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품시장은 저성장·저금리 국면에 걸맞은 중위험·중수익 상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롱숏펀드, 자산배분형 랩, 금리+알파를 추구하는 상품 등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기대수익률을 낮춘 중수익 상품들이 각광을 받았다.
올해 역시 중위험·중수익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재테크 트렌드를 반영하듯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는 물론 하이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중소형사에 이르기까지 2014년 청마해 투자 유망상품으로 저성장·저금리 국면에 적합한 다양한 투자 상품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추천하는 올해 신상품 상품군은 △해외상품 △롱숏, 자문형 랩 등 중수익 중위험 상품 △은퇴 준비 맞춤형 상품 △대체투자 상품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증권사들이 새해 유망 테마로 삼은 글로벌 유형 상품들은 중국·유럽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지역들이 집중적인 투자 대상지역으로 꼽혔다.
중국의 경우 도시화·소득확대로 개인들의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향후 10년간 중국의 개인소비 증가가 메가 트렌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지난해 문제가 됐던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브라질 경기 둔화로 인한 헤알화 가치의 급락 이슈로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브라질국채도 올해는 최악의 국면을 지나 회복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증권사들이 추천한 중위험 중수익 상품들도 다양한 구조로 진화되는 모습이다. 일례로 삼성증권이 추천한 ‘삼성 자문형 ELS랩’은 자문형 랩과 ELS랩의 장점을 결합한 구조다. 자문형 ELS랩은 5개 내외의 ELS에 분산투자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고 편입ELS의 조기상환시에는 삼성증권 운용역이 최적의 ELS를 찾아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신한금융투자의 ‘신한평품 오페라 랩’은 ETF를 활용해 국내주식, 채권, 해외주식, 채권, 대안자산, 유동성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 ‘금리+알파’의 수익을 추구한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은퇴준비 포트폴리오에 적합한 상품들도 증권사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설재호 유진투자증권 상품지원팀 팀장은 “노후준비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장기 불입에 대한 부담과 중도 해지시의 불이익으로 기존 연금상품 가입을 주저하는 분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이 추천한 연금 포트폴리오형 상품으로는 기존 연금 상품을 보완한 은퇴준비형 랩어카운트인 ‘유진챔피언랩어카운트 은퇴준비 A형’과 NH농협증권의 귀농, 귀촌 토털 은퇴설계서비스 ‘플랜팜’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최근 안정적인 수익률로 주목받고 있는 MLP(마스터합자회사)도 안정적인 대안투자 측면에서 관심을 둘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실제 메리츠종금증권이 추천한 ‘한화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펀드’는 미국셰일가스 인프라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최초의 공모형 펀드로 자산의 60% 이상을 미국 내 에너지 관련 MLP에 투자해 자본 차익과 배당수익을 추구한다.
국내에서는 이제 장수 리스크 대응이 화두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장수 리스크를 산업화해 실버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분석실 이새롬 선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실버마켓 성장에 따른 금융의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금융회사들은 펀드 중심의 영업으로부터 예금, 보험, 퇴직연금 등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된 생애 단계별 자산운용안을 제시하고 있다. 수익률 하락, 고령자의 재무적 니즈 다변화 등으로 펀드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고령화, 금융시장의 호황 등을 배경으로 미국 금융회사들은 은퇴 관련 펀드 상품 위주로 영업을 확대해 은퇴 금융시장의 높은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미국 은퇴 금융시장 규모는 1980년 7220억 달러에서 2000년 8조4670억 달러, 2012년 14조8450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미국 실버마켓은 최근 고령자의 재무적 니즈가 다변화(의료비, 상속, 세테크 등)되면서 생애 단계별 상품 포트폴리오 제시로 전환됐다. 확정기여(DC·Defined Contribution)형 및 은퇴 서비스 간의 연계 강화가 특징이다.
또 연금지급 상품 개발을 통해 은퇴 이후에도 필요한 자산관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단계별로 보면 은퇴 준비 시작 단계에서는 보험, 뮤추얼펀드, 적금, 예금 등 상품을 통해 소득 및 지출내용에 따른 필요 노후자금 및 적정 저축률을 산정한다. 개인의 투자 성향에 따른 상품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본격적 은퇴 준비 단계에서는 보험, IRA(만기연장 또는 신규가입), ETF 등의 상품을 통해 건강보험 보장 내역을 리뷰한다.
또 수익률 검토 등 자산배분에 대한 리뷰를 통해 목표 은퇴자금 산정 및 달성 방안을 제시한다.
은퇴 직전 단계에는 채권, 연금상품 등의 상품이 추천된다. 부족한 자금을 채우기 위한 계획과 보유자산에 대한 연금화 방안 등이 제시된다.
은퇴 기간에는 채권, 연금상품, 상속설계, 신탁 등의 상품이 추천된다. 상품인출 방안 및 상속설계가 주를 이룬다.
더불어 최근 미국 보험사들은 민영 간병보험시장 침체에 대응해 즉시연금 및 간병보험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상품 출시를 확대하는 추세다. One America, State Life 등의 보험사들은 장기 간병 보험금이 지급되는 즉시연금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인상되는 기존 상품과는 달리 보험료 인상 부담이 없다. 또 간병 서비스가 필요 없을 경우 연금수령을 통해 생활비로 활용한다.
일본 금융사들은 개별 금융상품 중심의 영업보다는 의료비 등 다양한 재무적 니즈 충족이 용이한 신탁상품 개발을 통해 장기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월지급식펀드, DC형 등으로 서비스 라인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후견제도지원신탁은 치매, 지적장애 등으로 판단 능력이 저하된 사람이 미리 선택한 후견인을 통해 의료비, 생활비 등을 확보하는 상품이다.
특정증여신탁은 부모 사망 후 장애인 자녀의 생활비, 의료비를 보장한다.
또 일본 보험사들은 실비(간병, 암 등) 보장 보험상품 시장의 성장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간병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Nippon 생보사는 2012년 4월부터 일부 생명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자택방문 간병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2010년부터 Best Doctors Inc.에서 선정한 일본 내 전문의들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일본 정부는 보험사가 간병, 장례 등의 현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 개혁안을 발표했다. 올해부터는 보험사들이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연구원은 “제도개혁으로 보험사의 현물 급부가 허용됨에 따라, 향후 고객유치를 위한 금융회사들의 서비스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주택 분야에서도 실버마켓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주택과 금융이 결합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은 모기지론 수요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자산관리와 모기지론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민간 주택연금 활성화를 위해 신탁과 주택연금이 연계된 상품을 출시했다.
100세의 이칭은 ‘상수(上壽)’다. 병 없이 하늘이 내려준 나이란 의미다. 인간의 수명 중 최상의 수명이란 뜻도 담겨있다. 의학의 힘으로 젊음까지 되돌릴수 있게 된 지금, 기원지수(期願之壽)였던 100세는 이제 더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됐다. 실제 한국의 경우 최빈사망연령이 이미 85세를 넘어섰고 2020년 무렵이면 90세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100세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을까? 우리나라 100세 시대를 열어갈 첫 세대인 ‘베이비부머’ 가운데 은퇴준비가 양호한 유형은 14.7%에 불과하다. 약 7가구 당 1집은 100세를 맞이할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다는 얘기다. 오래 살아 생기는 위험부담 ‘장수 리스크’다.
최근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로 시중자금이 스마트화(고수익을 위해 장세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는 자금)되면서 장기투자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한국 국민의 목표소득대체율(은퇴 직전 소득 대비 은퇴 후 예상 생활비)은 61%로 지난 2010년 조사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은퇴까지 시간적 여유가 가장 적은 50대의 은퇴 준비가 가장 부족했고 20대가 뒤를 이었다. 목표소득대체율 감소한 것은 세계경기 침체와 물가상승, 국내 가계 부채 증가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이뤄진 3층 자산관리에 투자수익·재취업, 주택·농지연금를 추가해 5층 자산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피델리티자산운용 상무는 “현재로서는 개인연금제도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인연금의 가입을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인생주기(라이프사이클)에 맞는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 은퇴시기가 겹쳐 있는 50대는 노후준비를 할 수 있는 마지막 나이지만 자녀의 대학등록금 및 결혼자금 등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시기이므로 자산증식보다는 자산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 60대 이상은 안정적인 월소득 확보를 위해 정기적으로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월지급식 상품 위주의 자산관리가 필요하다.
만약 투자전략을 세우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최근 증권사들은 은퇴 후 효율적 자산관리를 위해 100세시대 관련 전담부서를 마련하고 맞춤형 실버금융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는 지난해부터 정기적으로 은퇴학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자산관리는 물론 부부생활이나 노후준비, 건강에 관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해 4월부터 투자상품 가입 경험이 부족한 만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 특화 상담인 ‘실버그린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NH농협증권은 ‘퇴직연금 홈페이지’(pension.nonghyup.com)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투자증권은 은퇴 컨설팅 홈페이지 (www.truefriend.com/rtpension)를 지난해 말 개편했다. 대신증권은 은퇴설계 시스템을 개발해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에 탑재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장기투자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현금화 시기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며 “더 이상 장기투자자산을 예적금으로만 묵히지 말고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어떻게 운용할지 장기적인 밑그림을 그리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