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전후 만 19세 성인의 정신건강, 당뇨병 관리지표가 지속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위생과 비만,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악화됐다.
질병관리청은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를 활용해 코로나19 유행 전후(2019~2021년)의 주요 건강행태와 만성질환 지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역사회건강조사란 ‘지역보건법’ 제4조에 따라 전국 보건소가 지역 주민의 건강실태를 파악해 지역보건의료계획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군·구 단위의 건강통계와 지역 간 비교 통계를 산출하는 조사다. 만 19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18개 영역(가구조사, 건강행태, 만성질환 등)을 일대일 면접방식으로 설문이 이뤄진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은 2019년 5.5%에서 2020년 5.7%, 2021년 6.7%까지 증가했다. 스트레스 인지율 역시 2019년 25.2%에서 2020년 26.2%를 기록한 뒤 지난해까지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0세 이상에서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진단 받은 비율은 코로나 이후 소폭 증가했다. 당뇨병 진단 경험률은 2019년 8.0%에서 2021년 8.8%로, 고혈압 진단 경험률은 같은 기간 19.4%에서 2021년 20.0%를 기록했다.
반면 당뇨병과 고혈압 경험자의 치료율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당뇨병 진단 경험자의 치료율은 같은 기간 91.9%에서 91.2%로 감소했다. 반면 30세 이상 고혈압 진단 경험자의 치료율은 점차 늘어 2019년 91.7%, 2021년에는 93.3%를 기록했다.
줄어들고 있던 비만율(자가보고)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31.8%에서 2020년 31.3%로 감소했으나 2021년 32.2%로 0.9%p 늘어났다.
걷기실천율과 건강생활 실천율은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악화됐다가 2021년 코로나19 유행 전 수준으로 회복 또는 개선됐다. 걷기실천율은 2019년 40.4%에서 2020년 37.4%로 감소했으나, 2021년 다시 40.3%로 증가했다. 건강생활 실천율도 2019년 28.4%에서 2020년 26.4%로 하락했으나 2021년 29.6%로 이전보다 높아졌다.
팬데믹이 시작되며 높아졌던 개인위생 실천율은 다시 낮아지는 모습이다. 외출 후 손을 씻는다고 답한 이들은 2019년 85.5%에서 2020년 97.6%로 크게 증가했다가, 2021년에는 94.5%로 줄어들었다. 비누, 손세정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2019년 81.3%에서 2020년 93.2%로 크게 증가했으나 2021년 89.3%로 감소했다.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2019년 24.7%에서 2020년 19.8%, 2021년 19.7%로 점차 감소했다.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이란 최근 일주일 동안 격렬한 신체활동을 1일 20분 이상, 주 3일 이상 실천한 사람 또는 최근 일주일 동안 중등도 신체활동을 1일 30분 이상, 주 5일 이상 실천한 사람의 비율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 아침식사를 5일 이상 한 아침결식 예방인구 비율 역시 2019년 53.4%에서 2020년 51.5%, 2021년 50.0%로 감소했다.
그러나 흡연율과 음주율 등 일부 건강행태와 고혈압 관리는 코로나19 유행 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흡연율은 2019년 20.4%에서 2020년 19.8%, 2021년 19.1%로 점차 감소했다. 남성 현재흡연율도 2019년 37.4%에서 2021년 35.6%까지 감소했다. 월간음주율 역시 2019년 59.9%에서 2021년 53.7%까지 줄어들며 더욱 큰 감소폭을 보였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은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됐던 지난 2년 동안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 등 일부 건강행태와 정신건강, 당뇨병 관리지표의 지속적 악화추세를 확인했다”라며 “코로나 유행이 지속되면서 걷기실천율, 건강생활 실천율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등 건강 유지 노력을 해왔으나, 그럼에도 코로나 유행 기간 동안 나빠진 지표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보건정책 수립과 시행에 중앙 및 지방정부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은 시니어들을 위해 유망 직업을 소개한다. 이번에 소개할 아파트 관리소장은 우리가 상주하는 아파트, 상가 등 전체 건물의 관리인을 말한다. 중장년층 채용을 선호하는 직업으로, 보수가 높아서 각광받고 있다. 아파트 관리소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취업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택관리사가 되어야 한다. 주택관리사는 대통령이 정하는 주택관리 실무 경력, 그밖에 주택 관련 경력을 갖춘 자로서 시·도지사로부터 주택관리사보 자격증을 발급받은 자를 말한다.
주택관리사는 공동주택 및 아파트 관리소장, 아파트 관리실 행정관리자, 대형건물 관리자, 공공건물 관리책임자 등으로 활동할 수 있다. 300세대 이상 아파트, 150세대 이상으로 승강기가 설치된 아파트에서는 주택관리사 채용이 필수기 때문에 주택관리사의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취업하면 사무, 회계, 대외업무 관리 등의 행정 관리부터 시설, 안전, 환경 등의 기술 관리까지 담당하게 된다. 또 입주민 간의 민원 및 분쟁을 조정하고 사무, 주차 관리, 청소 등 다양한 직종의 직원들을 지휘 감독한다. 여기에 노인정, 놀이터, 주차장 등 공동시설까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주민들이 안심하고 머무를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을 맡는다.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가장 선호하는 연령대는 평균 53세로 나타났다. 사회적 경험을 두루 갖춘 중장년층을 선호하는 것. 더욱이 아파트관리소장은 정년이 없어 70대에도 근무할 수 있다.
아파트 관리소장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인 수입이다. 집합건물 관리기업 ‘우리관리’에서 소속 관리소장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관리소장의 월평균 급여는 380만 원, 평균 연봉은 4555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관리사보 자격증 취득 방법
주택관리사 자격증의 정식 명칭은 주택관리사보(Housing Manager)다.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국가전문자격증이다. 자격 시험과 관련된 정보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웹사이트 큐넷(q-net.or.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주택관리사보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1차, 2차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올해 1차 시험은 7월 9일(토), 2차 시험은 9월 24일(토)로 예정되어 있다.
1차 시험은 민법, 회계원리, 공동주택 시설개론 총 세 과목이다. 민법은 총칙, 물권, 채권 중 총칙, 계약 총칙, 매매, 임대차, 도급, 위임, 부당이득, 불법행위 등에 대해 다룬다. 공동주택 시설개론은 목구조, 특수구조를 제외한 일반 건축구조와 철골구조, 공기조화, 냉동설비, 홈네트워크를 포함한 건축설비 개론 및 장기 수선계획 수립 등을 위한 건축 적산이 포함된다.
1차 시험은 객관식 5지 선다형이고 과목당 50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1차 시험은 절대평가로 매 과목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다. 각 과목 40점 이상, 평균 60점 이상 득점 시 합격이다.
2차 시험은 주택관리관계 법규, 공동주택관리 실무 두 과목을 본다. 공동주택관리 실무는 시설 관리, 환경 관리, 공동주택 회계 관리, 입주자 관리, 공동주거 관리, 이론·대외업무, 사무·인사 관리, 안전·방재 관리 및 리모델링 등에 대한 실무적인 내용을 다룬다.
2차 시험은 과목당 50분으로 1차와 동일하지만 주관식 문제가 있다. 더욱이 2020년부터 2차 시험은 상대평가로 바뀌어 고득점을 받아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시험이 1차, 2차로 나뉘어 있어 시험 준비부터 취업까지 빠른 경우 1년 만에 가능하다. 그러나 연령이 높고 시험 합격에 자신 없는 수험생이라면 1차는 올해, 2차는 내년에 합격하는 것으로 전략을 짜고 천천히 준비하는 것도 좋다.
자격증 취득 후 아파트 관리소장 되는 법
주택관리사보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해서 바로 주택관리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500세대 미만 아파트에서 근무 가능하다. 여기서 3년의 경력을 채워야 정식 주택관리사 자격이 주어진다. 정식 주택관리사가 되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 관리소장으로 취업할 수 있다.
자격증 취득 후 취업하는 방법은 공채와 사채 두 가지가 있다. 공채는 위탁 관리업체에서 공개 채용으로 뽑는 것이고, 사채는 인맥 등으로 빈자리가 났을 때 들어가는 방법이다. 보통 공채로 많이 취업한다. 공채는 대부분 10~12월에 진행된다. 때문에 주택관리사로 첫발을 딛는 사람이라면 2차 시험 합격 여부를 예상해 취업 준비를 바로 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아파트 관리소장이 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다. 더욱이 아파트 관리소장이 맡는 업무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요구되는 능력도 다양하다. 먼저 경리 업무가 가능한 관리자를 선호한다. 업무 자체가 경리겸직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리실무, 전산회계 같은 회계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면 도움이 된다.
더불어 전기·소방·위험물·보일러 기사 또는 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친환경 주거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조경과 관련된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플러스 요인이 된다
◇“안정적인 월급, 정년 없어 좋아”
황보반 아파트 관리소장
황보반(63) 관리소장은 원래 응급의료기기 납품을 하는 사업가였다. 사업이 어려위지면서 2011년 일을 접게 됐고, 아내의 추천으로 아파트 관리소장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내는 10여 년 전부터 이 일을 하고 있었다고.
황보 소장은 “내가 돈을 제대로 못 버니까 아내가 강력하게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라고 했다. 그동안 아내를 고생시켰으니 운명이라 생각하고 이 일을 하기로 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그해부터 그는 아파트 전기기사로 일했다. 동시에 주택관리사보 자격증 준비를 했다. 2년 동안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했고, 2014년 자격증 취득에 성공했다. 전기기사 경력에 자격증까지 취득한 뒤 정식으로 아파트 관리소장이 된 것은 2016년 1월 1일이다.
황보 소장은 자격증 취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 “기술자 입장에서 1차 시험 과목인 회계가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도 아파트 관리소장은 경리나 회계와 관련된 업무가 많다 보니 그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하기에 더 좋은 직업 같다고 짚었다. 덧붙여 황보 소장은 아파트 관리소장의 장점으로 안정적인 월급과 정년이 없는 점을 꼽았다.
“사실 우리 나이대에 일정하게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다는 게 어렵잖아요. 300만~400만 원의 월급을 받고,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아파트 관리소장의 장점이죠. 저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은데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반대로 단점도 많다고 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관리소에서는 공용 부분만 관리하는데, 입주민들이 전유 부분도 관리해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다.
“한 예로 아파트 유리창은 전부 전유 부분입니다. 난간대만 공용이에요. 그런데 그 유리창 청소를 관리비로 하재요. 그건 불가능한 거예요. 또 그거를 공동구매 개념으로 하자고 해서 일을 진행해주면 꼭 악성 민원이 발생해요. 청소가 잘못됐다든지 같은. 직원들이 전유 부분이라서 안 해줘도 되는 것을 도와줄 때도 있어요. 그러면 고맙다고 말 한마디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당연히 여기는 경우도 많아요.”
물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계획한 대로 일이 잘 진행될 때는 아파트 관리소장으로서 보람도 느낀다. 황보 소장은 “우리 일은 총괄적인 관리를 하는 거다. 기술, 행정, 조경까지 모든 것을 한다”면서 “3년에 한 번씩 법적인 절차에 따라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어제는 전기 검사를 했는데 무사히 잘 마쳤다. 그럴 때 안도감과 또 하나의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입주민들에게 “서로 상식과 순리가 통했으면 좋겠다. 아파트가 새것이라도 결국에는 점점 낡아지지 않나. 관리와 보수를 잘해서 오래 유지하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3년 후인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삶이 길어진 만큼 각종 질병에 대비해 미래를 준비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특히 치매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다면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과도 같을 것이다.
중앙치매센터는 지난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인구 814만여 명 가운데 84만여 명이 치매 환자라고 밝혔다. 이미 노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치매인 셈이다. 특히 요즘같이 봄철 미세먼지가 자주 찾아오는 시기에는 치매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시니어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표적인 치매 유형으로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를 들 수 있는데, 미세먼지는 이 두 가지 치매 발생률을 모두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치매의 약 60~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뇌 신경세포 속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기능장애를 일으켜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중 탄소 덩어리가 신경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고, 특히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반응할 경우 이러한 현상이 훨씬 빨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스웨덴 캐롤린스카대학 연구팀은 미세먼지가 뇌졸중,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을 유발해 혈관성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이 5년간 대기오염과 치매의 관련성을 추적 관찰한 결과,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도가 높을수록 치매 위험도가 5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 뇌졸중, 뇌출혈 등 뇌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미세먼지가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치매 증상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세먼지 유입이 잦은 봄철일수록 시니어들은 치매에 대해 경계하고 의료진을 찾아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치매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치매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스트레스가 지속돼 화열(火熱)이 쌓이는 경우와 심신이 허해 기력이 쇠한 경우, 담음(痰飮)이라고 하여 체내에 축적된 불순물이 체액의 순환을 방해할 때도 치매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뇌와 오장육부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치매 치료의 핵심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 전신의 신경과 혈관들이 잘 기능하도록 침, 약침, 한약 처방 등 전인적인 통합 치료를 실시한다. 우선 침 치료를 통해 경직된 근육을 이완하고 기혈의 순환을 돕는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을 경혈에 놓아 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도록 한다. 여기에 기억력 개선 및 노화 억제 효과가 있는 공진단 등 한약을 복용하면 치매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된다.
특히 공진단의 뇌 신경세포 재생 효과는 연구 논문을 통해 효능에 대한 과학적인 신뢰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자생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Nutrients’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공진단이 손상된 뇌 신경세포의 회복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생한방병원과 미국 어바인 의과대학의 공동 연구에서도 쥐 실험을 통해 공진단에 육미지황탕 처방을 더한 육공단의 치매 예방 효과가 증명되기도 했다. 뇌허혈(뇌로 가는 혈관이 좁아져 피 공급이 부족한 상태)을 유발한 쥐들을 대상으로 미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육공단을 먹인 쥐들의 평균 미로 통과 시간이 그렇지 않은 쥐들보다 두 배가량 단축된 것을 확인했다.
치료와 함께 지속적으로 예방 관리에 힘쓰는 것도 필수적이다. 봄철 치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내 습관으로는 환기가 중요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졌을 때 환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휘발성 화학물질이 실내에 쌓이면 인체에 오히려 더 유해하다. 또한 외출 후에는 꼼꼼히 샤워를 하고 외투 등에 묻은 미세먼지를 털어내거나 자주 세탁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시니어들의 경우 자택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만큼 일부러라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뇌와 신체를 움직일 필요가 있다. 주 3회 이상 산책과 맨손체조 등 운동을 하고 TV 시청이나 스마트폰 사용보다는 독서, 일기 쓰기, 악기 연습 같은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 바람직하다. 두뇌 작용을 촉진하는 DHA가 풍부한 푸른 생선, 견과류 등을 평소에 자주 섭취하는 것도 좋으며, 뇌혈관 질환 관리를 위해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치매는 경제적 부담과 함께 노후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행복한 노년을 추구하는 액티브 시니어라면 치매를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봄처럼 생기 있는 노후 생활을 위해 일상 속 다양한 활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생활화하도록 하자.
뇌 활력을 높여 치매 예방하는 지압법
노궁혈 지압 ‘노궁혈’ 지압은 정신 안정과 불안감 해소, 피로 해소 등에 도움이 되는 혈자리다. 노궁혈은 가볍게 주먹을 쥐었을 때 중지가 닿는 곳에 위치한다. 10초씩 3번 지그시 눌러주거나 문질러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지압기를 활용하거나 손 안에서 호두알을 굴려 노궁혈을 자극해주면 건망증이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백회혈 지압 백 가지 혈이 모인다는 뜻의 ‘백회혈’을 지압해주면 불면증, 어지럼증, 치매 예방 등에 효과적이다. 백회혈은 양쪽 귀와 코끝에서 올라간 선이 만나는 곳이다. 이 부분을 손끝으로 30초간 지압하면 뇌로 가는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뇌의 피로를 풀어준다.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은 상태로 머리 주변을 같이 마사지해주면 더욱 효과가 좋다.
한 생명을 집에 들인다는 것은 큰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각자의 ‘조건’이 반려동물 키우기에 적합한지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조언이 빗발친다. 그러나 어떤 조건을 얼마나 만족시켜야 반려동물을 키워도 된다는 것인지, 예비 집사들은 가늠하기가 어렵다. 전문가에게 예비 시니어 집사가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 들어봤다.
반려견 행동교정 전문가 이웅종 연암대학교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주거 환경, 경제력, 견종별 특성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주거 환경에 대해 “현재 거주하는 집 주변 에 반려견을 산책시킬 수 있는 공원이나 운동장, 최소한의 산책로가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며 “주거지 주변에 산책 가능한 공간이 적다면, 보호자와 반려견 모두 산책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견종별 특성을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과거 마당에서 개를 키웠던 것과 달리, 아파트에 거주하며 집 안에서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 따라서 실내에서 적응하기 용이한 품종인지 등을 미리 알아둬야 현명한 예비 집사가 될 수 있다. 슈나우저, 코커 스패니얼, 비글, 웰시코기 펨브로크, 테리어 견종의 경우 요구되는 운동량이 많아 시니어 예비 집사가 체력적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경제력이나 입양 희망자 본인의 건강 상태 등 개인적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교수는 견종의 크기나 모량에 따라 미용 및 관리비가 달라지며, 추후 병원비, 반려용품, 교육비 등의 기타 비용이 추가로 들 수 있어 스스로의 경제적 여건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동물 털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 또한 필수다.
이 교수는 “입양 전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견종 매칭받기를 추천한다”며 “입양 후에도 펫 코칭 서비스, 펫시터 등 전문가에게 상담을 신청하거나 지자체에서 개최하는 반려동물 교육, 세미나 등의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하라”고 덧붙였다. 올바른 양육법이나 문제 행동을 보였을 때 취하면 좋은 대처법 등을 미리 알아둬야만 반려동물과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유기 동물 입양의 40%가 5060세대
유기 동물과 동물권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유기 동물 입양을 고려하는 예비 집사들도 늘고 있다. 유기동물보호소와 입양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 시민단체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의 이현주 입양팀 팀장은 “입양 신청서를 작성해 보내주시는 분들 중 40% 내외가 5060세대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가족들과 회의를 거친 뒤 본인이 직접 보호소를 방문하거나, 자식들이 방문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상담에 참여하는 식이다.
카라는 개농장이나 과도하게 많은 동물을 키워 동물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태인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 등의 열악한 환경에서 개와 고양이를 구출해내고, 새로운 가정으로의 입양을 돕는다. 입양이 성사되기까지 판단해야 하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5060 시니어들에게는 유기 동물 입양을 추천하는 편이다. 이 팀장은 “50~60대의 경우 생활이 안정돼 있으며 은퇴를 했거나 앞두고 있어 개인 시간이 많고, 경제적 문제가 없는 편”이라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보호자”라고 설명했다.
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유기 동물의 사진과 짧은 소개글을 확인한 희망자가 신청서를 작성하면, 신청서를 확인 후 입양 적합 판단을 내린 신청자에 한해 답신을 보낸다. 신청서가 입양 성사의 80%를 좌우하므로 동물을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서 소중히 여길 수 있다는 점을 진심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팀장은 “경제력과 생활환경 등의 요소보다 중요한 것은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라며 “입양을 고민 중이라면 시민들이 직접 나설 수 있는 구조 활동인 유기 동물 입양도 고려해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려견 입양 시 동물등록은 필수
반려견을 입양한 후에는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 2014년부터 전국에서 의무 시행 중인 동물등록제는 동물을 보호하고 유실 및 유기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주택·준주택에서 기르거나 그 외의 장소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월령 2개월 이상인 개를 대상으로 하며, 동물보호법상 고양이는 등록 의무 대상이 아니다.
등록 대상에 해당하는 개를 동물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최고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반려동물 등록을 하려면 반려동물과 함께 지정된 동물병원이나 동물보호센터 등의 등록대행업체를 방문해야 한다. 무선식별장치를 장착하기 위함으로, 내장형 장치를 삽입하거나 외장형 장치를 부착하게 된다. 대리인이 신청할 때는 위임장, 신분증 사본 등이 필요하니 사전에 등록기관에 연락해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고 준비해야 한다. 지자체 조례에 따라 대행업체를 통해서만 등록이 가능한 지역이 있으니 시·군·구청 등록을 원할 때는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면 된다. 대행업체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 ‘동물등록’ 게시판에서 조회할 수 있다.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두 눈에 기어이 눈물이 고였다. 여전사처럼 살아온 날들이 일순간 스쳤다. 기쁜 날이 슬픈 날인 사람들.
나도 그랬다. 남편 없이 10년을 혼자 달려왔지만 오늘처럼 그의 부재가 크게 느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남편 없이 치르는 애들 결혼식이 처음도 아니고 이번이 두 번째건만….
기념 촬영을 마치고 피로연장으로 가려는데 막 걸음마를 시작한 외손녀가 하객들이 빠져나간 예식장 로비를 뒤뚱이고, 행여 넘어질세라 엄마인 딸애가 그 뒤를 부지런히 쫓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있을 곳이 어디일까, 다시금 갈등이 일었다.
연인산에서 받은 프러포즈
10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을 처음 만난 것은 같은 대학의 등산 동아리에서였다. 그는 재수를 한 복학생 선배, 나는 새내기. 다섯 살이 많았던 그는 나를 여동생처럼 스스럼없이 대했다. 귀염성 있는 내 외모와 활달한 성격이 말수 없는 그에게 친근감과 활력을 주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와 두 살 많은 언니, 이렇게 여자 셋이서 단출히 살아왔던 내게 그의 존재는 오빠 같고, 때로는 아빠 같았다. 그는 맘도 몸도 넓고 듬직했다.
그렇게 서로 가까워지면서 동아리 등산보다 둘만의 등산이 잦아졌고, 주말마다 자연스레 손을 잡고 산자락을 누비며 산등성이를 오르내렸다. 동아리 회원들 앞에서 시치미를 딱 뗀 채 비밀 연애를 하는 스릴도 만끽했다. 그가 졸업 후 우리의 만남은 더욱 자유롭게 무르익어 어느 단풍 짙은 가을, 경기 가평 소재 지금의 연인산에서 그가 내게 프러포즈를 해왔다. 연인산, 로맨틱한 이름의 산. 단풍에 취해, 달콤한 키스에 취해 나는 졸업하자마자 그와 결혼했다. 지금 생각하면 뭐가 그리 급했는지. 하지만 다른 미련은 없었다. 미련은커녕 대기업에 근무하는 남편, 살림이 적성에 꼭 맞는 나, 연달아 낳은 3남매와 옥시글옥시글 가정 꾸리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다. 졸업 후 진로 계획도 딱히 없었던 나의 결혼은 집에서도 환영하는 운 좋은 ‘취집’이었다. 주말이면 연애 때 기분을 살려 함께 산에 오르는 것도 같은 취미를 가진 부부라는 점에서 행복을 더했다.
자존심과 맞바꾼 캐나다 이민
남편의 얼굴이 점차 어두워지고 침울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지금도 가슴 아프다. 생각해보면 남편은 종달새처럼 조잘대는 귀여운 여자로만 나를 대했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성숙한 아내로 여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나대로 남편 뒷바라지에, 한창 손이 가는 아이들 치다꺼리로 그의 사정을 소상히 알지 못했다. 알았다 한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도 아니었지만.
어느 날 저녁 밥상을 물린 후 남편이 이민 카드를 조심스레 꺼내 들었다.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자고 했다. 회사 사정이 나빠져 본인이 곧 밀려날 것 같다면서. 그렇게 되면 자존심 상해서 더는 한국에 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남편 말대로 자존심이 문제였다면 당연히 말렸을 것이다. 하지만 듣기에 솔깃했다. 위기가 기회라고 하지 않나.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 면에서 새로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캐나다 이민 생활은 남편에게는 시련의 시작이었다. ‘넥타이를 풀어야 산다’는 말이 있지만 그는 10년 가까이 넥타이를 풀지 못했던 것이다. 이른바 화이트 칼라가 영어권 선진국으로 이민 갔을 때는 본국에서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블루 칼라 노동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어야 살 수 있다는 이민계의 정설을 예의 그 자존심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남편의 퇴직금 외에 돌아가신 부모님의 유산이 얼마간 있었기 때문에 일을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다른 이민자들에 비해 훨씬 적었다. 여유를 가지고 신중하게 일을 찾자고 한 것이 그만 세월만 흘려보내고 말았던 것이다. 위기가 기회라고 하지만 위기를 위기로 의식하지 못하는 한 위기는 말 그대로 위기가 되어 덮쳐올 뿐인 것을.
넥타이를 풀지 못한 남편의 위암
이민 7년 차 무렵, 이미 50대 초중반의 남편은 일 찾기를 포기하는 상태에 이르렀고, 다섯 식구가 물가 비싼 나라에서 벌이 없이 의식주를 해결하다 보니 곶감 빼먹듯 가진 돈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이민 초기에 부부가 함께 청소라도 하자고 북돋우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울 따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캐나다 생활에 잘 적응해주었다는 점이다. 백인 학생 위주의 학교도 무난히 잘 다녔고 교우 관계도 원만했으며, 별로 신경 써준 것도 없었는데 학업 성적도 그만하면 좋았다. 터울이 크지 않은 3남매가 원만하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탈 없이 대학에 진학해준 것이다. 고마운 일이었다.
그렇게 캐나다에서의 10년 세월이 흘렀다. 기왕 늦은 것, 아이들이 잘 정착해준 것에 안도하며 일이야 지금부터 찾으면 되지 않냐고 남편과 내가 뒤늦은 결의를 다진 것도 잠시, 불안은 불행이 되어 현실에 얼굴을 디밀었다. 남편이 위암 판정을 받았다. 10년의 무직 스트레스를 몸이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손써 볼 새도 없을 만큼 급박한 상태에서 3개월 후 남편은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럴 수는 없었다. 믿기지 않았다. 허망하고 허탈했다. 아무리 본인이 선택했다지만 멀쩡한 내 나라 두고 이국에 와서 병 걸려 죽은 남편이 너무나 가여웠다.
체면 따위 생각하지 말고, 자존심 내세우지 말고 아무 일이나 했더라면, 돈을 떠나서 건강을 유지하지 않았겠는가. 뒤늦은 후회로 가슴을 쳤다. 사회에서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자기 위치가 없다는 것이 남자로서 얼마나 좌절감과 자괴감이 들게 했을지, 가족들 건사하느라 바쁘게 돌아치던 나는 미처 몰랐다. 미련하고 지혜 없고 아둔하기 짝이 없는 아내가 바로 나였다.
생활 전선에 부는 칼바람
남편을 황망히 떠난 보낸 후 몰아닥친 것은 현실의 칼바람이었다. 그해 막 대학을 졸업한 맏이인 딸은 다행히 바로 취업이 되어 집안의 기둥이 되었고, 대학 3학년이던 큰아들과 신입생 둘째 아들은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여 자신들의 용돈을 해결했다. 학자금은 장기 대출이 가능하고 취업 후 갚으면 되니 당장 재정적 압박이 되지는 않았다. 문제는 나였다. 이일 저일 가릴 것 없이 취업전선에 나서야 했다. 한국에서나 캐나다에서나 남편만 믿고 살면서 돈 한 푼 벌어본 적 없던 내가 허드렛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있었겠나. 게다가 집에서 살림하며 가족끼리만 지내느라 영어라곤 한마디도 할 줄 몰랐으니.
그런 내가 한인이 경영하는 시내 카페에서 일자리를 구한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었다. 커피를 타거나 서빙을 할 처지는 아니라도 주방에서 빵을 굽고 간단한 샐러드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된 것만도 아무 기술 없는 나로서는 감사한 일이었다. 아이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집의 월세를 내고 생활을 꾸릴 수 있는 게 어딘가.
다시 사랑이 찾아왔으나
카페 주방 6년 차로 일이 익숙해질 무렵 매주 화·수·금요일마다 아침을 먹으러 오는 캐나다 현지의 중년 남자가 1년 전부터 내게 호감을 표해왔다. 그는 인근 대형 약국의 관리 약사로 주 3일을 근무하는데, 출근하는 날이면 내가 일하는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3년 전 이혼하면서 아내와의 재산 분배 문제로 운영하던 약국을 처분했고, 두 자녀의 재정적 부양에서도 이제는 자유롭다. 건강하고 외모도 괜찮고 진중한 성격이다. 나도 그에게 호감이 간다. 그가 오는 날, 카페에서 그를 기다리는 설렘도 있다. 그와는 퇴근 시간이 맞을 때면 함께 저녁을 먹고 산책하는 정도의 데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나와 더 가까워지길 원하지만 아직 나는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내 쪽에서 마음을 정하기만 하면 조만간 그와 재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딸은 결혼해서 한국에 나가 살고, 아들도 졸업 후 한국으로 취업이 되어 내 곁을 떠났다. 집에는 막내아들과 나, 둘만 산다. 내가 그와의 본격적인 교제를 망설이는 이유는 딸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는 딸은 내가 한국에 와서 외손녀를 키워주길 원하고 있다. 그러면 사실상 나는 캐나다를 떠나야 한다. 그와의 관계만 없다면야 남편도 없는 캐나다에 무슨 미련이 있으랴. 막내도 어차피 독립할 것이고, 그러면 결국 나 혼자 남게 되니 딸과의 합가는 내게도 반가운 일이다. 나이 들어 자식과, 그것도 도움을 주면서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은 떳떳하고도 다행스러운 일이기에.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와는 헤어져야 한다. 딸에게는 이번에 네 동생 결혼식 때 어차피 한국에 가니 그때 의논하자고 답을 미뤘지만, 딸은 이미 내가 승낙한 것으로 여기는 눈치다. 그 사람의 존재를 모르는 딸로서는 혼자 된 엄마를 모시게 된 것에 안도감도 느낄 테지.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집안의 기둥 노릇을 해준 생각 깊고 대견한 아이니까. 물론 딸은 내 사정을 듣는다면 흔쾌히 나의 길을 축복하고 응원할 것이다. 아들도 아니고 딸이니 더욱.
그런데 내가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내 행복 찾자고 다른 할머니들 다 해주는 걸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아서라기보다, 손녀를 봐줌으로써 자식들과의 연을 끈끈하게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만약 캐나다에서 그 남자와 살게 된다면 자식들과는 어쩔 수 없이 서먹해질 것이다. 그것은 내게 두려운 일이다. 남들은 내게 사랑을 선택하라고 말하겠지만, 나도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조언하겠지만,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니 결정이 쉽지 않다. 그 사람의 나를 향한 훈훈한 미소도 그립고, 삐삐 머리 손녀의 앙증맞은 분홍색 리본도 눈앞에서 아른거리니 이를 어찌할꼬.
✽브라보 마이 러브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예전에는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대상’으로 인식해 애완동물이라 했지만, 이제는 사람과 ‘심적 친밀감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로 반려동물이라 부른다. 신문이나 광고에서 반려동물 천만 시대라는 문구가 심심찮게 보이는 현재, 동물들은 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참고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 한겨레 애니멀피플)
작은 몸에 올망졸망한 눈으로 한결같이 나만 바라보는 반려동물은 우리 마음의 정화를 불러일으킨다. 성별, 외모, 장애, 경제력 등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으며 비판하거나 질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최근 강아지, 고양이, 새와 같은 동물을 인생을 나누는 ‘반려’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638만 가구로, 인구로 환산하면 15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국내 반려동물 산업의 급성장으로 이어졌다. 펫 택시, 전용 유치원, 장례 서비스, 원격 양육 서비스 등 관련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 9000억 원에서 지난해 3조 4000억 원으로 성장했으며, 전문가들은 2027년에는 6조 원으로 2015년보다 3배 이상 확대되리라 전망했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방송사마다 동물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SNS와 동영상 플랫폼에 동물 콘텐츠가 넘쳐난다.
반려동물의 긍정적 효과
우리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어가고, 1인 가구가 꾸준히 늘면서 동물은 사람의 소외감과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이자 가족 역할을 해주고 있다. 반려동물이 사람의 심리와 정서 안정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9년 서울시 취약계층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물을 기르는 청장년 1인 세대보다 노인 부부 세대가 더 높은 심리적 효과를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하면서 책임감 증가, 외로움 감소, 삶의 만족도 향상, 스트레스 감소, 대화 증가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반려동물이 노인들의 인간관계와 사회활동을 촉진하는 사회적 윤활유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반려동물과 장기간 생활하면 기억력 감퇴와 인지 능력 저하 등을 늦춰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려동물의 이름을 기억하고, 식사를 챙겨주고, 산책을 시켜주거나 털을 빗겨주는 등의 행동이 치매 환자의 정신 상태나 기동성을 향상시키는 작용을 해서다. 미국 플로리다주 제니퍼 애플바움(Jennifer Applebaum) 박사가 50세 이상 1300명의 인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53%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인지 능력 저하 속도가 느렸다. 애플바움 연구원은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과 스트레스 감소의 생리학적 측정(코르티솔 수치 및 혈압 감소를 포함해 장기적으로 인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사이에 연관성을 확인했다”며 “반려동물이 인지 저하를 예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초기 증거”라고 말했다.
동물들은 그저 존재하는 자체로 치유를 일으키기도 한다. 공원에서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걷는 강아지의 뒷모습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테니 말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다양한 ‘애니멀 테라피’를 실시하고 있다. 애니멀 테라피란 동물을 통한 치료 방법을 말한다. 활용되는 동물로는 개, 고양이, 돌고래, 소 등 다양하다. 예컨대 난독증 환자의 치료법 중 강아지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이 있다. 난독증 환자들은 자신이 더듬거리는 것에 대해 깊은 열등감이 쌓여 있거나 주눅 들어 있는 등 평소 자신감이 약한 태도를 보이기 쉽다. 때문에 편견을 가지지 않은 존재인 개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낮아진 자신감을 올려주고, 점차 말을 더듬는 증상을 완화하는 식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일본 내 유기 동물 문제 해결과 노년층의 건강 회복 모두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올해부터 요양원에 애니멀 테라피를 도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환경성은 지자체가 보호 중인 개나 고양이를 병원이나 요양원으로 보내 노인의 심리 치료 효과를 높이고자 한다.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별
노년에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거나 계획이 있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반려동물의 죽음이다. 보통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15~20년이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정들었던 동물 친구를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식처럼 기른 반려견, 반려묘가 죽어 큰 슬픔을 호소하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기도 한다. 특히 노년층은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적고 반려동물을 향한 심리적 의존도가 높아 극도의 우울, 무기력, 자책 등의 감정을 동반할 수 있다.
애니멀피플이 공공의창·한국엠바밍·웰다잉문화운동과 함께 실시한 ‘한국 반려동물 장례 인식조사’를 보면, 펫로스를 경험한 응답자의 과반수가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52.8%)을 꼽았다. 우울증(19.5%), 반려동물 죽음 자체에 대한 부정(18.7%), 죽음에 대한 분노(7.9%) 등이 뒤를 이었다. 아낌없는 사랑을 주던 대상이 떠난 후 밀려오는 그리움과 상실감은 당연하지만, 이를 잘 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관련 책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의 저자 이학범 수의사는 “반려동물과 이별하며 슬픔을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거나 기간이 길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심리적·정신적 고통을 겪지만, 수습 절차나 방법은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주변 산에 묻는 행위는 불법이다. 보통 동물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쓰레기봉투에 담아 생활 쓰레기로 배출하거나, 동물병원에 맡겨 의료용 폐기물로 처리한다. 최근에는 오랜 친구를 폐기물로 처리하길 원치 않는 사람들이 늘면서 병원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합동 화장을 진행하거나, 반려동물 장례 시설을 이용하는 추세다. 동물 장묘업체는 반드시 이동식 장묘업체가 아닌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업체여야 한다. ‘e동물장례정보포털’(eanimal.kr)을 통해 합법적인 업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반려동물을 부탁할 곳도 고민해야 한다. KB국민은행에서는 내가 죽고 나면 누가 내 강아지를 돌봐줄까 고민되는 사람들을 위해 반려동물 신탁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반려동물의 주인인 ‘위탁자’가 사망해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수탁자’인 은행에 자금을 미리 맡기고, 본인이 사망한 뒤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부양자인 ‘사후 수익자’에게 반려동물의 보호 관리에 필요한 양육 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조건으로 가족 또는 제3자에게 자신의 유산을 일부 상속해놓는 것도 방법이다. 대신 어떻게 돌봐줘야 하는지 등 상세한 내용을 담은 유언장이 있어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한편 비교적 명확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성장성에 비해 반려인 사망 시 반려동물에게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돌연사, 고독사, 사고, 질병 등에 의해 반려인을 잃고 홀로 남을 반려동물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귀농 생활을 근사한 쪽으로 끌어가기 쉽지 않다. 물이야 고수라서 거침없이 순행하지만, 그래 물을 스승으로 삼아보지만, 정작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치르기 십상인 게 귀농이다. 생각보다 더 만만치 않고, 예상보다 더 까다롭다. 기대처럼 낭만적이지도 않으며, 계획대로 수익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폭풍 속의 질주다. 광주광역시에서 알아주는 이가 많은 ‘여장부’로 살았던 박선주(50, ‘들꽃다물농장’ 대표)의 귀농 경력은 올해로 6년 차. 그는 비바람 속을 ‘미친 듯이’ 내달렸다. 그가 믿은 건 자신의 야무진 근성 하나였으며, 그걸 아낌없이 꺼내 썼던 것 같다. 덕분에 나가떨어지기는커녕 여하튼 앞으로 나아가는 성과를 거두었다.
산을 무척 좋아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은 마침내 도시를 떠나 산에서 살기를 꿈꾼다. 박선주가 그랬다. 산 아니고 다른 데서 살까 보냐! 동갑내기 남편 고광민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렇게 산촌 귀농을 염두에 두고 살던 중에 절호의 찬스를 포착했다. 부부의 건강에 상당히 심각한 이상이 생겼던 거다. 옳다구나! 이제 지리산으로 가자!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귀농에 시동을 걸었고, 지체 없이 일을 서둘러 드디어 전북 남원시 운봉읍의 산자락에 살게 됐다.
“지리산 근처에 경치 좋은 터를 잡고 살며 부부의 건강을 되살리고 싶었다. 지리산을 수시로 오르내리고, 산나물들을 가꿔 먹고, 정직한 노동으로 땀 흘리고, 그러면 까짓것 뭐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귀농을 하고 보니 뭐 하나 쉬운 게 없더라. 펑펑 눈물을 쏟은 날이 많았다. 어라, 이게 왜 이런 거야? 이러자고 내가 귀농했나? 광주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냐? 귀농을 후회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지리산은 자주 올랐고?
“그토록 좋아하는 지리산이지만 일에 치어 거의 올라가지 못했다. 2019년 내 생일날 천왕봉을 한 번 올랐을 뿐이니까.(웃음)”
박선주는 야트막한 야산 하나를 통째로 사들여 농장으로 가꾸었다. 2만 6000평에 달하는 너른 규모다. 허리 휘어질 신역이 실로 자심할 걸 짐작할 만하다.
건강은 좋아졌나? 때로 위중한 사람도 살리는 게 산인데.
“좋아지는 것 같더니만 더 나빠지더라고.(웃음) 남편은 허리디스크에 시달렸고, 나는 뇌경색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이게 다 스트레스 탓인 것 같다. 농사일 자체는 어렵지 않다. 몸이 아프더라도 작물이 성장하는 걸 바라볼 때면 행복하니까. 문제는 역시 스트레스의 강도다. 도시에서보다 과중한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으며 살았다.”
욕심을 줄이면 스트레스 관리가 좀 쉬워진다고 한다. 과중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일까? 과욕? 외부의 횡포?
“스트레스 유발인자가 한둘이 아니다. 난 욕심 많은 여자는 아니다. 기질적으로 어지간한 상처엔 끄떡도 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민과 갈등하면서 오는 상처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더라. 예를 하나 들어볼까? 귀농 초기에 지방신문 기자의 고발로 곤욕을 치렀다. 우리가 백두대간을 훼손했다는 죄목이었다. 이 가당찮은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상처가 컸다. 무섭기도 했다. 외지인을 배척하는 지역 일각의 풍토를 여실히 깨달은 것이다.”
지역에 귀농인이 등장하면 주민들은 무대에 오른 배우를 바라보듯 주시하기 마련이다. 이 무대에서 호감을 사기 위해서는 일단 자세를 낮추는 게 현명하다고들 한다.
“원주민들과 어울리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았으나 돌아오는 대가는 정당하지 않았다. 나는 귀농 초기부터 친목과 공동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갖가지 단체에서 열심히 뛰었다. 리더로도 활동했다. 지역민들과 우호적인 관계 맺기에 성공한 사례라는 얘기도 자주 들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탱크처럼 과감하게 밀고 나가다
박선주 부부는 광주에서 그들의 전공인 기계설비업을 지속해 기반을 잡았다. 남편에 이어 그 역시 ‘기계가공 기능장’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여성 3호’ 기능장을 받았다. 아마도 뭐 하나에 꽂히면 들입다 파고들어 끝을 보는 성격의 소유자일 게다. 두둑한 배짱을 장기처럼 달고 사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자산을 정리해 만든 13억 원쯤의 자금을 임야 구입과 토목공사에 썼다. 그리고 ‘탱크처럼 매사 과감하게’ 밀고 나갔단다. 그 저돌적인 행진으로 ‘성공한 강소농’이라는 평을 듣기에 이르렀던 것.
그러나 원주민과의 관계에선 한숨이 폭폭 터져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광주로 달아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힐 지경으로 겪은 애환이 많았다. 세태란 원래 어딜 가나 사특한 것. 저기는 안 그런데 여기만 그럴 리야 있겠나? 저기는 낙원이고 여기는 지옥일 리 있겠나? 그저 내가 처신하기 나름이거니, 그리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박선주가 귀농으로 경험한 세태는 얄궂다.
“귀농하는 사람들은 제2의 삶을 위해 도시에서 찌들었던 마음을 미리 내려놓고 온다. 대부분 순수한 마음으로 농촌의 정과 인심에 녹아들고 싶다는 의도를 가지고 귀농한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지역 현실은 차가웠다. 거의 모든 게 토박이들 중심으로 돌아가더라.”
토박이 그룹이 먹이사슬의 상위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해 은연중에 발동하는 텃세. 이건 보수적인 농촌 지역에 흔히 고착된 폐습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그들은 지역사회를 위한답시고 단체에 슬쩍 발을 담근 채 영악하게 혜택만 찾아 누린다. 이기적이며 순수하지 않다. 귀농인에겐 좋은 정보나 마땅한 권한조차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남원 사람이 될 수 없겠구나! 결론이 그렇게 나더라고.”
대안은 무엇일까?
“물론 토박이들이 다 그런 건 아니다. 좋은 이들도 많으니까. 그들의 우정에 힘을 얻으니까. 그러나 별수 없다. 발을 빼는 수밖에. 이젠 마음의 문을 닫았다. 이런 얘기를 길게 하는 건 귀농하려는 이들이 참고하길 바라서다. 성급하게 귀농지를 정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는 거다. 지역의 인심과 풍토부터 미리 파악하는 게 그 무엇보다 앞서 중요하다.”
부부가 부업에 나서기도
겨울바람이 맵차다. 바람에 눕는 마른 풀들. 잠들어 고즈넉한 나무들. 외진 산기슭의 외딴 거처에 감도는 적막감. 농장의 겨울 풍경은 잠잠해 고독해 보인다. 그러나 수려한 산간이다. 산 아래에서 정상까지 나선형으로 낸 길에선 과도한 인위가 느껴지지만 생산의 기지로 변환한 노고는 더 큰 실감으로 다가온다. 이 산에 사는 텃새들은 알까? 박선주 부부가 야산 개간에 과연 몇 톤 분량의 비지땀을 쏟았는지.
산에 심은 주 작목은 호두나무다. 어린 것들을 심었으니 여러 해가 더 흘러야 수확을 볼 수 있다. 박선주는 당장 생산이 가능한 작목들도 재배했다. 옥수수, 감자, 고구마 따위를. 생산량은 많지 않았지만 용케도 잘 팔려 농사에 재미를 붙이게 하는 촉매가 됐다. 현재까지 각별히 공을 들이는 건 비타민 C 함량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블랙커런트. 즙, 잼, 곤약젤리 등으로 가공해 유통한다. 이 농장의 모든 작물은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된다. 해섭(HACCP,식품위생안전시스템) 인증도 받았다. 경험을 살리고 식견을 돋워 일궈낸 성과다. 농업 공부도 그 기반이 됐다.
“귀농 이후 건축법이나 산지관리법 등을 배워 숙지했다. 전국 곳곳의 수많은 농업 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이론과 기술도 습득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무상 교육의 경우 대형 기관이나 단체에서 한결 실속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수익 상황은 어떤가?
“2018년 총매출은 2400만 원이었다. 2019년엔 6800만 원, 2020년엔 9800만 원이었고, 2021년엔 1억 원을 넘어섰다. 순수익은 매출의 60% 정도다. 연도별 증가율로 보면 고속 성장이다. 그러나 손익분기점 도달에는 한참 미달한 상태다. 워낙 많은 자금을 초기에 쏟아부었기 때문이지. 게다가 지속적인 재투자가 필연이라 버겁다. 그나마 좀 안도하는 건, 처음엔 지니고 온 자금을 털어 투자했지만 지금은 소액이나마 돈을 벌어 투입한다는 점이다.”
귀농인들이 흔히 하는 얘기가 있다. 농사로 먹고살기 쉽지 않다는 거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먹고살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다. 물정 모르고 덤볐다가는 파탄 나기 딱 좋은 게 농사다. 문제는 판로다. 우리는 공격적인 SNS 마케팅을 구사해 그나마 수입을 거둔다. 그러나 농사일에 정신없이 바빠 SNS에 충실을 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래저래 상황이 열악해 때로 눈물 나는 것이지.(웃음)”
어떤 방법으로 현실을 타개하지? 무슨 수가 있기는 있나? 귀농의 명암이야 이미 또렷이 인식했을 텐데.
“멀리 보고 긴 호흡을 하며 달려간다. 미래적 비전은 사회적 농업이나 치유 농업에 두고 있다. 당장 급박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농외소득을 벌어들인다. 우리 부부가 농사만 짓는 건 아니라는 얘기지.”
농사 외에 어떤 일을 하지?
“내가 알바를 뛰곤 했다. 광주시에 가서 전공인 기계설비 분야의 수업을 해주고 보수를 받는 식으로. 남편은 더 많은 일을 한다. 오늘도 그는 인근 양계장에서 병아리 입출 일을 도와주고 일당을 받아왔다. 이런 식의 부업으로 부부가 매월 벌어들이는 수입이 200만 원 정도다. 농업소득에만 의존하는 귀농은 낡은 방식이다.”
귀농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다각도로 모색하며 멀리 넓게 보라! 박선주가 털어놓는 언설의 행간에 비친 메시지가 그렇다. 이런 그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귀농을 한다면? 답은 이렇다.
“돈 들이지 않고 귀농 생활을 시작하겠다. 300평 정도의 농토를 임대해 농막에 살며 농사 경험부터 쌓을 것이다. 농외소득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도 필수고. 자금을 왕창 쏟아붓는 귀농은 미련한 귀농이다.”
박선주 씨가 주는 귀농 Tip
•승률 높은 농업을 원하면 지역 특산물을 작목으로 선택하자. 판로 확보가 용이하고,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
•대규모 농업도 잘만 하면 승산이 있다. 지역 특산물을 규모화할 경우엔 승률이 더 높아진다.
•농촌에 대한 낭만적인 환상은 깨끗이 버려라.
•농업정책자금을 함부로 받지 말자. 자립 의지가 수반되지 않은 지원금 운용은 빚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농사만 믿지 말고 농외소득 획득 방법도 적극적으로 모색하자. 찾으면 일은 얼마든지 있다.
5일간의 설 연휴가 시작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고향에 있는 부모님을 찾아뵙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모님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걱정되는데 말이다. 이에 아쉬운 대로 영상 통화를 통해 부모님의 건강을 체크해보자.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과 전조 증상에 대해 짚어봤다.
고혈압, 국내 고혈압 인구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비록 생명의 위협은 없더라도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전체 뇌혈관 질환의 50%가 고혈압으로 발생하고,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병의 30~35%, 신부전의 10~15% 역시 고혈압이 원인이다. 동맥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증'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혈압은 찬바람이 불고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같은 겨울철에 더 주의해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도 기온이 1℃씩 떨어질 때마다 혈압이 0.2~0.3㎜Hg 올라간다. 노인이나 마른 체형에서 특히 주의를 요한다. 노인 혈압 조절 목표는 수축기혈압 140~150mmHg, 이완기혈압 90mmHg를 추천한다.
이동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국내 고혈압 인구의 절반 이상을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할 정도로 노인 비중이 높다"면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고혈압의 경우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만큼 평상시 주기적으로 혈압을 확인하고 위험요인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뇨병, 65세 이상 인구서 환자비율 2배 높아져
고혈압만큼 고령자가 주의해야 할 질환은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국내에서 6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그 자체보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이다. 족부괴사,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증, 뇌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등 당뇨 합병증은 전신에 나타날 수 있고, 또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키기 힘들고 심지어 죽음까지 이를 수 있다.
당뇨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유전적인 요인과 비만, 연령, 식생활, 운동부족, 호르몬 분비, 스트레스, 약물 복용 등의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에서 당뇨병 환자 비율이 2배 정도 높아진다.
김은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우리가 안경을 쓰는 것을 치료라고 말하지 않듯 당뇨병 역시 평생 관리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부모님의 체중이 갑자기 빠진다거나 갈증을 심하고 소변을 참지 못한다면 이미 어느 정도 당뇨병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기침 등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져
골다공증은 '소리 없는 뼈도둑'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골절 등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는 한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척추 압박골절로 키가 줄어든다거나, 허리가 점점 휘고, 허리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심할 경우 기침 등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여성에서 더 빨리, 많이 나타난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골밀도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우유나 단백질을 적절히 섭취하고 술, 담배는 멀리한다. 운동도 중요하다. 체중 부하가 실리는 운동과 관절에 과도한 무리가 가지 않는 걷기 운동이 좋다.
한제호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부모님들은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지고 허리가 굽는 것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회복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는 만큼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관협착증, 하지 통증으로 보행 시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늘듯 척추와 추간판(디스크)도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된다. 척추나 그 주변의 인대가 심한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되면 척추신경이 지나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척추관협착증이 발생한다.
증상은 보행 시 심해지는 다리 통증이다. 협착증 부위에 눌린 신경이 지나가는 엉덩이 아래 하지 통증과 저림, 근력 약화로 보행이 힘들어진다. 이때 허리를 구부리거나 앉으면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일명 ‘꼬부랑 할머니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최두용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의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는데 자연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곧 치유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다"며 "부모님의 허리가 굽고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면 질환 초기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무릎 통증․붓기 지속하면 퇴행성관절염 의심
무릎 관절은 평지를 걸을 때 체중의 3~4배, 내리막길에선 체중의 5~6배의 무게를 지탱한다. 노화는 무릎 관절 자체를 약하게 만든다. 무릎 관절을 지탱해 주는 근육과 인대의 탄력성이 줄어들고, 관절연골과 반월연골판의 충격 흡수 기능도 떨어진다. 또 관절액의 윤활 작용도 약화된다.
퇴행성관절염은 주로 다리가 맞닿는 내측 무릎에 통증을 유발한다. 처음에는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양반다리 같은 자세에서 통증이 생기지만 병이 진행되면 자세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한다. 휴식이나 수면 시 통증이 심해지고, 아주 심할 경우 일상적인 보행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노동영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부모님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무릎 주위가 붓거나 아프다고 호소한다면 퇴행성관절염을 의심하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살 부위 뻗치는 통증 1~2주 지속하면 고관절질환 의심
고관절(엉덩이관절)은 넓적다리뼈와 골반뼈가 만나는 곳으로 척추와 더불어 체중을 지탱하는 몸의 기둥 역할을 한다. 항상 체중의 1.5~3배에 해당하는 강한 힘을 견뎌야 한다. 걷기만 해도 4배, 조깅은 5배, 계단 오르내리기는 8배의 하중이 가해진다.
고관절 질환은 반복적인 사용과 노화로 발생하는 일차성 고관절 골관절염이 대표적이다. 골관절염이 생기면 넓적다리뼈와 비구가 모두 망가지고, 어떤 치료를 받더라도 진행을 막을 순 없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샅이 시큰거리고, 심하면 가만히 있어도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거동까지 불가능해진다.
전상현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샅(사타구니, 두 다리의 사이) 부위나 엉덩이, 허벅지 쪽으로 뻗치는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한다면 고관절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20년 이상 흡연한 중증·고도흡연자의 금연을 지원하는 2022년 ‘전문치료형 금연캠프’를 운영한다.
중증·고도흡연자란 △20갑년(pack year) 이상 흡연력이 있고 2회 이상 금연실패를 경험했으나 금연 의지가 높은 흡연자 △ 폐암, 후두암, 협심증, 뇌졸중 등 흡연 관련 질병을 진단받고도 흡연을 계속하는 자를 의미한다.
갑년이란 하루 흡연량(갑)×흡연기간(년)으로 산출하는 단위이다. 매일 담배 1갑씩 20년을 피우거나 매일 2갑씩 10년을 피우는 흡연자라면 20갑년의 흡연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전문치료형 금연캠프는 4박 5일간 합숙하며 전문적인 금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국가금연 지원 서비스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증·고도흡연자에게 금연상담과 교육, 건강검진 및 전문의 진료, 흡연 중증도 평가, 심리상담과 스트레스 관리, 운동 프로그램, 금연 치료제 등이 제공된다.
금연캠프는 전국 17개 지역금연지원센터에서 운영되며, 거주지역과 상관 없이 원하는 어디에서나 이용 가능하다. 참가횟수는 흡연자별로 평생 3번 이용 가능하나, 마지막 퇴소일로부터 12개월은 재등록이 불가능하다. 이미 이용 중인 국가금연 지원 서비스가 있는 경우 이용이 끝난 후에 금연캠프에 참가해야 한다.
참가비는 10만 원이지만 수료 시 전액 환급된다. 캠프 수료 후에는 6개월간 총 9회 이상 금연상담 및 관리를 제공한다. 참가자에게는 다양한 금연 행동 강화 물품을 제공하고, 6개월 금연성공자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증정한다. 또한, 참가자가 원하는 경우 6개월 이후에도 금연상담전화 및 온라인 금연 커뮤니티 ‘공감톡’에서 지속적인 금연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금연은 올바른 정보제공, 금연상담, 금연 치료제 등을 병행하면 금연 성공률이 6배까지 증가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중증·고도흡연자 등을 대상으로 운영된 4주치 금연캠프 성공률은 70~80%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발표한 세계적 담배 유행 현황에 대한 보고에 따르면 스스로 의지만으로 금연 성공률은 4%에 불과하지만, 정보제공·상담·금연 치료제 병행 시 금연 성공률이 최소 3.3배~최대 6.3배 증가한다.
조신행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흡연자의 금연 성공은 본인 의지 및 전문적 치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지지와 응원이 동반되어야 한다”라며 “새해를 맞아 금연을 결심한 중증·고도흡연자들에게 금연캠프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가 우리 사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 지금,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실버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시니어를 위한 스마트 케어 사업을 운영 중인 신준영 캐어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은행 점포는 하나둘 사라지고, 점원 대신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으며, 스마트폰 QR이 신분증을 대신하는 시대다. 고령화와 더불어 급격히 찾아온 비대면 사회의 도래로, 노인 디지털 소외가 주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다.
캐어유는 디지털 정보에 취약한 어르신들에게 IT 기반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고령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 및 기술을 개발해, 이를 어르신들에게 보급하고 교육하기까지 전반을 관리한다. 급격히 벌어진 디지털 격차로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에게 활기찬 노년을 선물하고 있다.
노인 삶 향상 위한 콘텐츠 개발
2014년 창업한 캐어유의 시작은 치매 예방을 위한 콘텐츠 개발이었다. 치매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우울증 및 스트레스 척도를 측정하고,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정신 건강 테스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자가진단 앱으로 개발했다. 이후 5개 영역의 인지 능력(기억력, 순발력, 사고력, 집중력, 판단력)을 훈련하고 향상시키는 ‘엔브레인 게임’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개별 관리할 수 있는 ‘엔브레인 플랫폼’도 있다. 이는 주로 노인복지기관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로, 앞서 말한 정신 건강 테스트와 엔브레인 게임을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물론, 디지털 사례 관리 기능을 통해 개별 어르신의 특이사항까지 파악 가능하다. 즉 캐어유의 모든 서비스가 집약된 플랫폼으로서 어르신 개개인에게 질 좋은 맞춤형 케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을 탑재한 제품도 생산한다. 태블릿이나 케어로봇, 키오스크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캐어유의 ‘엔브레인 키오스크’는 어르신을 위한 교육용으로 만들어졌다. 음식점, 은행 ATM, 그리고 무인 민원발급기까지 노인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키오스크에 대한 교육을 받고 직접 경험해봄으로써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어르신과 강사 교육도 직접
단순히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한다. 다양한 노인복지시설에서 엔브레인 서비스를 활용한 디지털 치매 예방 교육뿐 아니라, 스마트폰 기초 과정부터 민원, 교통, 배달 등 일상생활에 유용한 앱이나 키오스크 등 디지털 문해 교육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 대표는 “캐어유 교육 프로그램은 디지털 역량 강화 이상의 효과를 가진다”라며 “어르신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집에서 나와 사람들과 소통하고 생각하는 모든 과정이 사실 외로움을 해소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캐어유는 어르신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도 직접 교육해 양성한다. 강의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이를 진행하고 관련 지식과 자질을 유지할 수 있는 보수 교육까지 시행하고 있다. 신 대표는 “어르신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강의력은 물론, 노인과 노인 기관에 대한 이해, 어르신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소통 능력 등이 필요하다”라며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강사 교육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최근 강사 교육을 받고자 하는 중장년층도 많아졌다. 5060세대는 고령자인 부모님을 모시는 경우가 많아 노인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도가 높을뿐더러 은퇴 이후 새로운 직업이나 재능기부 차원에서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국가의 인정을 받은 사회적 기업
캐어유는 이밖에도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보건소·치매안심센터와 함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 치매 인식 개선 교육, 치매 환자 파트너 교육, 장기요양보험 신청 방법 공유 등 다양한 공익적 활동을 인정받아 2020년에 ‘치매극복선도기업’으로 선정됐고, 지난해 11월엔 보건복지부로부터 고령친화산업 육성 분야 유공자 포상도 받았다. 신 대표는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캐어유 서비스를 받고 인지 능력이나 정신 건강이 좋아지신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어르신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속해서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