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막냇동생이 전화를 했다. 엄마에게 전통 사찰음식을 사드리고 싶으니 모시고 나오라 한다.
엄마가 요즘 많이 의기소침해 계신다.
지난주 건강검진에서 신장 기능 저하라는 소견을 받고 지금 검사 중이기 때문이다.
여태까지는 심장이나 혈압체크만 하면서 대체적으로 아픈 곳 없이 생활하셨는데 이번에 소변검사 후 신장을 면밀히 검사받아보라는 진단과 함께 음식도 국물이나 소금기를 피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막내 제부가 이런 종류의 음식을 드셔야 한다며 ‘감로당’이라는 사찰음식점에 초대했는데 ‘감로당’이라는 음식점은 필자는 처음 들었지만, 많이 알려진 아주 유명한 곳으로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음식재료도 거의 천연으로 준비하는 곳이라 한다.
사찰음식점으로는 조계사 건너편의 ‘발우공양’이라는 곳에 가본 적이 있다.
유명한 스님요리사가 운영하는 곳인데 꼭 예약해야만 하는 곳이었다.
필자가 좋아하는 배우 리처드 기어는 불교 신자이다.
리처드 기어가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이 음식점에도 왔다는데 불교신자로서 한국 전통의 절 음식을 맛보고 싶었을 것이다.
음식점 벽에 필자가 좋아하는 리처드 기어의 사진이 사인과 함께 걸려있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었다.
‘감로당’의 음식도 ‘발우공양’과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백련초로 담근 김치는 색이 곱고 맛도 좋았지만, 코스로 나오는 요리들은 짭짤한 맛을 좋아하는 필자에게는 너무나 심심한 음식들이었다.
막내 제부가 일부러 이 식당을 선택한 마음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앞으로는 국물이나 소금기를 피해야 하니 이런 음식을 드셔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마음 씀씀이가 매우 고마웠다.
먼저 연잎 차가 한잔 나왔고 부드러운 현미 죽이 나왔다. 따끈한 현미 죽은 간이 없었는데도 감칠맛이 났다.
다음은 연근과 마, 파프리카 샐러드로 필자가 좋아하는 마가 아주 아삭해서 맛있었다.
그런데 어디나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한식집의 음식량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싶은데 다음 메뉴로 송이와 마, 연근을 구운 음식으로 일인 당 딱 한 개씩 나왔다. 아삭한 마가 좋아서 10개쯤 먹고 싶었다.
두부를 작게 썰어 찹쌀을 입혀 튀긴 후 매운 양념으로 버무린 두부조림, 숙주나물과 채소를 볶은 ‘월과 채’가 나왔고 자그마한 예쁜 색깔의 각종 전이 한 접시 나왔다.
이렇게 버섯과 채소와 전이 주재료인 요리가 끝나고 연잎에 싼 연잎 찐 밥과 된장국 수수부꾸미와 식혜로 마무리되었다.
연잎 밥은 약간 고두밥이었지만 쫀득하고 찰기가 있어 아주 맛있었다.
다시 한 번 “어머니 앞으로는 이렇게 드셔야 해요.” 라고 당부하는 막냇사위의 손을 잡은 엄마는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않으셨다. 엄마 덕분에 덩달아 필자까지 좋은 음식을 맛보았다.
고기와 냉면을 좋아하시는 엄마가 앞으로는 채식 위주로 하셔야 하니 마음이 아프지만 이런 음식을 먹으면 건강에 아주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먹은 재료 중엔 마가 제일 맘에 들었다. 엄마랑 이번 주말에 경동시장에 가서 연근과 마를 사오자고 약속을 했다.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지난해 대한불교조계종단으로부터 최초로 ‘사찰 음식 명장’을 수여받은 선재 스님의 책 제목이기도 한 이 문장은 요즘 가장 치열하게 식문화가 발전하고 있는 현재에 던지는 화두처럼 들려온다. 셰프가 TV 스타가 되고,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요리를 소재로 만들어지고, 건강과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해진 요즘 과연 우리가 먹는 것은 제대로 된 음식일까? ‘우리는 음식을 왜 먹는가?’ 사찰음식의 대가 선재 스님에게 그 답을 들어봤다.
힘이 넘친다. 조계종에서 인정한 최초의 사찰음식 명장 선재 스님의 목소리에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에너지가 넘쳤다. 사찰음식에 담긴 조화의 힘이 그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불경에는 놀랍게도 음식에 관한 가르침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음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철학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조리법, 음식 손질과 보관법, 주방 설치법, 먹는 법까지 세세하게 쓰여 있습니다. 특히 에 나오는 ‘일체 제법은 식(食)으로 말미암아 존재하고 식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다’는 경구는 부처님이 음식을 굉장히 중요한 가르침으로 다루셨음을 말해주는 증거입니다.”
불경에서부터 귀하게 다루었던 식문화를 확인한 선재 스님은 문헌 연구를 거듭하였다.
그리고 1994년 중앙승가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며 발표한 ‘사찰음식문화연구’ 논문은 그동안 스님들에게만 전수되던 사찰음식에 관한 최초의 논문으로 기록됐다.
음식으로 다시 생명을 얻다
그러나 사찰음식 연구는 선재 스님에게 큰 시련을 안겨줬다. 연구를 하면서도 화성 신흥사 청소년 수련원에서 아이들의 수련교육을 맡았는데 교육의 좋은 결과에 반한 기관과 학교들에서 수련교육 요청이 빗발쳤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지자 하루에 두세 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잤고 음식의 질도 신경 쓰지 않고 급하게 끼니를 때우는 일이 거듭됐다. 그러자 기운이 없어졌고 어느 날 주저앉아버렸다. 병원에 가자 의사가 간경화라는 진단을 내리면서 1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다. 난데없이 시한부 인생이 된 것이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힘없이 누워 있는데 문득 제가 쓴 ‘사찰음식문화연구’ 논문이 생각났습니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논문을 꺼내와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논문을 쓸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쓰고도 정작 나는 글대로 살지 못했구나, 부처님 법대로 살지 못해 아픈 거구나, 그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부처님의 법을 그토록 연구했음에도 자신은 정작 실천하지 않았다는 자책감에 스님은 남은 시간을 부처님의 법대로 철저하게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모든 가공식품을 끊고 자연 그대로의 음식, 제철 음식, 때에 맞는 음식, 깨끗한 음식으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로 채워진 일상의 습관을 바꾼 것이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몸에 나쁜 음식을 먹지 않고 일상의 습관을 바꾼 것만으로도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의 마무리는 에너지 넘치는 스님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선재 스님의 두 번째 삶은 딱딱하게 굳어 있던 간에 항체가 생기는 기적과 함께 시작됐다.
꿈꾸는 삶, 사찰음식에 다 있다
선재 스님의 두 번째 삶에는 사찰음식의 전파가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다. 얼마 전 스님은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사찰음식에 관한 강연을 진행하고 프랑스 파리 오이시디 주재 한국대표부에서 행사를 가졌다. 최근 세계 3대 요리의 나라 프랑스는 물론 독일, 미국, 베트남 등 전 세계에서 선재 스님을 찾고 있다. 사찰음식이 갖고 있는 현대 식문화에 관한 대안적 성격을 요리 문화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더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해외에 초대받아 갈 때 저는 음식만 가는 게 아니라 문화도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외국에서 사찰음식에 관한 강연을 요청받으면 음식에 대한 얘기와 함께 불교가 갖고 있는 사상에 관한 강연도 함께 하죠. 예를 들면 대웅전의 꽃문살 사진 전시회와 함께 강연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언젠가 사찰음식에 관한 칼럼을 써서 강연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한테 미리 공부해서 오시라고 요청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 강연이 반응이 좋아서 그해 있었던 그 지역의 해외 행사들 중 가장 훌륭한 행사로 최우수 평가를 받기도 했죠.”
스님이 전파하는 불교 사상의 핵심은 땅, 물, 바람, 동물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자연 존중에 있다. 사찰음식이라는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세상에 대한 고마움과 겸허를 알려주려는 스님의 노력은 파괴적이고 소비적인 작금의 식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기도 하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육체, 정신, 영혼 모두에 영향을 미쳐요. 몸과 마음도 연결돼 있지요. 음식은 곧 생명, 먹는다는 것은 곧 산다는 것과 같거든요. 내가 만든 음식에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가치관이 담겨 있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사찰음식을 찾는 이유일 거예요.”.
변질된 사찰음식은 사찰음식이 아니다
“사찰음식 문화의 범주를 의식주에서 찾으면 안 돼요. 약에서 찾아야 해요.”
음식을 약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선재 스님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절절하게 체험한 데서 나온 것이리라. 스님은 제대로 된 사찰음식은 누구에게나 맛있는 음식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분명 몸에는 좋은 음식이라서 사찰음식이 입에 안 맞더라도 그 사람 몸에 좋다면, 그 사람 생각을 바꿔서라도 먹도록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한다.
“지금 바깥의 사찰음식을 보면 뭔가 빨리, 뭔가 맛을 내기 위해서 쓰는 것들이 보여요. 그런 건 사찰음식이 아니에요.”
스님은 요즘 사찰음식 붐이 일어나고 있지만 상당수의 사찰음식이 사찰음식 본연의 철학과 가치를 담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스님이 갖고 있는 가치관의 엄격한 면을 확인할 수 있는 말이었다.
“사찰음식을 강의하던 자리였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서 처음 만든 음식이 야채 샤브샤브였어요. 우리 땅에 나오는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데 우리 언어를 써야 맞지 샤브샤브가 뭐냐 싶어서 그 사람에게 직언한 적이 있어요. 그 사람은 기분이 안 좋았겠지만 누군가는 말을 해줘야 해요. 자연음식가라면서 야채 샤브샤브라는 말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써도 되는지 안타까웠어요.”
스님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친환경 급식’ 개념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야채는 친환경일지 모르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장은 첨가제가 들어가는데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친환경 급식의 맹점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첨가제가 들어간 음식은 먹지 말아야
“음식에 따라 사람의 성정이 달라집니다. 경상도 사람들은 음식을 짜게 먹으니 마음이 급하고 충청도는 심심하게 먹으니 사람이 순하죠. 육류는 동적인 에너지를 주고 두부는 정적인 에너지를 줍니다. 차를 불가의 대표적 음식이라 하는데, 차와 선은 같은 맛이라는 말이 있죠.”
불교에서 육식과 오신채를 금하기 시작한 것은 모든 생명에 자비심을 가지는 수행자들의 문화에 영향을 받았다. 조계종이 사찰음식 명장 1호로 선정한 선재 스님의 음식 철학도 “사찰음식에서 육식을 하느냐의 여부보다 어떻게 먹느냐의 문제”에까지 뻗쳐 있다. “내가 무엇을 먹고 살고 있는지 살피며 바른 음식을 먹고 바른 생각으로 살아야 지혜롭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답니다.” 스님이 음식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음식의 그런 막중한 역할 때문이기도 하다.
“육류와 파, 마늘은 수행자가 피곤할 때는 허락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가공식품은 약이 아니라 독이에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장아찌를 만들 때 음료수를 넣어 만들어요. 그렇게 하면 상하지 않죠. 하지만 자연적이라고는 볼 수 없죠. 설탕은 빠르게 흡수되면서 열을 발산하니까요. 저는 일체 안 먹어요. 차라리 깨끗한 생선은 부처님이 허락했지만 이런 건 안 된다고 봐요.”
스님에게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먹어야 하냐고 묻는다고 한다. 그때마다 스님은 뭔가를 먹으려 하지 말고 버리라고 말한다. 그래서 스님은 단언한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는 첨가제는 먹지 말아야 합니다.”
김치와 장이 수행자의 맛
자연에는 온통 먹을 게 천지에 널려 있다. 그것들은 모두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음식이다. 그렇다면 스님이 선호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김치, 그리고 장. 그게 기본이죠. 나는 김치 속에 간장, 된장, 고추장을 넣어요. 김치에 발효음식을 넣는 거죠. 그래서 과거 스님들이 장을 다섯 말을 담갔다면 나를 만나면서 두 말을 더 담그게 됐어요(웃음).”
스님은 변질되지 않은 사찰음식을 보다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하려면 김치를 집에서 담가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음식의 재료는 또 다른 생명이에요. 그 생명을 내 몸에서 잘 흡수되게 만들려면 중간 역할이 필요하죠. 그것을 장과 발효가 해주는 거예요. 그리고 요즘은 배추에 농약을 많이 쳐서 쓴맛이 나요. 진짜 유기농은 처음도 달고 끝도 달아요. 김치를 담그고 그 쓴맛이 없어지는 때가 오는데, 이는 발효를 통해 중금속이 중화됐기 때문이죠.”
스님은 밥 중에서는 쌀밥을 최고로 친다. 그런데 식은 밥이 아니라 바로 한 밥만을 먹는다고 한다. 바로 한 밥은 3분의 1만 먹어도 에너지가 생기지만 식은 밥은 두세 공기를 먹어도 몸에 흡수가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제야 ‘요리사라는 직업은 의사와 같다’는 스님의 말이 이해가 갔다. 불가의 가르침에 따라 철저하게 음식의 효능과 조화를 따지는 그의 모습에서 환자를 살피는 의사의 모습을 본다. 음력 4월은 부처님 오신 달이다. 부처님에게 한 가지 밥과 반찬을 공양하라 하면 선재 스님은 어떤 음식을 만들까?
“우선 참죽나물로 만든 밥이 좋겠어요. 그 이파리를 말려 볶아 으깨서 넣은 밥. 원래 참죽나물은 참선하는 스님들이 먹는다 하여 ‘참중나물’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단백질이 많고 열이 많은 나물이죠. 모든 야채가 냉한데 이건 뜨거워요. 이 밥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올리면 좋겠어요.”
사찰음식을 만드는 수행자들은 음식이 몸과 마음을 합일(合一)시켜준다는 사실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깨달음은 음식을 통해서도 오는 것임을 이제야 알겠다. 거기에는 스스로를 다스린다는 명제가 있다. 선재 스님이 만들어준 오색화전과 상추떡을 먹고 나니 왠지 맑은 심성을 되찾아 착한 사람이 된 듯했다. 그리고 평소의 오만함이 무모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스님이 하시는 거 보니 사찰음식 너무 쉬워 보이는데요, 저도 집에 가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의기양양한 기자를 보며 선재 스님은 어리석은 중생을 위해 또 한 번 미소를 내어주셨다. 그 사이 봄날 보리사 장독대에서 익어가는 장(醬) 내음은 홍매화 향기 못지않게 코끝을 간질였다.
선재 스님이 가르쳐준 사찰음식
취나물전병, 진달래전병
새알 빚어 꼭꼭 눌러 기름 둘러 지져낸 희고 둥근 반죽 위에 진달래를 꽃피우게 해서 둘둘 말아 김밥처럼 썰면 진달래전병이 되고, 취나물 잎을 얹어 둘둘 말면 취나물전병이 만들어진다.
오색화전
찹쌀가루에 단호박, 비트즙, 쑥즙, 백년초 가루를 각각 섞어 다섯 가지 색을 낸 반죽을 팬에 기름을 두르고 구운 뒤 진달래꽃, 제비꽃, 냉이꽃, 민들레꽃 등을 전에 얹으면 오색화전이 만들어진다.
상추전, 취나물전
상추전은 감자를 갈아서 부쳐내고 취나물전은 갈아놓은 호박과 함께 부친다.
마늘, 파, 부추, 달래, 무릇(흥거) 등 우리 사찰에서 금하는 다섯 가지 채소를 ‘오신채(五辛菜)’라고 한다. 재료의 성질이 맵고 향이 강해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음식을 흔히 ‘사찰음식’이라 부른다. 이러한 사찰음식의 개념을 넘어 ‘한국 전통 채식’의 의미를 더한 무신채(無辛菜) 식단을 지향하는 맛집 ‘마지’를 찾아갔다.
순하게 즐기는 우리 전통 채식
서울 경복궁 인근 서촌마을에 위치한 ‘마지'는 아담한 한옥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2012년 사찰음식 도시락을 선보였던 마지는 이듬해 서울 방배동 매장을 마련했고, 올해 4월 지금의 서촌 분점을 열었다. 그 출발은 ‘사찰음식’이었지만, 오랜 연구와 고민을 거듭하며 현재는 ‘한국 전통 채식’이라는 의미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종교음식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마지의 김현진 대표는 “사찰음식점으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한국 전통 채식’입니다. 식물은 저마다 독성이 있기 때문에, 짧게라도 열처리를 해서 독성을 제거해야 해요. 그게 한국 전통 채식의 조리법이라 할 수 있죠. 우리는 그 방법을 고수해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라며 이곳 음식의 의미와 고집을 드러냈다.
목사님도 즐기는 부담 없는 사찰음식
마지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대개 스님이거나 불교 신도들 아닐까? 이에 김 대표는 선입견에 불과하다고 했다. “서촌점 개업 날도 스님보다 목사님이 더 많이 방문했어요. 단골을 봐도 스님, 목사님, 신부님 비율이 거의 비슷하죠.” 또 한 가지 반전은 김 대표는 한때 잘나가던 수학선생님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사찰음식으로 전향하게 된 데에는 가족의 영향이 컸다. 암으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부쩍 건강에 신경을 쓰던 그녀의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났다. 병원에 가보니 항생제 알레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 즐겨 먹었던 (항생제 처리된) 닭고기가 화근이었던 것. 그길로 자신이 먹는 식재료들의 근원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사찰음식에 눈을 뜨게 됐다. 그리고 마지가 문을 열기까지 그의 어머니인 백련성(본명 이춘필) 백련사찰음식 연구소 소장의 역할이 컸다.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하다
선재 스님에게 사찰음식을 사사한 백련성 소장 역시 과거 고기를 먹다가 급체한 이후 채식만 먹게 됐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식재료 하나하나에 더욱 신경을 쓰고 정성을 다할 수 있었다. 마지의 대표 메뉴는 연밥올림 한상차림(1만7000원)인데, 여기에 쓰이는 연잎 한 장도 직접 엄선해 사용한다. 5월에서 10월까지, 여름내 촉촉이 비를 맞고 가을에 제대로 영글어진 백련 잎만을 고집한다. 여러 연꽃 중에서도, 백련 잎은 향이 진하고 약용 성분이 풍부해 연밥을 지었을 때 맛이 좋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곳에서는 지름이 50cm 정도인 큰 연잎에 흰 찹쌀만 넣고 연밥을 만든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건강한 자연의 향을 머금은 밥맛이 풍족하게 느껴진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깍두기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인공조미료나 액젓 대신 과일소스와 간장으로 양념한다. 흔히 식당에서 즐기는 새콤하게 무른 깍두기와 달리, 아삭아삭하면서도 기분 좋은 알싸함과 단맛이 느껴진다. 다른 반찬들 역시 천연 효소나 최소한의 양념만 넣어 담백하게 요리한다.
마지의 삼일(3·1) 캠페인
사찰음식의 맛에 눈뜬 사람이라도 가격이 부담스러워 자주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곳에서는 8000원부터 1만원까지,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부담 없는 한 끼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김 대표는 ‘삼일 캠페인’을 제안한다. 세끼에 한 번, 3일에 한 번, 또는 외식 세 번 중 한 번은 가벼운 음식을 먹어서 과한 영양 섭취에 지쳐 있는 우리 몸을 편안하게 해주자는 것. 그렇게 서서히 우리 몸과 영양의 균형을 찾는 식단을 마련하는 게 마지의 목표다.
마지에서는 주마다 종교학, 음식학, 철학 등을 아우르는 ‘인문학밥상’ 강의가 열린다. 단순히 밥을 먹는 식당을 넘어서 불교를 흥미롭게 접하고 종교 간 화합을 마련하는 소통의 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5길 19).
뉴욕이나 도쿄 등 선진국 대도시에 가면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과 술은 물론 오페라와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문화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겠지만 각 나라 방문 비용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싼 값으로 먼 나라의 문화를 맛보고 즐길 수 있다. 이때 제시할 수 있는 단어가 ‘문화력(文化力·Cultural power)’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에서는 문화력을 국가와 국민이 갖는 매력이면서 한 국가의 브랜드 파워로 풀이하고 있다. ‘경제력(經濟力·Economic power)’이 경제적 능력을 의미하는 것처럼 문화력도 문화적 능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고 싶은 문화력은 그 도시를 찾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또는 문화적 매력 정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한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의 정도를 문화력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
만약 ‘문화력지수(Cultural power index)’를 만들어 주요 도시들을 비교한다면 우리나라의 서울은 매우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음식과 술의 종류가 다양하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뮤지컬, 연극 등도 수시로 무대에 오른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각설이처럼 몇 년에 한 번씩 찾아와서 오리지널 공연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요즘엔 일부 대형 영화관에서 해외 유명 오페라 또는 콘서트를 녹화해서 방영하거나 생중계하기도 한다. 이태원이나 홍대 앞 거리에는 각 나라의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요르단,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다 비슷해 보이는 음식 같아도 조금씩 다르다. 중남미는 물론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아프리카 음식점도 있다.
필자는 운 좋게도 뮤지컬 , 오페라 를 워싱턴과 뉴욕 그리고 서울에서 여러 번 봤다. 그래서 가끔 무대와 의상, 주연배우 등을 비교해보기도 한다. 프랑스 3대 뮤지컬인 , , 도 외국과 서울에서 번갈아 가며 관람했다. 는 하도 많이 봐서 주인공 이름은 물론 대사를 듣지 않아도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대강 알 수 있다.
무슨 큰 자랑처럼 필자의 경험담을 늘어놓는 이유는 문화력지수가 높은 서울을 잘 활용해 개인별 문화력지수를 키우자고 제안하기 위해서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과 대구 같은 대도시만 활용해도 문화적 욕구를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 가끔 1박 2일 코스로 서울을 방문해 다양한 문화 체험과 함께 음식점 등을 순례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근에는 주말마다 광화문 근처 호텔 방들이 만석이라고 한다. 지방에 사는 가족들이 촛불 집회 참가 겸 서울 나들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영화 에서 주인공 태식(원빈 분)이 하는 말이다.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오늘 놀고 쓰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라고 해석하고 싶다. 열심히 일해서 모았든, 투자와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했든,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든 늙어 죽을 때까지 쓸 돈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가장 먼저 고민할 일은 ‘돈을 어떻게 쓰다가 죽을 것인가?’ 아닐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내일 또 내일 하며 미루다 보면 어느새 다리에 힘이 빠져 돌아다닐 기력마저 없어진 뒤일 수도 있다. “여행은 다리 떨릴 때 하는 게 아니라 가슴 떨릴 때 해야 한다.” 이 말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돈을 쓸 때도 다 때가 있다. 나이 들면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 물론 자녀나 친인척들에게 주거나 사회에 기부하겠다면 말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요즘엔 강의하러 가면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보라고 자주 청중들을 부추긴다. 버킷리스트의 사전적 의미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달성하고 싶은 목표 리스트’다. 대단한 일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 별거 아니다. 이렇게 한번 짜보자. ‘올해에는 오페라를 두 개 보고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영화를 보자.’ 오페라나 영화를 보러 갈 때 괜찮은 음식점에 들러 식사까지 할 수 있다면금상첨화. 이처럼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목록으로 정리해서 실천해보자.
오페라와 영화에는 취미가 없고 여행을 더 선호한다면 목록을 바꾸면 된다. 문화력지수가 꼭 오페라와 영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신라, 백제, 고구려 등 역사 유적지를 탐방할 수도 있고 박물관이나 유배지를 찾아 나설 수도 있다. 섬이나 폐사지(廢寺地), 전적지(戰跡地), 이름난 고택(古宅), 습지(濕地), 유명 사찰, 교회(성당) 등도 좋은 선택지다. 술과 음식을 좋아한다면 지역 양조장이나 맛있는 음식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근교의 산들을 섭렵하는 것도 좋은 버킷리스트가 될 수 있다. 서울만 해도 가까운 산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먹거리, 볼거리도 많다.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은 오페라 이름 하나, 산 이름 하나, 음식점과 양조장 이름 하나를 지울 때마다 느끼는 뿌듯함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버킷리스트는 문화력지수를 키우기 위한 일종의 계획서 역할을 해준다. 되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떠나는 것도 좋지만 전국 지도를 놓고 여기저기 갈 만한 곳들을 기웃거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페라와 뮤지컬도 익숙한 작품에서부터 좀 낯선 작품들까지 죽 적어보라. 다 못 보고 죽을 만큼의 목록이 나올 수도 있지만 욕심 많다고 누구에게 야단맞을 일도 아니지 않는가. 할 수 있는 것까지 하고,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다가 쉬고 싶으면 쉬는 것이 인생이다.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은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보겠다는 다짐도 좋지만 중간에 다른 게 더 재밌어지면 지우고 새로운 리스트를 만들면 된다.
중요한 것은 유인(誘引)과 동력(動力)이다. 이것에 시동이 걸려야 하고 싶은 일과 목표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고 노력한다. 은퇴 후 나이 탓이나 하면서 넋 놓고 앉아 있다가는 뒷방 노인네 취급받기 십상이다. 당장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계획대로 움직여보자. 적절한 스트레스와 긴장감은 ‘필요악(必要惡·Necessary evil)’이라는 말이 있다. 버킷리스트는 필요악을 넘어 ‘필요선(必要善·Necessary virtue)’이다. 비가 올 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라 우산이다. 우산처럼 버킷(양동이)도 기왕이면 여러 개가 더 좋지 않을까.
>>최성환(崔聖煥)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은행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고려대 국제전문대학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은퇴연구소장 등 역임.
자신을 돌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름의 원칙과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모두에게 통하는 정답은 없다. 우선 나만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아 막연하다면 각 분야 인사들의 노하우를 참고해보는 것은 어떨까?
◇ “내 인생의 기본은 후회 없이 사는 것” 강민지 (직장인·56)
나는 60세가 되든 70세가 되든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배우고 싶다. 사람이라면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일하는 곳에서 마음 수양을 한다. 사찰에 들어가면 혼자 수행하지만 여기서는 사람들과 부딪치고 느끼면서 도를 닦는다. 격분했을 때 한 번, 두 번, 세 번 삭힌다. 그러면 후에 정말 참길 잘했구나 생각하게 된다. 부딪치면서 내 마음속 내면과 사귀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나는 천사다’라고 되뇐다. 내가 참고 고운 말을 했을 때 상대방도 달리 받아들인다. 2~3년 꾸준히 실천하면서 생각한 결과다. 머리를 깎은 이유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겉치레는 전혀 필요 없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 하석 박원규 (서예가·69)
바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그 약속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기밖에 모르는 것이 나와의 약속이다. 예를 들어 내가 4시 반에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못 일어났다고 상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과의 약속을 소홀하게 생각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면 발전이 없다. 어떤 약속이든 모두 소중하지만 무엇보다 내 자신과의 약속을 가장 앞에다 놓는다.
◇“영양제는 약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식품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49)
꽃중년을 위해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은 영양제다. 나는 매일 아침 5종류의 영양제를 먹는다. 종합비타민제와 오메가3, 비타민D, 칼슘과 마그네슘, 유산균 캡슐이다. 영양제는 건강을 위한, 가장 비용효과적인 수단이다. 음식으로 건강을 챙기려면 누군가 발품을 팔고 비용을 지불해 싱싱한 재료를 사서 정성껏 조리해야 한다. 운동은 한 시간 이상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그러나 영양제는 한 달 1만~2만원의 비용으로 물과 함께 삼키면 그만이다. 영양제는 약이 아니라 식품이다. 음식으로 이들 영양소를 모두 챙겨먹는 것은 바쁜 현대인에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평소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집사람이 챙겨주는 영양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위한 격려와 칭찬부터 시작하자” 유경 (프리랜서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56)
‘자기 돌봄’은 ‘자기 돌보기’와 ‘자기 돌아보기’를 합한 것이 아닐까? 먼저 ‘나 돌아보기’. 잘한 일보다는 부끄럽게 여겨지는 일이 많아, 미련과 후회의 큰 파도가 덮쳐오곤 한다. 그럴 때는 자책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그러면서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는 어린아이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칭찬하기. 잘 견뎌냈다고, 지금 잘하고 있는 거라고 토닥여주기. 이젠 ‘나 돌보기’로! 시원한 캔맥주와 추리소설 속으로 풍덩.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소설에 집중하다 보면 기분전환과 함께 정신도 눈도 반짝반짝. 결국 나로부터 시작하는 격려와 칭찬이 ‘자기 돌봄’의 원천.
◇“나를 돌봐야 사랑하는 이들을 잘 돌볼 수 있다”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교회 목사·62)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정작 나를 돌보지 못했다. 최근에는 매주 목요일을 쉬는 날로 정해 아내와 온천도 가고 드라이브도 한다. 당연히 타인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텨온 삶인데, 그런 일상들이 쌓여 여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내가 나를 돌봐야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감을 주고 잘 돌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고 좋은 곳에도 찾아간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며 건강도 챙기려고 한다. 자기 책망이나 미움보다는 감사하는 마음, 긍정적인 마음이 중요하다. 사랑, 행복, 위로의 에너지를 나를 돌봄으로써 채우고, 그 에너지를 주변 사람에게 나눈다. 그런 점에서 힐링은 필요하다.
◇“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일을 한다” 현경 (유니언신학교 종신교수·60)
나를 나답게 정화하고 진화시키는 것이 곧 나의 일이다. 그것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나를 만나기도 한다. 완전히 다른, 가령 미술사를 공부하는 곳에서 친구를 만난다든지 탱고를 배운다든지 하는 것이 모두 나를 풍성하게 하는 일이다. 학교에서 일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명상하고 학생들을 가르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주 열심히 일한다. 금요일 오후부터는 모든 것을 딱 닫아버린다. 인터넷도 안 한다. 주로 자연에서 시간을 보낸다. 등산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스키를 타거나 바다로 간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호기심 유지하기” 장순근 (극지연구소 정책자문위원·70)
직장을 떠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관련된 일을 계속하는 것이고, 둘째는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는 것이었다. 전자의 일을 위해 그동안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극지를 자주 오간 사람이 많지 않다. 내가 정리하는 것이 작은 기록일지라도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후자의 결심을 위해 가까운 사람들과 가능한 한 자주 어울리고 있다. 매월 과학책 한 권을 읽는 과학 독서아카데미에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10대에서 80대까지 참여하는 이 모임은 내가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단 하나의 귀중한 모임이다. 호기심이 없고 즐겨 하는 일이 없으면 늙는다고 한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용문사 가는 도로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도로 양 편으로 길게도 이어진다. 우수수 낙엽이 떨어져 만추의 여정이 가득한, 휘어진 길. 그 뒤로 아스라이 옛 추억 한 자락이 떨어지는 낙엽 위로 오버랩된다. 형형색색으로 변한 산야 속에 유난히 노란 단풍잎이 눈을 시리게 한다. 이렇게 도로변에 은행나무를 심어 놓은 것은 용문사에 노거수 은행나무가 성성하게 버티고 있음을 알려주려 함이었으리라.
◇ 단풍 든 한적한 산길에서 만난 정지국사부도
용문사의 가을은 화려하다. 해마다 이곳의 아름다운 가을을 만나기 위해 많은 행락객들이 찾아든다. 주차비(소형 3000원)와 입장료(성인 2000원)를 내고부터는 누구나 걸어야 한다. 입구 쪽에 단풍 든 공원 앞으로 2007년에 개관한 양평 친환경 농업박물관(용문면 신점리 508-10, 070-7715-3796, http://sam.go.kr)이 있다. 옛 성루를 연상케 하는 한옥 모양의 박물관 앞으로 분수가 솟구친다. 유치원생들은 그 모습을 보고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아이들 눈 속에는 감성이 많이도 묻어 있는 듯하다. 실내에는 양평역사실과 친환경농업실이 있고 사찰요리를 만들어보는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주변의 공원에는 아이들 취향인, 귀여운 조형물과 시비 등이 많이 눈에 띈다. 사자상 양 귀 쪽으로 수도꼭지를 달아 놓은 모습도 해학적이다.
다리를 건너면 일주문이지만 이번 여행길에는 곧추 정지(正智)국사부도 팻말(0.5㎞)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산길은 큰 도로와는 달리 한적하다. 아직 걸음이 서투른 유치원생들과의 눈높이 대화가 싱그럽다. 부도까지 올라가야 하는 길목은 붉은 단풍이 에워싸고 있다.
우선 정지국사탑비를 만난다. 비문은 권근이 지은 것이라지만 글자가 거의 마모되어 버렸다. 80m 정도 오르면 정지국사부도(보물 제531호)가 홀로 있다. 정지국사(1324∼1395)는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고려 충숙왕 복위 1년(1332), 8세 때 장수산 현암사로 동진출가(童眞出家)했다. 바로 선을 닦다가 능엄경을 배워 깊은 뜻을 깨달았다고 한다. 공민왕 2년(1353)에는 무학과 함께 원나라로 가서 지공을 스승으로 한 나옹의 제자가 되었다. 1356년, 귀국해서는 은둔하면서 수행에만 힘썼다고 한다. 천마산 적멸암에서 “나는 간다”는 말을 남기고 법랍 54세로 입적했다. 제자 조안이 이곳에 부도와 비를 세웠고, 나라에서는 ‘정지국사’라는 시호를 내렸다. 생전에 개풍 영천사의 대장경을 용문사로 옮겨 봉안했다고 한다.
사찰 쪽으로 내려오는 길목에는 무수한 돌탑이 있다. 넓은 터에는 ‘산사무공(山寺武功)’이라는 손 글씨가 쓰여 있다. 무공 템플스테이가 펼쳐지는 곳이며 108탑을 조성하는 듯하다.
◇ 국내에서 가장 큰 용문사 은행나무는 단풍 들기도 더뎌
조금 더 내려오면 용문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이다. 경내의 건축물과 함께 단풍 든 용문산(1,157m)이 한눈에 조망되는데, 무엇보다 커다란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 높이 50m, 둘레 12.3m)에 눈길이 머문다. 신라의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심은 것이라고도 하고 의상대사의 지팡이가 뿌리가 내려 이처럼 성장한 것이라고 전해오는 국내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다. 수령이 대략 1100여 년에서 1500여 년으로 추정된다. 정미의병 때 톱을 댔더니 피가 났고, 불을 질렀을 때도 이 은행나무만 타지 않았던 신목(神木). 노익장을 과시하듯 잎이 무성하고 주변 나무들보다 단풍도 더디 든다.
경내 약수에 목을 축이고 잠시 둘러본다. 이 사찰은 진덕여왕 3년(649)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진성여왕 6년(892)에는 도선국사가, 고려 공민왕 때는 나옹선사가 여러 차례 중수를 거듭했다. 세종 29년(1447)에는 수양대군이 어머니 소헌왕후 심씨의 원찰로 삼으면서 대대적으로 중건했다. 조선 초기에는 절집이 304칸이나 들어서고 300명이 넘는 승려들이 모일 만큼 번성했다고 한다. 그 후 왜군이 전소시켰고 6·25 때도 파괴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찰을 비켜날 즈음, 찻집 솔내음, 다래향에서 맛있는 대추약차의 그윽한 향내에 취해보거나 용문산 정상까지 산행을 해도 된다.
◇ 상원사에 오르면 속세의 번뇌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
굳이 산행을 안 해도 된다. 찻길이 잘 나 있기 때문. 상원사 입구임을 알려주는 거대한 석불부터는 민가가 사라진다. 울창한 숲 사이로 차 한 대가 갈 수 있는 임도 운전이 아슬아슬하지만 잠시 차를 멈출 수 있는 공간이 반갑다. 시원한 물줄기가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그곳에도 아름답게 단풍이 들었다. 물소리, 새소리, 단풍 숲까지 어우러져 사랑스러운 길이다. ‘무릉도원’이 여기구나 싶을 생각이 절로 드는 곳. 찻길이 끊어지는 곳에서 누군가 정성스레 가꿔 놓은 텃밭, 작은 연못, 깎아지른 듯한 언덕에 잘 쌓은 돌담이 해사한 웃음으로 반긴다.
돌계단을 따라 경내에 들어서면 마당 한가운데 3층석탑을 에둘러 대웅전, 선방으로 이용되는 청운당, 요사채인 제월당이 있다. 대웅전 뒤쪽으로는 삼성각이다. 절 마당, 트인 공간 저 멀리 용문산 능선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상원사는 창건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물로 미루어 고려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때 보우선사(1301∼1382)가 여기 머물며 정진했다고 전해온다. 조선 태조 7년(1398)에 조안선사가 중창했으며 무학대사(1327~1405)가 왕사에서 물러나 이곳에서 수행했다.
또 효령대군(1396~1486)은 원찰로 삼았다. 세조 8년(1462)에는 세조가 피부병을 고치러 찾아왔다가 중창불사를 했다고 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다 순종 원년(1907)에 왜병이 이 지역에 집결해 있던 의병을 소탕하기 위해 불을 질러 법당만 남겨놓고 모두 타 버렸다가 1918년에 복원했으나 6·25 때 모두 불타 버렸다. 이후 1969년이 되어서야 주지 덕송이 초막삼간을 짓고 복원에 착수, 1970년에 주지 경한니가 복원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상원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사자석상을 닮았지만, 정확한 형태가 아닌, 예사롭지 않은 조형물이다. 땅속에서 나온 유물들을 한데 조합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란다. 또 사찰 내에는 철조 여래좌상(경기문화재자료 제119호)이 있다. 상원사 가까이 있는 윤필암은 고려 중엽 모덕이 창건했으나 한국전쟁 때 소실되어 터만 남아 있다.
◇ 보릿고개 연수리 정보화 체험마을의 돌담 따라 걷기
상원사에서 내려오면 ‘연수리 보릿고개 정보화 체험마을’을 만난다. 연수리는 연안마을과 장수마을을 합해서 만들어진 지명이다. 예로부터 장수하는 사람이 많아 ‘장수골’이라고 불렸다. 현재 보릿고개마을은 성공한 정보화마을이다. 다양한 체험거리는 계절에 맞추어진다. 봄에는 산나물 채취, 냉이 캐기를 하고 여름에는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가을에는 밤 줍기와 등산을, 겨울에는 청국장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한다.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고, 돌담장에 형형색색으로 색칠해 볼거리를 준다. 사계절 체험객들이 줄을 잇는다. 특히 슬로푸드 음식체험이 인기다. 보리떡 직접 만들어보기, 지천에 난 쑥을 직접 뜯어 쑥떡 만들기, 농민들이 재배한 국산 콩으로 두부 만들기, 잘 익은 호박으로 호박밥 지어 먹기 등. 체험객들이 늘 찾는, 성공한 체험마을이다.
마을을 비켜 용문으로 오는 동안에도 눈이 시리다. 곳곳에 멋지게 지은 전원주택들이 구슬처럼 박혀 이국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그리고 경기도 영어마을 양평캠프도 있다. 실제 미국 버지니아의 마을을 재현한 이국적인 캠퍼스다. 그래서 와 등 드라마 촬영지로도 이용되었다. 학습 목적이 아닌 관광객들은 6000원이라는 입장료를 감수해야 한다.
용문면에도 할 거리가 있다. 레일바이크(031-775-9911, http://www.yprailbike.com)를 탈 수 있다. 용문면 삼성리∼양평읍 원덕리까지 왕복 6.4㎞ 구간이다. 또 용문장날(5일, 10일)도 볼만하다. 국철이 생기면서 장날은 제법 구색을 갖춰가고 있다. 지역에서 나오는 가을 특산물을 파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Travel Tip
- 주소
용문사 경기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 625, 문의 : 031-773-3797, http://www.yongmunsa.org
상원사 양평군 용문면 연수리 220-5, 문의 : 031-773-4634
보리울체험마을 문의 031-774-7786, http://borigoge.invil.org
기타 문의 양평군청 문화관광과 : 031-773-5101
- 찾아가는 방법
자가용 서울 → 6번국도 이용 → 마룡교차로에서 341지방도로로 좌회전 → 덕촌삼거리에서 직진 → 용문산 관광단지 주차장
대중교통 수도권전철 중앙선이 용문까지 운행(2009년 12월 개통)되고 있다. 용산역~용문역(05:20~22:58) 약 1시간 30분 소요. 용문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용문사, 연수리행 등 각 방향 농어촌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문의 용문시외버스터미널 : 031-773-3100, 용문역 : 031-773-7788
- 추천 맛집
용문산 입구에 중앙식당(031-773-3422), 한마당식당(031-773-5678), 용문산식당(031-773-3434) 등 산채요리 음식점이 있다. 그외 용문에서 다소 떨어져 있지만 무쇠솥에 오랫동안 달여 낸, 국물 진하고 고기 넉넉한 고바우집(031-771-0702, 설렁탕)을 비롯하여, 이북식 만두가 맛있는 회령만두국(031-775-2955)이 괜찮다. 용문읍에 있는 강원식당(031-773-4459, 막국수, 묵채밥 등)도 괜찮다.
- 주변 볼거리
용문산에는 용계, 조계골(신점1리)이 있다. 또 용문면에서는 레일바이크(031-775-9911, http://www.yprailbike.com)를 탈 수 있다. 2010년 5월 3일 개장되었고 용문면 삼성리에서 양평읍 원덕리까지 왕복 6.4㎞ 구간이다.
>> 이신화 여행작가
이립(而立)에 여행작가로 시작해 어언 지천명(知天命)에 다다랐다.
그동안 ‘걸어서 상쾌한 사계절 트레킹’, ‘대한민국 100배 즐기기’, ‘on the camino’ 등
여행서 총 14권을 출간했다. ‘인생이 짧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 지난해 홀로 197일간 30개국의 유럽 배낭 여행을 했다. ‘살아 있을 때 떠나자’가 삶의 모토다.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로 봄 분위기가 물씬 나는 4월이다. 이맘때면 어린 시절 진달래와 아카시아 꽃을 뜯어 먹던 추억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먹을 것이 귀하고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었던 그 시절, 혀끝을 간질이는 달콤한 꽃 맛은 쏠쏠한 즐거움이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도 그런 꽃 맛을 알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세대를 불문하고 함께 느끼고 추억할 만한 꽃 맛이 있다. 한식과 양식은 물론 술과 디저트까지, 꽃과의 맛있는 추억을 만들어줄 맛집들을 소개한다.
1. 절밥, 입맛을 훔치다 ‘고상(高尙)’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연꽃처럼 고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찰음식 전문점 ‘고상’. 고상은 고려시대 궁중음식과 연관성을 가진 옛 사찰음식들을 재현하여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요리들로 오신채(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와 육류를 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건강을 위해 채식 위주 식습관을 가진 이들이 주목하는 사찰요리를 맛볼 수 있으면서도 한국적인 이미지와 자연을 주제로 한 다양한 크기의 룸이 있어 신중년 고객의 만족도가 높다. 특히,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 소규모 인원부터 40명 이상의 모임까지 조식을 즐길 수 있어 조찬모임 장소로도 활용 가능하다. (무선마이크, 프로젝터 무료 이용)
조찬메뉴 발우(29,700원)와 공양(39,600원)을 비롯해 진상(64,900원), 어상(84,700원), 수라상(143,000원), 고상(230,000원) 등 코스메뉴가 마련돼 있다. 꽃과 함께 어우러진 연잎연꽃우엉잡채(63,800원)와 꽃잎더덕잣무침(31,900원)은 단품으로도 즐길 수 있다.
주소 서울 중구 수하동 67번지 미래에셋 센터원빌딩 B2F
영업시간 조식 7:00~10:00 중식 11:30~15:00 휴식 15:00~17:00 석식 (평일) 17:30~22:00 (일요일, 공휴일) 17:30~21:00/ 추석, 구정 당일 휴점
2. 유기농 꽃샤브의 아름다움에 풍덩 ‘~랑’
식탁 위에 꽃밭을 옮겨놓은 듯 알록달록한 꽃들로 한상 가득히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음식점 앞마당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한련화, 베고니아, 금어초 등을 사용해 더욱 산뜻한 기분으로 꽃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각양각색 꽃들이 푸짐하게 들어간 꽃 비빔밥(10,000원)은 꽃의 향과 함께 신맛, 매운맛, 쓴맛 등 자연 그대로의 맛을 느끼기 위해 고추장과 참기름 대신 약간의 간장만을 곁들여 먹는다. 이외에도 꽃버섯 샤브(1人 15,000원), 꽃만두 샤브(1人 15,000원), 꽃쌈 샤브(1人 14,000원) 등 세 가지 샤브샤브 메뉴와 꽃 감자전(8,000원), 쟁반 꽃막국수(15,000원) 등 다양한 꽃요리가 오감을 자극한다.
주소 경기도 화성시 매송면 원평리 227
영업시간 10:00~22:00/ 명절 연휴 휴점
3. 삼청동으로 떠나는 봄나들이 ‘플로라’
하얀 도우위에 화려한 꽃들이 소복하게 쌓인 플라워 피자(Flora flower pizza, 19,000원)가 궁금하다면 삼청동으로 가자. 화덕에서 갓 구워낸 피자 위에 신선한 루꼴라와 식용 꽃들이 맛과 향을 더한다. 요리에 꽃을 접목하면서 ‘꽃 요리 전문가’로 알려진 조우현 셰프가 오너셰프로 있는 플로라에는 플라워 피자 외에도 수준 높은 이탈리안 푸드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따뜻한 봄에는 3층 테라스 자리에서 식사를 하면서 삼청동 골목을 내려다보는 것도 좋겠다.
올 봄에는 화창한 주말에 아들, 딸과 팔짱 끼고 삼청동을 거닐며 데이트도 하고 화사함을 더해줄 플라워 피자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동 147-20
영업시간 11:30~22:30 연중무휴
4. 화분을 퍼먹는다? ‘바나나트리’
미국에서 유행하는 매그놀리아 푸딩을 변형시킨 디저트로 화분 모양의 그릇에 초코파우더, 쿠키, 과일 등의 재료를 채우고 조화를 꽂아 낸다. 디저트를 떠먹는 스푼 또한 삽 모양을 하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
주소 (신사점) 서울 강남구 신사동 526번지 (한남점) 서울 용산구 한남동 739-5번지 (롯데 스타시티점) 서울 광진구 능동로92 롯데백화점
영업시간 (신사점) 월~토 11:00~21:00/ 일 12:00~20:00 (한남점) 11:00~22:00 (롯데 스타시티점) 월~목 10:30~20:00/ 금~일 10:30~20:30
5. 밤이면 밤마다 ‘요나요나’
순박한 매력으로 뜨고 있는 연남동에 위치한 일본식 꼬치구이 전문점 ‘요나요나’. ‘밤이면 밤마다’라는 뜻의 ‘요나요나’는 아늑한 분위기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흔히 볼 수 없는 벚꽃사케 사쿠라슈(7,500원)와 벚꽃맥주(8,000원)도 별미다.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동 504-32
영업시간 19:00~이튿날 새벽 2:00, 일요일 휴점
6. 로맨틱한 플라워 젤라또 ‘제멜로’
파리, 헝가리, 이탈리아 등에서 볼 수 있었던 꽃 모양의 젤라또(4,800원)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곳이다. 제멜로는 젤라또의 프리미엄을 위해 이태리 직수입 재료와 수제공법으로 만들고 있다. 초콜릿, 밀크티, 자몽, 그린티, 블랙빈, 커피, 수박 등 다양한 맛의 젤라또 중 두 가지를 선택하면 예쁜 꽃 모양을 만들어 콘 위에 올려줘 보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6-2 푸르지오시티2차 115
영업시간 11:00~22:30 연중무휴
매서운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피어난 노란 산수유 꽃이 지리산 자락에서 그 고운 자태를 드러내며 봄 소식을 전하고 있다. 봄의 전령사인 산수유 꽃과 함께 약동하는 새봄의 정취를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있다.
매년 3월 봄 전남에서 열리는 구례 산수유꽃축제다. 매년 산수유 꽃이 필 무렵에는 지리산자락에서 고로쇠 수액 채취도 한창이어서 국ㆍ내외 관광객들이 많이 다녀가곤 한다. 이 축제에서는 산수유 꽃으로 만든 차와 술, 음식 등을 맛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연과 체험 행사, 불꽃놀이 등이 펼쳐져 축제를 찾은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또 지리산 온천 관광지를 비롯해 주변 유명한 관광 명소에서 휴식을 즐길 수도 있다.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구례 산수유꽃축제로 떠나 봄의 향기를 만끽해 보자.
◇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제15회 구례 산수유꽃축제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산수유 고장 구례에서 제15회 구례 산수유꽃축제가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산동면 지리산온천관광지 일원에서 펼쳐진다.
‘영원불변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닌 산수유는 이른 봄에 노란색의 예쁜 꽃망울을 터트리는 다년생 나무로 얼음이 채 녹기 전인 2월 하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4월 초까지 핀다. 우수한 구례 산수유와 청정 구례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이른 봄에 개최되는 구례산수유꽃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산수유사랑공원과 산수유문화관을 개장한 지난해의 경우 축제기간을 포함한 산수유 꽃 개화기간에 3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축제장을 방문하는 등 명실상부한 우리나라의 대표 봄꽃 축제로 자리 매김했다.
올해는 산수유꽃축제 상설무대, 산수유 꽃담길, 산수유 수석공원을 새롭게 조성해 더욱 강화된 콘텐츠로 지역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머무르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축제 첫날인 22일 오전 10시 전남의 중요 농업유산 제1호로 지정된 산동면 계척마을 시목지에서 열리는 풍년기원제를 시작으로 축제의 성대한 막이 오른다.
주요 축제 프로그램은 지난해에 창극으로 선보인 ‘산수유 내사랑’을 재구성한 마당극을 비롯, 지리산온천수를 이용한 ‘산수유족욕체험’, ‘산수유음식체험’ 등으로 관광객에게 해학적 웃음과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지리산권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과 지리산권 7개 시ㆍ군이 추진하는 ‘2014 지리산권 방문의 해’를 맞아 아이돌 K-POP 스타가 참여하는 특별 이벤트를 마련해 관광객들의 흥미를 유발할 계획이며 이 밖에도 ‘산수유 꽃담길 하트랠리’와 ‘전국 어린이ㆍ학생 사생대회’, ‘산수유막걸리체험’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도 마련됐다.
박민순 축제추진위원장은 “국내 최대의 산수유고장에서 산수유 꽃담길을 거닐며, 이른 봄 농촌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도록 알차고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다”며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 친구들과 함께 구례에 오셔서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가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축제와 관련 자세한 사항은 구례산수유꽃축제 홈페이지(http://www.sansuyu.go.kr) 또는 구례군축제추진위원회(061-780-2727)로 문의하면 된다.
◇ 주변 관광지
▲노고단 운해- 해발 1,507m의 높이로 솟아있는 노고단은 천왕봉, 반야봉과 더불어 지리산 3대 주봉중의 하나로 수많은 봉우리들 중에서도 영봉(靈峰)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특히, 노고단 아래 펼쳐지는 ‘구름 바다’의 절경은 가히 지리산을 지리산답게 만드는 제1경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남쪽으로부터 구름과 안개가 파도처럼 밀려와 노고단을 감싸 안을 때 지리산은 홀연히 아름다운 구름바다의 장관을 이룬다.
▲반야봉낙조- 반야봉낙조 해발 1732m로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은 노고단에서 임걸령으로 뻗어나가는 높은 능선으로 이어지는 동북방 5.5㎞ 지점 지리산권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지리산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반야봉에 오르는 기쁨은 낙조(落照)의 장관에서 찾는다. 한낮의 창창하던 햇빛이 그 화려했던 순간들을 뒤로하고 어둠 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깊은 산 속으로 사라져 갈 때 인간의 모든 번뇌와 마음, 그리고 악의 감정도 사그러들게 하며 세속에 찌든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곳이다.
▲수락폭포- 산동면 소재지인 원촌마을에서 4㎞ 떨어진 수기리에 위치한 수락폭포는 하늘에서 은가루가 쏟아지는 듯한 아름다운 풍치를 자랑한다. 높이 15m의 폭포로 여름철이면 많은 부녀자들이 낙수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는데 신경통, 근육통, 산후통에 효험이 있다 하여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 또한, 이 곳은 동편제 판소리의 대가인 국창 송만갑 선생께서 득음하기 위해 수련했던 장소로 유명하다.
▲섬진강 벗꽃길- 이른 봄 산수유 꽃이 시들어지는 무렵 우리나라 제일의 청정하천인 섬진강변과 어울리는 하얀 벚꽃이 만발한다. 이 때쯤 이 곳에서는 섬진강변 벚꽃축제가 열린다.
이 곳 벚꽃 길은 지난 92년부터 조성돼 곡성에서 하동까지 연결되는 국도 17호선과 19호선을 따라 온통 하얀 벚꽃이 강변을 따라 만발해 있어 봄의 향기를 느끼면서 멋진 드라이브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최적의 마라톤코스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천년고찰 화엄사- 화엄사는 544년(백제 성왕 22년)에 연기 조사가 창건했으며, 화엄경(華嚴經)의 화엄 두 글자를 따서 붙였다고 한다. 사찰 내에는 각황전을 비롯해 국보 4점, 보물 5점, 천연기념물 1점, 지방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와 20여동의 부속건물이 배치돼 있다.
예로부터 지리산을 불교문화의 요람이라고 했으며, 그 중심에 화엄사가 있고 천은사와 연곡사가 있다. 노고단, 화엄계곡을 비롯한 뛰어난 자연경관과 불교문화가 어우러져 천년의 고요함이 배어 있는 곳이다.
경기일보 박준상기자 parkjs@kyeonggi.com
자료제공=구례군축제추진위원회
연등이 꺼지기도 전 이른 아침 여명이 찾아왔다. 얼마 만에 보는 경이로운 풍경인가. 고요한 산사에서의 아침은 그 자체가 보약이요 힐링이다.
“뒤돌아보면 참 미련하게 살았다”라는 말이 절로 나는 곳, 내려놓을수록 많은 것을 가져가게 되는 곳,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진정한 나를 찾게 되는 곳, 이곳은 산사(山寺)다.
여행은 충전이다. 그러나 바리바리 싸들고 떠나, 먹고 취하고 즐기다 보면 오히려 충전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모처럼 만의 여행에서 얻은 건 피로와 스트레스뿐이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사찰이다. “불교에 입문할 것도 아닌데 웬 사찰이냐”고 의아해할 수 있지만, 요즘은 사찰의 기능도 다양해졌다.
일상에 찌든 사람,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사람, 삶의 여유가 없는 사람, 힐링이 필요한 사람, 이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일정기간 사찰에 머물며 사찰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가 여행의 새 트렌드로 떠올랐다.
워킹 산행 중 무심코 지나쳤거나 잠시 쉬어갔던 산사가 이젠 여행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굳이 산사가 아니라도 좋다. 도심 한복판 사찰에서도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곳이 많다.
그렇다고 무작정 사찰로 떠나는 것은 금물이다. 템플스테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가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비결이다.
우선 떠날 준비가 됐다면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사찰부터 찾아보자.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홈페이지(templestay.com)에서는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사찰과 신청방법, 일정 등 템플스테이 관련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홈페이지에서 템플스테이 정보를 제공하는 전국 사찰은 66개로 봉은사(서울 강남구), 화계사(서울 강북구), 묘각사(서울 종로구) 등 서울에만 9개의 사찰이 있다.
사찰에서 수련복을 지급(어린이 제외)하기 때문에 준비물은 의외로 많지 않다. 개인 세면도구와 따뜻한 옷, 운동화 등만 준비하면 된다. 그밖에 귀중품과 현금 등은 가급적 준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찰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 서울 은평구의 진관사는 음식 맛있기로 유명하다. 특히 콩잎 김치에 된장찌개를 비벼 먹는 진관사 밥은 불교 신도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다.
KBS 드라마 ‘세종대왕(2008)’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이곳은 실제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 때 집현전 학자들의 비밀 연구소로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진관사 요리에는 오신채(五辛菜·매운 맛을 내는 다섯 가지 채소)가 없어 깔끔하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1박2일 코스에 참가하면 참선과 다담, 발우공양(평상시 승려들의 식사), 예불, 108배 등 기본 코스와 함께 사찰 음식 체험, 연꽃 만들기, 전통 떡 만들기 등 다양한 코스가 함께 들어간다.
경기 양주시의 육지장사에는 살 빼는 프로그램이 있다. ‘다이어트 템플스테이’로도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2박3일 일정으로 거품 뺀 공양과 사과, 당근을 갈아 만든 주스를 마시며 강도 높은 허리 운동, 108배 등이 이어져 바쁜 사찰체험이 진행된다.
충남 서산의 서광사에서는 바둑두며 깨달음을 얻는다. 매월 2주·4주째 10명 이상 멤버로 진행한다. 보통 2박3일 코스로 탁본, 공양 등 기본 프로그램에 바둑대회가 포함된다. 바둑 수련관 시설은 첨단시설을 갖췄다. 72명이 한꺼번에 둘 수 있는 공간에 디지털계시기까지 달려 있어 바둑 애호가들에게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