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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낀 세대’ 중년에 찾아오는 마음의 병 “핵심은 ‘부적응’”
- 청년과 노년 사이 ‘낀 세대’로 불리는 중년. 신체적·사회적 변화로 ‘제2의 사춘기’를 보내는 이들 대부분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두려움과 부담감으로 인해 정신의학과 병원 또는 센터 찾기를 두려워한다. 그런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만 아픈 것이 아니고, 치유할 수 있다고. 지난 4월,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부부 사이인 50대 남성 A씨와 40대 여성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기초수급생활비로 월 120만 원가량 받아온 부부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120세 시대에 젊은 나이에 속하는 중년 부부의 선택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우울증, 마음의 병을 앓는 중년의 증가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5년(2017~2021년)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울증과 불안장애 모두 40~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중장년은 불안장애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2017년에는 50대 환자가 전체의 20.7%(13만 5525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1년에는 60대 환자가 전체의 18.5%(15만 9845명)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기는 생애주기의 전환점을 맞는 시기로, 생물학적·사회심리적 변화로 인해 우울 같은 정신과적 문제를 내포할 가능성이 크다. 여성의 갱년기를 포함한 건강 문제, 사회적 역할의 한계 등 이전까지와는 다른 경험을 하면서 많은 심리적 압박감을 갖게 된다. 중년기 마음의 병에 관해 권순재 당신의건강의학과 원장과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중년의 심리적 고민 중년기의 아픔을 설명하기에 앞서 권순재 원장은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를 언급했다. 에릭슨은 ‘인간은 평생 사회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8단계의 발달 단계를 거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권 원장은 이 가운데 40대 이후 중년은 ‘Middle-age Adult’에 속한다고 봤다. 이 단계의 인간은 ‘생산성 vs 침체성’의 과정을 겪는다. “보통 20~30대에는 취업·결혼 등 비슷한 목표로 열심히 달리는데, 40대가 되면 ‘생산성’은 다양한 모습으로 분배됩니다. 사회에서 출세하겠다는 목표로 계속해서 달려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사람도 생긴다는 거죠. 또 육아를 담당하며 살아온 여성은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을 수도 있겠고요. 반면에 ‘침체성’은 그냥 늙고 쇠약해져가는 과정이 된다는 뜻이죠. 그래서 40대는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시기입니다.” 중년에게서 가장 많이 보이는 심리적 고민은 무엇일까. 권순재 원장은 ‘부적응’을 꼽았다. 현재 베이비붐 세대는 권위주의적 성향, 20·30세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그 사이에 ‘낀 세대’인 중년은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 다음으로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겪는 환자가 많은 편이다. 지방이나 시골에 거주하는 중장년은 알코올 중독 문제를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스스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느껴도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찾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신 심리상담 및 치료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권순재 원장은 “정신 건강을 정상과 정신병자로 나누는 것은 예전의 잘못된 이분법적 생각”이라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보는 현대인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도시로 갈수록,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고학력일수록, 화이트칼라일수록 건강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요. 요즘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이란 병이 없는 게 아니죠. 정신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강화됐는데, 체중이나 피부처럼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도시에 살고 있는 서울 사람들은 마흔이 됐다고 해서 도전이 끝나지 않아요. 20대만큼 계속해서 도전을 강요받고, 발전하려고 하죠.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 거고,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겁니다.” 정신상담, 두려움 없애야 정신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회 구조상 현대인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으며,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권순재 원장 역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생존이 중요한 원시인은 포식자가 숨어 있다는 예감이 들 때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 시간이 10초도 안 걸리죠. 그런데 현대인은 내 인생에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면, 그게 실제로 일어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몇 개월에서 몇 년이 걸린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인간이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기간이 길어지게 된 거죠. 이는 건강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혈압이 올라가고 감염에 취약해지고, 심장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도 발생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인식이 좋아진 것과 같이 약물치료에 대한 대중의 저항감도 매우 줄었다고 한다. 권순재 원장은 “요즘 가장 널리 쓰이는 정신질환 약은 항우울제다. 많은 연구가 지속되면서 항우울제 장기 복용에 대한 결점이 없어졌다”면서 “오히려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을 그대로 놔뒀을 경우 문제가 생긴다. 노년기에 치매에 걸릴 가능성도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우리의 생각이란 좌뇌와 우뇌의 정보 교환으로 만들어지는 거예요. 특히 고민이 생기면 뇌에서는 세 가지 방향으로 생각을 조절합니다. 첫 번째, 자기중심적인 추상적 생각을 반복 하지 않게 만들어요. 두 번째, 눈앞에 있는 감각적인 경험에 집중하게 합니다. 세 번째, 내 삶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나를 설득합니다. 이걸 긍정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 세 가지가 망가진 것이 우울증입니다. 약물치료가 좋은 이유는 뇌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부위의 작용을 낮추는 거예요. 우울증 약을 먹었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닌 이유이기도 하죠.” 약물치료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중요한 치료 방법이 있다. 바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다. 병원이 심리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부담스럽다면, 지자체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권순재 원장은 “우울한 생각이나 고민을 해결하는 세 가지 방법, 그게 주로 좌뇌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좌뇌에는 언어중추가 있다. 쉽게 얘기하면 자기 안의 고민을 말로 엮어서 눈앞에 있는 사람한테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정신 건강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리치료 대부분이 대화로 이루어지는 것이다”라면서 정신건강의학과의 존재 이유를 얘기했다. “현대에 와서 정신 건강은 매우 중요해졌어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에서 삶의 질이 행복한지 아닌지로 건강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내과에서는 신체에 문제가 없으면 정상이라고 하죠.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신체에 아무 문제가 없어도 행복하지 않으면 병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정신건강의학과에 오는 걸 너무 무서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 함께 얘기 나눠봐요.” 정신질환 정확히 알기 우울증 : 우울장애가 정식 명칭.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여 다양한 인지 및 정신·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태. TIP |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PHQ-9’(Patient Health Questionnaire-9)을 검색하면 우울증 자가진단을 할 수 있다. 특히 1번(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과 2번(평소 하던 일에 흥미가 없어지거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이 중요한 문항이다. 불안장애 :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킨다. 불안한 느낌이 지나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나타나며, 다양한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 공황장애 :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적인 불안 증상, 즉 공황발작(Panic Attack)이 주요한 특징인 질환이다. 공황발작은 신체 증상이 동반되며 죽음에 이를 것 같은 극도의 불안 증상을 말한다. 부적응 : 개인이 주위 환경이나 사회의 요구를 적절히 수용하지 못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만이나 불안의 상태를 말한다.
- 2023-07-0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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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에게 흔한 질환 하지정맥류, 족욕, 반신욕은 되레 부작용 불러
-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의 판막 기능 이상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 질환을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하지정맥류 환자는 24만 8000명으로 집계됐으며, 40~60대 여성이 전체 환자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중장년 여성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 하지정맥류에 대한 궁금증을 박상우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일반적으로 하지정맥류라고 하면, 다리 혈관이 꼬불꼬불하게 튀어나온 증상을 생각하기 쉽다. 이외에도 다리가 붓는 부종, 다리의 심한 피로감, 야간에 쥐가 나는 증상 등이 거론된다. 심하면 다리 피부색이 변화하거나 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정맥류 증상은 피곤할 때도 나타나기 때문에 발병을 의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방문해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정맥류는 가족력, 비만, 운동 부족, 흡연,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한다. 보통 40대 이상, 남성보다 여성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여성은 임신 중 호르몬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하지정맥류는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초기일 경우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 약물 요법 등의 보존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병이 진행된 상황이라면 수술 또는 시술을 받아야 한다. 비용은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실손의료보험(실비)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단, 미용 목적이 아닌 치료 목적임을 입증하는 의사의 소견서가 꼭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매년 6~8월은 하지정맥류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유독 많아지는 시기다. 짧은 하의 착용이 늘어 하지정맥류 증상을 발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정맥류는 기온이 높아질수록 악화되는 질환인 만큼, 가급적 빨리 병원 문을 두드릴 것을 추천한다. Q. 하지정맥류가 위험성이 높은 질환은 아니지만 방치하면 합병증을 유발한다고 하는데,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나요? A. 하지정맥류가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지정맥류를 방치해 병이 진행되면 다리에 변색이 오고 궤양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치료가 매우 어렵고, 환자의 삶의 질 또한 굉장히 떨어집니다. 추가로 감염이라도 발생한다면 치료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하지정맥류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진단을 위한 검사를 신속히 받아야 합니다. Q. 하지정맥류가 진행됐을 경우 치료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치료 방법은 크게 수술과 시술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수술적 치료에만 의존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시술 방법이 발전하면서 시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시술은 기존의 수술적 치료와 달리 피부를 직접 절개하지 않고, 문제 정맥을 바늘로 뚫어서 진입한 후 해당 정맥의 폐쇄를 꾀하는 방법입니다. 열을 가해 혈관 내벽을 파괴하고 혈전에 의해 정맥을 폐쇄하는 레이저 폐쇄술, 이와 유사한 고주파 폐쇄술, 접착제를 이용한 폐쇄술(베나실), 기계화학 폐쇄술(클라리베인) 등이 있습니다. 모두 초음파를 시행해 이루어지며, 다양한 방법으로 정맥을 치료합니다. 수술과 시술은 정맥을 폐쇄한다는 기본적인 원리는 같으며, 재발률의 차이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치료 후 통증,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간, 삶의 질적 측면 등을 고려해볼 때 시술이 수술보다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족욕, 반신욕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정맥은 벽이 얇아서 고온의 욕조에 오래 있으면 혈관이 확장됩니다. 하지정맥류가 있는 환자는 정맥 혈류가 심장 방향이 아니라 발 쪽으로 역류하는 상태입니다. 때문에 따뜻한 물에 오래 있어 혈관이 확장되면 역류를 더욱 조장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하지정맥류 환자가 족욕이나 반신욕을 하면, 평소에 갖고 있던 증상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등산은 하지정맥류에 도움이 되는 운동인가요? 그렇지 않다면 도움이 되는 운동은 무엇인가요?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하지정맥류 환자는 등산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걷기와 달리기는 대표적으로 하지정맥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운동입니다. 등산도 같은 의미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운동입니다. 종아리 근육을 사용함으로써 정맥 혈류가 심장 방향으로 원활하게 가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하지정맥류 환자가 등산을 하면 혈류의 역류가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지정맥류 환자는 운동을 통해 질환을 치료하거나 증상 호전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물론 치료 후 회복과 재발 방지 목적으로는 운동을 권장합니다. 도움말 : 박상우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 2023-06-2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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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절하고 또 친절하면, 행복해지는 것은 ‘나 자신’
- 대접받고 싶습니까? 친절하십시오. 존중받고 싶습니까? 친절하십시오. 인정받고 싶습니까? 친절하십시오. 성공하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반드시 친절해야지요. 건강하고 싶습니까? 당연히 친절해야지요. 행복하고 싶습니까? 친절하고 친절하고 또 친절해야지요. 연기가 옆으로 기어가는 굴뚝 우리나라에서 존경과 사랑을 받는 부자로 첫손에 꼽히는 이는 아마 경주 최부잣집일 것입니다. 너무나 많은 일화와 뒷이야기가 무성하지만 그 가운데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수평 굴뚝’ 이야기입니다. 보통 굴뚝은 지붕 꼭대기에 만들어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먼발치에서도 밥 짓는 연기가 하늘로 솟는 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반면 최부잣집은 마루 아래 섬돌 밑에 가로로 굴뚝을 냈는데, 아궁이에 불 때서 밥하는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바닥으로 기어가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끼니를 잇지 못하는 배곯는 이웃들에게 설움이 되고 상처가 될까 봐 배려하는 마음에서였다고 합니다. 끊임없이 복 짓는 경주 최부잣집 만물이 가득 찬다는 소만(小滿). 보통 양력 5월 21일쯤으로 추운 겨울 견딘 보리 이삭이 누렇게 익어가는 시기지만, 정작 일반 서민들은 먹을 양식이 떨어져 ‘한 많은 보릿고개’니 ‘춘궁기’(春窮期)니 하며 목숨 부지하기 힘들었던 때였습니다. 딱 그런 때 누군가 새벽에 최부잣집 문 앞을 말끔히 쓸고 돌아가면 안주인이 아침에 일어나 “뉘 집 빗질 자국인가?” 하고 물어보고 먹을 양식을 보냈다고 합니다. 가난한 살림이지만 양식 구하러 다니기 곤란했을 가장의 체면도 세워주고 자존심도 구기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했던 최부잣집 전통에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덕을 베풀더라도 상대를 함부로 하지 않는 친절하고 다정한 마음이 대를 이어 부를 축적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비책이 아니었을까요. 경주 최부잣집이 자리 잡은 터가 명당(明堂)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음택(陰宅)인 묘지가 아닌 양택(陽宅)인 집이 명당일 경우 복이 당대에 그친다고 하는데, 최부잣집은 스스로 복을 짓고 또 지어오면서 그 기운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짐작됩니다. 남이 버린 행운 줍는 오타니 쇼헤이 3월 22일 열린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결승전에서 3번 지명타자로 맹활약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9회 초 다시 마무리 투수로 나와 야구 종주국 미국을 물리치고 우승컵과 대회 MVP까지 차지했습니다. 대회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오타니는 훤칠한 키와 출중한 외모뿐 아니라 평소 몸에 밴 특별한 태도와 행동으로 더욱 관심을 끌었습니다. 1994년생인 그는 운동장에서 ‘쓰레기 줍는 야구선수’로 불립니다. 경기 중에 출루하거나 투구(投球) 사이에 담배꽁초나 휴지가 눈에 띄면 바로 주워 유니폼 주머니에 태연히 집어넣습니다. “다른 사람이 무심코 버린 운(運)을 줍는 겁니다.” 오타니가 강조한 운은 그가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직접 만든 ‘만다라트(Mandal-Art : 목표를 달성하는 발상 기법) 계획표’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특히 최종 목표인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를 달성하기 위한 9가지 세부 목표 중 하나인 ‘운’을 이루기 위해 인사하기, 쓰레기 줍기, 청소, 심판에게 공손한 태도, 물건을 소중히 쓰자 등을 적어놓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이룬 성공의 밑바탕엔 작은 친절이 쌓이고 쌓여 대운으로 작용한 비밀이 숨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무엇입니까? 불교도 기독교도 유대교도 회교도 아닙니다. 가장 위대한 종교는 바로 친절입니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친절입니다. 친절은 자비의 구체적인 모습입니다. 작은 친절과 따뜻한 몇 마디 말이 지구를 행복하게 한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필자는 문득 법정스님이 그립습니다. ‘무소유’(無所有)라는 어려운 가르침보다 훨씬 쉬운 ‘친절’(親切) 한마디에 사랑과 자비, 인(仁)과 존중을 담았으니까요. “사람끼리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대해서 보다 따뜻하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법정스님. 스님은 친절과 따뜻한 보살핌이 진정한 대한민국을 이루며 믿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2004년 하안거(夏安居) 해제 법문과 집필한 책(‘아름다운 마무리’)을 통해서 누누이 가르쳐주었습니다. 친절의 반대말은? 친절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모든 비난을 해결한다. 얽힌 것을 풀어헤치고, 곤란한 일을 수월하게 하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꾼다. - 레프 톨스토이 도대체 친절은 뭘까요?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한 것을 친절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렇다면 친절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보통 ‘불친절’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필자는 ‘갑(甲)질’이 친절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나 권력 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오만하고 무례하게 행동하고 육체적·정신적 폭력을 행하거나 괴롭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갑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친절하게 대하고 존중하라는 법정스님의 가르침과는 딴판입니다. 운행 중인 항공기를 억지 회항시킨 희대의 ‘땅콩 유턴’ 사건부터, 고용주가 저지르는 끔찍한 폭행과 욕설,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임금으로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무수한 사례까지, 열거하기 고통스러울 만큼 갑질을 일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동안(童顏)의 비결, 친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의대 연구팀이 코로나19 기간에 10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긍정 공명’(Positive Resonance)이 높을수록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긍정 공명’은 타인을 보살피고 배려하고 관심을 갖는 친절한 마음과 태도를 말합니다. 친절을 실천한 사람들은 스트레스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23% 낮다고 합니다. 나아가 친절함은 염색체가 분열할 때마다 닳아 없어지는 ‘텔로미어’(Telomere)의 감소 속도를 느리게 하면서 노화를 늦춰 어려 보이는 효과까지 있다니, 돈 안 드는 동안(童顏) 수술이 바로 친절입니다. 뇌 속에 새기는 ‘건행선’ 우리가 진심으로 감사를 표현하고 친절을 꾸준히 실천할 때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도파민이 뇌 속에서 분비된다고 합니다. 기분을 좋게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함은 물론, 심장 박동 수를 느리게 하고 관상동맥 질환 위험도 줄여줍니다. 전에 느꼈던 기분 좋은 경험을 다시 느끼려고 우리는 친절한 행동을 계속하게 된다는군요. 친절과 관대함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인간관계를 다정하게 묶어주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드는 데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친절하고 관대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합니다. 이뿐 아니라 친절은 전염성이 강해 다른 사람의 친절한 행위를 목격할 경우 또 다른 사람에게 친절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합니다. 일종의 ‘친절 피드백’이자 ‘친절 부메랑’ 효과입니다. 건강과 행복을 주는 급행열차, ‘건행선’이라 부를 만합니다. 길을 새로 놓았으니 누구든 그 길을 이용할 수 있답니다. 그것도 공짜로 말입니다. 아직도 친절이 어려운 당신에게 타인에게 공감과 관심이 잘 생기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친절을 베푸는 사람한테도 ‘왜 굳이’ 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절을 꺼리는 사람이라면, ‘Awe Walk’라고 불리는 ‘의식적인 산책’을 권해드립니다. 광활하고 웅장한 대자연뿐 아니라 동네 천변(川邊)을 산책하면서 해 질 녘 붉게 물든 노을을 보면 자신이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친절함으로 우리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고 합니다(버클리대학교 폴 피프의 2015년 연구). 또 ‘자비 명상’(Compassion Meditation)도 좋습니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헬렌 웡(Helen Weng)은 2013년 연구에서 사랑하는 사람, 자기 자신, 낯선 사람, 심지어 적에게조차 호흡을 신경 쓰며 선한 감정을 흘려보낸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타인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뇌 영역이 활발해졌다고 합니다. 친절 근육, 친절력(親切力) 키우기 러닝머신 20분, 스트레칭 40분씩, 주 3~4일 필자가 아파트 단지 안 커뮤니티센터를 이용하면서 목욕 후 반드시 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로커룸 머리카락 치우기입니다. 제 머리카락이 굵고 까만 데다 숱도 많은 편이라 머리 말리고 나면 바닥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그때부터 로커룸 청소를 시작해 오늘 아침에도 대걸레로 머리카락을 치웠습니다. 경주 최부잣집만큼은 어림없어도 날마다 할 수 있는 필자만의 행복한 일상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걸레질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습니다. 치우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고 흉보는 대신 치우는 사람을 칭찬하고 덕담으로 하루를 열 수 있으니, 그야말로 너나없이 좋은 일입니다. 척추기립근만 키울 게 아니라 친절 근육도 키워봅시다. 또 짬 날 때면 ‘자비 명상’으로 주변 모든 생명에게 행복과 안녕을 빌어주는 마음을 가집시다. 필자는 무생물한테도 자주 말을 건넵니다. 네 식구 벗어놓은 더러워진 빨래를 20년 넘도록 거품 내고 헹구고 짜주느라 고생한 통돌이 세탁기한테 머리도 쓰다듬고, 엉덩이도 톡톡 치며 고맙다 말합니다. 밀린 겨울 이불 빨래까지 하루에 세 번쯤 돌린 날엔 미안하다 사죄도 합니다. 그 덕분인지 고장 한 번 안 나고 식구처럼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 1친절 운동’ 같이 하실 거죠?
- 2023-06-2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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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사가 말하는 ‘손목터널증후군’ 효과적인 탈출법
- 바야흐로 백세시대를 맞아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기능사를 시작으로 실무 경력을 쌓아 산업기사, 기사까지, 인생 2막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니어들이 다시 펜을 들고 ‘열공 모드’에 돌입한 것이다. 시니어들이 자격증 취득에 힘쓰는 이유는 은퇴 후 재취업·창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900만 명을 넘어서며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자격증 취득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노후를 위한 중요 ‘스펙’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2022년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에 따르면 50세 이상 국가기술자격 취득자는 2021년 11만 9413명으로 2017년 6만 3795명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시니어들의 자격증 공부를 방해하는 골칫거리가 있다. 바로 필기를 하면 할수록 뻐근해지는 손목이다. 장시간 필기도구를 움켜쥐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이미 30여 년 동안 일하며 약해진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한 탓이다. 이는 ‘손목터널증후군’과 같은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약 71%(12만 716명)가 5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에서 다발하는 경향을 보인 만큼 자격증 시험 준비 등 손목을 자주 쓸 일이 있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내부에 뼈와 인대로 둘러싸인 수근관(손목터널)이 좁아져 그곳을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눌리며 발생하는 질환이다. 손가락 끝에서 손바닥까지의 저림과 무감각 등이 일반적인 증상이다. 찌릿한 통증과 함께 악력이 떨어져 병뚜껑 따기와 문고리 돌리기 등이 힘들어진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단추 채우기, 젓가락질과 같은 정교한 동작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전신의 뻐근함과 통증이 일상적인 시니어들에게 손목터널증후군은 단순한 근육통으로 오인되기 쉽다. 하지만 증상을 방치할 경우 치료 시기를 놓쳐 통증 강도가 심해지고 마비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증상 발생 초기에 조속히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에 나서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 치료를 위해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방 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열결혈, 경거혈, 내관혈 등 주요 혈자리에 침을 놓아 경직된 손목 주변 조직을 풀어주고 통증을 완화한다. 또한 순수 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 치료는 염증을 빠르게 해소하고 손상된 신경의 재생을 돕는다. 더불어 환자의 체질에 맞는 한약 처방을 병행해 손목 관절과 근육, 인대를 강화하고 재발을 방지한다. 실제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한 침·약침 치료 효과는 연구 논문들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소개된 자생한방병원의 임상증례 논문에 따르면, 약침 치료를 받은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통증 숫자척도평가(NRS)가 매우 심한 통증에 해당하는 9에서 치료 3주 후 가벼운 통증인 1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한의학연구원과 미국 하버드 의대가 진행한 공동연구에서도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들에게 8주간 침 치료를 실시한 결과 통증 및 증상 평가점수가 25.1%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생활 습관을 되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업무나 가사노동, 공부 등을 하며 장시간 손목을 사용했다면 충분한 휴식을 통해 손목에 쌓인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틈틈이 손목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손목의 움직임이 가동 범위를 넘어가지 않도록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격증 취득도 좋지만 건강한 신체는 훨씬 중요한 노후의 스펙이다. 은퇴 후 인생 2막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스스로 건강관리에 힘쓰도록 하자.
- 2023-06-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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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사회서 맞은 중년의 위기, ‘우울해방일지’로 풀어내세요
- 누구나 마음속 응어리를 갖고 있다. 그 응어리들이 뭉쳐 불안, 우울, 무기력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정신적 고통이 ‘의지가 약해서’ 혹은 ‘마음이 여려서’ 찾아온다고 여긴다. 이명수 원장은 우울증·공황장애·ADHD 등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개선하고, 증상을 겪는 이들을 담담하지만 따뜻하게 감싼다. 신간 ‘우울해방일지’에는 가려진 내면의 안개를 걷어낼 수 있도록, 증상에 맞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명수 원장은 24년간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관점을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해왔다. 보건복지부, 서울시, 경기도와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 및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정신보건이사 및 기획홍보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경기도 자살예방센터장, 사단법인 자살예방행동포럼 ‘라이프’ 대표, 연세라이프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을 맡고 있다. “의대에 진학해보니 문득 ‘나는 문과 체질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래서 인문학적 요소가 있는 정신과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은 매우 강력하게 우리를 압도하는데, 무심코 한 생각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나라에 공황장애라는 개념을 도입하신, 존경하는 선생님을 따라 레지던트도 하게 됐죠. 지역사회의 정신 보건을 위한 의미 있는 활동을 했지만, 늘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환자를 입원시켜놓고 회진을 가지 않으면서 마음 불편해하는 꿈을 지속적으로 꿀 정도로요. 지금은 임상 의사로서의 일도 병행하고 있어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이 원장은 삶의 여러 가지 상황에 지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이들의 증상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는 자신의 문제를 의사와의 사이에 내려놓는 것, 더 나아가 의사에게 던져버리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 자체가 아니라, 고통을 주는 ‘원인’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종종 환자들에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당신과 내가 마주 앉아 있지만, 사실 우리는 같은 방향에 나란히 앉아 당신의 문제를 앞에 놓고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라며 한 발짝 떨어져서 보도록 유도한다. “찔리면 아프고 눌리면 답답한 기분은 누구나 느낍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흘러가지 못한 채 억눌리거나 고이면 분노, 공포, 우울 등 과도한 반응을 유발하게 돼요. 대부분 증상을 겪고 있어도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하죠. 병원에 간다 해도 약 복용에 대한 거부감과 불안감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상담과 약물 치료를 통해 충분히 변화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라는 허상을 붙들고 부정적인 생각을 고착시킨다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이 오기도 하니까요. 부정적인 감정, 비관적인 생각도 물론 다뤄야겠지만, 일차적으로는 불편한 감각을 안정화해 자신의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우울로부터 해방되기 위하여 각자 성장 배경과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중장년이 되면 보통 ‘중간 항로’의 시기를 겪는다. 정신분석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개념이다. 중간 항로를 거치면서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네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부모가 나에게 어떤 태도이든 그들이 주는 심리적 울타리로부터 벗어나는 것, 배우자가 나의 욕구를 대신 충족시켜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자녀 역시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 스스로 일터에서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결국 네 개의 산을 모두 넘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과도하게 벗어나려다 노이로제에 걸리기도 한다. 벌어진 상황과 갖고 있는 기질이 부딪혔을 때 그에 대한 반응이 저마다 다르고, 다양한 증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결과를 완벽히 예측할 수 없다. “건강한 일반인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하는 이유는 ‘얼마나 건강한지’를 평가하기보다 ‘질환이 없음’을 확인하기 위함이에요. 나와 주변의 상태를 미리 들여다보고 인지할 수 있다면 좋겠죠. 책 ‘우울해방일지’는 심리적 불균형을 겪는 사람들이 관점의 지평을 넓히고 실천의 동력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표지 일러스트부터 속지 디자인, 내용 하나하나까지 이 원장의 의견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딱딱한 이론보다 적절한 비유를 사용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으며,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문장과 단어를 골라내 적절한 조언을 담았다. 고유의 행동 패턴이나 습관이 아닌 증상일 수 있음에도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기에, 최대한 세심하게 기술하려고 노력했다. “각자의 가치를 실천하며 사는 게 가장 평화롭게, 만족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가령 내가 6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이제껏 중요하다고 여겼던 일 중에 제칠 만한 항목과, 새롭게 부각되는 항목이 무엇일까요? 후자가 진정 나를 의미 있는 곳으로 이끌어주겠죠. 저도 여전히 리스트를 작성하지 못했어요. 그걸 보물찾기 하듯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모호하지만 하나씩 찾아나가는 작업을 하고, 방향을 설정해보면 어떨까요. 부디 여러분도 목표가 아닌, 가치를 향해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 2023-06-2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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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봄 2배 많았던 황사, 미세먼지와 무엇이 다를까?
- 기상청이 지난 9일 발표한 '2023년 봄철 기후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올 봄 황사는 평년에 비해 2배 넘게 찾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황사는 흔히 ‘봄에 찾아오는 불청객’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여름의 초입에도 황사가 불어 닥친 탓에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상승했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황사는 사막 등 건조지역의 흙먼지나 모래가 강한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자연 현상이다. 황사의 성분은 주로 토양의 칼륨, 철분이다. 미세먼지는 황사뿐 아니라 공장 굴뚝 먼지,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인위적으로 배출·합성되는 물질까지 포함한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분진·중금속·바이러스·세균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름 10μm 이하를 미세먼지, 2.5μm 이하를 초미세먼지로 분류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는 폐로 흡입되면 호흡기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체내 활성산소를 생성하고 염증 반응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질환이 있는 경우 미세먼지로 인해 기존 증상이 심해지거나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바깥이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이유로 환기를 전혀 하지 않으면 이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라돈과 같은 오염물질이 축적돼 실내 공기가 나빠진다. 실내에서 먼지를 발생시키는 일, 즉 생선을 굽는 등 조리나 청소했을 때는 실내 상태가 바깥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한다 해도 실내 오염물질 농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자연 환기가 필요하다. 최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착용하는 것이 좋다. 얼굴에 밀착해야 효과가 있다. 호흡이 불편해지고 가슴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무리하지 말고 벗어야 한다. 특히 호흡기 환자나 심뇌혈관 환자는 의사와 상의할 것을 권한다. 환경부는 “재난안전포털에서 황사 발생 대비 행동 요령을 확인할 수 있다”며 “최대한 물을 자주 마셔 노폐물이 축적되지 않도록 하고, 외출 후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2023-06-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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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적 인공판막 선택하는 ‘연령 가이드라인’ 나와
-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준범 교수,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팀이 연령에 따른 효과적인 인공판막 선택 국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준범 교수,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팀이 심장판막 치환술을 받은 2만 4천여 명의 나이와 판막 유형에 따른 생존율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대동맥판막 치환술의 경우 65세 미만, 승모판막 치환술의 경우 70세 미만일 경우 조직판막보다 기계판막을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라고 8일 밝혔다. 심장판막은 혈액이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흐르도록 도와주는 얇은 막이다. 노화, 염증 혹은 선천적 기형 등으로 판막이 원활하게 개폐되지 않으면 호흡곤란, 가슴 통증, 실신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방치할 경우 폐부종, 심정지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 위험이 높아져 기존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심장판막 치환술이 시행된다. 주로 혈액의 압력이 강한 대동맥판막과 승모판막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고령일수록 금속으로 만든 기계판막보다 생체 조직으로 만든 조직판막이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연령에 따라 어떤 인공판막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에 관한 국내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이번 연구는 국내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된 만큼 인공판막 선택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판막은 기계판막이나 조직판막 중 환자의 나이나 성별 및 상태에 따라 선택하는데, 기계판막은 한 번 시술하면 반영구적이지만 혈전 위험이 있어 항응고제 복용이 필요하다. 조직판막은 항응고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15~20년 정도의 조직판막 수명 때문에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대개 젊은 연령대의 환자는 기계판막을, 고령의 경우에는 조직판막을 사용하지만, 이를 구분하는 연령의 기준점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해외 데이터이기 때문에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해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심장판막 치환술을 받은 환자 2만 4,375명의 나이와 인공판막 종류에 따른 사망 위험을 비교 분석했다. 사망 위험은 인공판막 이외의 특성을 비슷하게 보정하는 역확률 치료가중치를 적용해 위험비를 통계적으로 산출했다. 우선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받은 환자를 연령대별로 판막 종류에 따른 사망 위험을 분석한 결과, 조직판막 환자가 기계판막 환자에 비해 40~54세에서는 사망 위험이 2.18배, 55~64세에서는 1.29배 높았다. 반면 65세 이후부터는 조직판막 환자가 기계판막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약 1.23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모판막 치환술의 경우 조직판막 환자가 기계판막 환자에 비해 55~69세에서는 사망 위험이 1.22배 높았다. 대동맥판막과 승모판막 모두 치환한 환자의 경우 조직판막 환자가 기계판막 환자에 비해 55~64세에서는 사망 위험이 2.02배 높았다. 김준범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심장판막 치환술에서 어떤 인공판막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건 매우 중요하면서도 까다로웠지만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가 없었다”며 “인공판막 선택의 국내 연령 기준이 서구의 기준보다 약 5~10세 높은 만큼, 국내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심장판막 질환자들을 더욱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대희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발표된 첫 심장판막 관련 연구다. 이외 진행 중인 여러 건의 연구를 통해 향후 우리나라 환자의 인공판막 선택 기준에 대한 보다 정밀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의학협회 저널인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피인용 지수 13.360)에 최근 게재됐다.
- 2023-06-0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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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사 위험군 152만 명 시대, 정부의 예방 계획은?
- 홀로 사는 사람이 앓다가 가족이나 이웃 모르게 죽는 일을 말하는 고독사. 1인 가구 중심으로 가족 구조가 변화하면서 고독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독사 위험군이 152만 명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고독사 위험에 가장 노출된 세대는 중장년층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정부는 지난 18일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수 20% 감소를 목표로 하며,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지원하기 위한 인적·물적 안전망을 최대한 동원하기로 했다. 1인 가구 5명 중 1명 위험군 보건복지부는 고독사 위험군을 152만 5000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3%, 1인 가구의 21.3%에 해당한다. 연령별로는 50대 중장년층이 가장 우려감이 높았다. 고령자일수록 사망률이 높지만, 고독사 위험은 중장년이 더 컸다. 지난해 11~12월 무작위로 추출한 1인 가구 9472명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사회적 교류 횟수 1회 이하’, ‘하루 평균 식사 횟수 1회’, ‘몸 아플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없음’ 등의 질문을 통해 고독사 위험군을 선별했다. 그 결과 대상자 21.3%인 2023명이 고독사 위험군으로 조사됐다. 이를 전국 1인 가구 수 717만 명에 적용하면 전국 고독사 위험군이 약 152만 5000명으로 추정된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고독사 위험은 50대가 가장 컸고, 중장년층이 노년층보다 위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 중 위험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대가 33.9%(37만 3000명)였다. 노년인 70대 이상(16.2%·21만 명)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60대(30.2%·35만 5000명)와 40대(25.8%·24만 5000명)도 70대보다 높았다. 19~29세는 9.7%(13만 8000명), 30대는 16.6%(20만 4000명)로 파악됐다. ‘가장 힘든 점’에 대해서는 1인 가구 중 중장년층(40~60대)은 경제적 문제(39.1%)를, 청년층(19세~30대)은 정서 불안(42.8%)을, 노인층(70대 이상)은 건강 문제(30.4%)를 많이 꼽았다. 복지부는 “중장년층이 건강 관리와 가사 노동에 익숙하지 않고,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있는 것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복지부가 지난해 처음 한 실태 조사를 통해서도 고독사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조사 결과, 고독사 건수는 2017년 2412건에서 2021년 3378건으로 40% 늘어났다. 최근 5년 동안 고독사로 숨진 사람은 1만 5066명이다. 남성(84.2%)이 여성보다 5배 이상 많았고, 중장년층인 50~60대가 절반 이상(58.6%)을 차지했다. 2027년까지 고독사 20% 줄이기 위한 정부 계획 복지부의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고독사 예방 최초의 기본 계획으로 임종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2021년 기준 전체 사망자 100명당 1.06명꼴인 고독사를 4년 뒤인 2027년까지 0.85명으로 20% 줄일 계획이다. 첫 번째 추진 전략은 ‘고독사 위험군 발굴 및 위험 정도 판단’이다. 이장‧통장‧반장 등 지역주민 및 부동산 중개업소, 식당, 지역 노인회 등 지역밀착형 상점을 ‘고독사 예방 게이트 키퍼’로 양성한다. 더불어 고독사 취약 지역·대상 발굴 조사를 강화한다. 두 번째 추진 전략은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연결 강화’이다. 고독사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체 공간 조성을 통해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도서관·생활문화센터 등 문화기반시설을 통해 인문 상담 및 예술·체육 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또한 민간의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고독사 위험군에게 주기적으로 안부 전화함으로써 응급 상황을 감지하고, 심리적 안정을 지원한다. 세 번째로는 ‘생애주기별 서비스 연계·지원’을 추진한다. 특히 가장 위험군으로 꼽히는 중장년층은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관계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기적인 보건소 방문 건강 관리를 통해 중장년 위험군의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일상생활 부담 경감을 위한 생활 지원 서비스를 신설한다. 뿐만 아니라 조기 퇴직한 중장년 위험군에게는 재취업 프로그램과 함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고독사 예방·관리 정책 기반 구축’을 추진한다. 현재 고독사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안이 법제특별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또한 정부는 고독사 생산 주기를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다. 중앙·지역별 전문 기관 지정, 인력 확충, 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실태 파악을 강화한다. 현재 3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고독사 예방·관리 시범사업’을 추가로 확대하며, ‘고독사 예방의 날’(가칭) 지정 계획도 있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최근 우리나라는 1인 가구 중심의 가족구조 변화와 감염병 장기화로 인해서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서 고독사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는 이번 계획을 통해 우리 사회에 외로운 죽음인 고독사가 없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2023-06-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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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목 통증 완화에 효과적인 스트레칭
- 목의 뻐근함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인 ‘사각근 스트레칭’ 목에 뻐근함이 느껴질 경우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목 주변 근육을 풀어주면 좋다. 추천하는 동작은 ‘사각근 스트레칭’이다. 1. 양손을 포갠 뒤 쇄골 위에 지그시 올린다. 2. 숨을 천천히 내쉬며 고개를 왼쪽으로 돌린 후 뒤로 천천히 젖힌다. 3. 쇄골을 손으로 고정한 채 15초간 근육의 이완을 느낀다. 4. 3회 실시한 후 반대쪽도 반복한다. 목 주변 근육 강화에 효과적인 ‘경추 주변부 스트레칭’ 목 주변의 통증이 심해졌다면 ‘경추 주변부 스트레칭’을 권한다. 1. 우선 의자에 목을 바로 세운 뒤 양 손바닥을 이마에 댄다. 2.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숨을 참으며 8초간 이마를 밀어낸다. 이때 30% 정도 힘을 주도록 하고, 목에도 힘을 주며 제자리에서 버틴다. 3. 이어 양손을 깍지 끼어 뒤통수를 감싼 채 동일하게 반복한다. 총 10회씩 반복하면 약해진 목 주변 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 [TIP] 목은 아픈데 이마저도 귀찮다면? 한 시간에 한 번씩 천장을 보는 것으로도 뒷목에 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일 자체가 근육에 부담을 주기 때문.
- 2023-05-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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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수술률 1위 백내장, 나도 꼭 수술받아야 할까?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21년 주요 수술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1년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는 49만 7000명으로 전체 수술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50대 이상이 백내장 수술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국내 고령자 수술률 1위 질환 ‘백내장’에 대한 궁금증을 황형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백내장은 눈 속의 투명한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질환을 말한다. 심한 경우 심각한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백내장의 원인은 노화, 당뇨, 자외선, 외상, 약물 및 여러 내과적 전신질환 등 매우 다양하다. 그중 노화가 원인이 되는 노인성 백내장이 가장 흔히 발병한다. 보통 50세 이후에 백내장 증상이 나타나며, 60대는 절반 이상, 70대가 되면 대부분 질환을 앓고 있다. 백내장의 치료 방법에는 크게 약물 요법과 수술 요법이 있다. 그러나 약물치료는 백내장의 진행 속도만 늦출 뿐이고, 궁극적인 치료 방법은 오직 수술뿐이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남은 수정체낭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과정까지를 이른다. 수술에 쓰이는 인공수정체는 단초점과 다초점 렌즈로 구분된다. 단초점 인공수정체는 근시, 원시 중 한 가지 시력만 개선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돼 30만~50만 원이면 수술을 받을 수 있어 비교적 부담이 적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근시, 원시뿐 아니라 난시, 노안 시력 교정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수술 후 및 번짐을 동반하며,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으로 수술비가 고가에 천차만별이라는 단점이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비 평균은 180만 원이었다. 또한 수술비 최저는 33만 원, 최고는 900만 원으로 조사됐다. Q. 백내장은 나이 들면 피할 수 없는 질환인가요? 노안과 백내장은 다른 개념이라고 하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백내장과 노안은 나이 듦에 따라 함께 나타나 불편함을 안겨줍니다. 그러나 노안은 노화에 따른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고, 백내장은 질환입니다. 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성 및 조절력이 떨어져 근거리 시력이 저하되는 것을 말합니다. 백내장 수술로 노안 시력을 교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백내장이 없는데 노안 증상을 개선하겠다고 백내장 수술을 받는 것은 안과의나 환자 모두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해야 할 부분입니다. Q. 백내장이 진행되어 실명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정말 실명 확률이 높은지, 백내장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A. 안과 의사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백내장을 늦게까지 방치해 실명에 이르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대부분의 백내장 환자들은 적기에 수술을 받는 편입니다. 다만 안과 의사를 쉽게 접할 수 없는 일부 지역이나, 혹은 치매 및 중증 내과 또는 외과적 질환 등으로 거동이 어려워 안과 진료를 소홀히 했다가 치료 시기를 놓쳐서 실명에 준하는 상태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라고 생각하며, 수술적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Q. 백내장 수술은 꼭 받아야 하나요? 최대한 늦게 받는 게 좋다는 말도 있던데, 적절한 시기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A. 노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백내장은 장수 시대에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겪을 질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백내장 수술을 꼭 받아야 한다고 걱정하기보다는, 살아가면서 언젠가 수술받을 때가 오리라 생각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백내장 수술 시기는 너무 빨라도 안 되고 너무 늦어도 안 됩니다. 백내장이 심하지 않은데도 일찍 수술적 치료를 진행하는 것은 의사 입장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노안이 진행되지 않은 수정체를 적출하여 인공수정체로 대체하는 백내장 수술은 오히려 불편함만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중증으로 진행된 백내장은 이미 시력이 많이 저하되어 있으며, 수술도 까다롭고 회복도 더딥니다. 즉 백내장 수술은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의사의 주관적 판단이나 기타 외적인 의료 환경 요소에 따라 적기의 개념이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세 곳의 안과 전문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 인공수정체 삽입 렌즈로 다초점 렌즈가 단초점 렌즈에 비해 무조건 좋은 것인지 궁금합니다. A.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고가라는 이유로 단초점 인공수정체보다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는 생각은 버리셔야 합니다. 다초점 렌즈의 광학적 모델은 매우 다양하나, 안전성과 효과 측면이 입증되어 가장 흔하게 쓰이는 것은 광학부에 여러 동심원이 각인된 회절형 다초점 인공수정체입니다. 회절 고리로 인해 근거리, 중거리, 원거리를 적당한 정도로 고르게 잘 볼 수 있는 렌즈이지만, 대신 빛 번짐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지해야 합니다. 자신한테 맞는 인공수정체는 동반된 안과 질환 여부, 직업적인 요인, 연령, 굴절 상태(원시 혹은 근시), 돋보기에 대한 의존도 등에 따라 다르니 안과 의사와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Q. 백내장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무엇이 있나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도 알려주세요. A. 노화성 백내장은 예방할 수 없지만, 기타 원인이 되는 요인은 생활 습관으로 피할 수 있습니다. 당뇨가 있다면 당 조절을 철저히 해야 하며, 금연 및 절주, 자외선 차단을 위한 선글라스 착용 등을 추천합니다. 또한 항산화 효과가 있는 음식이나 영양제를 섭취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수정체 조직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줘 보조적 혹은 간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2023-05-25 0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