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의 증가는 국가적 이슈가 된 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치매 국가책임제의 시동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고, 치매 환자 관리는 이미 정부기관을 통해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중앙치매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환자 수를 살펴보면, 9월 현재 65세 이상 노인 약 711만 명 중 치매 환자는 10%가 넘는 72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치매 환자 하면 대부분 알츠하이머병을 떠올리지만 치매의 한 종류인 혈관성 치매 역시 적지 않다. 전체 치매 환자 중 16.5%인 약 12만 명이 혈관성 치매를 앓고 있다. 혈관성 치매의 문제 중 하나는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김희진(金希珍·46) 교수를 통해 혈관성 치매의 위험성을 알아봤다.
“시니어들이 혈관성 치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김희진 교수가 질환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그만큼 중요한 얘기라는 뜻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100% 예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또한 발병하면 병의 진전을 미루는 것이 주된 치료법이고 완치법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혈관성 치매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예방이 가능한 치매예요. 관심 갖고 건강관리를 해나간다면 혈관성 치매를 막을 수 있습니다.”
혈관성 치매가 예방 가능한 이유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혈관성 치매의 발병 원인은 뇌혈관의 기능 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우리가 흔히 ‘중풍’이라고 부르는 뇌졸중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혈관성 치매는 뇌출혈이 생겨 발생하는 출혈성 뇌혈관 질환과 뇌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죽는 허혈성 뇌혈관 질환, 즉 ‘뇌경색’ 으로 나뉜다. 전체 환자 중 허혈성 뇌질환이 약 80% 정도로 흔하고, 출혈성 질환은 20% 정도다.
이러한 질환들은 대부분 뇌세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혈관이 막혀 혈액 공급이 안 되거나 출혈이 발생하면 뇌세포는 피해를 입는다. 이런 이유로 뇌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장애가 오는 질환을 혈관성 치매라고 부른다.
“뇌졸중은 대부분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만 조절하면 예방이 됩니다. 혈관이 터지는 것도 막히는 것도 이러한 것들이 원인이니까요. 다만 혈압이나 혈당을 관리할 때 중년과 노년은 그 기준 수치를 다르게 해야 해요. 혈압은 나이 들어가면서 다소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중년의 기준에 너무 철저하게 맞추려다 저혈압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출혈성 혈관성 치매를 막기 위해서는 혈압을 낮춰 뇌출혈을 예방하고, 허혈성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약물을 통해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
혈관성 치매의 또 다른 특징은 갑작스러운 발병이다. 특히 뇌출혈이 발생할 경우 급격하게 뇌기능이 나빠져 말 그대로 갑자기 이상 증상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신경과 의사들은 이런 상황을 ‘어느 날 갑자기’라고 표현해요. 느닷없이 저림이나 따가움, 운동장애가 온다면 뇌출혈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특히 한쪽만 증상이 나타나는 편마비는 강력히 의심해야 해요. 언어장애가 나타나거나 시야가 좁아지거나 복시, 두통, 보행장애가 나타나도 마찬가지예요. 주저 말고 119에 전화하셔야 합니다. 보통 골든타임을 3~4시간이라고 말하지만 빠를수록 좋아요.”
뇌졸중은 발병 초기에 제대로 치료만 해주면 상당 부분 회복이 가능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출혈이나 허혈성 뇌경색으로 인해 일부 뇌세포가 죽게 돼도 주변의 다른 뇌세포가 그 기능을 대신해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작은 뇌혈관이 서서히 막혀서 오는 피질하 혈관성 치매는 천천히 발병하는 대신 회복이 어렵다.
“의외로 젊은 사람에게서 발병하기도 해요. 모든 일에 무감각해지고 우울감이 오면서 무기력해지는 특징이 있어요. 집 안에만 있으려 하고요. 배뇨기능에 문제가 생겨 자주 소변을 보면서 오줌싸개가 되기도 해요. 몸을 제어하지 못하는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피질하 혈관성 치매는 MRI 촬영 등 진단을 통해 알아낼 수 있지만, 무엇보다 단순한 노인성 질환으로 치부해 무시하지 않는 태도를 지니는 것이 중요해요.”
혈관성 치매 역시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만약 가족력이 있다면 의심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가족 노력에 따라 차도 달라져
김 교수는 혈관성 치매의 발병에서부터 치료에 이르기까지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성격이 변한다든가 무기력해지는 등의 사소한 변화를 최초 증상으로 의심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고 병의 진행을 멈출 수 있어요. 또 혈관성 치매는 혈류량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가족의 독려가 필요해요. 그럴 여건이 안 된다면 지역 주간보호센터를 통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가족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환자는 요양원에 갈 정도까지 악화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식생활도 매우 중요하다.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단 조절이 필수적인데,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채소는 매일 먹어야 한다. 붉은 고기는 가급적 멀리하고, 생선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먹을 것을 권한다. 큰 생선은 중금속 축적이 많기 때문에 이로 인한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꽁치나 고등어 같은 DHA나 EPA를 많이 포함해 뇌에 좋은 등푸른 작은 생선이 좋다. 올리브 오일과 해산물을 풍부히 섭취하는 지중해식 식단도 좋다. 물도 매일 충분히(하루 6잔 정도) 마셔야 한다. 물론 담배는 끊어야 하고, 술을 마실 경우 하루 한두 잔 정도만 마신다. 이렇게 까다롭게 식단 조절을 하는 이유는 병의 원인인 혈압과 당뇨, 콜레스테롤의 조절을 위해서다.
“통계적으로 60세 이상의 노년기에는 마른 체형이 치매가 잘 오는 편이에요. 그러므로 원칙을 지키면서 잘 먹는 것이 중요해요. 맛있게 잘 드셔야 해요. 치매 판정을 받게 되면 그때부터는 철저한 식단 관리 보다는 골고루 잘 먹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혈관성 치매가 오면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영양분이 체내에 흡수되는 효율이 떨어집니다. 좋은 것을 먹어도 대부분 배설되고 말거든요. 환자가 싫어해도 골고루 잘 먹도록 가족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병이 깊어진 상태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살펴야 한다. 치매 환자는 본인의 상태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해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가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때 대부분은 그 자리를 일시적으로 피하라는 조언도 하지만, 환자가 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지 파악할 수 있다면 함께 생활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됩니다. 공격적이거나 화를 내는 건 배변 문제일 때도 많아요. 오래 배변을 못해 답답한 상태인데, 본인이 자각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인 거죠. 이럴 땐 배를 만져보면 알아요.”
김 교수는 가족이 환자 상황에 따라 세세한 대처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의가 절대적이라고 조언한다.
“신경과 의사들은 치매 환자들이 공격성을 보여도 겁내거나 물러서지 않아요. 늘 겪는 일이니까요. 대부분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어요.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이 쉽지 않지만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다면 좀 더 현명하게 함께 생활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치매 치료의 근본적인 목표는 환자가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는 우리에게도 현실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실현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곁에 두고 있다. 바로 일본이다.
치매 환자인 어머니를 모셨던 A씨는 지난 2012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서울 종로의 상가 건물 소유주였던 어머니에게 A씨의 삼촌 B씨가 접근해, 사후에 재산을 모두 자신이 맡는다는 위임장과 유언장을 받아낸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법원의 상속재산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냈지만, B씨는 법원의 결정 직전에 건물을 급히 팔아버렸다.
결국 소송을 벌인 끝에 2015년 법원은 치매로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들을 배제하고 동생에게 모든 재산의 관리 처분 권한을 준 위임장은 무효라며, 건물을 산 매수인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말소하라고 판결했다.
유언자 의사 정상 여부 판정
이런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민법에선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 선고, 성년후견 심판 등의 제도로 법률 행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면 모든 성인은 기본적으로 의사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과 같은 법률 행위와 관련해 치매 같은 질환으로 인해 의사능력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사람에게도 현실적인 고민이 될 수 있다. 치매가 없거나 사소한 건망증이 나타나는 초기 치매의 경우 일상생활에는 장애가 없지만 병력이 법적 다툼의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언을 남겨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다.
일본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일본의 메디컬리서치라는 회사는 최근 ‘의사능력감정(意思能力鑑定)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유언 작성 전 작성자의 뇌 대사 기능을 아밀로이드 PET-CT 등의 장비를 이용한 진단과 정신과 전문의의 면담을 통해 의사능력의 유무를 감정하는 서비스다.
회사 측은 “일본은 치매환자 1300만 명 시대가 도래했고, 치매로 인한 상속 분쟁이 2014년 1만2577건에 달했다”며 “치매환자라도 유언장을 작성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의사능력감정을 통해 의사능력이 인정되면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야 의사능력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묻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종합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법원에서 법적 분쟁으로 인해 소견서 작성을 요청받는 일이 왕왕 있다”며 “의학적으로 의사능력을 감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법적으로 첨예한 경우 소견서 작성이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의 의사 출신 성용배 변호사는 “국내에서도 유언장 작성자가 자발적으로 인지능력과 관련한 진료나 감정을 받고, 진료기록, 소견서 등 그 근거를 남기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이는 의사능력의 존부에 대해 있을 수 있는 문제제기의 소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환자 편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치매환자를 위한 일본 최초의 원격진료 서비스도 얼마 전 시작됐다. 준텐도(順天堂)대학교병원은 지난 7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위한 원격진료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IBM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환자나 보호자는 아이패드를 통해 병원과 치료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
병원 측은 “환자의 내원에 필요한 신체적,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가족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환자를 돕는 간병인을 통한 정보도 의사가 참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에게 효율적인 진료 서비스 제공과 함께 지역 병원과의 연계도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 측은 원격진료가 활성화돼 자료가 축적되면 치매환자의 빅데이터 분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6년 서울대학교병원이 원격치매센터를 설립해 일찌감치 원격진료 서비스에 대한 시도가 있었다. 이어 정부의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통해 수년간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돼왔다. 그러나 원격진료를 ‘정보통신기술 활용의료’로 명칭을 바꾸고 대상도 축소해, 보건복지부가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노망이 아닙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송인욱(宋寅旭·47) 교수의 단언이다. 흔히 알려진 상식과는 다른 이야기다. 한국인의 머릿속에는 알츠하이머병 같은 치매 질환은 곧 노망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고 있다. 치매가 소리 없이 다가오는 공포의 병으로 알려진 것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이나 주변인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하지만 송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해도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알츠하이머병이 대표적인 치매 질환으로 꼽히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흔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가 발간한 2016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 수는 65만 명에 달한다. 2024년이면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함께 내놨다.
전체 치매 환자 중 4분의 3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다. 이 병은 뇌에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1907년 독일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박사가 처음으로 발견해 그의 이름이 붙여졌다. 기억력 등 사소한 증상으로 시작해 점차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말기에는 망상이나 환각, 공격성, 수면장애 등의 정신행동 증상이 나타난다.
학력이 높으면 발병 가능성 낮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뇌 손상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알려진 정도다. 뇌 세포의 골격 유지 역할을 하는 타우 단백질 또한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중 의료계에서 주목하는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유전이다. 전체 알츠하이머병 환자 중 40~50%는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것. 송인욱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발병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 유전자로 아포지단백이라는 것이 있어요. 이것의 유전자 성질 중 E4형을 가진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이 나타날 확률이 3배 이상 커요. 유전자가 E4로만 조합된(E4-E4형)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이 6~8배 이상 발생하고요. 또 발생하면 진행 속도도 훨씬 빠릅니다. 그만큼 유전적 요인은 이 병과 관계가 밀접합니다.”
알츠하이머병의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학력과의 관련성이다. 조사 결과 고학력자일수록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낮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송 교수는 “학생 시절 공부를 좀 못했다고 해서, 학교를 오래 다니지 않았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아직 확실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에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의학계에서도 처음에는 이 결과를 보고 뇌의 사고나 기억을 위한 노력의 정도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다시 말하면 공부를 위해 머리를 많이 쓴 결과가 아닐까 했던 것이죠. 하지만 이런 가설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아직 부족한 단계입니다. 최근 좀 더 다각적으로 분석한 결과 학력은 결국 성인이 된 이후의 소득수준과도 관련이 있고, 이는 쾌락을 위한 활동, 즉 여행이나 레저와 같은 다양한 경험이나 활동의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는 일부의 견해도 있어요. 소득이 낮으면 생계를 위한 일과 일상만 반복되기 쉬우니까요. 어르신들에게 사회활동을 멈추지 말고 가급적 평소에도 많은 사람과 만나시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러한 부분과 관련이 있습니다.”
송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우울증 유무 여부도 병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에 집에 있는 것보다는 가급적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주간보호센터나 노인대학 등에서 치매 환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낮 동안의 다양한 활동은 수면과도 연관이 되거든요. 낮에 활동이 적으면 밤에 불면이 생기기 쉬운데 불면은 환각 등의 증세를 불러오기도 해요.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이죠. 결국 견디기 힘든 환자 가족들이 수면제 처방을 원하기도 하는데 큰 효과는 없습니다. 밤에 충분히 잘 수 있도록, 낮에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아 맞다!”가 가능해야 정상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초기 증상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건망증이다. 살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 중 하나가 건망증이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횟수가 잦아지면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상 여부를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보통 치매로 발전하기 전 단계를 경도인지장애라고 하는데, 신경과에서는 경도인지장애의 전 단계가 주관적기억장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건망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주관적기억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경도인지장애에 들어서기 직전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단순 건망증일 수도 있지만 주의할 필요가 있어요. 일반적인 건망증과 알츠하이머병과의 차이가 있다면 바로 ‘아 맞다!’예요. 잊어버린 것에 대해 단서를 주었을 때 ‘아 맞다!’를 외치며 기억해낸다면 정상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렇게 주관적기억장애로 시작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같은 인지기능 저하로 발전하거나 의처증과 같은 정신이상행동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점점 정상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진행 속도는 환자마다 다르다.
과거에는 초기에 알츠하이머병을 정확히 진단해내기가 무척 어려웠다. 뇌 조직의 변화를 확인해야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방법은 환자가 사망한 후에나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후 의학의 발전으로 알츠하이머병이 뇌 속의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관련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통한 진단법이 보급됐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다.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농도를 알기 위해서는 척수에 직접 주사를 꽂아 뇌척수액을 채취해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등장한 것이 ‘아밀로이드 PET-CT’다.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농도 측정이 가능한 CT(컴퓨터 단층촬영) 장비를 통해 뇌의 상태를 손쉽게 알 수 있게 됐다. 송인욱 교수는 조기에 진단 가능해진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이 장비가 임상에서 적용된 지는 3년 정도 됐습니다. PET-CT의 등장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여부를 조기 발견하고 그에 맞는 투약이 가능해졌어요. 60~70대 시니어 중 최근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느껴지는 분은 진단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진찰 과정도 간단합니다.”
PET-CT 검사와 함께 의료진이 환자를 대면해 신경심리검사를 진행하면 알츠하이머병은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병 생겨도 노망은 막을 수 있어
송 교수는 환자들에게 혹은 이 병을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바로 “알츠하이머병은 노망이 아니다”라는 조언이다.
“의료진들이 노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치매에서 노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심한 단계는 분명히 존재하죠. 그러나 사람들은 보통의 알츠하이머병 혹은 치매 질환을 노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계가 달라요.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 질환은 노망의 전 단계라고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완치가 불가능한데도 조기 치료가 중요하고, 약물 복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이 병이 발병하고 나서 노망 단계로 접어드는 것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입니다. 발병했다고 무조건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처음에는 다른 질환처럼 좀 불편한 정도입니다. 이 시기를 최대한 오래 지속시키고 가능한 한 여생 동안 ‘노망’을 겪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목표입니다. 다시 말하면 알츠하이머병이 시작되었어도 얼마든지 평범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약물 복용을 대단치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약물의 꾸준한 복용만으로도 환자의 상태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가족의 보살핌에 따라 병의 진행 속도에서 많은 차이를 나타냅니다. 이 역시 약물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옆에서 누군가가 제시간에 꼬박꼬박 약을 챙겨준 환자와 그렇지 못한 환자의 차이는 커요. 그래서 초기에 약을 쓸 수 있도록 의사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액티브 시니어들은 젊게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며, 감각적인 패션을 추구하고, 자신을 가꾸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아재파탈’이라는 트렌드에서 보듯이 이러한 욕구는 나이와 상관없다. 의존형 소비패턴이 주체적 소비로 바뀌면서 기존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깨는 것이다.
한국노년학회의 한 연구는, 액티브 시니어들의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를 3가지로 요약했는데 첫 번째는 외모와 육체적 나이, 즉 ‘신체적 젊음’, 두 번째는 ‘인지적 젊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패션 등의 라이프스타일에서 표출되는 ‘외양의 젊음’이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이러한 욕구를 바탕으로 균형 잡힌 여가활동과 사회 참여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 시니어 계층의 활동 욕구를 반영하고 이들이 가진 삶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들 역시 활발하게 생겨나는 추세다.
2006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복지관 예술 강사 파견 사업을 시작으로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생나눔교실’ 사업에 이르기까지 시니어 문화예술교육은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인생나눔교실’은 시니어 계층이 멘토로 참여해 다른 세대와 교류하는 프로그램으로 이전의 수강형 교육에서 적극적인 의미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인들은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으면 문화예술을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제 전공자들과 소수만이 향유하는 문화예술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즐기고 향유하는 문화예술이 되어야 한다. 좀 더 폭넓은 대중의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술이 대중화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는 대중과의 소통, 교류, 공감대도 중요하지만 예술이야말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창의적인 생각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활동은 확실히 자신의 정체성이나 삶의 의미를 새롭게 들여다보게 해준다. 이런 면에서 시니어들의 문화예술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작품 감상을 통해 서로의 관심사는 물론 외로움과 고독을 함께 나누고 문화예술에 대한 시니어들의 욕구를 새로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스스로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얻는 위로와 기쁨들은 시니어들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다.
여기서 현대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커가 제시한 경영의 3대 기본 요소를 통해 액티브 시니어들에게 구체적인 인생 경영 요소를 제시할까 한다. 첫째는 수익 창출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몰입하고 그 일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이것 또한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둘째는 혁신이다. 어느 순간 우리는 매너리즘에 빠져 나태하고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자신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켜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혁신은 몸의 가죽을 벗기는 듯한 고통이 따른다고 한다. 삶의 혁신도 당연히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셋째는 사회적 책임이다. 우리들은 사회의 한 구성원이다. 구성원의 역할을 통해 그 사회에서의 존립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존립 근거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도 사회에서 매장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니어들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활동을 해야 한다. 자원봉사도 좋고 자신이 즐겁게 잘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며 정체성을 찾고 활력을 찾아야 한다.
혼자 사는 시니어 싱글들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문화와 예술을 논하는 행위를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은 다른 어떤 장르보다 어쩌다 싱글, 액티브 시니어의 삶에 가깝다. 힘들고 고달픈 일이 생겼을 때 우리에게 활력과 생기를 가져다주는 요소들은 다양하지만, 특히 내 인생을 대변해주는 듯한 노래와 연극 한 편 등을 감상할 때 우리는 많은 위안을 받는다. 시니어들에게 문화예술 활동이 먼 이야기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문화예술이 시니어들 삶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이 시니어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주고, 가족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게 해주며, 삶의 새로운 활력을 얻어 결국 삶의 질을 향상시켜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문화예술교육은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고 파킨슨병 개선 등 건강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 이처럼 시니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은 전반적인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만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제 문화예술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리자.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한다. 어쩌다 시니어가 되고 어쩌다 혼자가 된 시니어들의 인생이 문화예술을 통해 ‘브라보(B: Bankable, R: Relation, A: Active, V: Value, O: Occupation) 마이 라이프’가 되길 기대해본다.
>> 진종훈
문화마케팅(경영학 박사) 전문가이자 문화평론가, 교수로 활동하며 문화로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 경영학부 교수이자 한국경영문화연구원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으며 , , 등의 저서가 있다.
우리나라 시니어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 시니어 10명중 1명은 ‘죽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경험이 있고, 1000명 중 1명은 실제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 이면에는 우울증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의료계의 생각은 다르다. 시니어의 우울증은 일반적인 인식보다 훨씬 심각한 병이다. 따로 이 부분만 연구하는 학회가 존재할 정도다. 대한노인정신의학회의 이동우 홍보이사를 통해 시니어의 우울증에 대해 알아봤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일러스트 윤민철 작가
시니어의 우울증 무엇이 문제일까? 이 질문에 대해 이동우 이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노인들은 젊었을 때보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여기저기 몸도 많이 아프며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쉽게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나이가 들면 으레 좀 우울해지는 법’이라고 치부하면서 쉽게 간과해 버립니다. 하지만 우울증에 걸리면 의욕과 기력이 떨어져 스스로 건강을 챙기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우울증에 대해 사전에 대비하고 적절하게 치료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니어의 우울증은 여러 가지 특징을 갖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내 건강상태에 대한 걱정이다. 걱정이 많아지다 보면 불면, 초조, 신체적 불편감 등의 증상이 따라온다. 망상과 같은 정신병적 양상도 흔하다. 망상 증상은 특정 사안에 대한 죄책감이나 건강염려증, 피해망상, 질투망상(의처증) 등을 보이기도 한다.
신체적인 이상도 원인이 된다. 뇌졸중이 대표적이다. 뇌졸중을 앓은 환자 중 20~60%는 우울증을 겪는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뇌졸중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발성 뇌경색과 같은 미세혈관 순환장애로 인한 뇌조직의 변화도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환자를 억지로 집밖으로 끌어내면 ‘독’
시니어의 우울증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은 심한 경우 치매와 같은 인지기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반대로 치매가 원인이 되어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일반적인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와 우울증으로 인한 치매는 다소 다른 특징을 보이는데, 누군가의 질문에 끝까지 답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이고, 대답을 하려는 의욕이 없거나 모르겠다고 얼버무리는 경우는 우울증으로 인한 치매로 구분할 수 있다. 또 우울증으로 인한 치매는 발생 시점이 분명하고, 가족들이 그 시점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벼운 우울증이라 할지라도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이동우 이사는 경고한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다른 사람도 많이 만나고, 사회적 활동이 많아야 하는데, 우울증에 걸리면 종일 우두커니 앉아 있기 일쑤거든요. 치매가 더 잘 생길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억지로 밖으로 끌어내선 안 됩니다. 무기력하고 나약한 자신의 모습이 남 앞에 드러나면 수치심과 자괴감을 느끼기 쉬우니까요. 힘내라는 응원만으로는 안 되요. 정상적인 치료를 통해 기력을 차리고 나서 운동이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항우울제 복용 미루면 안 돼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할까? 많이 알려진 것처럼 우울증의 치료는 항우울제 복용이 기본이다. 우울증 환자 중 3분의 2 정도는 항우울제만 적절히 복용해도 치료가 가능할 정도. 일부에선 무조건 약에만 의지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는 오해라고 이 이사는 설명한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에게 수영부터 가르치는 일은 없잖아요. 일단 구명환을 던져 놓고, 안정을 취하도록 한 다음에 물 밖으로 꺼내거나 수영을 가르치는 게 순서죠. 우울증 치료도 마찬가지예요. 일단 항우울제를 통해 안정을 시킨 후, 다른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대뇌의 화학 불균형이 일어나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항우울제는 뇌의 균형을 바로잡는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우울증 치료는 이밖에도 정기경련요법, 경두개자기자극요법, 정신역동치료,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등이 존재한다.
이렇듯 우울증은 ‘마음’이나 ‘의지’로 해결될 수 없는 병이다. 만약 주변의 환자에게 약에 의존하지 말고 의지를 갖고 참아 보라고 권유한다면, 환자를 해치는 것과 다름없다. 심리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면 병원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우울증을 이기는 생활습관
1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2 술과 담배를 멀리한다. 니코틴은 뇌를 스트레스로부터 취약하게 만든다.
3 균형 있는 식사를 하되, 식단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4 매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5 자주 웃는다. 억지로 웃거나 웃는 흉내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6 울고 싶을 땐 실컷 운다. 울음은 카타르시스 효과가 있다.
가족 중 우울증 환자가 있다면
1 병원 방문일자를 챙겨 준다.
2 처방받은 약을 의사의 지시대로 복용하도록 한다.
3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에 대한 유혹을 떨쳐 낸다.
4 환자와 지속적인 연락을 유지한다.
5 환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한다.
6 환자와 함께 운동을 한다.
7 환자의 식사를 챙겨 준다.
8 환자가 예전에 좋아했던 일을 할 수 있게 격려한다.
9 환자의 우울증 때문에 당황하지 말고, 우울증에 대해 알아본다.
10 환자의 부정적인 생각을 비난하지 않는다.
11 환자가 자신의 일을 잘 해내지 못해도 다그치지 않는다.
12 우울증 증세가 호전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이해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건강의 밑거름은 매일 맛있게 먹는 것과 몸과 머리를 충분히 쓰는 것. 그리고 푹 자는 것입니다.
이것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99%는 성공이라 할 수 있겠죠. 소중한 건강은 이처럼 매일매일의 생활습관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 수면은 최근 들어 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푹 자고 일어나면 몸에 쌓여 있던 피로와 찌꺼기가 씻겨 나가는 기분이 들고, 머리와 마음이 산뜻해진 느낌을 받는다”는 느낌은 이미 의학적으로 사실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와 함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 중 하나)의 원인이 되는 ‘베타-아밀로이드’라고 불리는 노폐물을 질 높은 수면이 제거한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점입니다.
이 이야기는 잘 자고,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발병 원인은 뇌 속의 신경세포가 활동하고 남은 잔해(殘骸)로 생성되는 베타-아밀로이드라고 하는 단백질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40대 무렵부터 뇌 속에 쌓이기 시작하는 베타-아밀로이드는 수십 년에 걸쳐 조금씩 우리들 뇌에 축적돼, 나이가 들면 어느 순간 치매를 일으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베타-아밀로이드에게 대책 없이 공격만 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수면을 취하는 동안, 인체는 뇌를 지키는 힘을 발휘합니다. 양질의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은 베타-아밀로이드를 씻어 내고 뇌세포를 손질해서 치매의 위험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수면 가운데에서도 낮잠이 치매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크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도쿄의과치과대학(東京医科歯科大学) 의학부의 아사다 다카시(朝田隆) 특임교수는 연구를 통해 “하루 15분에서 20분 이내의 낮잠이 치매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적절한 낮잠은 생활 리듬의 균형을 찾게 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고령자의 경우, 점심 무렵에는 몸과 마음 모두에 피로가 쌓이게 됩니다. 그때 무리해서 낮 활동을 계속하다가 완전히 지쳐 버려 녹초가 되기보다는 낮잠으로 재충전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한숨 자고 나서 몸과 마음을 모두 재충전해 즐겁게 오후를 보내는 쪽이 더 낫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나아가 짧은 낮잠이라면 밤의 올바른 수면에도 바람직한 역할을 합니다. 단, 낮잠은 오후 2시 이전까지, 그리고 길어도 20분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너무 늦은 시간 긴 낮잠은 정작 중요한 야간 수면을 방해하니까요. 아사다 교수의 보고서에도 잘못된 낮잠 시간의 습관은 치매 예방에 방해가 된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추천하고 싶은 낮잠 방법은 에스프레소를 한 잔 마신 뒤 낮잠을 주무시라는 것입니다. 커피의 카페인은 체내에 흡수되고 나서 각성 효과가 나타나는데, 그 효과가 나타나기 까지 20~30분의 시간이 걸립니다. 때문에 진한 커피를 마셔도 바로 누우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조금 뒤 카페인이 체내에서 활동하기 시작해 자명종 시계 대신에 여러분을 깨워 줄 겁니다. 너무 오래 잠들지 않고도, 기분 좋게 눈을 뜨는 산뜻한 각성(覺醒)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꼭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 오쿠무라 아유미(奥村歩)
기후(岐阜)대학 의학부 졸업.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신경과학센터에 유학 후 기후대학의학부부속 병원신경외과 겸임강사를 지냈다. 기후현에 있는 그의 병원에는 전국에서 매일 150명의 환자가 찾아 와 진찰을 받고 있고, 현재까지 3만 명 이상의 치매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치매·우울병·뇌졸중 예방과 대응 등 뇌 건강 관련 출판·강연·텔레비전 출연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등 치매 관련 서적은 30만 부 이상 팔렸고, 19번째 저서인 신간 가 최근 출간됐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야누스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신이다. 선한 면과 악한 면, 즉 양면성을 지닌 신이다. 그런 면에서 와인도 어딘가 야누스를 닮았다.
와인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종교적 역할에 대해서는 오랜 역사를 통해 다양한 접근과 분석이 진행되었다. 반면에 와인과 건강에 대한 본격적이고 과학적인 논의는 최근의 일이다. 물론 고대 그리스 이후 와인은 소량을 규칙적으로 마시면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정설이었다. 이는 의학적인 진실이라기보다는 오랜 세월 생활을 통해 사회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공유된 진실이었다.
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프랑스의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은 이 저서에서 “만약 밀이 우리의 오랜 역사에서 산문이라면, 포도나무, 특히 와인은 시이며 우리 국토의 경치를 밝히고 고귀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와인이 지닌 문화적 상징성을 그야말로 시적으로 잘 정리하고 있다고 보인다. 얼마 전 스페인 의회가 와인을 다른 알코올과 분명한 차별이 있는 ‘문화적 산물’로 제정한 것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보인다. 그러나 의사들의 주장은 경치를 밝히고, 고귀하게 하는 양지쪽보다 햇빛이 들지 않는 음지쪽을 드러내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와인이 문화적 산물이 아니라 단순히 알코올의 한 종류에 지나지 않으며 와인이 알코올 중독과 암의 유발을 높인다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와인에 대한 의학적 관심은 매우 최근에 들어와서야 불기 시작했다. 그 본격적인 시작은 1990년대 초반으로 르노(Renaud) 박사가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를 주장하면서부터다. 이와 더불어 와인과 건강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여러 나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와인이 심장혈관계통 질병, 알츠하이머 등에 예방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더불어 와인은 여느 다른 알코올과는 성격과 특성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는 반면, 와인도 다른 알코올과 다를 바 없이 건강에 해롭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리고 이들의 논쟁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2009년 2월 프랑스 국립 암 연구소(L’Institut national du Cancer: Inca)가 배포한 브로슈어에는 시한폭탄이 하나 장치되어 있다. 내용인즉 한 방울의 알코올(와인 포함)이라도 마시는 순간부터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수백 년 이상 하루에 한두 잔의 와인은 건강에 좋다는 믿음과 신화가 무참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국립 암 연구소의 발표는 곧바로 거센 반발과 논쟁을 촉발했으며, 뜨거운 감자는 지금까지 식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때로 거칠기까지 한 논쟁은 일반 소비자들을 더욱 어리둥절하게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소량의 와인도 암을 유발하는가?’라는 가장 단순한 질문에 확실한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니 말이다. 1인당 연 평균 와인 소비량이 54리터나 되고, 450여 AOC를 자랑하며, 6000만 헥토리터(1헥토리터=100리터)를 생산하며, 100억 유로(한화 약 13조원)의 매출(단일 상품으로는 곡물류 다음)을 기록하는 주요한 경제적 산물이다. 게다가 사회문화적으로 와인 소비가 권장되는 분위기이며, 와인 관련 업자들의 막강한 로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내용은 가히 충격이었고 마른하늘에 천둥 같은 것이었다. 프랑스 국립 암 연구소의 발표는 국내의 일부 언론에도 보도되었다.
자, 이제 거칠고 뜨거운 논쟁에서 조금 비켜나 여러 전문가들의 상반된 주장을 차분히 한번 검토해 보자. 이것만이 와인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나름대로의 판단 기준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안이라 믿기 때문이다.
우선, 와인은 화학적으로 보면 다른 여느 알코올과 같다. 모든 알코올음료처럼 와인도 에탄올 몰레큘라(CH3, CH2, OH)를 함유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연구는 에탄올이 인체에 해롭다는 것을 명확히 증명하고 있다. 통계상으로 보면 알코올은 프랑스에서 담배 다음으로 피할 수 있는 사망 원인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 외에도 알코올로 인한 교통사고, 폭력 등에 의한 사망을 합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공공 건강의 열렬한 수호자인 클로드 고트(Claude Got)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리고 있다. “알코올은 두 얼굴을 가진 제품이다. 그것을 마시는 즐거움과 생산하는 자들 혹은 판매하는 자들의 경제적 부라는 측면과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재앙이란 측면이다. 그리고 후자는 중독, 사고, 폭력, 간경화, 정신질환, 암 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 잔의 와인이라도 건강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즐길 수는 없다는 말인가?’라는 절박하면서도 핵심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와인은 알코올음료임에는 분명하지만, 다른 알코올음료와 확연히 구별되는 아주 특별한 알코올음료다. 그 이유는 와인을 구성하는 화학적 생물학적 성분이 다른 알코올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 잔의 와인 속에는 수백 가지의 몰레큘라가 들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포도 껍질과 씨 속에 다량 함유된 강력한 항산화성 물질인 폴리페놀이 주목을 끌고 있다. 폴리페놀의 특성 중 일부는 나쁜 콜레스테롤의 형성을 막아 심장 혈관 계통의 질병 예방에 효력이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체중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또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와인은 알츠하이머 등에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이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와인과 암 유발에 대한 연관성은 확실하지 않은 만큼 복잡하여 뒤에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이제 ‘와인의 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 적절한 양은 얼마인가?’ 하는 매우 예민하고 까다로운 질문이 남았다. 이 점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상충하고 있다. 소량을 규칙적으로 소비할 때 일부 병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다 해도,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상황적 분위기나 개인적 성향과 알코올 분해 능력, 성별, 유전자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적당한 양만 소비하기가 무척 어려운 사람들, 특히 젊은 층에게는 권유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간에서 알코올 분해 효소를 관장하는 유전자가 다르다. 아시아인의 50%는 알코올 분해 효소가 활동하지 않으므로 구토, 붉은 반점의 출현, 어지럼증 등의 현상이 나타나 알코올화 진행이 중단되는 반면, 유럽인들에게는 이런 예방적 현상이 전혀 없다고 한다. 알코올 중독 예방에 관한 한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유전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타고났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와인의 적절한 소비량에 대한 기준은 존재하는가? 대답은 ‘없다’이다. 프랑스의 건강을 위한 국립 예방 및 교육 연구소(Institut national de prevention et d’education pour la sante)나 세계 암 연구 기금(World Cancer Research Fund : WCRF)이나 프랑스 국립 암 연구소의 결론은 와인 소비의 적절한 양을 결정할 수 없다(no threshold is identified/pas de seuil indentifie 혹은 보다 확실하게 There is no threshold/il n’y a pas de seuil)라는 것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건강을 생각하며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유일하게 권장할 수 있는 충고는 규칙적(매일 혹은 거의 매일)으로 소량(2~3잔)을 식사 중에 마시라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로부터도 공격당하지 않고 확실하고 안전하게 추천할 수 있는 것은 알코올이 함유되지 않았지만 와인 이상으로 폴리페놀을 함유하고 있는 다른 음식이나 음료를 즐기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커피, 녹차, 초콜릿 등에는 와인보다 월등히 많은 폴리페놀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와인이 주는 독특한 즐거움과 분위기는 결코 제공해주지 못할 것이다. 와인은 여전히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와인의 진정한 매력일 것이다.
>> 장 홍 (張洪)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프랑스 알자르 소믈리에협회 준회원이며,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사회학적 측면에서 살펴본 와인, 인류역사 속 와인의 의미와 파워, 예술 인문학을 통해 본 와인 등에 대해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글 영화평론가 윤성은
나이가 들수록 행복에 가장 필수적인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닌 건강임을 깨닫게 된다. 본인이 아플 때 느끼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가족 구성원이 큰 병에 걸렸을 때 감당해야 하는 슬픔과 스트레스의 강도 또한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억세다.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줄리안 무어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는 쉰이라는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한 여인과 그녀의 가족에 관한 영화다. 찰나에 더러워질 수도, 깨질 수도 있는 투명한 유리 같은 행복을 지키기 위한 앨리스와 가족들의 노력이 펼쳐진다.
앨리스는 콜롬비아 대학의 교수로서 많은 업적을 쌓아온 학자이자 사랑받는 아내였고, 세 아이를 둔 훌륭한 어머니였다. 몇몇 단어들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으로 시작된 그녀의 증세는 청천벽력처럼 희귀성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으로 이어진다. 급속도로 악화되는 이 병의 증세는 그녀 자신과 주변인들에게 두려움과 서글픔 그 자체다. 언어와 인지 능력을 잃어가고, 행동 장애를 보이면서 샛별처럼 빛나던 앨리스의 눈빛도 흐릿해져 간다.
그러나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영화는 이런 고통을 감당하고 겪어내는 앨리스가 여전히 ‘그녀’라고 말한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8mm 필름처럼 빛이 바랬어도 여전히 생생하게 떠오르는 유년 시절의 기억들이 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자신을 끝까지 돌봐주는 가족들이 있다. 그것은 앨리스의 인생의 일부였고 여전히 그녀를 그녀로 남아 있도록 만들어주는 실체들이다. 루게릭 병을 앓고 있었던 故 리처드 글랫저 감독은 이처럼 비극 속에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영화를 남기고 영면했다. 그 진정성으로부터 나온 긴 감동의 여운이 오랫동안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일정 4월 30일 개봉
장르 드라마
감독 리처드 글랫저, 워시 웨스트모어랜드
출연 줄리안 무어, 알렉 볼드윈, 크리스틴 스튜어트, 케이트 보스워스 등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얽히고설킨, 소우주라 불리는 ‘뇌’는 인간이 생산해내는 모든 것들이 중심이 된다. 하나의 뇌세포는 수천 개의 뇌세포로부터 전기 신호를 받아 다른 수천 개의 뇌세포에 전달하게 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의식, 인지, 감정이 발현된다. 인간의 마음은 이러한 과정의 연속이다. 즉, 뇌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글 박근빈 기자 ray@etoday.co.kr 도움말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김영보 교수
어디까지 왔을까? 뇌로 마음을 읽는 것. 너무나도 복잡하기에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뇌 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의 상상은 현실이 되고 있다. 여기서 잠깐, 10여 년 전 발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를 살펴보면, 뇌의 쾌락 중추에 전극을 심어 쾌락 감도를 외부의 제3자가 조절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내용은 당시 뇌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공상과학 소설로 분류됐다. 소설 속에서는 해당 부위를 찾지 못해 마구 찔러대는 대목이 나오고 있지만 이제는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허구가 아닌 실제로 가능한 이야기가 됐다.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김영보 교수를 만나 마음과 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감정의 중추, 새로운 발견
김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뇌에서 감정의 중추는 대뇌의 변연계(limbic system)로 알려져 있다. 이 변연계는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관장하는 신경망이 고리처럼 연결돼 있다. 각각의 신경줄기 다발이 담당하는 감정의 종류를 파악하면 이를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앞서 언급했던 소설 ‘뇌’처럼 말이다. 해부학적 경로가 복합해 뇌-감정을 주관하는 변연계에 관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조금씩 밝혀지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마음을 보는 뇌 연구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분노, 슬픔, 우울 등 부정적 감정에 관여하는 신경섬유(ATR)와 기쁨, 웃음, 행복, 사랑, 보상 등 긍정적 감정에 관여하는 신경섬유(sIMFB, imMFB, SPT)를 발견해 냈다. ‘7T PET-MRI’라는 장비를 통해 뇌 영상을 찍고 분석해서 나왔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사람이 어떻게 울고 웃는지, 기분이 좋고 나빠지는지에 대한 근거를 찾게 된 것이다. 이 신경섬유의 존재는 감정 이상을 연구하는 데 포인트가 된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는 대략적인 연구 성과만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더욱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뇌세포의 활동을 정확히 분석하면 범죄를 일으키는 감정을 제거하고 스스로 뇌를 좌지우지하게 되는 평화로운 세상이 열리게 된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신중년, 뇌도 품격 있게 자란다
김 교수에 의하면 뇌의 기능은 나이에 따라 점점 쇠퇴해져 간다는 통념 때문에 가벼운 건망증 현상이 오면 덜컥 겁부터 내는 것이 신중년의 모습이지만, 뇌 과학 분야에서는 이와 상반되는 결과들이 나왔다고 한다. 특히 뇌의 가소성(Neuronal Plasticity)측면에서 인간의 인지기능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발전해 50~60대에 절정에 이른다는 보고들이다. 실제로 뇌가 더 탄력적이고 유연해지며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인식 시스템을 갖추고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한다는 것.
김 교수가 집필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UCLA 신경학자 조지 바트조키스는 “중년이 돼야 뇌에 들어오는 직접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가공해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이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바트조키스는 MRI를 사용해 18~75세 300명을 대상으로 백질(白質)양과 분포를 측정했다. 대상은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등 뇌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과 건강한 젊은이들이었다. 그 결과, 건강한 50대 신중년 대부분은 ‘미엘린(myelin)’ 양이 절정에 달했고 중요한 사고를 하는 뇌 전두엽과 측두엽에 가지고 있었다.
뇌는 신경세포, 회백질, 백질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백질은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여기에 미엘린이라는 지방성 물질이 덮개를 형성해 미세한 신경섬유를 감싸준다. 미엘린은 신호가 전달되는 동안 신호가 톡톡 튀거나 합선되는 것을 방지한다. 전선 피복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미엘린은 바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물질이라는 말이다. 인간은 미엘린을 다른 영장류보다 20~30% 더 많이 갖고 있다고 한다. 유아기나 어릴 때는 미엘린 중 많은 부분이 운동신경이나 감각기관에 놓여 있지만 중년이 되면 대부분 뇌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세포 축색돌기 주위에 나타난다는 것. 이곳이야말로 인간이 정교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게 하는 부분이라는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나이가 들어 뇌는 전체적인 조직을 젊을 때보다 더 잘 작동하도록 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이는 소화할 수 있는 정보량은 적을지라도 일상생활에서 더욱 잘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신중년이 되면서 대학시절 시험을 볼 때만큼 많은 정보를 기억 속에 욱여넣을 수는 없을지 모른다. 단기기억 역시 예전 같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보를 다루고 말과 문장에 대한 의미를 깊이 이해하는 능력이 생긴다. 중요한 것은 성격마저 변해 모호한 상황에서 더욱 편안하게 적응하고 좌절이나 초조에 덜 민감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인성 치매 등을 겪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은 결코 뇌를 나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좋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뇌를 비워야 미래가 열린다
실제로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가 진행한 실험이다. 수학문제를 풀고 있는 두 학생이 있다. 누가 공부를 잘 하는지 아직 알지 못하는 상태. 뇌영상을 찍어 누가 똑똑한 학생인지 실험을 했다. 한 학생의 뇌에서는 포도당이 소모되면서 빨갛게 달아올랐고, 다른 학생은 별 다른 반응이 없다. 지능이 높은 학생은 누구일까?
정답은 별다른 반응이 없는 학생이다. 이 학생은 뇌의 에너지 소모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뚜렷한 반응이 나타난 학생은 못하는 것을 억지로 생각해 내려 하니 자극이 됐던 것. 이 실험은 ‘정직한 뇌’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사실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뇌를 깨끗하게 비운 상태로 유지하고 있지만, 거짓이나 알리바이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과부하가 걸린다는 것.
한 분야에 몰두해서 성공하고 싶다면,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행동이나 거짓보다는 정직이라는 덕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직하게 살아서 정말 필요할 때 진짜 머리를 쓰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뇌 전문용어 정리
변연계(limbic system): 대뇌 속에서 동기와 정서를 주로 담당한다고 여겨지는 여러 구조물들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학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변연 피질과 해마, 편도체, 중격 등이 포함된다.
뇌의 가소성(Neuronal Plasticity): 기억, 학습 등 뇌기능의 유연한 적응능력을 ‘뇌의 가소성’으로 표현한다. 뇌에 장기적인 변화가 일어나, 자극이 제거된 후에도 그 변화가 지속되는 것으로 본다.
미엘린(myelin): 인지질 성분의 막으로 ‘미엘린수초’라고도 한다. 뇌 신경세포를 둘러싸는 백색 지방질 물질로 뉴런을 통해 전달되는 전기신호가 누출되거나 흩어지지 않게 보호한다.
치매 환자가 증가하면서 사회가 져야할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3년도 건강보험 진료비 통계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가장 많이 진단받고 입원한 질병은 백내장(17만9123명)이었다.
이어 △상세불명 병원체 폐렴(7만1624명) △뇌경색증(6만8767명) △알츠하이머병 치매(5만9128명) △무릎관절증(4만7371명) △기타 척추병(4만6543명) △요추 및 골반 골절(4만1783명) △늑골·흉골·흉추 골절(4만112명) △협심증(5만50명) △인슐린 비의존 당뇨병(3만4884명)이 '10대 노인성 질환'에 포함됐다.
이중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환자 수를 제외한 진료비(요양급여 비용), 내원일수, 1인당 진료비, 진료비 증가율 등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신경세포가 줄어드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치매의 여러 종류(혈관성·파킨슨 치매 등) 가운데 가장 흔한(70~75%) 것이다.
작년 한 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지급된 진료비(건강보험 부담+본인부담)는 모두 6462억원이다. 이는 2위인 뇌경색증(5126억원)보다 1300억원 많은 액수다. 1인당 진료비도 192만9천원으로 10대 질환 가운데 부담이 가장 컸다. 이 통계에는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비가 빠져있기 때문에, 실제 부담액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환자 1명을 돌보는데 가족들이 진료비를 포함, 1년에 평균 1982만원 정도를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12년과 비교한 진료비 증가율을 분석해도 알츠하이머 치매가 31.3%로 가장 높았다. 두 번째인 요추·골반 골절(14.9%), 늑골·흉골·흉추 골절(14.9%)의 거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
더구나 지난해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50조7426억원)와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17조5283억원)의 증가율이 각각 5.2%, 9.3%인 것과 비교하면,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비용이 늘어나는 속도가 다른 주요 노인 질환에 비해 적어도 3배이상 빠르다는 얘기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진료비 가운데 노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져 현재 34.5%에 이르렀다"며 "주요 노인 질환 중에서도 진료비 규모와 증가폭이 가장 큰 치매가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치매 관련 진료비를 줄이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함께 치매 예방에 적극 나서고, 초기 치매환자를 빨리 찾아 치료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치매특별등급' 제도를 도입, 치매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가벼운 증상의 치매에 대한 요양서비스를 늘렸다. 기존 건강상태 등급 판정 제도 아래에서는 장기요양서비스 대상이 될 수 없지만, '특별등급'으로 인정받은 경증 치매환자에 대해 주간보호·치매 특화 방문요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이다.
또 최근 발표한 201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내년에 11억원을 들여 현재 11곳인 광역치매센터를 13곳으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