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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협회장 김흥국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거창한 표현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김흥국(59)은 현재 대한민국 문화계의 어떤 현상이다. 세상에 환갑을 바라보고 있는 가수가 ‘대세’라 불리우며 방송가의 블루칩으로 신출귀몰 활동하는 장면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심지어 얼마 전에는 그가 1994년에 내놓은 희귀 ‘레게’ 앨범이 LP로 복각되어 발매되기까지 했다.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보장하는 ‘예능 치트키’ 김흥국. 그러나 모든 웃음의 이면에는 사람들이 쉬 보지 못하는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가수협회장’ 김흥국이 직접 말하는 약간 진지한 이야기, 그리고 인생에 대한 시선을 들어보자. 2016년 방송 예능계는 김흥국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장된 ‘예능 치트키’이자 네티즌에게는 ‘흥궈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김흥국 ‘가수협회장’은 나오는 방송마다 터뜨렸고 들이댔다. 환갑을 코앞에 두고 있는 방송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인기와 실적. 그러나 그는 아직 기획사가 없는 소위 ‘외로운 늑대’였다. “평생을 혼자 해와서… (방송에) 많이 나가는 거 자체가 손해예요. 자기가 관리 못하면 그냥 ‘가는’ 거니까요. 돈에 미치고 방송에 미치고… 그런 거 좋아했으면 이 나이에 이렇게 올 수 없었어요. 관리하는 사람 없이 혼자 다하는데.” 바닥까지 경험해야 꼭대기가 보인다 홀로 무명 시절에서부터 시작해 ‘호랑나비’로 가요계 정상에 서봤다. 그리고 지금 젊은 세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예능인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제 곧 60세인데 실감은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이 그런 거 없잖아. 이 나이에 유재석, 김구라, 신동엽과 함께 프로그램할 수 있는 연예계 선배가 많지 않아요. 제가 방송 역사에 하나의 새로운 장을 쓰고 있는지도 몰라요.” 김흥국과 함께 대체할 수 없는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의 MC 송해. “물론 송해 선생님 같은 경우는 있을 수 없는, 연예계의 아주 귀중한 일이고 저의 좋은 본보기죠. 같은 국민 프로그램을 90이 넘어서 한다는 건 방송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잖아요. 라디오에는 가 있고 강석이라는 분이 있고요. 이분처럼 한 프로에서 30년 이상 한다는 것은, 청와대나 국민이 주는 상을 줘야 해요. 그분들에게 감사해야 해요.” 그는 그런 것도 못해준다면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으로 불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자연스럽게 ‘가수협회장’ 김흥국이 나오는 순간이다. “한류 따지는 것도 훌륭하지만… 한류가 지금 최고라고 하는데 그게 다가 아니잖아요. 그 안에 몇 배의 시너지가 있어요. 브랜드들이 있다는 거예요. 그걸 발굴하지 않고 맨 있는 것만 갖고 우려먹고 있어요.” 가수끼리 똘똘 뭉쳐보자 그러고 보면 작년 한 해 동안 김흥국은 어느 방송에 나오든 ‘가수협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무게감 있게 들이댔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대한가수협회는 원래 한국연예협회의 분과로 배치되어 운영되다가, 2006년에 창립총회를 갖고 사단법인으로 인가받고 독립했다. 김흥국은 가수협회장으로서의 삶에 대해 “쉽지 않다”며 그간의 역경을 토로했다.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엄청나게 홍보를 했죠. 국민들이 우리 단체를 잘 알죠. 그래도 해보니까 허허허…(웃음). 책임감이 무겁죠. 무명가수나 원로가수들은 ‘김흥국 대단하다’ 하면서 기대를 많이 갖고 있는데, 정작 히트곡을 가진 가수의 마음이 변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분들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팬들에게만 사랑을 돌려줄 게 아니라 선후배들이 이렇게 어렵게 활동하는지를 알고 복지를 위한 활동도 해주셨으면 해요.” 그는 복지란 게 어려운 게 아니라고 밝혔다. “정치적인 게 아닙니다. 각 분야의 구호복지기관 많잖아요? 그분들이 열심히 하듯이 우리도 뒤늦게 출범했지만 같은 가수로서 진짜 똘똘 뭉쳐야 해요. 한목소리를 내려면 선후배 가수들이 인기가 있든 없든 가족이라 생각할 적에 힘이 생기는 거죠. 누구 하나 열심히 해서 된다고 보진 않아요. 우리도 보면 열심히 노래만 했지 다른 것은 신경을 안 썼잖아요. 이제 그런 것을 해놔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원로가수는 나에게 부모와 같은 존재 앞서 말했듯 대한가수협회는 원래 연예협회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연예협회 자체가 너무 오래됐고 다섯 개 분과가 있다 보니 너무 의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분과로 가면 안 된다, 우리도 협회가 있어야지 않냐’ 하는 자각에 의해 만들어진 게 대한가수협회다. “대한민국 스타들 의 모임을 나 몰라라 한다는 건 이건… 정부 예산이 하나도 없잖아요. 명색이 사단법인인데. 그런데 우리가 뭉쳐서 문화를 정착시켜야 하니….” 그가 복지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명백했다. “원로가수 분들은 제 입장에선 부모예요. 그런 부모 같은 존재가 연세 드셔서 몸도 아프고 형편이 좋지 않아요. 옛날 분들은 그냥 노래가 좋아서 국민들 위로를 해드렸지 돈 보고 노래하고 그런 게 아니었단 말예요. 그런 분들을 우리가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보나 싶죠. 그래서 우선 어른들부터 챙겼으면 하고, 어려움에 처한 유가족이나 무명가수들도 챙겼으면 합니다.” 그래서 그는 가수협회장을 맡는 3년 동안 노래를 부르지 않기로 했다. “이나 에 안 나가고 있어요. 오퍼가 와요. 그러면 미안하다고 하죠. 회장으로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저보다는 ‘ 출연가수를 원로 한 분이라도 새로운 분으로 초대해달라’고 해요. 저야 예능에 나가고 있으니까(웃음).” 그는 이미 올해 계획 생각에 분주하다. “5월에 가수의 날 행사를 해야 하고… 우리 협회 재정이 열악하니까 튼튼해져야 하고, 그리고 유명한 가수들 있잖아요? 그분들의 가요제가 전국 여러 곳에서 열리더군요. 그런 것도 찾아서 기획해야 하고요. 그분들도 우리와 함께 공동체로 가면 보기도 좋은데… 그걸 먼저 했던 단체들이 독점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게 가장 마음 아파요.” 인생도 축구처럼 플레이해야 김흥국에게 정말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다. 바로 “가수가 안 됐으면?”이다. “푸하하하! 저도 그 생각할 때가 있어요. 무명생활을 십 년 했고 워낙 안 풀려서 서른 넘어서야 데뷔했죠. 돌아가신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저에 대한 기대도 많았고. 다행히 제가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을 보고 돌아가셨습니다만. 어머니가 제게 ‘가수 안 되면 뭐할 거냐?’라고 묻곤 했어요. 그런데 사실 저는 해병대 나온 정신으로 무명생활도 즐겼어요. 이게 한탄이나 원망을 한다고 풀릴 사안도 아니고 내가 더 부지런하게 노력을 안 해서 늦는 것 아닌가 싶었죠.” 그러나 그는 막상 정상에 서보니 본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축구에서도 나만 잘하면 좋은 플레이가 될 수 없어요.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 하거든요. 축구경기를 할 때 우리 팀이 강팀이고 상대가 아주 약한 팀이면 팬들은 재미없어 합니다. 방송, 라디오도 그런걸요.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반응이 없으면 재미가 없는 거예요. 축구는 플레이가 되는 날이 있고 안 되는 날이 있어요. 왜 제가 작년에 조세호를 히트시켰느냐. 이게 바로 축구에서 나온 나의 생각입니다. 연예계, 방송계의 어시스트가 있었던 겁니다. 그것을 조금만 건드려주면 바로 될 수 있는데, 못 보는 거예요.” 그는 ‘가만히 보면 배운 사람이나 있는 사람이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자기가 죽을까봐, 다 뺏길까봐, 탄로날까봐 두려워합니다. 그러면 안 돼요. 정치하는 사람이나 지도자나 선생님이나 왜 그리 힘들게 해요. (능력이 있지만) 어려운 사람이 보이는데. 옛날 기업인들을 봐요. 뭔가 생각을 하면 그날 밤을 새서 끝을 내죠. 그런데 미루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차이예요.” 간절함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의 ‘들이댐’ 가수 김흥국은 ‘십 년 무명가수’였다. 간절함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행동에는 절박함이 없으면 안 되는 ‘들이댐’이 있었다. “이야, 오늘 스님이 부채에다 적어둔 얘기를 하시네. 날 보더니 ‘그대 간절한가’ 하시더만. 그게 없으면 누가 도와주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이거예요.” 절박해야 깨닫고 보이는 것이라고. 김흥국은 자주 웃었다. 그의 기질에서 비롯된 면도 있지만, 그의 삶이 성공적으로 흘러와서이기도 할 것이다. 한때 ‘기러기 아빠’의 아이콘이기도 했던 그는 얼마 전 아들딸과 함께 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기도 했다. “아들이 잘 컸다고 말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아버지를 생각하는 게 다르고 속이 깊다고. 외국생활을 해서 한국말이 어눌하긴 하지만 기러기 생활을 한 보람이 있어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그는 기러기 아빠로서의 삶은 절대 반대한다. 누구에게 추천하지도 않으며 더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고 딱 잘라서 말했다. “아내가 힘들었죠. 나야 돈이나 부치는 거지, 말도 안 통했을 텐데.”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화제가 된 그의 딸 김주현에게는 벌써부터 기획사들이 계약하자는 연락을 해오는 모양이다. “아내는 안 된다고 하죠. 주현이는 좋아하는데. 대학 가서 해도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에요. 나야 뭐…(웃음).” 사람들을 위한 문화공간 만들고 싶어 누가 봐도 영원한 현역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김흥국. 그러나 그에게도 흐르는 시간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일 년 일 년 바뀔 때마다 ‘내가 언제까지 방송에 매달려야 하지?’ 합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도 뭔가 해야겠다 싶은데 엄두를 못 내겠어요. 그쪽은 경험이 없으니까. ‘얼굴만 빌려주면 우리가 다 해주겠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믿어요? 그런데 ‘이때 해야 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혹시 준비해서 하고 싶은 것은 있는 걸까? “손해 안 보는 거(웃음). 어려운 거 말고 쉬운 거.” 정말 김흥국다운 대답이었다. “김흥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와서 아지트식으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술도 한잔 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면… 어유, 좋죠. 꿈이죠, 꿈.” 하고 싶은 일만 해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판타지를 그가 꼭 보여주면 참 좋겠다.
- 2017-03-0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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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라이프] 사랑나눔을 실천하는 스타들
- 글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knbae24@hanmail.net) “유흥업소에 안 간다. 2006년 이후로는 한 번도 안 갔다. 왜냐하면, 4만5000원씩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돈이면 쓰레기더미 안에 있는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다. 파리가 눈에 알을 낳아도 쫓을 힘이 없는 아이들이다. 그 아이를 살리면 그 아이가 변해서 사회를 살린다. 내가 번 돈이 이렇게 소중한 일에 쓰인단 걸 목격했기 때문에 큰돈을 그렇게 쓸 수 없게 됐다.” 구호단체 컴패션 홍보대사에서부터 북한 어린이 돕기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부인 신애라와 함께 사랑나눔 실천을 하는 스타 차인표씨의 말이 큰 울림을 준다. 자살률 1위, 노인빈곤율 1위, 사회적 관계 최하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0월 발간한 보고서 이 적시한 한국의 상황이다. 취업난, 양극화 등으로 인해 가족 해체가 급속히 진행되고 부모에게 버려지는 아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사랑나눔이 절실할 때다. 하지만 후원, 기부, 봉사 등 사랑나눔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 스타들이 선행에 적극적으로 나서 많은 사람을 사랑나눔 실천에 참여시키는 아름다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연예인 스타들이 사랑나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81년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후원회장을 맡아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3년 전부터는 제로캠프라는 청소년들을 위한 비영리 단체의 이사장직을 맡아 문화 예술을 통한 비행 청소년의 교화에 나서는 등 다양한 사랑나눔 실천을 펼치고 있는 최불암씨와 백혈병 어린이, 위안부 할머니, 네팔과 중국 지진 피해자 등에게 거금을 쾌척하는 등 전방위적 선행을 펼치고 있는 송중기씨 등 많은 연예인 스타가 사랑나눔 실천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연예인 스타들의 사랑나눔의 양태가 진화하며 선행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그동안 불우이웃이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성금 기부나 자선단체의 홍보대사, 방송사의 자선 프로그램 출연 등이 스타 선행의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김혜자·한지민·유재석의 재능기부, 김정은·이영애·문근영·한혜진·박해진의 국내외 빈민지역에 학교, 병원, 도서관, 우물 등 시설 기부, 최불암·정애리·고두심·김제동의 재단을 통한 불우 청소년 지원, 이효리·송혜교·송중기의 위안부 할머니 지원 등 스타들의 사랑나눔의 스펙트럼이 크게 확장됐다. 기부 형태도 불우이웃과 시설에 대한 후원, 청소년과 학교의 장학금 쾌척,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기탁 위주에서 벗어나 한지민·송혜교 등 스타들의 책 인세 기부, 이승기·박해진 등 쌀 화환 기부, 최강희의 골수 및 장기기증, 차인표-신애라·정혜영-션 부부의 제3세계 어린이 후원금 지원, 김장훈·하춘화의 행사와 캠프를 통한 기부 등 매우 다양해졌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던 연예인의 사랑나눔과 선행은 수십 년 동안 지속해서 전개해나가는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김혜자·최불암·고두심·하춘화·안성기·정애리·차인표·김장훈·최수종·유재석·션·장나라 등은 10~40년에 이르는 장기적 선행을 펼치고 있다. 사랑나눔을 시스템화하거나 조직화하는 스타들도 많다. 공연 등 수입원이 생기는 이벤트 수입의 일부를 계속 기부하는 김장훈을 비롯해 적지 않은 스타들이 자신의 연예활동 수입의 일정 부분을 떼어 소년 소녀 가장이나 독거노인, 장애인들을 지속해서 돕는 것을 체계화했다. 김원희·김정은 등은 ‘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을, 최수종·오윤아·김수로 등은 ‘좋은 사회를 위한 100인 이사회’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봉사활동과 기부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의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을 대상으로 주로 이뤄지던 스타들의 사랑나눔은 아프리카, 동남아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안성기·김혜자·정애리·박해진·이영애·송혜교·문근영 등 많은 스타가 세계 각국의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나누고 있다. 이민호·장동건·이승기·장근석처럼 스타와 팬클럽이 함께 자선활동이나 선행활동에 나서는 행태도 이제는 일상적 풍경이 됐다. 스타들은 왜 사랑나눔에 나서는 걸까. “조그마한 도움이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리고 삶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도움을 받은 아이가 커서 사회와 이웃에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참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다.”오랫동안 청소년들에게 장학금 기부를 하고 장애인단체 홍보대사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사랑나눔을 실천하는 고두심씨의 말이다. 40여 년 동안 불우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온 최불암씨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투자만큼 소중한 일이 없다. 더욱이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면 아이가, 사회가, 국가가 긍정적으로 변한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국내에 있는 고아는 물론 굶주림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아이들까지 몸과 마음으로 포근히 감싸 안는 김혜자씨는 2019년까지 후원금을 미리 내고 이렇게 말했다. “광고를 찍거나 돈이 생기면 후원하는 아이들 것을 떼어놓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늘 불안하다. 내가 돈이 없어 안 주면 걔네들은 굶으니까. 나야 돈이 없으면 우리 아들이 밥이라도 먹여주겠지만, 그 아이들은 안 되지 않나. 당연한 일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오랫동안 9억 원에 가까운 돈을 익명으로 기부하고 시골 지역에 청소년을 위한 공부방 등을 지원한 문근영씨는 “제가 기부 등을 하면서 더 행복하고 매우 기쁩니다. 이런저런 상황들, 사연들, 사정들이 있지만 기부할 때 ‘우리 같이 그래도 열심히 살아봐요’라는 그런 메시지 정도는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라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루게릭병 환자 돕기에서부터 어린이 재활병원건립 후원까지 다양한 자선사업과 캠페인을 왕성하게 펼쳐 ‘선행천사’라는 별칭을 얻은 션. 그는 사랑나눔 실천 공개에 대해 “일부 사람들이 (사랑 나눔을) 조용히 할 수 있는데 왜 공개하냐고 말한다. 연예인이기에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일을 알려서 그걸 공유하면 더 빨리 이룰 수 있다.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연탄이 300만 장인데, 혼자서 기부할 수 없는 양이기 때문에 많은 분에게 알리면 300만 장의 기적을 쉽게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 2016-11-2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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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국남 뉴컬처 키워드] 대중문화의 젖줄 ‘One Source-Multi Use 총아’ 웹툰
- 글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knbae24@hanmail.net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10대 여고생은 박태준 작가의 를, 20대 여성은 조석 작가의 를 보고 있다. 30~40대 남성 직장인들은 윤태호 작가의 에 몰두하고 있다.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 MBC 은 가스파드, 기안 84, 무적핑크, 윤태호, 이말년, 주호민 등 6명의 작가가 유재석 박명수 등 멤버들과 함께 만든 작품을 6월 18일부터 한 달 넘게 내보냈다. 9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 대박을 터트린 이병헌 주연의 영화 이 눈길을 끈 데 이어 하정우, 차태현, 이정재, 김하늘, 김해숙, 오달수 등 초호화 멤버가 출연할 영화 에 대한 기대가 높다. 17.3%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 방송 내내 숱한 화제를 낳았던 드라마 이 시청자의 좋은 반응을 얻었고 뮤지컬 는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RPG(롤플레잉게임) 은 인기가 높다. 하일권 작가의 은 영국 영화제작사 페브러리 필름에 영화 판권이 판매됐고 캐러멜, 네온비 작가의 는 중국, 대만과 출판 계약을 체결했고 호랑 작가의 , 윌로우 작가의 등 수많은 작품이 미국 네티즌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을 관통하는 하나가 있다. 바로 웹툰이다. 하루 수십만 명이 보는 등 스마트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가 웹툰이다. 윤태호, 주호민, 기안84 등 인기 웹툰 작가들은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고 월 1억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 영화 부터 게임 까지 수많은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 게임의 원작이 웹툰이다. 을 비롯한 인기 웹툰 작품들이 속속 해외에 진출해 한류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이용이 급증하고 있는 스낵 컬처(Snack Culture)의 대표주자, 웹툰은 이제 마니아의 문화를 넘어 가장 강력한 대중문화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게임의 원천이자 한류 상승의 기폭제 역할까지 하고 있다. 웹툰이 대중문화의 강력한 먹거리인 동시에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웹툰을 알지 못하고서는 대중문화의 주요한 흐름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웹툰은 기존 만화가 인터넷으로 플랫폼을 이동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새로운 인터넷 문화 형식으로, 새로움을 찾는 한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에 의해 이미 그 효율성이 검증됐고 외국 이용자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1월호에 게재한 ‘모바일 TV와 웹콘텐츠, 새로운 시너지의 시대’라는 글을 통해 대중문화의 한 분야로 급부상하고 있는 웹툰의 성격을 설명했다. 10~20대 젊은 마니아의 문화로 치부되던 웹툰은 이제 30~40대 중년층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즐기는 대중문화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 웹툰 하루 이용자만 620만 명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웹툰 사이트 상위 5개사 누적 회원이 9590만 명에 이른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1명이 웹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500억원에 달하던 웹툰 시장(2차 부가가치 시장과 해외수출 포함)은 2015년 4200억 원을 돌파했다. 2016년 올해 웹툰 시장 규모는 584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2018년에는 880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자 급증과 영화, 드라마 등 부가 시장의 성장, 수출 증가 등으로 웹툰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인 웹툰은 이미지 파일 만화의 총칭으로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 등의 멀티미디어 효과를 동원해 제작한 인터넷 만화를 의미한다. 웹툰은 1990년대 후반 IMF로 출판 만화 시장이 침체하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출판 만화를 스캔해 올리는 형태로 출발했다. 이 시기에 개인 컴퓨터가 일반가정에 보급되면서 개인 홈페이지 제작이 인기를 끌었는데 개인 홈페이지에 짧은 에세이 형태의 만화를 연재하는 작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이 만화들이 각종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새로운 만화의 형태인 웹툰이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2003년 포털 다음의 ‘만화 속 세상’ 서비스가 시작되고 강풀의 가 연재되면서 이용자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긴 서사를 가진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이 쏟아지고 포털과 언론사, 전문 웹툰 사이트가 앞다퉈 웹툰 시장에 가세하면서 웹툰은 질적, 양적으로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2009년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웹툰은 또 한 번 도약을 하며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네이버 등 포털에서부터 카카오페이지 등 모바일, 통신사 사이트, 언론사 사이트, 레진코믹스를 비롯한 웹툰 전문사이트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수많은 웹툰을 게재하고 있다. 2015년 한해 기준 네이버 웹툰은 연재작품 159편, 완결작품 318편, 다음은 연재작품 99편, 완결작품 403편, KT(올레마켓)는 연재작품 52편, 완결작품 20편, 카카오 페이지는 연재작품 70편, 완결작품 1편, 레진코믹스는 연재작품 170편, 완결작품 80편에 달한다. 2015년 한 해 동안 윤태호 작가 등 전문작가 4661명이 5300여 편의 웹툰 작품을 포털, 전문사이트를 통해 쏟아냈다. 수만 명의 웹툰 아마추어 작가들도 개인 홈페이지나 포털 사이트에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웹툰은 독창적인 스토리와 형식, 장르로 눈길을 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짧은 시간 안에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이용자가 급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무엇보다 웹툰은 드라마, 영화, 웹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대중문화 분야의 원작으로 활용되는 원소스 멀티유스(OSMU) 콘텐츠로 각광을 받으며 대중문화 산업과 한류의 강력한 먹거리로 부상했다. 올해 들어 시청자와 만난 을 비롯한 수많은 드라마와 등 적지 않은 영화들이 웹툰을 원작으로 활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등 웹툰 작품들이 뮤지컬로, 연극으로, 게임으로, 웹드라마로 재탄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5년 발표한 보고서 ‘웹툰 산업 현황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레진 코믹스 등 웹툰 전문사이트에서 연재된 작품 중 판권이 팔린 작품은 73개 작품으로 이 중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무대에 올랐던 작품은 50개에 달했다. 또한, 다음 카카오에서 영상화하거나 예정된 작품은 40개에 달하고, 네이버 웹툰 중 영상화한 것은 17개, 영상화 예정 작품은 9개, 60개 작품이 영상화 판권 계약을 마친 상태다. 웹툰이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대중문화의 원작으로 활용이 급증한 것은 참신하고 독창적인 소재나 내용, 장르가 많은 데다 영상화하기 쉬운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백석예술대학교 영상디자인학부 김재호 교수는 “웹툰은 사건을 빠르고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디지털에 맞춤화된 현대인의 눈길을 쉽게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영상화 작업도 쉽게 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웹툰은 최근 한류 콘텐츠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네이버, 레진코믹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 소개된 웹툰 작품이 일본, 중국, 미국 등 해외에 진출해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하일권 작가의 이 영국 영화사에 판권이 판매되는 등 수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웹툰은 최근 들어 한류 킬러콘텐츠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웹툰은 이처럼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대중문화의 한 분야로서 진화를 거듭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문화산업 시장으로서의 잠재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 2016-08-1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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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국남 뉴컬처 키워드] 남자스타 ‘흥행 독식’ 왜?
- 38.8%라는 근래 보기 힘든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KBS 드라마 흥행 일등공신은 수많은 여성 시청자의 가슴을 설레게 한 남자 주연 송중기다. 올해 들어 한국영화 중 970만 관객을 동원하며 2016년 상반기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된 주연은 강동원 황정민, 두 남자 배우였다. 10년 넘게 방송되면서 예능 최강자로 군림하는 MBC 은 유재석 박명수 등 6명의 남자 멤버들이 이끌고 있다. 의 조승우와 의 김준수는 출연 작품마다 매회 티켓매진 기록을 수립하는 뮤지컬계의 최고 흥행 파워 스타다. 최근 들어 드라마, 영화, 예능, 뮤지컬에서 남자 스타 주도의 흥행이 대중문화의 강력한 트렌드로 떠올랐다. 최근 원톱 남자 주연 혹은 남-남 투톱 주연의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했지만, 여성 스타들이 주연으로 전면에 나선 작품들은 시청자와 관객의 외면을 받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남자 스타 전유물로 전락한 지 오래돼 여성 멤버들이 주축이 된 여성 예능 프로그램은 보기조차 힘들어졌다. 남자 스타의 티켓파워가 강력해 조승우나 김준수의 뮤지컬의 회당 출연료는 2000만~3000만원 선으로 여자 스타의 출연료를 압도한다. 영화계에선 근래 들어 남자 원톱 혹은 투톱 주연의 영화들이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1~3년 사이에 송강호가 주연으로 나선 을 비롯해 황정민의 , 최민식의 , 류승룡의 , 황정민 유아인의 등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남자 원톱 혹은 투톱 주연의 영화였다. 그리고 600만~9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 역시 마찬가지다. 황정민의 , 이병헌의 , 황정민 강동원의 , 송강호 이정재의 , 유아인 송강호의 , 하정우 한석규의 , 김수현의 등 모두 남자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다. 반면 여자 스타들이 전면에 나선 영화들은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다. 2014년 상영돼 866만 명이 관람한 손예진 주연의 , 86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심은경 주연의 등 극소수의 작품을 빼놓고는 최근 여자 주연을 내세운 영화들은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올해 들어서도 여자 주연으로 눈길을 끈 영화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 마지막 기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10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는 한효주와 천우희, 두 명의 여자 스타가 주연으로 전면에 나서 개봉 전 기대를 모았지만 5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흥행 참패를 맛봤다. CGV가 지난 1월 열린 ‘2016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발표한 관객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남자 스타 영화 흥행 파워 판도를 잘 보여준다. 흥행 파워를 의미하는 ‘믿고 보는 배우’를 묻는 조사에서 40.1%의 지지를 얻은 황정민이 1위를, 28.2%의 강동원이 2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송강호, 하정우, 최민식 유아인 이병헌 순이었고 10위 안에 포함된 여자 스타는 10위를 차지한 전지현이 유일했다. 전통적으로 여자 스타들의 흥행 파워가 강력하게 나타나는 드라마에서도 최근 들어 남자 스타들의 시청률 상승 주도력이 크게 상승했다. 시청률은 높지만 화제성에서 떨어지는 홈드라마를 주로 방송하는 일일드라마나 주말극의 경우, 여자 스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화제성과 신드롬 진원지 역할을 하는 주중 드라마나 미니시리즈, 사극에선 남자 스타들의 흥행 파워가 여자 스타들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20%대의 시청률을 돌파하며 화제가 됐던 SBS 는 남자 주연으로 나서 연기대상까지 거머쥔 주원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올해 들어 주중 드라마로 첫 20%를 기록한 SBS 미니시리즈 역시 남자 주연을 맡은 유승호가 흥행 일등공신이었다. 시청률 40%에 육박한 는 남자 주연 송중기가 인기 견인차였다. 시청자의 좋은 평가 속에 12~17%로 월화 드라마 시청률 1위로 지난 3월 22일 막을 내린 도 유아인 김명민 등 남자 주연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대하사극 역시 정통 드라마로 11~14%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데에는 타이틀롤을 맡은 송일국의 힘이 컸다. 3월 28일 시작된 KBS , MBC , SBS 등 세 방송사의 새 월화 드라마들도 각각 박신양, 강지환, 장근석 등 남자 스타를 전면에 내세워 시청자 눈길 잡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또한, 4월 20일부터 방송된 SBS 는 지성의 원맨쇼라고 할 만큼 원톱 주연 지성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4월 27일부터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KBS 드라마 역시 천정명 조재현 두 남자 주연의 활약이 눈에 띈다. 물론 주말극이나 일일극에선 여자 주연들의 활약이 여전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여성 주연의 전유물이라는 주말극과 일일극에서도 남자 주연의 흥행 파워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예능 프로그램 역시 남자 스타 천하다. MBC , KBS , tvN , jTBC 등 근래 들어 남자 멤버들이 활약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육아를 비롯한 관찰 예능, 쿡방과 먹방 프로그램들이 홍수를 이루면서 여자 예능 프로그램은 완전히 설 자리를 잃었다. 남자 예능 프로그램의 득세 속에 4월 8일부터 여성 예능을 표방하며 시청자와 만나는 KBS 는 시청률이 3~5%로 기대 이하 성적을 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MC도 남자 스타들이 독식하고 있다. KBS SBS jTBC 의 유재석, MBC SBS jTBC 의 김구라, KBS SBS jTBC 의 강호동을 비롯해 이경규 이휘재 전현무 김성주 등 남자 예능 스타들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의 MC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다. 반면 메인 MC로 나선 여자 예능 스타들은 만나기가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MBC 의 김성주, 의 성시경 유세윤 백지영, KBS 의 신동엽, SBS 의 이휘재 성시경, 의 전현무 등 백지영을 제외한 방송 3사 음악 예능의 MC들이 모두 남자 스타들이다. KBS 등 방송 3사 연예대상 수상자 판도는 남녀 예능 스타의 흥행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2년 1회 신동엽 부터 2015년 14회 이휘재까지 KBS 연예대상에서 여자 대상 수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MBC는 2000년 1회 박경림 이후 2015년 15회까지 여자 대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SBS는 2009년 3회 연예대상에서 유재석 이효리가 공동 수상한 이후 남자 스타들이 대상을 독차지했다. 최근 들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2000억원대(2015년 기준) 시장규모를 보이는 뮤지컬 분야에서도 남자 스타의 흥행 견인 트렌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월 1일부터 6월 5일까지 공연한 은 조승우 조정석 윤도현 변요한 등이 인기를 견인했고 이중 조승우는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우며 한국 최고 뮤지컬 흥행 스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등 출연작마다 흥행 대박을 터트린 김준수를 비롯해 홍광호, 한지상, 유준상, 정성화 등 남자 스타들이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며 뮤지컬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영화와 예능, 드라마, 뮤지컬 등 대중문화에서 남자 스타들이 대중문화 흥행을 이끄는 트렌드를 구축한 것은 대중문화의 주도적 소비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뮤지컬의 강력한 수용자인 젊은 여성 관객과 시청자가 주로 남자 스타의 작품들을 왕성하게 소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화나 예능프로그램, 드라마, 뮤지컬에 출연한 남자 스타들을 왕성하게 소비하고 강력한 팬덤을 보이는 젊은 여성들은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화제와 관심을 촉발하는 ‘홍보전령사’ 역할까지 해 남자 스타의 흥행 파워를 상승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투자자나 제작자, 방송사들이 여자 스타의 작품이나 프로그램은 외면하는 대신 경쟁적으로 남자 스타 위주의 작품을 쏟아내는 것도 대중문화의 남자 스타 흥행 독식을 부채질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씨는 “남자 스타들의 흥행 주도력이 높아지면서 남자 주연을 내세운 작품들은 장르, 내용, 소재면에서 새로운 것들이 많이 나오고 진화를 거듭해 시청자나 관객들이 선택의 폭이 많다. 이에 비해 여자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은 매우 적어 대중의 선택을 받을 기회가 별로 없을 뿐더러 작품의 스펙트럼도 좁아 대중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2016-06-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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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국남 뉴컬처 키워드] 대한민국 스타 시스템 잘 돌아가고 있나?
- 장동건, 현빈, 장근석, 송승헌, 이영애, 송혜교, 고현정, 전지현, 손예진, 이병헌 등은 드라마 회당 출연료로 5000만~2억 원을 받는 스타들이다. 김태희, 수지, 유재석, 이승기 등은 광고 한 편 출연하는 데 모델료로 10억 원 안팎을 받는 톱스타들이다. 김수현, 이민호는 중국 CF 한 편 출연료로 20억 원 정도를 받는 한류스타다. 송강호, 하정우 등은 영화 한 편 출연료로 6억~7억 원을 받는 스크린 스타다. 엑소는 지난해 10월 11일 서울 고척돔 하루 공연으로 티켓 수입 등 2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스타 아이돌그룹이다. 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스타화의 경로나 연예인으로 발탁되는 유형이 모두 다르다. 이병헌은 KBS 탤런트 공채를 통해 발굴된 스타이고 이영애는 연예기획사 백기획에 의해 발탁돼 스타가 됐다. 고현정은 미스코리아 대회 출전이 계기가 돼 방송사 연기자가 되면서 스타가 됐고 전지현은 정훈탁 싸이더스 대표가 잡지에 실린 사진을 보고 발굴해 스타로 부상했다. 이처럼 이들은 연예인 지망생에서 스타로 부상하기까지 과정은 각각 다르다. 이들이 스타가 되는 과정에 개입한 스타 시스템도 차이가 있다. 이병헌은 “나는 KBS 탤런트 공채가 없었으면 연예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KBS 공채로 연기를 처음 시작했고 이름이 알려져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고, 이영애를 발굴해 스타로 키운 백기획의 백남수 대표는 “잡지에 실린 이영애의 모습을 보자마자 스타 재목감임을 직감하고 영입했다. 연기 훈련부터 드라마 데뷔까지, 그리고 스타가 된 뒤로도 기획사가 관리했다”고 밝혔다. 이제 재능과 끼, 외모, 노력, 그리고 운이라는 변수에 의존해 우연히 스타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정교하게 체계화한 체제로 움직이는 스타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으면 스타는 탄생할 수 없는, 스타는 만들어지는 시대다. 수많은 스타 뒤에는 엄청난 투자와 장기간의 교육, 치밀한 데뷔 전략, 주도면밀한 이미지 조형, 막대한 홍보 마케팅이 자리한다. 스타 시스템은 스타와 시스템의 합성어로 신인이나 연예인 지망생 중 일부를 발탁해 연기자나 가수로 키워 스타로 부상시키는 시스템이다. 즉 스타의 생산, 거래, 활용, 관리, 소비의 전체적인 순환 메커니즘을 주관하는 체계를 스타 시스템이라고 한다. 저자 김호석 박사는 “스타 시스템은 신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을 최단 시간에 최대한 인기를 얻는 스타로 부상시켜 가장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체계”라고 설명한다. 문화산업 시장의 규모, 대중매체의 판도, 팬 층의 규모와 구성 분포 등에 따라 스타 시스템의 구조와 주체가 변해왔다. KBS, MBC 등 방송사가 연기자와 개그맨 등 연예인을 선발해 전속제를 실시하던 1960~1980년대까지는 방송사가 연기자를 발굴, 유통, 관리하며 스타 시스템의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당시 스타의 신변이나 스케줄 관리 등 부차적 업무를 수행했던 연예기획사와 매니저는 1990년대 방송사 연기자 공채가 사라지면서 신인을 발굴해 스타로 부상시키고 스타의 이윤창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스타 시스템의 핵심적인 주체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95년 가수 출신인 이수만 대표가 설립한 SM엔터테인먼트가 CAA(Creative Artist Agency) 등 미국 유명 스타 에이전시와 쟈니스(ジャニ-ズ )프로덕션을 비롯한 일본 프로덕션 등 스타를 양성하고 매니지먼트를 하는 선진 스타 시스템을 일부 도입하면서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이 안착하게 됐다. 이수만 SM 대표는 “미국에 유학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고 스타를 키우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한국에 돌아와서 체계화하고 전문화된 스타 시스템을 도입해 만든 것이 바로 SM엔터테인먼트”라고 SM 설립 배경을 말했다. SM 설립 이후 DSP미디어,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가수와 아이돌그룹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연예기획사가 속속 등장했다. 한편으로 영화배우, 탤런트 등 연기자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싸이더스, 에이스타스 등 연기자 전문 연예기획사도 지속해서 생겨났다. 2000년대 들어 한 연예인이 연기, 음악, 예능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이 일반화하면서 스타 시스템의 중추적 역할을 하던 연예기획사들도 가수와 연기자, 예능인 등 다양한 연예인을 양성하는 종합 연예기획사로 변모했다. 연예기획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드라마, 영화, 음반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명실상부한 스타 시스템의 핵심으로 완전하게 자리를 잡았다. SM, YG, FNC, JYP, 싸이더스, 키이스트, 나무엑터스, 웰메이드 예당, DSP미디어, BH엔터테인먼트,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등 중대형 연예기획사들이 한국 대중문화 판도를 주도하는 스타 시스템의 주역들이다.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는 “과거에는 영화사나 방송사가 신인을 발굴해 스타를 만드는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연예기획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스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연예기획사가 전문적인 스타 양성기관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며 “우리 대중문화계에서 톱스타로 활동하는 전지현, 김태희, 비, 이민호, 김수현, 수지, 엑소, 빅뱅, 소녀시대 등이 모두 연예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스타들인 것만 봐도 연예기획사의 위력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연예기획사들이 연예인 지망생을 발굴해 스타로 만드는 스타화 경로 역시 근래 들어 전문화하고 체계적으로 변모했다. 오디션, 길거리 캐스팅, 미인대회, 오디션 프로그램, 인터넷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연예인 지망생을 연습생으로 뽑은 뒤 2~6년 동안 연기, 댄스, 노래, 예능 개인기 등을 교육한다. 연습생 생활을 마친 뒤 TV, 광고, 영화, 콘서트, 뮤지컬 등을 통해 신인으로 데뷔시켜 연예인으로 대중에게 존재감을 알리고 인기를 얻는 사람을 스타로 키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노력, 시간이 투여된다. 연습생 생활을 마치고 방송무대를 통한 데뷔까지 비용은 엄청나다. 지난해 10월 보고서 ‘스타가 되기까지’를 발표한 흥국증권 최용재 연구원은 “5인 멤버의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는 데 약 1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5인이 2~3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보내는 데 5억 원 정도 들어가고, 사전 마케팅부터 KBS, MBC 등 지상파 3사 음악방송 활동까지 6주간의 데뷔 활동 기간에 소요되는 비용이 5억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연예기획사들은 신인을 스타로 키우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스타들의 위기 관리도 담당한다. 대중의 비난을 불러왔던 스캔들로 추락할 위기에 몰렸던 이병헌 등 수많은 스타가 연예기획사의 뛰어난 관리로 스타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이 중국,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 연예기획사를 통해 연예인으로 데뷔하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2PM의 닉쿤, 미쓰에이의 지아·페이,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엠버, 트와이스의 쯔위 등이 연예기획사 중심의 스타 시스템을 통해 교육받고 국내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이다. 최고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로 활동하다 탈퇴를 선언하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크리스, 루한, 타오도 SM엔터테이먼트에서 육성됐다. JYP엔터테인먼트 정욱 대표는 “스타를 육성하는 체계화된 한국 스타 시스템은 세계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도 이 정도는 아니다.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은 외국으로까지 수출되고 있는 한류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물론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 스타 시스템에도 문제는 적지 않다. ‘노예계약’으로 명명되는 연예기획사와 소속 연예인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 소속 연예인의 사생활과 인권침해, 미성년자 연예인의 학습권 미보장, 소속 연예인과 연습생에 대한 성폭행 등 일부 소속사 관계자의 범죄 등이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이 명실상부한 선진 스타 시스템으로 도약하기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들이다.
- 2016-01-2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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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공감]韓·美·日의 웃음코드...유재석-오브라이언-아리요시의 공통점
- 개그맨 유재석이 연일 화제다. 한동안 주춤하다 싶더니 종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호사가들을 분주하게 만든 데 이어 가요제라는 형식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공중파 방송사들이 자료 영상을 종편 채널에 제공 또는 판매하지 않는 것은 유재석을 빼앗긴 데 대한 복수’라는 다소 선정적인 내용의 기사가 눈에 띈다. 유재석이 대단한 능력자임은 익히 알았지만 거대 방송사들이 치졸한 복수극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영향력이 큰 줄은 미처 몰랐다. 글 김유준 프리랜서 dongbackproject@gmail.com 일본에서는 아리요시 히로이키(有吉弘行)라는 코미디언이 득세하고 있다. 어떤 이는 연수입이 5억 엔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10억 엔이 넘는다고 할 만큼 채널을 가리지 않고 맹활약 중이다. 개그 스타일은 유재석과 정반대다. 독설이 거침없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수갑을 찰 만한 성희롱도 서슴지 않는다. 미국의 코미디언이며 방송 진행자인 코넌 오브라이언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높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작가 출신으로 현상을 비트는 지적 유머가 장기로 알려져 있다. 유재석과 아리요시 히로이키, 그리고 코넌 오브라이언. 코미디 스타일은 제각각이지만 세 명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첫 번째는, 세 명 모두 한때 코미디언으로서 몹시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그 역경을 너끈히 뛰어넘었다. 유재석은 10년 넘게 무명이었다. 이따금씩 정보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를 잡았을 때는 선천적 방송 ‘울렁증’ 때문에 더듬거리기만 하다가 속절없이 마이크를 내려놓아야 했다. 라는 옛날 프로그램에서 에피소드들을 과장을 섞어가며 재미나게 풀어내지 못했다면, 아마도 우리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리요시 히로이키는 데뷔와 거의 동시에 스타덤에 올랐다. 여느 일본 코미디언들이 으레 그렇듯 데뷔 초창기에는 고생이 심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루간세키(猿岩石)’라는 이름으로 코믹 듀오를 이루고는 1996년부터 히치하이크로 세계 여행하는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때의 이야기를 쓴 책이 250만 부, 음반이 120만 매 판매됐다. 나중에 아리요시는 방송에 출연해 “믿거나 말거나 경제 효과 1조 엔”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후로는 지독한 내리막길이었다. 인기가 한 번 추락한 이후 7년 가깝게 섭외가 없었다. 아리요시는 “사루간세키 시절에 번 돈을 모두 까먹은 시점이 되고서야 슬슬 출연 섭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다시 찾아온 기회를 아리요시라는 똑똑한 코미디언은 두 번 다시 놓치지 않았다. 나라별 다른 코미디 스타일 코넌 오브라이언은 뒤늦게 위기를 맞이했다. 출발은 거짓말처럼 순조로웠다. 유명 코미디 프로그램 과 인기 애니메이션 등에서 방송작가로 활약하다가 소질을 인정받고 방송 진행자로 데뷔한 이후,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 하면 으레 떠오르는 늦은 밤의 토크 프로그램( )을 잇따라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다가 자신을 키워준 방송사 NBC로부터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다. 또 다른 코미디언인 제이 레노의 프로그램을 신설하며 의 방송 시간대를 맡기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NBC가 의 방송시각을 60년 만에 변경한 까닭은 단 하나, 시청률 때문이었다. 쇼를 맡은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와 같은 모욕을 당하고 오브라이언은 방송 하차를 결심했다. 계약 조건 때문에 한동안 방송 활동을 할 수 없었음에도 자존심을 꺾지 않았다. 오브라이언은 쇼를 그만두고 방송 대신 전국 투어를 선택했다. 성공적일 것 같지 않던 코미디 여행은 결국 대성공을 거뒀다. 트위터 같은 SNS가 홍보에 큰 몫을 담당해준 덕분이었다. 현재 오브라이언은 케이블 방송사 TBS에서 를 진행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두 번째 공통점은 그들이 현재 한미일 세 나라를 각각 대표하는 코미디언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 관해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세 번째는 그들이 현재 한미일 세 나라의 코미디 스타일을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글의 진짜 주제는 바로 이 세 번째 공통점에 관한 짧은 생각이다. 유재석은 점잖다. 코미디언이라면 한 번쯤 겪을 법한 스캔들을 단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 오히려 주위에 미담만 가득하다. 최근에만 해도, MBC의 에 방영돼 화제가 된 일본의 우토로 마을에 10년 전부터 몰래 기부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한 번 우리를 놀라게 했다. 방송 진행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동료 선·후배 코미디언들은 그가 “게스트들을 놀랍도록 배려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랫 세월 동안 ‘질 안 좋은 친구’처럼 코미디 뒤꽁무니를 쫓아다녔던 주먹질이나 성적 비하 발언은, 그의 프로그램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다. 여타 코미디언과 다르게 유재석은 우격다짐이나 욕설 한마디 없이 우리들을 웃긴다. 유재석은 보기 좋은 일만 하고 듣기 좋은 말만 하면서도 얼마든지 방송을 재미있게 이끌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희귀한 모범답안이다. 남자들에 관한 은밀한 주제를 거침없이 드러낸 같은 프로그램이 실패한 것은, 유재석의 그런 이미지와 동떨어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스튜디오 안에서의 얌전한 방송이 강호동에게 맞지 않는 것처럼,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며 패널이나 방청객의 치부를 드러내는 방송은 유재석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가 오랫 동안 인기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는 아마도 그가 만들어내는 ‘지저분하지 않은 웃음’이야말로 제대로 된 웃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거침없는 입담, 그러나 점잖다 일본인들은 딴판이다. 아리요시 히로이키가 그의 표현대로 ‘지옥에 떨어졌다가’ 다시금 인기를 얻게 된 계기는 ‘별명’이다. 동료 선·후배들에게 별명을 붙여주면서 인기가 급상승한 것이다. 코미디언이 지어낸 별명이 얌전해서야 인기를 끌기 어려울 터. 그의 입에서 작렬하는 별명은 상대의 얼굴이 벌게질 만큼 공격적이었고, 그래서 웃겼다. 심지어 아리요시는 일본 방송계의 원로 여성 진행자 구로야나기 데쓰코(黑柳徹子)에게 ‘똥할매’라는 놀라운 별명을 선사하기까지 했다. 이라는 토크 프로그램을 40년 가까이 진행해온 전설적 진행자의 면전에서 원초적인 욕지거리를 퍼부은 것이다. 모든 사람이 배꼽을 잡는 가운데 80세가 넘는 할머니만 웃지 못했다. 그렇다고 방송에서 대놓고 화낼 수도 없는 노릇. 할머니는 다만 “별명이 아니라 그냥 욕일 뿐”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다시 스타덤에 오른 뒤 아리요시의 거침없는 입담은 더욱 불을 뿜었다. 함께 진행하는 여성 아나운서에게 통통하다는 이유로 “돼지새끼”라고 욕을 퍼부었으며, 미모가 좀 떨어지는 아나운서에게 “얼굴은 못생겼는데 가슴은 크다”고 놀려댔다. 남자 연예들에게는 더 매서웠다. ‘쓰레기’ ‘똥’ ‘바보’ 같은 욕지거리가 입에서 떨어질 날이 없었다. 그럼에도 일본 시청자들은 그를 사랑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그의 코미디를 유심히 살폈다. 아닌 게 아니라 아리요시는 무척 재미있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질 만큼 폭언을 일삼지만 웃음을 선사하는 코미디언으로서의 임무도 잊지 않는다. 폭언을 들은 상대는 그냥 웃고 만다. 스스로의 설명처럼 아리요시는 영리하게도 “한계를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계와 우리의 그것은 판이하다. 아리요시가 일본에서의 잣대를 그대로 유지했다가는 우리나라 프로그램에서 입도 벙끗하지 못할 것이다. ‘구구이 비점이고 자자이 관주’라는 의 표현을 빌려 쓰면, 아리요시의 멘트는 ‘구구이 폭언이고 자자이 성희롱’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쨌든 웃긴다. 그래서 일본에서 인기가 많다.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웃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일본 시청자들은 ‘어쨌든 웃기면 된다’고, ‘웃기지 못하는 얌전한 코미디보다는 웃기는 욕지거리 코미디가 더 낫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를테면 웃음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랄까. 코미디는 언제나 사회현상이 주제 코넌 오브라이언이 선사하는 웃음은 한국과 일본의 코미디와 성격이 좀 다르다. 그의 코미디는 언제나 사회 현상이 주제다. 그것도 남녀 사이의 자잘한 연애나 동료 연예인들의 잡다한 경험담 따위가 아니라 제법 굵직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화제가 코미디의 소재가 된다. 그러므로 그의 코미디가 유재석이나 아리요시의 코미디보다 수준 높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지 않을까 싶다. 일상의 사소한 웃음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코미디의 핵심인 풍자가 부족하다고 단정 짓기도 어렵고, 신문 앞면에 날 법한 사회현상을 다룬다고 해서 풍자가 넘치리라 지레짐작하는 것도 성급하다. 분명한 것은 정치적, 사회적인 이유와 관습으로 우리와 일본 사람들에게 풍자가 제법 부족하다는 것, 그에 비해 미국인들은 ‘지적인 피해의식이 있는지’ 의심될 만큼 풍자에 집착한다는 것, 그리고 코넌 오브라이언이 사회현상을 꼬집고 비트는 풍자에 재능이 넘친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다트머스 대학 졸업식 연설은 그 진수라 할 만하다. 하버드 대학 출신인 오브라이언은 그 연설에서 자신의 지적 유머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현실을 비판함과 동시에 사회로 진출하는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고무했다. 그러면서 웃음을 선사했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인들이 추구하는 유머의 최고봉이었다. 우리에게는 웃음이 필요하다. 그 웃음을 선물하는 작업은 대우받아 마땅하다. 유재석과 아리요시와 오브라이언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그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한미일의 웃음 코드는 세 코미디언의 차이점만큼 크게 벌어져 있지만, 모두가 웃음을 원한다는 사실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다. 어떤 코미디가 더 수준 높은지 따지는 것은 나중 일이다.
- 2015-10-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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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의미 남기고 막내린 ‘꽃누나’
- ‘꽃보다 누나’가 진한 여운과 의미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그리고 이승기의 여행기를 담은 tvN 예능 ‘꽃보다 누나(이하 꽃누나)’가 지난 17일 종영했다. 지난해 11월 29일 첫 방송한 ‘꽃누나’는 에필로그를 제외한 본편 평균 시청률 9.0%(닐슨 코리아 제공, 유료플랫폼 기준), 최고 시청률 10.6%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동유럽 크로아티아로 떠난 이들의 여행기는 8부작으로 시청자와 만나며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안겼다. 특히, 그간 예능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희애와 이미연, 윤여정, 김자옥이 전면에 등장해 방송 전부터 이목을 집중시켰고, 결국 시청자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꽃누나’는 ‘꽃보다 할배’의 여배우 버전으로, 성공을 거둔 것은 실패를 거듭하던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 방향을 제시한 큰 의미를 담보한다. 그동안 KBS ‘1박2일’ ‘해피투게더’, MBC ‘나는 가수다’ 등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즌제를 하면서 성격, 포맷, 출연진 등에 대한 독창성과 신선감을 가미하지 않은 채 시즌제를 해 대부분 실패했다. 하지만 ‘꽃누나’는 출연진부터 기획 의도, 스토리텔링에 이르기까지 전작 ‘꽃보다 할배’와 차별화를 이뤄 성공을 거뒀다. 또한 예능의 사각지대인 중견 여배우들을 과감하게 전면에 내세워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진 스펙트럼을 확장한 것도 ‘꽃누나’가 거둔 성과 중 하나다.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 판도는 유재석, 강호동 등으로 대변되는 남성 스타에 의해 좌지우지됐다. 하지만 ‘꽃누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중견 여자 연기자를 내세워 성공을 거둠으로써 중견 여자 연예인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의 가능성을 높였다. 이 밖에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등 출연 연기자들 역시 이미지의 외연을 확장하고 대중성을 확보한 것도 ‘꽃누나’가 남긴 것 중 하나다. 나영석 PD는 2월 초 ‘꽃보다 할배’로 시청자와 다시 만날 예정이다.
- 2014-01-22 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