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인구 증가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연금 시장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누고,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퇴직연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돼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그쳐 노후 소득으로는 턱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적연금 고갈 이슈가 매년 쏟아지는 지금, 사적연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해야 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획 시리즈 [연금 가이드]를 통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해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방법으로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적립금 운용위원회,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를 도입했다.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인 만큼 국내에서의 실효성이 어떨지 관심이 높다. KIRI(보험연구원)가 낸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요 선진국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보고, 국내에서는 기금형이 과연 노후 설계의 주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본다. 이번에는 일본의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본다. 일본은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기업이 많지 않다. 한때 활성화되었던 기금형 제도는 거품경제 붕괴 이후 AIJ 사건 등에 따라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가입이 감소하는 추세다.
자리 잡지 못한 퇴직연금제도
일본은 종신고용과 연공급여 체계 등 기존의 고용 방식에서 능력과 실력 위주의 고용방식으로 전환하는 시기를 거쳤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구조를 보인다. 경제 성장기를 거쳐 저성장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퇴직연금 개혁을 진행했기에 우리나라가 참고할 대표적 국가로 꼽힌다.
일본의 퇴직연금제도는 1960년대 도입된 후생연금기금(EPF), 세제적격 퇴직연금제도(TPP), 2000년대 초 도입된 확정급부기업연금(DBP), 확정갹출연금(DCP)로 나뉜다. EPF는 후생연금보험법에 따라 후생노동성의 인가를 통해 기업이 법인형태로 연기금을 설치하는 DB형(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이다. TPP는 세제적격 요건을 충족한 계약을 국세청장이 승인하는 형태로, 사업주가 금융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며 역시 DB형 제도다.
DBP는 DB형을 가져가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금형과 규약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기금형은 후생연금기금 구조와 동일하며 규약형은 기업이 스스로 동의와 승인 절차를 거쳐 수탁자(은행, 증권, 보험사 등)와 계약해 운용을 위탁하는 방식이다. DCP는 규약형으로만 운영되며 미국의 401k를 참고한 기업형과 우리나라 개인형 퇴직연금을 참고한 개인형으로 나뉜다.
EPF는 2014년부터 신규 가입을 금지했으며, 올해 폐지된다. TPP는 2012년에 폐지되었다. 우여곡절을 겪은 퇴직연금제도지만 이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일본 인사원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종업원 50인 이상 기업의 퇴직급여제도 도입률은 91.9%다. 이 중에서 퇴직금제도를 운용하는 기업은 복수응답 기준 91.2%지만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45.8%에 불과하다. 퇴직금제도는 대부분 기업이 도입했지만 연금의 형태가 아니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기업이 절반에 이른다는 의미다.
퇴직연금제도는 독일, 영국, 미국 등에서 먼저 시작됐는데 해당 국가들은 '신탁'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혀 있었기에 퇴직연금으로 백만장자가 된다는 사례들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신탁이 활발하지 않은 일본은 다른 국가들처럼 연금 관련 제도들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없었다. 기금형 제도, 퇴직연금 제도, 디폴트 옵션 모두 실패 사례로 꼽힌다. 기금형 연금제도와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기 시작한 우리나라도 실패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에서 퇴직연금제도 개혁은 여전한 숙제이기 때문이다.
연기금 연쇄 파산의 비극
일본의 경제활동인구 대비 퇴직연금 가입률은 25%이며 근로자 가입률은 37.7%다. 퇴직연금 자산 규모는 2020년 기준 98조 8000억 엔이다. TPP와 EPF는 감소하는 추세고 DBP와 DCP가 2020년 기준 각각 67조 5000억 엔, 16조 3000억 엔 규모를 이뤘다. 기금형만 따로 보자면 EPF가 15조 엔 수준(2001년에는 57조 엔 규모였다)이며 DBP 기금형은 따로 통계를 내지 않아 알 수 없다.
KIRI는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기금형 가입자 수는 DBP와 EPF의 DB형 가입자 중 약 52%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EPF에서 이탈한 가입자들이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며 “2020년 기준으로 DBP 기금형과 규약형 도입률이 각각 19.5%, 41.9%로 기금형 도입률이 낮다”고 분석했다.
기금형 도입률이 감소한 이유에 대해서는 “거품경제 붕괴 이후 자산운용 실패로 인한 EPF의 부실화, AIJ 퇴직연금기금 사기 사건에 따른 EPF 폐지 등으로 기금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KIRI의 분석처럼 일본의 기금형 제도가 감소한 데는 AIJ 퇴직연금기금 사기 사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12년 운용회사가 자금을 불법 투자해 가입자의 은퇴 자산이 사라지고 연기금이 연쇄 파산한 사건이다. 당시 AIJ투자자문사(이하 AIJ)에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맡긴 퇴직연금기금(EPF) 자산을 AIJ가 파생금융상품 등 대체상품에 불법 투자했다가 원금의 90%를 잃었다. 84개의 EPF 연기금과 약 88만 명의 중소기업 가입자가 맡긴 연금자산 1458억 엔 중 1377억 엔이 사라졌다. 이에 AIJ에 운용을 맡긴 퇴직연금기금이 연쇄 파산했고, 은퇴자금을 맡긴 가입자들이 노후 파산을 직면해야 했다.
시사점은 ‘관리 감독의 중요성’이다. 앞서 살펴본 미국, 호주, 영국은 모두 수급권보호와 수탁자 규제를 강하게 하고 있었다. KIRI는 “후생노동성과 금융청으로 나뉘어 있었던 연기금 감독 기관의 협력체계 부재와 역할 분담의 불투명, 감독 당국 정보 전달 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며 “연기금 대부분이 비전문가에 의해 자산운용 등의 주요 의사결정을 수행했고, 위험자산 비중 확대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으로 일본 정부는 수급권 보호와 수탁자 규제 강화를 위해 후생노동성의 자산운용 방법을 개선했고, 사후감시 기능 강화를 위해 퇴직연금 관련 법규를 개정하고 금융청의 금융상품거래법규 개정 등을 시행했다.
원금 까먹는 디폴트 옵션?
미국이나 호주가 퇴직연금으로 백만장자를 꿈꾸게 한데는 디폴트 옵션의 도입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일본은 디폴트 옵션 정착에 실패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2019년에는 퇴직연금 자산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우리나라에서 디폴트 옵션을 도입할 당시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이 ‘원금 보장형’ 상품을 두느냐 마냐다. 당시 연금 가입자의 자금 보호를 위해 원금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일본처럼 디폴트 옵션을 선택할 때 ‘예금’이라는 선택사항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퇴직연금을 어떻게 굴려 수익률을 낼 건지 선택하는 제도인 디폴트 옵션에서 ‘예금처럼 둔다’는 선택권을 준다는 의미다. 원금 보장을 원하는 가입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측면도 있겠으나,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는 이유가 ‘수익률을 높여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제도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일본 정부는 2016년 확정기여연금법 개정을 통해 디폴트 옵션 제도 안착을 다시 시도했다. 법 개정 전까지는 신규 가입자의 디폴트 옵션 선택 비율이 15% 수준이었으며, DB형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96% 이상이 디폴트 옵션으로 ‘원금보장형’ 상품을 지정하고 있었다. 일본 기업연금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DBP 자산은 기금형과 규약형 모두 원리금 보장형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일본 정부는 기업들이 디폴트 옵션에서 장기투자에 적합한 상품을 지정하도록 디폴트 옵션의 정성적 기준과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자 교육에 중점을 둔 제도들을 마련하고 있다.
고령 인구 증가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연금 시장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누고,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퇴직연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돼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그쳐 노후 소득으로는 턱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적연금 고갈 이슈가 매년 쏟아지는 지금, 사적연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해야 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획 시리즈 [연금 가이드]를 통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해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방법으로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적립금 운용위원회,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를 도입했다.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인 만큼 국내에서의 실효성이 어떨지 관심이 높다. KIRI(보험연구원)가 낸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요 선진국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보고, 국내에서는 기금형이 과연 노후 설계의 주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본다. 이번에는 호주의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본다. 호주 퇴직연금 계좌 보유자는 근로자 수보다도 많으며, 대형 기금을 통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룬 것이 특징이다.
연금 백만장자 만든 ‘슈퍼애뉴에이션’
호주에 연금계좌 잔액이 백만 달러가 넘는 ‘연금 백만장자’가 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잔액이 100만 호주달러(약 8억 7000만 원) 이상인 퇴직연금 계좌는 2만 677개로 2015년 대비 약 8배 증가했다.
1992년 7월 도입한 퇴직연금 상품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은 연 8% 수익률을 내며 근로자들의 은퇴 후 안전망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월 소득 450호주달러 이하의 소득을 얻는 근로자, 18세 미만의 비정규 근로자, 65세 이상 근로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의무적으로 슈퍼애뉴에이션에 가입을 해야 한다. 또한 근로자 가입이 원칙이지만, 기금에 따라서 배우자 명의로도 가입할 수 있다.
호주 퇴직연금의 특징은 기초연금을 보완하기 위한 상품으로서 사용자(고용주) 부담률을 지속해서 인상했다는 점이다. 처음 도입했을 때는 고용주가 월급의 3%를 의무적으로 근로자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야 했는데, 2022년에는 10.5%까지 높아졌다. 오는 2025년에는 12%까지 오른다.
다양한 기금 선택권 보장, 규모의 경제 이뤄
호주의 퇴직연금은 다섯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공적기금이 있다. 정부기관 공무원과 공공부문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으며, 가입 후 공공부문 일자리를 그만두더라도 기여금은 계속 낼 수 있다.
다음으로 가장 보편적인 기업형 기금이 있다. 슈퍼애뉴에이션의 원형으로, 기업이 자체적으로 기금을 설립한다. 여러 기업의 퇴직연금을 묶어서 운영할 수 있고, 가입자는 다른 기금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특정 산업에 속한 근로자가 가입할 수 있는 산업형 기금이 있다. 다만, 현재는 근로자가 아닌 일반인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가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소매형 기금도 있다. 이 상품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금융자문서비스 비용을 내면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자기관리기금이 있다. 최대 6명까지 가입할 수 있고, 가입자가 직접 기금 설립, 운영 등 모든 부분을 책임진다. 이 상품은 주로 가족 단위로 가입이 이뤄지며, 주로 부유층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KIRI(보험연구원)는 호주 퇴직연금에 대해 “기금 간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면서 “기금 투자수익률 및 수수료는 기금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었는데, 이는 규모의 경제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대형기금 중심으로 운영되면서도, 금융회사를 수탁자로 포함해 소비자가 개인의 선호에 맞게 다양한 기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
물론 근로자라면 슈퍼애뉴에이션에 자동으로 가입이 되겠지만, 동시에 산업형과 소매형 기금에 중복 가입도 할 수 있다. 2021년 기준 퇴직연금 기금 적립금 규모는 3조 3100억 원 호주달러 수준이다. 2017년 대비 33.8% 증가했다.
이렇게 다양한 기금들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기금의 활발한 합병 활동 때문이다. KIRI는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진 기업형 기금 개수는 2004년 1088개에서 2021년 14개까지 급감했다”면서 “기업형 기금 적립금은 소매형이나 산업형 기금으로 이전되었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운영관리비는 낮아지는 대신 투자상품 옵션이 많고 운용전문가가 많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기금 간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의 연금 수익률이 더 높아질 수 있도록 호주금융감독원(APRA)는 매년 일정 수준 이하의 수익률을 내는 수탁법인을 발표한다. 2021년부터는 최하위 수익률을 낸 곳은 시장에서 퇴출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퇴직연금으로 재테크를?
호주의 퇴직연금은 대부분 확정기여형(DC형) 기금형 중심으로 운영된다. 2020년 DC형 계좌 수는 약 2200만 개로 자기관리기금을 뺀 퇴직연금 계좌 중 95%를 차지하고 있다. 적립금 기준으로는 약 79%가 DC형이다. 계약형인 퇴직저축계좌(RSA) 상품이 있지만, 호주 퇴직연금 시장에서 이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대형 기금을 중심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퇴직연금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국민이 많다. 호주 국세청(ATO)에 따르면 2020년 퇴직연금 계좌를 보유한 호주 국민은 약 1700만 명으로 근로자 수(1291만 명)보다 많았다. ‘퇴직’ 연금이지만 근로자 수보다도 많은 계좌가 운영될 수 있는 건 앞서 언급했듯 여러 상품을 중복으로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근로자가 아니어도 소매형이나 산업형 기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ATO에 따르면 퇴직연금 계좌를 1개만 보유한 사람은 1260만 명이고, 2개 이상의 퇴직연금 계좌를 보유한 사람은 약 450만 명이다.
호주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8.5%를 기록했다. 유형별로 보면 2021년 기준 최근 10년 투자수익률은 산업형이 8.6%, 공적 기금이 8.1%, 기업형이 7.5%, 소매형이 6.8% 수익률을 보였다. KIRI는 “산업형 기금의 중장기 투자수익률이 다른 퇴직연금 기금에 비해 높은 것은 기금 규모가 클수록 규모의 경제가 작용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높은 투자수익률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호주 퇴직연금 수익률이 계속 높아질 수 있었던 건 2013년 6월 도입된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역할이 컸다. 수탁회사들이 실적배당형 상품에 적절하게 자산을 배분하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슈퍼애뉴에이션 가입자의 약 80%가 디폴트 옵션을 이용하고 있다.
2021년 호주 퇴직연금 기금 적립금은 70% 이상이 주식, 채권 등의 금융자산에 투자되고 있다. 부동산 등의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미만이다. 자산은 해외주식 28%, 호주주식 23%, 호주채권 10%, 해외채권 8%, 부동산 8% 등 다양한 자산으로 분산투자되고 있다.
수익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수수료는 낮은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2020년 기준 수수료를 보면 공적 기금이 0.5%, 기업형과 산업형이 0.6%, 소매형이 0.8%다. 자기관리기금의 수수료는 1.2% 수준으로 가장 높다. KIRI는 “가입자 수와 기금 규모가 작으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지 않아 수수료 절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령 인구 증가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연금 시장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누고,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퇴직연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돼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그쳐 노후 소득으로는 턱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적연금 고갈 이슈가 매년 쏟아지는 지금, 사적연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해야 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획 시리즈 [연금 가이드]를 통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해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방법으로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적립금 운용위원회,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를 도입했다.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인 만큼 국내에서의 실효성이 어떨지 관심이 높다. KIRI(보험연구원)가 낸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요 선진국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보고, 국내에서는 기금형이 과연 노후 설계의 주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본다. 두 번째 기사에서는 영국의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본고장이자, 가장 복잡한 연금 개혁 과정을 거친 나라다.
퇴직연금 전문 운용 공공기관 NEST
영국 퇴직연금의 특징 중 하나는 국민연금처럼 퇴직연금을 전문으로 운용하는 공공기관이 있다는 점이다. 영국 정부는 2008년 퇴직연금법을 제정하고 2012년 퇴직연금 전문 운용 공공기관인 국가퇴직연금신탁(NEST, National Employment Savings Trust)을 도입했다.
NEST는 일반 DB·DC형 퇴직연금과는 별개로 운영된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각각 보험료율 4%, 3%를 내면 정부가 소득세 일부를 근로자의 연금계좌에 환급해주는 형태다. 일반 DB·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는 자동으로 NEST에 가입된다. 가입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히면 가입 후 해지가 가능하다.
퇴직연금 가입자 약 2300만 명 중 절반가량은 NEST를 이용하고 있다. 2015년 200만 명이었던 NEST 가입자는 2022년 1분기 기준 1110만 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4억 2000만 파운드(약 6671억 원)였던 NEST 운용자산은 241억 파운드(약 38조 원)가 됐다. 또한 NEST는 분기, 연간 보고서를 통해 투자 비중과 종목을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2012년 46.5% 수준이었던 전체 퇴직연금 근로자 가입률은 2021년 79.4%로 올랐다. 퇴직연금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질 수 있으리란 기대를 받는 데는 역시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NEST 가입자의 99%는 영국의 디폴트 옵션 상품인 RDF(우리나라의 TDF)를 이용한다. RDF2040 기준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9.9%에 달한다.
RDF는 30년을 기준으로 4단계에 걸쳐 운영된다. 1단계에서는 약 5년간 기여금을 쌓고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2단계에서는 약 15년간 물가상승률에 3%포인트 이상 수익률 달성을 추구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 주식 투자 비중이 가장 높다. 3단계에서는 10년간 채권 비중을 늘려 안정을 추구한다. 4단계는 은퇴 후 단계로 투자자가 퇴직연금을 한 번에 찾거나, 사망 시까지 연금 형태로 받는 것 중 선택할 수 있다.
저소득층 가입 유도한 낮은 수수료
NEST의 연간 운용 수수료는 0.5%다. 저소득층의 퇴직연금 가입을 늘리기 위해 낮은 수수료 정책을 유지한 것. 또한 영국 정부는 2001년 중저소득층 근로자를 위해 수수료를 낮게 책정한 DC형 연금인 ‘스테이크홀더 연금’을 별도로 만들기도 했다. 이에 30%가 넘던 영국의 노인빈곤율은 절반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 기조를 따라 다른 퇴직연금 수수료도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 2020년 기준 DC형과 기금형 평균 수수료는 0.48%, 0.49%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DC형 퇴직연금 수수료를 최대 0.75%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KIRI(보험연구원)는 “퇴직연금 수수료가 낮을 수 있는 것은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가 퇴직연금에 자동 가입된 사람에게 신규 컨설턴트 비용을 부과하지 못 하게 했기 때문”이라면서 영국의 퇴직연금 운용 수수료가 낮은 것은 “정부의 적극적 수수료 규제와 함께 저소득층의 퇴직연금 가입을 확대하기 위한 NEST의 낮은 수수료 정책 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자동 가입, 낮은 운용 수수료, 높은 수익률 등에 힘입어 퇴직연금 납부자는 DC 기금형이 2016년 388만 명에서 947만 명으로 늘었으며, DC 계약형은 417만 명에서 536만 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DB 기금형은 125만 명에서 50.5만 명으로 줄었다. 1998년 퇴직연금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았던 DB형에서 DC형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KIRI는 “2016년~2021년 동안 제도 수는 감소하고 가입자 수는 증가해 기금의 대형화 추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금형과 계약형의 공존, 대세는 DC형
영국의 퇴직연금은 기금형이 우위에 있지만, 계약형이 공존한다. 기금형은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모두 선택할 수 있지만, 계약형은 DC형만 있다.
영국의 퇴직연금은 기금형이 강세를 보인다. 동일직장 내 구성원들이 단체로 가입하는 그룹 개인연금, 스테이크홀더, 일반 개인연금의 경우 기금형과 계약형 중 선택할 수 있는데, 12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DC 기금형을 주로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는 2만 8360개의 퇴직연금 기금이 있으며, 이 중 94%가 12인 미만의 소규모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DC 기금형의 특징은 여러 펀드를 조합한 상품인 조합형 펀드(PIV)에 주로 투자한다는 점이다. 2021년 4분기 기준 DC형 퇴직연금의 PIV 투자는 2230억 파운드, 직접투자는 190억 파운드로 PIV 비중이 96% 수준을 보였다. 한편 계약형의 평균 가입자 수가 기금형보다 큰 것은 비용을 이유로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이 계약형을 활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 외에 대표적인 영국 퇴직연금 기금형으로는 통합기금형(Master Trust)이 있다. 여러 회사의 퇴직연금을 하나의 운용 주체에 위탁하는 것인데, 2017년부터 시행했다. 영국에는 37개의 통합기금이 있으며, 가입자는 1600만 명, 자산은 360억 파운드(약 57조 원) 규모다.
수급권 보호는 이중, 관리·감독도 철저히
영국도 미국처럼 퇴직연금이 자리 잡는 데에 수급권을 보호하고 연금 운용을 관리·감독하는 제도가 한몫했다. 영국의 수급권 보호는 이중으로 설계되어 있다.
영국은 2004년 연금법을 통해 수급권보호를 위한 FAS(Financial assistance Scheme)를 설립했다. FAS는 DC형 제도와 2005년 4월 이전에 설립된 DB형 제도를 보장한다. 2005년 4월 이후 설립된 DB형 제도는 연금보호기금(PPF, Pension Protection Fund)에서 보장한다. 세금으로 운영하던 FAS는 2016년 폐지되었고, 이제는 우리나라의 예금자 보호제도와 유사한 FSCS(Financial services Compensation Scheme)가 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PPF는 2021년 기준 939개의 연금제도를 인수해 361억 파운드가 넘는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PPF는 DB형 펀드의 부족분을 지급해주는 펀드로 27만 명 이상의 근로자와 퇴직자를 보호하고 있다.
영국 퇴직연금 관리·감독은 연금노동부가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2004년 연금법에 따라 2005년 설립된 연금감독청(TPR, The Pension Regulator)은 신탁형 퇴직연금 규제, 수탁자 역할과 의무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하고 있다. FCA는 금융회사의 영업행위를 감독하는 기관으로, 2007년 이후 DC형 퇴직연금을 제공하는 사업자와 판매업자를 규제하고 있다.
이런 수급권 보호와 더불어 운용위원회와 각종 자문 기관이 영국 퇴직연금 시장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DC 계약형은 기금형의 기금운용위원회에 해당하는 ‘독립운용위원회’(IGC)를 설치해야 한다. IGC는 운용 주체인 사업자가 연금 가입자에게 비용에 맞는 편익을 제공했는지, 투자상품이 적절한지 등을 평가한다. 또한 자문 기관들은 NEST를 포함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연금 운용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고령 인구 증가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연금 시장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누고,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퇴직연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돼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그쳐 노후 소득으로는 턱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적연금 고갈 이슈가 매년 쏟아지는 지금, 사적연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해야 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획 시리즈 [연금 가이드]를 통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해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방법으로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적립금 운용위원회,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를 도입했다.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인 만큼 국내에서의 실효성이 어떨지 관심이 높다. KIRI(보험연구원)가 낸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요 선진국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보고, 국내에서는 기금형이 과연 노후 설계의 주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본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미국의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본다. 기금형 연금으로 ‘평범한 근로자도 은퇴하면 백만장자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401K’ 연금 제도가 대표적이다.
신탁 핵심인 기금형 퇴직연금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주로 계약형으로 이뤄져 있다. 기업이나 근로자가 은행, 보험,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구조다. 하지만 미국, 호주 등 연금 관리 선진국은 퇴직연금이 주로 기금형으로 이뤄져 있다. 기금형은 전문 위탁기관과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처럼 별도 조직이 운용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여러 사업장이 참여하는 연합형 퇴직연금 기금 등도 가능해진다.
또한 기금형은 수탁법인 즉, 대리인(기금)으로 기금운용위원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위원회가 노사의 의견을 반영해 기금을 직접 혹은 위탁해 운영한다. 계약형은 운용과 자산관리 모두 외부 금융회사에 위탁하면 금융감독원이 관리·감독한다. 반면 기금형은 운용 업무는 수탁법인이 직접 하거나 위탁하고, 자산관리 업무는 위탁하는 구조다. 자산운용지침서인 투자원칙보고서를 작성해 운영하며 관리·감독은 고용노동부가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계약형과 기금형의 차이는 운용위원회가 있는지에 따른다고 볼 수 있으나, 계약형에서도 적립금운용위원회와 같이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때에 따라 혼합형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기금형 제도를 운용하지만, 계약형을 따로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 KIRI는 보고서에서 “선진국에서 두 지배구조는 공존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법적으로 계약형만 가능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퇴직연금 주체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어 이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기금형 퇴직연금은 다시 신탁형과 보험형으로 나뉘고 어느 유형이든 지명수탁자를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 지명수탁자는 기금 운영과 관리에 책임을 지는 관리자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금융 상품 선택하는 DC형 늘어
퇴직연금에 기여금을 내는 미국의 퇴직연금 가입자 수는 2019년 기준 9810만 명에 이른다. 자산 규모는 2019년 기준 10조 달러 이상이다. DB형(확정급여형)이 3조 2744억 달러, DC형(확정기여형)은 7조 4326억 달러 수준으로 나타났다. KIRI는 “평생 노후를 보장하는 형태로 DB형을 운영하다가 최근 산업구조와 경기 변화 등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고자 DC형으로 전환 중”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퇴직연금은 회사가 기금을 만들어서 퇴직연금 관리회사, 자산운용사,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와 협업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DB형은 기금이 자산을 전적으로 운용하고, DC형은 가입자의 운용 지시에 따라 기금이 운용하되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잘 내릴 수 있도록 운용상품을 선별해 제시한다. DC형 금융상품은 주로 뮤추얼펀드, 국공채, 원리금 보장형 상품 등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디폴트 옵션은 DC형에서 적용되는 것으로 가입자가 연금을 방치할 경우, 사전에 동의한 대로 전문기관에서 사전에 정한 상품으로 운용하는 ‘사전지정운용’ 제도다. DC형 비중이 높아서인지 미국 퇴직연금은 자산운용을 주식, TDF(타깃데이트펀드) 등 고수익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특징이 있다. 2018년 기준 401K의 자산 배분은 전체 5.2조 달러 중 약 63%인 3.3조 달러가 뮤추얼 펀드에 투자되고 있었다. 또한 전체 뮤추얼펀드 중 58%가 주식형 펀드에 투자되고 있다. KIRI는 “20년 장기로 보면 DB형이 DC형보다 조금 더 수익률이 높았지만, 10년 이내 평균 수익률에서는 DC형이 조금 더 높았다”며 두 제도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고 평가했다.
자동으로 가입되는 연금 ‘401K’
미국의 은퇴자들이 노후 걱정을 하지 않게 된 것은 미국의 DC형, 일명 ‘401K’로 퇴직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401K 백만장자’를 목표로 투자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투자 과정을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이렇게 DC형 연금이 발전하게 된 데는 여러 법 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1974년 제정된 ERISA법(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은 DC형 발전의 계기가 됐다. DC형 퇴직연금을 401K라고 부르는 것은 ERISA법 401조 K항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세액공제 역시 DC형의 성장을 이끌었다. 1978년 제정된 미국 내국세입법은 401K에 가입하면 소득세 이연 및 연간 1만 4000달러 한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기업이 근로자의 401K에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면 법인세를 공제해주기도 했다.
2006년 제정한 연금보호법은 DC형 성장에 불을 붙여 퇴직연금 가입액이 늘고 운용 수익률도 높아지는 결과를 냈다. 연금보호법은 모든 근로자가 자동으로 401K에 가입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근로자가 가입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일단 자동가입 후 탈퇴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 이를 해지하는 근로자가 많지 않아 정책 효과가 컸다고 분석한다.
연금보호법에서는 근로자의 임금 인상에 따라 적립률도 올라가는 ‘자동인상 제도’도 도입했다. ‘SMarT: Save More Tomorrow’라고 불리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근로자들의 적립률은 3년 뒤 약 4배 정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2005년 2조 3930억 달러였던 퇴직연금 자산은 2019년 말 7조 달러가 넘는 규모로 크게 성장했다. 여기에 디폴트 옵션으로 자동 투자까지 이뤄지면서 수익률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자산운용사 뱅가드에 따르면 2020년 401K의 평균 수익률은 15.1%이며, 5개년 누적 수익률은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와 보호 정책도 강하게
미국 퇴직연금의 특징은 감시기능과 수급권보호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퇴직연금 운영을 자율에 맡기는 형태에서 지명·신탁수탁자가 의무를 위반할 경우를 대비해 연금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서 작용한다.
먼저 근로자와 고용주, 소유자와 연금사업자 사이 이익 충돌 방지를 위해 연금계리사 등 제삼자 감시기능장치를 두고 있다. 책임준비금 등 연금 수리에 있어서 연금계리사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ERISA법(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에서는 “등록연금계리사 합동위원회에 등록된 연금계리사를 고용해 매년 수리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1974년 DB형 퇴직연금 가입자 보호를 위해 연금지급보증공사를 연방정부 기관으로 설치했다. 기업이 파산 등으로 인해 퇴직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면 공사에서 지급하도록 한 제도다. 수탁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수탁자보증보험과 수탁자책임보험을 ERISA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탁자보증보험은 수탁자가 의무 이행에 불성실했을 때 연기금과 연금수급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수탁자책임보험은 수탁자의 과실, 태만뿐 아니라 일반적인 행위에 의해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도 보험 가입으로 보호하는 것으로 가입 여부는 자율이다.
빈곤한 노인에게 장수는 악몽과 같다. 돈이 먼저 죽고 인간이 더 오래 사는 것, 이는 곧 파산이다. 살아 있는 한 돈의 생명력을 꺼뜨리지 않는 게 100세 시대의 과제가 됐다. 빈곤 없는 삶을 위해 염두에 둘 노후 리스크에 대해 알아보자.
도움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은퇴 후에는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전에 저축해둔 자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현역 시절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부족하지 않게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막연히 돈을 모으기보다는 예상액을 계산해보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게 현명하다.
노후 자금, 얼마나 있어야 빈곤 면할까?
국민연금연구원(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들은 부부 기준 매달 적정 노후 생활비로 평균 268만 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금액으로 부부 노후 생활비를 계산하면, 은퇴 후 20년의 경우 6억 4300만 원, 30년의 경우 9억 6500만 원이다. 여기서 변수가 있다. 은퇴 후 사망 시점까지 계속 같은 금액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은퇴 직후에는 생활비 수준이 비슷하지만, 점차 활동성이 감소하며 지출도 줄어든다. 김은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60세 은퇴를 가정할 경우 70세까지는 기존 활동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해 노후 생활비를 100% 적용한다. 70~80세는 70%를, 80세 이후에는 50%를 적용하면 알맞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계산하면 은퇴 후 30년간 필요한 부부 노후 생활비는 7억 800만 원까지 떨어진다. 앞서 계산한 금액보다 2억 5700만 원이 적게 드는 셈이다.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노후 자금을 헤아려보면 현재 얼마가 부족한지, 얼마나 아껴 써야 할지 등을 점검해볼 수 있다. 만약 평균 노후 생활비 책정이 어렵다면, 은퇴 전 생활비의 70% 정도를 보면 된다.
필요 노후 자금을 다 마련했다고 해서 안심하긴 이르다. 방심했다간 자금 고갈을, 심하게는 파산까지 이르게 하는 위험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융 사기나 창업 실패 등 특별한 사건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예상외로 병원비나 자녀 부양 등 평범한 것들이 복병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 자녀 리스크 - ‘집 사달라’ 자녀에 허리 휘는 부모
통계청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세 이상 인구 314만 명(7.5%)이 부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 청년실업 등으로 2030세대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서 은퇴 후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부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진행한 설문조사(2021년 50~65세 5115명 대상) 중 ‘자녀 지원에 대한 계획’ 항목에서 ‘결혼까지 지원하겠다’는 응답자는 3명 중 1명꼴로, 전체 중 비율이 가장 높았다. ‘주택 마련까지’(27.6%), ‘취업 전까지’(20.5%), ‘학업 마칠 때까지’(10.7%) 등이 뒤를 이었고, ‘평생 지원하겠다’는 응답자는 3.4%였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발표한 ‘2021 결혼비용보고서’를 보면 신혼부부의 총 결혼 비용은 평균 2억 3618만 원에 달했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택(1억 9271만 원, 81.6%)이며, 그밖에 예식, 예물·예단, 혼수, 신혼여행 등에 4347만 원이 들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자녀의 행복을 위해 많은 부모가 결혼 비용 지원을 외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 추세를 고려할 때 부모의 지원 없이 자녀 세대가 주택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나라 부모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면 자녀의 주택을 마련해주고 싶어 한다. 다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지원하다 보면 안정된 은퇴 생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다시 자녀에게 부담을 지우는 상황으로 돌아온다. 자녀 지원금은 반드시 은퇴자산과 분리된 별도 자금으로 관리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 배우자 리스크 - 경제적·정신적 빈곤 부르는 ‘황혼이혼’
지난해 통계청이 조사한 동거 기간별 이혼 건수를 보면, 3쌍 중 1쌍 이상(38.7%)이 20년 이상 살아온 중장년 부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이후 전체 이혼 건수 가운데 황혼이혼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 통계에서도 60대 이상 남녀의 이혼상담 비율이 10년 전과 비교해 여성은 2.8배, 남성은 3.2배 증가했다. 배우자와의 갈등 또는 개인의 욕구 실현 등을 위해 황혼이혼을 결정했더라도 경제적 상황에 대해서는 꼭 따져봐야 한다. 이는 단순히 당장 오가는 위자료 문제만이 아니다. 이혼 시 부부가 공유했을 주택이나 노후 생활비 등을 절반으로(또는 그 이하)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1인 가구가 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간병 문제나 고독사 위험 등까지 고려하면 황혼이혼은 다방면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김은혜 수석연구원은 “황혼이혼을 원하는 쪽은 여성이 많은 편이다. 남편의 경우 갑작스러운 이혼과 더불어 퇴직이라는 환경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며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치명적이다. 배우자와 재산을 분할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도 분할 수령해야 한다. 경제적 이유만으로 반대할 수는 없지만, 노후 자산 배분에 대해 잘 점검해보길 바란다. 가급적 황혼이혼 상황이 오지 않도록 배우자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의료비 리스크 - 65세 이후 진료비 3배 껑충
건강하게 신체 활동이 가능한 나이를 ‘건강수명’이라 한다. 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뺀 시간을 ‘유병 기간’이라 볼 수 있다. 2021년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유병 기간은 11.6년, 남성은 9년이다. 10년가량은 의료비를 충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은퇴 전에는 의료비의 중요성을 인식했더라도 그 정도를 체감하긴 어렵다. 의료비는 대개 70세 이후 본격적으로 늘기 때문이다. 기존 수준으로 의료비를 책정해둔다면 예상치 못한 금액에 노후 자금이 흔들릴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통계(2018)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의 건강보험상 1인당 진료비는 연평균 448만 7000원으로, 전체 평균(152만 6000원)과 비교할 때 약 3배 더 많다. 전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진다. 통계청 2020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계지출 중 보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대 6.2%에서 80대 17%까지 3배 가까이 올랐다.
건강보험통계(2019)에서 연간 1인당 진료비가 가장 많은 질환은 만성 신장병으로 837만 4104원이다. 그 다음은 악성 신생물(암)로 동일 기준 495만 4804원이 든다. 치매의 경우 연간 관리 비용이 2072만 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직접 의료비에서 건강보험 평균 보장률 64.2%를 제외해도 1362만 원이다. 이는 2019년 기준 60세 이상 노인 가구주의 연간 소득(4151만 원)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중증 치매일 경우 관리 비용은 3249만 원으로, 최경도 치매 1513만 원 대비 2배 이상 높다. 가족 내 치매 환자가 생긴다면 월평균 소득이 낮은 노부부 가구에겐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 간병비와 보험료 리스크 - 암·치매 오랜 간병이 파산 우려
진료비나 치료비 등 의료비 외에 최근 화두로 떠오른 항목은 ‘간병비’다. 암이나 치매는 오랜 기간 간병이 필요한데, 사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매일 10만~15만 원의 간병비를 내야 한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생업을 포기하고 직접 가족 간병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역으로 고정 수입이 사라지며 노후 자금이 고갈되는 ‘간병파산’을 겪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간병할 가족이 없다면 간병보험이나 간병인 배상책임보험 등을 알아보는 게 좋다.
퇴직 후에는 급여에서 공제되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스스로 챙겨야 한다. 만 59세까지 내는 국민연금과 달리 건강보험료는 평생 납부한다. 직장에서는 건강보험료를 회사와 반반 나눠 냈지만, 퇴직 후엔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전액 본인 부담이다. 가족 중 직장가입자가 있고 자격 요건을 충족한다면 피부양자로 등재해 면제받는 것이 유리하다.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건강보험료가 올랐다면 ‘직장가입자 임의 계속가입’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귀농·귀촌 등으로 농어촌에 거주하거나 관련업에 종사하는 경우에도 50% 경감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를 모의 계산해보고 이에 따른 전략을 세워보자.
은퇴자신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자산과 건강이 꼽혔다. 노후소득 수단을 5개 이상 마련했거나 보험으로 건강 문제 대비가 되어있는 경우 은퇴 후 삶에 대한 자신감이 높았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대한민국 4050 직장인의 은퇴자신감 서베이’를 실시한 결과 10점 만점 기준으로 은퇴 자신감 평균은 5.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진행한 설문조사에는 공무원을 제외한 40·50세대 직장인 2000명이 참여했으며 2022년 8월 24일부터 9월 7일까지 실시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주요 연구기관 등에서는 은퇴자신감 조사를 퇴직연금이나 근로자 복지와 함께 중요하게 다루며 정기 조사를 시행하지만, 국내에서는 구체적인 분석 사례가 없어 조사를 시행했다”고 설문조사 동기를 밝혔다.
미국의 연구기관 EBRI(Employment Benefit Research Institute)는 ‘은퇴 자신감 서베이’(Retirement Confidence Survey)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이번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스스로 매긴 은퇴자신감 점수 평균은 10점 만점 기준 5.2점으로 나타났다.
점수 분포에 따른 특성을 분석해보니 은퇴자신감이 높은 그룹은 평균 연령과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가계 순자산 및 근로소득 규모가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퇴자신감이 낮은 그룹의 가계 순자산 규모는 평균 4억 3000만 원이었으며, 은퇴자신감이 높은 그룹은 2.2배 높은 평균 9억 4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재무적 요소에서는 가계순자산 규모에 비례해 은퇴자신감 수준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계근로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자신감 점수도 높았다.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을 보유한 경우에도 대체로 높은 은퇴자신감 수준을 보였다.
응답자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평균 4.5개의 노후소득 수단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은퇴자신감 점수가 8~10점으로 상위인 응답자는 노후 소득 수단이 5개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비재무적 요소에서는 건강이 은퇴자신감에 큰 영향을 미쳤다. 8점 이상일수록 건강 상태를 자신하는 비중이 높고 4점 이하로 낮을수록 건강 상태의 자신감이 낮았다.
가장 걱정되는 질병으로는 ‘치매 및 뇌혈관 질환’이 40.4%로 높았다. 이어 ‘심혈관 질환’(29.1%), ‘암’(26.7%) 순이었다.
건강이 악화할 경우 재정적 위험성이 높아지는데, 이는 보험으로 대비할 수 있으며 보험을 갖추었으면 은퇴자신감 점수가 평균 1.7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은퇴자신감 저해 요인 1위는 건강 우려(37.3%)였으며, 다음이 자산 부족(21.8%), ‘노년의 외로움’(12.4%) 순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원만한 가족관계’(15.9%)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았다. 또한 ‘일자리 및 직업교육’(14.5%), ‘은퇴자 자산관리서비스’(11%)를 원했다.
은퇴자신감이 낮은 그룹은 자산을 가장 걱정했으며 일자리 및 직업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은퇴자신감이 높은 그룹은 건강을 가장 걱정했으며 원만한 가족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종합하면 가계순자산, 근로소득, 국민연금 예상수령액, 사적연금 등이 확보된 경우 은퇴자신감이 높았으며, 재정적 여건과 관계없이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은퇴 자신감이 1점 이상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또한 가족관계가 원만하고 노후의 취미나 여가생활 기대치가 높을수록 은퇴자신감이 증가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은퇴자신감을 형성하는데 자산 등 재무 요소 준비가 기본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면서 “건강 유지 및 정서적 안정감은 은퇴자신감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은퇴전 경제활동 시기에 공적, 사적 연금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은퇴 자산을 통해 다양한 소득 수단을 갖추어야 한다”면서 “은퇴 초기 활동적 시기에는 근로 활동을 지속해 근로소득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건강문제는 삶의 질 저하와 재무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평소 건강관리와 보험 대비를 해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벌이 가장 민 씨는 작년부터 노모 병원비까지 부담하는 상황이 되었다. 비상 예비자금을 따로 준비해두지 않은 민 씨는 제2금융권 대출이나 현금서비스 등 당장 손쉬운 대출을 자주 이용했다. 신용대출 만기 시점에 은행으로부터 신용평점 하락으로 한도 축소와 금리 인상 통보를 받은 민 씨는 개인신용에 대한 전반적인 상담을 받기 위해 상담 신청을 해왔다.
1~10등급의 신용등급제로 평가되던 개인신용이 2021년 이후 1~1000점의 신용평점제로 변경되었다. 은행 등 금융회사는 자체 신용평점시스템(Credit Scoring System, CSS)을 기준으로 대출 승인, 신용카드 발급, 한도, 금리 결정 등 각종 금융 거래를 위한 의사결정을 한다. 이때 CB(Credit Bureau)사(社)라고 하는 개인신용 평가회사의 신용평점을 참고한다. 2022년 8월 현재 개인신용평점에 따른 주요 은행별 일반 신용대출 금리를 비교하면 ‘표 1’과 같다.
개인신용평점에 따라 대출 금리는 최대 3배 가까이 차이 난다. 대출 금액 1억 원을 10년 동안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상환할 경우 대출이자율 차이에 따른 월 상환금과 총 이자액은 ‘표 2’와 같다.
개인신용평점은 두 CB사에서 운영하는 ‘나이스지키미’와 ‘올크레딧’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하면 연 3회 무료로 조회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2011년 10월부터 신용점수 조회 사실은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용점수에 이의가 있을 경우 신용조회회사 고객센터를 통해 신용점수 산출 근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CB사의 설명에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금융감독원 민원센터인 ‘개인신용평가 고충처리단’을 통해 이의 제기가 가능하다.
개인신용평점에 대한 오해와 진실
신용 관리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신용 관리 지식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다음 ‘표 3 신용평점 관리 자가진단표’에 하나씩 답을 해보면서, 개인신용평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자.
CB사는 상환 이력, 부채 수준, 신용거래 기간, 신용거래 형태, 비금융/마이데이터 등의 정보를 활용해 개인신용평점을 평가한다. 첫째, 상환 이력이란 기한 내 채무 상환 여부와 채무 연체 경험에 대한 정보 등을 말한다. CB사는 연체 정보 중 10만 원 미만 혹은 5영업일 미만의 연체는 신용평점에 반영하지 않는다. 대신 연체로 등록될 경우 90일 미만의 단기 연체 정보는 3년, 90일 이상의 장기 연체 정보는 최장 5년까지 신용평가에 반영한다. 연체 기간이 장기일수록, 연체 금액이 클수록, 연체 횟수가 많을수록 개인신용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둘째, 부채 수준은 현재 보유한 채무의 수준을 말하며, 대출 상환 정보가 반영된다. 부채 규모가 클수록, 부채 건수가 많을수록 개인신용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부득이 현금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경우 100만 원씩 두 번 받는 것보다 200만 원을 한 번 받는 것이 더 낫다. 보증채무도 부채 수준 정보에 포함된다. 단순히 신용카드를 여러 장 발급한 것은 신용평점과 상관이 없다.
셋째, 신용거래 기간은 신용 개설, 대출, 보증 등 신용거래 활동을 시작한 후 거래 기간에 대한 정보다. 연체 없이 대출 상환 기간이나 신용카드 사용 기간이 길면 길수록 개인신용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고로 신용카드 정리 시 사용 기간이 오래된 카드를 유지하는 것이 신용평점 활용 면에서 유리하다.
넷째, 신용거래 형태는 대출거래 형태나 신용카드의 이용 형태와 관련된 정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더 높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을 경우 연체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아 은행 대출보다 신용평점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일반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개인신용평가에 더 긍정적으로 반영된다. 습관적인 할부는 상환해야 할 부채 수준을 일정 기간 높게 유지하는 것으로 보아 일시불보다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단기 카드대출(현금서비스)은 신용평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신용카드 이용한도 대비 사용 비율이 높을수록 신용평점에 부정적이다. 따라서 신용카드 이용한도는 가능하면 높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신용카드는 한도의 30~40% 이내에서 사용하는 것이 신용평점에 긍정적이다.
다섯째, 비금융/마이데이터는 고객이 CB사에 직접 등록하는 정보다. 국민연금이나 국민건강보험료, 도시가스 요금, 통신 요금 등을 6개월 이상 꾸준히 납부한 실적을 CB사에 직접 등록하면 신용평점에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신용은 보이지 않는 자산이며, 신용사회가 되어갈수록 개인의 신용 관리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신용평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잘 숙지하여 신용카드 하나부터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사용해야 노후의 재무건강을 지킬 수 있다.
과다 채무자 구제제도
주식이나 부동산 혹은 가상화폐 등 투자한 자산의 가격하락으로 갑작스럽게 채무가 과다해진 사람들이 있다. 이럴 땐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냉정한 판단과 가족 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생활비를 대폭 줄이거나, 가족의 재무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채무가 가족의 능력 범위를 초과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채무자 구제제도를 이용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채무자 구제제도는 공적채무조정과 사적채무조정이 있다. 공적채무조정은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인데, 법원이 운영 주체다. 사적채무조정은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 주체인데, 연체 기간에 따라 ‘연체 전 채무조정’, ‘이자율 채무조정’, ‘채무조정’(개인워크아웃)으로 구분한다. ‘표 4’는 우리나라 채무자 구제제도를 요약한 것이다.
공적채무조정 중 많이 활용되고 있는 개인회생은 연체 여부와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다. 개인회생이 허가되면 채무자는 본인의 소득에서 부양가족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금액을 변제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부양가족 최저생계비는 매년 중위소득의 60% 수준에서 법원이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현재 개인회생 변제금 최장 납부 기간은 원칙적으로 3년이다. 다만 청산가치보장의 원칙이라고 해서 갚아야 할 변제금이 보유한 자산가치보다는 많아야 한다. 청산가치보장의 원칙에 따라 변제 기간을 5년까지 늘릴 수도 있다. 개인회생은 변제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채무자는 반드시 소득이 있어야 한다. 개인회생은 자산이 적고, 부양가족이 많고, 소득이 높지 않은 채무자일수록 상대적으로 탕감되는 채무가 많다. 법원으로부터 개인회생 인가를 받으면 채무자에 대한 독촉은 중단된다. 하지만 보증인에 대한 독촉은 중단되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회생은 보증인이 없거나 채무자와 보증인 모두 개인회생을 원할 때 신청하는 것이 좋다.
사적채무조정은 개인회생에 비해 원금 감면 비율이 낮다. 대신 보증인에 대한 독촉은 중지되고 상환 기간(최장 10년)이 길다. 개인회생이 모든 채무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사적채무조정은 신용회복위원회와 협약된 금융회사나 대부업체의 채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협약되지 않은 회사나 개인의 채무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채무로 인해 고통스럽다면 우선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서 상담받을 것을 권한다. 신용회복위원회 콜센터(1600-5500)나 인터넷으로 신용회복위원회 사이버상담을 통하면 채무조정부터 개인회생에 대한 안내까지 받을 수 있다.
모두가 돈 걱정 없는 삶을 원하겠지만 살다 보면 원하지 않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현실을 외면하기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대처하는 것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피하는 길이다.
참고 신용회복위원회(www.ccrs.or.kr), 나이스지키미(www.credit.co.kr), 올크레딧(www.allcredit.co.kr)
정부가 개인연금·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소득에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고, 피부양자 자격 요건에도 반영하는 내용을 검토한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건강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산정과 피부양자 자격 요건 평가에 사적연금 소득을 반영하는 방안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노후 자금으로서 연금 제도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 늘어나는 사적연금 반영해야
감사원은 최근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를 발표하며, 건강보험료 산정 및 피부양자 자격 인정 시 공적연금뿐 아니라 사적연금도 포함한 연금소득 전체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적연금 소득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데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면 다른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는 것.
현재는 건보료 산정 및 피부양자 인정 소득 기준으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만 반영하고 있다.
사적연금 소득 규모는 2013년 1549억 원에서 2020년 2조 9953억 원으로 늘었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사적연금에 건보료를 매기면 건강보험 재정에 도움이 된다. 2020년 사적연금 소득이 연 500만 원 이상인 55세 이상 지역가입자는 4만 469명이다. 사적연금 소득 금액은 4882억 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재산정 해보면 총 348억 원이 추가 부과된다.
만약 사적연금에도 보험료가 부과된다면, 지역가입자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합하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는 이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는 2단계 건보료 부과체계가 새로 개편돼 피부양자 자격 요건도 강화된 상황이다. 연 2000만 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공적연금 소득 반영률도 높아진 데다 사적연금까지 반영한다면 많은 이들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늦춰 연금을 몇만 원 더 늘렸다가,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면서 월 20만 원이 넘는 건보료를 내야 하느냐는 민원이 이미 속출하는 상황이다.
건보료, 사적연금 소득반영은 '시기상조'
보건당국의 이번 조치에 일각에서는 시기상조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사적연금 확대 장려 정책이 아직은 제 역할을 할만큼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고 하자, 사적연금에 세제 혜택을 주며 사적연금 확대를 장려해왔다. 2022년 세제개편안에서도 사적연금 세제 혜택을 확대했다.
이번 개편안에서는 연금저축 세액공제 납입 한도를 4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올리고,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합친 세액공제 납입한도는 700만 원에서 800만 원으로 늘린다. 세액공제율은 총급여액 5500만 원 이하는 15%, 초과는 12%를 적용한다. 연금저축 적립액은 2021년 12월 말 기준 160조 원에 이른다.
올해 4월부터는 퇴직연금뿐 아니라 퇴직금 제도가 적용되는 모든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인 IRP로 의무 지급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가입자만 퇴직금을 받을 때 IRP 계좌로 받아야 했다. 개인연금 계좌 가입자도 늘리고, 이를 통한 퇴직연금 운용도 유도한 것.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운용 수익률이 낮아 계좌를 해지해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더 낫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를 도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가 금융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면서, 퇴직금이나 자금을 금융소득으로 굴리기보다 사적연금으로 투자해 노후 준비도 하면서 절세도 하려는 사람이 늘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아직 사적연금은 노후 안정성을 높이는 제도로서 시장에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다. 보험연구원(KIRI)은 “장수하는 고령사회, 준비와 협력(I): 사적연금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초고령사회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사적연금의 역할 강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회원국 평균인 15.3%를 크게 웃도는 43.4% 수준이다. 공적연금만으로는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사적연금 활성화를 통한 노후 안전망 준비가 시급하다.
특히 공적연금은 국민연금의 넓은 사각지대, 낮은 급여 수준, 재정 불안정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어 정부 재정을 통한 재원 조달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에서도 제도 가입을 장려해온 것. 하지만 KIRI는 취약계층의 사적연금 가입률이 낮고, 퇴직연금은 이직 과정에서 적립금 대부분이 해지된다고 지적했다. 연금으로 수령하기보다 일시금으로 받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의 IRP 계좌 해지율은 97.3%에 이른다.
사적연금 활성화가 우선
우리나라는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 수준이 낮은 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보험료 납부액 대비 세제 지원 수준은 OECD 12개국 평균인 26%보다 낮다. 퇴직연금 기준으로 확정급여형(DB)이 17%, 확정기여형(DC)이 14% 수준이다. 면세자의 납부보험료에 세제 혜택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가입 유인도 떨어지고, 연금화를 유도할만한 세제 혜택도 크지 않다.
또한 2021년 만 55세 이상 퇴직급여 대상자 중 연금수령 비율은 4.3%에 불과하다. 또한 적립금이 적을수록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사람이 많았다. 결국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은 여전히 노후 소득보장 제도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셈이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 사적연금이 공적연금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려면, 개인이 스스로 준비할 수 있게 끔 사적연금이 활성화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건보료 산정 기준에 사적연금을 소득으로 반영하게 되면, 사적연금사적연금 활성화에 부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금은 미래에 받는 월급 같은 것인데 사적연금 가입으로 오히려 실질 가처분소득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면, 건보료 산정 수준 이하에 해당할 연금소득자 까지 가입유인을 감소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미 운용되고 있는 퇴직연금도 연금화가 안 된다는 문제가 있는데, 오히려 일시금 수령을 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향후 건보재원 충당을 위해 추가적 복지재정 확충도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타 제도에 미칠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소득공제, 세액공제 등 세제 인센티브로 충격을 완화하는 정책을 함께 실시하는 등 제도간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지 않도록 정책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제도가 제대로 성숙할 때까지는 다른 재원 확충 방법은 없는지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전문가 등 협의체를 마련해 충분한 사회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공적연금을 월 167만 원 이상 받으면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건강보험료(이하 건보료)를 더 내야 한다.
건강보험 가입자는 크게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지역가입자로 나뉜다. 이 중 피부양자는 직장에 다니는 가족이 내는 보험료로 함께 보험 혜택을 받는다. 피부양자라면 건강보험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물론 피부양자가 되려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소득 기준, 재산 기준, 부양요건 기준에 맞아야 한다.
오는 9월 건보료 부과체계가 개편되고 나면 당장 11월부터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강화된 피부양자 자격 조건
새로 개편되는 2단계 건보료 부과체계에서는 피부양자 자격 요건이 강화된다. 연소득 3400만 원 이하까지는 피부양자 자격이 됐지만, 이제는 2000만 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더불어 사업소득이 있는 경우에도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 사업자등록증이 있고, 기본공제금이나 필요 경비를 제외한 사업소득이 1원이라도 발생한다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상가를 구매해서 노후를 준비하는 시니어라면 이번 개편으로 건보료가 오를 수 있다. 상가를 구매한 뒤 임차를 통해 사업을 할 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받으려면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었다면, 지역가입자 전환이 됐을 때 어느 정도의 건보료가 발생할지 알아보고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면 연간 500만 원 이상의 사업소득이 발생할 경우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재산세 기준도 강화된다. 재산세 과세표준이 5억 4000만 원 초과하고 소득이 1000만 원 초과하면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았던 조건은 재산세 과세표준 기준이 높아져 3억 6000만 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에서 제외된다.
이 때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의 60%를 과세표준으로 삼는다. 공시가격 9억 원의 아파트에 살면서 국민연금으로 매달 90만 원 이상을 받는다면, 지금은 피부양자이더라도 오는 11월부터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이 경우 매 월 예상 보험료는 20만 원이 넘는다.
지역가입자, 연금 소득반영율 올라
지역가입자는 합산소득에 따라 건보료가 부과된다. 합산소득은 금융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등을 포함한다. 그런데 이번 개편에서는 연금소득을 반영하는 비율도 높아진다. 공적연금 소득 반영률이 30%에서 50%로 올라가는 것.
그러니까 이전에는 연금을 100만 원 받았을 때 30만 원만 소득으로 인정이 됐다면, 이제는 50만 원까지 소득으로 본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오를 수밖에 없다. 연간 수령하는 공적연금 액수는 변하지 않지만, 건보료는 1.5배 정도 오르게 된다.
연금소득에서는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의 사적연금은 제외하고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의 소득 반영률을 높인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피부양자 자격을 많은 이들이 상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건강보험 주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가입자 중 피부양자는 1809만 명으로 35.2%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는 이번 2단계 개편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사람이 59만 명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1단계 개편 때는 36만 명이 자격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2단계 개편으로 피부양자 조건에서 탈락하는 사람의 보험료를 자동 감면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신의 예상 건강보험료를 더욱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를 보거나 문의를 해보면 알 수 있다.
연말에 퇴직 예정인 권 씨는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연내에 개편 예정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개편의 주요 골자는 국민건강보험료 결정에 적용되는 소득과 재산의 기준, 그리고 피부양자 자격 조건의 변동이다. 권 씨는 퇴직한 선배들로부터 가장 신경 쓰이는 지출이 국민건강보험료라는 말을 듣고, 본인 퇴직 후 재취업 여부에 따른 국민건강보험료 부과 기준 등이 궁금해 상담을 요청해왔다.
권 씨가 퇴직 후 재취업을 하면 현재처럼 직장가입자가 된다. 직장가입자는 고용 기간 1개월 미만인 일용근로자와 현역병 등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 및 사용자와 공무원 및 교직원이 대상이다. 직장가입자의 국민건강보험료(이하 보험료)는 당사자 개인별로 부과되며, 보험료의 부과 기준은 ‘소득’이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는 ‘보수월액보험료’와 ‘소득월액보험료’로 구성되며, 보험료율은 6.99%(2022년 기준)로 동일하다. 보수월액이란 직장가입자가 당해 연도에 받는 보수 총액을 근무 월수로 나눈 금액을 말한다. 소득월액은 직장가입자의 보수외소득(이자, 배당, 사업, 근로, 연금, 기타소득)을 말한다. 소득월액이 연간 34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소득월액보험료를 부과한다. 소득월액보험료를 적용하는 소득 금액은 소득 종류에 따라 이자, 배당, 사업, 기타소득은 100%, 보수외근로소득과 연금소득은 30%를 반영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첫째, 소득월액보험료에 적용되는 소득은 수입 금액에서 필요경비를 공제한 금액이다. 둘째, 금융소득(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은 연간 1000만 원이 넘을 경우 전액 반영하지만 연간 10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전액 미반영한다. 셋째, 연금소득은 현재 공적연금(국민연금 및 직역연금)만 반영하며,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 등 사적연금은 반영하지 않는다. 올해 7월 국민건강보험제도 개편안이 시행되면 소득월액 부과 기준 보수외소득은 연간 2000만 원으로 하향되며, 보수외근로소득 및 공적 연금의 반영률은 30%에서 50%로 인상된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에는 장기요양보험료(12.27%, 2022년 기준)가 부과된다.
예를 들어 권 씨가 퇴직 후 재취업해 연간 보수 총액 6000만 원을 받고, 금융소득이 연간 1200만 원, 상가 임대소득이 연간 5000만 원, 연금저축의 연금 수령 금액이 연간 1000만 원일 때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국민건강보험료 예상은 위와 같다.
피부양자의 소득 기준과 재산 기준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 포함), 직계비속(배우자의 직계비속 포함)과 그 배우자, 형제자매 중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며 소득 및 재산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에만 해당되며 별도의 보험료 납부의무가 없다. 피부양자가 되기 위해서는 ‘소득 기준’과 ‘재산 기준’ 모두를 충족해야 한다. 소득 기준은 연간 합산소득이 34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다만,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거나 사업자등록이 없더라도 연간 사업소득이 500만 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재산 기준은 직장가입자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인 경우와 형제자매인 경우는 기준이 다르다.
직장가입자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인 경우를 알아보자. 재산세 과표가 9억 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재산세 과표가 9억 원 이하이지만 5억 4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연간 합산소득이 1000만 원 미만이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만약 재산세 과표가 5억 4000만 원 이하이면서 소득 기준(연간 합산소득 3400만 원 이하)을 충족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직장가입자의 형제자매인 경우에는 30세 미만이거나 65세 이상 혹은 해당 법률에 따른 장애인이거나 국가유공자 등이면서 재산세 과표가 1억 8000만 원 이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피부양자 자격 여부를 판단할 때는 개인의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부부라고 하더라도 소득이나 재산을 합산하여 계산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부가 모두 피부양자가 되려면 부부가 각각 소득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권 씨가 퇴직하고 재취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장가입자인 아들의 피보험자가 되려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권 씨의 부인은 전업주부다. 피부양자가 되려는 사람이 기혼자인 경우에는 부부 모두 소득 기준을 우선 충족해야 한다. 즉 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연간 합산소득이 3400만 원을 초과하거나 사업자등록증 보유 등의 이유로 소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부부 모두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소득 기준에 의한 기혼자의 피부양자 자격 판단은 상호 종속적이다.
이제 재산 기준에 대해 알아보자. 소득 기준과 달리 재산 기준에 의한 피부양자 자격은 상호 독립적으로 판단한다. 만약 권 씨가 연간 합산소득이 1000만 원 이하(소득 기준 충족)이면서 재산세 과표가 9억 원 이하면 권 씨 부부 모두 아들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권 씨의 재산세 과표가 6억 원이면서 연간 합산소득이 2000만 원이라면 소득은 3400만 원 이하(소득 기준 충족)라 하더라도 재산 기준인 ‘5억 4000만 원 초과 시 연간 합산소득 1000만 원 이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권 씨는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부인은 소득과 재산이 없기 때문에 직장가입자인 아들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피부양자 소득 기준과 재산 기준도 2022년 7월 개편된다. 소득 기준은 현행 34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인하되고, 재산 기준 ‘5억 4000만 원 초과 시 연간 합산소득 1000만 원 이하’는 ‘3억 6000만 원 초과 시 연간 합산소득 1000만 원 이하’로 변경될 예정이다.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와 보험료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그 피부양자를 제외한 가입자를 말한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산정에 소득만 반영하는 것에 비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소득, 재산(자동차 포함)별로 부과 점수를 정하고 부과 점수당 금액(2022년 205.3원)을 곱하여 보험료를 산정한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세대 단위로 산출하여 세대주에게 부과된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소득은 97등급으로 나누고, 연간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소득최저보험료(1만 4650원)를 납부한다. 지역가입자의 소득평가율은 직장가입자의 연간 합산소득에 대한 기준과 같다. 토지, 건축물, 주택, 선박, 항공기와 전월세가 대상인데, 전월세는 30%만 반영하고 재산 규모에 따라 1350만 원에서 3350만 원의 기본공제를 해주며 60등급으로 나눈다. 자동차는 배기량 등을 기준으로 11등급으로 나누는데, 올해 7월 국민건강보험제도가 개편되면 배기량에 관계없이 차량가액 4000만 원 이상 차량만 보험료 부과 대상으로 한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에는 직장가입자와 마찬가지로 장기요양보험료(12.27%, 2022년 기준)가 부과된다.
국민건강보험제도는 2022년 7월 1일부터 개편될 예정인데, 직장가입자, 피부양자의 소득 기준과 재산 기준, 그리고 지역가입자와 관련된 주요 개편 내용을 요약하면 위의 표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