를 불렀다. 또 터틀맨과 김현식의 생전 영상도 학습하고 분석해 몸짓과 표정까지 자연스럽게 구현해냈다.
메타버스가 시니어에게 미치는 영역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이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구현될 수 있다. 한 명의 가상 인물일 수도 있고, 새로운 세계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아직 통일되고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는 못하다. 그래도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메타버스를 정리하면, 메타버스에는 실제와 비슷한 세계인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실제 공간에 가상현실을 겹쳐 영상으로 만드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이 있다. 여기에 두 기술을 결합한 혼합현실(MR, Mixed Reality)과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까지 모두 포함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렵도록 사실적으로 구현한 가상 세계가 메타버스다.
AI로 구현된 터틀맨과 김현식 무대의 청중에는 가족들도 있었다. 가족들은 눈물을 훔치며 지켜봤다. 비록 만질 순 없지만 사랑했던 이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에게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살다 보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게 된다. 이별 후 오랜 시간이 흘러서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그리움을 덜어낼 수 있는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현실 세계에서 다양한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일도 다양하다. 메타버스는 공간 제약이 없어 오히려 현실보다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쉽게 외출할 수 없는 요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손쉽게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하면 지금은 갈 수 없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단순 체험뿐 아니라 교육과 훈련에 적용해 차원 높은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할 수 있다. 이를테면 초보 파일럿이 가상 세계에서 비행 훈련을 할 수 있게 도와 사고 위험 없이 비행 숙련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2019년 SK텔레콤은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을 이용해 부천에 있는 축구 꿈나무가 런던에 있는 손흥민으로부터 직접 축구 코칭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다른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메타버스 타고 헬스케어 진입
정치, 경제, 과학, 예술 등 실제 세계를 구성하는 분야는 셀 수 없이 많다. 실제 세계가 다양하다면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시니어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메타버스 분야는 바로 의료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헬스케어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헬스케어는 뇌파와 시선 분석을 통한 치매 진단부터, 가상 공간에서 치매 예방 훈련 프로그램과 재활 치료까지 도우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엠넷 방송이 디지털 휴먼을 소환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해줬다면, 메타버스 헬스케어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현실의 시간을 늘리고, 시니어의 젊음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준다.
AI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룩시드랩스’가 대표적이다. 룩시드랩스는 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해 가상현실 콘텐츠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신질환 여부를 판단하고, 노년층의 치매 위험 정도를 파악해 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사람의 뇌파 관련 데이터를 모았다. 뇌파 변화, 동공 크기 변화, 시선 처리 속도 등의 데이터베이스로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을 판별한다.
룩시드랩스는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인지 건강을 관리해주는 개인 트레이너 ‘루시’를 선보였다. 루시 사용자는 매일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인지 능력을 테스트한다. 뇌파 센서 6개와 시선 추적 카메라를 활용해 전문적인 두뇌훈련시스템을 제공받는다. 사용자는 가상 공간에서 박스를 이용해 공간을 구성하거나, 컨트롤러로 드래곤을 처치하는 등 다양한 게임을 할 수 있다. 사용자가 가상현실 게임을 하는 동안 클라우드 서비스가 뇌파와 안구 운동을 분석한다. 분석된 내용은 이해하기 쉬운 보고서 형태로 제공되며, 태블릿이나 모바일 기기로 가족, 의사와 공유할 수 있다.
메타버스로 기분도 up 몸도 up
KT도 두뇌 개발 및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는 체험 공간 서비스를 출시했다. 바로 ‘리얼큐브’다. 놀이를 위한 공간과 평평한 벽면이 있다면 집에서도 메타버스에 빠져들 수 있다. 리얼큐브 이용자는 콘텐츠 체험용 매트 위에서 벽면에 투사된 가상 공간을 바라보고 노화 방지를 위한 콘텐츠들을 체험할 수 있다. 동작인식 센서가 어르신들의 손짓이나 몸동작을 인식해 특별한 기기 없이도 게임을 조작할 수 있다. 비눗방울 맞혀서 터뜨리는 게임, 몸짓으로 리듬에 맞춰 분리수거하는 게임, 숫자 연산 게임 등이 있다. 공이나 막대기 같은 부자재를 이용할 수 있어 두뇌와 신체를 동시에 활성화할 수 있다.
리얼큐브는 전국 시니어 기관과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 예방과 증상 완화에 이미 리얼큐브를 활용하고 있다. 강남구 시니어플라자, 대구 중구 노인복지관, 용산구 치매안심센터, 동대문구 치매안심센터에서 리얼큐브 콘텐츠를 활용해 체육대회도 열었다. 대구 중구 노인복지관에서 리얼큐브 프로그램을 체험한 어르신은 “생각이 밝아지는 것 같다. 숫자를 계산하지 못했는데 프로그램 체험 뒤 분별력이 생겼다”며 “기분이 좋아지고 운동도 된다”는 체험 소감을 밝혔다.
KT 관계자는 “리얼큐브를 비롯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계속 확대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라며 “이미 협업한 복지기관 외에도 다른 기관에서 요청하면 KT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처음 만나는 메타버스가 시니어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시니어들에게 매력적인 도구다. 오랜 삶과 연륜을 바탕으로 메타버스를 더 풍부하게 만들 가능성도 높다. 엄청난 영향력과 파급력을 몰고 올 메타버스에 올라탄 시니어들에게 메타버스는 어떤 공간으로 어떤 기회를 열어줄까.
제페토로 메타버스 맛보기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제페토’ 앱을 검색한다. 설치 후 앱을 실행한다. 그리고 ‘캐릭터 만들기’ 버튼을 눌러 가상 세계에서 나를 닮은 사람을 만든다. 먼저 생년월일을 입력하는데, 생년월일은 자신이 먼저 밝히지 않는 한 제페토 세계에서 다른 이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전화번호나 이메일로 가입하거나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트위터 같은 SNS와 연동해 가입할 수도 있다. 아이폰 사용자는 애플 계정으로 가입할 수 있다.
셀카를 직접 찍거나 스마트폰 사진첩에서 사진을 선택하면 사진 속 모습을 비슷하게 본뜬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마땅한 사진이 없거나 사진 찍는 게 번거롭다면 표준화된 캐릭터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런 다음 닉네임을 짓는다. 닉네임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제페토 내에서는 ‘코인’과 ‘젬’이 화폐처럼 통용된다. 코인과 젬으로 내 캐릭터에게 입히는 옷과 액세서리를 구입할 수 있다. 처음 시작할 때 주는 8500 코인으로 옷을 살 수 있다. 코인을 다 썼을 때는 출석 후 미션 수행을 통해 코인을 추가로 받으면 된다. 제페토에 푹 빠져 이렇게 받는 코인으로는 부족할 경우 현금결제로 코인과 젬을 얻는 방법도 있다.
코인과 젬으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입었다면 제페토 월드로 놀러 가보자. 유령의 집이나 벚꽃공원처럼 테마가 있는 맵이 있고, 경복궁과 독도, 한강공원처럼 랜드마크를 본뜬 곳도 있다. 제페토 월드에서는 뉴욕과 몰디브, 베네치아 등 세계적인 관광 명소도 방문할 수 있다.
골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넓은 야외에서 적은 인원이 함께 즐길 수 있어 코로나19 ‘청정 지역’이라는 인식이 생겨서다. 광활한 야외 필드뿐만 아니라 지인들끼리 즐길 수 있는 룸 형식의 스크린골프도 인기다.
동시에 골프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급증했다. 일반적으로 골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몸을 격하게 움직이지 않는 운동처럼 인식돼 부상을 경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스윙을 장시간 반복하면 관절과 근육이 손상될 수 있다. 이를 무시하고 방치했다가는 만성 통증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에 골프를 즐기는 중장년층에게 많이 나타날 수 있는 증상 4가지를 꼽아봤다.
1. 어깨 회전근개 파열
회전근개는 어깨와 팔을 연결하는 근육 4개(극상근, 극하근, 견갑하근, 소원근)와 힘줄을 말한다. 어깨 관절이 회전운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안정성을 유지한다. 회전근개 파열은 회전근개 근육이나 힘줄의 퇴행성변화, 어깨 관절과 회전근개 힘줄 사이의 활막 자극이나 염증, 외상이나 무리한 운동 등으로 발생한다. 스포츠 활동이나 외상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
회전근개 파열은 만성 통증을 유발한다. 대표 증상은 어깨 통증으로 주로 팔을 위로 들어 올리거나 아래로 내릴 때 특정 범위에서 통증이 심해진다. 보통 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증상으로 발병하는 오십견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몸을 바로 세우면 통증이 감소하고 누운 자세에서는 통증이 심해져 통증이 있는 쪽으로 돌아누워 잠을 잘 수 없다. 수면장애를 호소하기도 한다. 이 외에 근력 약화와 어깨 결림, 어깨 관절이 삐걱거리는 소리 같은 증상도 있다.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 제대로 치료받아야 한다.
2. 팔꿈치 통증, 내측상과염
팔꿈치 안쪽 관절에서 발생하는 염증성 질병으로 ‘골프엘보’라고도 한다. 과도하게 운동하면 손과 손목, 팔에 무리를 주는데, 이게 팔꿈치 주변 힘줄에 미세한 파열을 만들어 발생한다. 주먹을 쥐거나 물건을 잡을 때 팔꿈치 안쪽에서 발생하는 통증과 저림이 주요 증상이다.
특히 골밀도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중장년층일수록 발생 위험도가 올라간다. 골프엘보를 단순한 근육통으로 여겨 일찍 치료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면 만성 통증이나 퇴행성 관절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골프 같은 운동 후나 일상생활에서 팔꿈치 안쪽으로 통증과 저림 증상이 느껴지면 빠르게 병원을 방문해 정확하게 진단을 받아야 한다.
3. 허리와 엉덩이 통증, 장요인대증후군
장요인대증후군은 허리와 엉덩이를 연결하는 장요인대에 염증과 손상이 생겨 동통성 하부요통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장요인대는 우리 몸에서 엉덩이뼈 장골과 허리뼈 요추, 골반을 구성하는 뼈 천추와 천골을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골반이 비틀리는 것을 막고 요추 5번이 불안정하지 않게 잡아준다. 약간 구부러져 있는 모양이어서 손상되기 쉽다.
골프 동작으로 장요인대에 무리가 오고 장기간 긴장 상태가 유지되면 점차 탄력을 잃고 느슨해진다. 약해진 인대가 계속 손상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주변 조직이 대신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요추하부와 골반과 고관절에 불안정을 초래한다.
허리띠를 착용하는 위치와 서혜부, 둔부, 사타구니, 회음부에 지속해서 통증이 발생한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힘을 쓸 때, 골프 스윙을 할 때 통증이 나타난다. 반대쪽으로 몸을 굽히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 방치할 경우 이상근증후군, 천장관절증후군, 퇴행성 허리디스크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바로잡아야 한다.
4. 손가락마디 통증, 방아쇠수지증후군
손가락 관절은 우리가 하루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위다. 그만큼 잦은 사용으로 염증이나 질병이 생기기 쉽다. 특히 무거운 골프 클럽을 장시간 움켜쥐는 동작만으로도 손가락에 무리가 올 수 있다. 그립 강도와 방법에 차이가 있겠지만 주로 반복 자극에서 기인한다.
방아쇠수지는 손가락 힘줄에 생기는 염증 또는 부기로 손가락을 움직일 때 ‘딸각’하는 소리를 내며 통증을 유발한다. 중지와 약지에서 많이 나타나며, 엄지손가락에서 발병하기도 한다.
골프 선수나 라켓을 사용하는 운동선수에게도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이다. 손가락에서 손바닥으로 이어지는 골두 부분에 잦은 접촉, 마찰로 힘줄이 비대해져서 부종과 통증이 발생하는데 심할 경우 손가락을 펴기가 어려워진다. 아픈 손가락을 손등을 향해 재끼면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약할 때는 충분하게 휴식을 취하고, 손가락이 굽혀지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면 약물이나 주사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상청이 오는 25일까지 체감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역대급 폭염’을 예상한 가운데, 지자체들이 양산 대여, 생수 나눔, 쿨링 의자 등 지역주민이 안전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는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무더위가 시작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온열질환자가 이미 지난해보다 1.3배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18일 오후 4시까지 온열질환자가 436명 발생했고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온열질환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339명)보다 약 1.3배가량 많다. 지난해에는 이 기간 동안 사망자도 없었다.
행안부는 온열질환 중 11.1%는 집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 대상은 주로 고령층이라고 설명했다. 고령자는 땀샘 감소로 땀 배출량이 적어지고, 체온 조절기능이 낮아지며 온열질환을 인지하는 능력도 약하다.
노약자를 포함한 지역 주민의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을 막기 위해 각 지자체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서울시는 한여름 뜨겁게 달아오른 도로 온도를 낮추기 위해 시청역, 발산역, 증미역, 효창공원앞역, 종로3가역, 동묘앞역, 장한평역 등 7곳에 '쿨링로드'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쿨링로드는 도로 중앙선에 작은 사각형 모양으로 설치된 시설물로 지하철역에서 유출돼 버려지는 지하수를 활용해 도로 면에 물을 분사하는 시스템이다. 한여름 지면 온도를 7~9도, 미세먼지도 12㎍/㎥ 줄여주는 효과를 낸다.
노원구는 관내 호텔 50객실을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야간안전숙소’로 운영한다. 호텔 숙소에 이용자가 몰려 정원을 초과하면 구청 2층 대강당에 쉼터를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또 산책로와 강가 등 야외 무더위쉼터에는 ‘힐링냉장고’를 배치하고 주민들에게 시원한 생수를 공급한다.
서초구는 관내 버스정류장 60곳에 ‘쿨링의자’를 설치했다. 의자 위에 열전도율이 낮은 폴리카보네이트 소재 덮개를 깔아 기존 의자보다 5∼6도 온도를 낮춘다. 또 폭염에 취약한 홀몸노인과 한부모가정 등 1000명에게 냉방용품으로 구성한 ‘쿨키트’를 제공한다. 쿨키트에는 냉찜질팩과 쿨토시, 소금사탕, 모기퇴치제 등이 들어 있다.
영등포구는 홀몸 어르신과 저소득 취약계층 900여 가구에 휴대용 목걸이 선풍기를 나눠줬다. 용산구는 ‘뉴월드호텔’ 객실 12개를 빌려 열대야 안전쉼터로 운영한다.
경기도는 그늘막과 그늘나무 같은 생활밀착형 폭염 저감 시설을 지난해 6192곳에서 7523곳으로 확대한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내 무더위쉼터 이용이 제한돼 냉방시설 이용이 힘든 폭염 취약계층 노인 5만여 명에게 쿨매트와 쿨조끼 같은 냉방 물품을 지원할 계획이다.
2년 전부터 양산 쓰기 운동을 펼치고 있던 대구시는 올해도 ‘양심 양산 대여사업’에 나섰다. 시민이 양산을 빌려 간 뒤 자진해서 반납하는 식이다. 또 자원봉사자와 함께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주요 지점에서 냉동 차량을 배치하고 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시원한 수돗물을 나눠준다. 쪽방촌과 홀몸노인, 노인복지시설 등 폭염에 취약한 계층을 방문해 얼음물, 쌀, 휴지, 선풍기 등의 물품을 전달하며, 폭염 취약계층 보호에도 나설 계획이다.
부산시도 ‘양산 쓰기 캠페인’을 전개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를 위해 비말 확산 우려가 있는 바닥분수와 미세한 물 입자를 분사하는 쿨링포그 운영을 최소화한다.
폭염 대책에 첨단 장비도 등장했다. 여수시는 드론 5대를 농어촌지역에 띄워 열사병 등이 의심되는 지역 주민을 선제적으로 찾아내고 있다. 경북도와 부산시도 농어업에 종사하는 고령자나 해안가 낚시꾼, 여행객의 안전을 위해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21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폭염 대응 상황점검 관계차관회의’를 개최하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폭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날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그동안 각 부처가 준비한 분야별 폭염 피해 예방 대책들이 실제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하며,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관계부처‧지자체‧유관기관‧단체 등이 유기적으로 협조해 분야별 대책의 현장 이행력과 실천력을 제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숨을 쉬고 싶어 시작한 달리기였다. 울트라 트레일러너 심재덕(52)은 칠전팔기의 도전으로 미국, 일본 등 산악마라톤 강국의 ‘강호’들을 찾아가 한판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 꿀 같은 우승도 여러 번 맛봤다. 최근 인생의 숙원이었던 또 다른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 중인 그를 만났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의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를 꼽는다면 사람들의 야외 활동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 아닐까. 그중에서도 ‘등산’과 ‘러닝’이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대중적 인기를 얻는 이유는 큰 제약 없이 언제든지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말마따나 옷과 신발만 있고 체력과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지 산을 오르고, 또 어디든지 달릴 수 있다.
‘트레일러닝’(Trail Running)은 등산과 러닝을 합한 산악 종목의 아웃도어 스포츠다. 전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스포츠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마운틴러닝(Mountain Running), 펠러닝(Fell Running), 알파인러닝(Alpine Running), 스카이러닝(Sky Running) 등으로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기간 산악마라톤(Climbathon)으로 소개됐다. 1990년대 초반 북한산과 설악산 일대에서 산악구보 형태로 열린 대회를 효시로 볼 수 있다.
그 시작점에 울트라 트레일러너 ‘심재덕’이 있다. 트레일러너이기 전에 마라토너이기도 한 그는 오늘까지 30년 가까이 달려오면서 총 315회가량 풀 코스 마라톤 서브3(42.195km를 3시간 이내에 달리는 것)를 달성했고, 그중 100여 회 우승한 바 있는 ‘철의 사나이’다. 그를 일컬어 ‘철의 사나이’라고 부르는 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그는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34년 동안 근무하며 조선업에 종사 중인 ‘철의 노동자’다.
철의 노동자는 어쩌다 달리게 됐을까?
모든 러너에게는 ‘러너가 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심재덕은 왜 달리게 됐을까? “1992년 말, 그러니까 제 나이 스물다섯 살에 기관지 확장증 판정을 받았습니다. 폐 속 기관지가 손상을 입어 점차 후각을 잃게 됐고, 비염과 축농증으로 끊임없는 잔병치레를 해야 했습니다. 입을 거의 벌린 채로 살았어요.” 일종의 직업병이었을까. 잠수함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도한 화공약품에 노출되어 호흡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 이상할 리 없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됐을 때, 역설적으로 그는 ‘숨을 쉬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전 달리고, 출근 후 점심시간을 쪼개 30분 동안 달리고, 퇴근 후 또 달렸다. 야간근무를 하면 달빛 아래 달렸다. 달리면 숨이 가빴지만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렇게 회사 근로자의날 기념 4km 마라톤에 출전해 우승했고, 이를 계기로 거리를 늘려 5km, 10km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했다. 나가는 족족 우승했다.
우승이라니! 어릴 때 괴산 분지골에서 학교 다닐 때도 공부로 상 한 번 받아본 적 없었던지라 갑작스럽게 발견한 재능 앞에서 얼떨떨해도 기분은 좋았다. 내가 이걸 잘하는구나, 열심히 하니까 이렇게 잘하게 되는구나, 더 잘하고 싶다! 그 후로 거리를 늘려 훈련해 하프 코스 마라톤에 출전했고, 달린 지 2년 만인 1995년 가을, 생애 첫 풀 코스 마라톤 대회인 춘천마라톤에서 2시간 39분 39초를 기록했다.
회사에 잘 뛰는 사람이 있다고 소문이 나니 사내를 비롯해 학교, 공공기관, 단체 등에서 마라톤 강연 의뢰가 빗발치듯 이어졌다. 특히 산업재해가 많은 조선업 종사자들에게 최고의 화두는 언제나 ‘건강’이었다. 6개월 동안 매주 월요일마다 수백 명의 사람들 앞에서 마라톤 강연을 했다. 덕분에 근골격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사내에 달리기 붐이 일어 무려 20개 정도의 마라톤 동호회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변화에는 IMF의 영향도 있었다.
그의 마라톤 서브3의 신화는 계속됐다. 1990년대 중반, 당시만 해도 마라톤 대회가 지금처럼 성황리에 열리지 않았다. 많아야 1년에 2~3회 정도. 지병이 있어서 뛰는 데 불편함이 컸지만 참고 잘 뛰었다. 뛰는 게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기관지 확장증 환자가 달린 지 2년 만에 서브3라니. 어쩌면 ‘타고난 재주’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성취에 대해 극구 ‘99%의 노력’이라고 말한다.
“타고났다니요. 저는 절대 아니라고 자신합니다. 학창 시절에 100m 달리기를 하면 15초 안에 들어온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 스피드로 그렇게까지 달릴 수 있었던 건 순전히 99%의 노력이었죠. 그만큼 열심히 달렸습니다.” 달리는 중에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장점을 발견했다. 바로 끈기, 인내, 즉 ‘지구력’이 좋다는 점이었다. 그는 자신이 오래, 멀리, 긴 거리를 달릴수록 도리어 힘이 나는 체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산길’을 달릴 때 더욱 힘이 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마라톤에 이어 산악마라톤에 발을 딛게 된 이유는 앞서 말했듯 그 시기에 마라톤 대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99%의 노력으로 기량은 한껏 올라와 있는데 솜씨를 발휘할 무대가 없는 상황. 있는 대회 없는 대회 전부 찾아다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간헐적으로 열리던 산악마라톤 대회에까지 출전하게 됐다. 1997년 제천 금수산 마라톤 대회였다.
산악마라톤의 황제가 되다
숨을 쉬고 싶어 시작한 달리기였다. 그리고 산을 달리는 동안에는 정말이지 이제야 자신의 호흡을 찾은 것 같다는 고조된 감정이 들었다. 산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내달리는 것이 평지를 달리는 마라톤보다 몇 배로 힘은 들었지만 그만큼 살아 있다는 기분 또한 강하게 들었다. 어릴 때 산과 들에서 뛰어놀며 터득한 감각이 산을 달리면서 터져 나왔다. 달리면 달릴수록 힘들었지만 돌아서면 즐거웠다. 행복했다. 계속 산을 달리고 싶었다.
30대 중반, 그는 삶의 순리처럼 산악마라톤에 빠져들었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마라톤과 달리 풍경과 지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산악마라톤에서 그는 인간 본연의 호연지기를 찾았다. 달릴 때, 특히 산을 달릴 때, 그는 자신의 몸과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감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온 그간의 세월을 180도 뒤집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더 크고 높은 산을 달리고 싶다는 열망이 국경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즈음 달리기 실력도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산악마라톤 대회가 많이 열리고 있었어요. 바야흐로 저의 산악마라톤 ‘원정’ 시대가 시작됐죠!(웃음)” 자영업자도 아닌 월급쟁이가, 그것도 거주지가 서울도 아닌 한반도 끝자락인 거제에서 해외의 산을 달리려 분투했으니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이 따랐을까.
해외여행이 활발했던 시기도 아니었고 마라톤이 지금처럼 인기를 끌던 시기도 아니라서 해외 마라톤, 특히 해외의 산악마라톤 대회 정보를 찾는 일이 쉬울 리 없었다. 울트라 마라톤을 다룬 책이라면 어떻게든 구해 읽었고, 해외 마라톤에 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감사한 마음으로 호의를 받았다. 특히 영어라는 난관 앞에서 어려움이 컸지만 그때마다 신의 이끄심을 느꼈다.
그런 칠전팔기의 도전으로 미국, 일본 등 산악마라톤 강국의 ‘강호’들을 찾아가 한판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 꿀 같은 우승도 여러 번 맛봤다. 특히 2006년 미국에서 열린 MMT(Massanutten Mountain Trail) 100mile 레이스에서는 세계적인 선수 칼 멜처를 제치고 17시간 40분 45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같은 해 일본의 대표적인 산악마라톤 대회 하세츠네컵에서는 71.5km 산길을 최초로 8시간 이내 기록으로 우승해 유명세를 떨쳤다. 이듬해 출전한 미국의 유서 깊은 트레일러닝 대회 웨스턴 스테이츠 100mile에서도 전체 순위 10위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산악마라톤이 무엇인지, 칼 멜처가 누구인지,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박수 쳐주는 관중도 없는데, 그렇게 갈급해 해외의 산을 찾아다닌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우승하려고요. 세계 최고의 울트라 러너가 되고 싶었으니까요. 세계의 센 놈들(?)과 대결해 이기는 기쁨을 맛봤으니까요.” 그렇게 산악마라톤 해외 원정에 쏟아부은 비용만 연간 1000만 원 정도. 10년이 넘었으니 합하면 1억이 훌쩍 넘는다. 그 돈 아꼈으면 지금쯤 아파트 한 채는 샀을 거라고. 하지만 후회는 없다.
영원한 현역을 꿈꾸며
그는 지금도 여전히 달리고 있다. 보통 등산객들이 2박 3일에 걸쳐 완주하는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의 지리산 주능선) 47km도 무려 7시간 42분 만에 내달린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20~40대 후배 러너들과 같은 대회를 달려도 거뜬히 우승할 정도로 울트라 마라토너로서, 트레일러너로서 그는 건재하다. 또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 유지하고 있는 ‘턱걸이 60개 철칙’(턱걸이를 60개 하지 않으면 밥상 앞에서 숟가락을 들지 않는다) 또한 변함없이 실천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생의 숙원이었던 또 다른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 중이다. 바로 그의 달리기 인생을 담은 단행본 작업이다. “요즘은 퇴근하면 집에 가서 컴퓨터 켜고 매일 원고를 쓰고 있어요. 보통 새벽 1시까지 쓰고, 일찍 잔 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마저 원고를 씁니다. 24년 가까이 훈련일지를 써온 것이 도움이 됐어요. 책을 쓴다는 게 쉽지 않았는데 역시 노력하니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출간 예정입니다.”
그렇게 뛰었는데 ‘무릎’ 아프지 않냐고 물었다. 어떻게 달려야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달릴 수 있냐고. “달리기를 시작하시는 분은 처음부터 뛰지 마세요. 걸으세요. 걷다가 뛸 수 있는 체력이 되면 그때부터 조금씩 뛰면서 그 거리를 늘려보세요. 그리고 기본은 언제나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입니다. 이런 기초가 잘 닦이면 부상 없이 오래, 멀리, 즐겁게 달리실 수 있을 겁니다.”
세월이 흐르고 지금보다 더 나이 들면 그의 몸도 노화가 올 것이고 지금과 같은 기량도 언젠가는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날에 대한 아쉬움이나 조바심은 없다고 말한다. 그 또한 삶의 순리대로 가는 것 아니겠냐며. 다만 그날까지 한 점의 후회도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자신의 한계를 보고 싶다고. 남다른 달리기 열정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여러 모로 자극과 귀감이 되고 있는 심재덕은 ‘영원한 현역’으로 남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달리고 있다.
입문자들에게 안내하는
트레일러닝 필수 아이템 11
1 기능성 상의와 방풍 재킷 면 소재 의류는 땀이 잘 마르지 않아 체온을 떨어뜨리므로 쿨맥스 소재의 기능성 상의를 착장한다. 변화무쌍한 기온에 대비해 방풍 재킷도 준비한다. 비 소식이 있다면 방수 소재 재킷을 챙긴다.
2 기능성 하의 면이나 청 소재 바지는 하체의 활동성을 떨어뜨리며 신체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최근 기능성 하의는 바지 내부에 속옷이 달려 제작된다.
3 모자 계절과 날씨 등 상황에 따라 선캡, 비니, 바이저 등의 모자를 착용한다.
4 GPS 시계 개인의 활동 거리, 시간, 고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GPS 시계를 활용하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 고가이므로 입문 단계에서는 휴대폰 앱을 활용해도 무방하다.
5 서바이벌 블랑켓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로 인한 저체온증 사고에 대비해 배낭 안쪽에 항상 챙겨둔다.
6 헤드램프 길을 잃어 하산 시간을 놓치는 사태에 대비해 항상 준비한다.
7 과일 개인의 기호에 따라 수분과 당을 동시에 보충할 수 있는 과일을 준비한다.
8 트레일러닝 배낭 산에서 빠르게 물과 간식 등을 보급할 수 있도록 평소 트레일러닝 배낭을 등에 멘 채 달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착용했을 때 몸에 이물감이 없으면서 활동 거리에 적합한 용량의 트레일러닝 배낭을 준비한다. 보통 4~12리터를 착용한다.
9 에너지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간편하고 빠르게 섭취할 수 있도록 젤 형태로 만든 혼합음료다. 1시간에 30~60g 정도 섭취하길 권한다.
10 물 사용하기 편한 형태의 수통 안에 1리터 이상의 물을 준비해 수시로 급수한다. 트레일러닝 배낭 내부에 하이드레이션 시스템의 물팩을 넣어 호스를 이용해 마실 수 있고, 트레일러닝 배낭 어깨 밴드 부분의 주머니에 수통을 장착해 마실 수 있다.
11 트레일러닝화 발의 볼과 아치 등 족형에 맞는 트레일러닝화를 준비한다. 활동 중 발이 부을 것을 대비해 일상화보다 한 치수 큰 사이즈의 신발을 권한다. 자신의 족형에 맞는 트레일러닝화를 추천받고 싶다면 신촌 ‘러너스클럽’을 방문해보자.
눅눅한 한여름 더위가 기승이다. 습하고 더운 날씨가 몸을 지치게 하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소식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훌쩍 떠나고 싶어도 쉽지가 않은 요즘, 브라보가 서울 사는 ‘1970년생 영숙’ 씨가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산림휴양지 3곳을 꼽아봤다.
서울시 중구 기준으로 1시간 내외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초여름 숲의 싱그러운 경치까지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잠시 여유를 찾아 역병과 무더위에 지친 마음을 달래줄 ‘산캉스(산+바캉스)’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성인처럼 삼성(三聖)산에서 누리는 푸른빛 힐링, 삼성산산림욕장
삼성산은 안양시 명칭이 유래한 곳이다. 고려가 세워지기 전의 일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금주(지금의 시흥)와 과주(지금의 과천)를 점령하기 위해 삼성산을 지나다 산꼭대기에서 피어오르는 오색구름을 목격했다. 이때 홀연히 나타난 능정이라는 승려가 “이곳에 절을 짓고 안양사라 칭하면 태평성대를 이룬다”고 말했고, 이에 왕건이 절을 세워 안양사라 이름 붙였다는 이야기가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돼 있다. 이때의 안양사는 폐사되고 없다. 하지만 불교에서 극락세계를 뜻하는 ‘안양’이 지명으로 남아있다. 현재의 안양사는 1950년대 후반 유명 건축가 김중업의 설계로 재창건한 사찰이다.
삼성산의 ‘삼성’은 원효대사와 의상대사, 윤필대사가 암자를 짓고 수도해 붙여졌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를 뒷받침하듯 삼성산산림욕장에서는 성인이 된 듯 삼성산 일대의 수려한 자연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근처에 있는 안양예술공원에서 예술작품도 감상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삼성산산림욕장은 안양예술공원 입구에서부터 안양사와 제1·2전망대를 지나는 5km 구간이다. 관악산과 함께 다녀오기 좋은 삼성산은 안양예술공원 주차장 인근의 마애정 옆 작은 샛길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등산을 즐기는 시니어라면 1전망대나 2전망대를 거쳐 삼막사까지, ‘등린이’ 시니어라면 1전망대까지만 오르기를 추천한다. 이번 주말에는 성인처럼 녹음 속에서 마음 수양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하철 타고 떠나는 치유와 힐링의 숲, 계양산산림욕장
계양산산림욕장은 연간 500만 명 이상이 찾는 인천 명소다. 봄에는 튤립꽃 전시를, 가을에는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어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자랑한다.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어 수도권 등산객들도 많이 찾는 계양산의 명소는 둘레길과 장미원이다. 이 외에도 계양산성과 문화회관, 어린이공원, 어린이과학관 같은 다양한 즐길거리가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산림욕장 내에는 계양산 능선을 따라 ‘치유의 숲길’, ‘측백나무길’ ‘하늘길’ ‘우리꽃길’ ‘해맞이길’ 등 계양산 둘레길로 향하는 다양한 산책 코스가 마련돼 있다. 이 중에서 무장애데크길이나 계양산성 탐방로는 걷기가 편하고 난이도가 높지 않아, 연로한 어르신이나 어린 아이들도 함께 이용하기 좋다. 특히 무장애데크길 옆에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해 주는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가 곳곳에 있어 매력적이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시니어에게 무장애데크길을 추천한다.
계양산 둘레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발표한 ‘언택트 여행지 100곳’에 선정된 바 있다. 야외 관광지이면서, 자체 입장객 수를 제한해 거리두기 여행이 가능한 관광지로 인정받았으니 마음 놓고 다녀와도 좋겠다.
한 마리 학처럼 자유로와 한강, 북한까지 관망하는 심학산산림공원
경기도 파주에 있는 심학산은 조선시대 왕이 애지중지하던 학 두 마리가 궁궐을 도망나왔는데, 이 곳에서 찾았다고 해서 ‘학을 찾은 산’, 심학(尋鶴)산으로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학이 좁은 궁궐에서 벗어나 심학산에서 탁 트인 전망을 구경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추측을 부를 정도로 심학산은 멋진 전망으로 유명하다. 산 정상에 올라 감상할 수 있는 서해의 낙조가 일품이다. 이 외에도 파주출판단지와 자유로, 한강 하구, 김포, 관산반도를 바라보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점도 심학산만의 매력이다.
심학산은 다른 산에 비해 높지 않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심학산 둘레길 역시 난이도가 높지 않아 무릎이 좋지 않은 시니어도 운동 삼아 걷기에 적당하다. 우거진 숲이 햇빛을 가려주니 무더위를 피하기도 좋다. 심학초교에서 약천사,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의 끝에는 정상전망대가 있다. 날이 좋다면 저 멀리로 북한까지 볼 수 있다. 또 전망이 가장 좋은 낙조전망대도 있다. 멀리 나서지 않고도 빨갛게 저무는 노을을 보며 기분을 전환하고 싶다면 심학산 둘레길을 걸어보자.
눈을 감고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오톨도톨한 점자혼용 명함을 손끝으로 더듬어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상생 염원을 담은 정 이사장의 평생 화두 ‘동반성장’ 의지가 명함에도 아로새겨져 있다. 그의 일생은 동반성장이란 궤적을 따라 굵고 길게 이어지고 있다. 관악구 신림동의 ‘동반성장연구소’에서 그를 만나 참 좋은 시절, 그때는 그랬지 추억 속 이야기를 꺼내본다.
운이 꽉 찬 아이, 그래서 운찬이지
‘정운찬’, 이름을 짓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 녀석 운이 꽉 찬 놈이구먼. 사주가 이렇게 좋은데 이름이 뭐 그리 대수라고 식전 걸음을 하셨나? 세상 나올 때부터 운을 가득 차고 나온 놈이니 이름은 운찬이지.”
충남 공주가 고향이지만 7식구가 상경, 도시빈민으로 동숭동 언덕배기 단칸방에서 살았다. 식구마다 칼잠에, 한 사람은 앉아서 자야 할 만큼 방은 비좁았다. 11남매 중 살아남은 5남매의 막내, 그나마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으니 대박 운과는 애초 거리가 멀었다. 하기야 그는 태아 적 자궁이란 방마저 허락되지 않을 뻔했으니 세상 빛을 본 자체가 운이 좋았다고 할지.
당장 밥 한 숟가락이 절실했던 곤궁한 살림에 입 하나 더 느는 것이 무서워 어머니는 독한 약초를 진하게 달여 마셨다. 그런데 하필 그게 시궁창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는 익모초(益母草)였으니, 이름 그대로 산모와 태아를 ‘이롭게’ 하여 노산임에도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 그로서는 기가 막힌 첫 운이었다.
그러나 27세 결혼 때까지 운찬은 여전히 ‘5무(無)의 흙수저’로 ‘운 찬’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키가 크나, 인물이 좋나, 부모가 있나, 돈이 있나, 장래가 있나.” 예비 장인 장모의 평가는 가혹했다. 그러나 타고난 운은 그를 저버리지 않아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컬럼비아대 교수, 서울대 총장, 대한민국 국무총리, 동반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 KBO 총재 등 올해 74세에 이를 때까지 그의 운은 숨 가쁘게 펼쳐졌다. 물론 그에게 운이란 성실성, 정직성과 같은 뜻, 다른 말이다.
어떤 학생을, 어떤 식으로, 어떻게 가르치든 대학에 맡겨야
▶서울대 총장 시절 / 2002. 7 ~ 2006. 7
서울대를 없애려던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학교를 지킨 것을 비롯, 학원자율화 및 지역균형선발제, 소수정예화 정책을 폈다.
“대학에는 자율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어떤 학생을 어떤 식으로 선발하여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든 전적으로 대학 재량에 맡겨야 한다는 뜻이지요. 지역 균형을 위해서는 전국 1700개 고교에서 최대 3명씩 추천받아 그중 1200명을 선발하는 지역균형선발제를 실시했습니다.”
또한 서울대 정원을 4000명에서 3000명으로 줄여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자 했다. 도쿄대나 베이징대학이 3000명대, 하버드대는 1600명대, 프린스턴대·예일대·컬럼비아대는 1300명대인 것을 감안하면 대학 수준이 양질의 교육과 비례하는 것은 자명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밖에 기초교육 강화를 위해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여 재학생들이 여유 있게 진로를 모색토록 했고, 대학 내 건물 증설보다 연구비 후원에 중점을 두었다. 삼성, 웅진 등에서 현금으로 1600억 원을 지원받아 그 가운데 100억 원을 자연과학대에 투입, 생명과학부에서 탁월한 인재를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삼성의 도움이 커서 현금으로만 500억 원을 지원받았다. 한편 총장 공관을 부수고 그 자리에 교수 아파트를 증설하여 250여 세대에 삶의 터전을 보급했다. 그 일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칭찬을 받았다고 웃으며 회고했다.
세종시 총리 “한 나라에 행정부가 둘로 나뉠 수는 없다”
▶국무총리 시절 / 2009. 9 ~ 2010. 8
그가 국무총리가 된다고 했을 때 서울대 관계자들은 실망했다. 옛말로 하자면 총장은 대제학이고 총리는 영의정인데 자고로 대제학이 더 품위 있는 자리가 아니냐며. 그깟 총리가 뭐라고, 그것도 시시하게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를 하냐며.
“당시 광우병 사태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탕평책의 일환으로 제가 발탁된 느낌이었어요. 무엇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신도 서민 출신이고 나도 서민 출신이니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마음을 움직였죠. 경제, 사회 양극화 완화 기회가 아닌가. 어려운 사람 사정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이가 있을까 싶었던 거죠.”
양극화 완화, 경색된 남북관계 유연화라는 나름의 청사진을 품었지만 취임 6개월 만인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남북관계는 곧바로 얼어붙었고, 설상가상 세종시 문제가 불거졌다.
그는 임기 시작도 전에 ‘세종시 총리’로 불렸다. 그도 그럴 것이 “반쪽 행정수도 세종시는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 한 나라의 행정부가 둘로 나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대신 세종시를 기업도시, 문화도시, 과학도시화하자고 제안했으나 수도의 꿈에 부풀었던 지역민의 반대는 거셌다. 공주 출신인 총리가 되레 고향 발전을 저지한다며 ‘매향노’란 소리마저 들었다.
“그 당시 매 주말마다 15차례 이상 방문하여 지역 대표들을 설득하고, 삼성·롯데·한화·웅진 등에서 기업도시 투자 명목으로 4조5000억 원을 약속받았어요. 그런데 그 안 자체가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세종시 구상은 끝내 무산됐죠. 반대파한테서 차기 대권 노림수라는 오해까지 받으며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결국 1년 만에 총리를 그만두게 된 거죠. 제 성정이 모질지 못하고, 무엇보다 정파적 언어를 이해 못 했던 데다 정치적 센스도 부족했다고 봅니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2010년 5월, 한 중견기업인이 찾아왔다. 연 매출이 7000억~8000억 원 되는데, 대뜸 이민을 가겠단다. 납품가 후려치기를 더는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 사유였다.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 길로 대통령을 만났다. “중견기업인이 이민 가겠다고 하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오죽하겠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아니면 이 나라 파탄난다”고 직언했다. 그해 9월 경제인들이 청와대에 모였고, 같은 해 12월에 동반성장위원회를 설립, 발족했다. 총리직을 물러난 뒤라 그가 초대 위원장이 되었다.
코로나 무풍지대 한국 야구, 110개국에 중계방송
▶KBO 총재 시절 / 2018. 1 ~ 2020. 12
1982년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긴 이래 매년 20여 회 야구장을 찾았고, 2008년에는 야구 해설도 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된 후엔 야구계의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이대호의 연봉이 25억 원인 것에 반해 무명 선수는 2700만 원에 불과해요. 연 수입이 100배 가까이 차이 나는 거죠. 어떻게든 올려보려고 애쓴 결과 3000만 원으로 타결되어 미약하나마 선수 간 연봉 격차를 좁힐 수 있었지요.”
각 팀 간의 원활한 선수 교류를 위해 자유계약제를 개선하는 등 구단과 구단 간의 동반성장에도 주력했다. 세계야구연맹 총재와 미국, 일본, 대만, 호주의 커미셔너(총재)를 자주 만나 국제화에도 기여했다.
코로나 시대 최대 성과는 720회 전 게임을 다 치렀다는 것과 게임 기간 중 1군 선수 가운데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 프로 스포츠에서 유일한 경우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자국에서 경기를 하지 못하자 미국의 스포츠 전문 방송 ESPN이 전 세계 110여 개국에 한국 야구를 중계한 것도 뜻밖의 수확이었다. 임기 동안 2018년 아시아야구대회 우승, 2019년 세계야구대회 준우승을 한 것도 큰 보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2012년 6월 스코필드 박사 동상 제막식 참석차 토론토를 방문해, 보스턴과의 경기에서 시구를 한 이후, 2018년 미국 올스타 게임 때 뉴욕양키스와 뉴욕메츠 경기에서 또 한 차례 시구한 것이 큰 추억이 되었죠. 메이저리그에서 한 팀의 시구자는 연 10명 정도라 제가 운이 좋았던 거죠. 여담이지만 역대 KBO 총재 중 경비원, 미화원들과 함께 식사한 유일한 총재이기도 했습니다.”
약자에겐 비둘기, 강자에겐 호랑이
▶멘토 스코필드 박사와 조순 교수
캐나다인이면서 3.1운동 민족대표 34인으로 불리는 스코필드 박사와의 만남은 그에게 신의 선물과도 같았다. 스코필드 박사는 1916년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교수로 부임한 후 1970년 국립현충원에 묻히기까지 한국의 가난한 학생들과 고아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했다.
“스코필드 박사님이 안 계셨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제게는 아버지 그 이상인 분이셨죠. 중학교 때까지 재정적 지원을 해주셨고 저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셨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입주 가정교사로 학비를 벌면서 약자에겐 비둘기처럼 자애롭고 강자에겐 호랑이 같은 기개를 보여주신 박사님을 본받고자 했습니다. 제가 평생 추구해온 동반성장의 모본이 되신 거지요.”
그의 인생에 또 다른 멘토는 조순 교수. 조 교수는 한국 대학이 반정부 데모로 어수선했던 1960년대 후반에 경제학에 대한 그의 흥미를 북돋웠고, 미국 유학길도 열어줬다. 모교 강단에 섰을 때도 그의 옆에는 조 교수가 있었고, 반대가 극심했던 결혼도 조 교수가 중간에서 부드럽게 풀어준 덕에 성사될 수 있었다.
코로나 시대, 동반성장이 해법이다
▶48년 해로한 캠퍼스 커플 아내와 가족 간 동반성장도
“2012년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한 이래 9년째 그 해법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76차례 현장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뿐 아니라 빈부 간, 도농 간, 지역 간, 남녀 간, 세대 간 등 사회 전반에 적용돼야 하는 희망의 가치입니다. 코로나 이후 저성장과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테죠. 지금도 재택근무자들은 또박또박 월급을 받는 반면 일용직이나 자영업자들은 고통에 내몰리고 있지 않습니까. 코로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는 동반성장으로 가야 합니다.”
한편 가족은 어떤 동반성장을 해왔을까.
“아버지는 어린 제게도 반말을 안 하셨어요. ‘~ 하게, ~는 아니네’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어머니는 저를 핥으실 정도로 아껴주셨죠. 가난했지만 사랑을 흠뻑 받고 자라서 저도 제 아이들을 민주적으로 대합니다. 48년째 ‘동반성장’을 하고 있는 서울대 미대 출신의 아내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었는데,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존중하며 키웠습니다. ‘아빠찬스’를 쓴 적도 물론 없고요. 아들과 딸이 아버지, 어머니를 존경한다고 하니 이만하면 가정 내 동반성장도 이룬 것 아닌가요?”
‘신아연 작가와 나누는 참 좋은 시절’ 다음 호에는 서울신문사 발행인, 한국일보사 일간스포츠 사장, 국민일보 대표이사, 경향미디어그룹 회장 등을 거치고, 한국추리작가협회장을 지내며 400여 편의 장편 및 중단편소설을 낸 베테랑 신문인이자 소설가 이상우 씨를 만납니다.
자녀를 둔 젊은 부부 상당수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남보다 가까운 가족에게 자녀를 맡기는 경향이 높다. 그러다보니 바쁜 부모 대신 아이를 돌보는 일은 주로 조부모인 시니어의 몫이 된다. 조부모에게 육아를 맡기는 가구는 2019년 기준 250만 가구에 달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지만 육아를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어린 손주를 돌보기 위해 쉴 틈 없이 움직이다 보면 손목과 허리, 무릎이 남아나질 않는다. 이미 약해진 관절에 많은 무리가 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국립국어원은 여기에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한데 묶어 ‘손주병’이라고 이름 붙인 바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는 일주일에 47시간을 일한다. 주 40시간 일하는 일반 직장인보다 더 오래 일하는 셈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일하다보니 어느새 손목터널증후군, 관절염, 척추관협착증 같은 질병이 조부모를 찾아온다. 손주를 돌보다보면 몸과 마음에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손목터널증후군 예방, 쉬면서 손과 손목 피로 자주 풀어야
손주병은 조부모의 손목 관절부터 위협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이름과 달리 손바닥이나 손가락이 저린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전체 환자의 3분의 1이 5060 여성일 정도로 시니어 여성에게 위협적인 질병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손목 터널 자체가 좁아 발생 가능성이 높다. 또 폐경 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손이 잘 붓고 뼈와 근육이 약해져 발생 확률이 더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을 자주 주무르거나 엄지와 검지, 중지가 자주 저리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통증이나 저림 증상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방치할수록 증세가 악화돼 자다가 잠에서 깰 정도로 손이 저리고 손가락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윤종현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아이 들기, 안아주기, 기저귀 갈기, 설거지, 청소 등 어렵지 않아 보이는 일들이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일상적으로 손가락과 손목을 굽히는데 사용하는 힘줄들 사이에 있는 정중신경이 심하게 눌리면서 손저림이 심해진다는 설명이다.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이기도 한 윤 교수는 "일을 잠시 중단하고 손저림이 사라질 때까지 손과 손목의 피로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따뜻한 찜질이나 손목과 어깨의 이완운동도 손목터널증후군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예방이 최고의 치료법인 만큼, 중간중간 일을 쉬면서 손과 손목 피로를 자주 풀어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따뜻한 찜질이나 이완운동으로 허리 근육 풀어 척추관협착증 완화
황혼 육아를 도맡은 시니어의 허리는 쉴 날이 없다. 아이가 운다고 서둘러 안고 달래고 씻기다 보면, 이미 노화가 진행된 근육과 관절 등에 무리한 하중과 압력이 가해진다. 손주를 돌보다 말고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시니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시니어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연 평균 7만 명씩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166만 명에 달했다.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주 발병 요인인 질병이다. 하지만 아이를 안아주고 업어주면서 오래 서있으면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다리저림이 악화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이 발병하면 척추 중앙의 척추관, 신경근관 등이 좁아져 허리 통증을 느끼게 된다. 척추관협착증은 대개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넓은 부위에 통증을 유발한다. 허리디스크와 증상이 비슷하다. 하지만 누워있거나 앉아서 쉬면 증상이 없어진다는 게 디스크와 다른 점이다. 허리를 젖히면 통증이 심해지고 구부리면 완화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차이점이다.
30분 이상 걸었을 때 허리 통증을 호소한다면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엉덩이가 빠질 듯 아프거나 바로 누워 자는 것이 불편해 새우잠을 자는 경우에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윤종현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에 걸리면 오래 걸을 때 다리저림이 발생한다. 오래 서있거나 걷지 말고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한다"라며 "허리 주변 근육의 뭉침을 풀어주는 따뜻한 찜질이나 이완운동이 도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국 최초 ‘어르신 놀이터’가 등장했다. 학교 운동장이나 어린이 놀이터를 눈치보며 이용하는 시니어들이 맘껏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가 생긴 셈이다.
충청남도 공주시가 28일 어르신 놀이터를 개장했다. 이 사업은 충청남도가 전국 최초로 시범 실시하는 것으로, 어르신 놀이터를 노인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안전에 초점을 맞춰 ‘무장애 시설’로 조성했다.
공주 춘수정 공원 안에 2100㎡ 규모로 지어진 어르신 놀이터에는 도비 5억 원이 투입됐다. 충남도는 지난해 4월 어르신 놀이터 설치를 위한 기본 계획을 세우고 7월 공모를 거쳐, 공주시를 어르신 놀이터 운영 지자체로 선정했다.
어르신 놀이터에는 노인에게 안성맞춤인 운동 기구를 설치했다. 공주시는 근력 운동에 집중된 일반 체육시설과 다르게 어르신을 위해 유연성과 균형 감각을 기를 수 있는 운동 기구 14종 등을 마련했다. 아울러 어르신 놀이터에 전문 강사를 배치해 어르신들에게 올바른 운동기구 사용법을 알리고, 다양한 어르신 건강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운동 기구 맞은편에는 공연 무대와 모여 쉴 수 있는 족욕장과 정자, 윷놀이하는 전통 놀이터도 있다. 또 공주시는 기존 경로당 건물을 재건축해 놀이터가 있는 춘수정 공원 안에 경로 식당을 만들었다. 9월부터 주중에 방문하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식사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홍영신 충남도청 노인정책팀 주무관은 “단순히 운동기구를 갖다 놓은 공원이 아닌, 돌봄·휴식·놀이·운동·문화를 아우르는 어르신 힐링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정섭 공주시장은 “어르신 놀이터는 어르신들의 일상 생활문화 개선과 건강한 노후생활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내에서 처음 조성한 만큼 전국 모범사례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충남도는 내년까지 어르신 놀이터 두 곳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