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만 해도 도배기능사는 공로에 비해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이었다. 현재는 기술직으로서 세대 불문 인기가 많다. 이는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력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건축 관련 기술 직업 중 가장 대중적인 도배기능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도배기능사는 도배공 또는 도배사라고도 하며, 도배 일을 수행한다. 도배는 건축물의 내부 마무리 공정 중 하나를 말한다. 종이, 천, 플라스틱 재질의 도배지를 건축구조물의 천장, 벽, 바닥, 창호 등에 부착하는 일을 한다. 자, 칼, 솔 등의 공구와 풀, 본드 등 접착제를 사용한다.
도배기능사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 자’다. 건축공정의 효율성을 기하고 전문적인 도배 기술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제정했다. 1974년 도배기능사 2급으로 신설되어 1999년 도배기능사로 개정됐다.
도배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주택, 사무실까지 사람이 사용하는 모든 건물에 필요하다. 최근 신축 아파트 공사가 많이 이뤄지고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로 도배기능사의 전망은 밝다. 중장년층에게 특히 추천하는 이유는 정년이 없으면서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자격증 합격률
도배기능사 시험은 1년에 3회 실시된다. 필기시험은 없고 실기시험만 본다. 나이, 경력에 상관없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자격증 취득에 많이 도전한다.
실기시험은 도배 작업 수행 능력을 보며, 3시간 20분 동안 진행된다. 실기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받으면 합격이다. 시험은 크게 네 가지 작업을 잘 수행하는지 평가한다. △일반도배지 및 특수도배지 바탕 처리 △각종 도배지 재단 △보수, 밀착 초배 등 각종 초배 작업 △천장, 벽면, 창문 주위 바르기 등 정배 작업이다. 작업이 끝난 후 청소까지 해야 시험이 마무리된다.
시험 응시자는 매년 늘어나지만 합격률은 떨어지고 있다. 2017년까지는 합격률이 50%를 넘었다. 2018년에는 48.5%로 떨어졌고, 2020년에는 36.5%까지 급감했다. 지난해 합격률은 38.8%였다. 응시자는 4182명이었으나 합격자는 1624명으로 집계됐다.
합격률이 낮은 첫 번째 이유는 긴 시험 시간이다. 3시간 20분은 작업을 완성하기에 빠듯한 시간이며, 계속 힘을 쓰기 때문에 체력에 부친다는 것이 수험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결과물을 완성하지 못하면 현장에서 가차 없이 실격된다.
두 번째 이유는 깐깐한 평가 기준이다. 결과물을 완성했더라도 화재감지기·스위치·콘센트·전등 덮개의 일부가 제자리에 부착되어 있지 않은 경우, 작업 요소가 누락되거나 치수 오차가 발생한 경우 실격되기 때문에 주의를 기해야 한다. 만만하게 봤다가는 시험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습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보통 수험생들은 도배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에서 2~3개월의 양성과정을 수료한 뒤 시험에 응시한다. 요즘은 여성 도배기능사도 많아지는 추세다. 직업 특성상 섬세함과 꼼꼼함이 필요하고, 미적 감각을 발휘하면 업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돕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양성 교육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자신이 사는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교육과정을 잘 알아보고 수업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억대 연봉? 일하기 나름
중장년에게 도배기능사를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년이 없는 기술직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교육기관이나 학원을 보면 은퇴 이후 제2의 직업으로 도배기능사를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20·30대와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비율이 50:50으로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도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대부분 프리랜서로 일한다. 전문 건설업체나 하도급자의 의뢰를 받아 작업을 수행한다. 자격증이 있으면 건축도장기능사, 방수기능사와 같이 현장관리인 자격도 받을 수 있다. 건설·건축 업계에서 일하는 중장년층이 많기 때문에 자격증 취득 시 유리하다. 실제로 현장관리인 자격증을 위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도 자격증을 따는 추세다.
도배기능사가 인기가 많아진 가장 큰 이유는 벌이가 괜찮다는 여론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도배 일을 시작해 억대 연봉가가 된 사람들의 사연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하기 나름이라는 입장이다.
초보의 일당은 평균적으로 6만~7만 원으로 알려졌다. 2년 이상 하면 준기공으로 인정받고 일당 17만~2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5년 이상 일하면 기공으로 불리며, 일당은 평균적으로 23만 원이다. 한 달에 20일 일한다고 했을 때 460만 원 정도 벌 수 있다.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직업으로 사계절 내내 수요가 있는 편이다.
도배는 보통 3~4명이 함께 작업하는데 기공이 되면 혼자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경력이 쌓이면 지물포를 창업해 운영할 수도 있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즉 도배기능사는 적성에 맞아 오래 일할 자신이 있다면 수익도 보장되는 직업이다.
한 건설학원 관계자는 “도배기능사는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기쁨이 큰 직업이다. 도배가 깔끔하게 되고 의뢰자가 만족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정년이 없어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40·50대도 늦은 나이라는 부담을 갖지 말고 시작하면 좋다고 생각한다”고 조언을 전했다.
“니들 맘대로 사세요”
2030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광고에 등장한 배우 윤여정은 특유의 시원한 어투로 말을 던진다. 2030 여성 쇼핑 광고에 시니어 모델인 윤여정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화려한 꽃무늬 카디건을 즐겨 입고, 고소한 흑임자 디저트를 즐긴다. 가방에는 고운 색의 전통 매듭 키링이 달려 있고, 손에 들린 스마트폰 케이스에는 할머니집 장롱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개 봉황이 반짝인다. ‘할메니얼’이라 불리는 2030이다.
할머니 취향 즐기는 ‘할메니얼’
‘할메니얼’은 할머니를 뜻하는 사투리 ‘할매’와 1982년부터 2000년생을 뜻하는 ‘밀레니얼’의 합성어다. 흑임자·인절미·쑥 등 할머니 입맛을 선호하고, 펑퍼짐한 꽃무늬 스커트나 엉덩이를 덮는 카디건을 즐겨 입는 등 할머니의 취향을 즐기는 밀레니얼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도 할머니를 의미하는 ‘그래니’(Granny)와 멋과 우아함을 뜻하는 ‘시크’(Chic)를 결합한 ‘그래니 시크’, 할머니(Grandmother)와 밀레니얼의 합성어 ‘그랜드 밀레니얼’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옛것을 세련되게 즐기는 밀레니얼의 부상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에 따르면 2021년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 1~10위 중 9개가 전통 간식이었다. 70만 개 이상 판매된 1위 제품은 달고나였다. ‘발효 보리건빵’, ‘달콤바삭 누룽지 과자’가 뒤를 이었다. 그 외에도 오란다, 연근부각, 두부스낵, 꿀약과 등이 순위에 들었다.
밀레니얼의 최근 관심사는 ‘건강’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대는 단백질이 들어갔거나 칼로리가 낮은 과자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운동 관련 산업도 함께 커질 정도로 밀레니얼은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팥, 인절미, 흑임자, 쑥은 왠지 건강할 것 같은 이미지의 식재료다. 밀레니얼에게는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맛이라는 경험을 선사한다. 할머니가 즐겨 먹던 간식이 ‘힙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재미와 개성을 추구하는 밀레니얼에게 인기를 끌게 된 셈이다.
음식뿐 아니라 ‘할머니 패션’도 유행이다. 알록달록한 색상과 펑퍼짐한 라인이 특징으로 B급 감성을 표방한다. SNS에는 ‘그래니룩’(Granny Look), ‘할미룩’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이 인기다.
10~20대에게 인기 있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해 1~3월 3개월간 롱스커트, 카디건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각각 270%, 1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라인과 주름치마 등 과거 유행하던 제품이 많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 매듭 공예품, 전통 무늬 스마트폰 케이스 등도 인기가 높아졌다. 인테리어 업계에서도 화려한 플라워 패턴 벽지 등이 유행하는 등 할메니얼 열풍은 음식, 패션을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할메니얼 열풍에 시니어 모델 인기
배우 윤여정은 지그재그 광고 티저에서 “(광고) 잘못 들어온 거 아니니?”라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13초짜리 이 티저 영상은 이틀 만에 100만 뷰를 돌파했다. 본편 광고인 ‘니들 맘대로 사세요’ 편의 조회수는 470만 회를 넘어섰다.
MZ세대 패션 앱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이번 지그재그 광고 모델 인지도는 93%로 매우 높았으며, 모델을 통해 플랫폼의 이미지가 ‘매우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답변 비율은 41%에 달했다. ‘매우 구입 의향이 생김’이라는 답변도 33%로 패션 플랫폼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윤여정 배우가 등장한 광고는 2021년 4월에 선보였는데, 이달 전체 거래액은 지난해보다 58% 상승했으며, 론칭 이래 최고 일간 사용자 수와 일 거래액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70대 시니어 모델이 2030 쇼핑 광고 모델로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가 던지는 ‘패션이든 인생이든 왔다 갔다 하며 답을 찾는 것’이라는 메시지에 소비자가 공감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좋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이렇게 할메니얼 열풍에 힘입어 2030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시니어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농심켈로그는 ‘첵스 팥맛’을 신 메뉴로 출시하면서 64년 차 배우 김영옥이 힙합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광고를 함께 선보였다. 던킨도너츠는 흑임자 꽈배기와 인절미 라떼 등의 제품을 내놓으며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를 모델로 선정했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배민 오더’ 광고에는 배우 문숙이 등장하고, 리더스코스메틱의 바이럴 영상에는 배우 강부자가 나온다.
밀레니얼은 ‘시원하고 스타일리시한’ 할머니들의 멋을 새롭고 재미있는 대상으로 인식하며 하나의 취향으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멘토로 삼기도 한다. 푸근하고 정감 있는 ‘세련된’ 할머니가 트렌드로 거듭나는 이유다.
최근 몇 년간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발행한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를 보면, 중장년층 여성이 많이 취득한 자격증 2위에 ‘건축도장기능사’가 등장한다. 생소하게 느껴지는 건축도장기능사는 페인트공을 말한다. 이번 시니어 잡에서는 건설·건축 관련 기술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건축도장기능사를 소개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에 따르면, 50대 이상이 취득한 국가기술자격증 상위 5개 종목 중 4개가 건설·건축 관련 자격증이다. 건축도장기능사, 방수기능사, 지게차운전기능사, 굴삭기운전기능사다.
이 가운데 건축도장기능사는 건설·건축 현장에서 붓, 롤러 브러시 등의 도장기기와 설비를 사용해 페인트 및 유사 재료를 건물의 외부와 내부 표면, 장식물에 칠해 건물과 장식물을 보호하고 장식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따라서 건축도장기능사는 도면에 대한 이해와 도안을 해석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도료의 조색 감각과 페인팅 기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한 직무다.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도장공으로 취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종합건설회사뿐만 아니라 건축설비, 개발사업, 인테리어 등 건설·건축에 필요한 도장 업무를 맡는다. 작업의 특성상 일정한 회사에 상용직으로 고용되지 않고 전문 건설 업체나 하도급자의 의뢰에 따라 작업을 수행한다.
또한 건축도장기능사를 취득하면 건설경력수첩을 발급받아 현장관리인으로 활동이 가능하고, 건설업 면허 발급도 가능하다. 2018년 개정된 건축법에 따르면 건설업자에게 도급을 하지 않고 시공을 하는 모든 건축공사에서는 건설기술자 1명을 현장관리인으로 필수로 지정하게 되어 있다. 이 현장관리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중장년층에게 이점으로 작용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6시간 실기시험 쉽지 않아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은 연령·성별 등에 제한이 없고, 실기시험만 본다는 점에서 중장년층에게 선호도가 높다. 현장 경험이 없어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자격증을 취득하는 여성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생각만큼 취득이 쉬운 자격증은 아니라고 한다. 지난해 기준 자격증 시험 응시자는 3만 4308명이었는데, 합격자는 1만 8907명이었다. 합격률은 55.1%에 불과했다. 시험 시간이 6시간에 달해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실기시험은 1년에 4번 실시되며,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받으면 합격이다. 실기시험은 도면(가로 60cm×세로 90cm)에 맞는 구조물에 지급되는 재료를 가지고 주어진 과제대로 페인트칠을 해 완성품을 만드는 것이다. 시험 자체가 어렵지는 않지만 실수를 유발하는 요인이 많다.
시험 과제는 수성 페인트, 유성 페인트, 문자, 도형, 그라데이션, 총 5가지 항목이다. 색상을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수성 페인트와 유성 페인트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실수를 범하기 쉽다. 또한 치수를 잘못 긋거나 도형 및 문자를 잘못 쓰면 시험에서 떨어진다.
주의해야 할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건축도장기능사 실기시험을 볼 때 준비물을 지참해야 하는데, 무려 총 18가지에 이른다. 붓부터 시작해 헤어 드라이어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수량도 정해져 있다. 준비물을 제대로 파악하고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을 당부한다.
이처럼 시험 과목과 용어가 전문성을 요구하고, 준비물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지자체 교육이나 전문 학원을 다니며 실기 연습을 여러 번 해보고 방법과 순서를 몸에 익히는 과정이 중요하다.
은퇴 후 취업 진짜 가능할까?
중장년층에게 건축도장기능사가 인기 있는 이유는 건설·건축업에서는 연령에 상관없이 구인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은퇴 후 건설·건축업에서 일하는 중장년이 많다. 더불어 구인 공고를 보면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하기 때문에 자격증 취득 열기도 뜨거운 편이다.
건축도장기능사를 취득해 페인트공으로 일할 경우 평균 월급은 25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조금 다르다. 일당은 15만~25만 원에 불과하며 일의 연속성이 없어 250만 원 벌이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250만 원의 월급은 최소 2년 이상 경력자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는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이 과연 실효성이 있냐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한다는 뜻은 경력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경력이 하나도 없는데 60대에 은퇴 후 자격증을 취득해 도장공으로 새 출발을 한다고 하면? 선호하는 회사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존재한다. 사실 건축도장기능사를 취득하는 사람 중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 그들이 자격증을 취득하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F4 비자 발급이 가능하다. 실기시험만 보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로, 실제 학원이나 시험장에는 외국인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은 어떤 중장년이 취득하면 좋을까. 이전에 건설·건축 관련 경력이 있어 자격증 취득으로 역량을 키우려는 사람에게 가장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장공 사업이나 페인트 상회, 실내 건축공 사업 면허를 내고 건설업을 창업하려는 경우도 이점이 된다.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장관리인을 희망하는 경우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좋겠다.
다만 경력자가 자격증을 취득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오히려 시험에서 떨어지고 자격증 취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신의 몸에 습득된 방법이 있기 때문에 시험의 규칙을 따르기 어려워하는 것. 때문에 경력자라 하더라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를 추천한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윤영미(60). 그녀의 제주도 집 이름은 ‘무모한 집’이다. 직접 작명했다는 윤영미는 “제 인생을 돌이켜보니 저는 굉장히 무모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무모하다’는 꼭 부정적인 말은 아니다. 누군가의 무모한 도전과 열정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기도 한다.
윤영미 역시 무모한 성격 덕에 아나운서가 됐고, 더 나아가 ‘여성 최초’라는 이름 아래 여러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윤영미의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도전은 60대에 접어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윤영미에게 아나운서는 오랜 꿈이었다. 초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우연히 방송반 아나운서를 맡은 그녀는 진행의 매력에 푹 빠졌고, 아나운서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예 아나운서 명찰을 달고 다니던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녀를 ‘윤영미 아나운서’라고 불렀다.
윤영미는 반드시 아나운서가 되어야만 했다. 목표를 정한 그녀의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없었다. 방법이 없다면 찾아서 만들면 되는 것이다. 윤영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청량리역 역장을 찾아가 “왜 여자는 방송을 안 하냐”고 물으며 방송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한 달여 동안 안내 방송을 한 그녀는 ‘최초의 지하철 방송 여자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윤영미는 대학 졸업 후 춘천MBC 사장에게 직접 편지를 썼다. 당시 춘천MBC에는 공채 제도가 없었는데, 아나운서 시험을 볼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패기 덕에 윤영미는 1985년 춘천MBC 아나운서가 되면서 꿈을 이뤘다. 이어 그녀는 1991년 SBS 개국 당시 경력직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SBS 입사 후에도 ‘최초의 여성 프로야구 캐스터’, ‘최초의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를 갖게 됐다.
“제가 워낙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는데 방법을 알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잖아요. 저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 걸 직접 해보고, 뭐라도 시도해보려는 편이에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이기도 했고요. 저희 어머니도 늘 ‘안 되면 끝까지 해봐라. 분명히 길이 보인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그런 말들이 많은 힘이 된 것 같아요.”
이런 아나운서 처음이라고?
춘천을 벗어나 SBS라는 큰물로 옮겨가니 고충이 따랐다. 윤영미는 “SBS에 들어가서 한 3년 동안은 TV 방송을 못 했다. 제 자리가 없었던 거다”라면서 “당시 아나운서 중에 순위를 매기자면 저는 거의 꼴찌였다”라고 말했다. 쟁쟁한 아나운서들 사이에서 위기의식을 크게 느낀 윤영미. 그녀의 성격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윤영미가 찾은 돌파구는 ‘야구’였다. 당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자 캐스터가 없던 시절이었다. 윤영미는 자신이 길을 개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야구를 좋아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야구의 ‘야’자도 몰랐기에 그녀는 공부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당시에는 야구에 미쳐 살았던 것 같아요. 매일 근무 끝나면 야구장에 가서 야구를 봤어요. 당시에는 신문밖에 없으니까 스포츠신문을 탐독하고, 야구 중계를 켜놓고 따라 하면서 중계 연습을 했죠. 1년 동안 고시 공부하듯 공부했더니 야구가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당시 아나운서 국장이었던 이계진은 윤영미의 노력을 가상하게 여겨 캐스터 오디션 기회를 줬다. 윤영미는 당당히 합격하며 마침내 ‘여성 최초 야구 캐스터’가 됐다. 그렇게 그녀는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야구 캐스터로 활약하며 이름도 널리 알렸다. 지금도 그녀는 1994년 4월 7일 광주 첫 중계부터 한국시리즈 중계 등 영광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후 2000년대 윤영미는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추석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녀는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 무대를 선보였다. 아나운서라는 고정관념을 깬 혼신의 무대는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후 윤영미는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이 됐다. 신신애와 이박사 성대모사는 물론 시원한 입담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최초의 아나테이너 탄생이었다.
“당시 ‘엽기 아나운서’라고 주목받았는데, 요즘 같았으면 짤이 엄청 돌아다녔을 거예요.(웃음) 그런데 사실 아나운서실에서는 품위가 떨어진다면서 별로 안 좋아했어요. 저는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도, 인지도가 높은 아나운서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미지 실추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고, 이왕 할 거면 어설프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즐겼을 뿐이에요. 시청자분들도 처음에는 제 모습을 낯설게 느끼다가 아나운서도 저렇게 할 수 있구나라고 받아들이신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때 아나테이너라는 말이 처음 나온 거죠.”
윤영미는 50대 진입을 앞두고 또 한 번의 도전을 했다. 2010년 12월 SBS를 퇴사하고 프리랜서를 선언한 것. 그 이유에 대해 그녀는 “방송국에서는 50세가 되면 방송 진행보다 교육 등 다른 것을 하기를 원한다.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다. 저는 필드에 계속 있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아나운서로 빛나는 윤영미. 그녀가 생각하는 아나운서로서 자신의 강점은 무엇일까.
“저는 특별히 비주얼적으로 뛰어난 것도, 대단한 특기를 가진 것도 아니에요. 제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건 성실성밖에 없는 것 같아요. 누구나 다 성실하겠지만 저는 굉장히 프로의식이 강해서 평생 지각, 결석을 해본 적이 없어요. 천재지변이 있을 때는 아침 방송에 늦을까봐 전날 출근해 책상에서 잔 적도 있고요. 항상 미리 가서 준비하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 믿음을 준 것 같아요.”
제주도, 그리고 가족
윤영미는 프리랜서가 된 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종편 채널은 물론 홈쇼핑 채널에도 출연하고, 강연도 하고, 책도 쓴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늘 가슴에 품고 있다. 현재 그녀는 제주도를 오가면서 살고 있다. 책을 쓰기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가 제주도의 매력에 이끌려 정착하게 됐다.
제주도 살이를 한 지 벌써 3년째. 윤영미는 올해 종달리로 이사했다. 그 집이 바로 ‘무모한 집’이다. 그녀는 유튜브 채널 ‘윤영미의 무모한 집’도 운영한다. 이사를 하고 수리·인테리어 과정을 거쳐 집이 재탄생하는 전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의 전통 양식을 살리면서 모던함을 가미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돌 부엌과 돌 인덕션, 찻장 등 윤영미의 감각이 녹아들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저는 방송이 있기 때문에 서울을 왔다 갔다 해요. 그래도 한 달에 반은 제주도에서 사는 것 같아요. 남편은 제주도에 계속 있고요. 제주도 집에 있다 보면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이 행복해요. 평생 생각만 하고 못 해봤던 일을 짧게나마 실현한 것 같아서 또 다른 꿈을 이룬 듯한 느낌이 들고 뿌듯해요.”
그런데 무모한 집은 정확히 말하면 윤영미가 산 집이 아니다. 6년 반 동안 장기 렌털한 집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 집도 아닌데 대대적인 수리를 하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윤영미 역시 생각보다 많은 돈을 썼지만 후회는 없다. 그녀는 “저는 남들과 다르다. 내가 행복한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에 살던 제주도 집은 ‘체리집’이었어요. 벚꽃(체리 블러섬)이 굉장히 아름다운 집이었거든요. 이번 집은 감나무가 있어 ‘감나무집’이라고 하려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왜 남의 집에 그렇게 억대의 돈을 투자하느냐, 무모한 짓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저도 돈이 그렇게 많이 들 줄 몰랐는데, 무모한 짓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제 인생 자체를 돌이켜보니 저는 굉장히 무모한 사람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무모한 집’이라고 이름 지었죠.”
윤영미는 자신의 무모한 삶에 관해 얘기하면서 ‘결혼’을 언급했다. 결혼 또한 무모했다는 생각이다. 그녀는 서른다섯 살에 출판사 직원이었던 황능준 씨와 결혼했다. 화려한 아나운서였던 윤영미의 선택은 다소 의외였다. 결혼 전 소개팅, 선을 많이 봤는데, 황능준 씨만큼 자신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 없었단다.
즉 사랑 하나만 보고 결혼한 것인데, 결혼 생활은 예상보다 힘들었다. 윤영미는 가장의 무게까지 짊어져야 했다. 황능준 씨가 결혼 후 3년 만에 목회자의 길을 걸으며 전업주부가 됐기 때문. 졸지에 가장이 된 그녀는 악착같이 일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윤영미는 지난해 한 방송을 통해 그동안 쌓였던 가장의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늘 밝고 당당한 그녀의 고백은 충격적이었다. 더욱이 윤영미는 남편과 ‘졸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냐고 묻자 그녀는 “지금 남편과 거의 떨어져서 살고 있기 때문에 졸혼이나 마찬가지다. 30년 정도 같이 살았으면 많이 산 거다”라고 말했다.
“남편의 장점은 밝고 긍정적이고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점이에요. 결혼할 당시 ‘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사람만 좋으면 됐지’라고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그건 아니더라고요. 내가 너무 순진했던 것 같아요. 가장으로서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보면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윤영미가 오랜 시간을 버티면서 산 이유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들 때문이었다. 현재 20대인 두 아들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특히 첫째 아들은 미국 아이비리그에 편입한 바 있다.
“첫째는 경영을 전공해서 월스트리트 쪽으로 진출하고 싶어 하고, 둘째는 건축가가 되고 싶어 해요. 나중에 정말 우리 집을 지어줄지도 모르죠.(웃음) 저는 아이들이 무엇이 됐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애들을 속박하며 공부하라고 하지 않았어요. 엄마가 그렇게 하니까 오히려 애들이 알아서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윤영미는 어느덧 60대 시니어가 됐다. 동안 소리도, 젊게 산다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정작 자신은 잘 모르겠단다. 그냥 자신의 방식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을 뿐이라고. 윤영미는 나이를 먹을수록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해야겠다고 느낀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방송과 여행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무모한 도전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뛰어들 그녀다.
“앞으로 2년 동안은 우리 애들 학비를 대는 것이 목표예요. 그리고 제주도 집을 6년 반 계약했으니 잘 살아야죠. 또 욕심이 있다면 강원도나 전라남도에 새집을 얻어 제주도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싶어요. 인생의 목표는 오늘을 재밌게 살고, 하고 싶은 대로 살자예요. 독자 여러분도 마음에 어떤 갈망이 있다면 앞뒤 보지 말고 무조건 행하면서 즐기며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 안심마을 속 안심하우스’(약칭 서초치매안심하우스)가 보건복지부 주관 ‘2022 치매안심마을 우수사례 확산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서초구는 공모 사업 추진을 위한 국·시비 총 4867만 원을 연말까지 지원받는다.
서초치매안심하우스는 치매환자의 안전과 인지기능 향상을 고려한 70여 가지 주거환경 디자인을 적용한 모델하우스로, 2017년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현재 내곡동 서초구치매안심센터 내 자리 잡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공모사업에서 치매 돌봄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치매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인식 개선 및 치매마을 개선 분야에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우수 지자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초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활동 시간이 많은 치매 가족들을 위해 안전하고 편안한 일상을 돕는 서초치매안심하우스 모델을 치매 환자를 둔 가정에 접목한 점을 인정받았다.
서초구는 이번 공모에서 65세 이상 어르신이 가장 많은 양재1동을 안심마을로 선정, 치매안심하우스 모델을 활용한 가정을 연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구에서는 치매중증도가 높은 치매환자 30여 명을 대상으로 안심하우스 모델이 적용된 물품을 보급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물품은 △앉은 자세에서 일어날 때 손으로 잡아 균형 유지를 돕는 ‘이동형 기립보조 바닥안전손잡이’ △치매환자들이 외출 시 알람이 울리는 ‘매트형 배회감지기’ △변기와 대비되는 색상의 ‘변기커버’ 등이다.
그밖에 구에서는 치매 친화적 공도체 실현을 위해 양재1동 안심마을에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의료기관들과 협력해 치매 조기 발견을 비롯해 어르신 우울척도 검사 등 치매환자들을 예방 관리하는 ‘치매안심 주치의’ △문화·여가활동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는 ‘기억키움학교’ △치매인식 개선을 위한 주민위원회 및 동아리 구성 등을 통합 지원한다.
아울러 서초구는 전국 최초로 만 60세 이상 구민들을 대상으로 간이뇌파검사를 접목한 인지선별검사를 서초치매안심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뇌파 파형과 뇌 부위별 활성화 정도, 스트레스·우울·불안 지수 등을 무료로 측정해준다. 뇌 건강 약화 징후가 관찰되는 대상자에게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 제공, 전문의 상담 연계 등 치매예방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초구는 이번 공모사업이 치매환자와 가족들에게 가정 내 안전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치매 중증화를 예방하고, 지역 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치매안심마을 공동체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앞으로도 치매환자와 가족이 안전하고 편안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치매안심도시 서초’를 만드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복지관 인근에 거주하는 70대 홀몸 어르신 C씨는 수도관 고장으로 지난 겨울부터 찬물로 샤워를 해오고 있었다. 업체를 불러 수리해볼까 생각도 해봤으나 비싼 수리비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의 ‘시간은행’ 활동을 통해 동네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B씨와 연결됐다. B씨는 진단과 수리에 필요한 시간만큼의 시간화폐를 지급받고 수리에 필요한 자재비는 복지관이 희망온돌기금을 통해 지급하기로 했다.
B씨가 참여한 시간은행 활동은 ‘서울시간은행’ 시범 사업의 일환으로, 이웃을 도운 시간만큼 시간화폐를 받아 적립했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신개념 품앗이다. 지난달 9일 개점한 국민대-정릉지점을 시작으로 서울 4개 지역에서 각 기관과 협력해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오는 17일에는 홍은동 타임뱅크하우스지점을, 추후 시범사업 대상지 외에 (가칭)서울시민지점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서울시간은행 네이버 카페’에는 꾸준한 회원가입이 이뤄지고 있다. 7일 기준 280명이 온라인 카페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으며, 카페를 통하지 않고 지점을 직접 방문해 활동 중인 회원도 다수인 것으로 서울시는 파악하고 있다. 회원 평균 연령은 44세로 4‧50대가 135명(53.5%)으로 가장 많고, 2‧30대 101명(37.3%), 6‧70대 24명(9.2%) 순으로 이어졌다.
서울시간은행 시범사업은 1980년대 미국에서 도입된 뒤 세계 40여 개국에서 운영되는 공동체 운동인 ‘타임뱅크’를 차용했다. ‘모든 사람의 시간은 동일한 가치를 지니며 누구든 다른 이에게 기여할 것이 있다’는 개념을 대도시 공동체 모델에 적용하는 시도다.
간단한 집수리부터 반찬 나눔, 반려동물 산책 등 일상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행동 모두 사업에 해당된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드리고 시간화폐를 적립한 대학생이 나중에 자취방 이삿짐 나르기나 자전거 수리 같은 도움이 필요할 때 시간화폐를 사용하는 식이다. 회원들은 카페에 공지된 ‘서울시간은행 회원활동수칙’을 지키며 활동에 임해야 한다.
4개 지점에는 다른 운영모델이 적용돼 운영되고 있다. 국민대-정릉지점에는 대학연계모델,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지점에는 공간연계모델이, 타임뱅크하우스지점은 지역거점모델과 노노(老老) 케어모델, 서울시청지점은 직장기반모델과 아이돌봄으로 2가지 모델이 함께 운영된다.
서울시 공무원이 주 회원인 서울시청지점은 코칭 및 멘토링 분야에서 기성세대와 MZ세대 회원간 활동 교환이 주로 이뤄졌다. 사회초년생인 90년대생 직원이 직장생활 및 진로 고민 상담을 요청하면 50대 직원이 멘토가 되어주거나, 태블릿 PC에 그림 그리는 애플리케이션(앱) 사용법을 배우고 싶다는 간부 직원의 요청에 30대 직원이 입문 강의를 해주는 식이다.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지점의 경우 다양한 세대의 구체적인 돌봄 수요가 개인간 관계망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수가 참여하는 강좌로는 제대로 익힐 수 없었던 스마트폰 사용 실습이 일대일 매칭으로 연결됐고, 홀몸어르신의 고장난 수도관을 고치는 수리비를 시간화폐로만 받고 수리해 주겠다는 회원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이번 시범사업으로 시간은행 회원들은 이웃에게 도움을 받기보다 주고 싶어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서울시청지점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움주기-도움받기 수요조사’ 결과, ‘줄 수 있는 도움’(132건)이 ‘받고 싶은 도움’(75건)보다 2배가량 많았다. 주고받을 수 있는 활동 분야가 배움, 코칭, 돌봄, 동행 등으로 겹치기 때문에 서울시는 향후 활동 교환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페 개설 후 가장 먼저 도움 제공 의사를 밝혔던 회원 K씨는 50대 후반 여성으로, “서울시간은행이 신선한 아이디어로 느껴졌고, 시간을 활용해 나를 필요로 하는 이웃과 만나고 싶다”는 참여 동기를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는 서울 전역으로 확대 시행하기 전 활동 사례들의 유형과 대상 등에 따른 결과를 분석하고 본 사업을 설계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많은 가입자 확보보다는 유의미한 활동사례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행 초기이기는 하나, 서울시는 서울시간은행 시범사업에 대해 “고립, 분절된 관계를 연결하는 소통과 공감의 통로로서 이웃간 돌봄 관계망 조성의 첫발을 내디뎠다”라고 평가했다. 또 시민들이 아직 ‘시간은행’이라는 개념을 낯설어하고 전용 앱이 마련되지 않은 점, 상호간 신뢰의 부족 등으로 참여를 주저하고는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입한 회원들이 타인을 위해 시간과 경험, 재능을 나누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며 활동 사례와 후기가 쌓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17일 개소하는 타임뱅크하우스지점은 사단법인 타임뱅크코리아의 전문성을 살려 지역 노인 및 장애인 등의 돌봄을 중점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민 뿐만 아니라 타시도, 공공기관 등 서울시간은행에 대한 대내외적 관심과 요청을 반영해 현재 운영 중인 시범사업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원목 서울시 시민협력국장은 “서울시간은행 시범사업으로 한달간 이뤄진 활동을 통해 자기 시간을 나눠 이웃에게 기여하려는 시민의 자발적 욕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특히 직장 내 기성세대와 MZ세대 간 세대 통합과 소통에 기여할 가능성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초기라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편의성, 안전성, 신뢰성에 대한 지속적 개선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노인들이 안락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만족할 만한 주거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운 숙제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의 난제에 부닥쳤던 해외 여러 나라는 노인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했을까? 지구촌의 다양한 노인 주거 형태를 살펴보자.
은퇴 후엔 거주지를 옮겨 다니기가 쉽지 않다. 질병, 노환 등 신체적으로 한계가 올수록 더욱 불편하다. 그래서 집을 고르는 기준의 변화와 새로운 거주 방식이 필요하다. 현재 병원과 시설의 상황은 만족도가 낮다. 2020년 노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거동이 불편해도 내 집에서 간병 관련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살고 싶다’는 응답이 56.5%로 요양 시설 31.3%, 가족 합가·근거 거주 12.1%보다 많다.
초고령사회 초입에 선 지금, 혼자 생활하는 노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자택에서 돌봄이 필요한 노인 수도 급증할 전망이다. 노인성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해지면 이동이 쉽지 않고 식사를 챙겨 먹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가족 중 누군가가 오랫동안 간병하거나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새로운 주거 대안을 선보이고 있다.
네덜란드의 노인 마을
대표적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외곽에 치매를 겪는 이들이 모여 사는 호헤베이크 마을이 있다. 중앙정부와 지역 기관들의 협조, 치매 요양 전문 간호사의 아이디어로 2009년 시작됐다. 1만 2000㎡ 규모에 영화관, 카페, 마트, 헬스장, 레스토랑, 미용실 등 웬만한 편의시설을 다 갖췄다. 거주 시설은 치매 환자 개인의 삶과 취향을 조사해 일곱 가지 인테리어로 지어 선택하도록 했다.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공방, 음악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클래식 감상실도 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 250여 명의 간병인·의사·요양보호사·직원 등이 마을 곳곳에 상주한다. 이들은 평소 슈퍼마켓 직원이나 미용사 등으로 생활하다 환자들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만 나선다. 마을 주민들은 함께 모여 요리하고, 사교 행사를 열고, 장도 본다.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최대화하고 간병인의 개입은 최소화하는 게 원칙이다. 정신이 흐릿하고, 손과 머리를 떨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어도 일반 요양원처럼 종일 침대에 누워 있지 않아도 된다. 치매 등급을 받은 입소자들은 개인 형편에 따라 한 달 최소 500유로(약 64만 원), 많게는 2500유로(약 322만 원)를 정부에 내면 된다.
덴마크 코하우징·일본 컬렉티브 하우스
코하우징(Co-housing)은 197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해 스웨덴, 노르웨이, 미국, 캐나다 등으로 전파됐다. 공동생활 시설과 소규모 개인 주택으로 구성돼 사생활과 공동체 생활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협동 주거 형태다. 일반적으로 거주하게 될 입주민이 주체가 되어 그룹을 형성한 뒤 지방정부, 건축가, 은행 등과 협조해 설립한다. 그중 ‘시니어 코하우징’은 핵가족화와 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시니어 코하우징은 ‘미드고즈그룹펜 코하우징’이다. 코펜하겐의 공영주택회사 라이예보에서 지은 560채의 아파트 중 5층 아파트 단지 4개 열을 개조해 만들었다. 대부분 1인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자기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층에 공동 거실, 식당, 회의실, 부엌, 창고가 있는 코먼하우스를 반드시 거쳐야 해서 서로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일본에는 코하우징과 유사하지만 약간 다른 세대 결합 주택, 컬렉티브 하우스(Collective House)가 있다. 도쿄 아리카와구에 위치한 ‘캉캉모리’는 노인 시설과 보육원이 함께 입주한 12층 건물의 2층과 3층에 있다. 이곳에는 유아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살고 있다. 공용 주방과 식당, 게스트룸 등이 있으며, 관리하고 운영하는 일은 거주자들의 몫이다. 사람들은 일주일에 몇 번씩 공동 식사 자리에서 얼굴을 마주한다. 공동 식사는 월 1회 당번제로 거주자 몇몇이 날을 정해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독립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시간과 공간의 일부를 공유하는 식이다. 아이들은 노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배우고, 노인들은 아이들 덕에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어 세대 교류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목할 만한 국내 노인 주거 형태
세 할머니의 유쾌한 동거, 노루목 향기
여주시 금사면. 이혜옥, 이경옥, 심재식 씨는 자신들이 마련한 공간에 ‘노루목 향기’라 이름 붙이고 5년째 함께 살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알고 지낸 직장동료, 친구 사이인 이들은 요양원이나 복지 시설이 아닌 마을형 노인 생활공동체를 꿈꾼다. 마을 노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많은 이들과 즐겁게 사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노인과 청년이 서로 돌보는 청춘발산마을
광주광역시 서구 발산마을은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몇몇 노인만 남아 있었지만 2015년 도시재생사업으로 청년들이 다시 거주하게 됐다. 노인과 청년이 한데 모여 골목이웃회를 열고 거리 청소, 분리배출 등 마을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러운 이웃 문화가 만들어졌다. 또 할머니들이 폐품을 모아 마을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거나, 청년들의 가게 일을 도움으로써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가 형성됐다.
1인 가구 시대, 노후 주거의 대안으로 ‘공동체주택’이 떠오르고 있다. ‘코리빙’(Co-living)이라고 불리는 공동체주택은 각자의 주거 공간을 갖고 있지만, 공동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공간을 설치해 입주자들이 소통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택을 말한다. 실제 입주자들은 ‘따로 또 같이’ 살아간다. 공동체주택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공동체주택 ‘여백’을 직접 찾아가 봤다. 그곳에서 살고 있는 ‘공동체 주거 전도사’ 김수동 작가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북한산의 정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공동체주택 여백이 있다. 외관부터 남다른 자태를 뽐내는 여백. 내부 구조는 더욱 독특하다.
여백은 4층짜리 주택 2개 동, 파란 여백과 하얀 여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동에 5세대, 총 10세대 27명이 산다. 세대주는 30대부터 60대까지이며, 그들의 자녀 혹은 부모가 같이 살기 때문에 초등학생부터 9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살고 있다. 집 내부 인테리어도 다 다르다.
파란 여백에는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가족들이 살기로 했고, 그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하얀 여백은 현관에서 신발을 벗어야 한다. 신발을 벗고 계단을 오르내리니 집이 다 연결되어 있는 기분이 든다.
하얀 여백 4층에는 커뮤니티 공간이 있다. 큰 원형 테이블이 있어 입주자들이 모여 식사를 하거나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 컴퓨터는 물론 빔프로젝트도 있어 같이 영화 관람도 가능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함께 모여 식사를 했다. 텃밭도 함께 가꾼다. 단체 카톡방이 있어서 매일매일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나눔을 하면서 정을 나눈다.
10세대 중 여백을 가장 열심히 알리는 입주자는 김수동 작가(터무늬제작소 소장, 60)가 아닐까. 그는 파란 여백 2층에 산다. 여백 입주를 결정하기까지 자신의 고민과 함께 공동체주택이 노후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공동체주택에서 살아가는 법 등을 담은 ‘쫌 앞서가는 가족’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이웃 있는 삶 원했다”
김수동 작가는 90대 노모를 모시고 산다. 그의 집은 3대가 함께 살며, 여백의 최고령자가 사는 집이기도 하다. 여백에 입주하기 전, 김 작가는 어머니와 함께 자신도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느꼈다. 이에 노후에는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공동체 생활을 하는 코하우징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수동 작가는 “정작 문제는 우리 세대라고 생각했다. 어르신들은 우리 세대가 부양하지만, 우리 세대는 자녀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자녀들에게 부양을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저희 할아버지의 칠순 잔치 때 찍은 사진이 있는데, 직계 자손까지 26명이 모여서 가족사진을 찍었더라고요. 저는 아내하고 딸이 하나 있는데 딸은 언제 결혼할지 모르겠고, 10년이 지나서 가족사진을 찍을 때는 셋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거죠. 게다가 남성이 여성보다 먼저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아내가 혼자 남을 것 같고, 이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함께 살아보니 장점 많아
이런 고민 끝에 김수동 작가는 2014년 공동체주택 입주자 모집에 참여했다. 나이, 직업, 취향, 종교 등이 모두 다르지만 공동체 주거라는 단 하나의 공통 관심사로 금세 마음이 모였다. 집을 짓는 데는 1년 반의 시간이 걸렸고, 2016년 8월 여백에 입주했다. 입주자 모임에는 7세대가 모였지만, 3세대는 금방 모아 10세대가 채워졌다.
일반적으로 공동체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친할까라는 궁금증이 든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이웃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김수동 작가는 “그렇게 가깝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마음이 맞아서 가까이 지내는 이웃들은 있지만, 그냥 좀 편한 이웃 정도 같다. 요즘 시대에 이렇게 마음 편한 이웃이 흔치 않다”고 말했다.
독립된 가족이기 때문에 사생활 노출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앞서 말한 대로 한 달에 한 번 식사라든지 물건 나눔 등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이웃 간에 싹튼 정은 남다르다. 고독사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우리는 고독사가 불가능한 구조예요. 한번은 혼자 있는 이웃이 너무 아팠을 때, 다른 이웃이 119를 불러서 조치를 해준 적도 있어요. 지금도 코로나19에 확진돼 자가격리 중인 이웃분이 계신데, 뭐 필요한 거 없냐고 물어보고 반찬도 챙겨주고 그래요. 정말 이웃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죠.”
김수동 작가는 아직도 공동체주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은 것도 알고 있고, 꼭 노후 주거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자신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보니 장점이 훨씬 많다고 느껴 추천하는 바다. 집값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큰 장점도 있다. 즉 공동체주택은 나의 주거 공간이 있는 노후, 외롭지 않은 노후를 가능하게 해주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70대, 80대가 됐을 때도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개인마다 주거에 대한 취향과 욕구가 다르지만, 자신이 관계 지향적인 사람이라면 공동체주택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공동체주택이 아니더라도 지역사회에서 관계망을 만든다든지 커뮤니티 이웃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거든요. 은퇴 후 10억은 있어야 노후 걱정 없이 살 수 있다고 말하잖아요. 저는 재무적 자산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자산도 같이 조화를 이뤄야 노후가 풍성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호기심이 많다. 원체 돌아다니길 좋아해 여행을 자주 다녔다. 흥미가 생긴 분야는 끝까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공부하는 아빠’, 한의사 문성택 씨는 6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들을 만날수록 아쉬웠다. 식사만 잘 챙겨도 훨씬 나아질 텐데. 나이 들어서도 내 집, 집밥을 고집하는 부모님을 향한 걱정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실버타운을 발견하자마자 생각했다. 이거다!
남편 문 씨가 아내 유영란 씨를 설득했다. 전국 실버타운 중 스무 군데를 추려낸 목록과 함께. 남편의 끈질김에 두손 두발 다 든 아내도 실버타운에 대해 공부하고 함께 견학을 다녔다. 벌써 6년 전 일이다. 직접 다녀보니 ‘노인들 가둬두고 막 대하는 요양 시설’, ‘현대판 고려장’ 정도의 취급이 말도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실버타운이야말로 나이 들어 고생하지 않고도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편견 때문에 노후 거주지로 고려조차 않는 게 안타까워 동영상을 제작해 올린 것이 공빠TV의 시작이다.
처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때만 해도 입주자 정원을 채운 실버타운이 거의 없었다. 이제는 실버타운마다 대기자가 수두룩하다. 입주하려면 최소 몇 달, 몇 해는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견학을 위해 방문한 실버타운에서 ‘공빠TV’를 보고 입주를 결심했다며 반가워하는 이들도 종종 만난다. 실버타운의 이미지 제고를 이끈 주인공, 공부하는 아빠 문 씨와 공부하는 엄마 유 씨에게 실버타운에 대해 물었다.
실버타운을 고를 때 무얼 체크해야 하나?
먼저 ‘일반 아파트형’이 아닌 ‘업체 관리형’인지 확인한다. 직접 분류하고 정의 내린 개념 중 하나인데, 업체 관리형은 운영사 측에서 고용한 직원들이 상주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실버타운이다. 반면 아파트형 실버타운은 아파트와 똑같은 형태에 60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으나, 상주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이 없다. 시설만 존재할 뿐 정작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일반 아파트형은 거르는 게 좋다. 다음은 보증금을 잃을 위험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화로 전세등기를 발급받을 수 있는지, 혹은 보증보험을 들 수 있는지 꼭 물어보도록 하자. 직접 방문 시엔 직원들 수가 충분히 많은지, 태도는 어떠한지도 눈여겨본다. 그 다음으로 식사가 건강식으로 운영되는지, 시설과 프로그램 운영 현황이 어떤지 체크한다. 시설만 있을 뿐 관리가 안 되거나, 막상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실버타운 과대광고에 속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
운영자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 운영자가 누구인지, 경영 마인드가 어떠한지, 그동안 어떻게 운영해왔는지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경매’, ‘부도’, ‘파산’과 관련 있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역시 직접 방문하기다. 직원들과 입주자들의 모습이 어떠한지, 실버타운 내 분위기를 직접 확인하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
실버타운에 들어가면 안 되는 유형도 있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자신의 집과 요리를 너무 좋아하는 분들이다. 고집 센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실 이런 분들이야말로 실버타운에 일찍 들어갈수록 더 오래 살 수 있다. 자가를 갖고 매일 직접 요리하며 밥 차려먹는 게 은근 고생스러운 일이라 늙기 십상이다. 두 번째는 경제력이 약한 분들. 부부 기준 실버타운 생활비는 월 200만~300만 원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실버타운에 입주할 돈은 그렇다 치더라도, 매달 지불해야 하는 생활비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알뜰실버타운, 즉 고령자 복지주택을 추천한다. 세 번째로는 공동생활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이다. 실버타운에는 공동생활 공간이 무조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느낀 실버타운의 단점은 무엇이었나?
우선 좁다. 보통의 실버타운 전용률은 공동생활 공간을 제외하면 50% 내외다. 높아봐야 70%인데, 이마저도 많지 않으니 입주 초반에는 생활 공간이 좁게 느껴질 수 있겠다. 나이 제한도 아쉽다. 현재 실버타운 입주가 가능한 나이는 만 60세 이상이다. 또한 보통 80~85세가 넘어가면 암묵적으로 입주가 제한된다. 실버타운은 일찍 들어갈수록 건강과 비용 모든 면에서 이득이기 때문에, 노인을 위한다면 미국처럼 만 55세로 제한 연령을 낮추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 번째로는 비싸게 ‘느껴진다’는 점. 월 300만 원을 생활비로 한 번에 지출하려니 비싸게 느껴지지만, 자가에서 생활할 때 필요한 관리비, 식비, 운동 등의 취미 활동에 쓰이는 지출을 모두 합치면 크게 차이 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버타운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만 60세 이상 인구는 약 127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한다. 그런데 실버타운에 입주할 수 있는 세대는 고작 1만 세대에 불과하다. 즉 0.1%의 선택받은 사람만이 실버타운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실버타운에 대해 공부할수록 이 점이 가장 아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실버타운을 택해야 할 이유는?
독신과 부부 등 가구 형태와 무관하게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버타운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아예 모르고 있거나,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유튜브로 좋은 실버타운을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알리고, 입주율을 높여서 실버타운이라는 사업 자체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실버타운을 포함한 실버 사업은 사실 돈이 안 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잘 운영되는 모범 사례가 생긴다면 실버타운 공급도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버타운을 이용할 예비 입주자 입장에서도 실버타운 증가는 좋은 일이다. 양질의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건 소비자에게 좋은 일이니까.
지금 당장 입주할 수 있다면 어느 실버타운을 선택하겠는가.
현재 분양 중인 롯데호텔 실버타운 1호점 VL 오시리아를 택하겠다. 고급형인 데다 막 지어진 신축 건물이고,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용률도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비교적 저렴한 보증금으로 자연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가평의 청심빌리지, 강남에 있고 최신축 건물을 자랑하는 더시그넘하우스도 좋다. 언급한 곳들 말고도 살아보고 싶은 곳이 많아 고민이다. 빨리 60세가 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최대한 다양한 실버타운에서 직접 살아보며 이점을 누리고 싶다.
[TIP] 공빠TV가 추천하는 시니어 유형별 실버타운
부부 동반 입주형 부부가 입지와 주변 시설, 가성비, 전용률 등 다양한 요소 중 어떤 것을 기준으로 두느냐에 따라 갈린다. 가성비와 전용률 면에선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를, 입지나 대형 병원 접근성 면에서는 서울시니어스 분당타워를 추천한다. 각종 인프라가 구축된 도심에 살고 싶거나 신축 시설을 이용하고 싶다면 서울의 더시그넘하우스가 좋겠다.
무조건 럭셔리형 90식으로 환산한 의무식과 2인 가구 부부 기준으로 생활비를 따졌을 때 1위는 더클래식500, 2위가 삼성노블카운티다. 서울 2호선 건대입구역에 있는 더클래식500은 건국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시설로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게다가 건너편에 건국대병원이 있고, 주변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있어 실버타운으로는 최고의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삼성에서 운영하는 삼성노블카운티 역시 최고급 실버타운으로, 행정구역은 용인이지만 수원 영통역과 가까우며 청명산과 기흥호수를 조망할 수 있어 전원형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1인 입주형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 남성 가구에게는 입지와 가성비를 기준으로 용산 하이원빌리지, 서울시니어스 가양타워, 서울시니어스 강남타워를 추천한다. 문화 시설이나 쇼핑 시설 유무,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여성 가구에게는 서울시니어스 강서타워, 성북 노블레스타워, 가평 청심빌리지가 안성맞춤이다.
가성비 추구형 보증금이나 생활비가 비교적 저렴한 전원형 실버타운이 좋다. 보증금이 저렴한 곳을 원한다면가평 청심빌리지(보증금 2000만 원), 미리내실버타운(보증금 5000만 원)이 좋다. 생활비가 저렴한 곳으로는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월 80만 원), 김천 월명성모의 집(월 90만 원)을 추천한다.
반려동물 동반형 현재 반려동물 동반 입주가 허용된 곳은 없다. 그러나 부산 오시리아의 롯데호텔 실버타운 1호점, VL 오시리아를 시작으로 신축 실버타운에서는 가능해질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에 자리 잡고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지능정보기술이 활용되는 등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면서 50대와 60대의 인터넷뱅킹·인터넷쇼핑 이용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함께 국내 가구와 개인의 인터넷 이용환경(컴퓨터, 모바일) 및 이용률 등을 조사한 '2021 인터넷이용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가구 인터넷 접속률(99.9%)은 전년과 거의 비슷했으나 개인 인터넷 이용률(93%)은 전년 대비 소폭(1.1%p) 증가했다.
연령대 별로는 3∼9세, 60대 이상에서의 인터넷 이용률 증가가 두드러졌다. 5년 전과 비교해보면 3∼9세의 인터넷 이용률(92.0%)은 8.1%p, 60대(94.5%)는 12.0%p, 70대(49.7%)는 17.9%p 증가했다.
인터넷 서비스 활용처의 경우 10대는 교육과 온라인 게임, 20∼30대는 클라우드와 금융상품 거래, 40∼50대는 인터넷 쇼핑·뱅킹, 60대 이상은 동영상·소셜미디어(SNS)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연령대로 보면 인터넷쇼핑(73.7%)과 인터넷뱅킹(77.9%) 이용률은 각각 3.8%p, 1.4%p 늘어 전년보다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의 인터넷쇼핑 이용률은 41.2%로 9.8%p 증가했다. 50대의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84.9%로 5.8%p 늘었다. 이용률 증가폭이 전 연령층의 평균 증가폭을 크게 웃돌았다. 중장년층의 인터넷 경제활동 참여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체 연령대에서 온라인으로 식재료·음식(57.1%), 생활·주방용품(49.1%), 가구·인테리어 용품(24.2%) 등을 주문하는 비율도 전반적으로 늘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생활방식 변화로 인해 대다수 국민들이 QR코드(86.7%), 무인 주문(72.1%), 배달앱(63.5%) 등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를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다.
보험·주식 등 금융상품거래(24.5%) 또한 늘었는데 그중에서도 30대의 증가폭이 35.3%로 두드러졌다.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보유한 이용자가 건강관리 기능을 사용하는 비율은 69.8%로 전년 대비 12.2%p 높아졌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AI(인공지능) 서비스에 대한 인식 및 이용 경험을 신규로 조사했다. AI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는 국민은 32.4%로, 주거편의(12.6%), 미디어(11.3%), 교통 분야(9.5%)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는 전국 2만 5144가구 및 만 3세 이상 가구원 6만 30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