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장소라는 표현이 있다. 집(제1의 장소)과 직장(제2의 장소)이 아닌 마음 편한 어떤 곳을 뜻한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 없이 푹 쉬고 싶은 장소다. 모두의 꿈이기도 할 것이다.
마음 편하게 교류를 촉진하는 제3의 장소
제3의 장소가 필요하다는 말은 집과 직장이 불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에 있으나 직장에 있으나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자유롭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집과 직장이 있어야 제3의 장소도 의미가 있다. 집과 직장에서 뭔가 어떤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 시간 후에 비로소 쉬고 싶다는 의미도 된다. 집도 절도 없는 사람에게는 사치스러운 표현이기도 하다.
비슷한 말로 ‘워라밸’이 있다. 일(Work)과 라이프(Life)의 균형(Balance)이 필요하다는 말에 대해 어떤 CEO들은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무슨 균형 타령이냐’라고 말한다. 그러나 워라밸은 제3의 장소처럼 일과 삶에서 모두 행복하고 싶은 마음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CEO들은 과연 행복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한편으로는 워라밸 역시 일과 삶이 다 잘되어야만 의미를 갖는 말이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 일은 나의 삶이 아니라고 은연중에 선 긋는 의미가 포함된 것 같아 왠지 씁쓸한 말이기도 하다.
다시 제3의 장소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말은 미국 사회학자 올덴버그(Oldenburg)가 1989년에 쓴 책 ‘The Great Good Place’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영국의 선술집(Pub)이나 프랑스의 카페처럼 마음 편하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제3의 장소라고 표현했다. 제3의 장소는 중립적이고, 누구나 평등하고, 대화 중심이고, 찾기 편하고, 단골이 있으며, 본인이 눈에 띄지 않고, 즐길 마음으로 찾는 공간이자, 또 하나의 우리 집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라는 8개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즉 가볍게 모여 교류하며 쉬고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하고 이질적인 사람들이 사회적 위치나 입장을 신경 쓰지 않고 교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다.
더 확장하면 1971년에 창업한 스타벅스도 제3의 장소가 된다. 자기 방이 있는데 굳이 카페에 가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을 누군가는 ‘커피값으로 잠시 나의 공간(부동산)을 임시로 사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해석한다. 어떻게 분석하든 카페에서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가서 작업을 한다. 그러나 올덴버그가 제시한 개념을 카페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적용해보면, 대화나 교류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완벽한 제3의 장소라고 보기 어려운 점도 있다.
로컬의 제3의 장소
제3의 장소를 로컬과 연결시켜 연구하는 이시야마 노부타카(石山恒貴) 교수는 올덴버그가 말한 제3의 장소의 8개 특징이 유연하게 사람이 지역과 관계 맺을 때 나타나는 특징과 같다고 말한다. 지역의 공간과 장소 가운데 비영리단체의 공간, 독서회, 커뮤니티 모임 장소, 학습회 등이 제3의 장소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며, 대화와 교류를 더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목적 교류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즉 지역이 도시 생활의 대안도 될 수 있지만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간 지역에서 청년 창업이 많이 일어났을 때, 초기에는 카페, 게스트하우스, 독립서점 등을 많이 보았다. 지역에는 소비자도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공간은 한꺼번에 카페, 게스트하우스, 독립서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에 이런 공간들이 만들어졌으니 새롭고 예쁘고 좋다며 모두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주민들은 공간이 너무 예쁘고 환해서 ‘나 같은 사람이 들어가도 되나’ 하는 이질감만 들어서 모두의 공간은 아닌 것 같다며 투덜거렸다. 갤러리 같은 곳에서 선뜻 문을 열지 못하고 망설임을 느끼는 것처럼,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공간이 의외로 삶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듯 초기의 청년 창업 공간은 개인이나 공동체의 행복에 기여하는 제3의 장소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그들만의 공간’인 상태였다.
어느덧 몇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의 모습도 조금 더 본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제3의 장소 만들기에 대한 수요도 더욱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에서는 수도권이나 인근 대도시에서 끊임없이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 누구나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혹은 U·J·I턴해서 돌아오는 사람들의 장소를 확보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지역에서 한달살기를 하든 워케이션을 하든 귀농・귀촌을 하든 우리가 원하는 제1의 장소는 일단 안정된 주거 공간, 즉 집이다. 그러나 여전히 집과 직장 외에도 어울려 지낼 수 있고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는 제3의 장소도 필요하다.
진짜 필요한 것은 제3의 장소나 워라밸이 아니라 집, 직장, 제3의 장소 간의 ‘균형’이다.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에 대응한다며 전개하는 정부의 지역소멸대응기금이나 수많은 지원사업에서 그런 본질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2021년 일본에서 개호보험 지원을 받는 요(要)개호·요지원 인정자 수는 679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들을 돌볼 간호 인력은 부족하고, 가족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1인 고령자도 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집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은 2005년 개호보험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지역 실정에 따라 고령자가 익숙한 지역에서 잔존 능력으로 자립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의료·개호, 개호 예방, 주거 및 일상생활 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체계”를 말한다.
지역 자원 엮어 돌봄 제공
여기서 지역은 ‘일상생활 권역’으로, 보통 집에서 도보 30분 권내를 의미한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긴 하지만 일상생활 권역당 대상 인구는 1만~3만 명이다. 하나의 마을이 노인을 함께 돌보는 셈이다.
고령자가 늘고 가족의 간호 부담이 커지자 일본은 2000년 사회보험 방식의 개호보험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부족한 의료 인력 때문에 이 보험만으로는 고령자를 돌보기 어렵다. 게다가 핵가족화로 인해 돌봐줄 가족 없이 혼자 남은 독거노인도 늘었다. 따라서 노인 돌봄이 이뤄지는 장소를 시설에서 재택으로 옮기되, 지역 자원으로 주거, 의료, 개호, 예방, 생활 지원의 통합 돌봄을 할 수 있도록 연계하기 시작했다. 후생노동성은 2025년을 목표로 지역의 포괄적 지원과 서비스 제공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시스템이 실현되려면 개호직이나 의료 관계자를 비롯해 다직종의 제휴가 필요하다. 현재는 지역포괄지원센터와 케어 매니저가 시스템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역포괄지원센터는 2022년 기준 전국에 5404개소가 설치되어 있고, 지소까지 포함하면 7409곳이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지역포괄케어 시스템 구축을 위한 중점 내용에 재택 의료·개호 제휴 추진을 포함했다. 시정촌(일본의 지방자치단체를 말함)이 주체가 되어 의료·개호를 연결해 진료소나 병원에 다닐 수 없는 요개호자를 집에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어느 장소에 어느 시설이 있고 의사가 몇 명인지 지역의 자원을 파악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게 시정촌의 역할이다.
시정촌이 이를 담당한다는 의미는 지역 특성이나 자원을 잘 이해하고 있는 주체가 직접 시스템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지역포괄케어의 핵심은 각 지역의 특징과 자원을 반영한다는 점이기 때문. 예를 들어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눈이 많이 내리는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를 구분해, 요개호자들이 통원 치료나 재택 방문 서비스를 받는 데 문제가 없도록 지원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포괄케어는 지역마다 시스템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각 시정촌은 PDCA 사이클을 돌리며 시스템을검증한다. Plan(계획)→ Do(실행) → Check(측정 평가)→ Action(대책 개선)의 사이클을 반복하는 것이다.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축만 해놓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자에게 적합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지 검토하고 개선한다.
집으로 돌아가자
지역포괄케어의 핵심은 ‘자립’이다. 의료 돌봄이 필요한 사람도, 치매 환자도 집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쿄 주택가에는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이 있다. 장기 입원이 흔한 요양병원과 달리 어떻게 하면 환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생활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병원이다. 퇴원 후 집에서 진료와 간호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까지 고려한다.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지역 케어 매니저 등이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일한다. 지역포괄케어의 병원 판인 셈이다.
건강한 노인은 자원봉사로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이 필요한 노인은 지원을 받으며 사회와 교류한다. 서로를 잇는 하나의 네트워크 역할을 하는 것. 이런 역할을 맡는 것이 삶의 활력이 되어 개호 예방의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고.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역마다 가진 자원의 편차가 있고 환경도 달라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의 질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 집에서 여생을 마감하고 싶은 고령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으므로, 지역포괄케어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가 빠르게 고령화 되어가는 가운데, 노인의 평안한 삶을 영위하는 방법 중 하나로 ‘고령친화도시’ 조성이 꼽히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인 고령화와 도시화 추세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해나가기 위해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GNAFCC) 프로젝트를 2007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WHO에서는 고령친화도시에 대해서 “나이가 드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 도시,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 평생을 살고 싶은 도시에서 활력 있고 건강한 고령기를 위하여 고령자들이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도시”로 정의하고 있다.
국내 지자체 47개,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 가입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 회원 인증은 WHO가 정해놓은 8대 영역에 적합해야 받을 수 있다. 8대 영역은 △외부환경과 시설 △교통수단 편의성 △주거환경 안정성 △여가 및 사회활동 △사회참여 및 일자리 △사회적 존중 및 통합 △의사소통 및 정보 △건강 및 지역사회 돌봄이다.
2023년 5월 기준 전 세계 51개국, 1455개 도시가 가입돼 있다. 대표적인 고령친화도시로 미국 뉴욕, 일본 아키타 시가 꼽힌다. 우리나라는 47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가입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첫 번째로 가입한 서울시가 롤모델로 통한다.
서울시는 고령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일찌감치 고령친화도시 조성에 관심을 뒀다. 2010년 노인 실태·욕구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과제를 개발하고, 노인복지 조례를 제정했다. 또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문가를 비롯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끝에 2013년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했다. 서울시의 고령친화도시 핵심 내용은 고령자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며, 사회적으로 배제되지 않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2016년에 가입한 부산광역시는 공동체 활성화를 지원하는 도시 환경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부산시는 프랑스 파리처럼 ‘15분 도시’ 개념을 도입했다. 집에서부터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15분 이내에 출퇴근과 의료 상업 등 일상생활이 모두 가능한 도시를 말한다. 15분 도시와 연계해 노인을 위한 모임 공간 하하(HAHA)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2017년 도 단위 최초로 가입한 제주도는 사람 중심, 상생·통합, 네트워크, 행복 등 4가지를 핵심가치로 하고 있다.
“국가 지원 필요” 의견도
표현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지자체의 고령친화도시 비전 대부분은 ‘건강하고 활기찬 100세 도시’이다. 또한 지자체에서는 노인복지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고령친화도시 1기, 2기 계획을 실행한 뒤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하는 절차를 따르고 있다. WHO의 8대 영역이 기준이다 보니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 과정 등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각 도시마다 10~20%의 차별성도 존재한다.
현재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전라북도를 예로 들 수 있다. 전라북도는 식품산업 중심지로서 고령친화식품 육성에 주력한다. 고령친화 은퇴자 체류 도시 모색 계획도 세웠다. 자연환경 자원이 우수하고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해 은퇴자 체류 도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고령친화도시 조성 사업은 지자체별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법률상 마련돼 있지 않아서 예산 등 지원이 어렵다는 지적도 불거졌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위원은 국가가 고령친화도시를 지정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6월 대표 발의했다.
최연숙 의원은 “세계 주요 도시들이 고령층의 활력 있는 노후생활을 위해 각종 시책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고령친화도시 관련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가 63개에 불과하다”며 “고령화 시대에 국가가 노인 정책을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전원주택, 오피스텔 등 사용하지 않는 세컨드 하우스를 이용해 숙박 영업을 하고, 단기 수익을 올리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 휴가철을 맞아 해당 사례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소유한 주택을 공유 숙박시설 용도로 잘못 쓰면 불법 운영으로 적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공유숙박은 빈집이나 빈방 등을 활용해 관광객에게 유상으로 숙식 등을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숙박시설을 운영하려면 우선 손님이 잠을 자고 머물 수 있는 시설과 안전 설비를 갖춘 뒤 관할 지자체에 숙박업 신고를 해야 한다. SNS나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통해 신고하지 않은 채 불법 영업을 하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미신고 숙박업 행위로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현행법상 ‘공유숙박업’이나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사업자 등록 없이 주거용 건물에서 숙박업 영업을 하는 것은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이다. 농어촌지역에서는 펜션 등 숙박시설로 주택을 활용할 수 있지만, 도시지역 주거용 건물이라면 외국인을 상대로만 가능하고 내국인을 손님으로 받으면 불법이다. 신고된 숙박업소라도 숙박 요금표를 게시하지 않거나, 시설을 불법 증축해 운영하는 경우, 농어촌민박이 소화기와 일산화탄소 경보기, 화재경보기 등을 갖추지 않은 경우도 신고 대상이다.
행정안전부는 불법 숙박업소 신고를 포함한 각종 숙박 관련 민원을 ‘안전신문고’ 홈페이지에서 처리하고 있다. 서울시, 강원도 삼척시, 경북 포항시 등 지자체도 불법 숙박업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고자에게 최대 수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따라서 공유 숙박시설 운영 전에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편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을 통해 공유숙박 플랫폼 ‘위홈’에서만 서울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해 왔다. 사업자 등록을 마친 사람이 ‘위홈’에 공유 숙박업 특례 신청을 하면 내국인에게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공유숙박 규제 완화를 통해 부산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내국인 공유숙박을 부산에서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2005년부터 법을 제정하여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실시한 지 18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2020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초과하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cross)를 막을 수 없었다. 사람이 살고 죽는 일을 국가가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고령자를 위한 의료복지나 출생 촉진을 위한 좋은 육아 환경 마련은 아직 멀었다.
2023년부터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초고령화에 대한 새로운 법들이 시행되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은 인구 감소 지역 89곳을 지정하여 전국에 지역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고향사랑기부금법’은 외지인의 기부를 유치하여 지역을 살리고자 한다.
수도권 인구가 2000만 명이고 비수도권에 3000만 명이 사는 이 나라에서 포화 상태의 수도권과 과소 상태의 비수도권 지역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포화와 과소 상태라면 적절한 규모는 몇 명을 의미하는 것인가. 내가 연구하러 다니는 대부분의 지역은 인구 10만 명이 채 안 되는 곳이다. 대도시는 청년 비율이 30% 넘는 곳도 많지만 5%도 안 되는 지역을 많이 보았다.
모두가 인구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몇 명이 되면 살기 좋아질까요?”라고 물어보면 이내 함구하고 만다. 무의식적으로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포화 상태의 수도권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에 이르러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많은 기회와 자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많은 기회와 자원이 모두에게 합당하게 배분되어 다들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은 결코 아니지 않은가.
일본 소도시의 적소 개념
자주 쓰는 표현은 아니지만 과소(過疎)는 ① 너무 성김 ② 어떤 지역의 인구 등이 너무 적음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② 어떤 지역의 인구 등이 너무 적음에 더하여 이로부터 파생되는 정치·경제·사회 문제 등을 포괄하는 용어로 ‘과소화’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적소(適疎)라는 말이 있다. 일본 홋카이도의 인구 1만 명이 안 되는 작은 도시 히가시카와(東川)에서 20년 동안 다섯 번 연임 정장(町長, 우리나라로 치면 면장 정도)을 한 마쓰오카 이치로(松岡市) 씨가 제안하여 마을의 기본 방침으로 정한 개념이다.
히가시카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번역된 ‘히가시카와 스타일’이라는 책에도 잘 나와 있다. 인구 1만 명이 안 되는 이 도시에 외국인이 500명이 넘고, 그들은 노동자라기보다는 일본 최초의 공립일본어학교 학생들이다. 연간 인구가 40명씩 증가하고, 그 증가세가 25년간 지속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영월군과 자매도시다. 홋카이도에서 제일 높은 다이세쓰산의 눈 녹은 물 덕택에 일본 유일의 수도세 무료 지역이다.
임산부에게 청소 지원과 점심 택배 서비스를 하고, 엄마·아빠도 이용할 수 있는 육아카페 쿠폰을 제공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을 새긴 의자를 선물하면서 ‘네가 이 지역을 떠나더라도 네 자리는 언제나 이 지역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너의 의자’ 사업을 진행한다. 교육 환경은 넉넉하기에 초등학교는 개방형 환경에서 수업을 진행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마을 전체가 평지여서 다니기도 편하고, 마을 한가운데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이 위치해 다이세쓰산으로 가는 등산객들이 많이 들르는 인기 지역이기도 하다.
이 지역이 적소 개념을 도입하며 1985년부터 시작한 사업은 ‘사진 마을’이다. 사진기를 특산품으로 제작하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진 찍기 좋은 경관 만들기, 사진 찍기 좋은 사람 만들기, 사진 찍기 좋은 물건 만들기가 핵심이다. 사진 찍기 좋은 예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이주자에게 지원금을 주는 게 아니라 이주자의 주거 조건을 엄격히 제한한다. 사진 찍기 좋은 사람을 만들기 위해 주민이 항상 웃으며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사진 찍기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목공과 디자인에 공을 들여 수준 높은 목가공품이 넘쳐나는 마을이 되었다. 40년 역사를 지닌 ‘국제사진 페스티벌’에 참여한 중고생들이 아무 집이나 들어가서 사진 찍기를 요청하면 주민들이 기꺼이 환대하는 놀라운 문화도 형성되어 있다.
1지자체 1특산품을 경쟁하는 시대에 과감하게 ‘문화’를 상품으로 내걸고 마을 전체를 여유롭고 살기 좋으면서 돈도 버는 마을로 만든 것이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여유다
사람, 문화, 자연이 넉넉하게 어우러진 적소 상태는 이를테면 ‘적절하게 성근 상태’다. 너무 빡빡하거나 너무 쓸쓸하지도 않으며 딱 살기 좋은, 여유 있고 안심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도시든 시골이든 모두가 꿈꾸는 상태일 것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살기 좋은 지역은 몇 명이 사는 지역인가. 그 답은 ‘몇 명’이 아니다. 인구를 늘리고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인구의 어떤 만족을 유도할 것인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가 삶의 터전에서 바라는 것은 적절한 여유와 그로 인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노인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노인 요양시설 활성화의 일원으로 요양시설 임대 허용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돌봄 종사자들은 사회서비스 시장화의 포문을 여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건강보험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0명 이상의 노인 요양시설은 건물·토지 소유 사업자만 설치할 수 있고, 임차(돈을 내고 남의 물건을 빌려 씀)와 임대(돈을 받고 자기의 물건을 남에게 빌려줌)는 허용되지 않는다. 임차와 임대의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건물·토지만 가능하다.
정부는 요양 수요 증가에 대응해 임차와 임대의 규제를 풀어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연구 용역을 발주한 데 이어 공청회까지 개최한 것이다.
건보공단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인구에 진입하면 요양 수요가 증가한다”며 “이들 신 노년층은 사는 곳에서 노후 생활을 보내길 선호해 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요양시설 활성화 관련 제도 개선 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고령화에 따른 공급난 해결”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가구소득, 소비지출, 저축 부문에서 약 2배가량 이전세대보다 높고 금융자산도 50% 정도 많다. 이날 공청회에서 문용필 광주대학교 교수는 ‘신노년층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요양시설 공급체계 연구’ 내용을 소개하며 “경제적 수준이 되는 일부 신 노년층은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 현행 표준화 서비스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서비스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령화에 따라 장기요양등급 인정자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실정이다. 2022년 86만 명 수준인 75세 이상 인정자 수는 2040년 226만 명이 될 전망이다. 주로 시설에 입소하는 중증 환자인 1·2등급 인정자 수는 같은 기간 14만 명에서 37만 명으로 늘어난다. 시설 급여를 받는 장기요양기관의 수는 2008년 총 1700개에서 2021년 5988개로 증가했지만, 노인 인구와 지역 부동산 가격 등의 이유로 일부 지역에서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문 교수는 “임차를 허용해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 공급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맞춤형 시설 서비스를 확대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서 민간 요양시설 임차 허용 정책을 제시했다. 특히 경제력이 높은 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권 지역은 지가가 높아 현재 요양시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더불어 문용필 교수는 “국공립 시설을 확대하고, 수가 인상을 통해 추가 공급을 유도하는 방안도 함께 필요하다”며 “다만 소요되는 국가 재정을 고려하면 민간 시설 임대 허용을 통한 진입 장벽 완화가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민간 요양시설 임대를 전면 허용하면 시설 난립이나 신규 개설·폐쇄 사례 증가로 서비스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되 공급이 부족하고 다양한 욕구가 있는 서울, 광역시 등을 우선 적용하고 비영리법인을 먼저 허용하는 방안이 나왔다. 또 시설 운영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사전운영계획서 제출 의무화, 폐업 시 입소자 전원 조치에 관한 규정, 4인실이나 1인실, 저소득층 의무 수용 등의 후속 조치도 검토 사항으로 제시했다.
반대 입장 “복지 민영화, 시설 난립 등 우려”
노인복지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규 사업자의 진입과 퇴출이 더 쉬워져 시설이 더욱 난립할 것이라는 우려다. 현재도 장기요양기관은 개업과 폐업이 빈번히 이뤄지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10인 이상 요양시설의 폐업률은 4.59%(2020년 기준)에 이른다. 임대가 가능한 10인 미만의 노인공동생활가정은 폐업률이 9.11%로 더 높다. 또한 사실상 자영업자인 개입사업자들의 수익 중심의 경영에 따른 영리화 심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토론에서 “규제는 한 번 뚫리면 다시 되돌릴 수 없고, 비영리법인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거치더라도 대규모 투기적 금융 자금의 시장 진입이 이뤄져 장기요양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라며 “약자인 노인들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 협회 등은 이날 공청회장에서 요양시설 임대 허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참여연대는 “요양시설 임대를 허용하면 시설의 갑작스러운 폐업, 영세 시설의 난립 등으로 입소 노인의 피해가 매우 커질 것”이라며 “시설이 늘면 노인들이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입소하게 돼 장기요양 재정수지가 악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지난 27일 “민간이 소규모 자본으로도 사회서비스에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려는 것으로 입소 노인의 주거 안정성을 저해하고, 시설의 이윤 추구 과도 경쟁으로 비용 부담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공공 노인요양시설 1%라는 척박한 현실에서 서비스의 다양화를 핑계로 공공복지 확대를 포기하고 복지 민영화를 본격화하려는 정부의 꼼수는 비난받아 마땅하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일본에서 일명 ‘콤슨 사태’가 발생했다. 대형 민간노인요양업체 콤슨은 당시 지원금을 횡령하면서 강제 폐쇄 명령을 받았다. 이에 이른바 ‘개호(간호·병수발) 난민’이 속출했다. 또한 영국은 서던 크로스(Southen Corss) 파산으로 3만 1000명의 노인요양시설 입소 노인이 갑작스레 퇴거했다.
경실련은 “노인돌봄을 포함, 사회서비스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국가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수익이 부족, 민간의 참여가 저조하거나 지역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경우 시장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요한 것은 보편적 장기요양서비스 확충이며,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서는 공공 요양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니어 토탈 케어 플랫폼 케어닥이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는 고급 시니어타운인 삼성노블카운티에 방문요양돌봄센터를 오픈했다.
새롭게 오픈하는 방문요양돌봄센터 노블카운티점은 입주민을 대상으로 돌봄부터 요양까지 맞춤형 돌봄 및 생활 서비스를 선보인다. 센터 내에는 다년간의 시니어 돌봄서비스 경험을 보유한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등 전문 인력이 상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입주 어르신들의 컨디션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상시로 대응한다.
장기요양 서비스를 핵심으로 간병 서비스, 홈케어 서비스 및 병원 동행, 방문요양 서비스 등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시니어타운에 위치한 요양시설 내 간병은 물론 자택 간병, 요양까지 필요에 따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장기요양 급여 및 비급여 대상 서비스를 통합한 새로운 운영 모델도 적용한다. 자택 간병은 간병 수준에 맞춘 가격대로 세분화할 수 있으며,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의 경우 수가 적용을 통한 방문요양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케어닥의 방문요양돌봄센터는 2022년 4월 첫선을 보인 이래 직영점뿐 아니라 가맹지점을 확대하고 있다. 케어닥은 지난해 동백 스프링카운티 자이 실버타운 내 ‘라이프케어센터’를 오픈한 데 이어 이번 방문요양돌봄센터 삼성노블카운티점 입점을 계기로 국내 시니어타운별 특징에 맞는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문연걸 케어닥 장기요양사업부 이사는 “실버타운을 비롯한 다양한 시니어 주거 복지 시설 내 고도화된 돌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결합함으로써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고 더욱 나은 시니어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케어닥은 커뮤니티케어 및 자연스러운 AIP(지역사회 계속 거주, Aging in Place)를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케어닥은 시니어 주거 복지 시장 확대를 목표로 다양한 시니어 주거 상품 개발 및 관련 서비스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주거형 하이엔드 요양시설 브랜드 ‘케어닥 케어홈’을 선보였으며, 올 7월에는 종합건축사사무소 선엔지니어링과 도심형 시니어타운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햇살이 마냥 싱그럽다. 어찌나 밝고 환한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날들이다. 서늘한 숲과 푸름이 제맛인 곳에서 초록의 신선함에 한껏 파묻혀보고 싶은 날들이다. 짙어져가는 녹음 속을 호젓하게 걸으며 치유의 숲을 누릴 수 있는 적기다.
‘생거진천 치유의 숲’은 충북 진천군에서 조성한 산림욕장이다. 자연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하여 건강한 삶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휴양 활동을 제공하는 곳이다. 바쁜 세상에 살면서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다고 생각될 때 숲을 떠올려보자. 숲속에서 풍성한 피톤치드와 숲 사이의 햇빛과 바람을 즐기는 힐링 여행은 스스로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살아서는 진천이 좋다는 뜻의 생거진천(生居鎭川)은 산과 물, 그리고 풍수적으로도 빠질 것 없는 여행지다. 더구나 조금 덜 알려진 편이고 인적도 드물어 유유자적한 힐링의 시간이 된다. 진천둘레길 힐링 숲으로 떠오른 무제산 무제봉 아래 치유의 숲은 사색하며 걷기 좋은 숲이다.
치유의 숲에는 입구의 전통 한옥 힐링비채와 마주 보는 산에 위치한 숯채화효소원 두 동의 건물이 보인다. 그리고 4경로의 치유숲길은 물소리맑음숲길 700m(청각), 마음치유숲길 1.2km(촉각), 숲내음숲길 1.5km(후각), 하늘맑음숲길 2.8km(시각)로 이어졌다. 단아한 한옥 힐링비채는 건강치유센터다. 숯채화효소원은 숯온열치유실은 물론이고 세미나실을 이용해 자연과 함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두 군데 모두 다양한 준비가 되어 있다. 누구나 신청만 하면 참여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산림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숲은 대체로 완만해서 아이뿐 아니라 몸이 불편해서 천천히 걷는 이도 큰 무리가 없는 산길이다. 신록으로 물든 숲에 들면 신선한 숲 내음에 자신도 모르게 기분 좋은 아찔함을 느끼게 된다. 입구에서 몇 걸음 이동하면 곧바로 계곡이다. 물소리맑음숲길과 마음치유숲길 이정표를 따라서 가기만 하면 어려울 게 없다.
걷다 보면 산길 옆으로 쉼터가 보이는데, 그리 힘들지 않아도 잠시 앉아 숲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몇 걸음마다 네트벤치나 명상욕장이 나타나 편하게 누워서 숲 사이로 하늘을 보며 쉬는 시간은 세상 더없는 힐링 타임이다. 탁 트인 기분으로 ‘오늘 이 숲은 내 거다’ 해볼 만하다. 네트망에 한참 누워 있다 보면 청량한 바람 소리가 들려오고 복잡한 생각도 사라지며 한없이 평온해진다. 그러다가 깜빡 잠들기도 하는 달콤한 시간이다.
걸을 때마다 푸름으로 꽉 찬 숲이 운치 있다. 깊은 숲으로 오를수록 빼곡한 나무 덕분에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함이 기분 좋다. 건강한 숲길과 싱그러운 풍경에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묵은 체증도 사라진다. 산길 어디에나 피어난 야생화가 눈에 들어오고, 작은 옹달샘에서는 유영하는 물고기도 보인다.
운동 삼아 장시간 걷는 것이 습관인 사람들에게는 짧은 느낌일 수도 있으나 숲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치유의 숲 포인트다. 흙길과 데크가 반복되는 오감테마 치유 숲길을 거치고 나면 온몸이 기분 좋게 반응한다.
생거진천 치유의 숲에는 자연휴양림도 있어서 하루쯤 숲속에 파묻혀 지낼 수도 있다. 진천자연휴양림과 산림문화휴양관이 연결되어 있고, 무제산 무제봉 등산 코스가 이어진다. 무장애나눔길과 데크로드, 놀이 공간과 습체원의 운치 있는 자작나무까지 멋지게 조성된 치유의 숲이다.
숲의 다양한 환경 요소를 통해 인체의 면역과 이완을 얻는다.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정신적 건강의 회복과 치유를 경험하는 시간, 단단한 콘크리트 벽을 떠나 숲을 다녀오면 비로소 부드럽고 투명해지는 일상이 이어진다. 더 나아가 삶의 활기와 자신감이 채워진다. 여름은 역시 숲이다.
아름다운 농업, 똑똑한 농장 ‘뤁스퀘어’
‘농업 기술과 문화가 연결되는 미래 농촌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뤁스퀘어’(Root Square)가 충북 진천의 이월면에 자리 잡았다. 산과 들판, 골짜기와 하천, 논과 밭으로 펼쳐진 풍경이 떠오르는 농촌, 뤁스퀘어는 뉴노멀 시대의 농촌을 보여준다. 농업을 주 테마로 하여 미래 농업 복합문화공간 스마트팜 재배 시설이 생겨났고, 카페나 식당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미래 농촌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공간이다.
요즘 도심 근교나 시골에 카페나 책방을 차려놓고 핫플레이스로 등극하는 걸 종종 본다. 뤁스퀘어 또한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고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충북 진천군 시골 외곽에 자리한 그저 멋진 카페인 줄 알았다면 시종일관 놀랄 일을 마주하게 된다. 약 6000평 규모의 공간에 온실, 재배 공간, 책방, 음식점, 카페, 주거 공간이 각각 색다르게 마련되어 원하는 곳에 머물 수 있다.
뤁스퀘어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작고 귀여운 식물을 키우는 공간을 만난다. 뤁스퀘어는 스마트팜 농업회사 ‘만나 CEA’의 스마트팜 기술로 재배하는 작물들이 꽃보다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바질이나 유럽 상추 등인데, 이것을 구해 직접 집에서 키워보며 수확의 기쁨도 느껴볼 수 있다.
스마트팜 바로 옆 라운지엔 기프트 숍과 일식 레스토랑이 연결된다. 농사에 필요한 갖가지 농기구와 장바구니가 얼른 집어 들고 싶게 예쁘다. 텃밭을 가꾸고 가족이 먹을 식재료를 담을 도구들을 보며 작게나마 농사를 짓고 싶은 충동이 인다. 식물이 자라는 것이 인테리어가 되고, 창밖 수(水) 공간을 내다보며 식사할 수 있는 소바공방의 냄새도 잘 어우러진다. 공방 창 너머로는 물을 가득 채워 하늘이 담기고 초록의 나무가 담긴 풍경이 눈앞에 있다. 은은하게 물속에 담긴 자연이 또 다른 힐링을 불러온다.
수(水) 공간 밑에 위치한 스템가든이야말로 이게 뭘까 하며 살피게 되는 놀라운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확 풍겨오는 냄새는 흙냄새와 이끼 냄새인가 싶기도 하다. 식물이 가득 차 있으니 당연히 풀 냄새가 진동한다. 그리고 나무 향까지. 그야말로 자연의 냄새만으로 가득 찬 공간이다.
높은 천장고와 넓은 공간 안에 이끼 낀 바위와 식물들, 사방으로 낸 큰 창 밖으로는 주변의 논과 밭으로 이루어진 풍경이 펼쳐진다. 정원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진천을 둘러싼 나지막한 산등성이가 실내로 들어온다. 논 한가운데서 백로가 먹이를 쪼아 먹는 풍경도 뤁스퀘어만의 전망이다. 평화로운 정경에 절로 눈이 시원해진다.
스템가든은 자연을 내부로 들였다. 물이 흐르고 물이 떨어지고 갖가지 식물들이 자라난다. 식물들 사이로 데크가 가로지르고, 꽃이 피어 있는 작은 언덕 옆 무대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다. 한 공간 안에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이 자리하고, 이동하는 동선 또한 매력적이다. 이곳에서 자란 예쁘고 깨끗한 채소와 식재료가 브런치 메뉴와 디저트가 되고, 근사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문밖으로 나오면 잔디가 깔린 너른 광장이 마음을 탁 트이게 한다. 잔디밭을 거닐거나 나무 그늘에 앉아 망중한을 보내는 이들이야말로 평화로운 전원의 그림 한 점이다. 잔디밭 저편으로 야외에 설치된 뤁스퀘어의 새로운 공간 LG스마트코티지를 관람하면 때때로 로망이던 현실이 여기 있음을 알 것이다. 작은 집 오두막이란 뜻의 코티지(Cottage)는 목가적인 시골 생활에 어울리는 건축이다. 이 모든 것이 마음 돌봄을 위한 공간이다.
50대는 각종 삶의 위기를 마주하는 시기다. 그중에서도 남성 1인 가구는 자신의 고민을 나누지 않고 홀로 이 고독을 버티다가 사회로부터 단절된다. 고독사하는 중장년 남성이 가장 많은 이유는 뭘까.
보건복지부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717만 명, 이 중 고독사 위험군은 152만 5000명이다. 1인 가구의 21.3%를 차지한다. 1인 가구 중 고독사 위험군으로 꼽힌 사람들의 연령대별 비중을 보자. 40대는 25.8%, 50대는 33.9%였다. 40~50대를 합하면 59.7%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60대(30.2%)까지 아울러 보면 89.9%로 약 90%에 이른다. 40~60대가 고독사 고위험군에 놓여 있다는 말이다.
중장년 남성이 위험하다
보건복지부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독사로 숨진 사람은 남성이 84.2%로 여성보다 5배 많았고, 이 중 50~60대인 중장년층이 58.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60대(29%)까지 고려한다면 87.6%에 이른다. 40~60대는 고독사 고위험군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가장 많이 고독사하는 나이대인 셈이다.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1인 가구 중장년층(40~60대)은 경제적인 문제(39.1%)를 가장 힘든 점으로 꼽았다. 복지부는 건강관리와 가사노동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이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황순찬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중장년 남성의 사회적 고립을 다방면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교수는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빈번하게 상호작용할 때 자아의 건강성이 유지되며, 고립되면 문제가 생긴다”면서 “(중장년) 남성의 경우 직장 생활을 그만두면서 사회적 관계가 사라지는데, 그렇게 사회와 단절되면서 고립되고 여러 문제가 파생되어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중장년 남성의 사회적 고립은 이들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황 교수는 “사회와 단절되었을 때 유일하게 곁에 남는 게 가족인데, 경제적 문제도 있다 보니 술로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고 가족과 갈등이 심해지면서 해체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혼자 지내게 되면서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어려워진다. 중장년 남성은 내가 갖추어져 있고 반듯하게 생활하고 있다면 누군가를 만날 수 있지만, 내세울 것 없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는 만남을 회피한다. 대체로 자존심이 세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고 도움을 청해야 할 가장 절실한 시기가 가장 자존심이 높을 때이기도 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차단하게 된다는 특징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고립 심화하는 우울과 남성 갱년기
‘50대 남성’은 여러 가지 변화를 겪는다. 이혼, 실직, 퇴직, 부채, 가족과의 불화, 노화 체감, 노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감, 자녀의 독립, 노후에 대한 불안 등 삶의 각종 위기를 마주하는 시기다. 노화의 시작으로 건강도 나빠진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 대부분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높다.
또 남성 호르몬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 호르몬이 부족한 남성의 56%가 심각한 우울증이나 우울 증상을 겪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면 남자도 갱년기를 겪는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서서히 낮아지면서 발생하는데, 스위스의 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갱년기 증상이 심할수록 우울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40대 남성의 27.4%, 50대의 31.2%가 남성 갱년기에 해당한다.
남성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성욕 저하, 성기능 감퇴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체지방 증가, 탈모, 피로감, 무기력함, 수면장애, 감정기복 심화, 두통, 두근거림, 답답함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하지만 중장년 남성은 이런 감정을 표현할 곳이 없어 과하게 술을 마시거나 흡연을 하는 등 안 좋은 습관을 키우게 된다.
남성 갱년기는 스스로 알아채기도 쉽지 않다. 여성은 폐경을 겪으며 비슷한 시기에 나타나는 반면, 남성은 개인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노화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만성질환의 증상 중 하나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또 알게 되더라도 자신이 갱년기를 겪고 있다는 상황을 잘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남성 갱년기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인식도 부족하다.
최근 만성피로와 무기력함, 우울한 기분이 든다면 다음의 자가진단표를 체크해보고, 갱년기가 의심되면 가까운 비뇨기과나 건강클리닉을 찾아 혈액 검사를 통해 남성 호르몬 수치 등을 확인해보자. 갱년기 진단이 내려지면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남성 호르몬 보충 치료를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갱년기 진단을 받거나 갱년기가 의심된다면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단백질 섭취, 적절한 성생활 등의 생활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생활의 관리를 통해 남성 호르몬 수준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며, 과도한 흡연과 음주는 금물이다.
중장년 고독사 막아라
정부는 2027년까지 고독사를 20% 줄이기 위해 고독사 예방 대책들을 내놓았다. 이 중에서 가장 위험군으로 꼽히는 중장년의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기적인 보건소 방문 건강관리, 생활 지원 서비스를 신설할 계획이다. 또 조기 퇴직한 중장년 위험군에는 재취업과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고독사 대책은 우리나라에서 이번에 처음 마련되는 것이기에 앞으로 조금씩 관련 정책을 다듬어갈 필요가 있다. 중장년 남성의 경우 사회와 단절되기 쉬운 환경에 놓인 데다, 스스로 사회로부터 멀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황순찬 교수는 “공공의료 지원, 밑반찬 서비스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이 있었지만, 중장년 남성은 이런 지원을 불편해한다. ‘내가 이런 처지에까지 이르게 됐구나’라고 생각해 오히려 우울감이 증가하는 모습도 보인다. 실제로 서울시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의료비 지원 정책을 펼쳤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당신들은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다’, ‘당신들에게는 이런 것이 필요하니 참여하시오’와 같은 메시지로는 그들을 움직일 수 없다. 오히려 사회와 더 단절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 남성의 특성을 고려해 더 세심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
그럼에도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 예방을 위한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 “사회적 연결을 복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기억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중장년 남성의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연결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지원 외에도 안부를 확인하거나, 이들이 사회와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기회와 공간 등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고독사를 최초로 발견하는 사람이 가족뿐 아니라 주변 이웃들도 꽤 있었던 것을 참고해, 각종 지역 네트워크와 다양한 주체를 엮어두어야 한다고 봤다.
황 교수도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이어줘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문제를 상담하는 형태를 취하기보다 ‘자원봉사’, ‘일자리 찾기’ 등 어떤 매개를 통해 문제 해결을 확장해나가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일을 매개로 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그는 “일자리가 없으면 설 자리가 없고, 설 자리가 없으면 살 자리가 없고, 살 자리가 없으면 삶의 끝자리에 놓이게 된다. 일자리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건강 문제가 있다면 건강에 관한 지원을 하면서 일자리를 찾아가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 또 전적인 재취업보다 하루 한 시간 혹은 두 시간씩 주기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우선 사회로 나오도록 하는 두 가지 형태의 재취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이 과정이 사회적 관계를 다시 형성하는 데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면서 사회와의 관계 유지를 위한 장치들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중장년 남성을 상담으로 이끌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다. 황 교수가 설명한 것처럼 ‘상담’을 목적으로 모이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예를 들면 커피 미팅, 런치 미팅, 스포츠 미팅, 반려견 미팅, 작업장 미팅 등이다.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먹거나, 스포츠를 즐기거나, 반려견과 모이거나, 목공 등의 작업을 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상담으로 연계되기도 한다. 많은 연구에서 중장년 남성의 경우 1:1 상담보다 또래 무리와의 집단 면담이 더 효과적이며, 전문의보다는 멘토와 이야기 나누는 것이 더 좋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중장년 남성의 또 하나 특징은 혼자 생활하면 식사 관리가 안 된다는 점이다. 지자체에서 중장년 남성을 위한 요리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시민단체에서 공동 부엌 등을 운영하는 이유다. 하지만 황 교수는 혼자 사는 중장년 남성의 경우 집에서 요리를 하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거 문제를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기서도 사회와 연결고리를 만들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이다. 이를테면 셰어하우스 등의 형태로 공유 주방을 사용하거나, 생활체육을 즐기면서 주변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법이 있다.
중장년 본인도 사회와 벽을 쌓기보다 조금이라도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황순찬 교수는 “직장을 그만두었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갈 곳을 만들어두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사회성만은 단절되거나 끊어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자원봉사를 해보는 것도 좋다. 자원봉사를 통한 야유회나 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해 다른 삶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고 당부했다.
“입주까지 5년은 기다려야 한대요.”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에 들어서는 롯데건설의 실버타운 ‘VL 르웨스트’가 최근 청약을 진행한 결과, 최고 경쟁률 205대 1을 기록했다. 배우 노주현 등 유명 인사도 관심을 보였다. ‘VL 르웨스트’처럼 도심형 고급 실버타운은 평균적으로 2년에서 5년은 기다려야만 입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실버타운(시니어타운) 열풍이 불고 있다.
실버타운 왜 수요 증가했나
실버타운이란 사회생활에서 은퇴한 고령자들이 집단적 또는 단독적으로 거주가 가능하도록 노인들에게 필요한 주거 및 휴양·여가시설, 노인용 병원, 커뮤니티센터 등 서비스 기능을 갖춘 노인주거단지를 말한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고령친화주택에 서비스를 결합한 것이다.
실버타운은 입주 보증금을 내고 달마다 이용료를 내는 임대형과 분양형으로 나뉜다. 분양형은 부동산 사기로 이어진 경우가 생기면서 2015년부터 신규분양은 금지됐다. 입지에 따라서는 1세대 전원형, 2세대 도심형, 3세대 도심 근교형으로 나뉜다.
보건복지부의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8명은 노인 단독가구다. 이 중 부부가구는 58.4%, 독거가구는 19.8%에 해당한다. 자녀와 같이 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건강·경제적 안정, 개인생활 향유 때문’이라고 62%가 응답했다. 과거와 달리 자녀의 부양을 받지 않아도 된 그들이 거주할 공간을 찾다 보니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실버타운에서 살게 되면, 지금처럼 혹은 더 이상으로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노인의 수요와 다르게 전국의 실버타운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020년 기준 전국의 실버타운은 38개소였다. 현재 국내 만 60세 이상 인구는 약 127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한다. 그런데 실버타운에 입주할 수 있는 세대는 전국 기준 1만 세대에 불과하다. 즉, 수용력이 0.1%도 안 되는 상황인데, 실버타운에 입주를 원하는 사람은 늘어나니 평균 2년~5년의 대기 시간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까지 오랜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실버타운에 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실버타운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식사’를 꼽는다. 나이가 들수록 균형 잡힌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버타운에는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있다.
뿐만 아니라 실버타운에는 건강관리를 위한 물리치료실과 부속 의료기관, 운동시설 등이 있다. 서예실, 도예실, 노래 연습실 등 취미·여가 시설도 있으며, 대부분의 실버타운은 목욕탕, 사우나를 갖추고 있다.
실버타운의 입주 가능 연령은 만 60세 이상이다. 부부가 입주를 원한다면 부부 중 한 명만 60세 이상이어도 입주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실버타운은 생활비를 100% 본인이 부담한다는 점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시니어를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비싸지는 실버타운, 소외당하는 중산층
그렇다면 실버타운에 입주하고 싶다면 얼마나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할까. 가장 먼저 입주 시 목돈이 필요하다. 임대형 실버타운이라면 입주 보증금이 필요하고 자가 소유형 실버타운은 주택 구입 비용이 든다. 매달 내는 생활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식비다. 실버타운마다 의무식 제도가 있다. 식사를 하든, 하지 않든 일정한 식비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월 생활비에는 식비와 함께 공동시설 유지 및 관리 비용과 직원 인건비, 화재보험료 등이 들고, 주 1~2회 청소 비용도 포함된다. 그 외에 전유부분에 대한 공과금과 개인별로 사용하는 비용은 추가로 내야 한다. 상하수도 요금, 전기요금, 급탕비, 인터넷 사용료, 케이블 TV 시청료, 전화 요금 등이 해당한다.
즉, 실버타운에서 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보증금과 생활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정확한 비용은 실버타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서울 소재 실버타운은 부부 기준으로 봤을 때, 보증금 4억~6억 원에 생활비 300만~400만 원 정도가 든다. 경기권이나 지방은 월 생활비가 200만~300만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지방의 경우 생활비가 100만 원 대까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입주 대기까지 타면서 인기를 끄는 고급 실버타운의 비용은 ‘억’ 소리가 난다. 고급 실버타운 중 베스트로 꼽히는 곳은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더 클래식 500’이다.보통 1인과 부부 기준이 다른데, 이곳은 1인 부부 모두 보증금이 9억 원이다. 여기에 약 500만 원의 월 생활비가 든다. 또한 ‘VL 르웨스트’는 보증금 7억 5000만 원, ‘삼성 노블카운티’는 보증금 3억 2000만 원에 해당한다.(1인 기준)
더욱이 올해 실버타운 사업은 전환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약 7000세대가 입주 될 예정이다. 앞서 말한대로 ‘VL 르웨스트’가 분양되고,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는 4차 입주자를 모집한다. 또한 대형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체) 엠디엠그룹의 계열사 엠디엠플러스도 실버타운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을 짓고 있으며, 연내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고급 대형 실버타운이 연이어 조성되는 것에 따라 ‘중산층이 소외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부에서는 실버타운에는 경제적인 지원을 안 하지만,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노인복지주택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산층 소외 지적을 의식한 듯, 정부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실버타운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2027년까지 매년 1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것. 특히 서울시는 서울형 실버타운 ‘골드빌리지’를 만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