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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로부터의 자유- PART2]100세 시대 삶의 격은 웰에이징
- 100세 시대에는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한다. 몸이 늙는데 마음만 젊으면 그것도 문제지만 실제로는 나이가 들어가면 몸이 나이 들고, 몸이 나이 들면 정신도 거기에 맞춰서 나이 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나는 나이 먹어서 뭘 할 수 없다’ 이런 생각이 아니라 좀 더 성숙하게, 어른값을 할 수 있게 돼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나이 들면서 보톡스 맞고 그러는 게 잘 늙는 것처럼 비치는 게 현실이다.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이태인기자 teinny@etoday.co.kr 최근 안티에이징이 마치 웰에이징인 것처럼 호도되고, 왜곡되는 부분이 많아지고 있다. 사람이 몇 년을 살 수 있을지는 인류가 지구상에 생긴 이래 계속 이어져온 원초적 궁금증이다. 안 늙길 바라는 마음으로 본인들이 노력하면 의학도 발달했고, 생활수준도 좋아지고 했으니 옛날보다는 수명이 늘어가는 게 당연하다. 따라서 연령규범이 무너지고 생애주기가 늘어나면서 외관상은 물론, 나이에 대한 경계가 점차 흐릿해짐에 따라 나이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미국 인구통계청에 따르면 이미 100세 이상 인구가 세계적으로 34만명에 달하며, 2050년이면 6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최장수 국가로 유명한 일본은 2050년에 100세인이 전체 인구의 1%인 62만 7000명이나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평균수명이 81세를 넘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100세 이상의 인구가 1만 3700명이라고 한다. 수명이 늘어나고 100세인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노년학 전문가들은 저소득보다 고소득층에서, 후진국보다 선진국에서, 시골보다 도시에서 장수인이 늘어난다는 점을 꼽았다. 100세 이상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사람을 센터내리언(centenarian:백세인)이라고 부른다. 110세 이상 산 사람은 특별히 슈퍼센터내리언이라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슈퍼센테내리언은 2014년 기준 모두 74명이다. 이 가운데 미국인이 22명이었다. 이들의 평균 사망 나이는 112세였으며, 최장수 연령은 116세다. 14명은 유럽 출신, 2명은 히스패닉, 1명은 아프리카 출신이었다. 국제 100세연구단에서는 오래 사는 것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후를 미리 준비하고, 작은 일이라도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자신 있고 당당하게 늙어가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유전적 요소보다 중요한 건 생활양식 서울시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에 의뢰해 펴낸 ‘서울 100세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장수인 10명 중 7~8명은 사교적이고 감정 표현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의심 증세를 보인 사람은 전체의 4.6%에 불과했다. 또 10명 중 7~8명은 매일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식사량이 일정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경혜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장이 연구한 ‘한국 장수인과 장수지역’은 장수인 생활세계에 대한 심층 분석이 ‘부양부담’ 문제 ‘의존적 존재’ 로 보고 접근하는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생활의 적극적 주체로서 장수인의 삶을 조망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했다. 20년 넘게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넘는 백세인을 연구해 온 미국 조지아대 심리학과 레너드 푼 박사는 세계 장수학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장수 요인 다섯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유전, 성(性), 사회적 인간관계, 인지 능력, 영양 상태다. 유전이 장수에 미치는 영향은 약 25% 정도이고 나머지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건강한 인간관계가 중요한 것이며 마음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 것이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국제 100세인연구단의 노년학자들은 건강한 장수의 요인은 유전적 요소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지만 먼저 주목할 것은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80세 후반까지 생존할 수 있는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얼마나 바른 라이프 스타일을 지속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웰에이징이 우리보다 먼저 시작된, 또 노년학 관련 논의가 앞서 시작된 서구의 웰에이징 논의를 보면 의미 찾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의미찾기가 안되면 이제 너무 오래 살게 돼서 쉽게 공허해진다. 이걸 문제라고 할 게 아니라 그게 가능성을 준다고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수인들은 그 사회의 멘토가 돼야 한경혜 서울대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장은 “사람이 평생을 살면 삶의 경험에서 오는 지혜라는 게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나이듦의 덕목 중 하나가 젊은이들과는 좀 다른, 삶을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얻는 것이다. 이것이 젊은 시절의 덕목인 ‘머리가 좋다, 문제 해결을 잘 한다’ 등과 대비되는 노년기의 지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 시대에 맞는 멘토가 되라는 건 꼭 어떤 훌륭한 분이나 전문성을 가진 분이 되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조금 더 오래 산 사람으로서 사회에 멘토가 되도록 노력하는 게 삶의 의미를 찾는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한 센터장은 “문제는 개인이 혼자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사회가 노인을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하는 게 문제다. 그런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부분의 큰 것들도 좀 바뀌어야 한다. 잘 늙는 것을 개인의 어깨에만 짐 지우지 말고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citizen participation)도 중요하다. 멘토도 젊었을 때는 내 자식 내 가족을 위해서 살아왔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는 가족 우선, 가족 이기주의였는데 그런 경계에서 좀 벗어나는 것이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되는 인생 후반전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요즘엔 오래 살게 되니까 젊었을 때 못한 거 해 보겠다, 손주도 안 봐주겠다는 조부모도 있다. 그래서 사실은 어떤 담론을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생산적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도록 한경혜 센터장은 나이든 것 하나만으로 많은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그룹으로 취급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중강연을 할 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으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나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몸도 늙는다. 아무리 내 꿈이 젊고 생체나이, 신체지수가 40대 같다고 할지라도 젊은 애들 기준으로는 50만 넘어도 늙어 보인다. 물론 65세 이상 70대 이상 그룹에 들어가면 젊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노인이 어떤 취급을 받는 문화에 사느냐가 중요하다. 어항 속 금붕어처럼 되면 안 된다.” 한 센터장이 진행한 베이비부머 연구에서도 베이비부머들이 노년기 삶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 1위는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삶의 생산성이 끝나는 은퇴하는 시기여서 돈 문제보다 이 걱정이 더 컸다. 의미 있는 사회 구성원이란 뭔가 생산적이고 의미있는 기여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나이듦에 따른 심리적인 변화를 보면 나이가 들수록 유산을 남기려는 경향이 증가한다. 그 유산은 꼭 돈에 국한된 게 아니라, 내가 왔다갔다는 흔적을 말한다. 노년의 마지막 발달과업으로 자아통합이라는 게 중요하다. 내가 헛살았다는 생각이 아니라, 실수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는 식으로 삶 전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허무해진다. 그런데 그렇게 노년기에 자아통합 발달과업을 완성하려면, 굉장히 중요한 게 중년기이고 내가 아닌 다음세대에 대한 배려, 얼마나 돌봤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길 없던 곳에 사람들이 가면 길이 난다” “나를 위해 살던 젊은 시절에는 자아정체감이 중요하지만 후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자신의 자원, 시간, 지식, 에너지 등을 후속세대를 위해서 써야 한다. 그렇게 되면 생성감 과업이 완수가 되고 그렇지 않고 나이 60~70세까지도 내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에 집중하게 되면 아무래도 젊은이들과의 경쟁에 치인다. 이미 중년이면 자신의 일에 대한 전문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이므로 다음 세대를 가르쳐 주고 멘토를 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이른바 ‘규모의 문제’다. 예전에도 오래 사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베이비붐 세대처럼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사이즈가 크다. 달리 말하면 새로운 파워가 대두되는 일이다. “길이 없던 곳에 사람들이 가면 길이 난다”는 말처럼 길을 내는 일이다. 실제로 이 베이비부머나 노인들을 학계에서는 ‘모던 파이어니어(modern pioneer)’라고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도가 없으니까 개척을 한다는 의미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마음만 젊으면 된다고 말하는 건 엉터리 노년학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할 때 어항 속 물을 바꾸게 될 것이다. 실제로 건강을 위협하는 암, 심혈관질환, 당뇨병을 모두 없애도 평균 수명이 약 10년 정도 연장될 뿐 최장 수명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혈압, 생활 습관, 혈당 생체지수 등 모두 30세 청년 수준으로 유지해도 인간 수명은 남성 99.9세, 여성 97세에 머문다는 계산도 나왔다.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는 날까지 나이 드는 것에 대해서 이제는 좀 나만이 아닌 다음 세대, 책임감 등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90까지는 산다. 그러니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즉 젊은이들에게 멘토를 하고 사회에 기여를 함으로써 나이 먹어도 저렇게 의미 있는 뭔가를 하는 생산적인 사회의 구성원이구나 느낄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삶을 바꿔야 한다.
- 2015-02-1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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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인생]‘빠삐따용’을 아시나요?-박동현 더 클래식 500 대표
- ‘상위 1%.’ 우리나라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수치다. 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상위 1%에 들면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 등 명문대학에 진학이 가능하다. 운동선수라면 상위 1%에는 속해야 직업선수로 밥을 먹고 살 수 있다. 일반 직장에 들어가면 상위 1%가량만 임원으로 승진한다. 때문에 1% 안에 드는 것은 한국인의 끊이지 않는 과제이자 목표다. 상위 1% 안에 드는 사람이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시니어의 상위 1%에 드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실버타운 ‘더 클래식 500’은 상위 1%의 시니어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상위 1%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최고급 실버타운인 만큼 회사의 대표는 까다로운 사람일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예상은 더 클래식 500의 박동현 대표를 만난 지 몇 분 만에 빗나간 것으로 확정됐다. ◇근육질의 호텔리어 출신 사장님 “제가 여기 대표로 온지 1년 만에 머리색깔이 변했습니다. 대한민국 재계, 법조계, 의료계, 학계 등등 상위 1% 시니어 분들만 모여 계십니다. 요구 조건이 보통 까다로우신 게 아니죠.” 더 클래식 500은 183.76㎡의 단일평수지만 보증금이 가장 싼 룸이 8억8000만원, 한달 공동관리비만 198만원(식대, 개별관리비 별도)에 달하는 최고급 실버타운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시니어들이 모인만큼 상대적으로 그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터. 박 대표는 어르신 고객들에 팔씨름을 일부러 져주기도 하는 등 최상위 시니어 입주민의 취향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의외로 여유로운 모습도 읽을 수 있었다. 박 대표의 여유는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다. 신라호텔과 조선호텔에서 30년 넘게 호텔리어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비스 정신이 몸에 밴 탓이다. 신라호텔 시절에는 삼성그룹 계열사 간부들의 교육을 담당할 정도로 서비스에는 일가견이 있는 그다. “제 서비스 철학은 SAS(Speedy, Accurately, Safely)입니다. 서비스는 빠르고 정확하고 안전해야 합니다.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마음가짐입니다. 마음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와야 합니다. 더 클래식 500은 입주민들과 호텔 투숙객들이 ‘가족’같은 느낌을 받도록 하고 싶습니다.” 박 대표가 취업할 당시에는 삼성물산 등 종합상사가 선망의 대상인 시절이었다.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외국에 나갈 기회가 많다는 사실만으로도 젊은이들을 설레게 만들 수 있었던 것. 그러나 박 대표는 모두가 지망하는 삼성물산 대신 당시 인식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다른 삼성계열사에 비해 월급이 50만원 더 많았던 호텔신라를 선택했다. 입사동기 중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사람은 박 대표가 유일했다. 월급을 조금 더 받기 위해 호텔업계에 입문했지만 평생의 자산인 서비스 정신을 얻을 수 있었다. 평생을 호텔에서 보내다시피 해 서비스정신이 몸에 익은 박 대표지만 마냥 부드러운 사람은 아니다. “제가 건장한 편 아닙니까. 예전에 지하철에서 고등학생들이 말 타기를 하면서 소란을 일으키고 있는데도 주위에 아주머니, 할머니 분들만 계셔 아무도 말을 하지 않더라고요. 제가 그때 몸에 딱 붙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얘들아 공공장소에서 부모님들도 계신데 떠들면 되냐. 앉아라’고 했더니 조용히 앉더라고요.” 박 대표는 건강을 위해 꾸준히 보디빌딩을 해왔다. 취미로 해왔지만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호텔에서 근무할 시절에는 보디빌딩 대회에도 나갔다. 60일간 준비해서 ‘2011년 미스터 화성시장배 보디빌딩 선발대회’ 장년부에 출전해 당당히 입상했다. “체지방을 빼기위해 60일 동안 매일 달걀을 60개, 고구마 4박스, 토마토 3박스를 먹었죠. 물은 많이 마시고 소금은 전혀 먹지 않았고요. 체지방이 19%에서 6%까지 내려가니 몸도 가벼워지더라고요.” “노화는 엉덩이부터 시작됩니다. 엉덩이가 약해지면 걷기가 힘들어지고 결국은 호흡기도 함께 약해지는 거죠. 엉덩이가 평평한 사람은 절대 오래살 수 없다고 봐야 해요.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시니어 분들이 고객인데 대표가 늙어 보이면 안 되죠. 지금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호텔 아닌 시니어 사업을 해야” 더 클래식 500에는 호텔 팬타즈가 운영되고 있어 박 대표는 완전히 호텔업계를 떠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더 클래식 500에서 일한지 1년 반 만에 시니어 산업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의지와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니어 산업의 삼성전자가 되고 싶습니다. 직원들에 시니어 업계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가 되자고 독려합니다. 시니어 산업에서 일해 보니 정부에서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는 우리사회의 빠른 고령화 속도에 비해 한국의 대기업이 시니어 산업에 관심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국은 세계의 유례없이 고령화 속도가 빠른 나라입니다. 이미 2000년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고 2018년에는 고령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일본보다도 빠른 속도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기초연금 문제를 비롯해 고령화에 대비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습니다.” “이미 호텔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게다가 역사적 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줄고 있어요. 중국 사람들은 한국호텔에 올만한 여유 있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기업이 너도나도 호텔산업에 뛰어들게 아니라 시니어 관련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합니다. 그러면 기업의 이미지도 좋아질 것입니다.” 박 대표가 이처럼 다른 대기업의 참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고령화는 전 국가가 나서서 다뤄야할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국가경쟁력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고령화와 이념 갈등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고령화 정책도 수박 겉핥기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참여로 경쟁이 심해지겠지만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감수할 수 있다. “대기업이 시니어 산업에 참여해서 경쟁이 심해지면 좋은 겁니다. 서비스 업체는 경쟁이 심해져야 합니다. 경쟁 속에서 태어나는 서비스와 재화는 더 좋아지기 마련이죠. 땅도 좁은 나라에서 호텔만 지어서는 안 됩니다.” 시니어 사업에 대한 애정으로 더 클래식 500을 전국 체인으로 확대하고 싶은 야망도 있다. “전국에 노인 관련 시설이 많지만 고급 유료 주거 시설은 별로 없어요. 이 정도의 규모와 시설은 아니더라도 150~200실 정도의 보다 저렴한 시설을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에 만들고 싶습니다.” ◇“감사하며 사는 마음가짐이 필요” 더 클래식 500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분명히 존재한다. 보증금과 생활비가 지나치게 높아 부자 시니어만을 위한 시설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이번 달부터 시작된 공동관리비 인상에 일부 주민이 반발하기도 했다. “도심형 시니어 거주 시설의 초창기 단계라 보증금이 비싸게 느껴 질 수도 있지만 현재 서울 강남 아파트 전세가격과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편입니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 시니어 주택에 비해서도 관리비가 저렴합니다.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남은 재산을 모두 시설에 맡기고 여생을 책임져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을 나갈 때 돌려준다고 하니 일본인 입주자가 깜짝 놀라더군요.” 하지만 박 대표도 이곳에 모인 입주자가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노년에 여기까지 오실 정도면 성공한 인생임에 틀림없죠. 그러나 그건 과거의 삶일 뿐입니다.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다는 데 감사해야 합니다. 입주자 중에 불평불만에 차 있는 분도 계십니다만 일부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즐겁고 감사하게 생활하고 있죠.”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더 클래식 500의 입주민들은 광진구 내 독거노인에 생활용품을 전달하는 등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 대표 자신이 자원봉사단의 단장을 맡아 입주민의 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봉사에 참여하지 않으시려는 분도 계시죠. 그러면 제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죽을 때 다 가져가실 겁니까’라고 말씀드립니다.” 입주민과 소탈하게 어울리는 박 대표는 직원들에게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대개 사장을 지낸 사람들이 나중에 외롭게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지켜야할 건 지켜야겠지만 너무 권위에 기대있다 보면 말년이 외로워요. 저는 직원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입주민과의 모임에서는 박 대표가 건배사를 알려주고 복습도 시킨다. “‘빠·삐·따’가 전에 제가 만든 건배사에요. ‘빠지거나 삐지거나 따지지 말자’는 뜻이죠. 다음 모임에서는 ‘빠·삐·따·용’으로 발전시켰죠. ‘빠지거나 삐지거나 따지면 용서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시니어 업계에 몸담은 이후 박 대표는 하나뿐인 아들에게 부쩍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봉사를 강조한다. “이 땅에서 호흡이 멈추는 날까지 사명에 충실하라고 하죠. 대단한 것 같아도 나이 들면 쇠약해 지는 게 인간의 본질 아니겠습니까?” △1957년생 △청주고, 중앙대 신방과 학사·석사 수료, 서울대학교 웰에이징 시니어산업 최고위과정 수료 △호텔신라 마케팅 팀장 △조선호텔 상무 △더 클래식 500ㆍ호텔 펜타즈 대표이사사장
- 2014-04-08 1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