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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 곁에 계실 정생 형께
- (권)정생 형, 이렇게 이름을 부르니 사무치는 그리움이 온몸으로 밀려옵니다. 그리고 윤동주가 자주 쓰던 부끄러움이라는 어휘도 호출됩니다. 부끄럽다는 것은 치기 어린 나의 문학청년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문학청년의 객기만 있었지 형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형은 천방지축인 나와 우리 패거리들을 너그러이 대하셨지요. 그때는 형이 그냥 맘씨 좋은 동네 형인 줄만 알았습니다. 돌이켜보니 5월이면 형이 가신 지 12주기가 되네요. 형은 살아서 하느님과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이셨으니 지금은 하느님 곁에 계시겠지요. 형을 처음 만난 것이 20대 초반이었는데 저도 지금은 머리가 허연 할배가 되었습니다. 문학청년 시절 육사백일장에서 장원을 했다는 이유로 대학생 신분으로 안동문학회 막내 회원이 되었습니다. 문화회관 다방에서 모임이 있어서 기다리는데 검정 고무신에 밀짚모자를 쓴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다방의 깔끔한 장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차림이었지요. 돌이켜보니 형은 평생 그런 모습으로 사셨습니다. 작가나 시인이라면 예술가의 풍모가 있어야 한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는데 형은 들에서 일하다가 잠시 장 보러 나온 사람 같았습니다. 현란한 말솜씨도 없고 작가다운 면이라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동네 형이었습니다. 게다가 시골 교회에 종지기로 있다고 하니 실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외양으로만 사람을 보는 덜떨어진 자가 바로 저였습니다. 살아 계실 때는 부끄러워서 이런 고백도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편지를 씁니다. 첫 동화집 ‘강아지 똥’의 출판기념회가 시내 큰 교회에서 열렸습니다. 우리 패거리는 낮술에 취해서 교회에 갔습니다. 문학을 한다는 것이 무슨 대단한 특권이나 되는 것처럼 기행을 일삼던 시절이었습니다. 축가를 부르는 순서에 우리 패거리 가운데 군에서 갓 제대한 친구가 자청해서 앞으로 나가 군에서 배운 노래를 불렀습니다. “입술만은 돼도 가슴만은 안 돼요.” 이런 민망스런 가사가 있는 노래였습니다. 형은 그런 우리에게 이렇다저렇다 말 한마디 없었습니다. 안동을 떠난 뒤 오래 형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형을 다시 알게 된 것은 ‘녹색평론’에서 나온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을 읽고 나서였습니다. 담담하게 군더더기 없이 전개되는 문장을 읽으며 성자라는 어휘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임하여 행하는, 이웃과 타자에 대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사랑을 느꼈습니다. 그 뒤로 ‘강아지 똥’, ‘몽실 언니’, ‘한티재 하늘’ 등의 동화를 읽으며 나는 형이 지구상에서 하느님을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지어준 방 한 칸 부엌 한 칸 오두막에 김 서방이란 이름의 강아지와 사실 때 오두막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소면 한 줌 삶아 그릇에 담고 까만 간장 한 종지 내놓고 “밥 먹시더” 하시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 같이하고 싶었습니다. 형은 집에 먹을 게 있는데 왜 식당에 가느냐면서 그냥 집에서 먹자고 했습니다. 나는 “식당에 안 가면 식당 하는 사람은 뭐 먹고 사니껴?”라고 협박을 했고 마지못해 따라나선 형과 근처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은 적이 있지요.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 화를 내신 적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늘 취해 사는 병호 형이 오두막에 찾아가서 밤새 술을 마시고 술이 떨어지면 술도 마시지 않는 형을 보고 술 사오라고 못살게 굴었다지요. 밤새 한숨도 못 주무신 형이 한마디하신 것이 지인들 사이에 전설처럼 남아 있습니다. “귀신은 병호 안 잡아가고 뭐하노?” 그때까지 나는 형이 가난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형이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 것은 갑자기 하늘로 가신 뒤였습니다. 적지 않은 인세가 들어왔지만 모두 필요한 곳에 기부하고 자신은 겨우 의식주만 해결하신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작가회의 경북지회장 일을 할 때라서 상주 노릇을 한 것은 형도 아실 것입니다. 장례식에서 유언장을 읽을 때 각 지역에서 먼길 마다하지 않고 오신 손님들이 모두 울었습니다. “죽거든 화장해서 빌뱅이 언덕에 뿌려 달라. 앞으로 나올 인세는 어린이들을 위해 써 달라.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젊은 시절에 병을 얻어 결혼하지 않고 병과 더불어 사신 것을 알았기에 우리들의 슬픔이 더 컸습니다. 장례식 준비로 모인 우리들은 유언대로 할지 무덤을 만들지에 대해 오랜 논의를 하다가 유언을 어기기로 했습니다. 사시던 집도 교육용으로 남겨두고 집 뒤 빌뱅이 언덕에 소박한 무덤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다른 유언은 모두 지켰지만 형의 정신을 길이 남기기 위해 그리했으니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장례 후에 형의 방을 정리하던 윤환이 10억 원이 든 보통예금 통장을 찾았습니다. 통장을 들고 농협에 가서 왜 보통예금으로 했느냐고 따지자 농협 직원이 형이 그리하라고 해서 그리했다고 했습니다. 이자로 돈을 늘리는 것이 죄악이라고 여긴 형의 뜻을 알고 다시 숙연해졌습니다.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가까이 있는 이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가장 멀리 있는 원수까지를 사랑하라는 불가사의한 사랑의 폭을 말씀하셨습니다. 형도 그러합니다. 자신보다 남을 더 사랑하셨지요. 그래서 하느님을 가장 많이 닮았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새 옷도 사 입으시고 연애도 하시기 바랍니다. 권서각 시인 197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으로 ‘눈물반응’, ‘쥐뿔의 노래’, 산문집으로 ‘그르이 우에니껴?’, 논저로 ‘이육사 문학과 저항정신’ 등이 있다. 본명 권석창. 환갑 이후에 쥐뿔도 모른다는 의미로 서각(鼠角)이라는 필명을 쓰고 있다.
- 2019-03-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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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웰다잉’과 가족의 ‘웰빙’을 위한 ‘상속’ 추천도서
- 제대로 상속을 준비한다는 건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즉 웰다잉과도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남은 가족의 삶에 힘이 되고 밑거름이 되는 소중한 행위다. 상속에 관한 지식을 채우고 지혜를 일깨워줄 도서들을 소개한다. 상속·증여 A to Z, 2018 신간 1) 2018 아버지는 몰랐던 상속분쟁 (최세영 외 공저, 삼일인포마인) 상속분쟁을 피하기 위한 과정, 상속세를 합법적으로 줄여나가는 방법, 신탁과 보험을 이용해 의도대로 재산승계를 이루는 노하우 등을 담았다. 일반적으로 기피하는 ‘죽음’을 삶의 연속으로 받아들이고, 유종의 미 차원에서 ‘상속’을 이야기한다. 남은 자녀들을 위한 아버지의 마지막 배려로서 재산을 남기는 방법을 사례로 풀어간다. 주요 목차 △똑같이 나눠준 재산, 과연 정답일까? △치매가 두려울 때, 나의 현명한 선택은? △아들에게 바로 증여하지 마라! 며느리가 나설 때다! △증여세 부담 없이 자녀의 창업자금 마련할 수 있다 2) 재산, 자식에게 절대로 물려주지 마라 (노영희 저, 둥구나무) 제목은 말 그대로 자녀에게 재산을 주지 말라는 뜻이 아닌, 어떻게 잘 물려줄 것인지 고민하고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저자는 “진정 자식의 행복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상속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너무 늦지 않게, 정신이 멀쩡할 때, 가족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마음으로 상속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요 목차 △재산상속, 이렇게 황당한 케이스도 있나? △새로운 선택 ‘상속보다 기부를’ △물려준 재산 되찾기 △5070세대가 꼭 알아둬야 할 상속증여의 기술 3) 2018 기업경영과 증여·상속 (김창영 저, 영화조세통람) 증여세 관련 기본사항과 상속에 대한 민법 규정을 포함한 상속세 기본사항을 순차적으로 풀어냈다. 거래유형별로 증여문제를 상세하게 구분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증여세 과세특례 부분은 별도로 구성했다. 상속이 개시된 이후의 주요 절차, 업무처리기관, 신고 시 필요서류 등 실무사항을 알려주며, 활용도 높은 상속세 및 증여세의 절세전략을 소개한다. 주요 목차 △거래유형에 따른 증여의 이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공과금, 장례비, 채무액을 빠짐없이 챙겨라! △상속 개시 후 절세방법은 이렇다! 사례로 풀어본 상속·증여 1) 상속전쟁 (구상수 외 공저, 길벗) 남편이 생전에 내연녀에게 준 재산에 대한 상속세 고지를 본처가 내야 하는 황당한 경우, 친어머니처럼 모시며 지극정성으로 병수발까지 한 새어머니의 재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 등 황당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상속 관련 사례들을 담았다. 책을 읽고 나면 상속법은 때론 야속하지만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요 목차 △분쟁을 피하라! 올바른 유언의 방법 △엇갈린 부부, 억울한 자식… 상속에서 일어나는 뜻밖의 스캔들 △남다른 스케일, 기업&가업 상속 2) 최신 사례로 꼼꼼히 설명한 상속 증여 (홍원표 저, 인벤션) 최대한 절세하면서 재산을 남겨줄 수 있는 안전한 길을 제시한다. 아울러 법에 저촉되는 방법을 선택했을 때 감수해야 할 위험성도 함께 지적한다. ‘Q&A 코너’를 마련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일반인이 굳이 알 필요 없는 어려운 상속 이론은 덜어내고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사례 중심으로 쉽게 설명한다. 주요 목차 △상속vs증여vs양도 무엇이 유리할까? △개인 기업을 미리 물려주고 싶다면 법인전환 후 승계하라 △보험은 정말 상속세를 절세할 수 있을까? 3) 세금은 아끼고 분쟁은 예방하는 상속의 기술 (전오영 외 공저, 매일경제신문사)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상속 분쟁을 어떻게 준비하고 해결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상속 전문 세무사들이 제시하는 상속 가이드라인과 상속세 기본 계산 구조, 상속공제, 세액공제, 올바른 납부방법 등을 통해 상속세를 아끼는 방법을 소개한다. 상속 이후 상속인들이 상속 재산을 운용할 때 발생하는 세금을 최소화하는 방법까지 담았다. 주요 목차 △그래도 챙겨주고 싶은 자식, 더 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든 재산을 주는데 부모 노후를 책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상속, ‘돈’이 전부는 아니다 1) 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의 모든 것 (서건석 저, 라온북)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상속의 다른 측면, 돈이 아닌 인생의 지혜와 가족정신을 물려주는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가족이 돈에 대한 경제관념을 공유하고, 함께 봉사·기부 등을 하면서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자녀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 세대의 정신적 유산을 잘 상속하는 법을 통해 3대가 부유해지는 상속 전략을 상세하게 안내한다. 주요 목차 △3대가 부유해지는 철학과 가치관 상속 △위대한 상속을 위해 당신이 오늘부터 시작할 것 △나의 상속 계획을 가족과 공유하라: 상속노트 2)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 (짐 스토벌 저, 예지) 세계적인 대부호 레드는 유언장을 통해 그의 손자에게 일생일대의 프로젝트 ‘최고의 유산’을 상속한다. 손자는 매달 1개씩 12개의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는 레드가 유산상속을 빌미로 돈보다 소중한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고자 한 것이다. 손자는 ‘최고의 유산’을 거머쥐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과제를 수행하지만, 결국 12가지 인생의 지혜를 터득해나간다. 주요 목차 △‘일’이란 유산 △‘고난’이란 유산 △‘나눔’이란 유산 △‘하루’란 유산 3) 유대인의 상속 이야기 (랍비 조셉 텔루슈킨 저, 북스넛) 유대인이 상속받아온 정신적 유산 40가지를 정리했다. 그들의 유산에 담긴 지혜와 번영에 관한 조언부터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까지 아우른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삶을 살다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지켜야 할 유대의 전통과 관습을 담았다. 말미에는 유대인들이 상속받는 특별한 7권의 도서를 소개한다. 주요 목차 △자녀를 현명하게 사랑하라 △보화보다 지혜를 물려주어라 △유대인이 물려받은 책들
- 2018-10-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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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은 개인의 것만이 아니다
-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내 재산을 후대에 잘 이양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봤다. 이번에는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어놓은 세계 부호들이 준비하는 인생 마무리에 대해 풀어볼까 한다. 세상 돈 많기로 소문난 부자들 미담 대부분 역시 돈. 똑똑하게 굴려놓은 재산을 내 자손뿐만 아니라 사회 모두가 쓸 수 있도록 물려주는 부자 이야기를 한 번 들여다보자. 죽기 얼마 전 유언장 다시 쓴 리처드 커즌스 회장 작년 12월 31일. 호주 시드니 근교에서 관광용 수상 비행기가 추락해 조종사 포함 6명이 전원 사망했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이들은 세계 최대 식음료 출장 서비스 업체 영국 컴퍼스 그룹의 리처드 커즌스(58) 회장 일가족이었다. 두 아들은 물론 커즌스의 약혼녀, 약혼녀의 딸까지 한날한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기업 회생 전문가였던 커즌스. 그는 생전 기울어가는 회사들을 살리고 고용 안정을 이끌어내던 탁월한 전문 경영인으로 평가받아왔다. 사고 후 잊히는가 싶었던 커즌스 회장의 이야기가 8월 말 해외토픽을 타고 날아들었다. 그가 남긴 유산 4100만 파운드(약 600억 원)가 영국에 근거지를 둔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에 기부됐다는 소식이었다. 당초 커즌스는 두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죽기 1년 전 혹시 두 아들과 자신이 모두 죽게 될 경우 재산 대부분을 옥스팜에 기부하겠다는 ‘공동비극조항’을 유언장에 삽입했던 것. 사고만 없었더라면 훗날 두 아들이 받을 유산이었다. 그렇다면 왜 커즌스는 옥스팜을 굳이 지목했을까? 한국에도 지부가 있는 옥스팜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국제구호기구다. 그러나 2011년 아이티 대지진 이후 구호 현장에서 벌어진 옥스팜 활동가의 성 매수 파문으로 도덕적 치명타는 물론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이로써 7000여 명의 정기후원자가 집단 탈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뜻하지 않았던 고인의 유언 덕에 기적적으로 구호 중단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유언에 따른 커즌스 회장의 기부 소식과 함께 옥스팜 이름이 거론되면서 스캔들 때문에 잠시 잊었던 구호의 중요성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린 것은 아니었을까. 내 재산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작년 7월 미국 CNBC의 에미 마틴 기자가 CNBC 인터넷 판에 쓴 ‘자식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기로 한 7명의 억만장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흥미로운 통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녀의 68%가 상속을 기대하고 있는 반면 부모는 40%만이 자식에게 유산 상속 용의가 있다고 했던 것.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투자 왕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재산을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기로 선언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들은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에 대해 우려섞인 말을 했다. 게이츠는 “부모가 남긴 돈을 자식들이 온전하게 지킬 수 없을 뿐더러 그들의 인생을 제대로 걸을 수 없게 한다”고 했다. 버핏 또한 1986년 경제전문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자식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충분한 돈을 남기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정도의 유산을 남기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게이츠 부부는 2011년 영국 ‘데일리메일’을 통해 “재산 810억 달러 중 자녀 3명에게 각각 소량의 돈을 상속할 것”이라고 했다. 버핏 또한 3명의 자녀에게 각각 20억 달러만 남겨줄 계획이라고. ‘포브스’에 따르면 버핏의 개인 재산은 올해 기준 840억 달러다. 게이츠 부부는 2000년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을 설립해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질병과 가난, 굶주림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이후 버핏도 막대한 재산을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과 죽은 부인의 이름을 딴 ‘수잔톰슨버핏재단’ 등 5개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올해 기부액만도 34억 달러다. 유산을 자식에게 남기지 않겠다는 또 다른 이가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크다. 2015년 첫딸 맥스가 태어났을 때, 그와 아내 프리실라 저커버그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딸이 살아갈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기를 원하기에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말이다. 딸만을 위한 세상이 아닌 모든 미래세대를 위한 준비를 하고 싶다는 것이 이 젊은 부호 부부의 생각이었다. 영국의 인기 셰프 고든 램지 또한 순순히 남매들에게 재산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4남매는 각자 일을 해서 교통비와 전화사용료를 낸다고. 단, 남매들이 각자 자립할 때 아파트 보증금의 25%는 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자녀들이 밥 먹는 일도 흔하지 않은 일이고 여행할 때 일등석에 태우는 일도 결코 없다고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린 바 있다. 이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캐츠’의 유명 작곡가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 또한 2008년 영국 일간지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그가 벌어들인 돈을 극장에 투자하고 음악가를 돕는 데 쓰고 싶다고 했다. 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 영국 가수 스팅 또한 상속 대신 기부를 선택한 인물로 꼽힌다.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 회장의 은퇴 계획 중국 IT업계 거물이자 세계적인 유통 사이트 ‘알리바바’ 창업주인 마윈(馬雲·54) 회장이 내년 9월 10일 은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윈의 쉰다섯 살 생일이자 친구 17명과 함께 중국 항저우의 작은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창업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연매출 41조 원, 지난해만 3300명이 훨씬 넘는 일자리를 창출해낸 마윈은 종종 은퇴에 관한 얘기를 해왔다. 구체적인 날짜와 시기를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퇴와 맞물려 그가 꺼낸 카드는 교육을 기반으로 한 자선사업이다. 최근 알리바바가 공식 웨이보에 공개한 마윈의 새 명함에는 ‘회장’이라는 직함 대신 그 자리에 ‘교사’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 사나이’라는 문구와 함께 ‘알리바바 탈빈곤펀드 주석’, ‘마윈 공익펀드 창업자’, ‘농촌교사대변인’ 등 자선사업 관련 약력이 눈에 띈다. 마윈은 이미 2014년도부터 마윈재단을 설립해 농촌의 교육 환경 개선과 자선사업에 불을 지피고 있다. 평소 롤모델을 빌 게이츠라고 말해왔던 마윈이기에 자선사업과 관련한 은퇴 계획에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2017년 기준 ‘포브스’가 집계한 마윈의 재산은 43조 원에 달한다. 한국 부자들은 어떻습니까? 상속이 기부로 이어지는 사례 혹은 은퇴 후 재단을 설립해 자선사업가로 변신한 사례는 흔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8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상속과 승계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사회 환원에 대한 고민이 전년에 비해 높아졌다고 한다. 상속과 관련해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견은 지난해 1.5%에서 8.7%로 7.2%포인트 증가했다. 금융자산 50억 원 이상 보유자는 사회 환원 의향이 17.4%에 달했다. 자식이 아닌 사회를 위한 기부에 자산가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부금액은 OECD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23위다. 자산가들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한국에서도 기부왕이 나왔으면 한다.
- 2018-10-1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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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
-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당연히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 규모도 매우 커졌다. 서울 대부분의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0억 원이 넘는 상황에서 과거 부자의 상징이었던 백만장자는 지금의 관점에서는 부자 축에도 들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개인들의 재산 규모가 확대될수록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바로 상속과 증여의 문제다. 과연 자녀에게 어떻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좋을까? 일률적으로 그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국민들 상당수가 공통적으로 고민할 법한 사례들을 통해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재산의 대물림과 관련해 실제로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대표적인 사례 세 가지와 그에 대한 해법을 나름대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사례1. 상속이 좋을지, 증여가 좋을지 김갑동(가명) 씨는 상속을 해주는 것보다는 미리 증여를 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이익이라는 말도 들었고, 아들이 원하기도 해서 아들에게 미리 증여를 해주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아직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별 문제가 없어서 앞으로도 꽤 오래 생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재산을 증여한 이후 아들이 자신을 제대로 부양하지 않을까봐 걱정이다. 많은 부모가 자식들에게 미리 증여를 해준 후 생계가 곤란해지거나 자식들이 부모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무시할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부모가 자식에게 증여를 할 때 자식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고 부양할 것을 약속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만약 자식이 그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이미 증여한 재산의 반환을 청구하면 법원이 받아들여줄까? 이러한 증여는 법률상 ‘부담부증여’에 해당될 수 있다. 증여를 하되 증여받는 사람, 즉 수증자에게 일정한 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부담부증여를 받은 수증자가 부담을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자는 계약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 있다(민법 제561조). 문제는 그러한 부담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의 여부다. 증여는 원래 부담 없이 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부담이 있었다는 것을 주장하는 사람, 즉 부모가 부담의 존재(재산을 증여하는 대신 부양하기로 했다는 사실)를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보통 부모 자식 간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증여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보니 부담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이른바 ‘효도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증여를 하는 대신 부양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만약 이를 어기면 증여한 재산을 다시 반환한다는 취지의 계약서인 것이다. 이런 계약서를 작성해두면 나중에 자식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부담부증여임을 주장, 입증하기가 매우 용이해진다. 즉 증여 재산을 다시 반환받기가 수월해지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고 꺼려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긴 하지만, 미래에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증여하기 전에 꼭 효도계약서를 작성해둘 것을 권한다. 그리고 효도계약서의 내용은 가급적 구체적일수록 좋다. 사례2. 위대한 상속, 아름다운 증여 김을동(가명) 씨는 아들과 며느리가 자신에게 잘해주고 대를 이을 손자도 있어서 아들에게 재산을 모두 물려주고 싶다. 그래서 전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취지의 유언장을 작성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유언장을 작성하면 자신이 사망한 후 아들과 딸들 사이에 분란이 생길 것 같아 걱정이다. 남아선호 사상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딸보다는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어 하는 부모가 많다. 특히 가업을 물려주고 싶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유류분제도라는 것이 있어 유언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유류분이란 상속 재산 중에서 피상속인(부모)이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고 상속인(자녀)을 위해 법률상 반드시 남겨둬야 할 일정 부분을 말한다. ‘상속 재산 중 남겨둬야 하는 부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상속으로부터 배제된 상속인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다. 상속으로부터 배제된 배우자나 자녀들은 생전 증여나 유언이 없었다면 자신이 원래 받을 수 있었을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유류분으로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1112조). 법정상속분 전체를 반환받지 못하고 2분의 1만 반환받도록 한 이유는, 피상속인의 이익과 상속인의 이익이라는 상반되는 두 개의 이익을 균형 있게 보호하기 위해서다. 즉 피상속인에게는 유언의 자유가 있고, 자기 재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자유가 있다. 그런데 유류분제도는 상속인이 상속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내지는 이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유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서로 2분의 1씩 양보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러한 유류분제도가 있기 때문에 만약 사례2와 같이 김을동 씨가 아들에게만 전 재산을 준다는 유언장을 작성했을 경우 딸들은 아들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딸들의 권리의식이 투철해진 요즘 이러한 유언장을 작성할 경우 김을동 씨의 우려대로 사후에 자식들 간에 치열한 소송전이 벌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아무리 아들에게 전 재산을 주고 싶어도 그렇게 해서는 분쟁을 피할 수 없으므로, 딸들의 유류분에 해당하는 만큼의 재산은 딸들에게 주고 나머지는 아들에게 주는 것으로 유언장을 작성할 것을 권한다. 사례3. 성년후견인과 유언대용신탁 김병동(가명) 씨에게는 자식이 하나 있는데 정신지체자이고 결혼도 하지 못했다. 이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모두 탕진해버리거나 사기를 당해 나중에 생계유지도 못할 것이 걱정이다. 김병동 씨의 경우처럼 자식에게 장애가 있거나 또는 나이가 너무 어려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온전히 재산을 보존하지 못할 위험이 높아 걱정하는 이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생전에 증여를 해도 걱정이고 사후에 상속을 해줘도 걱정이다. 자녀가 정신지체자이거나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자녀를 위한 성년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다. 성년후견인은 자녀의 신상보호와 재산관리를 맡아서 처리하게 된다. 그러나 성년후견인은 일반적으로 재산관리의 전문가도 아니고 관리를 맡은 재산을 횡령할 위험도 있다. 우리보다 성년후견제도를 먼저 시행했던 일본의 경우에도 성년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횡령해 문제가 된 사건들이 있다. 이런 위험과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제도가 바로 유언대용신탁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자신이 사망한 후에도 재산이 자신의 뜻대로 처분되고 활용되기를 희망하는 재산승계 수단이다. ‘사후설계’에 관한 피상속인의 욕구를 해소시켜주기 위한 대안으로 2012년에 도입되었다(신탁법 제59조). 유언대용신탁은 말 그대로 유언을 대체하는 수단으로서 유언과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피상속인)가 생전에 신탁계약으로 자신의 재산을 신탁에 맡기는 것으로서 위탁자의 생전에 이미 신탁이 효력을 발생한다. 그러나 유언은 유언자 사후에 비로소 효력이 발생한다. 그리고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이 아니라 계약이기 때문에 엄격한 유언의 방식을 갖출 필요도 없고 유언법정주의(법에 정해진 사항에 대해서만 유언을 할 수 있다는 원칙)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유언대용신탁이 유언에 비해 매우 편리하고 융통성 있는 제도임을 알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의 전형적인 예를 들면, 위탁자 갑이 수탁자 을과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신탁원본(처음에 신탁에 맡겼던 재산)으로부터 나오는 신탁수입을 갑의 생존 중에는 갑에게 지급하고 갑이 사망하면 신탁원본 및 신탁수입을 병(상속인)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는 것이다. 이때 수탁자는 반드시 금융기관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일반 개인도 수탁자가 될 수 있지만, 자녀를 위해 안심하고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수탁자로 하는 것이 좋다. 정신지체 자녀를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피상속인이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치자. 그 건물을 신탁하면서 자신이 죽더라도 자녀에게 건물을 넘겨주지 않고 자녀가 사망할 때까지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수익만을 지급함으로써 자녀가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자녀가 사망하면 그 자녀의 상속인에게 이전시키든지 아니면 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린 자녀를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앞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피상속인이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치자. 그 건물을 신탁하면서 자신이 사망할 당시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 건물을 바로 자녀에게 넘겨주지 않고 자녀가 성년자가 될 때까지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수익만을 지급하고, 자녀가 성년자가 되면 비로소 건물의 소유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이처럼 기존 제도로는 커버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새로운 재산승계 수단이다. 이런 제도를 잘 활용하면 평생 힘들게 모은 재산이 탕진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승계될 수 있다.
- 2018-09-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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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내 유품을 정리할까’의 저자 김석중 키퍼스코리아 대표
- 죽음은 생의 마지막이지만, 죽음과 관련해 늘 최초란 수식어가 붙는 사내가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유품정리인으로 활동했고, 최초의 유품정리 회사를 창업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유품정리라는 생소한 분야의 정보 중 상당수는 그의 입과 글을 통해 나왔다. 김석중(金石中·49) 키퍼스코리아 대표의 이야기다. 그가 창업 8년 만에 ‘누가 내 유품을 정리할까?’라는 책을 펴냈다.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유품정리 개념이 도입된 이후 우리 사회 문화는 많이 달라졌는지 김석중 대표에게 물었다. “멍밖에 안 들었어요.” 기대 밖의 대답. 유품정리라는 분야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김 대표는 누구나 아는 그 인물이 아닌가? 관련 기사만 검색해도 방송과 신문, 잡지를 막론하고 그와 회사 이름이 오르내린다. “국내의 유품정리 분야는 변질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유품정리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것은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라는 책을 번역해서 출간했을 때였어요. 당시 이 책은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지요. 하지만 미디어의 관심은 고독사 같은 자극적인 주제에만 집중됐어요. 왜 우리가 유품정리를 해야 하는지, 죽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없더라고요. 그 후 국내 유품정리 산업은 ‘청소’의 한 분야가 되어가고 있어요. 유품정리를 서로 다른 단어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죠.” 제일 좋은 것은 직접 하는 것 유품정리는 고인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을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김 대표는 정의한다. 유품은 망자가 죽기 전까지는 그의 소유이기 때문에 타인이 정리할 수 없고, 사망 후에는 상속 권한을 가진 유족만이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처분할 수 없는 법적 배경을 갖고 있다. 아울러 유품은 한 사람의 삶이 담긴 기념물이기 때문에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일본에는 고인의 유품을 추억이 담긴 기념품으로 소중히 여기고, 이를 친척이나 친지에게 나눠주는 카타미와케(かたみわけ)라는 문화가 있다. 이러한 일본에서 유품정리가 발달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유품정리는 결국 유족들이 고인의 물건을 처리하는 과정이다 보니 남은 사람들에게 짐이 될 수도 있죠. 그래서 일본에서는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활동인 종활(終活)의 하나로 생전정리를 일상화하고 있어요. 이에 반해 우리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접하는 것을 너무나 금기시해요. 죽은 사람의 물건이라면 다들 찜찜해 하잖아요. 빨리 치워버리려 하고요. 그러면서도 유명인의 유품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려고 하죠.” 실제로 국내의 유품정리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 상당수는 중고품 판매업자나 폐기물업자가 많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평당 단가를 매겨 고인의 짐을 쓸어간다. 이후 값나가는 물건을 찾는 ‘보물찾기’를 거친 후 돈 안 되는 것은 모두 버린다. 환가(換價)할 수 없는 것들은 거기 담겨 있는 것이 추억이든, 학술·예술적 가치이든, 중요한 정보이든 상관없이 처분한다. 그가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직접 해보라”며 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누구나 생전정리는 필요해요.평소엔 관심조차 없었던 생전정리를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일 거예요. 현재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아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버릴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결정하게 됩니다. 그렇게 조금씩 정리하다 보면 삶에서 뭐가 중요한지 알게 되죠. 유족들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물건을 남기고 버릴지 직접 고민하는 과정에서 고인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깨닫게 되지요. 남은 가족을 귀하게 여기는 계기도 되고요.” 일본에선 스스로 조금씩 정리를 하다 마지막이 다가온 것을 느끼면 유품정리 회사에 예약하는 경우도 많다. 자식이 있어도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의식이 반영된 것. 키퍼스코리아에서도 이런 예약을 받는다. 김 대표는 “때가 되면 와 달라는 약속의 의미이지 구체적인 계약의 개념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할수록 돈 까먹는 일 김 대표가 유품정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회사 직원이 사고로 세상을 떠서 충격에 빠져 있을 때 일본의 유품정리회사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천국으로의 이사를 도와드립니다’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일본인 지인을 통해 다큐멘터리 주인공이자 일본 최초의 유품정리회사 키퍼스를 설립한 요시다 다이치(吉田太一) 사장을 만나 의형제 같은 사이가 됐다. 김 대표의 진심을 알게 된 요시다 사장은 지금까지 후견인을 자처하며, 한국 직원의 일본 연수, 소모품 지원과 같은 사업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후원했다. 하지만 2010년 시작한 김 대표의 유품정리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현실은 냉정했다. “제대로 유품정리를 하려면 현장에 직접 가서 견적을 내야 해요. 하지만 현장에 가서 견적을 내면 비싸고 번거롭다며 거절당하기 일쑤였죠. 한 상조회사와 MOU를 맺고 유족의 의뢰를 받았는데, 6년간 실제로 성사된 건수는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사업을 할수록 손해만 봤어요. 결국 견적을 내기 위해 교통비만 허공에 날린 셈이 됐죠.”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유품정리 과정은 매우 철저하다. 유족에게 의뢰를 받으면 기본적으로 버릴 것과 남길 것을 판단하는 시간이 걸린다. 유언장이나 권리관계 계약서, 귀중품 등뿐만 아니라 후대에 남길 가치가 있는 유물이나 추억이 담긴 물건까지 골라낸다. 이 과정에서 유족과 상담이 이뤄지고 필요할 경우 법적 절차나 세무 처리가 진행되도록 돕는다. 이러다 보니 비용도 올라간다. 일반 이사 비용의 2배 정도다. 하지만 집을 상속받아 내용물을 빨리 비워내고, 신속하게 처분하길 원하는 유족이라면 이러한 과정이 맘에 들 리 없다. 그의 유품정리 사업이 국내에서 번창하지 못한 이유다. 그나마 일이 들어와도 현장에서 천대받기 일쑤다. 자살한 사람의 유품을 정리하러 갔다가 건물주에게 “죽어 나간 집이라고 소문내는 거냐”며 손가락질에 야유까지 받는 상황은 예사다. 관련 사업 중 그가 손대지 않는 분야가 있다. 바로 치매 등으로 인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으로 떠난 부모의 짐을 치워 달라는 의뢰다. “집을 팔아 상속세를 아껴보려는 분들이 연락을 합니다. 이런 경우 성년 후견인 지정이 되어 있어야만 우리가 일을 할 수 있는데 무작정 맡기려는 분들이 있죠. 법적 절차 없이 물품을 처분하면 불법입니다. 하지만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유품정리 알리는 일, 계속할 것 결국 2010년 창업 후 키퍼스코리아의 규모는 점점 줄어들었다. 전용 차량도 있었고 일본에서 연수까지 마친 직원들로 팀을 구성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익 창출이 잘되지 않았다. 차량은 매각됐고, 직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는 동안 가슴에 멍만 들었다. 김 대표는 키퍼스코리아를 창립하기 전부터 해왔던 항공사용 기내 서비스 물품이나 기업체 식·소모품 등을 납품하는 회사를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입은 여기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 10년 전쯤엔 사업을 꽤 크게 벌였지만, 유품정리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이 사업마저도 상당히 축소된 실정이다. “키퍼스코리아는 1인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의뢰가 들어오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 과거에 함께 일본 연수를 받았던 경험자를 불러 함께 처리하는 방식이죠. 이제는 견적 의뢰가 오면 먼저 설문 문항을 보내드려요. 직접 가지 않고 비용을 산정할 수 있도록 말이죠. 항목이 24개나 되다 보니 설문만 보고 포기하는 유족도 있답니다.(웃음)” 하지만 그렇다고 유품정리에 대해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이번에 출간된 신간 ‘누가 내 유품을 정리할까?’를 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무언가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어요. 10년 이상 매일 죽음을 생각하면서 살아왔잖아요. 누군가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한다면 내가 밟은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생전정리에 대한 마음도 바꿨어요. 업계에 회사들 많은데 꼭 내가 직접 생전정리를 할 필요가 있겠나? 다른 회사들 제대로 할 수 있게 도와주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말이죠. 그렇게 유품정리인이자 전문유족으로 남고 싶어요. 그래서 책도 썼고 앞으로는 죽음 연계 교육도 해보려고 해요. 몇 분이라도 모아놓고 자서전 쓰기 활동과 더불어 자기성찰을 돕는 키퍼스 노트의 국내 소개도 계획하고 있어요.”
- 2018-09-1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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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다잉 연극단'의 무대 위 웰다잉 수업
- 사회복지법인 각당복지재단의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의 커뮤니티 ‘웰다잉 연극단’. 단원 모두 웰다잉 강사 자격을 갖춘 이들로 2009년 3월 창단해 올해로 10년째 자원봉사 형태로 활동 중이다. 웰다잉 연극 ‘춤추는 할머니’, ‘행복한 죽음’, ‘소풍가는 날’ 등을 통해 공감대를 일으키며 더욱 쉽게 죽음의 의미와 준비 방법에 대해 전파하고 있다. 최근 공연작인 ‘아름다운 여행’(장두이 작·연출)은 존엄사 유언장과 사전장례의향서, 버킷리스트를 준비하는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실제 암 투병 중에도 항암치료를 견디며 무대에 선 최명환 단장은 “100회 공연을 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는데, 이미 초과 달성했다”며 “웰다잉 연극단 10년사를 잘 엮어 책으로 남기는 것이 새로운 버킷리스트다”라고 말했다. 김희숙 부단장은 “단원 모두 유언장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둔 상태”라며 “웰다잉 전문가들이지만, 죽음을 주제로 연극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강의보다는 몸으로 보여주며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내용을 이해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웰다잉 연극단 총무를 맡은 홍재응 씨는 “연극을 통해 관객은 자기 마음속 이야기와 마주한다. 특히 언젠가 떠나리라 인정하면서도 멀리만 느꼈던 죽음의 문제와 직면하며 실천을 미루거나 망설였던 일들을 상기하게 된다”고 말하면서 관객의 반응을 통해 연극의 효과를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아름다운 여행’에서 저승사자 역의 방성희 씨는 “웰빙과 웰다잉은 하나이지, 분리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나의 죽음에 대해 스스로 결정권을 갖고,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 즉,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는 삶을 어떻게 살 것이냐의 문제”라고 조언했다. 연극의 주인공인 노인 역의 유한권 씨는 “죽어가는 인물을 연기하며 간접적으로 죽음을 체득하게 됐다. 그러면서 죽음은 곧 새로운 삶을 위한 과정임을 깨달았다”며 관객뿐 아니라 연극 단원으로서 느낀 소회를 들려줬다. 단원들은 입을 모아 “우리는 웰다잉을 위해 웰빙하는 사람들”이라 말한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웰다잉을 실천하길 바란다는 그들의 웰빙 무대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웰다잉 연극단은 올해 2월 4일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시행에 맞춰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인복지관, 평생교육원 등 10곳을 선정하여 무료로 찾아가는 공연을 진행했다.
- 2018-06-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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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마지막 계획 유언, 남긴 대로 이뤄질까?
-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는 버킷리스트. 그러나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애써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도 어떻게 이뤄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주제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을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앞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버킷리스트 서베이에서 2위를 차지한 ‘유언 작성(웰다잉)’에 대해 유언 공증 전문 이상석 변호사의 조언을 통해 알아봤다. 도움말 유언 공증 전문 공증인 이상석 변호사 사망 후 재산, 신분 등 법률관계를 생전에 미리 정해놓은 자기만의 일방적인 의사 표시를 ‘유언(遺言)’이라 한다. 유언은 상대의 수락이 필요 없는 단독 행위이기 때문에 물려받는 사람(수증자)도 모르게 일방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유언은 ‘유언 능력’이 있는 유언자가 ‘법적 유언 사항’에 관해 법이 정한 엄격한 요건과 방식에 따라야 하므로 혼자 임의적으로 작성한 유언은 무효가 되고 만다. 가령 일기나 편지처럼 써놓은 고인의 바람은 유족 간 갈등이나 상황에 따라 이뤄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을 이미 작성했다면, 자기 삶을 정리하고 계획하는 의미에서 주기적으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도 웰다잉을 위한 실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유언은 본인이 원하면 죽을 때까지 철회나 내용 변경이 가능하다. 유언 가능한 항목 체크하기 ‘유언 사항’은 법에 낱낱이 규정돼 있어 아무 내용이나 쓴다고 다 유언이 아니다. 예컨대 ‘형제간 화목하라’ 등의 유훈(遺訓)이나, ‘사망 시 화장하지 마라’ 등의 유지(遺志)는 도의적인 의무일 뿐, 따르지 않는다고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유언 사항이 아니다. ‘사망 시 내 재산을 누구에게 주겠다’는 유증(유언증여)도 유언의 전부가 아닌, 여러 유언 중 하나다. 1)유증 2)유언집행자의 지정 또는 위탁 3)상속재산 분할금지 4)상속재산 분할방법의 지정 또는 위탁 5)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재산출연행위 6)미성년후견인의 지정 7)미성년후견감독인의 지정 8)친생부인 9)인지 10)신탁의 설정 11)저작권의 등록 12)상속의 준거지법 지정 13)장기 기증에 관한 동의 14)우편계좌 가입자의 권리의 양도 15)유족보상 받을 유족의 순위 16)산재보상 보험급여 받을 유족의 순위 17)선원 사망보상금 받을 유족의 순위 18)전사, 순직 군인의 장례의식의 일부 또는 전부의 생략 19)군 수용자 시신의 인도승낙 유언 방식 결정하기 민법은 다음 5가지 유언 방식만을 인정한다. 그밖에 민법상의 전형적인 유언 방식은 아니지만, ‘신탁법’에 의한 ‘유언대용신탁’ 계약 방식도 있다. #공정증서 유언(유언 공증) 유언자가 공증인 앞에서 증인 2명 참여하에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의 승인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여러 유언 방식 중 가장 공신력이 있어 선호도가 높다. 공증인은 판사, 검사, 변호사로서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자로 국가(법무부)가 엄격히 심사해 임명한 법률전문가다. #자필증서 유언 유언자가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방식. 간편하지만 사망 후 무효로 판명될 위험이 높다. 유언 내용 전문, 주소, 성명, 작성 연월일을 자필로 쓰고 날인까지 해야 성립된다. 또 인쇄·복사본이거나 필체가 달라도 무효이며, 유언장을 발견한 자가 찢어 없애거나, 위조·변조 시 원본 확인이 불가하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녹음 유언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는 방식. #비밀증서 유언 유언자가 필자의 성명을 기입한 증서를 엄봉날인하고 이를 2명 이상의 증인의 면전에 제출해 자기의 유언서임을 표시. 봉서 표면에 제출 연월일을 기재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구수증서 유언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인해 다른 방식에 따라 유언할 수 없는 경우, 유언자가 2명 이상의 증인 참여로 1명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구수받은 자가 이를 필기 낭독.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존엄사 유언장까지 작성하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임종을 앞두고 무의미한 연명치료(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항암제 투여, 혈액투석 등)를 받지 않겠다’며 건강할 때 본인이 미리 써두는 ‘존엄사 유언장’의 법정 명칭이다. 일반적인 유언장에 기재하는 유언 사항이 아니므로 연명의료 결정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지정 등록기관에서 법적 양식에 따라 별도로 작성해야 한다. 언론인 출신 최철주 웰다잉 전문가는 “유언장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내용이 다르다.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할 때 또는 노인 증세가 나타난다고 자각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둬야 한다. 그저 말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가족과 이야기하면서 작성하고, 그 뜻을 밝혀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유언 공증의 장점 1)법원의 검인절차 생략 유언공정증서는 곧바로 진정한 공문서로 인정된다. 따라서 자필 유언장처럼 상속인 전원이 몇 달 동안 법원에 불려 다니며 번거로운 검인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2)상속세 절세에 유리 10억 원 내의 재산의 경우 생전증여보다 유언 공증으로 유증받는 게 상속세 공제 폭이 넓다. 생존 배우자가 유증받지 않더라도 형식상 ‘배우자 공제 5억 원+일괄공제 5억 원=합계 10억 원’을 공제받아 유증으로 인한 ‘상속세’를 한 푼도 안 내게 된다. 3)최대 500억 원 가업상속공제 망인이 기업인으로서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상속하는 경우, 미리 상속인들에게 가업이나 주식 전부를 유언 공증으로 물려주면 최대 500억 원까지 가업상속공제를 받는다. 4)유산 기부 가능 사후 재산을 사회복지단체, 교육연구기관 등에 기증하거나 재단법인 설립 및 공익신탁을 설정하고 싶다면 유언 공증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유산을 물려받을 상속인이 없는 경우, 전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므로 기부를 원한다면 미리 유언 공증을 해둬야 한다. Q&A로 알아본 유언 작성 이모저모 Q. 치매에 걸려도 유언이 가능한가? 의사 능력이 없는 중증 치매 환자(피성년후견인)는 유언이 불가능하다. 단, 치매에 걸렸더라도 정신이 일시적으로 돌아와 의사 능력을 회복하고 있는 때라면 의사가 유언서에 ‘심심 회복의 상태’를 부기(附記)하고 서명날인한다면 유언할 수 있다(민법 제1063조). 그러나 아무리 의식이 또렷하고 필담이 가능하더라도 말로 대화할 수 없다면 유언 공증이 어렵다. Q.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로 유언했는데, 자녀가 먼저 죽게 된다면? 수증자가 먼저 사망하면 유언의 효력이 생기지 않으므로 다시 유언을 해야 한다. 한 예로, 유언자와 수증자가 같은 비행기를 탔다가 동시에 사망한 경우에도 유증의 효력은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유증이 무효, 실효되면 유증 대상은 ‘상속인’에게 귀속된다. Q. 유언장에 전 재산을 준다고 썼는데, 기재하지 않은 유산은 어떻게 찾아낼까?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부모가 자녀 모르게 비밀리에 유언하면서 재산 내역을 꼼꼼히 기재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나 대리인이 가까운 주민센터를 방문해 안심상속 서비스를 신청하면 사망자의 금융재산, 토지 소유, 자동차 소유, 국민연금, 국세, 지방세 등 총 6가지 재산조회가 가능하다. 결과를 확인하는 데는 7~20일 정도 걸린다. Q 유언을 하며 ‘효도계약서’도 작성할 수 있나? ‘조건부 유증’을 하면 된다. ‘유언자 여생 동안 수증자가 효도를 다하면 사망 시 유산을 넘겨주겠다’는 식으로 ‘효도계약’을 이행하도록 조건부 유증을 하는 것이다. ‘한 달에 몇 번 손자녀를 데리고 찾아오라’거나 ‘매월 부모 용돈으로 얼마씩 지급하면 그의 10배에 상응하는 금액을 주겠다’ 등 효도계약 조건을 어떻게 할지는 공증인과 의논해서 작성하는 것이 좋다. Q 보험금과 연금도 유언을 통해 물려줄 수 있나? 보험금과 연금은 유언 공증 대상이 아니다. 보험금은 보험수익자가 수령하도록 되어 있고, 상속재산도 아니기 때문이다. 보험수익자가 수증자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되어 있다면,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 미리 보험회사에 말해 보험수익자를 수증자 명의로 바꿔놓아야 한다. 공무원 연금, 국민연금의 연금수급권은 타인에게 양도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유언 공증이 안 된다. Q. 유언 공증을 할 때, 추가로 녹음이나 촬영을 해두면 도움이 될까? 딱히 그럴 필요는 없다. 유언공정증서는 진정한 공문서로 추정되고 아주 강력한 증거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녹음에 의한 유언을 했더라도 그 녹음을 유언자 사망 후 지체 없이 법원에 제출해 검인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민법 제1091조).
- 2018-06-2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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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입니까?
-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일명 ‘버킷리스트(bucket list)ʼ라고 한다.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버킷리스트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또 어떤 방법으로 실행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항목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그에 앞서 서베이를 통해 시니어가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여행, 취미, 관계·가족, 일·성취, 보람, 도전 등 총 7가지 주제로 나눠 알아봤다. 서베이 대상 브라보 동년기자단,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수강생, 낭랑18세 시니어 치어리더팀 등 50세 이상 남녀 140명(50대 61명, 60대 53명, 70대 이상 26명) 서베이 방법 주제별 버킷리스트 예시 항목 15가지 중 선택(중복 선택 가능) 및 그 외 항목이 있는 경우 별도로 작성 ◇브라보 버킷리스트 상위 20위 목록 7가지 주제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것은 ‘여행’이다. 상당수 시니어가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제주 올레길 투어’ 등 제주 여행과 관련한 버킷리스트를 희망하고 있었다. “쉽게 이룰 수 있으니까”, “외국어 부담 없이 여행하고 싶어서” 등이 대표적인 이유다. 그밖에 혼자 여행 떠나기(27),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기(25), 캠핑카/크루즈 여행하기(18), 해외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9) 등 운동이나 레포츠 등 몸을 쓰고 활동적인 취미보다는 배움, 글쓰기, 책 읽기, 전시회 관람 등 문화적, 정서적 활동을 원하는 이가 많았다. 아직 특별한 취미를 찾지 못해 ‘새로운 취미 갖기’(24)를 버킷리스트로 선택한 이도 적지 않았다. 그밖에 텃밭 가꾸기(21), 그림 관련 취미 갖기(19), 수영 배우기(16), 취미 동호회 가입(14), 수화 배우기(6) 등 가족을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항목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거나 애인 같은 친구를 만드는 등 새로운 관계 확장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휴대전화번호를 정리하거나 불편했던 관계를 해소하는 등 관계 정리에 관한 항목들도 눈에 띈다. 그밖에 외국인 친구 사귀기(21), 7명 용서하기(17), 휴대전화번호부 정리하기(15), 첫사랑에게 편지 쓰기(7) 등 제2직업을 향한 욕구와 더불어 전문 분야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포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자기 이름으로 책을 펴내고, 강연, 전시회를 여는 등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연륜을 통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경향이다. 그밖에 귀농하기(15), 창업하기(12), 10년 후부터는 일 안 하고 놀기(8), 자격증 10개 따기(8) 등 버킷리스트 서베이 전체 항목 중에서 ‘재능기부’가 1위에 올랐다. 단순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기부를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살린 사회적 활동에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그밖에 장기기증 신청하기(16), 아프리카 봉사활동 가기(15), 봉사활동 1000시간 채우기(13), 유기견 돌보기(6) 등 건강하고 즐거운 일상을 추구하는 웰빙(well being)을 넘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등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유언장 작성 등 웰다잉 관련 항목이 상위권에 올랐다. 그밖에 드레스 입고 파티하기(17), 세컨드하우스 짓기(14), 레스토랑에서 고급 코스요리 먹기(13), 주식·펀드 투자하기(12) 아직 버킷리스트가 없는 이들이 가장 빠르게 실행하고 이룰 수 있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버킷리스트 만들기’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순간 이미 한 가지 항목은 해낸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공모전 참가하기(14), 파격적으로 염색하기(13), 무인도에서 살아보기(7), 타투(문신) 해보기(6)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위한 7가지 방법 도움말 박창수 작가 하나, 원대한 목표를 먼저 정하라 ‘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도 목표는 유럽 배낭여행부터 서울 나들이까지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도 돈이나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을 먼저 정해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의 경우 오랜 시간 머물게 되면 그만큼의 비용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는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여행 자금을 위해 적금을 든다거나 평소 걷기운동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등의 세부적인 목표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또 귀농이나 창업 등 오래 준비해야 할 목록도 마찬가지다. 장기간 실천할 원대한 목표를 먼저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리스트를 차례로 적어나가자. 둘, 작은 목표는 매년 갱신하라 큰 목표가 담긴 버킷리스트와 작은 목표를 써놓은 버킷리스트를 따로 마련하고, 작은 목표 리스트는 매년 갱신한다. 원대한 목표만 적어놓고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 의욕도 저하되고, 실천 의지도 약해진다. 한 해, 한 달 정도 투자해 부담 없이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작성하자. 작은 목표들을 달성해나가며 얻은 자신감은 큰 목표를 이루는 데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한다. 셋, 유행에 편승하지 마라 버킷리스트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이뤄가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너도나도 원하는 목표나 유행에 따라 버킷리스트를 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이 정말 뭘 원하는지, 어떤 것을 해야 만족도가 높을지 등을 깊이 생각해보고 진정 나만을 위한 목록들을 채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넷, 남의 눈치 보지 마라 돈이 많이 든다거나 스스로 주책없어 보이는 행동이라 여기고 가족이나 친구들 눈치를 보면서 버킷리스트를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또 나만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남에게 보였을 때 더 그럴싸하고 훌륭해 보이는 일들을 적곤 한다. 이른바 체면치레 때문에 시니어들의 버킷리스트를 보면 여행, 공부, 취미, 봉사 등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 물론 좋은 목표이지만, 그중에 한두 가지만이라도 나만의 개성과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것을 적어보면 어떨까? 다섯, 크게 쓰고 소문을 내라 자기 꿈을 소문내는 것은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혼자서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차일피일 미루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기분 좋은 속박(?)을 느끼는 편이 낫다.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되게끔 선언을 하거나 큰 종이에 적어 서재나 화장대 등에 붙여 자주 인식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타인은 물론 스스로와의 약속 이행에 대한 책임감이 더해진다. 여섯, 1+1을 생각하라 나를 위한 버킷리스트이지만, 그것이 사회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예를 들어, ‘외국어 배우기’와 같은 단순한 목표를 뛰어넘어 ‘외국어를 배워 어려운 아이들에게 방과 후 재능기부하기’ 등 이웃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법까지 생각해본다면 더욱 뜻깊은 버킷리스트가 될 것이다. 일곱, 버킷리스트에는 점수가 없다 목표로 정한 버킷리스트를 꼭 다 이루지 못하더라도 상처받지 말자. 물론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을 했을 경우에 말이다. 버킷리스트는 숙제나 시험처럼 누군가에게 검사받고 평가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만족과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일인 만큼 부담 갖거나 서두르지 말고 목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길 바란다. 무엇을 이뤘느냐보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발걸음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 ※독자제보 브라보 버킷리스트 랭킹 20위 안에 해당하는 버킷리스트에 도전해 이뤄내신 분들을 찾습니다. 제보할 이야기가 있으신 분은 bravo@etoday.co.kr로 접수 부탁드립니다.
- 2018-04-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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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의 마지막 말 유언, 작성 전 알아야 할 것들
- 1998년 개봉한 영화 ‘편지’는 죽음을 앞둔 주인공 환유(박신양 분)가 연인 정인(최진실 분)에게 남길 유언을 녹화하는 장면으로 유명했다. 당시만 해도 영상으로 유언을 남기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죽음준비교육이나 죽음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유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보급까지 더해지면서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유언을 남기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필요 이상으로 엄숙해질 필요는 없지만 형식은 갖춰야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유언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은 유언이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다. 유언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고인이 뜻한 바대로 사후에 여러 가지 조치들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법적 효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법 제1060조에서는 유언의 방식을 5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자필증서와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이 그것이다. 유언의 방식이 엄격하게 정해진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해 법적 분쟁이나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법으로 정해진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되더라도 무효가 된다. 스마트폰 녹화 유언 효과 있을까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이 고인이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뜻을 남겨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민법 제1067조를 보면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규정 요건을 따라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즉, 녹화 현장에 그 장면을 지켜보는 증인이 있어야 한다. 또 유언자의 이름과 날짜를 명확하게 언급해야 한다. 이 조건들 중 하나라도 갖추지 않으면 법적 효력은 사라진다. 정확히 같지는 않지만 실제로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05년 A 씨는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본인의 모든 재산을 아들 B에게 물려준다. 사후 자녀 간에 불협화음을 없애기 위해 이것을 남긴다”는 내용으로 자필 유언장을 작성했다가 주소를 적어야 하는 부분에 ‘암사동에서’라고 기재했다. 결국 다른 자식이 이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재판이 이뤄졌고, 대법원은 ‘법정 요건과 방식에 어긋나므로 무효’라 판단했다. 또 내용상으로도 법적 유언으로 인정하는 사항은 별개로 정의된다. 김재철 법률사무소의 김재철 변호사는 “아버지가 떠난 뒤 형제간에 우애 있게 살며 가업에 힘쓰라와 같은 도덕적인 의미를 가진 마지막 당부는 유훈으로서의 성격에 지나지 않고 민법상의 유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면서 “재단설립, 친생부인, 인지, 후견인 지정, 친족회원지정, 상속재산 분활 방법의 지정 및 위탁, 유증, 신탁에 대한 내용만 법률이 인정하는 유언사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인들은 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애써 남긴 유언이나 유서가 되레 법정 분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할 것을 권한다.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공증인이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인데, 전문가인 공증인이 하므로 유언의 효력에 관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낮다. 공증인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평범한 변호사나 법무가는 해당되지 않는다. 법조인으로 10년간 근무경력을 갖춰 임명된 임명공증인이나 법무법인의 인가공증인을 뜻한다. 이들을 통해 유언장을 작성하게 되면 비용은 약 300만 원 선. 상속분쟁으로 인한 소송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무형의 대가를 생각하면 비싼 비용은 아니라는 것이 법조인들의 설명이다. 우리 사회에서 유언을 바라보는 관점 중 하나는 엄숙주의적 시각이다. 법적 효력을 떠나 죽음을 앞둔 고인의 마지막 말을 남기는 과정인 만큼 신중히 작성되어야 하고 결코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있었다. 유언에 대한 엄숙주의 옅어져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분위기가 바뀌어 유언을 작성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기도 한다. 창동 노인복지관 박미연 관장은 죽음준비교육과정 중 하나인 유언 교육이 시니어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박 관장은 “죽음에 대한 성찰이 이미 이뤄진 시니어를 대해보면 유언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경우가 많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나 당부를 남기도록 권하고 있다”며 “유언이 재산상속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하고 매년 쓰겠다는 이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유사하게 유언을 새로운 삶의 계기로 삼는 사회 인사들도 있다. 이투데이 길정우 총괄대표는 최근 모교 동창회보 기고를 통해 “연말에 쓰는 일기처럼 가족들에게 남기고 싶은 얘기를 담아 매년 유서를 작성한다”며 “이렇게 누적된 유서는 훗날 나의 생각과 회한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나만의 기록물이 된다”고 말했다.
- 2018-03-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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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과 치매 걱정에 주목받는 유언대용신탁
- 시니어에게 재산은 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평생 노력해왔음을 증명하는 징표이자 보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재산이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더 나아가 사망한 후에도 제대로 쓰이길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돈을 모으는 일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제다. 재산 운용 능력을 잃으면, 나를 위해 쓰이지 않을 수도 있고 자녀 혹은 사위, 며느리에 의해 낭비될 수도 있다. 최근 떠도는 소문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젊은이들이 있다는데 남 얘기 같지 않다.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금융기관에 내 재산 운용을 믿고 맡기는 유산대용신탁이 그것이다. 신탁제도가 대중에게 각인된 계기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망을 통해서다. 마이클 잭슨은 가족신탁계약서를 통해 사후에 자신의 유산이 어떻게 운용될지 미리 정해놨다. 이를 통해 사후 유산의 20%는 자선재단에 기부됐고, 장례비, 변호사비 등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은 아내와 세 자녀에게 상속됐다. 계약 내용에 따라 자녀들은 유산을 한 번에 받을 수 없었고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인 30세가 넘어야 일부 상속을 받았다. 계약서상 상속이 완전히 끝나는 시기는 자녀가 40세 되는 생일이었다. 이는 자녀의 삶이 유산으로 망가질까 걱정한 마이클 잭슨의 요구 때문이었다. 유언장 작성보다 절차 간단 신탁에 의한 상속관리는 2012년 개정된 신탁법 제59조 유언대용신탁과 제60조 수익자연속신탁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신탁은 말 그대로 믿고 맡긴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을 수탁자로 지정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부동산, 주식 등을 내가 원하는 대로 운용하게 하는 상품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재산의 수익자와 상속받을 사람을 정하는 신탁으로서, 생전에는 자신을 수익자로 정해 생의 마지막까지 일정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불효방지신탁’으로 부르기도 했다. 업계에선 2020년이 되면 2조 원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유언대용신탁 상품은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은행권이 시장을 선점한 형태이며, NH투자증권이나 신영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회사들이 은행권을 추격하는 모양새다. 유언장과 신탁 계약은 내 재산을 물려줄 방법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많이 다르다. 유언장은 상속 이해관계인이 아닌 보증인 2명과 공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증인에게 개인 재산 내역이 밝혀지는 것은 유언장 작성 시 가장 껄끄러운 부분 중 하나. 만약 유언 내용을 변경하고 싶다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에 반해 신탁은 금융기관과의 계약으로 충분하다. 계약 의지와 계약 능력만 있으면 된다. 성용배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유언장의 경우 사망 이후에 개봉돼 그 효력을 갖기 때문에, 생전에 법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와 형식을 충족하지 못하는 하자를 인지하지 못해 유언으로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공증의 불편함이나 보관 과정에서 위·변조나 분실의 위험도 있다”고 지적하며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의 상대방인 금융기관이 존재하고 생전에 계약에 따른 쌍방의 이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상 하자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고, 계약서의 분실이나 변경 등의 우려도 적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상속, 치매 후 관리도 해결 유언대용신탁이 최근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골치 아픈 상속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손주에게 안전하게 재산을 상속하려면 유언대용신탁이 유용하다. 여러 세대에 걸친 수증자 지정도 가능하다. 1차 상속자를 자녀, 2차 상속자를 손자로 지정하는 식의 상속 설계가 가능하다. 유언장의 경우는 다음 세대 수증자 지정만 가능하다. 또 유언에 따라 상속 재산에 차등이 생겨 자녀 간에 분쟁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도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유언이 집행되면 상속인 중 한 명이 상속 집행인이 되는데, 분쟁이 생기면 상속 과정에서 집행인이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신탁은 집행인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상속인끼리의 분쟁 발생 가능성이 낮다. 유산대용신탁의 장점 중 하나는 부동산에 있다. 부동산은 현금에 비해 운용이 쉽지 않고, 분할도 어렵다. 상속자들이 매각을 결정해도 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니어의 상당수가 부동산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상속은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다. 신탁 상품은 이런 경우 또 다른 대안이 된다. 부동산의 상속, 증여뿐만 아니라 신축이나 리모델링, 임대위탁관리 등도 가능하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부동산 임대 수익을 나눠주고 싶다면 신탁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런 신탁 상품이 만능은 아니다. 부동산을 신탁하려면 수탁자인 금융기관에 소유권이 이전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은 “재산을 보전하고 사후 상속하려면 등기이전을 통해 수탁자가 관리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는데, 일부 고객은 은행이 마치 내 소유권을 가져가고 마음대로 처분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하며 “신탁은 재산을 맡기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맡게 정확하게 관리되고 언제든 해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령화에 따른 치매 관련 불안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치매안심신탁 같은 상품이 그것이다. PET-CT와 같은 알츠하이머 진단 장비 개발로 인해 치매 발병의 예측이 상당 부분 가능해지면서 스스로 치매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방법으로 신탁이 활용된다. 치매 발병 전이나 초기에 신탁을 통해 자산관리와 상속설계를 해놓으면 병원비나 간병비, 생활비에 필요한 돈을 은행이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렇듯 치매와 관련한 일반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에서 신탁 상품을 위해 대면상담한 고객 중 치매 관련 상품 상담자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 2018-02-12 1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