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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족 지켜주는 '안전장치'
- 은퇴 후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데 건강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혹시라도 치료비나 간병비로 가족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고민을 완전히 털어내진 못하더라도 줄일 순 있다. 그 방법은 바로 ‘보험’이다. 기대수명은 길어졌지만, 건강수명은 짧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12년 80.9세에서 2017년 82.7세로 늘었다. 반면 건강수명은 65.7세에서 64.9세로 줄었다. 만 60세에 정년퇴직을 하고 5년가량 지난 후부터 약 17년 7개월 동안 건강하지 못한 노후를 보내야 한다는 얘기다. 활동이 조금 불편한 수준이라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중대질병을 앓게 된다면? ◇발병률 높아진 ‘3대 질병’ 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3대 질병이다. 이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만큼 중대질병으로 분류된다.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암 발생률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이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1회 이상 암 진단을 받게 될 확률이 최고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5명 중 2명이 암에 걸린다는 뜻이다. 2018년 통계청이 조사한 ‘주요 사망 원인별 사망률 추이’에 따르면, 2017년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154.3명이었다. 이어 심혈관질환은 62.4명, 뇌혈관질환은 44.7명 순으로 조사됐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망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 암의 경우 2008년 10만 명당 139.5명에서 2016년 153.9명으로 14.4명(10.32%)이 늘었고, 2017년에는 0.4명(0.26%)이 많아졌다. 이 같은 흐름은 암뿐만 아니라 뇌혈관질환과 심혈관질환에서도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들 질환 관련 사망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과거에 비해 의료기술이 발달했고, 더 나은 치료법도 꾸준히 연구 중이라 3대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매년 받는 건강검진으로 대부분의 질병이 초기에 발견되고 있어 완치율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큰 고통은 ‘치료비 부담’ 은퇴한 시니어들은 그동안 여유가 없어서 하지 못했던 즐거운 일들을 계획하며 행복한 100세 시대를 꿈꾼다. 하지만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이러한 꿈들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 육체적인 고통에 경제적·정신적인 문제가 더해지고, 가족까지 부담을 짊어지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결국 꿈을 이루고 살려면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이 ‘암 환자들이 겪는 고통 요인’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암 환자들은 대부분 경제적(37.3%), 정신적(31.9%), 육체적(27.6%) 고통을 겪는데 이 중 ‘경제적 요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간암 1인당 치료비는 6622만 원, 폐암은 4657만 원, 위암은 2685만 원으로 조사됐다. 또한 심혈관질환은 4484만 원, 뇌혈관질환은 3062만 원의 1인당 치료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 사이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늘어난 것 역시 치료비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완치는 정상적인 치료가 이뤄진 경우에 가능하고, 새로운 의료기술을 적용받으려면 고액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암보험을 준비하면 보장을 통해 치료비 걱정을 줄일 수 있다. 보험은 위급 상황에 생활비와 치료비로 융통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활용한다. 따라서 암뿐만 아니라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 등과 관련한 보험상품 가입 시 진단금, 수술비, 보험료 등 3가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게 좋다. ◇치료비보다 무서운 ‘간병비’ 3대 질병에 포함되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치매’ 역시 보험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노령층 건강정보이용 현황 조사연구’에 따르면, 노후에 가장 걱정되는 질병은 치매(44.3%)다. 심혈관질환(30.5%)이나 암(24.0%)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층의 치매 발병률은 2018년 10.2%에서 2020년 10.3%, 2030년 10.6%, 2040년 12.7%, 2050년 16.1%로 증가할 것이라는 중앙치매센터의 조사결과도 있다. 치매는 특별한 치료약이 없어 완치를 기대하기 힘들고, 오랜 기간 간병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정파괴질환’으로 불린다. 치료비보다 간병비가 더 무섭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간병비 상승률은 2014년 2.5%, 2015년 1.5%, 2016년 1.6%, 2017년 3.5%, 2018년 6.9%로 계속 상승 중이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의 통계 발표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증상이 처음 나타난 때로부터 평균 12년 6개월,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이후부터는 9년 3개월 동안 투병생활을 한다. 이때 관련 보험이 없다면 가족들은 상당한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된다. 따라서 치매보험이나 간병보험 등으로 이러한 상황을 미리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간병이 필요한 환자들은 자신을 간호해주는 사람이 마냥 고맙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더 들 수 있다. 특히 부모 입장에서 간병을 받게 되면 자녀에게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담도 안겨주는 것 아닌가 하고 복잡한 마음이 될 수밖에 없다. 또 개인적 사정 때문에 부모 간병을 하지 못하는 자녀는 불효를 하는 것 같아 괴로울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3대 질병뿐만 아니라 치매도 본인과 가족을 매우 고통스럽게 하는 질환”이라며 “중대질병으로 인한 치료비와 간병비 등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험을 꼼꼼하게 준비해 고통을 덜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2020-04-1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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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의 삶 위협하는 ‘파킨슨병’
-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주로 신경과에서 다루는 이상운동 질환으로 신경퇴행성 장애 중 두 번째로 흔한 병이다. 편히 누워 있거나 팔을 내려놓고 쉴 때도 손발이 떨리고(진전), 몸이 굳고(경직), 행동이 느리고(서동), 얼굴 표정이 없고, 걸음걸이가 나빠지는(보행장애) 증상을 보인다. 어깨나 등이 짓눌리듯 아프고, 온몸이 굳어 불쾌감과 함께 통증이 잦다.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자꾸 넘어져 다치기도 한다. 대부분 60세 이상에서 발생하지만 간혹 젊은 나이에도 발병한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특정 신경세포들이 죽어가면서 도파민이 부족해져 생기는 질환이다. 이 병의 특징은 세포가 죽어가는 속도가 정상적인 노화 속도에 비해 아주 빠르고, 뇌의 특정 부위가 주로 손상된다는 점이다.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체내 부족한 도파민을 공급해줌으로써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즉 도파민 효능제, 마오-B 효소 억제제, COMT 효소 억제제, 레보도파(levodopa or L-dopa) 등을 사용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줄기세포 치료, 비침습성 뇌자극술 등이 파킨슨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으나 일반적으로 사용하려면 더 많은 연구를 통한 추가적 근거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파킨슨병 확진과 치료 포인트 파킨슨병 진단은 병력과 신경학적 검사를 통한 임상적 추정 진단이 원칙이다. 최근에는 검사 기술 발달과 많은 연구 등이 임상적 진단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도파민 전달체를 볼 수 있는 특수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은 파킨슨병 진단의 정확도를 높여주는 대표적인 검사다. 자기공명영상 및 MIBG 심장영상, 자율신경계 검사, 혈액 검사 등은 다른 질환을 구분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들 검사로도 파킨슨병은 확진할 수 없다. 사후에 뇌조직 검사를 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임상적 증상의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례로 심한 요통을 동반한 환자가 걸음이 불편해 척추(허리) 전문병원에서 수술까지 받았지만 낫지 않았는데, 이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파킨슨병이 신체적 운동기능 저하만 가져오는 건 아니다. 인지 저하를 포함한 치매, 충동조절장애, 수면장애, 생생한 꿈, 변비, 불안감, 무관심, 우울증 같은 증상도 겪는다. 특히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정상인보다 최고 6배 정도 높고 사망률도 3배 가까이 된다. 지금까지 연구 개발된 대표적 치료법은 약물치료, 물리치료, 수술치료 등 3가지이며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파킨슨병 치료의 1차 목표는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하는 데 있으며, 최소 용량의 약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게 원칙이다. 증상을 빨리 없애려 초기에 고용량의 약물을 사용하면 나중에는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진행하는 질환이라서 진단 시 적합한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물리치료도 도움이 된다. 근육통과 허리 통증은 물론 관절 수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자세교정, 보행훈련, 호흡훈련 등이 필요하다. 추천 운동 요법으로는 수영, 걷기운동, 맨손체조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운동이다. 초기 증상엔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치료 시작 후 5년 정도가 지나면 많은 환자에게서 ‘약효 소진 증상’, ‘레보도파 유발 이상운동증’, ‘근육긴장이상증’, ‘운동동요증상’과 같은 후기 운동 부작용이 발생한다. 약물치료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것이다. 약을 한 번 복용했을 때 5~6시간 지속되던 약효가 조금씩 줄어들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증상이 발생한다. 일례로 저녁에 약을 먹고 잤는데 다음 날 아침 몸을 거의 움직일 수 없어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또 약물 효과가 나타날 시간에 불규칙적이고 경련하는 듯한 불수의적 운동(의도하지 않았는데 신체가 움직이는 것)으로 인해 고충을 겪기도 한다. 이런 경우 약물 복용 횟수를 늘리거나 약제를 복합적으로 사용해 부작용을 억제한다. 오랜 약물 복용으로 치료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때는 수술 요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수술은 뇌조직을 부분적으로 파괴하는 신경파괴술과 과민해져 있는 뇌 부위를 전기로 자극해 신경전달을 차단하는 뇌심부 자극술이다. 최근에는 뇌 조직을 파괴하지 않는 뇌심부 자극술을 시행하고 있다. 수술 선택은 환자의 연령, 증세의 정도, 동반 증상 및 이전 수술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 2020-04-0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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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졸중 전조증상 ‘갑작스럽게, 한쪽으로만’
- 세계보건기구(WHO,World Health Organization)에 따르면, 뇌졸중은 전 세계 두 번째로 중요한 사망 원인이자 단일 질환으로는 사망 원인 1위다.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나뉘는 뇌졸중은 예전에는 중풍(中風)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려왔다. 뇌출혈은 혈압이 높거나 동맥류(동맥벽이 손상되거나 이상을 일으켜 동맥 내부 공간의 일부분이 늘어나 혹처럼 불룩해지는 병)가 있는 경우 혈관의 약한 부분이 파열돼 출혈을 일으키면서 발생한다. 해당 부위의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 뇌신경이 손상될 뿐 아니라 새어 나온 혈액이 뇌실질 내에 혈종을 이뤄 주변의 뇌 조직을 손상시키면서 증상을 유발한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혈전 등으로 막혀 혈관에서 먼 뇌 조직에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조직이 괴사하는 증상으로 ‘허혈성 뇌졸중’이라고도 한다. 허혈성 뇌졸중은 출혈성 뇌졸중에 비해 8대 2 정도 더 많이 발생한다. 뇌졸중은 사망률이 높을 뿐 아니라 생존한다 해도 신체마비, 언어장애 등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반드시 알아둬야 할 뇌졸중 초기 증상 뇌졸중 치료의 골든타임은 3~6시간이다. 보통은 3시간을 이야기한다. 이 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다시 열어주면 비가역적 뇌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골든타임이 지나면 막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전조증상을 빨리 알아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졸중 초기 증상은 편측장애, 언어장애, 시각장애, 어지럼증 등 다양하다. 한마디로 ‘갑작스러운 국소 신경학적 증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갑작스러운’의 의미는, 어제 잠들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오늘 아침 깨어나니 갑자기 발음이 어눌해졌다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 준비할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할 때 갑자기 오른손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든지 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렇듯 뇌졸중은 증상 발생 시점을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는데 이는 혈관이 막히는 그 순간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 달 전부터 서서히 걸음걸이가 불편해졌다든지, 수년 전부터 손이 떨렸다든지 하는 증상은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국소적’이라는 용어도 마비가 올 때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게 아니라 오른팔, 오른다리 혹은 왼팔, 왼다리 등 한쪽으로만 국한돼 나타나는 상황을 의미한다. 치과에서 마취를 했을 때처럼 둔하고 먹먹하면서 저린 증상으로 나타난다. 시야 장애도 눈이 전체적으로 침침하면서 안 보이는 상황보다는 한쪽만 마치 가린 듯이 안 보이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를 동측반맹(同側半盲)이라 부르는데, 뇌의 왼쪽이 손상을 입었을 때 오른쪽 반이 보이지 않고, 반대로 뇌의 오른쪽이 손상을 입으면 왼쪽 반이 보이지 않는다. 언어장애도 의식은 맑고 눈치로는 알아차리는데 이상하게 말만 못 알아듣거나 반대로 알아듣는 것은 문제없는데 말문이 막혀 표현만 하지 못하는 등 의식장애나 인지저하와 상관없이 국소적인 증상으로 발현된다. 구분해야 할 치매는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제까지 괜찮다가 오늘 갑자기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는 드물다. 뇌졸중은 이렇듯 구체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혈관이 아무리 좁아져도 막히기 전까지는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흡연, 비만이 뇌혈관 질환의 가장 치명적인 위험인자로 알려진 만큼 2년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 등을 통해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짜거나 달거나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건강식으로 식사를 하는 게 좋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들기름과 견과류와 생선, 가공한 국수나 빵이 아닌 통곡류, 섬유소가 풍부한 나물·채소·과일이 좋다. 기능성 식이섬유소와 미네랄이 많은 양파, 마늘, 아스파라거스, 시금치, 토마토, 치커리 등도 추천한다. 비만, 특히 복부비만 관리도 중요한데 과체중인 사람은 체중 감량만 해도 혈압·콜레스테롤·당 지수를 모두 개선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도 해야 한다. 근력 및 유산소운동을 병행하되 운동시간은 일주일에 3~5회,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강도는 약간 힘든, 즉 숨이 찰 정도로만 하면 된다.
- 2020-02-0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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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복지혜택 최고 수혜자는 ‘노인세대’
- 내년 보건복지부 예산 중 노인부문 예산이 가장 많이 늘었다.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2020년도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 예산안은 올해(72조5148억원)보다 14.2% 증가한 82조8203억원이다. 이 중에서 노인 관련 예산은 2019년 대비 18.7% 증가한 16조5887억원으로 사회복지 예산 중 가장 많이 배정됐다. 보건복지부 노인 관련 예산 중에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통합 운영, 기초연금 대상자 확대, 노인 일자리 지원 확충 등이 눈길을 끈다. 내년 노인복지 예산집행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인맞춤돌봄서비스 확대로 올해(2458억) 대비 약 52%가 증가한 3728억이 편성되었다. 그동안 가족들이 도맡아 하던 노인돌봄을 정부와 사회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현행 노인돌봄서비스는 △노인돌봄기본서비스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단기가사서비스 △독거노인 사회관계활성화 △초기 독거노인 자립지원 6가지로 각각 개별적으로 진행해 중복해 받을 수 없었으나 내년부터는 하나로 통합해 개인맞춤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자신이 사는 곳에서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선도사업’ 예산이 올해 대비 128% 확대한 178억이 편성되었다. 이에 따라 현재 8개 시군구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사업은 내년에 전국 16개 시군구로 확대된다. 내년도 노인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11조4952억원) 대비 14.6% 늘린 13조1765억원을 편성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기초연금 수급대상을 소득 하위 40%로 확대하고, 현행 25만원대인 연금액을 내년 1월부터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연내에 국회에서 기초연금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노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예산도 올해(9227억)대비 29.9%를 확대한 1조199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에는 공익활동 7만3000개, 사회서비스형 1만7000개 등 노인일자리 약 13만개를 추가로 만들어 올해 61만명보다 약 13만명이 더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이외에도 노년의 치매 관리를 위한 치매관리체계 구축 예산(2114억)도 잡혀있어 집 근처 치매안심센터 접근이 쉬워지며 치매전문병동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2019-11-1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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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로 골머리 썩는 미국 사회
- 치매로 인한 사회 문제는 고령화 현상이 드리우는 어두운 그림자 중 하나. 뚜렷한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치매 예방이나 치매 환자 관리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 미국 사회 곳곳에선 치매로 인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 중이다. 그중 눈길을 끄는 몇몇 소식을 간추려봤다. 치매 환자 총기 제한 요구 총기의 나라 미국에선 지난해 적기법(Red Flag Law)이 화두가 됐다. 적기법은 총기 소유주 중 위험하다고 간주하는 인물에 대해 임시 총기 소지 금지령을 내릴 수 있다는 법안이다. ‘위험인물’로 규정되면 갖고 있는 총기도 일시적으로 몰수당할 뿐만 아니라 금지령 해제까지 새 총기를 구매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 법을 시행 중인 주는 2018년 이전까지는 5개 주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월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14개 주로 확대됐다. 최근 미국 의료계에서는 이 법안이 치매 환자에게도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고가 걱정되는 고령 운전자에 대해선 의료기관이 지방정부에 경고할 수 있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고령자 총기 소유주에 대해서는 그런 절차가 없어 우려된다는 것. 실제로 미국노인병학회(AG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미국인 중 27%가 하나 이상의 총기를 갖고 있고, 37%는 총기가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 또한 치매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중 18%가 총기가 있는 집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망상이나 환각을 겪기 쉬워 우발적인 총격 사건이나 자살 위험이 높다고 연구결과는 경고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노인의학과 캐서린 갈루치 교수는 “노인에게서 차나 총기를 뺏는 것은 정신질환 악화를 막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하고, “환자의 인지기능 장애가 악화되기 전에 가족이 본인과 상의해 위임장 확보 등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치매 간병 인력 확보 위해 VR 도입 최근 미국에선 치매 환자의 증가로 인한 간호 인력 부족도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간병인을 효과적으로 교육하는 방법으로 VR(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어 관심을 모은다. 24시간 재택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캐어인디드(Care Indeed) 사는 지난달 우리나라의 경우로 보면 요양보호사인, 간병인을 위한 VR 교육 시스템을 도입 중이라고 밝혔다. VR 시스템은 단계별 교육을 진행한다. 가벼운 인지능력 장애를 겪는 초기 치매 환자에 대한 응대법에서부터 좌절감과 분노, 편집증, 우울증을 보이는 중증 치매 환자 대처법을 가르친다. 이 과정에서 간병인이 현실 속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가상현실을 통해 체험하도록 하는 교육법이다. 회사 측은 “VR 기술을 활용하면 물리적인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어, 동영상이나 문서를 기반으로 한 기존 교육법에 비해 몰입도가 높다”고 설명하면서 “다양한 시각적 학습 정보 제공과 함께 원격 교육 등을 통해 더 많은 간병인 지원자를 교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땅콩과 땅콩버터가 치매 예방 미국의 비영리기관인 땅콩연구소(The Peanut Institute)는 지난달 치매 예방에 효과적인 마인드 식이요법에 도전한다면 땅콩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마인드(Mind) 식이요법이란 고혈압 환자를 위해 개발된 대시(Dash) 식사법과 지중해식 다이어트를 결합해 만든 방법으로, 녹색채소와 견과류, 콩류, 장과(漿果, 열매)류, 곡물, 생선, 닭고기, 올리브오일, 약간의 포도주를 주로 섭취하는 식사법이다. 이 식이요법을 잘 따르기만 하면 알츠하이머성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고령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에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예방과 진행 지연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영양, 건강과 노화(The Journal of Nutrition, Health & Aging)’에 발표됐다. 땅콩연구소의 사마라 스털링 박사는 “마인드 식이요법에서 권하는 견과류 섭취량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은데, 통곡물 빵에 땅콩버터를 발라 먹거나 간식으로 땅콩을 조금 먹는 것만으로도 쉽게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2019-04-0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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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내장 때문에 선글라스 끼고 실수 만발
- 다른 사람들은 멋 내기로 선글라스를 쓰는데, 필자는 건강을 위해서 쓴다. 안력이 약해서 눈이 아파 햇빛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2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안경이 익숙지를 않아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년 전, 눈에 백내장이 와서 안과에 간다는 지인을 따라나섰다가 우연히 눈 검사를 하게 되었다. 백내장인 지인은 수술하려면 아직 멀었으니 그동안 지내던 대로 일상생활을 하면 된단다. 그런데 이게 웬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필자가 '녹내장' 이란다. 체질적으로 눈이 약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녹내장이라니! 그 말을 듣는 순간에는 갑자기 눈앞이 노래지고 무릎에 힘이 풀리면서 정신이 아뜩해졌다. 함께 간 지인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보니 미안해서 정신을 차리려 애쓰던 생각이 지금도 생생하다. 백내장과 녹내장에 대해서 정확하게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백내장은 단백질의 노화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눈 속 수정체가 뿌옇게 변해 눈앞이 흐려지는 병이다.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간혹 선천적으로 오기도 하고, 눈 속에 염증이 있거나, 눈을 다쳤거나 하면 젊은 사람에게도 찾아온다. 또, 당뇨병이 있거나 흡연, 음주를 하는 생활습관에서도 올 수 있고, 햇빛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외에 안질환의 합병증으로도 올 수 있다. 이런 원인으로 백내장이 오면 시력이 떨어지고 사물이 둘로 겹쳐 보이거나 눈이 부시고 빛이 번져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밝은 곳에서 오히려 더 안 보이는 현상이 생긴다. 백내장은 수술하면 말끔히 낫는 병이다. 수정체가 완전히 하얗게 덮이면 비로소 수술할 수 있다. 수술은 입원할 필요도 없고 간단하다. 그러므로 통원수술을 하면 된다. 이때 병원을 잘 선택해야 한다. 수술을 하고 나면,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수술 후에 오히려 더 잘 보인다는 사람들도 있다. 큰 문제가 없고 깔끔하다. 그러나 녹내장은 문제가 좀 다르다. 녹내장은 안압이 높아질 때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안압이 높아지면서 진행되는, 시신경 손상으로 인해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병이다. 약물로 진행하다가 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레이저로, 그것도 듣지 않으면 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녹내장으로 인해 이미 손상된 시각은 약물이나 수술로도 회복할 수가 없다. 시신경이 이미 죽어 버렸기 때문이다. 급성 녹내장은 시야가 좁아지는 걸 느낄 수 있지만, 만성 녹내장은 증상이 거의 없어서 대부분 말기가 되어서나 알 수 있다. 시야가 손상될 때는 주변 시야의 손상이 먼저 오고, 중심 시력은 실명 상태에 이르기까지 보존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초기에는 거의 자각 증상이 없다가 말기에 가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정기적으로 안과 검사를 해야 한다. 필자도 지인을 따라가 검사를 해보지 않았다면 녹내장이 온 지도 몰랐을 것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자! 눈은 원래 촉촉하고 부드러워야 정상이다. 그런데 녹내장이 오면, 눈이 건조해져서 뻑뻑하고 눈알이 빠질 듯한 통증을 느낄 때도 있다. 눈앞이 뿌옇게 보이고 눈이 침침하다. 가끔 어지럽고 메스껍고 두통도 온다. 그러다 보면 피로를 쉽게 느낀다. 녹내장이 아니더라도 눈이 건조해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생기고, 비만, 당뇨 환자에게도 생긴다. 또, 스마트 폰을 오랜 시간 사용하거나, TV를 긴 시간 시청하면 눈이 건조해진다. 눈의 건조를 막으려면 인공눈물을 사용해보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때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진료는 의사에게. 먼저 의사에게 물어보고 인공눈물을 사용해야 한다. 시신경이 손상되는 진행을 늦추려면 안압을 낮춰야 하는데, 그러려면 카페인, 알코올, 담배 등을 삼가야 한다. 음주와 흡연은 안압을 높이는 주범이다. 그 외에도 맵고 짠 음식을 먹는 것은 혈압, 안압이 높아지는 원인이 된다. 이때 균형 잡힌 식단으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음식 간을 싱겁게 먹으면 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운동도 가벼운 산책 정도는 눈의 압력 조절에 효과적이지만, 너무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안압을 높일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 특히 머리로 피가 몰리는 운동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리가 잠을 잘 때도 자는 습관에 따라 안압이 높아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평소 옆으로 누워 자거나 엎드려서 자는 습관이 있다면, 오늘부터 당장 바른 자세로 천장을 향해 똑바로 누워 자는 것이 좋다. 좋지 못한 자세는 눈에 무리가 가서 안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백내장보다 녹내장이 훨씬 무겁고 어려운 병이다. 지인을 따라 안과에 갔다가 이 무겁고도 무서운 녹내장이란 걸 처음 알게 되고, 의사의 권유로 시력은 아직 괜찮은데도 일반 안경과 선글라스를 쓰게 되었다. 눈이 아파서 쓰게 된 것이다. 무려 안경 6개를 장만했다. 집에서 책 볼 때 쓸 돋보기 1개, 밖에서는 렌즈에 색이 들어가 눈을 보호해주고 실내에서는 맑은 렌즈로 공부도 할 수 있게 쓸 수 있는 변색 렌즈 안경 1개, 교육받을 때 사용할 다초점렌즈 안경 1개, TV 볼 때 쓸 다초점렌즈 안경 1개, 그리고 도수용 선글라스 2개 이렇게 모두 6개다. 안경을 쓰면 눈은 편안하지만, 쓴지 벌써 2년이 다 되었는데도 쓰고 있으면 아직도 영 답답하고 거추장스럽다. 겨울이나 이른 봄에는 변색 렌즈 안경만 써도 햇빛차단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점점 햇빛이 강해지는 계절이 되면 변색 렌즈는 강렬한 태양 아래서 힘을 쓰지 못한다. 그때부터는 도수용 선글라스를 쓴다. 그래서 어떤 안경을 쓰고 나가야 할지, 외출하는 날이면 베란다에서 날씨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하루는 외출하려고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니 날씨가 화창하고 참 좋은 날씨다. 그래서 기분 좋게 외출준비를 하고 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밖으로 나왔는데 좀 전에 베란다에서 본 화창한 날씨가 금방 흐려져 잿빛이다. ‘우산도 안 가지고 내려왔는데 어떡하지?’ 은근히 걱정되었다. 그러나 잠시 후 필자는 화들짝 놀랐다. 아 참! 기가 막힌다. 정말 어이가 없다. 선글라스를 써서 날씨가 흐려 보였던 것이다. 이거 혹시 치매 아냐? 그때부터는 또 다른 걱정이 생긴다. 하루는 아들과 함께 이마트에 장을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내가 운전을 하고 무거운 식품들은 아들이 맡아서 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날은 내가 운전을 했다. 차를 몰고 주차장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어두컴컴하다. 이마트가 얼마 전에 주차장을 증축하는 공사를 해서 주차장 구조가 전과는 조금씩 달라졌다.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약간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아니! 전기시설을 어떻게 한 거야? 차들이 접촉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이렇게 시설을 어둡게 해 놓은 거야?” 그런데, 아들이 야릇하게 배시시 웃는다. “왜 웃어?” 엄마가 묻는데도 아들은 계속 웃기만 한다. 잠시 후, 아차! 그때야 생각이 났다. 내가 선글라스를 쓰고 운전을 하고 왔지 않은가! 이제야 겨우 깨달았다. '아! 나 이러다 치매 환자가 되면 어쩌지?'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면서부터는 실수 만발이다. 앞으로 점점 실수가 늘어갈 테지만 그래도 눈을 보호하려면 이런 해프닝쯤은 웃음으로 가볍게 넘기며 살아야겠지. 그래도 오늘, 저 하늘, 찬란한 태양과 아름다운 달과 별, 내가 좋아하는 일출과 석양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아름다운 강산, 예쁜 꽃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지금 나는 행복하다. 나의 사람들, 나의 세상을 볼 수 있을 때 만끽하련다.
- 2018-08-0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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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 직업으로 요양보호사 어떨까?
- OECD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부양률은 100명당 19.6명으로, 생산가능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32위 수준이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2050년엔 100명당 71.5명, 2075년엔 80.1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돈을 버는 사람이면 무조건 어르신 한 명을 봉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사회 변화 속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직업 중 하나는 요양보호사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 직업에 대한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대체 어떤 일을 하길래 그런 것일까. 지난 4월 18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4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통해 4만909명의 요양보호사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전체 4만5510명이 응시해 응시자 중 89.9%가 합격했다. 응시자는 23회 시험에 비해 6891명이 늘어났다. 많은 숫자가 배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2016년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현직 요양보호사는 31만3013명에 그쳤다. 그간 배출인원이 151만 명 이상임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다. 이에 반해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인정받은 대상자는 2012년 34만1788명에서 2016년 51만9850명으로 증가했다.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약 2명의 노인을 돌봐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자격 취득자 많지만 일손은 부족 요양보호사는 노인복지시설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노인 등의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지원 등의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고용해야 하는 인력을 말한다. 요양보호사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을 통해 자격시험이 관리되는 국가자격제도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도입됐다. 초기에는 일정 교육 과정만 이수하면 취득이 가능했지만, 2010년부터는 자격시험제도가 시행됐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은 정해진 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기, 실습 교육을 각 80시간씩 총 240시간을 이수해야 응시할 수 있다. 이후 시험에선 각 60점 이상을 취득해야 합격이 된다.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을 위한 교육기관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인정된 요양보호사교육원은 2017년 기준 전국 1725개소에 달한다. 교육비는 기관마다 제각각이지만 대략 60만 원 전후로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관도 일부 있다. 요양보호사 수급에 비상이 걸린 지자체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경기도 안산시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무료 교육생을 모집했다. 충청북도 음성군도 비슷한 시기에 무료 교육생을 모집했다. 부산시 수영구는 일부 교육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교육 희망자를 접수했다. 가족 돌봄에도 유리해 관심 늘어 요양보호사는 시니어의 관심을 받고 있는 직업 중 하나다. 은퇴 시기가 되면 배우자나 부모가 치매 등 질병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요양보호사 교육 과정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데다, 가족을 돌보는 실질적인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가족요양비의 존재도 가족을 돌봐야 하는 이들에겐 매력적이다. 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가족 등으로부터 방문요양에 상당하는 장기요양급여를 받을 때 등급과 관계없이 월 15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 초 가족요양비와 가족인요양보호사제도도 개선해 가정에서 부모를 돌볼 수 있도록 해 시설 수요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학력 제한이나 자격 획득이 어렵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수요가 많아 눈높이를 낮추면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다. 때문에 조선족이나 고령자의 지원도 적지 않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을 돕는다는 직업적 자긍심이나 보람도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데 힘이 된다. 근로환경 열악, 수입 좇으면 못해 그렇다면 실제 근무 환경은 어떨까. 현장에선 요양보호사가 전문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녹록지 않다고 말한다. 요양보호사의 근무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집으로 찾아가 돌봄서비스를 실시하는 재가요양보호사가 전체의 약 70%에 이른다. 시설요양보호사는 나머지 30%에 해당한다. 상당수의 재가요양보호사는 단시간 비정규직, 시설요양보호사는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일자리의 불안정성이 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근무 방식도 쉽지 않다. 비교적 수입이 좋은 입주요양보호사는 부가적인 요구사항이 많아 힘들다고 한다. 한 요양보호사는 “기본적으로 어르신에 대한 가사 지원이 업무 영역에 포함되지만 실제로는 5~6인 가족 전체 살림을 도맡아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부적절한 성적 요구가 성희롱으로 번지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한다. 수입이 좋은 입주 자리는 많지 않기 때문에 요양보호사 입장에선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근무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매주 토요일에 퇴근했다가 일요일에 출근하는 입주요양보호사는 월 급여를 200만~250만 원 수준으로 받는다. 그러나 주 3회 몇 시간씩 들리는 재가요양보호사의 수입은 몇십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시설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이라고 해서 근무 환경이 속편한 건 아니다. ‘퐁당퐁당’과 ‘주주야야휴휴’가 대표적이다. 퐁당퐁당은 24시간 근무와 휴일이 반복되는 방식이고, 주주야야휴휴는 주간근무 2일, 야간근무 2일, 휴일 2일을 번갈아 반복하는 방식이다. 요양원에서 주간근무만 고집하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실질소득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상당수다. 야간근무 시간 중 4~6시간을 수면을 위한 휴게시간으로 지정해 임금을 줄이는 방식은 요양보호사들이 악습으로 지적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요양보호시설의 한 관계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부터 수가를 지원받기 때문에 설립 요건부터 운영에까지 제약은 많고 수익성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하고 “때문에 일부 시설에서는 인건비나 식비 등 절약이 가능한 부분에서 이윤을 남기려는 경향이 있다. 운영에 가족 참여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열악한 조건을 반영하듯 서울시에서는 어른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이들을 위한 노동상담 등 노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금이나 퇴직금 문제뿐만 아니라 성희롱 등도 주된 상담 분야다. 따라서 요양보호사들은 돈이 목적이 아닌, 사회에 공헌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나쁜 태도로 근무하게 되면 비인간적으로 변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의사표현이 어려운 환자들을 상대하다 보면 종종 그런 일도 생긴다. 병원에 비해 보는 눈이나 관리자도 적은 사각지대에서의 근무가 잦은 만큼 스스로의 자긍심이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 현장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 2018-05-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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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음을 재촉하는 습관 3가지
- 시간을 멈출 순 없지만, 그렇다고 소홀한 자기관리로 더 빨리 늙을 필요도 없다. 나이 들어 한두 군데 아프지 않은 늙음이 어디 있겠냐마는 몸이 옛날만 못하니 자연히 게으름을 피우게 되고 그러다 보니 빨리 늙는 나쁜 습관을 자연스레 몸에 익힌다. 하늘이 부를 시간도 다가오는데 죽어 썩어질 몸, 빨리 늙으려 애쓰기보다 게으르지 말고, 잠자는 시간 엄수하고, 웃고 또 웃도록 노력하자. 낮잠 어디서 이런 것만 찾아 자기합리화를 하는지…. 중국의 작가 임어당이 매일 반드시 낮잠을 잤다는 말에 자기도 맑은 정신으로 작품을 쓴다고 늘어지게 낮잠을 잔다. 잠자는 습관이 같다고 해서 임어당 같은 작가가 되는 건 아니다. 기왕 자려면 엎드려 자지 말라. 나쁜 자세는 또 다른 나쁜 현상을 불러온다.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느냐보다 밤에 잠자는 시간을 일정하게 지켜라. 물론 습관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노력이 필요하다. 약속한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습관부터 들여야 한다. 사소한 습관 일 몰아서 하지 마라.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도 어려운 나이다. 표정 주름도 있다. 찡그린 인상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더구나 늙은이의 주름은 이제까지 살아온 역사다. 하회탈까지는 아니더라도 깊이 있는 주름에 어울리는 잔잔한 미소를 갖추자. 예술 그 자체다. 모든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라. 하늘이 당신에게만 그런 특권을 줄 리가 없다. 사소한 건망증을 치매 초기라며 징징대며 두려워 말고 적당히 비우라는 충고라 생각하라. 게으름 물을 많이 마시지 않아 주름이 팍팍 늘고, 운동도 해야지 하면서 숨쉬기 운동으로 그친다. “심하게 하면 더 나쁘대” 하며 핑계도 댄다. 모든 일은 하기에 따라서 득으로 만들 수도 있다. 노인을 빨리 죽게 하는 선물 두 가지가 안락한 소파와 성능 좋은 TV라지만 사용하기 따라서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도 있다. TV는 오래 보는 것보다 그 시간에 앉아 있는 것이 더 문제다. 그러니 20~30분에 한 번꼴로 서성대거나 벽에 붙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귀찮아도 선크림을 자주 발라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주름을 줄이자.
- 2018-03-0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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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과 치매 걱정에 주목받는 유언대용신탁
- 시니어에게 재산은 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평생 노력해왔음을 증명하는 징표이자 보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재산이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더 나아가 사망한 후에도 제대로 쓰이길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돈을 모으는 일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제다. 재산 운용 능력을 잃으면, 나를 위해 쓰이지 않을 수도 있고 자녀 혹은 사위, 며느리에 의해 낭비될 수도 있다. 최근 떠도는 소문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젊은이들이 있다는데 남 얘기 같지 않다.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금융기관에 내 재산 운용을 믿고 맡기는 유산대용신탁이 그것이다. 신탁제도가 대중에게 각인된 계기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망을 통해서다. 마이클 잭슨은 가족신탁계약서를 통해 사후에 자신의 유산이 어떻게 운용될지 미리 정해놨다. 이를 통해 사후 유산의 20%는 자선재단에 기부됐고, 장례비, 변호사비 등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은 아내와 세 자녀에게 상속됐다. 계약 내용에 따라 자녀들은 유산을 한 번에 받을 수 없었고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인 30세가 넘어야 일부 상속을 받았다. 계약서상 상속이 완전히 끝나는 시기는 자녀가 40세 되는 생일이었다. 이는 자녀의 삶이 유산으로 망가질까 걱정한 마이클 잭슨의 요구 때문이었다. 유언장 작성보다 절차 간단 신탁에 의한 상속관리는 2012년 개정된 신탁법 제59조 유언대용신탁과 제60조 수익자연속신탁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신탁은 말 그대로 믿고 맡긴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을 수탁자로 지정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부동산, 주식 등을 내가 원하는 대로 운용하게 하는 상품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재산의 수익자와 상속받을 사람을 정하는 신탁으로서, 생전에는 자신을 수익자로 정해 생의 마지막까지 일정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불효방지신탁’으로 부르기도 했다. 업계에선 2020년이 되면 2조 원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유언대용신탁 상품은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은행권이 시장을 선점한 형태이며, NH투자증권이나 신영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회사들이 은행권을 추격하는 모양새다. 유언장과 신탁 계약은 내 재산을 물려줄 방법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많이 다르다. 유언장은 상속 이해관계인이 아닌 보증인 2명과 공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증인에게 개인 재산 내역이 밝혀지는 것은 유언장 작성 시 가장 껄끄러운 부분 중 하나. 만약 유언 내용을 변경하고 싶다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에 반해 신탁은 금융기관과의 계약으로 충분하다. 계약 의지와 계약 능력만 있으면 된다. 성용배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유언장의 경우 사망 이후에 개봉돼 그 효력을 갖기 때문에, 생전에 법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와 형식을 충족하지 못하는 하자를 인지하지 못해 유언으로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공증의 불편함이나 보관 과정에서 위·변조나 분실의 위험도 있다”고 지적하며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의 상대방인 금융기관이 존재하고 생전에 계약에 따른 쌍방의 이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상 하자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고, 계약서의 분실이나 변경 등의 우려도 적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상속, 치매 후 관리도 해결 유언대용신탁이 최근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골치 아픈 상속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손주에게 안전하게 재산을 상속하려면 유언대용신탁이 유용하다. 여러 세대에 걸친 수증자 지정도 가능하다. 1차 상속자를 자녀, 2차 상속자를 손자로 지정하는 식의 상속 설계가 가능하다. 유언장의 경우는 다음 세대 수증자 지정만 가능하다. 또 유언에 따라 상속 재산에 차등이 생겨 자녀 간에 분쟁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도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유언이 집행되면 상속인 중 한 명이 상속 집행인이 되는데, 분쟁이 생기면 상속 과정에서 집행인이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신탁은 집행인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상속인끼리의 분쟁 발생 가능성이 낮다. 유산대용신탁의 장점 중 하나는 부동산에 있다. 부동산은 현금에 비해 운용이 쉽지 않고, 분할도 어렵다. 상속자들이 매각을 결정해도 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니어의 상당수가 부동산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상속은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다. 신탁 상품은 이런 경우 또 다른 대안이 된다. 부동산의 상속, 증여뿐만 아니라 신축이나 리모델링, 임대위탁관리 등도 가능하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부동산 임대 수익을 나눠주고 싶다면 신탁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런 신탁 상품이 만능은 아니다. 부동산을 신탁하려면 수탁자인 금융기관에 소유권이 이전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은 “재산을 보전하고 사후 상속하려면 등기이전을 통해 수탁자가 관리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는데, 일부 고객은 은행이 마치 내 소유권을 가져가고 마음대로 처분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하며 “신탁은 재산을 맡기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맡게 정확하게 관리되고 언제든 해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령화에 따른 치매 관련 불안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치매안심신탁 같은 상품이 그것이다. PET-CT와 같은 알츠하이머 진단 장비 개발로 인해 치매 발병의 예측이 상당 부분 가능해지면서 스스로 치매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방법으로 신탁이 활용된다. 치매 발병 전이나 초기에 신탁을 통해 자산관리와 상속설계를 해놓으면 병원비나 간병비, 생활비에 필요한 돈을 은행이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렇듯 치매와 관련한 일반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에서 신탁 상품을 위해 대면상담한 고객 중 치매 관련 상품 상담자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 2018-02-1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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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 하윤재 영화감독
- ‘앞으로 10년만 엄마의 상태가 지금처럼 유지되도록 도와주세요.’ 2007년 겨울 엄마의 치매 판정이 내려진 날, 하윤재(河侖材·47) 감독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당시 일흔이 넘은 노모에게 10년은 막연히 긴 시간이라 여겼다. 그러나 만 10년이 지난 현재, 절망으로 휩싸였던 그날의 기억이 무색하리만큼 모녀는 여전히 인생의 희로애락을 나누며 알콩달콩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 감독은 엄마와 딸의 애틋한 일상을 추억하면서도 같은 처지의 치매 가족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 바라며 에세이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를 펴냈다. 엄마의 기억이 사라지는 순으로 구성한 책이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모정은 결코 기억과 비례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라는 책 제목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직접 제목을 지은 하윤재 감독은 “엄마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이 세상의 모든 것에 손을 놓는다는 의미다”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섯 남매 중 막내인 하 감독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남다르다. 막내딸이 먹고 싶은 거라면 달나라에 가서라도 구해올 엄마인데, 언제부턴가 음식이 하기 싫다며 의아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반찬 투정을 하며 졸라 겨우 엄마의 요리를 맛보게 된 순간, 하 감독은 간이 맞지 않은 음식과 함께 두려운 기운을 한가득 머금었다.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무료 건강검진”이라 거짓말까지 하며 병원에 모시고 가면서도 내심 단순한 노화 현상이길 바랐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치매’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하 감독의 예민한 성격 덕분에 아주 초기 단계에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당시에는 ‘치매’라는 말에 온 정신이 쏠려 절망감만 앞섰다. “우선 치매에 대해 알아야겠더라고요.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너무 많은 정보가 뒤섞여 있었는데, 결론은 하나였어요. ‘사람마다, 집안마다 다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엄마를 보살필 수 없잖아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며 공부도 하고, 나중에는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따게 됐죠. 대부분 치매 관련 책에는 환자를 어떻게 위로하고 보살펴야 하는지 잘 쓰여 있어요. 그러나 치매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어떻게 위로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글은 찾기 힘들더라고요.” 엄마의 치매가 가져온 선물 처음 치매 진단을 받고, 점차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긴 했지만 평범한 일상을 지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하 감독은 치매가 진행되는 속도를 살피다가 한 4~5년 정도 됐을 때 어머니에게 당신의 상태를 알려야겠다고 판단했다. 막상 시기가 되었지만 오히려 사실을 알고 나면 그 충격으로 후폭풍이 클 것만 같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9년 차에 접어들었고,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힘든 고백을 결심하며 말로만 하기보다는 그동안 잘 지내준 엄마에 대한 보답으로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다. 엄마의 사진으로 만든 앨범과 용돈을 함께 드리며 치매라는 단어를 조심스레 끄집어냈다. “저희 친할머니, 외할머니께서도 치매를 앓으셨는데 엄마는 두 분을 보살피면서 치매를 굉장히 두려워하셨어요. 그런 엄마가 자신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면 절망감에 빠지실까봐 걱정스러웠죠. 누군가는 어차피 잊어버릴 텐데 말하면 어떠냐고 하지만, 가끔 멀쩡하실 때 보면 기억이 돌아오기도 하고, 당신의 인생도 생각하곤 하거든요. 다행히 치매라는 사실을 아시고도 염려스러운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어쩌다 모든 걸 다 기억해낼 때 제게 ‘그동안 나를 지켜줘서 정말 고맙다’라는 말씀을 하세요. 엄마도 자신의 상태를 느끼고, 제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다 인식하고 계신 거죠.” 하 감독은 머리로는 기억 못할지라도 마음으로 나눈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다. 때문에 매 순간 소홀하지 않고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리려 촉각을 곤두세우는 그다. 어머니를 향한 깊은 관심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까지 따스하게 변화시켰다. “엄마의 치매가 아니었다면 굉장히 오만한 삶을 살았을 것 같아요. 잘나가는 또래 친구들이랑 백화점에 명품 보러 다니고 소위 상류층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삶의 만족도가 굉장히 낮았겠죠. 예전에 환자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때론 병이 감사하다’라고 하는 게 전혀 와 닿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말이 이해돼요. 얼마 전에는 공중화장실을 갔다가, 쓰레기통에 휴지를 던졌는데 안 들어갔어요. 예전의 나였다면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계시니 알아서 치우겠지 하고 휙 나갔을 텐데, 그날은 내가 버린 휴지랑 옆에 떨어진 것까지 다 주워서 넣고 나왔어요. 어떻게 보면 아주 작은 일이지만, 제겐 상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잊히지 않는 엄마의 얼굴 하 감독은 단편영화 ‘봄날의 약속’으로 제33회 프랑스 클레르몽 페랑 단편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단편 쇼케이스 등에 초청되었고 청룡영화상, 필름 카라반 단편영화제 등에 진출했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깊은 여운과 묵직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삶’을 모티브로 한 시나리오의 힘이었다. 한편으로 보면 이 역시 어머니가 딸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았다. 어머니는 당신의 삶을 담은 딸의 영화를 보고는 하 감독에게 “그래서 네가 뭘 했다는 건데?”라고 물었다. 무심한 듯한 어머니의 질문은 평소 막내딸을 향한 염려에서 비롯됐다. “엄마는 제가 언니들처럼 선생님이 되거나 월급 받는 직장에 다니시길 바라셨어요. ‘봄날의 약속’이 나오기 전까지는 영화 기획PD 일을 했는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느냐고 자주 물으셨죠.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는다거나, 연기를 한다거나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답답해했어요. 직접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한 이유는 엄마에게 ‘이거 다 내가 만든 거야’라고 속 시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그 뒤로는 뭘 하느냐고 잘 묻지 않으셔요. 최근에는 장편영화 시나리오가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진흥사업에 채택돼서 촬영할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장하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런저런 설명은 안 하셨지만, 그 한마디에도 막연히 내 딸이 원하는 바를 이뤘다고 인지하시는 것 같아 뿌듯했어요.” 준비 중인 차기작은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 아니지만, 나중에라도 어머니와의 일상 중 시나리오에 쓰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했다. 하 감독은 어떠한 일화보다도 잊히지 않는 한 장면이 있다고 말했다. “자식은 부모에게 잘한 것보다는 못한 게 가슴에 남잖아요. 매일 밤 자기 전 기도를 하는데 그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이 있어요. 학창 시절 일인데, 전에 살던 방배동에 아주 가파른 언덕길이 있거든요. 하루는 엄마가 경동시장에 갔다가 찜통이랑 장바구니를 이고 그 언덕을 내려오고 계셨어요. 마침 언덕 아랫골목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엄마가 저를 보고는 반가워하며 부르셨죠. 아마 짐이 무거워서 그러셨을 텐데, 봤으면서도 모른 척 지나가고 말았어요. 그때 엄마의 얼굴이 정확하게 각인돼서 기도할 때마다 생각나요. 아무리 남들이 효녀라고 잘한다고 해도 그날 일이 자꾸만 채찍질하듯 떠올라서 죄스러운 마음이 커요.” 다음 생엔 엄마의 딸이 아닌 엄마로 어머니의 치매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간다는 하 감독은 소중한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한 채 헤어지는 상황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물론 소중한 사람들에는 어머니가 가장 중심에 있다. 언제 맞이할지 모르는 상황을 떠올리며 그는 마지막 인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고마웠어요”라는 과거형 인사나 “사랑합니다”라는 현재형 인사는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지막 인사이지만, 또 다른 시작이라고 여기기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그가 찾은 인사말은 “다음 세상에서 또 만나자”였다. 하 감독은 언젠가 그 말을 해야 할 때쯤이면 어머니가 자기 의지대로 인사를 못하시리라는 생각에 미리 인사를 해두기로 했다. “엄마가 컨디션 좋은 날 미리 인사드렸어요. ‘엄마, 우리는 참 좋은 인연인 것 같아. 그러니까 우리 다음 세상에서도 다시 꼭 만나자’라고 했는데, 엄마가 ‘만나지 말자’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나야 꼭 만나고 싶지만 지금도 네게 짐이 되는데 싫다. 다음에는 좋은 부모 만나서 편히 살아라’ 하시는데, 순간 눈물이 확 쏟아지더라고요. 그동안 제게 해주신 게 얼마나 많은데, 어째서 당신이 짐이라고만 생각하시는지….” 그런 어머니의 반응은 하 감독의 바람을 더욱 간절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인사처럼 다음 생에 어머니를 만난다면 어떤 인연으로 마주하고 싶은지 궁금했다. 그는 단박에 “엄마의 자식이 아닌,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고 대답했다. 평생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처럼 그 역시 많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일 터였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해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 “엄마가 내 딸이 됐을 때 꼭 이야기해주고 싶은 건 ‘연애를 많이 해봐라’예요. 그 시절엔 거의 그랬지만, 연애도 제대로 못 해보고 결혼해서 맏며느리라 평생 고생만 하셨거든요. 엄마가 다시 태어나면 대학도 다니고, 예쁘게 화장도 하고, 해외여행도 가고, 운전도 하고, 편한 아파트에도 살아보면 좋겠어요. 그동안 나는 엄마 덕분에 그런 걸 다 누리고 살았잖아요. 다음 생에 가능하다면 엄마 덕분에 제가 경험한 모든 것을 다 해드리고 싶어요.”
- 2018-02-05 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