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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 1인 가구 공동체 “끼니 함께하니 진짜 식구 같아요”
-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인 이유로 가족이 해체되면서 중년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있다. 혼자 살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외롭고 고립되기 쉽다는 단점이 따른다. 고독사 증가 문제까지 이어진다. 이와 같은 중년의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공동체(共同體, Community) 활동’이 거론된다.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것은 새로운 가족을 만난다는 의미다. 모임 회원이 되어 활동하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이며, 사람들과 공동체로 모여 살 수도 있다. 경기도 용인시 둔전역 인근에는 ‘지구별작은도서관’이 있다. 작은도서관이란 일반 공공도서관에 비해 작은 규모의 도서관을 말하는데, 지역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9월 12일 이곳에서 1인 가구 공동체 모임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방문했다. 아파트 1층의 주거 공간을 도서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책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고 정감이 느껴진다. 모임 시간인 오후 6시 30분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총 9명이 모였다. 이들의 이름은 ‘지구별 시민’. 전원이 도착하자 금세 음식상이 차려졌다. 어느 누구도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한 적이 없는데, 모두 자발적으로 음식을 마련해온 덕이다. 치킨, 탕수육, 만두부터 땅콩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이야기보따리를 하나둘 푸니 웃음꽃이 피어났다. 멤버 박정임 씨는 “우리 아들 결혼한다”면서 청첩장을 돌리기도 했다. 배를 채우고 난 뒤에는 이날 모임의 목적인 가방 만들기에 열중했다. 글자 또는 그림 디자인으로 자신만의 가방을 만드는 것.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이 탄생하니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해서 더 재미를 느낀 듯했다. 지구별 시민의 탄생과 성장기 “혼자 살면 재미없잖아요. 같이 살아야 재밌지!” 김영욱 관장은 지구별작은도서관을 운영하게 된 이유를 ‘노후 계획’이라고 말한다. 경제적인 측면이 아닌 정서적인 측면을 채우는 노후 계획이다. 남편과 둘이 살고 있는 김 관장은 “노후를 같이 보낼 동네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도서관을 만들었다. 1인 가구 공동체 지구별 시민 모임은 2021년 시작됐다. 당시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는 중장년층(4060) 1인 가구의 혼밥 개선과 건강한 식생활 문화를 위해 ‘1인 가구 공동체 공동부엌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마침 지역에 1인 가구가 많다고 느낀 김영욱 관장이 지원사업을 신청하면서 지구별 시민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현재, 지원은 끊겼지만 구성원들끼리 자발적으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여기 용인시 처인구는 원래 논밭이 많은 지역이었는데, 아파트가 많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인구가 증가했어요. 그중에서도 1인 가구가 많았죠. 외지이긴 하지만 서울 강남에서 좌석버스를 타면 1시간이 안 걸린다는 특수성 때문 같아요. 새로운 곳에서 1인 가구가 모이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모임을 주최했죠.” 구성원 중에는 50대가 가장 많고, 미혼인 1인 가구는 없다고 한다. 남편 또는 아내와 사별했거나 떨어져 사는 가운데, 자녀가 독립해 혼자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모임은 보통 일요일 오후에 가진다.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다. 평일에는 일하느라 바쁘게 시간을 보낸다지만, 주말에는 혼자 있으면 무료해지기 마련. 어딘가 여행을 가고 어떤 활동을 하고 싶어도 혼자 하기에는 쑥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지구별 시민은 활동을 함께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같이 요리하고 밥 먹는 것 위주로 모임을 진행했어요. 그다음에는 다 같이 여행을 갔죠. 어떤 분이 용인을 잘 모르는 데다 혼자 돌아다닐 엄두가 안 난다고 해서 용인 곳곳을 다녀보기로 한 거예요. 민속촌, 한택식물원, 용인대장금파크 등을 갔는데, 다들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러다가 남성분들이 들어오시면서 문화활동을 하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취미와 교육활동을 병행하게 됐고, 지금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 모임이 갖춰졌습니다.” 현재 지구별 시민 모임에 남성은 최원혁 모임 대표를 포함해 3명뿐이다. 중년 남성은 실직과 사업 실패 등으로 인해 외로움을 크게 느낀다. 커뮤니티 활동의 필요성을 알지만 부끄러움에 모임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신입 회원인 60대 변용수 씨는 당구장 사장의 추천으로 모임에 들어왔다. 변용수 씨는 “사람들과 모여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참 좋다”면서, 외로운 중년 남성들이 용기 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직접 느낀 공동체 활동의 장점 1인 가구에게 공동체 활동은 정말 필요하고 도움이 될까. 최원혁 모임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아팠던 적이 있었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1인 가구의 고독사 문제가 매우 심각한데, 공동체 활동으로 인한 사회적 관계망 형성은 문제를 방지하는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제가 어느 날 시장에 갔다가 집에 와서 갑자기 쓰러진 적이 있어요. 그때 모임 분들이 119도 불러주시고,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기억도 있어요. 사실 혼자 살면 배달음식 아니고서야 밥 챙겨 먹기가 힘들잖아요. 그때 저희 집 문 앞에 음식을 놓아주신 분이 계셨죠. 덕분에 일주일을 견딜 수 있었어요.” 모임에 참석한 지 2년 차가 됐다는 주선자 씨는 식구의 의미를 되새긴다고 했다. 그는 “식구는 같이 밥을 먹는 사이라는 뜻이지 않나. 같이 밥을 먹으면서 정이 쌓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덧붙여 김영욱 관장은 1인 가구 공동체 모임을 ‘가족의 확대’라고 표현했다. “희로애락도 함께 나누고, 혼자라면 할 수 없는 경험도 같이 해보고. 이게 공동체의 좋은 점이죠. 저는 혈연관계만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같은 마을에서 소통하고, 서로 돌봄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새로운 가족의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김영욱 관장은 지구별작은도서관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마을 사람들이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된다면 더욱 좋고요. 누구든지, 언제든지 놀러오세요!”
- 2023-10-1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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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 아닌 고립에 내몰리는 중장년, 손 내밀 곳 어디?
- 고독(孤獨)과 고립(孤立). 한 글자 차이지만 뉘앙스는 다르다. ‘고독을 씹는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누군가는 간헐적 단절 상태를 자처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립은 대체로 장기간 뜻하지 않게 사회와 차단된 처지다. 그런 점에서 ‘고독 위험’은 어색하지만, ‘고립 위험’은 말이 되는 듯하다. 때문에 우리가 흔히 쓰는 ‘고독사’라는 단어도 실상은 ‘고립사’에 가깝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고립은 사회적 고립과 감정적(정서적) 고립으로 나뉜다. 사회적 고립은 사회연결망 결여로 대인관계나 사회활동 참여가 단절된 상태를 말한다. 감정적 고립은 사회연결망이 구축됐고 일원으로 속했음에도 감정적으로 동떨어진, 주관적 고립 상태다. 최근에는 가족·이웃 간 유대 약화, 1인 가구 증가, 코로나 등으로 인해 사회적·감정적 고립을 경험하는 이가 늘고 있다. 특히 중장년은 은퇴와 동시에 사회연결망이 사라지고, 자녀의 독립, 배우자와의 사별 등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고립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해칠뿐더러 자칫 고독사 위험에 놓이게 된다. 고독과 고립, 뭐가 다를까? 누구나 살면서 고독과 외로움은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이 찾아왔을 때 잘 다루고 이겨내면 괜찮지만, 아닐 경우 고립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독과 고립은 어떻게 구분할까? 임선진 국립정신건강센터 노인정신과 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도움을 청할 대상이 있느냐 없느냐로 가늠한다”며 “중장년기에 퇴직, 사별 등으로 일시적인 우울, 소외, 고독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생겼을 때 터놓고 이야기하거나 의지할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고립’ 상태로 본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한국의 안전보고서 2022’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도’는 위기 상황에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로 정의한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있느냐, 힘들 때 이야기할 상대가 있느냐 등을 물었을 때 ‘없다’고 응답한 수치를 환산했다. 그 결과 사회적 고립도는 2019년 27.7%에서 2021년 34.1%로 6.4%p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사회적 고립도가 높아졌다. 보고서의 원자료가 된 2021년 통계청 ‘사회조사’를 보면 연령 대비 교류하는 사람 수는 반비례했다. 특히 ‘가족 또는 친척 이외 교류하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20~30대 13~19%, 40~60대 20~27%, 70대에는 38%까지 늘어나다가 80대에는 51%로 절반을 웃돈다. 같은 조사에서 ‘사회적 관계망’을 묻는 항목을 살펴보면(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할 상대가 있는가) 이 또한 나이가 들수록 도움을 청할 사람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또 한국행정연구원이 실시한 ‘사회통합실태조사’(2022)에서는 평일 하루 접촉하는 사람 수와 접촉 방식에 대해 파악했는데, 해당 조사에서도 고령자일수록 ‘하루에 접촉하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아졌다. 수치로는 40대(1.6%) 대비 65세 이상(4.7%)이 3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의 과반수가 가족 또는 친척 대상에서도 하루 접촉하는 사람 수가 1~2명 정도라 답했는데, 그중 대면 접촉은 3분의 1 미만이었다. 대체로 전화 통화로 접촉하는 상황이었고, SNS나 문자를 이용하기도 했으나 극소수였다. 가족과 함께 살면서도 고립? 사회적 고립을 말할 때 1인 가구 문제가 빠지지 않는다. 해마다 이뤄지는 통계청 인구총조사를 보면 2015년 이래 1인 노인 가구 비율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 조사인 2021년 조사에서 65세 이상 1인 가구는 36.4%였다. 여성가족부 가족실태조사에서도 1인 가구의 어려움울 묻는 항목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어 외롭다’는 응답 비율은 연령대와 비례했다. 물리적으로 혼자 지내기 때문에 외로움·고립감이 더 크다는 건 자연히 수긍이 된다. 그렇다면 함께 사는 가족(또는 동거인)이 있으면 고립을 피할 수 있을까? 임선진 과장은 “가족이 곁에 있다면 사회적 고립은 아니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이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감정적 고립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나이가 들어 일을 그만두고 자녀가 출가하면 가장 가까운 가족이자 주변인은 배우자가 된다. 그럼에도 배우자와 걱정거리를 편하게 이야기하는 중장년은 일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가족실태조사에서도 배우자와의 사별 가능성이 적은 40~60대 중장년의 경우 배우자와 고민을 나누는 비율은 10% 미만이었다. 하루 중 대화 시간 또한 1시간 미만인 부부가 과반수였다. 임 과장은 “감정적 고립을 호소하는 분들에겐 가능하면 가족 교육을 진행한다. 가족 구성원들에게 고립 대상자가 얼마나 감정적으로 힘든지, 왜 그런지, 가족이 어떤 역할을 해야 고립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등을 설명해드린다”며 “자녀 세대와의 감정적 거리도 멀다. 특히 요즘 세대가 쓰는 약어나 은어 등을 이해하지 못해 대화가 단절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초반에는 소외감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심해지고 마음의 벽이 생기면서 고립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마음의 문 열고, 관심사 확장하기 고립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대상이 꼭 가족이나 친구일 필요는 없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나 기관 상담사 등도 해당된다. 가령 종교가 있다면 교회나 절 등에 다니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도움을 얻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지 않다면 기관이나 제도의 지원을 받는 것도 괜찮다. 최근에는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지자체 프로그램도 활성화된 편이다. 이러한 지원책에 대해 잘 모르거나 서비스가 빈약한 지역에 산다면 고립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족이 함께하고 지역사회 서비스도 마련됐는데, 스스로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없다면 예후가 좋지 않다. 감정적 고립이 심한 상태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다른 질환이나 증상을 동반할(또는 동반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 과장은 “젊은 시절부터 사회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못 해본 중장년이라면 주변인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에 경계하는 양상을 보인다. 또는 성격적으로 의심이 많거나, 알코올 중독증이나 우울증, 조현병을 앓는 경우도 타인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지만 새터민이나 다문화가정 외국인 등도 지역사회나 이웃에 대한 신뢰를 갖기 어려워 고립되기도 한다”며 “내원하시는 분들에겐 필요하면 약물치료나 상담치료를 진행하기도 하고, 지역 사회복지사 등 전문 인력과 의논해 지속적으로 마음의 문을 열게끔 시도한다”고 말했다.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타인도 나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고립 탈출의 첫발을 뗄 수 있다는 게 임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중장년이 고립되는 사례를 보면 이러하다. 퇴직 후 의기소침해져 친구들을 멀리한다거나, 경제적으로 빈곤해져 약속이 부담스럽거나, 자녀가 취업·결혼 등을 못 했다는 이유로 주변과의 만남을 피하거나, 부부동반 모임이었는데 사별 후 소외를 느껴 나가지 않는 등 다양하다. 그런데 가만 보면 그 원인이 자신에서 비롯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나이 들수록 본인의 정체성에 집중해서 살아야 한다”며 “뭐든 자신을 중심으로 관심을 확대해나가면 좋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걸 잘할 수 있을지. 내가 갖고 있는 질환은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만약 스스로 고립에 처했다고 느낀다면 이 상황을 벗어나게 도와줄 사람은 누구인지, 기관은 어디인지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길 바란다. 그렇게 사회와 연결되고 활동 반경을 넓혀나가는 노력을 통해 고립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2023-10-0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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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게 경험하는 귀농·귀촌 프로그램
- 언제부턴가 마을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귀해졌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0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멸위험 지역은 총 119개로 전체 시·군·구의 52%에 이른다. 태어나는 아이는 줄고, 고령자는 늘고 있다. 지역 소멸을 해결하려면 인구를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 “인구 감소는 정해진 미래입니다.” 조영태 인구정책연구센터장(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말이다. 100년 역사를 지닌 공주기독교박물관 공간에서 미래가 정해졌다는 말을 들으니, 마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보는 느낌이었다. 8월 31일 퍼즐랩과 써드에이지가 주관하고 행정안전부가 후원한 ‘2023 제민천 포럼X재도전프로젝트’에서는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모여 인구 감소라는 정해진 미래를 지역이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국내 인구학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영태 센터장이 이날 행사에 참여한 건 큰 의미가 있다. 지역에서 인구 감소에 대응할 실마리를 봤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조 센터장은 ‘인구’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간다면 지역 소멸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로컬’이라는 지역 공간과 ‘생활 인구’라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활 인구는 서울시가 2018년 제시한 새로운 인구 모델로, 출퇴근·관광·의료·등하교 등을 목적으로 지역에 오고 가는 인구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행사가 열린 공주는 생활 인구와 정주 인구가 점차 늘어나는 지역이다. 공주는 2022년부터 전입자 수가 전출자 수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2023년(8월 기준)에는 청년 인구수가 감소에서 증가로 돌아섰다. 공주 원도심에서 커뮤니티 기반 지역관리회사 퍼즐랩을 운영하는 권오상 대표는 “아주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전입자가 늘어나고 청년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건 매우 의미 있는 실마리”라고 했다. 권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지역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2021~2022년 2년 동안 1212명의 청년이 공주를 경험했다. 올해는 행정안전부 ‘2023 재도전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돼 ‘마을생활 튜토리얼’을 진행하고 있다. 중장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살이 프로그램이다. 특히 중장년은 귀농·귀촌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정작 지역에 내려와 마을에서 이웃들과 어울려 지내는 경험을 할 기회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마을생활 튜토리얼’은 지역과의 관계 맺음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내가 이 지역에 와서 산다면 어떤 생활이 이어질까’ 상상해보고 실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권 대표는 “중장년의 경우 커리어, 취향, 경험을 가지고 지역을 이동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지역에 온다는 건 마치 하나의 세계가 이동하는 것과 같았다”며 “지역에 필요한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분들이 실제로 자신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지역만 이동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았다”고 말했다. 반드시 지역에 정착하지 않더라도 도시와 지역을 오가며 그들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데 중장년의 연륜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권오상 대표는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꿈꾼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라면서 “현업에서 전문성을 쌓았지만 반복되는 업무가 지루하신 분,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팀으로 일할 수 있는 분, 은퇴 후 나의 재능으로 봉사하고 싶은 분들은 지역에서의 삶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장년의 지역 생활을 응원했다.
- 2023-10-0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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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문화페스티벌, 문화 예술 축제로 돌아왔다
- 실버문화페스티벌이 4년 만에 오프라인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번엔 경연이 아니다. 문화와 꿈, 세대를 잇는 문화예술 축제로 꾸며질 예정이다. 준비가 한창인 ‘2023 실버문화페스티벌’을 미리 들여다봤다.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두고 세대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2023년. 노년을 중심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축제의 장이 마련된다. ‘2023년 실버문화페스티벌’이다. 김태웅 한국문화원연합회장의 말이다. “한마디로 즐겁게 노는 겁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즐기는 페스티벌이죠. 실버 세대가 주관하는,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2023 실버문화페스티벌’은 10월 27일(금), 28일(토) 양일간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펼쳐진다. 2015년 시작된 실버문화페스티벌은 지난 8년 동안 총 2206팀, 14만 2387명이 참여해 긍정적인 노년 문화를 확산하는 행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9회째를 맞는 올해, 실버문화페스티벌은 기존 경연 대회 형식에서 축제 형태로 변화를 꾀했다. 어르신 문화활동을 한자리에 모아 각자의 활동과 성과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축제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 관계자는 “전국의 어르신 문화활동 지원 성과를 보여주고 정보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긍정적인 노년 문화를 확산하는 행사를 구성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축제는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 진행된다. 샤이니스타한마당(공연), 문화교류한마당(체험 및 전시), 실버문화포럼이다. 샤이니스타한마당 샤이니스타한마당은 전국 16개 시·도 대표 어르신 단체가 꾸미는 공연으로 채워진다. 지난해까지 지역별 우수 공연 팀을 선정하는 지역 예선 형태로 치러졌으나, 올해는 지역별 특색과 주제에 맞춰 지역민과 함께하는 소통의 장 만들기에 초점을 맞췄다. 163개 팀, 약 4000명이 참여한 지역 실버문화페스티벌을 통해 선정된 팀의 감춰진 끼와 재능을 샤이니스타한마당에서 볼 수 있다. 문화교류한마당 문화교류한마당은 체험·전시·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는 문화 체험 부스로 꾸며진다. 부스는 컬처로드, 드림로드, 에듀로드, 비즈로드, 조이로드 등 5개 카테고리로 구성될 예정이다. 컬처로드는 ‘어르신 문화활동 지원사업’ 운영 지역 주관처(시도문화원연합회) 16개의 지역별 특색을 담은 문화활동 홍보부스로 채워진다. 드림로드는 ‘어르신 문화활동 지원사업’ 운영 노년 문화 프로그램 수행단체 15개의 문화활동을 담는다. 에듀로드는 어르신 문화 관련 일자리와 정책 관련 정보 부스로 채워진다. 비즈로드는 건강, 콘텐츠, 4차 사업 등 다양한 기업 및 단체를 둘러볼 수 있는 자리로 구성된다. 조이로드는 서로 다른 세대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감 프로그램 및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이 될 예정이다. 실버문화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문화원연합회 관계자는 “노년 문화활동 교류 기회를 늘리고, 전국 노년 문화활동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노년 문화를 널리 알리는 페스티벌을 만들겠다”는 기대를 전했다. 실버문화포럼 실버문화포럼은 유인경 작가의 사회로 10월 27일(금), 서울 마리나에서 개최된다. 주제는 ‘실버 두잇! 꽃대를 꿈꾸다’다. 포럼에서는 실버 세대를 ‘꼰대’가 아닌 ‘꽃대’로 재정의하며, 인구의 32.6%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으로 편입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살펴보고 그 해답을 찾아갈 예정이다.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사회참여로 공동체 안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며 행복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질 전망이다. 기조 강연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인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가 맡는다. 박 교수는 ‘100세 시대, 건강하고 활동적 노년을 위한 문화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새로운 노년 문화라는 화두를 던질 예정이다.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현준엽 로쉬코리아 대표, 유소영 과천 경험공유학교 팀장의 밀도 높은 발표도 이어진다. 각 발표에 대한 참여자 의견 교류 및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돼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지방문화원진흥법(법률 제4718호) 제12조(연합회의 설립)에 의해 설립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특수법인이다. 1962년 출범해 오랜 기간 지역 문화 진흥과 문화 향유 기회를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현재 ‘어르신 문화활동 지원사업’을 펼치며 문화를 통한 행복한 노년의 삶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 2023-10-0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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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귀촌의 방식, '관계안내소' 아시나요?
- 올해는 어떤 지역의 관계안내소 만들기를 지원하고 있다. 관계안내소는 관계인구를 만드는 곳이다. 행정 관계나 조직 관계가 아닌 ‘사람’ 관계를 만드는 것에 주력한다. 관계안내소는 지역 명소와 지역 특산품 판매에 주력하는 (그러나 대부분 문이 닫혀 있곤 하는) 관광안내소와는 다르다. 지역의 삶, 사람, 산업 등을 소개하여 지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장소나 공간만을 특정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다. 기왕에 이동하는 인구를 좀 더 지역에 잘 연결되게 하려는 기발한 프로그램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체어링 ‘체어링’(Chairing)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흔히 말하는 아웃도어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도 필요하고 기술도 필요하고 좋은 장비도 있어야 하는데, 체어링 프로그램은 의자 하나만 있으면 된다. 일본에서는 체어링하기 좋은 가볍고 편한 의자만 파는 업체도 수십 개다. 지역 관계안내소에서는 멍때리거나 쉬기 좋은 장소를 소개하며 체어링을 통해 지역에서 쉬면서 지역의 매력을 느껴보라고 말한다. 요즘 한달살기나 워케이션 같은 프로그램이 많은데 체어링은 그런 체류 프로그램보다 덜 부담스럽다. 뭔가 의지할 곳 없는 헛헛함을 의자 하나가 꽉 채워줄 것 같은 신박한 매력이 있다. 히가시가와의 ‘너의 의자’ 프로젝트처럼 누군가에게 ‘자리’는 특별한 의미와 위로가 된다. 한편 체어링을 더 확장해 ‘어디든 앉을 권리가 있다’며 공공(장소) 해킹 운동을 전개하는 단체까지 있다. ‘휴가 다녀오면 책상(내 자리)이 없어졌을 것 같다’는 불안감을 말하는 직장인들이 종종 있는데, 지역에서는 이런 ‘자리’ 마련을 통해 관계인구를 유인한다. 가출 티켓 일본 나가노현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는 가출 티켓으로 관계인구를 만들고자 한다. 원래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보호하는 취약계층 지원의 의미가 더 강한 프로그램이었다. 부담 없는 돈을 받고 피신처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행할 돈조차 없는 취약계층의 여행을 독려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이 취약계층이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뿐이겠는가. 우리는 가끔 집을 떠나고 싶어 한다. 그저 단출한 짐 하나로 부담 없이 지역에 체류하면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위로를 주고받는 경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지역이 좋아질 수 있다. 지역의 관계안내소는 그 점을 노린 것이다. 영리한 선택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관계안내소 프로그램이 있다. 빡빡하고 엄숙한 종친회가 아니라 밀양 박씨, 김해 김씨 등 ‘전국의 ○○씨 모여라’ 하는 성씨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있다. 이들은 성씨가 등장한 최초의 지역에 모여 자신들의 시조와 역사에 대해 유쾌하게 이야기하며 친해진다.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줄임말) 종친회의 진화 버전 같기도 하다. 운전면허 따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기왕이면 지역에서 쓰라며 한 달 동안 지역에 체류하면서 면허도 따고 지역살이도 체험하게 하는 일종의 라이선스 스테이(License Stay) 프로그램도 있다. 운전면허뿐만 아니라 각종 자격증이나 학위 등 종류를 확장하여 전문화해보면 좋을 프로그램이다.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건 더할 나위 없다. 가상의 지역 유적지를 돌며 미션을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포인트를 얻어 현실에서 사용하는 RPG 게임도 있다. 지역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게임의 장으로서 매력을 발신하는 것이다. 게임에 열광하는 계층에겐 딱 맞는 프로그램이다. 한 달에 한 번씩 4회 정도 대도시에서 출향민이나 지역에 가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역의 상황을 오리엔테이션 교육하고, 지역에 직접 탐방 가서 주민들이나 사업자들과 연결시켜주고 지역에서 창업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일본 어디에서나 확산되고 있는 전형적인 관계안내소 프로그램이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것은 일본의 관계안내소 프로그램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는 관계인구를 만들기 위해 그 지역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혹은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한지를 강조하거나, 관계인구가 많이 오지 않으면 지역이 망한다는 반협박성 호소도 하는 상황이다. 거대한 랜드마크나 축제를 통해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이라는 프레임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관계의 축적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호소하고 짝사랑 메시지를 보낸다고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좀 더 섬세하게 관계인구가 되고 싶은 사람과 그런 사람을 받아들이고 싶은 지역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쉽게 맺어진 관계는 쉽게 끝나는 법이다.
- 2023-09-2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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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들의 영화제작 도전기, 가능성의 씨앗을 꽃피우다
-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때때로 그의 태도나 인식 변화가 엿보인다. 현실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장르는 더 그러하다. 줄곧 정치·사회 이슈를 다뤄온 이마리오(52)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에게도 뚜렷한 변곡점이 포착됐다. 모노톤의 어둑했던 포스터들을 뒤로하고 형형색색 꽃이 만발한 포스터가 등장한 것. ‘갑자기 왜?’라는 의문을 풀러 이 감독이 있는 강원도 삼척으로 향했다. 이내 그곳과 한껏 어우러진 그의 모습에서 ‘저절로 자연스럽게’ 답을 찾았다. 이마리오 감독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더 블랙’ 등을 통해 사회문제를 날 선 시각으로 비춰왔다. 강원도 동해 출신인 이 감독은 대도시 서울에서의 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단다. 그중에는 외면하기 힘든 현실, 불편한 진실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직시한 사회의 이면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다큐멘터리를 택했다. 작품을 이어가던 그에게 어느덧 수많은 ‘앎’이 삶의 피로로 다가왔다. 타인과 사회를 비추던 앵글이 스스로를 향하던 순간이었다. “서울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일손이 늘 모자라잖아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힘들어하는데 차마 ‘나 서울 못 살겠어’라며 도망치듯 떠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마침 강릉에서 미디어센터를 만드는데 함께 준비해달라는 제안이 온 거예요. 굉장히 그럴듯한 핑계가 생긴 덕분에 서울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죠. 막상 ‘그래도 가지 마라’ 붙잡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요.(웃음) 그렇게 마흔을 앞두고 강릉에 내려왔습니다.” 고향과 가깝고 인맥도 있는 강릉인지라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대도시에서 탈출(?)한 해방감과 자유는 만족감으로 다가왔다. 벌이나 씀씀이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상은 더욱더 풍요로워진 기분이었다. “대도시 삶과의 차이를 꼽자면 시간과 생활을 주도할 수 있다는 거예요. 서울에서는 마치 거대한 톱니바퀴 속 하나의 부품처럼 무언가에 끌려가는 듯했고, 존재감도 작았죠. 그런데 지역에 살다 보니 내가 삶을 결정하고 컨트롤할 수 있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전에는 안 됐으니까요. 또 서울에서는 꼭 내가 아니더라도 그 일을 해낼 사람들이 있었다면, 여긴 인구도 적고 이 분야 전문가도 부족한 편이잖아요. 똑같은 역량을 가지고도 쓰임새가 훨씬 많아진 거죠. 나의 쓸모를 발휘하며 주도적으로 사니 자존감도 높아졌고 삶도 충만해졌어요.” 현실로부터 현실을 바꾸는 다큐멘터리의 힘 일상이 바뀌자 자연스레 시선도 변화했다. 한때는 사회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냉철하게 바라봤지만, 이제는 둥글둥글 온정 어린 마음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다. 다정하고 따뜻한 것들을 자꾸 마주하다 보니 카메라에도 담아보고 싶어졌다. 그러던 차에 이 감독의 시선은 강릉의 구도심 명주동의 ‘작은정원’에 머무르게 된다. “명주동에 ‘작은정원’이라는 이웃 모임이 있는데요. 여기에 최소 40~50년 한 마을에 살았고 서로 30년 넘게 알고 지낸 주민들이 계시거든요. 이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스마트폰 사진 촬영 프로그램을 서포트했는데, 그때부터 언니들과의 인연이 시작됐죠. 수업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큐로 담아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어요. 그러고 3년 정도 수업을 더 이어가다가 영화 제작을 결심했죠.” 그가 언니라 말하는 이들은 평균 나이 75세인, 영화 ‘작은정원’ 주인공들이다. 보통 우리 사회에서 여성 노인들에 대한 호칭은 할머니나 어머니 아니면 어르신, 선생님 정도일 것이다. 초반엔 이들도 그러한 호칭을 썼는데, 어쩐지 거리가 느껴졌고 언니들도 좋아하지 않았다고. 그러다 누군가 우연히 ‘언니’라 불렀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그날부터 명주동 할머니들은 모두의 언니가 되었다. 이제는 촬영 스태프도, 동네 청년들도, 영화를 본 관객들도, 너나 할 거 없이 그들을 언니라 부른다. “저도 처음엔 어머니뻘이라 언니라는 말이 어색했는데, 막상 입에 붙고 나니 너무 좋더라고요. 관객평 중에 그런 말이 기억에 남아요. 강릉 명주동에 가면 그런 언니들이 있고, 그런 언니들을 볼 때 나도 모르게 ‘언니’라고 부를 것만 같다는. 저도 요즘은 관객들을 만나면 그 얘기에 보태 명주동을 한 번씩 들러주시고, 그곳에서 언니들을 보시면 꼭 ‘언니’ 하고 아는 체를 해달라고 권해요. 어떻게 보면 영화 속 이야기가 바로 현실로 접목될 수 있다는 점이 다큐멘터리의 힘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자가 “영화를 보고 난 뒤 어머니에게 카메라를 사드리고 싶었다”고 이야기하자, 이 감독은 재차 “그것이 다큐멘터리의 힘”이라 강조했다. 또 단순히 재미있다거나 감동적이라는 등 감상에 그치지 않고 어떤 다짐이나 실천, 행동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다큐멘터리는 우리에게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주죠. 창작자 입장에서도 그런 과정을 경험하지만 관객에게도 비슷하게 작용한다고 봐요. 또 현실의 상황이나 인물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에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고요. 어떤 분은 영화를 보고 나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야지 하셨대요. 사실 그 정도 반응을 이끈 것만으로도 성공한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해요. 우리 영화가 그렇게 누군가에게 어떤 계기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카메라에 담긴 ‘진짜 나’와 마주하다 다큐멘터리 창작자는 사건이나 인물에 한층 더 깊게 파고들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어떤 내막이나 내면이 드러나기도 하고, 진실을 발견하거나 해답을 얻기도 한다. 짜인 각본이 없기 때문에 결과를 두고 작업하기보다는, 결과에 다가가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이 감독 또한 자신이 품었던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과정을 경험했다. “언니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삶을 살 수 있지? 나도 나중에 그들 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이토록 깊은 관계를 어떻게 오래 이어왔을까? 그런 궁금증들이 있었는데 촬영을 진행하며 답을 다 얻은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건 언니들이 변화하는 과정이었어요. 구체적인 모습을 그린 건 아니지만,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가 있으리라 확신했던 것 같아요.” 이 감독은 이미 그 변화를 확인 바 있다. 당시 선생님 역할을 맡았던 최승철 감독이 수업 초반 언니들의 스마트폰 사진첩을 열었는데, 90% 이상이 꽃 사진이었단다. 그랬던 이들이 점차 자신과 서로의 얼굴을 담은 사진들로 채워나가고, 영상 촬영을 배우며 영화 제작까지 뛰어들게 됐으니 말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나가며 언니들은 단편 극영화 ‘우리동네 우체부’를 완성했다. 영화는 2020 서울노인영화제에서 시스프렌드상을 받는 기분 좋은 성과도 얻었다. 사실 이러한 대외 평가보다 더 의미 있었던 건 언니들 내면의 긍정적 변화였다. 이 감독이 당초 확신했던 변화가 이변 없이 일어난 것이다. “초반에는 주름진 얼굴과 굽은 등을 촬영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언니도 계셨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니, 나중엔 직접 배경이나 구도를 제안하기도 하시고, 대사하듯 일부러 이야기도 하시고요.(웃음) 점점 실력이 늘어가는 게 보였어요. 한번은 희자 언니가 밭일을 나갔다가 고춧대에 카메라를 고정해놓고 영상을 찍으셨는데 ‘대박!’ 저보다 낫더라고요. 한편으론 이 시대 젊은이로 태어났다면 더 굉장한 일들을 해내셨을 텐데 싶기도 했어요. 물론 언니들도 나이 듦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결국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해가셨죠. 영화에는 언니들의 셀프 영상이 많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영상으로 보면 자신의 외모나 목소리가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잖아요. 처음엔 힘들어하고 어려워하셨는데, 나중엔 그런 외적인 부분도 다 받아들이고 자신의 속내도 허심탄회하게 드러내시더라고요. 그렇게 나이 듦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픔이나 고민과 마주하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변화해가셨죠.” 흔들림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다 아직 언니들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우리동네 우체부’에서 감독을 맡았던 춘희 언니는 벌써 다음 작품에 대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고. 이 감독에게도 차기작 계획이 있는지 묻자 “아직”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올해부터 삼척 도계읍에서 ‘폐광지역 통합 영상미디어센터’의 센터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당분간은 이 일에 집중할 생각이다. “2025년이 되면 도계읍도 마지막 폐광지역 중 하나가 됩니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끝나가는 시점에, 이곳에서 터전을 이뤘던 이들에게 생기는 변화에 주목하려 해요. 이미 폐광지역의 지난 역사를 기록하는 건 다른 곳에서도 많이 하고 있고요. 그보다는 폐광이 되고 난 이후에 달라지는 주민들의 생활이나 내면의 변화를 그리는 작업을 생각 중이에요. 그런 것 외에도 읍 단위 미디어센터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요즘은 그런 고민을 많이 합니다.” 센터 일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깃거리를 찾아가겠다는 계획이다. 언니들을 만나 ‘작은정원’을 제작했을 때처럼 말이다. 그런 고마운 순간이 언제 또 찾아올지는 알 수 없지만 불안하거나 막연하지는 않단다. 때론 흔들리더라도 그 흔들림을 즐기며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겠다는 이 감독이다. “‘작은정원’ 작업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이거예요. 소위 개똥철학 같은 건데,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힌 삶을 살지 말자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거든요. 근데 작품에서도 언니들이 비슷한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내 생각이 틀리지는 않았구나 싶더군요. 물론 아직은 흔들릴 때도 많지만, 언니들을 보면 나이 들었다고 해서 그런 흔들림이 사라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그 흔들림이 필요하다고 느껴졌어요. 인간은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그 흔들림이 멈춘다면 생명력이 끝나는 단계라고 봐요. 그러니 나이에 상관없이 계속 그런 흔들림을 즐겨보셨으면 해요. 그렇게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과정에서 새로운 발견이나 가능성의 씨앗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2023-09-2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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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에서 먼저 만나는 가을, 호수공원 옆 도서관 품은 광교
- 사방 천지로 빛이 뿌려진 날들이다. 멈출 수 없는 일상은 늘 촘촘하다. 이럴 때 가뿐히 가볼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잘 찾아왔다고 스스로 흐뭇해지는 길 위에 서본다. 굳이 계획을 세우느라 애쓰지 않아도 된다. 대중교통에 몸을 싣고 가볍게 나서거나, 편안히 자동차 핸들을 돌려서 잠깐만 달리면 닿는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곳, 기분 좋게 훌쩍 길을 나설 수 있는 곳, 광교다. 수원은 당연히 익숙한 도시인데 같은 지역권의 광교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낯설지는 않은데 옆 도시에 비해 어쩐지 새것 느낌이다. 신상품이라는 뜻의 신조어, 이른바 신상 또는 ‘새삥’ 같달까. 수원이 18세기 조선의 신도시라면 수원시 영통구에 속하는 광교는 21세기에 조성된 또 다른 신도시다. 광교가 특별한 것은 도시의 녹지율이 41.7%에 달하는 자연친화적 도시라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그 안에 엄청난 넓이의 호수가 포함되어 있어 그야말로 쾌적한 주거 환경 속에 살아가는 걸 부러워할 만하다. 인구밀도도 국내 신도시 중에서 최저다. 광교라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호수공원이 도심을 따라 연결돼 시민들의 자연스러운 산책 코스가 되고 있다. 도서관, 호수, 수목원, 박물관, 미술관, 감성 맛집까지 일상과 이어진다. 그들이 가꾸어나가는 도시의 건물과 건물을 잇는 정감 어린 골목길도 아름다운 것은 라이프스타일의 초점을 문화 기능에 맞추어서인 듯하다. 독서 캠핑을 아시나요, 알싸한 숲속 도서관 책뜰 요즘 각기 다른 레저 활동의 이름으로 호캉스나 차박, 차크닉 등의 다양한 신조어들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독서 캠핑 또는 북캉스라는 말도 생겨났다. 가을이면 책을 읽는 계절이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조용히 집에서 책을 읽어도 좋겠지만, 호수를 둘러싼 고요한 숲속 공간에서 책과 함께하는 시간은 어떨까. 광교푸른숲도서관에 가면 정말 이런 곳이 있다. 광교푸른숲도서관은 광교호수공원이라는 멋진 경관을 배경으로 자연 속에서 힐링을 주제로 한 도서관이다. 푸른숲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비탈의 기울어진 숲 경사를 그대로 살렸다. 숲 사이에 입체감 있게 설계된 열린 공간 형태의 도서관은 외부와 내부 모두 예쁘다. 푸른숲도서관만으로도 충분한데, ‘푸른숲 책뜰’이라는 독서 캠핑장 콘셉트의 독서 힐링 공간이 특별하다. 도서관 옆의 경사진 숲길을 따라 걸어 오르는 길은 비밀스러운 정원에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가끔 사람들이 나지막이 말하는 ‘나만 알고 싶은 곳’이다. 그 언덕 나무들 사이에 오두막을 연상시키는 다섯 개 동의 독립적인 공간 ‘책뜰’이 앉혀졌다. 백리향, 산수국, 바람꽃, 물봉선, 금강초롱(장애인 우선 예약). 각 캐빈마다 붙여져 있는 이름은 광교호수공원 산책길에서 만날 수 있는 계절 꽃인데 시민들의 제안으로 지어졌다. 내부에 드니 초록 이끼로 덮인 굵다란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신비한 트리하우스 느낌이다. 책뜰 주변을 알싸한 숲 내음과 푸른 기운이 감싼다. 오래된 나무들 사이로 작은 새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게 보인다. 3~4평 정도 공간에 편안한 의자 몇 개와 작은 테이블, 그 위엔 책 받침대 하나, 옆쪽으로 안내 자료와 책이 꽂힌 서가가 전부다. 창문을 열면 아담한 전용 테라스도 있다. 문을 닫으면 소음이 완전히 차단된다. 빈백 체어에 깊숙이 앉아 멍하니 밖을 내다보고 있으니 평온함이 온몸에 퍼진다. 이런 호사라니. 비로소 크게 숨을 쉬고 느리게 책장을 넘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다. 사계절 언제나 책을 읽든 숲멍을 하든 오롯하게 사치스러운 쉼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 3시간의 이용 시간 동안 자신만의 내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볼 수 있다. 친구나 연인,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독서와 힐링의 시간을 나누기도 한다. 소풍 나온 만족감과 함께 충분한 사색과 쉼을 주는 3시간이다. 여기에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책이 있는 정원 문화, 영흥수목원 빽빽한 빌딩과 아파트의 도심 속에 숲과 연결된 수목원이 자리 잡고 있다. 새롭게 숲속 산책로가 구현되었다. ‘더 살아 있는 정원을 시민의 일상 속으로’라는 의미를 갖고 정원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되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분수가 솟아오르는 온실 앞의 이국적인 풍경을 지나 아열대 식물을 주제로 꾸며진 온실에는 망고 열매가 매달려 있다. 무엇보다 마음을 끄는 것은 수목원 입구의 책마루였다. 이 지역의 식물이나 정원 도구 전시실 등을 돌아보고 나면 계단 형식으로 만들어진 마루에 그냥 앉아 책을 읽는다. 숲과 책의 어울림이 아름다운 공간이다. 광교 도심을 한눈에, 프라이부르크 전망대 광교푸른숲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몇 걸음 숲으로 나가 산책길에 들어서면 도서관 뒤편으로 우뚝 선 탑이 보인다. 프라이부르크 전망대(Freiburg Observatory). 세계적인 환경 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전망대와 같은 형태라고 한다. 환경 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시와 프라이부르크시가 자매결연을 맺어 의미를 더하는 전망대다. 건물 10층 정도인 33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광교 도심을 360도 조망할 수 있다. 각 층마다 카페, 전시관, 쉼터, 전망대가 이어진다. 남쪽으로 탁 트인 전망으로 내려다보이는 원천호수와 빌딩들의 스카이라인이 압도적이다. 전망대 밑에는 ‘풀빛누리 광교 생태환경체험교육관’이 있어서 환경을 살피는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호수공원 주변 산책길에서는 자작나무 쉼터와 하늘정원, 수초섬 등 계절별로 변화하는 호수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운치 있는 자연 생태 속으로, 신대호수 광교호수공원 중앙에 조성된 공원 산책로는 원천호수와 신대호수로 연결되어 있다. 프라이부르크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내려다보였던 신대호수 쪽으로 걸어가면 금방 이어진다. 도심 속 호수공원을 잇는 순환 보행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을 누린다. 신대호수 쪽 수변 보행 데크에 들어서 둑방길 방향으로 쭉 걸어가면 연꽃이 피어나고 뿔논병아리가 노니는 곳이 나타난다. 이처럼 습지식물과 야생 조류들이 살아 있는 생태계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안개 낀 이른 새벽의 몽환적 풍경과 해 질 무렵의 노을 풍경이 더없이 멋진 신대호수는 모든 시민의 생활 속 휴식 공간이다. 광교박물관, 아트스페이스 광교 실내에서 즐겨볼 만한 곳으로는 광교박물관이 있다. 광교의 역사와 도시 변천사를 알려주고 다양한 체험도 준비되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2층에는 대한체육회장을 역임했던 소강 민관식 님의 이야기와 올림픽을 비롯해 한국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이 가득하다. 유명 선수들의 기증품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문화예술 공간 아트스페이스 광교는 지역의 풍부한 문화예술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갤러리아 광교 옆 수원컨벤션센터 지하 1층에 위치한다. 광교중앙역에서도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전시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대부분 무료 관람이다. 광교푸른숲도서관 책뜰 이용 방법 대상 수원시도서관 관외대출회원(정회원) 이용 인원 최대 4명 운영시간 1회 09:30~12:30 2회 14:00~17:00 / 3시간 예약 신청 수원시도서관 홈페이지(www.suwonlib.go.kr) ‘푸른숲 책뜰’ 예약 기간 매월 1일 10시부터 선착순 이용료 1만 원
- 2023-09-1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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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봄 공백 노인 725만 명… 초고령화 앞두고 ‘빨간불’
-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된 2008년을 시작점(100)으로 비교·분석한 결과, 국내 노인들의 ‘돌봄 비용’ 부담과 ‘주거 공백’ 위험도가 15년 전 대비 66지수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 토탈 케어 플랫폼 케어닥이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박병선 국립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함께 국내 65세 이상 노인 돌봄 현황을 분석한 ‘노인돌봄공백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노인장기요양공백, 노인시설공백 등 노인 돌봄에 필요한 비용과 인프라, 자원 현황을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통계청 및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노인 돌봄 서비스 관련 자료를 토대로 노인돌봄공백지수를 산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수급자 수는 도입 첫해인 2008년(21만 명) 대비 2021년 91만 명으로 336%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전체 노인 인구수 839만 명 중 10.9%이며, 약 89%의 노인이 지원받지 못하는 돌봄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장기요양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경우 100% 자부담으로 간병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2021년 기준 월평균 간병비는 약 310만 원으로 2008년 대비 51% 상승했다. 보고서는 “2021년 임금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이 333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간병비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노인의 생애주기에 따라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주거·요양시설에 입소하지 못하는 노인들 역시 2021년 기준 97%(816만 명)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노인주거 및 요양시설은 총 6158개소다. 이는 전체 노인 인구 839만 명의 2.7%인 약 23만 명이 입소할 수 있는 규모로, 실제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발생해도 입소 가능한 시설이 없는 상태임을 의미한다. 2008년 대비 2021년 ‘노인돌봄공백지수’는 66지수로 크게 증가해, 725만 명의 노인이 장기요양 서비스도, 돌봄 시설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돌봄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지원에도 급속도로 늘어가는 노인 인구 속 발생하는 돌봄 부담과 공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셈이다. 케어닥은 이번 노인돌봄공백지수 분석을 시작으로 국내 노인 돌봄의 현황을 파악하고, 국내 상황에 꼭 필요한 돌봄 해법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매년 1회 발표할 예정이다. 노인돌봄공백지수 검수에 참여한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아동가족학과 진미정 교수는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노인 돌봄의 수요가 증가하고 필요한 형태도 다양해졌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중증도의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그마저도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노인돌봄공백지수는 노인 돌봄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이 얼마나 균형을 이루는지 보여주는 지표이며, 유형별·지역별 노인 돌봄 서비스의 실태를 파악하고 서비스 개발과 공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선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케어닥에서 발표한 노인돌봄공백지수는 국가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인 돌봄의 공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노인 돌봄의 현주소이자 돌봄 사각지대의 규모를 보여줄 수 있는 지수로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케어닥 박재병 대표는 “노인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 대비 돌봄 공백의 부담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국내 현황을 많은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노인돌봄공백지수'를 고안해 선보이게 됐다"며 ”노인 돌봄 공백의 장벽을 더욱 건강하게 넘어서기 위해서는 장기요양등급 수가 제도의 개편 및 적절한 인프라의 확충, 나아가 민간주도형 시니어 주거복지 제도 지원, 요양서비스 민간화 확대 등 민관의 보다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 2023-09-1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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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비부머 이상적인 노후 주거지, ‘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란?
-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정부는 노인 주거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노인 주거 정책은 저소득층 중심이며, 고령자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한계가 지적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약 697만 명이 노년기에 진입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새로운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K-CCRC) 조성이 그 해답으로 꼽힌다. 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K-CCRC) 문재인 정부가 2020년 12월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 계획’ 중 ‘고령친화적 주거환경 조성’은 고령친화적 주택 공급 확대, 고령친화 커뮤니티 확산을 위한 기반 마련, 고령자의 교통 복지 기반 구축, 총 3개의 추진 과제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고령친화 커뮤니티 확산을 위한 기반 마련은 베이비부머를 위한 주거 정책의 일환으로 ‘(가칭) 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K-CCRC)’ 모형 개발 및 시범 조성 추진을 포함하고 있다. K-CCRC는 Korean-version 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로서, 베이비부머가 이주하여 지역의 다양한 세대와 교류하며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단지 모형을 말한다. 기존 거주지에서 계속 거주하는 의미의 AIP(Aging In Place)보다 확장된 개념으로서, 더 큰 차원의 공동체 속에서 거주하는 AIC의 개념을 담고 있다. K-CCRC는 다섯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수도권 대도시 베이비부머(베이비부머의 48.3%가 수도권 거주)가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 △이주한 베이비부머가 지역사회 및 지역의 자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 △지역의 다양한 세대 및 연령층과 교류하는 것 △ 지역에서도 의료·돌봄 등 복합 서비스를 계속해서 제공 받는 것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LH 산하 연구기관인 토지주택연구원은 2021년부터 후속 방안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고, 지난해 ‘초고령사회 선제적 대응을 위한 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K-CCRC) 조성에 관한 기초 연구’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전국적으로 산재한 시니어타운을 포함한 노인복지주택, 저소득층을 위한 고령자복지주택(공공실버주택)과 웰플러스주택, 고령친화주택이 CCRC에 해당하지만, 순수하게 K-CCRC의 사례로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본의 생애활약마을 사업을 롤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소개했다. 도쿄권을 비롯한 각 대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자가 그들의 희망에 따라 지방이나 지역의 도심지구나 중심 시가지에 이주하고, 지역 주민이나 다양한 세대와 교류하면서 건강하고 활동적인 생활을 보내며, 필요에 따라 의료·개호를 받을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베이비부머 74.9% “K-CCRC 이주 의향 있다” 토지주택연구원은 지난 6월에는 ‘초고령사회 대응 K-CCRC(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의 정책 추진과 계획 모형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행했다. 베이비부머 74.9%가 K-CCRC 이주 의향이 있다는 유의미한 결과가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토지주택연구원은 수도권 거주 베이비부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남녀 각 500명, 전기 베이비부머(1955~1964년생)와 후기 베이비부머(1965~1974년생) 각 500명, 거주 지역은 서울과 서울 외 수도권(비서울) 각 500명이 응답했다. 응답자의 87.6%는 공동주택에 거주했으며, 거주 유형은 자가가 71.1%, 임대가 28.9%로 나타났다. 월평균 소득은 약 500만 원이었으며, 72.5%가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였다. 자산 규모는 가구당 평균 자산 5.47억 원보다 훨씬 많은 평균 8.35억 원이다. 학력과 소득 등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의 중산층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은퇴 후 또는 가까운 미래에 비수도권 지역에 K-CCRC가 조성된다면 이주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물음에 응답자의 74.9%가 이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은퇴 후 안정된 노후생활’ 22.6%, ‘고령자를 위한 여러 복지시설’ 21.2%, ‘안전한 고령친화 생활공간’ 18.6% 순으로 나타났다. 이주 시기는 은퇴 후 연금 수익이 보장되는 시점인 ‘노인연금수령 연령 65세 이후’가 55.9%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K-CCRC 이주 의향이 없는 25.1% 251명에게 이유를 묻자 36.3%가 ‘의료복지서비스 시설 여건’이라고 꼽았다. 그 뒤를 ‘일자리 마련 및 취업 지원 여건’ 15.9%, ‘대중교통 접근성 여건’ 13.5% 등이 이었다. 이러한 이주 저해 요인이 개선된다면 이주 의향이 없는 251명 중 22.7%인 약 57명은 이주하겠다고 답했다. 토지주택연구원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K-CCRC의 방향을 도출했다. 먼저, 대상은 고령자뿐만 아니라 중장년, 청년, 아동 양육 가구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은 인구감소율과 고령화율이 높고, 고령친화 시설 공급률과 고령자 경제활동 및 일자리 지원율 그리고 의료 자원 공급률이 낮은 지역들이 적합하다. 입지는 지역사회와 연계 또는 교류에 용이한 도심 또는 도심 근교이어야 한다. 시설 구성은 독립주거, 돌봄주거, 돌봄시설, 돌봄병원, 주간돌봄센터(재가센터), 어린이돌봄센터(어린이집), 입주민지원센터로 이루어질 수 있다. 추가 시설로 고령자의 경제 활동을 위한 취업지원센터(민간 및 공공일자리), 지역사회 교류를 위한 여가·문화·체육시설, 생활편의시설 등이 포함되면 좋다. 무엇보다 보고서는 “이러한 시설들은 지역사회와 분리되지 않고 반드시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체계 또는 사회관계망 내에서 작동하도록 입주민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초기의 계획대로 K-CCRC 조성을 통해 초고령사회와 지역 불균형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 2023-09-1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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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 소멸 대응책 "생활인구에서 답 찾아야"
- 지방 소멸 대응책으로 지역을 오가는 ‘생활인구’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31일 공주기독교박물관에서 진행된 ‘2023 제민천 포럼×재도전프로젝트’에서는 지역 소멸 대응 방안으로 생활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번 ‘2023 제민천 포럼×재도전프로젝트’는 중장년층과 지역의 관계성 및 관련 현안에 관한 토론의 장으로서 사업의 방향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열렸다. 실제 사업을 진행하면서 경험한 성과와 시행착오 등을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에서 주관하는 ‘2023 재도전프로젝트’는 중장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지역에 맞춘 다양한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지역 살이 재도전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날 행사는 인구 감소, 지방 소멸, 중장년, 지역 살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발표를 진행한 1부 프로그램과 재도전프로젝트 사례 발표와 공주 지역 살이 프로그램을 체험해보는 2부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생활인구는 서울시가 2018년 제시한 새로운 인구 모델이다. 출퇴근, 관광, 의료, 등하교 등을 목적으로 지역을 찾는 인구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이날 행사에 모인 전문가들과 참가자들은 인구 감소시대에는 더 이상 지역 이주가 지방 소멸 대응책이 될 수 없으며, 지역에 생활권을 두는 생활인구를 늘려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지방 소멸 대책 ‘생활인구’에 주목 기조 강연은 ‘인구감소라는 정해진 미래, 로컬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조영태 서울대학교 교수(인구정책연구센터장)가 맡았다. 조영태 교수는 “인구의 흐름은 정해진 미래이지만,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대응하며 미래를 바꿔가야 한다”면서 “로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해진 미래를 바꾸려면 ‘인구’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며, 지역의 공간 구조가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지역의 인구를 늘리는 데 목표를 두기보다,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 것에 대비하고 현재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악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도시의 개발과 발전에 도시 설계 초점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도시의 공간을 재구조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주 인구뿐 아니라 지역을 오가는 생활인구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국토를 균형 있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로컬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생활인구를 고려한 공공정책과 지역에 필요한 것을 탐구해 바꿔나가는 민간기업(특히 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영태 교수의 기조 강연에 이어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가 ‘시니어와 지역, 새로운 길 탐색’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이보람 대표는 “신중년들이야말로 지역에서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세대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수도권에서 태어난 청년들이 지역으로 이주하는 데는 많은 허들이 있지만, 지역에서 태어나 수도권으로 이주했던 신중년은 청년보다 지역에 대한 친밀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요즘 신중년은 자신을 위한 소비도 적극적으로 하지만, 자신을 위한 생활을 찾아본다. 건강이 중요한 은퇴 후 인생 3막을 보내기에 지역이 적합할 수 있다”면서 “지역은 넓고 할 일은 정말 많다”고 전했다. 다만 “자신이 생각하는 지역에서의 생활이나 비즈니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지역의 좋은 사례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윤정미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소멸 실태와 대응 정책’을 발표했다. 윤정미 연구위원은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활인구라는 새로운 개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생활인구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워케이션이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재택근무를 경험하자 네이버와 같은 IT 기업을 시작으로 유통 회사들도 직원들의 워케이션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윤 연구위원은 워케이션 수요를 늘려 생활인구로 연결하려면 “아이가 있는 부모 근로자들의 자녀 동반 가능 워케이션을 고민할 필요가 있고, 지역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소개할 것인가도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에서 찾는 인생 2막, 중장년 반응 뜨거워 이날 행사의 2부 프로그램에서는 이선영 씨앗 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의 완주 재도전프로젝트 사례와 권오상 주식회사 퍼즐랩 대표의 공주 재도전프로젝트 사례 발표, 노재정 협동조합 주인 이사장의 부여 재도전프로젝트 소개가 이어졌다. 완주와 공주 재도전프로젝트는 지역에 먼저 정착한 또래 중장년과의 만남과 현장 체험 등을 제공하고 참가자의 지역 살이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는 장으로 구성됐다. 중요한 점은 농사만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델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장년들의 가장 큰 수확은 ‘소속감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지역에서 살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을 공감하는 또래가 생겼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지역에 또래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는 것. 이선영 대표는 “본인이 지역사회에 가서 새로운 삶을 꿈꾼다고 말했을 때 중장년의 경우 긍정적인 피드백이나 공감을 받아본 경험이 없었다”면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 굉장히 좋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지역에 관심이 있는 중장년층이 서로 만나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처럼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연대 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오상 대표는 “본인이 생활하던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꿈꾼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라면서 “행안부의 재도전프로젝트는 그런 의미에서 중장년과 청년의 재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년층의 지역 살이에 대한 관심과 몰입도가 무척 좋았다”면서 “도시에서 가지고 있는 본인의 커리어나 관계망,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들을 도시에서 지역으로 이동해 어떻게 하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그들의 주된 고민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귀농귀촌이 아닌 다른 형태의 지역 이주를 고민하는 중장년들의 관심이 높았다는 평가다. 권 대표는 “청년들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 중장년들은 한 사람의 세계가 지역으로 이동하는 느낌이었다”면서 “여러 지역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중장년의 세계와 지역을 연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요소들을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현업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전문성을 쌓았지만, 현재 업무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중장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팀으로 협력할 수 있는 중장년 △은퇴하고 나의 재능을 가지고 봉사하고 싶은 중장년이라면 지역에서 더욱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노재정 협동조합 주인 이사장은 곧 진행될 부여의 재도전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결국 어디에서 사느냐보다 누구와 무엇을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지역에 다녀간 사람들이 커뮤니티 자본으로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로 지역의 혁신성을 만들어내는 데 한계를 느끼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하고 외부에서 오는 분들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2023-09-01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