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 가슴이 설렌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봄꽃 소식에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는 없는 일. 따스한 봄바람 따라 꽃길을 거닐고, 자전거도 타며 봄꽃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두 발로 만나는 봄날의 향기는 두 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경기관광공사가 추천한 봄꽃 트레킹 코스를 따라 화려한 꽃 잔치가 열리는 경기도에서 싱그러운 봄을 만끽해보자.
■꽃향기 넘실거리는 ‘남양주여행’
‘걷기 길’ 열풍이 식을 줄을 모른다. 남양주시에도 한강나루길, 새소리명당길 등 총 13개의 길이 조성돼 있다. 그 중 가족, 연인들의 봄꽃 트레킹으로는 다산길 2코스가 제격이다. 능내삼거리에서 마재마을 연꽃단지를 거쳐 다산유적지까지 이어지는 2코스는 강물을 따라 조용한 숲길과 야트막한 산길, 마을길이 어우러져 있어 봄날의 정취를 즐기며 걷기에 좋다.
옛 나루터에 고즈넉이 떠있는 나룻배는 운치를 더해주고, 물결 위로 반짝이는 물비늘은 걷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강바람에 실린 꽃향기는 봄을 실감케 한다. 마을을 돌아 내려가면 다산지구공원에 닿는다. 강변을 따라 꽤 넓게 조성된 공원은 잔디광장과 실개울, 조망대, 산책로, 생태습지, 수생식물원 등의 시설이 있어 생태경관을 탐방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업적과 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다산유적지와 실학이야기 가득한 실학박물관도 꼭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다산길 2코스는 풍경이 뛰어나고 볼거리가 풍성해 도시락을 싸들고 여유롭게 걸어보는 것도 좋다. 남양주 여행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옛 추억을 고이 간직한 ‘능내역’을 추천한다. 능내역은 2008년 이후로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이다. 하지만, 기차가 멈추고 오히려 더 이름난 역이 되었다.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대합실은 ‘고향사진관’이란 이름의 전시실로 꾸며져 추억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빛바랜 사진과 나무 의자들은 잔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옛 철길을 따라 다산길(1코스)과 자전거도로가 놓이면서 열차카페와 간이식당, 자전거 대여소가 들어섰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꽃향기를 맡으며 실컷 달려보는 것도 좋다.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걷는 ‘수원여행’
해마다 4월 중순이면 수원의 경기도청에서 ‘경기도민 한마음 벚꽃축제’가 열린다. 40년생 아름드리 벚나무 200여 그루가 피워낸 하얀 벚꽃은 하늘을 덮고 산들산들 봄바람이 지날 때면 반짝이는 꽃비를 내린다. 도청 정문 주위와 우회도로를 따라 도청 후문에 이르는 팔달산로에서 화사한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오른편 팔달산공원을 거쳐 화성행궁 방향으로 내려온 후 화서공원에 이르는 팔달산길은 벚꽃은 물론 진달래와 개나리가 한데 어우러진 봄나들이 최적의 꽃길이다.
경기도는 행사기간 동안 도청을 개방해 주요 도정을 홍보하며 주요행사의 홍보 부스를 선보인다. 우수농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벚꽃길 나눔장터’는 벚꽃축제를 찾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수원여행에서 ‘화성행궁’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벚꽃축제의 낭만을 가까운 화성행궁에서 이어가는 것도 좋다. 행궁은 왕의 지방행차 시 머물던 임시처소다. 화성행궁은 개혁군주 정조가 세우고 12년간 13차례에 걸쳐 정기적으로 원행했으며 경복궁의 부궁이라 불릴 만큼 규모나 기능면에서 단연 으뜸이다. ‘대장금’, ‘이산’ 등 사극 드라마의 세트장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정문인 신풍루에서는 4월5일 상설 한마당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무예24기 공연과 장용영 수위의식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평화누리 자전거길 ‘DMZ 자전거 투어’
출발 신호와 함께 임진각 아래 통문이 열리고 300여대의 자전거가 일제히 임진강변 군 순찰로로 접어든다. 이어지는 철책과 초소 사이에서 다소 긴장된 얼굴이 통일대교에 접어들면서 상쾌한 봄바람에 부드러워진다.
DMZ 자전거 투어는 임진각을 출발해 민통선을 넘어 통일대교, 통일촌 입구, 초평도에서 임진각으로 돌아오는 17.2㎞구간에서 진행된다. 올해부터는 군부대의 협조로 약 2㎞ 코스가 더해져 초평도 인근의 중간 휴식 장소에서는 간식을 즐기며 수려한 임진강의 풍경을 감상하고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느낌을 가족에게 엽서로 전하는 이벤트가 준비된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11월까지 매월 넷째 주 일요일에 DMZ 자전거 투어를 개최하며 4월에만 13일과 27일 2회에 걸쳐 진행한다. 경기관광공사의 임진각 평화누리 홈페이지를 통해 반드시 사전 예약해야 한다.
자전거 투어를 마쳤다면 냉전의 유산 ‘오두산 통일 전망대’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남북분단의 현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서부전선의 최북단으로 남과 북이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2㎞ 거리에 대치해 있다. 전망실에서는 개성의 송악산이 보이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모습도 볼 수 있다. 1층의 개성공단 홍보관에는 남과 북이 힘을 합해 생산한 양말, 시계, 신발, 화장품이 전시돼 있고 기획전시실에는 통일·안보와 관련된 테마 사진전이나 특별전이 열린다.
탄현면 헤이리마을길에 위치한 ‘못난이유원지’는 헤이리 예술마을의 다양한 테마공간 중 특이하게도 못난이 삼형제를 중심으로 옛 소품들을 전시한다. 못난이 상회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울보 못난이 인형과 불량식품을 팔고 못난이 식당에서는 추억의 도시락을 맛보는 등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 좋은 곳이다. 유원지 내의 옛날물건 박물관에는 마당에 있던 수도펌프, 오래된 잡지 등 소소한 소품들을 전시한다.
경기일보 박준상기자 parkjs@kyeonggi.com
사진ㆍ자료 제공=경기관광공사
한국전쟁 고아 출신으로 암과 투쟁하며 40년간 고아들을 대상으로 실천해 온 음악 재능기부 봉사의 끈을 이어가는 이가 있어 화제다.
동두천시 소요동(안흥동) 야산의 무허가 오두막집에서 홀로 생활하는 우학재(71) 할아버지가 그 주인공.
우씨는 8살 때인 1951년 1·4후퇴 때 고향인 개성을 떠나 임진강을 넘으면서 부모와 형제를 모두 잃고 동두천에 소재한안흥보육원에 맡겨졌다.
공민학교 5년과 지금의 신흥 중·고교를 다니며 틈틈이 배운 노래와 기타 등 다양한 악기 연주는 서글픈 인생역정의 외로움을 달래는 친구였다. 고교 졸업 후 보육원을 떠나 양계장 막일 등 힘든 일도 모두 경험했다.
그의 본격적인 음악 재능기부의 삶은 1973년 자신을 키워준 안흥보육원에 복지사(생활지도자)로 근무하면서부터.
그는 당시 23명의 보육원생으로 구성된 안흥어린이합창단을 창단했다.
자신이 갈고 닦은 음악적 지식을 통해 원생들이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데 작은 등불이라도 되고 싶다는 의미에서였다.
1978년부터 1994년까지 자신이 직접 지휘봉을 잡은 미2사단 내 어린이합창단, 한ㆍ미연합합창단, 흙인찬양단 창단의 주역도 그다.
그는 “노인복지시설과 군부대 위문 등 당시 어린이합창단의 활동은 대단한 인기였다”고 회고했다.
1980년부터 1991년까지 이어진 노숙자보호시설인 광해원과 혜성보육원의 원생들을 위한 노래 및 악기지도 역시 그의 몫이었다.
1985년부터는 주경야독 늦깍이 공부를 통해 전공한 성악을 통해 보영학교에서 음악강사로 봉사하고 있다.
주민들을 위한 소요동 주민자치센터 기타교실과 2013년 자신이 창단한 소향중창단의 지휘활동은 최근 눈물을 머금고 중단한 상태다. 2010년 직장암3기를 선고 받은 후 건강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주1~ 2회 찾는 애신보육원과 행복꿈터 원생들에게 지도하는 꿈나무들을 위한 핸드벨,키타,오카리나, 우클렐레 등의 악기교육 봉사만은 손을 놓치 못하고 있다.
“몸은 피곤하지만 정서적으로 항상 불안한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바르게 크길 바라는 간절함 때문이다”며 “KBS 이산가족 찾기로 만난 누나를 통해 실제 나이가 43년생이란 사실을 알게됐다”는 그는 70세가 넘도록 결혼도 하지 못한 모테 솔로다.
“더 낮아지고 더 가난해져야 된다는 브라질 선교사의 말을 돼새기며 힘이 있는 한 재능나눔을 계속하겠다”는 그는 진정한 봉사로 신의 은총에 보답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경기일보 송진의기자 sju0418@kyeonggi.com
남북이 3년4개월만에 시행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참가자들은 오랫동안 그려왔던 혈육을 만나 그동안의 그리움을 눈물로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이산가족들의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상봉의 정례화 추진이 제기되고 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1차 대상자 82명과 동반가족 58명 등 140명은 20일 금강산호텔에서 북측의 가족 178명과 재회했다.
북측 가족들 가운데 지난 1972년 12월 서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된 오대양61호 선원 박양수(56)씨와 1974년 2월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납북된 수원 33호 선원 최영철(59) 수원33호 선원 최영철(59)씨 등 전후 납북자 2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40여년만에 만나 “행님아”“막내야”를 외치며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이영실(88) 씨는 치매가 심해진 탓에 북쪽의 둘째 딸 명숙(67)씨와 동생 정실(85)씨를 알아보지 못해 안타까움을 샀다.
고령에 따른 건강 악화도 절박함을 막지는 못했다. 거동이 불편한 김섬경(91)씨와 홍신자(84)씨는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는 상봉 의지로 구급차를 타고 상봉장을 찾았다. 정부 관계자는 “두 분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의료진 및 가족들과 협의 끝에 내일 21일 오전 개별상봉을 마친 뒤 조기 귀환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봉자들은 북측 혈육을 위해 선물을 마련했다. 1인당 30㎏으로 제한된 가운데 가장 많이 챙겨간 선물로는 ‘초코파이’가 꼽혔다. 이 밖에 선물 꾸러미에는 오리털 파카와 털옷 등 방한용 옷과 영양제, 진통제 등 의약품 및 화장품, 칫솔 등 생필품도 담겨 있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번 상봉을 계기로 행사를 정례화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0일 “지난해 추석 당시 이산가족 상봉 명단에 있던 분들 가운데 14분이 돌아가셨다”며 “이산가족 상봉은 시간을 다투는 문제”라고 밝혔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되고 참여정부 때 금강산에 건설해놓은 상설면회소가 하루빨리 가동되면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말했다. 이에 북측 이산 추가 상봉에 적극성을 부여 우리 정부가 쌀·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
한편 이산가족들은 21일 이틀째 만남을 통해 못다한 말을 나눌 예정이다. 이들은 금강산에서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단체상봉 등 3차례에 걸쳐 2시간씩 모두 6시간을 함께한다. 상봉 대상자는 오전 9시 외금강호텔에서 개별상봉을 한 뒤 금강산호텔에서 정오에 단체 식사를 하고, 오후 4시에는 단체상봉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