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구직 활동 과정에서 ‘자기소개서 작성’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중장년이 사회초년생이던 시절에는 이력서 정도만 준비하면 됐지만, 최근에는 자기소개서를 통해 구직자의 역량을 심층적으로 살피는 기업이 늘며 필수 자료이자 중요 자료가 됐다.
그런데 재취업을 위해 뛰어든 중장년 중 자기소개서 작성을 어려워하는 이가 적지 않다.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글로 풀어내는 게 쉽지 않고, 기업마다 요구하는 인재상에 적합한 내용을 파악해 정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본지 ‘시니어 잡:담회’ 취재 당시 중장년 취업 컨설턴트들은 “새로운 업종이나 직업에 도전하려면 연대기식 이력서보다는 기능형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필요한데, 중장년의 경우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자기소개서를 특히 어려워한다”며 “자기소개서를 잘 작성하려면 회사에 대한 정보와 지원하는 직군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기업 홈페이지나 관련 뉴스, 채용 공고 내용 등을 잘 살펴보면 좋다”고 조언한 바 있다.
또, 중장년들이 컨설턴트에게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 중 하나가 ‘샘플’(자기소개서 예시)이다. 어떤 이들은 자신에 관련한 정보를 주고 대신 작성을 부탁할 때도 있단다. (물론, 직접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업에서 원하는 내용이나 글의 맥락에 도움을 얻기 위함인데, 이는 챗GPT(대화형 인공지능)로 일부 도움을 받아볼 수 있다. 가령 대화창에 ‘OO 기업 채용 핵심 전략 알려달라’, (관련 정보 입력 후)‘자기소개서를 작성해달라’ 등으로 제시하면 관련 내용을 답으로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점을 활용해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은 올해 ‘AI 자소서 초안 생성’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해당 서비스는 챗GPT를 기반으로 개발됐는데, 자기소개서 문항과 지원 직무 등을 기입하고, 그에 맞는 자신의 경험 및 이력 등을 키워드로 넣으면 AI가 문장 초안 마련해준다. 또, 사람이 자기소개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표절 검사 및 ‘AI 면접 코칭’과 연동한 면접 예상질문 답변까지 받아볼 수 있다.
위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몇 가지 당부를 덧붙인다. 공통된 주의사항은 2가지인데 ‘답변으로 제시한 정보를 무조건 신뢰하지 말 것’ 그리고 ‘AI가 작성해준 자기소개서를 그대로 제출하지 말 것’이다.
챗GPT는 거짓된 정보를 기반으로 그럴듯한 답변도 내놓기 때문에 참, 거짓에 대한 추가 점검이 꼭 필요하다. 잘 아는 정보를 정리해주는 용도로는 별무리가 없지만, 잘 모르는 내용이라면 무턱대고 신뢰하지 않는 편이 좋다. 가령 자기소개서처럼 자신에 대한 정보를 주고 이를 문장화하는 형태라면 스스로 사실 확인이 가능하겠지만, 기업에 대한 정보 등을 확인할 때는 유의해야 한다.
챗GTP는 꽤 유려한 수준으로 문장을 구사하기 때문에, 글 솜씨가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어떤 상황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게 어려울 때 활용하기 좋다. 다만, 어디까지나 ‘자기소개’에 대한 부분이기에 어느 정도 갈피를 잡는 정도로만 쓰고, 스스로 수정하고 다듬어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한편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최근 챗GPT 등 AI 프로그램이 자기소개서 작성 및 구직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일자리 사이트 Resume Builder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46%)가량이 챗 GPT를 사용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해당 보도에서 AARP는 중장년이 구직 활동에서 AI의 이점을 제시했는데, 다음과 같다.
△AI는 채용 공고를 찾는 데 유용하다. △AI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샘플 텍스트 제공) △AI는 연혁·주가·최신 뉴스 등 채용 기업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정리하는 데 효율적이다. △AI를 활용해 면접 예상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볼 수 있다. 아울러 “효율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신뢰할 만한, 완벽한 결과를 얻긴 어렵다. 조금이라도 정확도를 올리려면, 프롬프트(질문 값)를 구체화하는 것이 좋다. 또, 챗GPT로 특정 데이터를 물을 때는 해당 내용에 대한 출처를 함께 요구하면 사실 확인 시 유용하다”고 조언했다.
세계적인 카지노 및 리조트 운영사인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 수석 부사장 론 리스(Ron Reese)는 최근 마카오 런더너 코트 호텔에서 진행된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에 대규모 투자 의사를 밝혔다.
리스 수석부사장은 “2년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부동산을 매각한 샌즈는 지금까지 마카오와 싱가포르에 집중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이 지역에 2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어, 엄청난 관심을 지도 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도 관심이 많다”며 부산을 지목했다.
리스 수석부사장은 “지난 수년 동안 수차례 방문할 정도로 한국에 관한 관심을 이어갔고, 한국에서의 사업 확장을 위해 부산의 지방정부, 부산대 등 몇몇 대학 등과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호텔을 짓고, 국제적인 행사를 열고, 훌륭한 식당을 운영하는 일들이 외국인 여행객 유치는 물론,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리스 수석부사장은 서울이 아닌 부산 투자를 계획하는 것에 대해 “서울은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며 “부산은 금융과 비즈니스가 갖춰져 있지만, 통합 리조트 시설 등이 부족해 이곳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리조트를 조성한다면 고용과 관광객 유치에 매우 강력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는 수석부사장은 “부산은 세계적 해양 도시로 기업들이 오고 가며 많은 아이디어가 현실화하고, 사업들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그곳에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은 지난달 23일 마카오 베네치안 리조트 호텔 등에서 ‘샌즈 골프데이’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민지와 이민우 남매, 세계랭킹 10위 리디아 고, 세계프로골프(PGA)투어 조조 챔피언십 우승자 콜린 모리카와 등이 참석했다.
리스 수석부사장은 “유명 스타가 참여하는 스포츠 행사가 마카오의 부와 관광 자원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마카오 관광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론 리스 부사장은 “(샌즈 그룹은) 마카오와 부산 모두에서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관광 및 레저 산업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장년 고령자 비중이 높은 건설근로자 취업 시장에 빨간 불이 켜졌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약 120억 원 규모의 내년도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센터와 건설 기능향상훈련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해 사실상 ‘백지화’ 시켰기 때문이다. 건설업은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 중 50세 이상이 절반가량(49.6%) 차지하는 대표적인 고령화 직종이다.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센터는 건설업계의 일종의 숙원사업이었다.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센터는 2015년 건설근로자법에 근거해 설립이 시작됐다. 일용직 건설근로자와 건설현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법률‧노무 지원을 통해 노동자 권익보호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일용직 건설근로자의 불합리한 고용계약, 직장내 괴롭힘 등을 방지하기 위한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는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직영하는 서울, 인천 센터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총 17개소가 운영 중이다.
센터 관계자들은 사업이 백지화되면 건설현장의 일자리를 원하는 고령자들의 ‘노인 일자리’는 사라지게 되고, 유료 구직알선 업체들의 수수료도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들 자료에 따르면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센터를 이용한 취업자 수는 매년 8000명이 넘고, 평균 연령은 65세에 이른다. 이는 계속 ‘근로자가 젊어지는’ 업계 동향을 거스르고 있는 셈이다. 소위 ‘1군’이라고 불리는 주요 건설사들은 암묵적으로 노동자 연령을 63세 전후로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상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 혹서기 기온 변화 등으로 정확한 원인을 알기 어려운 사망사고가 우려되는 고령자들의 고용을 기피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사업주들이 선호하지 않는 고령자의 취업에 귀 기울이고 노력해온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센터가 사라지게 된다면 나이 많은 건설근로자의 취업은 요원해진다는 것이다.
소개 수수료도 문제다. 현재 건설업계의 평균 수수료율은 약 15% 전후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에게 이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 그나마 경쟁관계인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센터가 이들의 수수료율 인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 왔는데, 센터가 사라진다면 교통비, 보험료 등을 명목으로 떼어가는 수수료가 인상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서경순 전국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센터 협의회장은 “새벽에 출근하고, 퇴근해야 상담 참여가 가능한 일용직 건설근로자에 맞춰 센터마다 차이는 있지만, 오전 6시 반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고, 사용자인 건설사들을 상대로 직접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등 일반적인 취업지원 기관은 엄두도 못 낼 사각지대를 책임지고 있다”고 토로하고, “예산 삭감은 당초 정부가 ‘제4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을 통해 제시한 ‘숙련인력 양성’이나 내년까지 30개소로 확대하기로 했던 공공 취업지원센터 확대 설치 계획을 부정하는 것”라고 강조했다.
전국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센터 협의회 최근 호소문을 발표하고, 1만8303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관련 기관에 제출할 계획이다.
어르신의 대표 축제 ‘2023 실버문화페스티벌’이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돌아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2023 실버문화페스티벌’이 27일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막이 올랐다.
문화의마당은 개막식 전부터 뜨거웠다. 다양한 부스가 ’문화교류한마당’을 일찌감치 채우고 축제 분위기를 달궜다.
‘문화교류한마당’에는 5개 카테고리 60여 개 부스가 참여했다. 컬처로드는 16개 시·도 문화원연합회가 자리를 빛냈다. 각 문화원연합회는 지역 특색을 담은 노년문화활동을 알리며 각종 체험을 유도했다. 제주특별자치도문화원연합회는 귤로 하르방 만들기 체험, 경상남도문화원연합회는 가리비 껍데기로 공예품 만들기 체험, 전라남도문화원연합회는 나주 부채 만들기 체험으로 인기를 끌었다. 전라북도문화원연합회는 수준급의 수채화 전시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드림로드는 ‘어르신 문화활동 지원 사업’을 대표하는 수행단체 15곳의 문화활동 사례로 꾸며졌다. 에듀로드는 어르신 대상의 문화·건강·일자리·정책 정보를 제공했고, 비즈로드는 어르신 대상 여가, 콘텐츠, 4차 사업 분야의 다양한 기업 및 단체가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조이로드에서는 최근 노년 세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파크골프 체험존과 전 세대가 함께 즐기는 야외보드게임인 실버마불이 마련돼 체험하려는 시민으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출근 전 잠시 들렸다는 여의도 직장인 A씨는 “노후 준비를 위해 둘러보고 있다”면서 “시니어 비즈니스도 염두에 두고 있는데, 고령자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아이디어를 얻는 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2023 실버문화페스티벌’은 오후 들어 열기를 더하고 있다. 아마추어 예술가로 활동하는 어르신들이 무대에서 장기를 자랑하며 각지의 활동 성과를 나누는 중이다. 동시에 서울마리나에서는 실버문화포럼도 열리고 있다. 실버문화포럼은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해 고령사회 문제 해법을 찾는 본격 소통 프로그램이다. 포럼에서는 실버 세대를 ‘꼰대’가 아닌 ‘꽃대’로 재정의하며, 인구의 32.6%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으로 편입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살펴보고 그 해답을 찾아갈 예정이다.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사회참여로 공동체 안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며 행복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질 전망이다.
축제는 오는 28일까지 계속된다. 부스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민을 맞는다. 전국 각지 문화예술 활동 성과를 알리는 공연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이어진다.
일본 히로시마의 12만 5000명이 사는 어촌 소도시 오노미치는 청바지와 자전거로 유명하다. 이런 상품이 지역 특산물이라는 의미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아이템을 매개로 지역 혁신과 이주 유입을 활성화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바지 산업
원산지가 미국으로만 알려진 청바지가 일본의 몇 개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지역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오카야마부터 그 인근에 위치한 오노미치도 청바지 산업으로 유명하다.
염색이나 직조 기술 등 전문기술이 필요한 청바지 산업이지만, 오노미치 청바지는 산업 확산을 위해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시도해 주목받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오노미치 데님(청바지)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에게 두 벌의 새 청바지를 나눠주고 1년 동안 입게 한 뒤 다시 수거해 이를 재판매한다. 지역의 장인들은 수거한 청바지의 흔적을 최대한 살려 재가공해 판매한다. 이 프로젝트를 최초로 기획한 지방 부흥 회사 디스커버링크 세토우치는 일상생활에서 입어 낡은 중고 청바지를 지역 산업 발전과 연결하고자 한다. 오노미치 청바지는 히로시마의 오노미치 데님 숍에서 해당 청바지가 어떻게 상품화되는지 스토리를 들은 후에 구입할 수 있다.
2014년에는 오노미치 데님 숍을 지어 사람들이 청바지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2015년에는 ‘여행하는 청바지’라는 콘셉트로 일본 국내뿐 아니라 해외(독일, 과테말라, 스리랑카 등)를 여행하며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과 장인의 스토리를 엮었다. 시간을 들여 좋은 물건의 가치를 알리고 사람들과의 인연을 형성한 것이다.
복합문화공간
‘Cycle, Travel and Good Things’라는 테마로 운영되는 상업 시설 U2는 자전거 숍, 잡화점, 레스토랑 등을 운영한다. U2에는 라이더들이 묵을 수 있는 ‘호텔 사이클’이 있다.
연간 전 세계 사이클 라이더 30만 명이 오가는 지역에 위치한 오노미치는 라이더에게 특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베터 바이시클(Better Bycle) 서비스를 통해 자전거 대여뿐 아니라 지역에서 가볼 만한 코스와 캠핑 정보도 제공한다.
공유공간으로 탄생한 빈집
한 귀향자의 블로그에서 시작된 비영리단체 ‘오노미치 빈집 프로젝트’는 커뮤니티를 통해 빈집을 재생한다. 커뮤니티 직영으로 20여 곳의 빈집을 게스트하우스, 카페, 다목적 공간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주자들이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고, 이사할 때는 주민들이 돕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활동가, 건축가 등이 힘을 합쳐 빈집 개조를 지원한다.
빈집 개조 과정에 참여하는 모두가 합숙하면서 빈집을 재생하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모두의 시간이 헛되지 않고 의미 있다는 것을 알린다.
빈집 개조를 통해 만들어진 공유공간 오노미치 셰어는 바다와 산 사이에 위치하며, 일하기와 놀기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한다.
지역 공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이주자를 위해 호텔 컨시어지처럼 이주 상담을 진행한다. 공간 대여뿐 아니라 카페와 자전거 렌털 서비스, 회원을 위한 택배 수령 서비스도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장’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여 교류를 낳고 거기에서 새로운 기획과 프로젝트가 탄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좋은 지역에서 만드는 삶
좋은 지역에 산다는 것은 좋은 삶을 만든다는 것이다. 보통 좋은 지역에 산다는 것은 우수한 시설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에 직면한 지역 현실에서는 일단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적절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인구가 감소한다면 몇 명으로 늘어나는 게 좋을까, 초고령화가 문제라면 고령자들에게 좋은 지역 조건은 무엇일까에 대해 먼저 주민들에게 물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는 의견 합의를 통해 지역의 좋은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순차적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좋은 지역의 조건은 이미 정해져 있다. 좋은 사람, 좋은 주거지, 좋은 학교와 교육, 다양한 일 방식과 일자리, 부와 자원이 유출되지 않는 것, 안전한 삶, 마지막으로 풍부하고 개방적인 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정부의 세금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지역의 조건을 잘 아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시도하는 노력에 따라 다양한 모델이 형성될 수 있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겠지만 비관적인 시나리오에 절망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가능성을 생각하며 하나의 아이템이라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제대로 마무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화려한 말잔치와 공허한 이벤트의 반복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으로 매년 약 450개의 학교가 문을 닫는다. 일본 정부는 2010년부터 폐교를 활용해 지역 재생을 하는 '모두의 폐교'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문을 닫은 학교를 다른 시설로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다.
문부과학성의 2022년 ‘폐교시설 등 활용 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폐교 전국 활용률은 80%에 이른다.
공립 폐교는 영어마을, 드론 조종사 양성 교습소, 스타트업 육성시설, 자동차 전시장, 양조장, 물류 센터, 고령자 주택, 숙박 시설, 글램핑장, 레스토랑, 목공실, 수족관, 체험형 농업 테마파크 등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도심에서는 사무실, 요양 시설, 대학 캠퍼스 등으로도 사용된다.
폐교가 새로운 시설로 활용될 수 있는 건 2010년부터 문부과학성이 ‘모두의 폐교’(みんなの廃校)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부과학성은 폐교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설 활용을 원하는 희망자와 폐교를 소유한 지방 자체 단체를 연결해주고 있다. 지자체의 귀중한 재산으로서 폐교가 지역 특성에 맞게 재활용됨으로써 지역 활성화나 산업 진흥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폐교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토지 용도 변경, 리모델링이나 증축에 필요한 서류 등 소통해야 하는 행정기관 창구를 일원화해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0.8명으로 우리나라도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폐교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참고할 수 있도록 문부과학성에서 공유한 대표 폐교 활용 사례를 소개한다.
1. 오와니 자연 마을 생햄 공방
(おおわに自然村 生ハム工房)
아오모리현 오와니초 오와니 제3초등학교는 생햄을 만드는 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오모리현에서 나는 원육을 생햄이나 비엔나 등으로 가공하는 공장이다. 이 학교는 목조 건물이어서 통기성이 좋아 생햄 제조에 적합했다고. 더불어 생햄을 만드는 과정 중 초기 작업을 체험하는 공방도 운영한다. 교무실은 냉장실로, 보건실은 작업실로, 각 교실은 햄 건조장으로, 현관은 훈연고로 리모델링 했다. 농업을 가공 산업 및 서비스업과 융합해 농촌에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을 6차 산업이라고 하는데, 이 사례는 지역의 원육을 사용하고, 햄으로 가공하면서 지역에 고용 창출까지 할 수 있는 6차 산업 사례로 꼽힌다.
2. 나메가타 파머스 빌리지
(なめがたファーマーズヴィレッジ)
이바라키현 나메가타시 야마토 제3초등학교는 체험형 농업 테마파크 ‘나메가타 파머스 빌리지’로 변모했다. 나메가타시의 특산물은 고구마다. 폐교가 된 야마토 초등학교에 고구마를 주제로 식품 가공 공장, 뮤지엄, 레스토랑, 카페를 설치했다. 학교 주변에는 숙박시설, 클럽하우스, 고구마 농장, 고구마 저장고 등을 지어 학교를 중심으로 농업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학교의 현판을 그대로 두어 학교라는 흔적을 보존했고, 학교를 둘러보면서 고구마에 얽힌 역사와 지식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3. 드론 기술연구소
(サイトテック㈱本社・技術研究所)
야마나시현 미노부초 나카토미 중학교는 주식회사 사이트텍의 본사이자 기술연구소로 사용된다. 현재로써는 기술연구소로 드론의 시험비행 등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드론 개발, 제조, 검사, 연수 등 다양한 업무에 활용할 예정이다. 바람의 영향이 있어 학교 체육관과 같이 드론을 비행하면서 시험할 수 있는 대형 공간이 필수적이라고. 다만 학교였던 곳을 사업장으로 이용하게 되면서 소방법 규제 등을 지자체가 조율해주며 폐교 활용에 도움을 줬다.
4. 나라현 카시하라 종합 청사
(奈良県橿原総合庁舎)
나라현 구이세이 고등학교는 나라현 카시하라의 종합 청사로 이용된다. 나라현 중부 지역의 행정 시설을 집약한 종합 청사다. 약 8개의 사무소가 모여있는 곳이다. 이를 통해 행정 서비스를 일원화할 수 있었으며, 행정시설 관리 경비 절감 등의 효과를 얻었다. 넓은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활용, 휴일이나 주말에는 민간에 개방해 야마토 미야마(大和三山) 산의 절경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5. 히카리 양식장
(ひかり養殖場)
시마네현 이즈모시 광중학교는 카와하기(カワハギ, 취치의 일종)를 기르는 육상 양식 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바다에서 양식하는 것이 아니라 육상에서 새로운 어종을 키우는 방식으로 쇼와 개발공업소와 JR서일본 이노베이션즈가 새롭게 제안한 비즈니스다. 쇼와 개발 공업의 아라키 카츠유키(荒木克之) 사장은 광중학교 졸업생으로 폐교가 된 곳을 어떻게든 다시 살리고 싶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키운 카와하기는 지역 음식점, 간토·간사이 지역으로 출하된다. 새로운 산업의 발전과 함께 고용창출, 민간사업자 등과의 교류를 기대하고 있다.
6. 글램핑장
(グランピング)
시즈오카현 시마다시 유니치초등학교는 글램핑장으로 거듭났다. 후지산 시즈오카 공항 등에서 이용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 5종류의 21개 텐트 등을 설치했다. 교내에는 교실과 교장실 등을 리모델링해 샤워룸, 대욕장을 만들었다. 기존 체육관에서는 각종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다. 글램핑장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시마다시의 지역 식재료 등을 이용하거나 주변 시설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교류인구 증가나 지역 이주로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학교 시설을 이용해 지역 주민 커뮤니티로 활용 등도 고려하고 있다.
- 이투데이피엔씨, 블록오디세이, 씨유박스와 협업
- 블록체인, AI 얼굴인식 등 첨단 기술 도입 진행
대한노인회가 대한노인회정보화사업단, 각 분야 전문 기업들과 손잡고 300만 회원과 전국의 모든 경로당을 하나로 묶는 시니어 정보화사업의 닻을 올린다.
대한노인회중앙회와 대한노인회정보화사업단은 20일 이투데이피엔씨, 블록오디세이, 씨유박스 와 함께 추진 중인 ‘대한노인회 시니어정보화사업단 공동사업’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행사에는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최운 대한노인회 시니어정보화사업단 대표 등 대한노인회 임원들과 김종훈 이투데이피엔씨 대표, 황학선 블록오디세이 대표, 남운성 씨유박스 대표 등 제휴사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대한노인회 시니어정보화사업단 공동사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2021년부터 추진해온 ‘스 마트 경로당 사업’의 단일 표준안을 마련, 전국 6만8000여개 경로당에 정보화 기기와 서비스 를 순차적으로 보급한다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사업단은 스마트 경로당 표준안을 통해 노년층이 키오스크 환경에 적응하고, 플랫폼을 통해 각종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습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단은 KB카드와 넷마블, 리얼미터 등이 주주로 있는 빅디퍼가 시니어의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를 실현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다.
이투데이피엔씨는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 발행사로 2015년부터 축적된 고령자를 위한 복지, 금융, 생활, 문화 분야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 모 기업인 종합경제신문 이투데이 의 뉴스콘텐츠를 실시간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블록오디세이는 블록체인 솔루션 개발 스타트업으로 개인 데이터 서비스 플랫폼의 개발과 스 마트경로당 통합관제 센터 구축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씨유박스는 AI(인공지능) 영상인식 전문기업으로, 얼굴인식 기술을 통한 회원 인식 및 로그인 기술, Al 영상인식 기반 비대면 의료 사업 인프라 구축, Al 얼굴인식 기반 결제 및 기타 부가 서비스 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서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은 “정보화 사회가 고도화됨에 따라 ‘키오스크’ 등 정보통신 기기의 활용 능력은 노인들에게도 필수가 되고 있다”고 밝히고, “이번 사업을 통해 전국 노인회 회원들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운 대한노인회정보화사업단 대표는 “스마트 경로당 표준안이 정착되면, 전국 경로당에 동일한 학습 및 콘텐츠 이용이 가능한 키오스크, 전용 TV 채널, 모바일 플랫폼이 순차적으로 보급될 것”이라며 “경로당 회원을 포함한 이용자는 정부와 지자체 정책 정보는 물론 의료, 일자리, 금융, 부동산, 행복한 죽음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해 고령사회 문제 해법을 찾는 본격 소통 프로그램이 열린다. 실버문화포럼 '실버 두잇! 꽃대를 꿈꾸며'다.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실버문화포럼은 오는 27일, 팬투하우스(서울 마리나 4층)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한국문화원연합회의 ‘2023 실버문화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포럼에서는 실버 세대를 ‘꼰대’가 아닌 ‘꽃대’로 재정의하며, 인구의 32.6%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으로 편입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살펴보고 그 해답을 찾아갈 예정이다.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사회참여로 공동체 안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며 행복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질 전망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금융, 건강, 복지, 일자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50세 이상의 중장년에게 제공하고 있다.
포럼은 한국노인상담센터 센터장인 이호선 교수 진행으로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펼쳐진다. 기조 강연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인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가 맡는다. 박 교수는 ‘100세 시대, 건강하고 활동적 노년을 위한 문화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새로운 노년 문화라는 화두를 던질 예정이다.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현준엽 로쉬코리아 대표, 유소영 과천문화원 팀장의 밀도 높은 발표도 이어진다. 각 발표에 대한 참여자 의견 교류 및 현장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돼 있다. 행사의 현장 실황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될 예정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김종훈 편집인은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있는 지금, 노년의 여가 활용과 문화ㆍ예술 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독자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계획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가 신청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중년은 왜 외로울까. 부와 명예를 쌓으며 인정받던 사회에서 물러나면서 오는 1차 충격. 그리고 위로해줄 이가 아무도 없다는 데서 오는 2차 충격이 있다. 대화가 단절된 지 오래된 가족마저 그들을 외면한다. 마음 둘 곳 없는 중년이 정신적인 고립에 빠져 있다. 극복 방법은 없는지 김찬호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배드민턴 운동을 좋아합니다. 30대 때 운동을 시작해서 10년 정도 치다가 쉬었어요.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운동을 하려고 하는데 무릎이 안 좋아져서 힘들더라고요.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거죠. 그런데 그걸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1962년생인 김찬호 교수는 최근 자신이 겪었던 배드민턴 일화를 얘기했다. 당시 그는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중년이 받아들이기 제일 어려운 일은 ‘상실’”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중년의 정신적 위기는 바로 ‘상실’에서 시작된다.
돈만 벌다 보니 어느새 고립
김찬호 교수는 중년의 고립에는 사회적인 원인이 있다고 봤다. 현재의 40~50대(1983~1964년생)는 어떤 성장의 시간을 보냈는가. 1997년 IMF 외환위기가 그들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자본주의 체계에서 일에 몰두하는 삶을 살다 보니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단절됐다.
“IMF 이전에는 노동시장 바깥에서도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있었어요. 이웃끼리 친하게 지냈고, 친척과의 왕래도 잦았죠. 그러니까 퇴직하고 나서도 외롭지 않았어요. 그런데 IMF 이후에는 삶이 생존이 됐어요. 주부들도 일터에 나가야만 했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전력투구했죠. 다른 사람에게 관심 갖기 어려워졌고요. 그나마 맺는 관계는 권력 관계나 이해관계였죠. 고립으로 가는 지름길이 만들어진 거예요.”
김 교수는 중년의 고립에 대해 “여유 없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산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들은 오직 ‘돈 잘 버는 것’이 목표인 삶을 살았다. 좋은 대학교, 좋은 직장에 가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노력해서 산 만큼 자녀 양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자녀는 자신처럼 고생하지 않았으면 했고, 명문대나 대기업 등의 꿈을 이루지 못한 이들은 자녀가 대신 실현해주기를 바랐다.
“중년의 기러기 아빠(자녀의 교육을 목적으로 아내와 자녀를 외국으로 보내고 홀로 한국에 남아 뒷바라지하는 아버지)가 많은데, 그들을 단적인 예로 얘기해볼게요. 기러기 아빠는 가족으로부터 오는 정서적인 통로가 다 막힌 상태에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일에만 몰두합니다. 자기 내면도 가꾸지 못한 채로요. 그러다가 돈 버는 것을 못 하게 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거죠. 가족들은 이미 아버지를 돈 버는 사람으로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돈 잘 버는 것이 중요한 사회에서 실직, 퇴직, 사업 실패 등 일자리 상실은 큰 충격을 안겨준다. 이제 남은 건 좌절감과 패배 의식뿐이다. 그래서 창피한 마음에 중년은 고립되기를 자처하는데, 그런 존재를 가족들도 환영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10~20대 자녀는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불편해한다. 사회적 고립이 가정 내 고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중년에는 자기와 화해하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자기를 온전하게 수용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맞아들여요. 그런데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니까 남한테 그 사랑을 요구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꼰대가 되고 권위주의자가 되는 거예요. 인정 결핍을 가진 굉장히 빈곤한 사람이 됐다고 할 수 있죠. 자녀한테 대접받고 싶으면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합니다. 자녀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자신의 얘기만 하려고 하면 누가 좋아하나요? 다른 사람한테 짐이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자족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정신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방법
김찬호 교수는 저서 ‘대면 비대면 외면’에서 ‘고독’에 대해 흥미로운 표현을 했다. ‘고독’이라는 글자에 각각 ‘립’(立)을 붙이면, ‘고립’과 ‘독립’이 된다는 것. 사람들은 독립을 추구하지만, 타인과의 관계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흐를 때 고립에 이르고 만다. 그래서 스스로 독립을 훈련할 수 있다면 타인과의 만남도 한결 충실해진다.
중년이 스스로 독립하고자 한다면, 김 교수는 마음의 공간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마음의 공간이 작기 때문에 소통의 부재가 일어나고, 결국 고립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얘기를 정리해 보면, 퇴직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상실감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조직에서 주어진 것을 시키는 대로 하는 삶을 살았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지 못했어요. 그런데 퇴직을 하면 온전히 스스로 하루 24시간을 채워야 합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크게 나눠보면 건강, 일, 재정, 그다음에 인간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네 가지를 하나하나 오랜 시간 동안 점검해봐야 합니다. 그러면 내가 지금 원하는 게 뭔지, 필요한 게 뭔지 알 수 있어요. 인간관계가 부족해서 개선하면 거기서 힘을 얻고, 그 힘으로 일을 하고, 그래서 건강도 회복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집니다.”
김찬호 교수는 “인생 점검이 끝나면 나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고립되는 데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자신의 스토리가 없거나, 또는 있어도 그 스토리를 들어줄 사람이 없을 때”라고 설명했다.
“저희 아버지가 올해 99세입니다. 요즘 아버지를 뵈러 일주일에 세 번은 가는데, 사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2주에 한 번 갈까 말까였어요. 아버지가 60년 동안 같은 얘기를 하셨기 때문에 정말 지겨웠거든요. 그러다가 최근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걸 즐거워하신다면 기꺼이 들어드리기로 마음을 바꿨죠. 아버지는 분명 스토리가 있는 분이에요. 여기서 스토리란 잘 살아온 삶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패한 스토리밖에 없다고 해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어요. 저는 아버지가 왕년에 잘나갔을 때 얘기보다 힘들었을 때 얘기를 해주시면 훨씬 더 와닿고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그다음은 실전이다. 김찬호 교수는 자신의 취약함, 콤플렉스, 열등감 등을 내려놓고 사람들과 마주하라고 조언했다. 스토리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면서 풍부해지기 때문. 김 교수는 모임 활동을 추천하면서, “익숙한 사람끼리 계속 모이는 것은 좋지 않다. 새로운 모임에 가서 새로운 것을 배워 자기 변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자신이 만들어지면 안 쓰던 마음의 근육을 쓰게 돼 단단해진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인간은 시간의 노예다. 우리는 흐르는 시간에 매여 있지만 시간을 창조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면서 “다음 세대에는 좋은 세상이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씩 달라지길 바란다. 저도 아버지와의 대화를 늘린 이유는 충만해진 제 마음이 퍼져나가길 바라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김찬호 교수. 현재 중년의 시기를 잘 보내야 외롭지 않은 노년을 맞고, 행복한 미래를 열 수 있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중년을 넘어 노년은 죽음을 향해 가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동아리 단체 채팅방에 50명 정도 있어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죠. 요즘 부친상, 모친상 비보가 많이 올라오는데, 20년 후에는 본인상이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결국 마지막에는 한 사람이 남겠죠. 그 한 사람은 얼마나 고독하고 쓸쓸할까요? 디지털 세상에서 진짜 고립된 거죠. 이런 고립을 대비해 미리 예행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령사회, 시니어 유망 직업 중 하나로 요양보호사가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요양보호사 실태조사(서남권 서울특별시 노동자 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재가요양보호사의 98.7%가 비정규직이며, 51.6%는 업무 외 일로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었다. 문제는 불리한 계약조건이나 열악한 처우에도 대응하지 못한 채 ‘개인적으로 참고 넘기는’(65.9%) 경우가 과반수라는 점이다.
그밖에도 ‘내가 받은 월급이 최저 임금보다 높을지’, ‘갑작스럽게 계약 해지 통보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수급자의 사망 등으로 서비스가 중단되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 궁금증을 해소할 창구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이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된 중장년들의 안정적인 노동여건 조성을 위해 ‘시니어 노동 법률 상담 서비스’를 마련했다.
지난 10월 11일에는 요양보호사 집단상담이 열렸다. 이날은 김영환 공인노무사(신한노무법인)의 강의와 더불어 참여자들의 질의응답이 자유롭게 오가는 자리로 꾸려졌다. 요양보호사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이들은 근로계약서, 퇴직금 산정 방법, 괴롭힘 대처 방법, 노동권리 침해 구제방법 등 노동법과 관련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동시에 서로의 애로사항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참여자 김모 씨(62세)는 “오늘 알게 된 내용을 토대로 근로계약서를 다시 잘 살펴봐야겠다. 시급이나 연차수당 등을 산정하는 내용도 유익했다. 일을 하면서도 노동법은 잘 몰랐고, 어렵게 다가왔는데, 질의 응답하는 식으로 하니 이해도 쉽고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의를 진행한 김영환 노무사는 “같은 직업군 종사자가 이렇게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경험을 공유할 기회가 흔하지 않다. 이런 자리를 통해 업계 시니어 종사자들이 당연히 누릴 수 있었던 권리를 알아가고, 누구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궁금증을 해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센터는 도심권 서울특별시 노동자 종합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해당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날 진행된 요양보호사 외에도 중장년 취업자가 많으면서 근로환경 개선이 요구되는 경비노동자, 청소원 등 3개 직종에 대한 노동법 관련 전문 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 크게 상담과 교육을 아우르는 ‘집단상담’과 맞춤형 일대일 ‘개별상담’으로 나뉘며,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만 50세 이상 서울시민이라면 무료로 참여 가능하다.
시니어 노동상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김슬기 팀장은 “아직까지는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특히 경비노동자, 요양보호사, 청소원 등 다수 취업 직종의 경우 취업 후 사후관리를 해보면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신다. 개별적인 상담과 더불어 문제 예방 차원에서의 교육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어르신들이 노동법을 이해하기 쉽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단계부터 신경을 썼다. 도심권 서울특별시 노동자 종합지원센터와의 협력으로 전문성도 더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취업을 위한 활동을 주로 지원해왔는데, 취업 후 활동에 대한 지원도 해나가려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상담 프로그램의 경우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다. 이와 더불어 카드뉴스 등 관련 콘텐츠 제작 등에도 더욱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 8일과 9일에는 청소원 종사자들을 위한 집단상담과 개별상담이 이뤄질 예정이다. 10월 13일부터 11월 6일까지 전화(센터)로 신청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센터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