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2018년부터 5년간 중장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한 ‘굿잡5060’의 취업률이 6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에 참여한 인원은 1001명이며, 수료한 인원 950명 중 565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굿잡5060’은 전문 역량을 가진 중장년들이 중소기업 및 사회적 경제 분야로 취업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과 취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고용노동부,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회적기업 상상우리가 협력해 2018년부터 추진했다.
지난 25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굿잡5060’ 2022 성과공유회에는 이성수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운영본부장, 임성미 경영기획본부장, 이병훈 현대차그룹 상무, 하형소 고용노동부 통합고용정책국장,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등 주요 관계자들과 수료생 150여 명이 함께 자리했다.
취업 후 6개월 이상 고용유지율도 69%에 달했다. 전체 취업자 중 4대 보험이 가입되는 상용직 취업자는 85%, 퇴직 전 경력을 활용해 취업한 중장년이 58%를 차지했다.
참여자 평균 연령은 55.4세로, 참여자 중 남성이 71%, 여성이 29%였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 따르면, 퇴직 전 각 분야에서 평균 24년의 경력을 보유한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중장년이 참여했다.
이성수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운영본부장은 “중장년 일자리 문제 해결이라는 공동의 목표로 4개 기관이 5년간 함께 협력한 ‘굿잡5060’은 중장년의 퇴직 전 경력을 활용한 전문적인 일자리,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며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며 “중장년의 역량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확대와 생태계 구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13년 전 일을 시작하면서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적어도 우리 조합만이라도 장례 현장에서 폭리와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해보자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그 목표를 이루었다고 자부하는데, 그럼에도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어느 행사에서 ‘수고비’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런 경우 현장 팀장에게 확인하고 주의 조치를 하는데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장례 현장은 너무 복잡해 각 영역에서 오가는 돈이 눈에 쉽게 띄지 않으니,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왜 장례 현장에서 바가지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나는 그 원인을 하나로 본다. 상조회사와 상조팀장(프리랜서 장례지도사)의 불평등한 하도급 관계 때문이다. 상조회사 소속이라 하지만 정규직도 아니고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품위유지비 명목으로 70만~80만 원의 수당을 주는 곳도 있지만 이마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조회사는 행사가 발생하면 순번에 따라 소속 장례지도사에게 ‘콜’을 한다. 상조팀장은 자신이 담당하는 행사에서 최대한 매출(?)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패키지 상품에 포함돼 이미 가격이 정해져 있는 수의, 관, 유골함 등을 ‘업셀링’하고, 장례식장이나 봉안당, 생화제단을 소개하면서 알선수수료(리베이트)를 챙긴다. 상주가 수고비를 챙겨준다면 더욱 감사할 일이다. 이렇게 3일장을 치르는 동안 알뜰하게 받아낸 돈을 상조회사와 나눠 갖는다. 그 비율은 회사마다 다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장례지도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장례지도사는 전문자격증 학원, 대학의 관련 학과, 상조회사의 인력 양성 등으로 해마다 수백 명씩 쏟아져 나온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다 보니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인건비가 하락한다. 상조회사 입장에서는 입맛에 맞게 골라 쓸 수 있고 수완 좋은 장례지도사를 선호하게 된다. 상조회사가 갑일 수밖에 없다.
장례지도사의 수명(?) 또한 그리 길지 않다. 오십 넘어 현장을 뛰는 경우는 드물다.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젊은 인력이 쏟아져 나와서 그렇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이 먹기 전에 최대한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업계에 입문하자마자 듣는 소리가 누가 한 달에 1000만 원을 벌었다느니, 누가 외제차로 바꿨다느니 하는 것이니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상조회사는 왜 직접 고용을 하지 않는 것일까. 당연히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직접 고용을 하면 4대 보험이나 세금 등으로 비용이 나가고 노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각 지역별로 상조팀장을 두면 현장관리도 용이하다. 상조회사는 사실 전국 장례 서비스 시스템과 장례지도사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플랫폼에 가깝다.
갓 대학을 졸업한 장례지도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 정도다.
첫째, 병원이나 전문 장례식장에 취업하는 것이다. 초임은 연봉 1800만 원에서 2000만 원 정도다. 근무 연수가 많아지면 급여는 올라간다. 대형병원 장례식장일 경우는 일반 회사원처럼 정시 출근 정시 퇴근할 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 이틀 근무하고 하루 쉰다. 자체 행사가 발생하면 진행하기도 하고, 수시로 변사, 사고사, 자살 현장에 출동해 시신을 수습해야 한다.
둘째, 상조회사에 취업하는 것이다. 이 경우 앞서 설명했듯이 장례식장보다는 급여가 훨씬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언제 콜이 떨어질지 몰라 불안하고, 전화기를 베개 옆에 두고 잠을 자야 한다. 3일장을 치르는 동안 계속 긴장해야 하고, 장지가 멀어 왕복 10시간 넘게 버스를 타는 경우도 많다.
셋째, 프리랜서로 뛰는 경우다. 경험과 노하우가 어느 정도 쌓이면 독립하기도 하는데, 직접 행사를 뛰거나 다른 장례지도사에게 일을 주면서 수수료를 챙긴다. 이 경우 영업이 관건이라 인맥이 많을수록 유리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홍보와 영업에 집중해야 한다. 만만한 일은 아니다. 이외에 기업 전문 상조회사도 있고, 상조회사가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할 때 헐값에 떠넘기는 의전업체도 있다. 현장을 뛰지 않고 입관 보조만 전문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장례지도사는 힘들고 궂은일을 도맡아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럼에도 대우와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왜곡된 노동시장에서 을로 살아가야 한다. 누가 이들을 장례 현장에서 돈이나 뜯으며 살아가는 하찮은 존재로 전락시키고 있는가.
장례지도사들은 장례가 끝난 후 상주와 유족이 감사 인사를 전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들이 귀한 일을 하는 소중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돈벌이에만 눈먼 상조 시장의 비인간적인 노동 착취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 장례지도사 스스로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고, 상주와 유족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장례가 너무 힘들고 무거운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
보통 회사는 젊은 세대 채용을 선호한다. 그들의 트렌디함과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한 분야에서 베테랑인 고령자를 선호하는 회사도 있다.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회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정보시스템 감리 전문회사 ‘케이씨에이’(KCA)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베테랑이 많은 회사는 어떤 곳인지 궁금해 케이씨에이를 직접 찾아가 봤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중소기업 케이씨에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눈에 봐도 재직자의 평균 연령이 높아 보인다. 전문가 분위기를 내뿜는 머리 희끗한 직원들은 각자의 일에 열중한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기준 케이씨에이 전 직원 378명 중 만 60세 이상 근로자는 94명이라고 한다.
올해 케이씨에이는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고령자친화기업 41곳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고령자친화기업은 만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를 5년간 의무 고용해야 한다. 대신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 41개 회사 중 케이씨에이는 단연 눈길을 끈다. 대부분 생산직이나 단순노무직이지만 케이씨에이는 IT 전문가를 고용한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그런데 왜 IT 회사인 케이씨에이는 고령 인력을 활용하는 것일까. 이는 케이씨에이가 정보시스템 감리에 특화된 회사이기 때문이다. 감리란 정보시스템이 잘 구축되었는지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조정·권고하는 업무다. 케이씨에이는 이외에도 IT 컨설팅, 정보 보호, PMO(사업위탁관리) 운영 지원 등의 사업을 한다.
사실 감리 업무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정보시스템 감리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데, 정보처리 분야의 실무 경력이 있어야만 취득 요건을 갖춘다. 한 예로 대학교를 졸업하고 정보처리기사로 7년은 일해야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감리사는 최소 30대는 되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감리 업무는 IT 업계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안정된 노후를 위해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케이씨에이도 60대가 주축이고 70대도 많이 재직 중이다. 국방과학연구소를 은퇴하고 20년째 감리 일을 하는 80세(1943년생) 베테랑도 있다고. 현재 감리사로 일하는 김영빈(52) 씨는 “개발자로 20년 넘게 일했는데, 여기에 들어오니 막내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김영빈 씨는 아내와 함께 재직 중이다. 김 씨는 과거 IT 업계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아내에게 감리사 일을 권했다. 15년의 공백이 있던 터라 어려움은 많았지만 아내는 자격증을 취득해 먼저 일을 시작했고, 이후 김영빈 씨가 합류했다. 김 씨는 “우리 부부는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베테랑은 어떤 사연이 있는지 들어보자.
◇“베테랑 노하우 사회에 보탬돼야”
- 백형충 상무
백형충 상무는 오직 IT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1987년 일을 시작한 그는 금호아시아나의 IT 기업에서 임원까지 하고 은퇴했다. 현재 한국정보공학기술사회 회장이기도 하다.
백형충 상무는 2013년 10월 케이씨에이에 입사했다. 그는 자신의 업무에 대해 “초반에는 감리를 했다. 더불어 전략산업본부에 속해 사업 전체 기획부터 수주 등의 일을 했다. 최근에는 솔루션사업본부에서 ICT사업 부문장을 맡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발굴, 추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백형충 상무는 2003년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IT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교육만 받고 수석 감리원이 됐다. 백 상무는 일찌감치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에 대해 “IT 업무가 무척 방대한데, 기술사는 전체 영역을 이해해야 한다. 그동안 했던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1980, 1990년대에는 직급이 과장 이상 되면 일은 안 하고 결재만 했다. 내 미래의 모습이 저것일까 싶었다”면서 “자격증 취득으로 나 자신의 역량 개발과 함께 후배들에게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백형충 상무는 “제가 환갑 나이인데 주변에 보면 노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30년 넘도록 업계에서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를 그냥 사장하면 안 된다. 국가 발전을 위해 크게 기여해야 한다. 일하면서 사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비전공자라고 비전문가 아냐”
- 김석범 수석
김석범 수석은 회사 내에서 ‘비전공자’로 유명하다. 다른 말로 풀이하면 비전공자인데 감리 일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이다. 김 수석은 경제학과를 전공하고, SK텔레콤에서 1995년부터 20년 넘게 일했다. 특히 그는 SK네트웍스서비스의 게임 서비스를 주도한 대단한 인물이다.
김석범 수석은 개발자들과 일하면서 개발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궁금했고, 배우고자 하는 갈증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2018년 은퇴 후 자바(Java)를 시작으로 개발을 공부하며 개발자를 꿈꿨다. 비전공자로서 공부가 어렵지는 않았을까. 그는 고개를 저으며 “정말 재미있었다. 자존감이 회복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왜 진작 IT 쪽 공부를 안 했을까 많이 후회했다. 내 업무에 접목했다면 엄청난 시너지가 났을 것이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거나 사업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개발자로 취업하기는 나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그럼에도 김석범 수석의 사전에 포기란 없었다. 그는 IT 업계에서 일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2020년 감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케이씨에이에 입사했다. 김 수석은 “감리사는 기본적인 급여를 주고 업무도 안정적이다”라고 만족감을 표하면서도 “여기에 안주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현재도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조사, 수요 예측 모델 경험을 가지고 그 연장선에서 빅데이터 공부를 하고 있다. 데이터 분야와 감리 직을 연결할 생각도 있고, 또 새롭게 꿈을 찾아갈 생각도 있다.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시니어 직원 없었으면 회사 문 닫았을 것”
- ‘베테랑 중의 베테랑’ 문대원 대표
처음 케이씨에이에 취재 요청을 했을 때도,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도 직원들은 “문대원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문대원(75) 대표야말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고, 대한민국 정보화의 산 역사이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세계적인 인명사전 ‘마르퀴즈 후즈후’(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2019∼2022년 판에 연속 등재되기도 했다. ‘마르퀴즈 후즈후’ 인명록은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달성한 전문가들의 전기 정보를 기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문대원 대표를 만나 정보시스템 감리라는 황무지 분야를 개척하고 베테랑이 되기까지의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문대원 대표는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물리직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과학기술처에 들어갔다. 그다음에 총무처로 옮겨갔는데,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행정 전산화를 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행정전산계획관실이 생겼다. 그곳에서 문대원 대표는 전산화 계획 업무를 맡았다. 우리나라 행정전산망의 기본 계획도 그가 세웠다.
이후 1980년대, 당시에는 정보화를 총괄·조정하는 부처가 없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대통령 비서실 산하에 전산망조정위원회를 만들었다. 각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파견 나왔다. 그중에 물론 문 대표도 있었다. 그는 정보화담당관으로 활약을 펼쳤다.
문대원 대표는 1990년대에는 한국전산원이라는 정보통신부 산하기관에서 일했다. 현재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문 대표는 감리본부장을 맡았다. 그러다가 1997년 대한민국은 외환위기 IMF를 맞았는데, 문대원 대표에게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당시 정부는 공공기관 인원을 감축하고 민간기업으로 업무를 이관했다. 이에 문대원 대표는 마음 맞는 사람을 데리고 나와 감리회사를 차렸다. 그게 바로 케이씨에이다. 1999년 어려운 시기에 설립된 회사는 내실 성장을 이뤄 감리 대표회사로 자리 잡았다. “평생 공무원으로 살고 공공기관에서만 일한 사람인데 돈 버는 법을 알았겠어요? 그런데 벌써 23년이 지났네요. 처음에 감리본부 핵심 요원 10명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현재는 직원이 300명 넘고요. 감리, IT 컨설팅, PMO 등 각 분야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매출도 300억이 넘습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문대원 대표는 회사가 성장한 것은 모두 직원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특히 문 대표는 “50·60대 시니어분들이 회사의 주축이다. 감리사는 IT 분야의 최고 자격증이고 경력이 중요한데, 그분들의 노하우가 회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감리란 설계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보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도 중요한 업무입니다. 시니어분들이 경력과 경험이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잘하신다는 거죠. 잘못된 부분은 지적하고, 컨설팅이나 조언을 전문적으로 해주시죠. 저는 그래서 개발이나 코딩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40·50대부터 이 일을 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하고 일에 대한 의지가 강한 분들은 70대까지도 거뜬하게 일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어 문대원 대표는 “시니어분들이 안 계셨으면 케이씨에이는 벌써 문 닫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능력이라는 큰 자산을 가진 시니어들이 나이라는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일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를 안타까워했다.
“50대 후반에서 60대가 되면 다들 은퇴하는 현실이 참 안타까워요. 국가나 사회적으로 낭비가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시니어분들에게 일할 기회를 드릴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제일 큰 보람이에요. 무엇보다 그분들이 있어서 회사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정보화에 앞장선 문대원 대표. 그는 앞으로도 케이씨에이를 통해 자신의 목표를 이뤄나갈 예정이다. 문 대표는 “목표는 대한민국 정보화에 기여하는 좋은 회사가 되는 것이다. 글로벌 사업에도 진출했는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보화 기업이 되고 싶다. 현재 목표대로 순항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눈을 반짝였다.
전국 65세 이상 고령자 3명 중 2명은 자녀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생활비를 조달하지만, 고용률은 3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65~79세 고령자 중 54%는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65세 이상 고령자의 노후준비에 대한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고령자의 생활비 마련 방법은 본인과 배우자 부담이 65.0%로 압도적이었다. 3명 중 2명이 스스로 생활비를 조달한다.
10년 전인 2011년과 비교하면 본인과 배우자가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는 고령자 비중은 51.6%에서 65.0%로 13.4%p 증가했다. 반면, 자녀와 친척 지원 비중은 39.2%에서 17.8%로 21.4%p 급감했다.
더불어 지난 10년간 가족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견해는 38.3%에서 27.3%로 감소했다.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37.8%에서 49.9%로 높아졌다. 자식이 부양해주길 기대하는 고령자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본인과 배우자가 생활비를 직접 마련하는 경우 수입원은 근로·사업소득이 48.3%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연금·퇴직금 35.1%, 재산소득 10.5%, 예금·적금 6.2% 순이었다. 고령자 대부분이 직접 일을 해서 버는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34.9%로 전년(34.1%) 대비 0.8%p 상승했다. 고령자의 고용률은 2015년 이후 상승 추세에 있지만, 15세 이상 인구 전체 고용률(60.5%)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65세 이상 취업자의 산업별 비중은 사업·개인·공공 서비스 및 기타(44.0%), 농림어업(25.0%), 도소매·음식숙박업(13.1%)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림어업, 사업·개인·공공 서비스 및 기타는 전체 취업자보다 고령층의 종사 비중이 더 높았다.
고령자 취업자의 직업별 비중은 단순노무 종사자(36.6%)가 가장 높았다. 이어 농림어업 숙련종사자(24.2%), 서비스·판매 종사자(16.8%), 기능·기계조작 종사자(14.1%) 순으로 집계됐다. 전체 취업자와 비교하면 단순노무 종사자와 농림어업 숙련종사자의 비중이 매우 높고, 관리자·전문가 및 사무 종사자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고령자의 실업률 역시 2018년 이후 상승 추세를 보이며, 2021년은 3.8%로 전년 대비 0.2%p 상승했다. 2020년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소득 분배지표는 상대적 빈곤율 40.4%, 지니계수 0.376, 소득 5분위 배율 6.62배로 2016년 이후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높은 수준에 해당했다.
또한 65~79세 고령자 54.7%는 ‘장래에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12.1%p 증가한 수치다. 취업을 원하는 사유는 생활비에 보탠다는 응답이 53.3%로 가장 많았다.
한편,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순자산액은 2021년 기준으로 4억 1048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6094만 원 증가했다. 부동산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9%로 가장 높았고, 저축은 13.8%로 타 연령대에 비해 낮았다.
노후를 준비하는 고령자는 56.7%로 지난 10년간 16.6%p 증가했다. 노후 준비 방법은 국민연금 48.4%, 예‧적금 17.1%, 직역연금 11.1%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국민연금은 16.6%p 증가했으나, 예‧적금은 10.4%p 감소했다.
노후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고령자는 43.3%로 지난 10년간 16.6%p 감소했다. 이유 1위는 ‘준비할 능력 없음’이 59.1%로 1위를 차지했다. ‘자녀에게 의탁’은 29.0%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10년간 7.8%p 감소한 수치다.
직장인의 90%는 기회만 된다면 이직하고 싶어 한다. 평생직장의 개념도 사라진 지 오래다. 어느 분야에서 베테랑이 된다는 건 ‘시간’을 들인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투입 시간 대비 산출 결과의 효율을 생각하는 시대, 다양성이 더 중요한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이 사람을 대체할 거라는 이 시대에 베테랑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는 누군가의 노하우를 배우려면 베테랑이 있는 현장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유튜브, SNS 등에 ‘꿀팁’(매우 유용한 정보나 조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수없이 올라오는 통에 굳이 베테랑을 찾아가지 않아도 배울 방법이 많다. 그런 데다 시대 변화는 어찌나 빠른지 4차 산업혁명으로 2030년이면 지구상에 현존하는 직업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어쩐지 베테랑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다.
하지만 사라지는 영역의 베테랑은 디지털 시대에 다른 형태로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새로 등장하는 분야에서는 새로운 베테랑이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시간이 빚는 베테랑
베테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이다. 의미상 숙련자, 전문가와 비슷하지만 ‘오랜 시간’을 들인다는 뜻이 조금 더 강하게 녹아 있다. 그렇기에 베테랑이라면 누구나 그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한 방법이나 요령은 어디에도 없는 그만의 기술이다.
한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한 베테랑을 만나보니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휴, 그때는 누가 옆에 앉혀놓고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매일 청소하면서 어깨너머로 눈동냥하며 공부했죠.(웃음) 그렇게 종일 눈으로 배우고 일과 끝나면 무작정 따라 해보는 거예요.” 베테랑의 노하우를 얻으려면 눈치가 좋아야 했다. 알려주지 않아도 혼자 열심히 연구하고 있으면 어느새 베테랑이 다가와 자신의 노하우를 하나씩 알려줬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가 되는 것이다. 특히 기술이 필요한 곳에서는 이렇게 도제식(徒弟式) 교육이 이뤄졌다.
그렇기에 베테랑의 노하우에는 시간뿐만 아니라 그의 감(感)이 녹아 있다. 요리책에 나온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해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이유는 개인의 손맛 때문이다. 같은 기술을 배워도 기술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제식 교육 하면 ‘무형문화재’ 같은 ‘장인’(匠人)이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기술자가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많은 영역에서 도제식 전수가 이뤄진다.
영화 제작, 검사나 경찰의 수사, 기자나 PD의 취재, 조향사의 조향 과정 등에도 사수(師授)의 노하우가 입으로 전해진다. 사수는 ‘스승에게서 학문이나 기술의 가르침을 받음’이라는 뜻이다. 일터에서는 스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수와 부사수’ 관계로 일을 가르치고 배운다. 요즘 버전으로 말하자면 ‘멘토링’(Mentoring)이다. 멘토링은 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멘토, Mentor)이 지도와 조언을 통해 멘티(Mentee, 멘토링을 받는 사람)의 실력과 잠재력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바뀌고 있다. 한 분야의 베테랑은 오랜 시간을 들여야 빚어지는데, 일자리가 아예 사라진다면 더는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제빙기 개발은 얼음 장수를 사라지게 했다. 냉장고나 제빙기가 없던 시절에는 한강이 얼면 강의 얼음을 깨 파는 얼음 장수가 있었다. 하지만 냉장고와 제빙기를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정에서 얼음을 얼려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얼음 장수는 사라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온다고 한다. 또 한 번 사회가 크게 발전하는 시기다. 2016년 다보스포럼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는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약 710만 개 사라지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분야의 베테랑은 더는 ‘시간’을 누적할 수 없어 도태될 것이고, 새롭게 생긴 일자리에서는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베테랑이 생겨날 것이다.
옥스퍼드대학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번 교수는 논문 ‘고용의 미래’에서 △정교한 손가락 움직임 △손재주 △좁은 작업 공간과 불편한 자세 △독창성 △순수예술 △사회적 지각 △협상 △설득 △타인의 배려 및 보살핌이 필요한 영역은 기계나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렵다고 봤다. 아무리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결국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뜻이다.
베테랑의 감(感) 입는 디지털
단순·반복적이거나 숙련도가 떨어지는 일이 대체로 자동화되고 있는데, 이 자동화에도 베테랑이 필요하다. 바로 그들의 ‘감’이 자동화를 더 정교하게 만들기 때문. 포스코는 베테랑 근로자의 경험과 감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베테랑의 머릿속에 있는 주관적 데이터를 객관적 데이터로 바꾸어 ‘스마트 고로’를 만들고 AI가 학습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그 결과 품질 불량률이 63% 감소했다. 사람이 아닌 AI가 베테랑의 노하우를 배우는 셈이다.
현대건설도 현장 베테랑의 지식과 노하우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특히 안전·품질 분야를 스마트화해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노하우를 빅데이터화하면 신입 직원에게 밀려날까 불안해하던 중장년 베테랑도 이제는 스마트 기술에 적응하며 새로운 변화를 따라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베테랑이 오히려 단순노동에서 벗어나 더 가치 있고 창의적인 일을 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 역시 숙련 기술의 디지털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는 생산 현장을 강조하는 의미였지만, 지금은 제조 설계부터 고객 만족까지 통합된 하나의 흐름을 가리킨다. 설계, 생산, 서비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 되었다. 최근에는 모노즈쿠리 혁신을 외치며 베테랑의 노하우와 디지털을 결합하는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 활용이 새로운 부가가치의 원천인데, 모노즈쿠리 과정에서도 수많은 데이터가 발생한다”면서 “일본 제조 기업은 이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생산 효율화를 목적으로 내세운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내부에서만 공유하던 데이터를 산업의 경계를 넘어 기업이 상호 거래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단순한 생산 효율화가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 등 오픈 이노베이션 추진이 목표”라고 분석했다. 베테랑의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노하우를 이어가는 베테랑도 있다. 과거 도제식 교육과는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여전히 우리는 베테랑이 필요하다. 노하우를 축적한 베테랑과 그들을 찾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생겨난 이유다.
‘탤런트뱅크’는 전문 인력 상시 고용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에 고도의 비즈니스 문제가 닥쳤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를 프로젝트별로 연결한다. 현장에서 은퇴한 베테랑이 전문가로 투입되는 것. 재의뢰율이 60%를 넘어설 만큼 기업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클래스101’은 중장년 베테랑의 노하우를 교육과 강의 형식으로 전한다. 음악·미술·운동 등 취미 관련 강의부터 부업·재테크 노하우, 업무 능력 향상 등 일 잘하는 방법, 인문·사회·예술을 비롯한 교양 강의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숨은 고수라는 뜻의 ‘숨고’에서는 900여 분야의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려견 산책’, ‘주례’, ‘게임 레슨’ 등 소소한 영역까지 포함된다. 베테랑 전업주부의 노하우를 살려 ‘정리수납 고수’로 활동하거나, 기업에서 인사관리와 교육 일을 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취업 컨설팅 고수’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시대의 흐름은 다양한 직종, 여러 분야의 베테랑을 사라지게도 하지만, 그들의 노하우는 무형의 가치로 남아 디지털과 융합해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고령화 사회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웰다잉’(Well-Dying)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웰다잉은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뜻한다. 넓게는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준비하는 동시에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과정 전반을 말한다. 이번 ‘시니어 잡’에서는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슬픈 유족을 가장 가까이에서 도와주는 직업, 장례지도사를 추천한다.
장례지도사는 장례 의식, 즉 죽은 자를 보다 아름답고 깨끗하고 편안하게 보내드리기 위한 의식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장례 상담, 시신 관리, 의례 지도, 빈소 설치, 각종 장례 행정 업무 등 장례 관련 업무를 절차에 따라 수행한다.
시신이 장례식장으로 운반되면, 장례지도사는 고인의 사망진단서를 확인한 후 절차에 따라 시신의 옷을 벗기고 알코올이나 소독약품을 사용해 몸을 깨끗이 닦는다. 그 다음 준비된 수의를 입히고 시신의 몸과 다리 등을 묶어 관에 모신다. 상주의 종교에 따라 제사 의식을 거행하며, 제사 의식이 끝나면 관을 장지나 화장터까지 운반하고 관을 묻거나 화장을 한다.
현재 고령화 사회인 만큼 매년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장례지도사의 역할과 수요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례지도사는 과거에는 중장년층이 주로 하는 전문직으로 취급됐지만, 현재는 20·30대 젊은 장례지도사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20대 여성 장례지도사가 급증하고 있는데, 직업 인식이 좋아진 동시에 여성의 시신은 가급적 여성이 맡아주기를 바라는 유족의 요구가 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장례지도사 자격증 취득 방법
장례지도사 자격증은 2012년부터 국가자격제도로 시행되고 있다. 이는 장례지도사가 전문 직업인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줬고,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자격증 취득은 무시험 과정 이수형으로 진행된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①대학교 장례지도학과 졸업, ②평생교육원 졸업, ③직업훈련소 교육과정 수료다. 가장 좋은 방법은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장례지도학과가 있는 대학교는 을지대학교,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서라벌대학교, 창원문성대학교, 대전보건대학교까지 총 5군데다.
장례지도사 교육기관에서는 300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그중 250시간은 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기 교육을 진행하고, 나머지 50시간은 장례식장에 파견되어 실습한다. 장례 상담, 장사 시설 관리, 위생 관리, 염습 및 장법 실습, 공중보건, 장례학 개론, 장사 법규, 장사 행정 등에 대해 배운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대부분 병원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에 취업한다. 장례 관련 공무원이 될 수도 있다. 서울시설공단 등 공기업에서 장례지도사를 별도로 채용하는 경우가 있고, 서울·대전 현충원 등 국가 봉안 시설에서 채용이 진행되기도 한다. 자신이 직접 장의업체를 운영할 수도 있다.
중장년 취업의 허와 실
자격증을 취득한 후 경력을 쌓으면 연봉을 높일 수 있다. 장례지도사 연봉의 하위 25%는 약 3000만 원이고, 중위는 3200만 원, 상위 25%는 3500만 원이다. 월급은 보통 250만~300만 원으로 일반 직장에 다니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월급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는 일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 아니다. 장례지도사는 근무시간이 길고 불규칙하다. 또한 누군가의 장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만큼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큰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장례지도사. 실제로 요구되는 조건이 많다. 먼저 장례지도사는 장례 절차, 장례 및 묘지에 대한 각종 행정 절차, 수시·염습을 비롯한 시신 위생처리 등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죽은 사람의 몸을 다루는 일을 하므로 담력과 침착함이 요구된다. 매일 누군가의 시체와 죽음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또한 불행한 일을 당한 유족에 대한 서비스 정신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장의 업무를 수행해낼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인내력도 요구된다.
현재 장례지도사의 고용 시장은 포화 상태다. 앞서 말한 대로 20·30대 젊은 장례지도사가 늘어나고 있는데,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전망이 뚜렷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년이 없는 평생 직업이라 40~60대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이처럼 전 연령이 장례지도사가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은 상대적으로 장례지도사로 취업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한다. 중장년층은 자격증 취득 후 대부분 장례지도사가 아닌 상조회사 영업직으로 취업이 이루어진다. 상조회사나 대형병원에서는 장례지도사로 젊은 층을 선호하다 보니 중장년층은 현실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서울 서초장례지도사교육원의 김종호 원장은 “20·30대가 워낙 많아져서 중장년층이 일을 시작하는 게 쉽지 않다. 수도권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니 어르신들은 지방에서 근무를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경력을 쌓은 후 수도권으로 옮겨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기도 여주에 사셨던 분이 50대에 자격증을 취득하셨다. 6개월만 일하라고 태백으로 근무를 보내드렸다. 그런데 아예 태백으로 이사하셔서 5년째 잘 지내고 계신다. 공기도 좋고, 낚시도 하고, 자전거도 타면서 시간을 보내신다더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김종호 원장은 또한 중장년층은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추천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반려인을 대신해 장례 절차, 상담, 납골, 펫로스 상담 등 장례 전반에 대해 설계하고 도와주는 전문가를 말한다. 연령과 경력에 제한이 없고,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전망이 밝은 직업이다.
일본의 고령자 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75세 이상 후기고령자는 처음으로 전체의 15%를 넘어섰다.
총무성이 2022년 경로의 날을 맞이해 지난 18일 발표한 인구추계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는 지난해보다 6만 명이 늘어 3627만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9.1%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75세 이상 인구는 전년 대비 72만 명 증가한 1937만 명이다. 처음으로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를 넘었다. 80세 이상 인구는 1235만 명(총인구의 9.9%), 90세 이상은 265만 명(총인구의 2.1%)을 기록했다.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일본이 세계에서 1위를 하고 있으며, 2040년에는 총인구의 35.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21년 기준으로 일을 하는 고령자 수는 909만 명으로 18년 연속 늘어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령자 취업률은 25.1%에 달했으며, 특히 65~69세의 취업률은 처음으로 50%를 초과했다. 두 명 중 한 명은 일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고령 인구의 증가로 지방자치단체들은 ‘경로의 날’에 지급하는 경로 축하금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로의 날은 일본의 공휴일로 사회에 힘쓴 노인을 공경하는 날이다.
일본의 지자체들은 7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2~3만 엔(약 20~30만 원) 정도의 경로 축하금을 지급하는데,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올해부터 후기고령자(75세 이상)로 편입되고 있어 지급해야 할 액수가 늘고 있다. 75세 이상부터 축하금을 지급하는 사이타마시의 경우 축하금 지출 총액이 2억 엔에서 3억 엔으로 증가했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사가미하라, 고베, 후쿠오카시는 축하금 제도를 폐지했다. 지바, 시즈오카, 하마마쓰, 나고야, 기타큐슈시는 축하금 액수를 줄이고 지급 대상을 축소했다.
예를 들어 기타큐슈시는 77세, 88세, 99세, 100세에게 지급하던 축하금을 88세와 100세에게만 지급하기로 하고 액수도 줄였다. 또한 100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난 지자체는 100세 미만의 고령자에게는 축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절감한 예산으로 치매 예방 대책을 세우거나 노인 복지 및 서비스 정책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일하는 5060(50~69세) 세대가 매년 2.9%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은퇴 후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하향 지원해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신중년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필요한 지점이다.
지난달 발간된 한국고용정보원의 ‘신중년 노동시장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2017년~2021년 동안 신중년 경제활동인구는 연평균 2.9%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경제활동인구 증가율(0.6%)보다 빠른 속도다. 그러나 신중년은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고, 타 연령 대비 근로 환경과 고용 안정성이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2017년에 ‘신중년’이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신중년이란 5060세대(50~69세)를 의미하며, 기존의 64세까지를 생산가능인구로 한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고용 정책의 대상을 넓히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기준 신중년이 전체 인구에서 28.4%(1467만 명)를 차지하고 있고, 2030년에는 32.1%로 정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하는 신중년이 증가한 만큼 일을 찾고 있는 신중년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고용 사정이 악화하면서 대부분 연령대에서 취업자가 감소했지만, 신중년 취업자는 증가했다. 신중년 취업자는 2017년 932만 2000명에서 2021년 1035만 9000명으로 동기간 동안 연평균 2.7%씩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신중년 실업자 또한 지난 5년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신중년 실업자는 2017년 23만 3000명에서 34만 7000명으로 연평균 10.5%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5~69세 노동자 693만 6000명 가운데 354만 7000명은 기존 일자리에서 다른 일자리로 이직했는데, 이 가운데 51.8%가 소득이 낮은 산업군에서 일했다. 43.5%는 소득 중위 산업에서 종사했고 4.7%만 소득이 높은 산업군에 속했다.
신중년의 단순노무직 비중은 27.1%로 드러났다. 20대 이하 11.7%, 30대 8.0%, 40대 10.1%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또한 신중년은 사무직 종사자가 10.7%로 가장 적었는데 다른 연령에 비해서도 가장 낮았다. 타 연령대 대비 종사자 규모(30인 이하)가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중(75.8%) 또한 높게 나타났다.
종사자 지위 중 ‘임시+일용근로자’의 비중은 20대 32.5%, 30대 13.2%, 40대 14.3%, 신중년 23.6%로 나타났다. 특히 일용근로자 비중은 신중년이 7.3%로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나 신중년 고용의 불안성이 타 연령대에 비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신중년 주된 일자리 유지자(10년 이상 상용직으로 일한 일자리 혹은 생애 근속 기간이 가장 긴 일자리)와 이직자를 비교해 본 결과, 신중년 이직자는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축적된 경력을 유지 못 한 채 하향 취업하고, 일하는 환경은 더 열악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지자에서 전문관리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13.9%, 이직자는 9.1%였다. 반면 유지자에서 단순노무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24.0%, 이직자는 38.1%로 나타났다. 이는 신중년이 주된 일자리 퇴직 후 단순노무직으로 하향 취업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2021년 동안 고용보험을 취득한 신중년을 대상으로 산업 분포를 살펴본 결과,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20.4%), 제조업(13.5%), 사업시설 관리, 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13.45) 순으로 고용보험을 취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를 계속 희망하는가?’ 질문에 유지자의 91.2%, 이직자는 94.6%가 일을 계속하기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신중년 이직자들은 급여를 낮추어서라도 더 오래 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결과 고연령, 저학력 신중년을 중심으로 저숙련(단순직)으로 일자리가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4차산업으로 인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기술 등의 등장으로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저숙련 일자리는 앞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향후 신중년의 일자리 자체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한국고용정보원은 신중년의 주된 일자리 경력을 유지하며 재취업을 유도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신중년 대상 고용 정책은 신중년의 경력을 유지하면서 일자리의 질을 향상하는 정책보다는 일자리 창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고용정보원은 “신중년 고용 정책 대상을 구체화해 고용지원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신중년의 고용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신중년의 지속적인 사회 참여와 안정된 노후생활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생각을 전했다.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은 639조 원 규모다. 이 가운데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의 내년 예산은 총 34조 9923억 원으로 올해보다 1조 5797억 원 줄어든다. 고용부는 특히 고령자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공공일자리를 축소하고 민간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고령화사회의 대안으로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의 사업이다. 노인 일자리 유형에는 공공형, 사회 서비스형, 민간형 사업이 있다. 이 가운데 공공형 노인 일자리가 대폭 축소된다.
노인 일자리의 대부분은 사실상 공공형 일자리다. 올해 노인 일자리 84만 5000개 가운데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60만 8000개였다. 내년에는 54만 7000개로 줄이기로 했다. 약 6만 개 정도의 일자리를 줄이는 셈이다.
공공형 일자리는 환경정비, 교통안전 보조, 금연구역 지킴이 등 공익활동을 주로 한다. 평균적으로 월 30시간 일하고 임금 27만 원을 받는다. 생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저임금의 단순 노무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대신 정부는 생산성이 높은 민간·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를 3만 8000개 늘리기로 했다. 민간형 일자리에는 시장형 사업단, 취업 알선형, 시니어 인턴십, 고령화 친화 기업이 속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해 노인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노인 일자리의 절대적인 규모는 크게 변화가 없다”며 “다만, 직접적인 단순 노무형 일자리는 소폭 줄이고, 민간형 일자리는 조금 더 늘어나는 흐름으로 가져가기 위해 일부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 일자리 확충에도 불구하고 전체 노인 일자리는 결국 2만 3천 개 감소한다. 노인 일자리는 경제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 목적도 있지만 고령화사회에 노인들을 사회에 참여시키려는 복지 성격도 강하다. 때문에 노인 일자리 축소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대안은 기업에 대한 고용 지원 확대다. 고용부는 고령자 신규채용과 정년 이후 계속 고용 기업에 대해 고용장려금을 늘린다. 내년 고령자고용지원금 예산안은 558억 원(5만 3000명)으로 올해 54억 원(6000명)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고령자계속고용장려금도 올해 108억 원(3000명)에서 내년 268억 원(8만 2000명)으로 160억 원 증가했다.
더불어 고용부는 첨단산업 분야에 예산 4163억 원을 편성, 약 3만 6000만 명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폴리텍 등 특성화 대학을 활용해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 관련 학과를 25개 신설(350억 원)하고, 일학습병행센터를 10곳 신규 구축(112억 원)했다.
또한 빠르게 변하는 산업구조에 대응해 중소기업을 위한 직업훈련카드를 1억 5000만 개 신설(357억 원)하고, 능력개발주치의가 상주하는 15개 센터도 71억 원을 들여 신규 설치할 계획이다.
불교에서 회향(廻向)이란 자신이 닦은 공덕을 타인에게 돌려 함께 성불(成佛)하길 바라는 행위다. 비단 불자만 이러한 양식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타심으로 말미암아 행하는 모든 일에 이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희유(希有) 스님은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사회복지사의 삶 또한 수행자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게 승려복을 입은 서울노인복지센터장이 되어 회향을 실천한 지도 어언 10년에 다다랐다.
한때 탑골공원은 그야말로 노인들의 핫플레이스였다. 지금도 그 명맥이 남아 있지만 과거에 비할 순 없다. 당시 노인들이 이곳에 몰려든 가장 큰 이유는 무료 급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서울시는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탑골공원 성역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수많은 노인이 제 집처럼 드나들던 사랑방을 잃고 말았다. 그 해결책으로 서울시는 인근에 옛 통계청 건물을 개조해 2001년 지금의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설립했다. 도심 한복판에 군집해 있던 노인들이 탑골공원을 떠나 그 안에서 여가를 즐기길 바랐던 것이다. 그렇게 서울노인복지센터가 노인들의 성지 역할을 해온 지도 20년이 넘었다. 그리고 역사의 절반가량은 희유 스님도 함께했다. 사실상 인연은 그전부터였지만 말이다.
“2013년부터 서울노인복지센터장을 맡았어요. ‘아니, 스님이 왜?’라며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참 묘한 인연으로 시작됐죠. 과거 수행자로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사회복지학 공부를 하며 그것을 채워보고자 했어요. 당시 학교에서 연우회라는 봉사단체 모임에 들었는데, 그 활동의 일환으로 방문한 곳이 바로 서울노인복지센터였습니다. 무료 급식소인 만발공양간에서 자원봉사를 했거든요. 어르신들이 정말 많이 오시더라고요.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일했는데도 너무나 보람찼던 기억이 나요. 우리 센터는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하는데, 그 후로도 이런저런 인연이 쌓이며 지금 자리에 오게 됐습니다.”
코로나19, 전화위복의 디딤돌로
그동안 센터를 운영해오며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심각했다. 특히 감염병 취약 계층인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관이다 보니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또 어르신 수준과 편의에 맞춘 대면 서비스가 많았던 터라 거의 모든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했다. 이는 기관 차원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센터를 찾던 어르신 개개인에 대한 염려도 놓을 수 없었던 희유 스님이다.
“지난 2~3년이 센터 어르신들에겐 아주 긴 시간이었을 거예요. 이곳에서 일과를 보내거나 일상의 활력을 채우곤 하셨는데, 하루아침에 발이 묶여버렸으니까요. 특히 연세가 많은 분들은 이곳에 다녀가시는 것만으로도 건강관리가 되거든요. 어떻게 해야 어르신들이 집에서도 센터와의 연을 이어가고 우울하지 않게 보내실까 고민했죠. 결국 그동안 마련해오던 스마트 시스템 구축을 확 앞당기기로 했습니다.”
그 출발은 ‘탑골 TV’(유튜브 채널)의 부활이었다. 이전부터 간간이 콘텐츠를 올렸지만 반응은 심심했다. 먼저 해당 채널을 매개로 사회복지사들이 직접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낸 각종 복지 정보나 교육 프로그램 영상물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어르신들은 변화된 시스템에 잘 따라와 주었고, 채널도 점차 활기를 띠었다. 물론 온라인 플랫폼의 제약은 있었다. 자료 공유가 어렵다거나, 구성원 간 상호작용이나 소속감이 떨어지는 문제 등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러닝 시스템 ‘도시락’도 고안했다. ‘도전하는 시니어의 즐거운 배움의 맛’이라는 뜻을 담았다. 아울러 융합형 콘텐츠 제작을 위한 비콘 스페이스(Be@con Space)를 마련해 질 좋은 온라인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그렇게 한동안 온라인 플랫폼과 메타버스 등을 활용해 소통을 이어가는 사이, 코로나 빗장도 서서히 풀려갔다. 그간 센터도 더욱 스마트한 모습으로 어르신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 대표적인 시스템이 바로 ‘복지i’와 ‘나.비’다.
“기존의 실물 회원카드를 통한 관리 체계는 효율성도 떨어졌고, 어르신들의 복합적인 욕구를 반영하기에 제한적이었어요. 깜빡하고 카드를 두고 오시는 일도 왕왕 있었죠. 그런데 보니까 어르신의 70%가량이 스마트폰을 쓰시더라고요. 아, 그러면 모바일에 회원증을 심어드리면 되겠다 싶은 거예요. 그렇게 디지털화된 회원관리 시스템 ‘복지i’가 탄생했습니다. 또 센터 어르신들을 위한 전용 마이페이지 ‘나.비’(나로부터의 비상)도 구축했어요.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공지사항을 알리거나, 개인별 프로그램 및 건강관리도 가능해졌죠. 아울러 센터에서는 건강, 문화, 스마트 등 각 영역에서의 활동 정도를 ‘나비지수’라 하고, 그것을 ‘봉봉’이라는 단위로 시각화해 다양한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하게 찾는 보람형 일자리
아직 서울노인복지센터를 가본 적 없는 이라면, 꼭 한 번쯤 들러보길 권한다. 입구에 있는 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센서부터, 실내 스마트 텃밭, LED 공기살균기, 카페 키오스크 등 발이 닿는 곳곳에 스마트한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아울러 교육장을 비롯해 TOP 독립영화관, 물리치료실, 탑골미술관, 요리연구소, 커피전문랩실 등 다양한 시설들로 즐길거리도 풍부하다. 또 본관, 별관, 분관 등 규모도 작지 않은데, 이곳에는 희유 스님이 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이하 취업지원센터)와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도 있다. 두 곳 역시 코로나19의 여파가 컸지만, 스마트한 대응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며 전화위복을 맞았다. 특히 취업지원센터의 경우 과거 취업훈련센터부터 거듭 변모하며 중장년 일자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취업훈련센터 시절에는 생계형 일자리 위주로 알선했어요. 요즘엔 일상에 의미를 더하는 보람형 일자리를 선호하는 분위기죠. 취업지원센터도 이러한 흐름과 욕구를 반영한 민간 일자리 발굴과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있는 기존 직무 중에서 시니어가 충분히 도전할 만한 일을 발굴해 기업에 제안하고, 교육을 통해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식이죠. 가령 비대면 상황에서는 배달업계가 한창 떴는데, ‘배달의민족’과 협력해 물류센터 파킹·패킹 업무 등의 일자리를 창출했어요. 또 택시기사의 경우도 어르신들이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근무 환경이 빡빡한 게 흠이었거든요. 한 모빌리티 플랫폼에 어르신들의 일상에 무리가 없는 주 4일, 주간 근무 가능 조건을 제안해 채용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어요.”
최근 많은 부분이 엔데믹(대면)으로 전환됐는데, 이미 팬데믹을 겪으며 디지털·스마트 기기 등에 익숙해진 시니어들의 능력치도 한껏 끌어올릴 계획이다. 오히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교육을 더 선호하거나, 디지털 환경을 편리하게 여기는 어르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예전처럼 모두 오프라인으로 전환하기보다는,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고민하는 중이다.
“스마트 교실이라고 해서 일반 오프라인 강의실에서 태블릿 PC 등을 활용해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융합형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강사가 문제를 내면 각자 스마트 기기로 답을 하는 등 취업 교육 현장에서도 디지털 환경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보려 합니다.”
스스로 일궈가는 선배시민의 자긍심
지난해 설립 20주년을 맞아 펴낸 자료집에는 ‘선배시민이 참여하고 배우고 나누는 광장 서울노인복지센터’라는 비전이 담겨 있다. 그동안 센터에서는 권익증진 사업을 통해 사회와 정책 변화 속에서 노인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고 의무를 다하는 선배시민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도왔다. ‘어르신 정책 모니터링단’이나 ‘선배시민 거버넌스’ 등이 그 예다. 희유 스님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노인이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었을 때 후배시민에게 존경받는 선배시민이 될 수 있으리라 조언했다.
“예전에 센터로 향하는 안국역 출구를 공사한 적이 있어요. 당시만 해도 건너편 운현궁 방향엔 횡단보도가 없었는데, 출구가 막히니 어르신들이 무단횡단을 하거나 다른 길로 돌아오시면서 사고가 자주 났어요. 예방 차원에서 안전 교육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죠. 결국 어르신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시라 제안했습니다. 몇몇 분들이 직접 경찰서도 찾아가고 의회에서 모니터링도 하면서 일종의 캠페인도 진행했죠. 덕분에 운현궁 쪽으로도 횡단보도가 놓이게 됐습니다. 그 성과를 다들 뿌듯해하시고 자랑스러워하셨어요. 그렇게 스스로 권리와 의무를 알아가고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주변을 돌아보고 공동체의 권익에 대해서도 생각이 확장돼요. 이로써 자신의 경륜을 후배시민에게 베푸는 선배시민으로 발돋움하는 거죠.”
희유 스님은 자신 또한 선배시민으로서 성숙한 삶을 살아낼 수 있길 희망하고 있었다. 기관장 은퇴는 만 65세인데, 올해 환갑을 맞아 이제 센터를 떠날 날도 5년 남짓 남았다. 물론 수행자로서의 삶은 은퇴가 없으니, 승려 신분으로 더욱 회향에 정진하리라는 계획은 분명할 테다. 센터에서 남은 5년을 희유 스님은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올해로 기관장 10년 차인데, 과연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을까 반성을 많이 하죠. 그런 부족함을 채워가면서, 은퇴할 때 ‘그래, 이만하면 잘했지!’ 싶으면 성공일 것 같아요.(웃음) 센터를 책임지는 동안은 부처님의 가르침 중 ‘사섭법’(四攝法)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베풀고(보시섭), 따뜻한 얼굴과 말로 살피며(애어섭), 선행으로 이롭게 하여(이행섭), 센터를 찾는 어르신 한분 한분의 희로애락과 함께하려 해요(동사섭).”
회향도, 사섭법도 모두 실천하려면 타인이라는 마중물이 필요할 테다. 홀로 애쓴다고 이뤄지는 마음가짐이 아니기에 그러하다. 이에 희유 스님은 더 많은 어르신이 센터를 찾고, 주변에 있는 복지관을 애용하길 강력히 권했다.
“저는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전 세계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해요. 실제로 해외에서 우리 센터에 견학도 많이 오는데, 일본에서도 감탄하고 가더라고요. 일본을 포함한 다른 나라 노인 시설을 보면 대개 케어와 돌봄 위주인 경우가 많거든요. 우리나라 복지관들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문화·여가 생활을 장려하는 곳이 드뭅니다. 그러니 ‘역세권’, ‘숲세권’ 이런 것만 따질 게 아니라, 유익한 노후를 위해 이제는 ‘복세권’이 더 중요합니다. 나이 들수록 복지관을 곁에 두고 사세요. 한국 노인복지관, 그야말로 ‘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