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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높게 빛나는 여섯 프리마돈나, 팝페라 그룹 레이디스타즈
- 노래를 잘하는 이들이 그룹을 이루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종류의 합창단이 있다. 하지만 구성원이 여성 성악가, 그것도 소프라노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레이디스타즈는 특별하다. 성악계의 스타들이 모여 창단한 그룹이기 때문이다. 소프라노는 이탈리아어로 ‘높은’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에서 온 단어다. 말 그대로 성악에서 높은 음역을 담당하는 여성 성악가를 말한다. 단지 높은 영역의 목소리를 가졌기 때문에 특별한 것은 아니다. 흔히 프리마돈나라고 말하는 오페라의 주인공은 소프라노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오페라가 이것을 전제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렇게 모인 여섯 명은 무대에서 프리마돈나로 스포트라이트를 당연히 독차지했던 인물들이다. 모든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주인공들이다 보니, 어떤 면에선 어느 정치인이나 기업인보다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가 있었다. 어머니들이 만든 성악의 길 리더인 김경희도 “소프라노들이 그룹을 이루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남성 성악 그룹은 조금씩 생기는 편인데, 그에 비해 여성 그룹은 거의 없어요. 그것도 여섯 명이나 모인 경우는 거의 없을 거예요. 게다가 저희는 대부분 독일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등에서 수학한 해외파로만 구성되었으니 더욱 신기한 일이죠.(웃음)” 레이디스타즈는 한국예술문화재단이 중심이 돼 지난 3월 창단했다. 6월 17일에는 첫 번째 창단콘서트도 가졌다. 남성 테너 10명이 모인 ‘더 텐테너스’ 역시 한국예술문화재단을 통해 탄생했다. 일종의 남매 그룹인 셈이다. 콧대 높은 소프라노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모습은 예상과 다르다. 부르는 노래도 오페라 아리아뿐만 아니라 팝페라, 팝송, 가곡 등 다양하다. 여러 장르를 소화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지난 창단콘서트 때는 ‘넬라 판타지아’나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 같은 우리에게 친숙한 곡들도 선보였다. 연습 과정은 어땠을까? 빛나던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보니 일종의 기싸움 같은 것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합이 잘 맞아 자매처럼 지낸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결속력의 배경에는 다양한 이력과 유사한 성장 과정도 한몫했다. 같은 소프라노지만 김정현은 메조소프라노 출신으로 다른 역할 분담이 가능하고, 정지민은 뮤지컬을 전공한 이력의 소유자다. 현재는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성악가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유사하다. 그 중심에는 어머니가 있다. 김경희는 트로트 가수 출신의 어머니 영향을 받아 음악을 시작했다. “어머니가 자신을 닮아 끼가 있을 거라며 민요를 가르치기도 하셨죠. 그러다 중학교 때 성악을 해보았는데 적성에 맞아 시작하게 됐어요. 성악을 만나면서 성격도 바뀌고, 제게 물려받은 것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죠.” 김정현도 비슷한 경우다. 피아니스트 출신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어머니가 음악에 대한 열정이 많아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오래 했어요. 그러다 중학교 때 성악을 만나면서 진짜 맞는 것을 찾게 됐죠. 악기를 연주할 땐 그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한다는 기분이었다면, 노래는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으니까요.” 김정현은 대학 졸업 후 국내에서 알아주는 오디션에 합격해 활동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학길에 올랐다. 솔리스트를 위해 합창을 하던 어느 날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평생 남 뒤에서 합창만 할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고 설명했다. 막내인 강수연은 본인이 원했다가 어머니의 후원을 받은 케이스다. “내성적이었는데도 초등학교 때 교회 성가대에서 솔로를 뽑는다길래 바로 손을 들었죠. 너무 하고 싶었어요. 무대를 보신 선생님이 성악을 권해주셔서 발을 내딛게 됐어요. 변성기를 겪으면서 포기하려 했는데, 어머니 생일에 선물 대신 참가를 강요하셨던 오디션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서 성악을 다시 시작하게 됐죠.” 이은진의 출발에도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는 어린 딸에게 맞는 것을 찾기 위해 안 해본 것이 없었다고. 체육부터 컴퓨터까지 해볼 수 있는 것은 모두 시도했다. 그러다 맨 마지막에 남은 것이 합창단이었다. “하지만 정작 성악을 한다니까 반대하셨어요. 집안에 성악을 접해본 사람이 없으니 덜컥 겁이 나셨던 거죠. 그러다 나중에 음악 선생님도 될 수 있다며 허락해주신 것 같아요.(웃음).” 코로나가 만든 고난 하지만 이들이 가족의 응원을 등에 업고 탄탄대로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리더 김경희와 함께 수험 생활을 하기도 했던 ‘단짝’ 정지민은 “오랜 솔로 생활을 마치고 합류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빠른 비트의 음악에 끌려 대학원에서 뮤지컬을 전공했죠. 하지만 뮤지컬계 나름의 구조가 있기 때문에 주역을 맡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솔로 팝페라 가수로 활동하기도 하고 행사도 다녔는데, 쉽지 않았어요. 혼자 성악곡도 하고, 뮤지컬곡도 하고, 공연 외적인 부분도 모두 처리해야 했으니까요. 방송국에서 로고송 가수 생활도 했고요. 앨범도 하나 발매했어요. 처음에 합류 제안을 받았을 땐 성악을 공부하긴 했지만 벗어난 곳에서 오래 활동한 터라 좀 망설여지기도 했는데요, 그룹 내에 친구도 있고, 함께하는 활동이 재미있고 기대돼요.” 이은진은 유학 과정에서 방황을 겪었다. 독일에서 계속된 입시 실패에 당황해하던 때 마스터 클래스에서 만난 선생님의 추천으로 프랑스로 나라를 옮기는 모험을 감행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입국신고서에 국적이 북한으로 되었을 정도였는데도 무작정 떠났죠. 이후 죽어라 연습하면서 30대 가까이 되어서야 노래하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그러고 나서야 ‘목소리 개발이 안 됐다’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문부희는 성악을 접하는 과정까지는 일사천리였다. 음악 시간만 되면 문부희의 독무대가 열렸고, 선생님들은 당연하다는 듯 성악을 추천했다. 학년이 바뀌고 학교가 달라져도 선생님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성악을 전공했다. 학비 걱정에 시립대를 선택해야 했지만 고난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학교에서 남편을 만나 약혼을 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어요. 예상과 다르게 유학 기간이 길어지던 와중에 첫째를 낳았죠. 학업과 객원 합창단 생활, 육아를 병행한 셈인데 쉽지 않았어요. 밤 11시에나 주변 친구들이 봐주던 아이에게 돌아온 날도 많았고요.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서로 돕고 살던 시절이죠.” 이어 졸업 직전에 둘째가 생겼고, 한국으로 돌아와 셋째를 낳았다. 큰애는 벌써 아홉 살이다.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해볼까 생각하던 시점에 코로나가 터져버렸어요. 일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면서, 이참에 아이를 하나 더 갖자고 마음먹었죠. 신기하게 막내 돌이 가까워지니까 다시 노래할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레이디스타즈를 만났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악을 할 수 있어서 지금은 너무 행복해요.” 강수연 역시 코로나 여파를 겪었다. 유학 이후 자리 잡았던 미국에서 팜비치 오페라단 등 다양한 활동을 하다 매니지먼트 회사와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던 와중에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 초기 뉴욕에서 동양인은 지하철도 제대로 탈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인종차별이 심해지면서 매니지먼트 회사에서도 잠시 한국에 가 있으라는 조언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던 중 작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소극장 오페라 축제에 참가했다가 리더를 알게 돼 레이디스타즈에 참여하게 됐어요.” 함께라서 더 설레 평생 클래식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활동한 이들이기에 다른 분야의 음악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을까 궁금했다. 김경희는 “시대가 변했다”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멤버 모두 오페라나 클래식 무대에서 개인적인 활동도 많이 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 그룹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다른 장르의 음악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이죠. 저도 유학 시절에는 클래식이 아닌 다른 무대는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무지했어요. 하지만 많은 무대에 서면서 관객들 입장을 생각하게 되고, 형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죠. 그래서 많은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는 그룹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이은진은 레이디스타즈 활동이 모두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은 새로운 곳과 통하는 문손잡이를 잡고 있는 기분이에요. 문을 열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이후에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제게 달려 있으니까요.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긴장보다는 설렘이 더 커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갈 수 있으니까요.”
- 2022-07-1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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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에서 초록을 찾는 ‘식물 탐험가’ 오병훈 식물 연구가
- 두 개의 선이 서로 의지하며 맞닿은 형태의 사람 인(人)은 책과 또 다른 책을 잇는 징검다리 같은 모양새다. 오병훈 식물 연구가는 전국의 명산과 절해고도를 다니며 희귀식물을 발견해 세상에 소개한다. 인간과 자연을 서로 연결하는 일이 그의 역할이다. 그는 이번 북人북에서 소박하고 겸손한 식물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여름날. 짧은 시간 함께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그는 내내 풀과 꽃, 나무에 대해 이야기한다. 짧고 담백한 어투에서 식물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도로 주변으로 즐비한 식물의 이름을 하나하나 읊고 참 예쁘다며 살풋 웃다가도, 관리가 소홀했던 탓에 말라버린 풀 몇 포기를 바라보곤 안타까운 탄성을 내뱉는다. 한국수생식물연구소 대표, 한국수생식물연구회 회장, 한국식물연구회 명예회장 등 많은 식물 관련 직함을 갖고 있다지만 이토록 식물 사랑이 지극할 줄은 몰랐다. 살아 숨 쉬는 ‘식물 돋보기’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식물과 함께 자랐다.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우며 식물에 더욱 빠삭해졌다. 미세하게 다른 생김새의 잡초까지 한눈에 구별할 정도였다. 대학 전공은 서양화, 젊은 시절엔 기자로 일했다. 그러다 1984년, 식물을 향한 그의 올곧은 마음을 끄집어낼 기회가 찾아왔다. 원로 식물학자 고(故) 이창복 서울대 교수를 만나게 된 것이다. 한국의 과학자를 소개하는 연재 기사를 위해 취재를 다니던 때였다. “자생식물연구회에 참가해 같이 전국을 탐사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처음 간 곳은 발왕산이었습니다. 이제껏 몰랐던 식물을 직접 보면서 공부해보니 너무 재밌고 좋은 거예요. 그때부터 한 달에 두 차례씩 산과 들을 누볐어요. 식물의 매력에 푹 빠졌죠. 이후에는 북방 수종을 찾으러 중국, 몽골, 러시아, 알래스카 등 해외도 다녀왔어요.” 그는 40여 년간 전국을 답사하며 수많은 희귀식물을 찾아내 지켜왔다. 풀 한 포기를 위해 1박 2일간 산을 활보하다 간첩으로 오해받은 적도 있다. 1980년대 중반 태백산 정상에서 흰노랑무늬붓꽃을, 1993년 북한산에서 산개나리 자생지를 찾아냈다. 버들잎진달래, 노랑유홍초, 좁은잎새팟, 긴말채나무 등은 이름을 직접 붙였다. 2013년에는 기록만 있고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던 나비국수나무를 70여 년 만에 세상에 알렸다. 나비국수나무는 이창복 박사가 1926년 수락산에서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으나, 1939년 이후에는 자생지에서 사라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대학교에 보관했던 표본마저 한국전쟁 와중에 분실됐다. “1990년대 초 산림청에서 희귀·멸종위기 식물 도록을 펴낼 때도 이창복 박사가 갖고 있던 잎사귀 3장의 사진만 겨우 수록했을 만큼 자료가 부족했어요. 처음엔 한국에 없다고 생각했죠. 전국을 누비다 결국 치악산에서 찾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나비국수나무는 기존의 국수나무와는 달리 잎 끝이 동그랗고 가로가 세로보다 더 넓거나 같아요. 좌우 대칭인 잎의 모양이 날개를 펼친 나비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풀 한 포기, 나뭇잎 한 장의 필요 희귀식물은 자생지에 다시 옮겨 심기 위해 종자를 발아시키거나 삽목(가지, 뿌리, 잎 등의 일부를 잘라 땅에 꽂은 후 뿌리를 내리게 하는 방법)으로 번식 작업을 한다. 서식지가 극히 제한된 경우가 많아 특별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시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어서다. 환경 복원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서식지가 훼손되거나 식물을 무분별하게 채취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송추 사패산 터널 공사 때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자생 산개나리를 생각하면 여전히 안타깝다. 해마다 우수, 경칩이면 몸에 좋다며 찾는 사람들에 의해 수난을 당하는 고로쇠나무는 또 어떻고 말이다. “식물은 우리에게 중요한 자원과 먹을거리가 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약을 선물해줘요. 필요 없는 풀은 하나도 없습니다. 잡초도 작물을 가꾸는 인간의 입장에서나 해롭다고 여길 뿐, 사실 모든 식물은 지구에서 매우 생산적인 존재예요. 육상에서는 나무가, 물에서는 수초가 산소를 내뿜고 동물을 호흡할 수 있게 해요. 인간이 아닌 식물이 생산자의 입장입니다. 우리는 식물에 의존해 삶을 영위해나갈 수밖에 없지요. 아름다운 자연이 빠른 속도로 눈앞에서 허물어져갈 때 허망함을 느낍니다.” 담쟁이와 같은 마음으로 식물은 저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달라서 때로는 경쟁하고, 서로 도우며 지낸다. 이는 어쩌면 우리 삶과 닮아 중요한 교훈을 주기도 한다. 그는 사색거리를 던져주는 많은 식물 중 담쟁이와 새삼을 예로 들었다. 담쟁이는 절벽이나 돌담, 옆의 거목에게 자신을 의지하기 때문에 초라한 기생식물로 아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나무의 진을 빨아먹는다는 오해도 받는다. 하지만 담쟁이는 햇빛을 가릴 만큼 위로 자라지는 않아 의지한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싸 안은 이파리로 나무 기둥의 습도를 유지해줘 도움을 준다. 그러나 새삼은 다르다. 잎도 뿌리도 없어 남을 위해서는 물론 스스로를 위해 단 한 방울의 양분조차 만들지 못한다. 땅에서 자라면서 가느다란 줄기를 이리저리 휘저어 양분을 빼앗을 만한 기주식물에 달라붙은 뒤 흡혈귀처럼 수액을 빤다. 그러다 스스로 뿌리 쪽 줄기를 자른 후에는 또 다른 나무로 옮아가며 주위의 식물까지 죽인다. “담쟁이는 제 분수를 알고 은혜를 갚으려 는 태도를 보입니다. 다른 존재와 사이좋게 공생하는 셈이죠. 반면 새삼은 사람으로 따지면 얌체 같은 족속이라 말할 수도 있겠네요. 자신의 가엾은 과거를 숨기고 거드름을 피우며, 타인의 몫을 빼앗는 이와 다를 바 없어요. 담쟁이와 새삼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의 자세를 취해야 할지 느낄 수 있습니다. 아, 물론 새삼도 열매를 피우고 약재로 쓰이니 너무 미워하진 말자고요!” ‘자연’스러운 사고의 힘을 기르는 책 by 오병훈 식물 연구를 하고 있지만, 사실 모든 학문의 기본 바탕은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문학과 철학을 알아야 사고하는 힘이 생기고, 자연의 너그러움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몇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조선문화사 서설 (모리스 쿠랑 저) “‘조선문화사 서설’은 1894년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어로 펴낸 전 3권 중 서론 부분만 1946년 서울에서 김수경이 번역본으로 출간했죠. 저자 모리스 쿠랑은 프랑스공사관 서기로 2년간 경성에 체류하면서 직접 본 풍물과 서지학적 내용을 자세히 기록했습니다. 19세기 말까지도 조선은 독자적인 문화가 없고, 말과 글이 중국에 종속돼 있다고 믿던 서양인들의 고정관념을 깼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조선사론 (신채호 저) “‘조선사론’은 ‘조선사연구초’와 함께 단재 신채호 선생의 대표적 명저입니다. 일제강점기 때는 조선사를 일본인의 시각으로 기술하고, 조선 역사를 날조·왜곡한 부분이 많았어요. 보다 못한 단재는 역사를 보는 눈이 진실해야 한다고 판단해 역사론을 펼쳤습니다. 이 책에서는 역사의 정의와 조선사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기존 ‘조선상고사’의 잘못은 무엇인지 지적했습니다. 철저한 민족사학적 입장에서 역사를 재해석하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분석했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선생과 같은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장자 (장주 저) “‘장자’는 장주의 별호이며 책 이름이기도 합니다. 노자와 함께 중국 고대 철학자이자 사상가죠. 도를 천지 만물의 근본 원리로 삼아 대상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이루려 하지도 않으며, 주어진 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삶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했습니다. 돈, 명예, 사회적 지위 등 세상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완전한 자유만이 진정 행복할 수 있다고 했죠. 이 책은 현대인의 욕망과 정신적 고민을 치유하는 큰 힘이 될 겁니다.” 나무가 숲으로 가는 길 (로저 디킨 저) “저자는 영국의 환경운동가이자 숲 여행가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나무와 꽃, 새들과 함께 지내면서 얻은 지식과 자연의 신비를 영화처럼 자세히 보여주고 있죠. 작은 식물부터 큰 나무까지 저자의 시선을 따라 세심하게 관찰해볼 수 있습니다.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도 담았어요. 자연 예찬과 문명 비판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 자연과 인간은 공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게끔 합니다.”
- 2022-07-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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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와 무더위를 이기는 방법” 7월 문화소식
- ●Exhibition ◇명품도시 한양 보물 100선 일정 8월 7일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대동여지도, 용비어천가, 청진동 출토 항아리 등 한양을 대표하는 보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명품도시 한양 보물 100선’은 서울역사박물관 개관 20주년을 기념한 특별 전시다. 보물 15건, 유형문화재 25건을 포함한 유물 1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전시는 조선시대 한양 사대부와 기술관, 장인들이 생산한 소장품을 지도·서화·고문서·전적·공예 5가지 분야로 나눠 소개했다. 먼저 지도 부문에는 보물로 지정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필사본인 ‘동여도’가 함께 전시돼 있다. 두 작품이 동시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동여지도’와 ‘동여도’를 펼쳐 연결하면 가로 4m, 세로 7m에 이른다. 서화 부문에서는 궁중 화원이 그린 흥선대원군의 초상화와 문서를 담당하는 관직인 사자관 한호의 글씨가 담긴 ‘석봉한호해서첩’을 볼 수 있다. 사대부가 한양의 명소를 그린 산수화, 풍속과 놀이를 볼 수 있는 풍속화, 국가의 행사나 사적 모임을 그린 기록화 등도 소개됐다. 고문서 부문에서는 한성부가 발급한 토지 매매 문서인 한성부 입안이 공개됐다. 전적 부문에서는 조선시대 세종 때 목판본으로 제작된 ‘용비어천가’를 비롯해 경자자로 인쇄된 조선 최초의 ‘자치통감강목’, 초주갑인자로 인쇄된 ‘자치통감’ 등의 보물을 만날 수 있다. 공예 부문에는 청진동 출토 백자 항아리와 대장경궤 등의 목가구가 전시돼 있다. ◇장-미셸 오토니엘 : 정원과 정원 일정 8월 7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 정원 장-미셸 오토니엘은 ‘유리구슬 조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대표적 현대미술가다. 오토니엘의 이번 개인전 ‘정원과 정원’은 2011년 프랑스 퐁피두센터 전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파리 프티 팔레에서 개최한 전시보다 규모가 크다. 오토니엘은 이번 전시에서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 금박 등으로 환상적인 이미지를 연출했으며 풍부한 의미를 담아냈다. 또한 작가는 미술관 밖의 공간에서 대중의 삶과 자연, 역사와 건축의 만남을 시도해오고 있다. 이에 ‘정원과 정원’ 전시 역시 다양한 공간에서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야외조각공원, 그리고 덕수궁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Book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김석중·김영사) 저자 김석중은 우리나라 1호 유품정리사로 통한다. 일본에서 우연한 기회로 유품 정리 일을 배워온 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유품정리사 사업을 시작했다. 어느덧 15년째 죽음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책을 통해 경험과 소회를 풀어냈다. 그는 고독사나 자살 현장처럼 물건을 보는 게 힘들다거나, 고인을 떠나보낸 상실감에 마음 아파서 유품 정리를 하지 못하는 유족들을 대신해 고인의 흔적을 정리한다. 최근에는 가족에게 의지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생전 유품 정리 점검 문의, 사후 유품 정리 예약도 늘고 있다고 전한다. 그는 유품을 정리할 때 ‘주인과 함께 천국으로 이사를 보낸다’는 마음으로 예의를 다해 물건을 소중히 다룬다고 한다. 감정이 개입하지 않도록 조심하지만, 감정 조절이 어려운 순간도 많다. 아들을 위해 짜다 만 어머니의 스웨터, 한 청년이 남긴 여행용 캐리어, 태어난 지 100일 만에 하늘나라로 간 아기의 유모차까지. 그는 일을 하다 말고 주저앉아 펑펑 울 때도 있다고 한다. 반대로 저자는 가족 간에 분쟁이 생기거나 고인의 존엄이 지켜지지 않는 등, 준비되지 못한 죽음의 현장도 마주했다. 이에 그는 죽음을 생각해보고, 가족들과 죽음 이후에 대해 얘기해볼 것을 당부한다. ◇절대지식 치매 백과사전(홍경환·스마트비즈니스) 10년 동안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버지를 간호해온 저자는 치매 가족들과 교류하면서 ‘눈높이 치매 교육’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특히 그는 치매 환자는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가족들이 치매에 대한 상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1일 1페이지 법의 역사(이염, 권필·시대의창) ‘법의 역사’에 관한 207가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국사와 세계사, 동서양을 넘나들며 역사의 주요 사건과 법적 주목 지점을 대중적으로 풀어냈다. ‘민주주의를 위한 피, 땀, 눈물의 집결체’라고 할 수 있는 법을 재밌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마리야 이바시키나·책읽는곰) 책에 소개된 17개국의 71개 단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나타낸다. 영어 ‘히라이스’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을, 네덜란드어 ‘헤젤리흐’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주는 고양감을 의미한다. ●Stage ◇햄릿 일정 7월 13일 ~ 8월 13일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출 손진책 출연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권성덕, 박건형, 강필석, 박지연 등 +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연극 ‘햄릿’이 한층 젊어져 돌아온다. 연극계의 대배우들과 젊고 유망한 배우들이 함께하며 축제와도 같은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이번 ‘햄릿’에는 한국 연극계의 원로 9명(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권성덕)이 출연한다. 이들은 2016년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 공연 ‘햄릿’ 무대에 오른 주역들이다. 선배 라인의 배우들은 이전 공연과 달리 주연 자리에서 물러나 클로디어스부터 유령, 무덤파기, 배우 1~4 등 작품 곳곳에서 조연과 앙상블로 참여한다. 햄릿, 오필리어, 레어티즈, 호레이쇼 등은 강필석, 박지연, 박건형, 김수현, 김명기, 이호철 등 젊은 배우들이 연기한다. 선후배가 화합하며 만들 무대가 기대를 모은다. ‘햄릿’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10월 이해랑 선생의 연출로 대구에서 초연된 이래 현재까지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연극이다. ◇킹키부츠 일정 7월 20일 ~ 10월 23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제리 미첼 출연 이석훈, 김성규, 신재범, 최재림, 강홍석, 서경수, 김지우, 김환희, 나하나, 고창석 등 ‘올여름, 더 뜨겁게 킹키하라!’ ‘드랙퀸’(여장남자 가수)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인기를 끌었던 화려한 뮤지컬 ‘킹키부츠’가 돌아온다. ‘킹키부츠’는 폐업 위기에 처한 수제화 공장이 남자가 신는 80cm 길이의 부츠인 ‘킹키부츠’를 만들어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다. 2014년 국내 무대에 상륙한 후 2016년, 2018년, 2020년 무대에 오르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번이 다섯 번째 시즌으로 이석훈, 김성규, 최재림, 강홍석 등 기존 배우들이 다시 돌아와 기대를 더한다. ◇쓰릴 미 일정 7월 12일 ~ 10월 9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연출 이대웅 출연 이주순, 최재웅, 박상혁, 황휘, 윤재호, 김진욱 류정한, 김무열, 지창욱, 강하늘 등 많은 배우들이 거쳐간 뮤지컬 ‘쓰릴 미’가 올해 15주년을 맞았다. ‘쓰릴 미’는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던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 사건을 다뤘다. 심리 게임을 방불케 하는 인물 간의 감정 묘사와 한 대의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아온 ‘쓰릴 미’는 소극장 뮤지컬의 신화로 불린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2007년 초연 극장이었던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을 올린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2-07-0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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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석훈 교수,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감성 읽어야”
- 코로나19가 지나간 후 다가올 새로운 시대 상황을 ‘포스트 코로나’라고 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특히 중장년층은 어떤 변화를 맞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지난해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사회를 진단한 저서 ‘팬데믹 제2국면’을 펴낸 경제학자 우석훈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코로나19의 충격은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갈 겁니다.” 우석훈(54) 성결대학교 교수의 첫마디였다. 책의 부제 또한 ‘코로나 롱테일, 충격은 오래간다’다. 우 교수는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에 끼칠 영향이 지대하고 오래갈 것을 예상해 ‘롱테일’(Long Tail, 긴 꼬리)이라는 표현을 썼다. 책에서 우 교수는 팬데믹을 제4국면으로 나눴다. 제1국면은 2020년, 코로나 백신이 등장하기 이전의 기간을 말한다. 제2국면은 2021년으로 선진국에 백신 보급이 시작되는 기간이다. 우석훈 교수는 백신을 확보한 나라와 확보하지 못한 나라 간 국제적 갈등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이어 2022년인 현재는 우석훈 교수의 예상대로라면 팬데믹 제3국면이다. 우 교수는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에도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를 제3국면으로 정의하며 선진국 사이의 여행이 부분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4국면은 2023년으로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도 백신이 어느 정도 보급되는 시기이며, WHO가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선언을 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우석훈 교수는 예상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은 우 교수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을까. 우석훈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오미크론의 등장은 예상했지만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또한 예상했던 것보다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종률이 낮고 충격을 덜 받았다”고 변수를 짚었다.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은 우석훈 교수의 책이 나오던 시점인 2021년부터 흘러나왔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오미크론의 등장은 코로나19의 꼬리를 더욱 길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정확히 언제부터를 ‘포스트 코로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 교수는 “PCR 검사 없이 일본 관광을 다녀올 수 있을 때가 기준점”이라고 답했다. 현재 일본, 인도네시아는 자국 입국자에게 PCR 검사 결과만 인정하고 있다. 우석훈 교수는 책에서 제4국면에 속하는 2023년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봤다. 특히 그는 그때가 되면 “한국 경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코로나 균형’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도 제1그룹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조만간 일본과 프랑스도 넘어설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의 선진국화가 국민들도 부자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우 교수는 “추운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따뜻해진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모두가 아닌 ‘나만 힘들다’를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진다. 결과적으로 팬데믹 양극화 속에 ‘부자 나라의 가난한 국민’이 더욱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우석훈 교수는 앞서 말한 대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면 양극화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령, 소득에 상관없이 국민들이 좋아하는 것은 딱 하나더라고요. 해외여행이죠. 이제 국경이 열리면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은 해외에 자주 나가겠죠. 반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먹고살기도 힘들기 때문에 못 나갈 거예요. 코로나19 때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 같이 집에 있었고 동네에서 같은 슈퍼를 왔다 갔다 했으니 그 차이를 못 느꼈는데 이제 실감하게 된다는 거죠.” 우석훈 교수는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업종의 차이에서 온다고 했다. 코로나19의 특수를 맞은 산업은 더욱 잘 되고, 충격을 받은 산업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한국은 산업 구조가 IT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평했다. “결국 IT와 관련된 회사는 더욱 커질 것이고, 격리 시절에 필요했던 배달은 앞으로 줄어들 것인데 배달업 쪽이 어떻게 될지는 회사마다 다를 것 같아요. 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19로 승자가 됐죠. 코로나19 확산 초반에 보건소에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자차로 가라고 했잖아요. 어떤 이유로든 차 없이 버티던 사람들도 차가 없으면 곤란한 상황이 됐으니까 차를 사게 되고, 그게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호황을 불러온 거죠.” 특히 우석훈 교수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은 영화 산업의 앞날을 걱정했다. 코로나19 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극장 관람 횟수는 4.37회였다. 이는 미국을 앞지른,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그 숫자가 확 줄었고, 배급과 유통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 교수는 “영화 산업은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느냐를 넘어 산업 존폐도 달려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기생충’ 이후 당분간 천만 영화는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버스 안에는 부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고, 공기업 근무자들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앉아 있다. 한계에 내몰린 청년들이 서 있고, 가사노동자를 비롯한 여성들이 서 있다. 노약자 보호석이 있기는 하지만, ‘인생 2모작’이라는 명찰을 단 일부 노인만 앉아 있고 나머지는 서 있다. 중간중간에 멀미를 버티지 못해서 내린 사람들을 보니까 대학 비정규직 강사 등 지식 생산을 담당하던 사람들이나, 작가와 화가처럼 문화 경제 분야 종사자들이 적지 않다.’ 우석훈 교수는 팬데믹 이후 도래할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의 상황을 덜컹거리는 만원 버스에 비유했다.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노인층도 빠지지 않고 언급됐다. ‘인생 2모작’ 명찰을 단 사람과 달지 못한 사람 사이에서 격차가 발생했다. “일을 하는 노인은 많아지고 있지만, ‘2모작’ 소리를 들을 만한 일을 하는 사람은 적어질 거예요. 돈을 충분히 벌어서 은퇴 후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인생 2모작을 하더라고요.작가를 한다든지 화가를 한다든지 말이죠. 돈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죠. 그러나 저소득층이나 계속 일을 해야만 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생 2모작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은퇴 후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석훈 교수는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까지,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쥐어짜서 일해야 한다. 노동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됐을 때부터 20, 30년은 평균적으로 더 살아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아직 별로 없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더불어 우 교수는 출생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10·20대는 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인구가 많은 40·50대를 향한 문화 경제의 집중도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 교수는 “잔인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IT 변화에 맞춰나가는 수밖에 없다. 꼭 IT 관련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지금 20·30대는 선진국 국민이고, 50대 이상은 개도국 시절 국민이다. 개도국 시절에 하던 것을 선진국 국민들은 하기 싫어 한다. 그 변화를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같은 50대 사이에서도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같은 개도국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도 격차가 굉장히 클 거예요. IT에서 생겨난 변화, 인공지능으로 생겨난 변화를 따라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커질 거라는 거죠. 이것은 단지 기술적인 문제만이 아니에요. 시대 감성이 바뀐 것을 읽을 줄 알아야 해요. 글을 쓴다거나 뭔가 기획을 한다고 했을 때 그런 것들이 자신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의 팬데믹 시기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이전에 했던 육체노동이나 집단노동 시대가 아닌 개별화된 노동인들이 움직이는 시대가 될 건데, 여기에 적응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인 거죠.” 더불어 우석훈 교수는 앞으로 고령화 사회의 대응 방안으로 일본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서비스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그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역에서 서로 봉사하고 돌보면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인데, 개별화된 삶의 형태인 우리나라에 특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1인 가구가 늘어나므로 로봇과 사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이후 어느 국가에 사느냐, 어느 동네에 사느냐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가 몇 명 안 된 나라는 편안하게 있었던 거고, 10만 명당 몇 천 명이 확진된 나라는 꼼짝 못 하고 갇혀 있었던 거죠. 이렇게 팬데믹은 개인의 삶이었던 것 같은데 돌아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얘기해주죠. 공동체, 그 다음 국경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시켜준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는 공동체와 개인, 두 가지 축을 두고 늘 고민을 하셔야 될 거예요.” 우석훈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팬데믹은 또다시 온다고 했다. 우리는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까지 4~5년 주기로 팬데믹을 겪었다. 우 교수는 다음은 무엇일지 모르지만 4~5년 내에 또 팬데믹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코로나19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올지도 모른다.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들이 코로나19 때문에 힘을 못 쓰고 있지만 이제 마스크를 벗으면 독감이 몇 번 돌 것이고, 다음 선수가 또 나오겠죠. 또 지구 자체에 여행이 너무 많아지고, 공동체화가 되고, 자연 생태에 있던 것들이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팬데믹이 생겨나는 거예요. 이번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가장 큰 충격을 안긴 팬데믹이었죠. 저도 50대 중반으로서 수많은 실망스러운 사건들을 겪었지만 아직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아련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다음번 팬데믹까지 모두 안녕!”
- 2022-06-1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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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60대 취업률 세계 최고, "생활비 필요해"
- 세계에서 60대 취업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일본의 65~69세 취업률은 남성이 52.9%, 여성이 33.4%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남성 35.5%, 여성은 27%다. 독일은 남성 19.4%, 여성 12.9%를 보였다. 프랑스는 남성 8%, 여성 4.9% 수준이었다. 일본의 60대 취업률이 가장 높은 것. 일본 60대의 취업 이유로는 남성은 생활비를 위해, 여성은 삶의 보람과 사회 참여를 위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56%가 생활비를 얻기 위해 일한다고 답했으며, 삶의 보람과 사회 참여를 하고 싶다는 답변이 52.2%, 건강에 좋아서가 51.7% 순으로 이어졌다. 여성은 삶의 보람과 사회 참여를 하고 싶어서가 51.6%로 가장 많았고, 건강에 좋아서가 45.2%, 생활비를 얻기 위해서가 39.5% 순이었다. 각 국 60대 소득을 보면 일본은 공적연금이 51.3%, 노동소득이 38.7%, 자본소득이 10%였다. 미국은 공적연금이 50.9%, 노동소득이 35.2%, 자본소득이 13.9%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반면 프랑스는 공적연금이 77.3%, 노동소득이 5.5%, 자본소득이 17.2%였다. 고령인구가 많은 일본에서도 공적연금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노후를 위해 고령자의 노동을 장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년을 70세로 늘리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 2022-06-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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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 따라 즐기자” 6월 전시ㆍ공연 소식
- ●Exhibition ◇민속이란 삶이다 일정 7월 5일까지 장소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속의 가치와 의미를 폭넓게 살펴보는 특별전 ‘민속이란 삶이다’를 7월 5일까지 연다. 전시는 민속과 관련된 유물과 아카이브 자료 600여 점을 통해 민속이 근현대에 어떻게 학문으로 자리 잡고 영역을 확장해나갔는지 돌아본다. 전시에서는 우리나라 최초 아키비스트(기록물 관리 전문가)이자 민속학자 송석하(1904~1948)가 정리한 일제강점기 민속 현지조사 원본 사진카드 486장이 공개됐다. 약 90년 전 북청사자놀음과 봉산탈춤 등을 조사하고 카드별로 명칭과 지역, 날짜를 기록했다. 전시실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추억의 물건들도 민속의 이름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1970~80년대 혹은 1980~90년대 삶의 모습이 ‘뉴트로’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그 시기의 민속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전시됐다. 필름카메라,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워크맨’, 286 컴퓨터, 3.5인치 디스켓 등이다. 온라인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민속 물품도 전시되어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통해 한국을 모자의 나라로 각인시킨 갓, 미국 아마존에서 대박 신화를 쓴 영주 호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달고나 등을 만날 수 있다. ◇조미수교와 태극기 일정 7월 7일까지 장소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조미수교와 태극기’ 특별전을 통해 1882년 작성된 최초의 태극기 도안을 공개했다. 최초의 태극기 도안은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7년 미국 의회도서관 슈펠트 문서에서 찾은 것으로, ‘슈펠트 태극기’로 불린다. 원본은 도서관에 있고, 이 교수가 촬영한 사진 자료가 전시되고 있다. 전시에서는 1882년과 1899년에 미국 해군부가 발간한 책 ‘해양국가의 깃발’과 그 안에 실린 태극기 도안도 공개됐다. 특히 1882년 최초의 태극기 도안과 그해 나온 ‘해양국가의 깃발’ 속 태극기가 매우 흡사해 화제를 모았다. ●Book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이어령·열림원) 지난 2월 별세한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가장 사적인 고백이 담긴 산문집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가 새롭게 출간됐다. 2010년 초판 출간 이후 12년 만이다. 개정판에는 개신교 신앙 고백에 관한 인터뷰를 담은 ‘나는 피조물이었다’가 빠졌다. 1~4부 모두 이어령의 산문으로만 채워졌다. ‘나는 피조물이었다’는 ‘이어령 대화록’ 시리즈에 담겨 출간될 예정이다. 책에는 이어령 문학의 ‘우물물’이 되어준 어머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과 ‘메멘토 모리’의 배경이 되는 여섯 살 소년 이어령의 고향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1부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에서 이어령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책’, ‘나들이’, ‘뒤주’, ‘금계랍’, ‘귤’, ‘바다’라는 여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낸다. 2부 ‘이마를 짚는 손’, 3부 ‘겨울에 잃어버린 것들’에서는 이어령의 사색적이고 섬세한 필치를 느낄 수 있다. 특히 4부 ‘나의 문학적 자서전’에서는 이어령의 문학이 어떠한 과정으로 완성돼왔는지 엿볼 수 있다. 이어령은 어머니부터 외갓집, 고향, 그리고 문학론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감각조차 남아 있지 않은” “묵은 글들” 속 또렷하게 남아 있는 향수를 전한다. 특히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진심이 절절하게 느껴지며 공감을 이끈다. ◇생존자들(캐서린 길디너·라이프앤페이지) 임상심리학자인 저자가 25년간 심리치료를 하며 만난 내담자들 가운데 특별한 네 사람을 소개한다. 어린 시절의 비극적인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과 저자는 대화를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 치유받는데, 그 과정이 감동을 준다. ◇민낯들(오찬호·북트리거) 우리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열두 가지 사건을 담은 책이다. 故 변희수 하사, 故 설리(본명 최진리) 등의 문제적 죽음을 응시하고, 코로나19 팬데믹과 n번방 사건, 세월호 참사, 낙태죄 폐지 등을 되짚으며 한국 사회의 민낯을 폭로한다. ◇독일은 왜 잘하는가(존 캠프너·열린책들) 자존심 센 영국인이 독일을 극찬하는 책이다. 저자는 뼈아픈 과거에서 배운 교훈, 품위 있는 민주주의와 공동체 의식, 문화를 존중하고 시민의 안전한 생활을 책임지려는 리더십 등 전후 75년간 현대 독일의 놀라운 변화를 분석한다. ●Stage ◇웃는 남자 일정 6월 10일 ~ 8월 22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프랭크 와일드혼 출연 박효신, 박은태, 박강현, 민영기, 양준모, 신영숙, 김소향, 이수빈, 김승대, 최성원 등 뮤지컬 ‘웃는 남자’는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두 번째 창작 뮤지컬로 세계적인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2018년 월드프리미어와 2020년 재연에 이르기까지, 한국 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수작으로 호평받았다. ‘웃는 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인물인 그윈플렌의 여정을 통해 사회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조명한다. 지울 수 없는 웃는 얼굴을 가진 채 유랑극단에서 광대 노릇을 하는 관능적인 젊은 청년 그윈플렌 역에는 배우 박효신, 박은태, 박강현이 출연한다. 박효신은 2018년 이후 4년 만의 귀환이다. 박은태는 뉴 캐스트로 이름을 올렸고, 박강현은 2018년 초연, 2020년 재연에 이어 세 번째 시즌까지 함께하게 됐다. 또한 우르수스 역에는 민영기와 양준모, 조시아나 역에는 신영숙과 김소향이 각각 캐스팅돼 기대감을 더한다. ◇번지점프를 하다 일정 6월 22일 ~ 8월 21일 장소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심설인 출연 이창용, 조성윤, 레오, 최연우, 이정화, 고은영, 정재환, 렌 등 ‘번지점프를 하다’는 이병헌·이은주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2012년 초연돼 2018년까지 세 시즌을 거쳤다. 아름다운 스토리와 서정적인 음악으로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극은 국어 교사 서인우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오간다. 국문과 대학생 인우는 당돌한 미대생 태희와 운명적인 사랑을 하지만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한다. 오랜 세월 마음속에 태희를 간직하고 살던 인우 앞에 그녀와 같은 버릇, 같은 행동을 하는 남학생 현빈이 나타나면서 인우는 혼란에 빠진다. ◇마타하리 일정 5월 28일 ~ 8월 15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권은아 출연 옥주현, 솔라, 김성식, 이홍기, 이창섭, 윤소호, 최민철, 김바울 등 뮤지컬 ‘마타하리’가 5년 만에 돌아온다.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본명 마그레타 G. 젤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다. 2016년 초연과 2017년 재연에 참여한 옥주현이 마타하리 역으로 다시 관객과 만난다. 이와 함께 마마무 솔라가 뮤지컬 무대에 새로운 도전장을 던질 예정이다. 또한 마타하리의 유일한 사랑인 아르망 역은 김성식, 이홍기, 이창섭, 윤소호가 연기한다. ※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2-06-0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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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국제도서전’, 3년 만의 개막…2만 5000명 방문
-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 ‘서울국제도서전’이 3년 만에 열렸다. 책 애호가들의 기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제28회 서울국제도서전’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이번 도서전은 코로나19 여파로 연기ㆍ축소를 거듭하다가 3년 만에 정상적으로 열린 것이다. 주최 측 추산 첫날 방문객은 2만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주요 인사도 행사장을 찾아 축하를 전했다. 오전 11시 30분에 열린 개막식에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등 출판계 인사들, 도서전 주빈국인 콜롬비아의 아드리아나 파디야 문화부 차관이 참석했다. 박보균 장관은 축사를 통해 “경제력과 군사력, 문화의 힘과 매력이 일류선진국의 조건과 자격이며, 그 문화의 바탕에 책이 존재하고, 한류 문화(케이 컬처)의 경쟁력에도 책이 있다”라고 책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올해 주빈국은 우리나라와 수교 60주년을 맞은 콜롬비아로, 중남미 국가로서는 첫 도서전 참가다. 박보균 장관은 콜롬비아의 아드리아나 파디야 문화부 차관의 참석에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콜롬비아 주빈국관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백 년의 고독’ 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작품을 비롯해 콜롬비아의 빼어나고 흥미로운 문학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박보균 장관은 “이 행사를 통해 꿈과 희망을 낚아채고, 상상력과 문학적 감수성을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행사의 성공을 기원했다. 개막식 이후 박보균 장관은 콜롬비아 주빈국관을 방문해 전시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많은 분이 주빈국관을 찾아 콜롬비아를 경험하고 양국 간의 문화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반걸음(跬步, One Small Step)’이다. 이는 세상을 바꾼 거대한 변화의 시작점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용기 있게 나아간 ‘반걸음’이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홍보대사는 소설가 김영하·은희경, 퓰리처상을 두 차례 받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다. 오는 5일까지 열리는 도서전에는 출판사 195개사(국내 177개사, 해외 14개국 18개사), 저자와 강연자 214명(국내 167명, 해외 12개국 47명)이 참여해 주제 전시와 강연 등 총 306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첫날에는 소설가 김영하가 '책은 건축물이다'라는 주제로 종이책의 가치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어 그림책 작가 이수지(‘그림으로 그대에게 반 발짝 다가서기’), 소설가 은희경(‘문학으로 사람을 읽다’), 소설가 한강(‘작별하지 않는 만남’), 가수 장기하(‘상관없는 거 아닌가?’) 등이 주제 강연에 나선다. 더불어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작 '아노말리'의 작가 에르베 르 텔리에의 강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대표 위르겐 부스, 예테보리 도서전 대표 프리다 에드먼의 대담 등이 열린다. 각종 전시 코너 등도 마련돼 있다.
- 2022-06-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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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발과 전복의 메시지를 다탄두로 장착한 백남준의 예술 전당
- 소설가 스티븐 킹은 이런 말을 했다. “소설은 독자를 움켜쥐고 한 대 후려갈기는 것처럼 위력적이어야 한다.” 그는 독자들에게 충격과 전율을 야기하는 작품을 쓰고 싶었던 것이다. 사람의 관습과 관점을 타격하려는 예술가로서의 목적의식이 선명하기로는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1932~2006)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기발하고 기이한 작품 행위를 통해 대중의 굳은 의식을 비트는 데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럭비공, 그것도 도발과 전복의 메시지를 다탄두로 장착한 럭비공처럼 날아가 사람들의 타성을 가격한 백남준의 작품은 전례 없는 새로운 것이었다는 점에서 창조의 원본이었다. 사람들은 초기 한때 그의 작품에 어지러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갈채는 뜨거워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이렇게 탁월한 예술혼의 작품 다수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도시 외곽 야트막한 동산 아래에 있다. 유리로 외부를 두른 3층 규모의 대형 단독 건물을 지어 미술관을 꾸렸다. 첫눈에 감흥을 맛보기는 다소 어려운 형상이다. 물결처럼 굽이치는 건물 뒤편 곡면이 매우 유려하지만 미감을 자극할 만한 디테일 요소는 부족한 편이다. 설계를 주도한 이는 독일 건축가 마리나 스탄코비치. 그는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했으며, 건물 외벽을 유리로 만들어 안과 밖이 연결되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주변 지형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지었다는 점은 이 건물이 지닌 커다란 미덕이다. 건물의 형상은 동서 방향으로 눕혀진 ‘P’자를 닮았다. 주변의 언덕과 골짜기를 배려하 는 한편, 가용 부지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귀결된 형상이 그렇다. 이 ‘P’자 모양은 그랜드피아노의 형태와 비슷하다. 그래서 피아노를 퍼포먼스 오브제로 즐겨 동원했던 백남준의 경향을 이미지화한 건물 형상이라 유추하는 이들이 많다. 설계자가 의도적으로 건축에 담은 백남준의 상징물은 외벽 유리 커튼월에 즐비한 가로줄이다. 이는 백남준이 구사한 작업의 핵심 매개체인 TV 화면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과거 흑백 TV의 화면 조정 시간 때 지지직거리며 출렁거리는 줄무늬에서 착안한 것. 재미있게 음미할 만한 요소가 적지 않은 건물인 셈이다. 그러나 백남준이라는 거대한 콘텐츠를 담은 그릇치고는 평범하고 소박하다. 실험과 도발을 일삼았던 백남준을 닮았더라면, 건물을 척 보는 순간 감동과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솟을 텐데. 세계적 수준의 예술가는 세계적 수준의 건축에 담아야 아귀가 맞는 게 아닐까. 정신의 대륙붕에서 융기한 준봉 이 미술관은 백남준의 작품 130여 점을 소장했다. 해마다 두어 차례 펼쳐지는 백남준 상설전에 소장품 일부를 번갈아 전시한다. 현재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전이 열리고 있다. 올해로 탄생 90주년을 맞이한 백남준의 놀라운 예술 세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한 전시회다. 1층 전시장에서 맨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작품은 ‘TV정원’이다. 열대성 식물로 채운 인공 정원에 경쾌한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오는 TV 모니터들을 배치한 이색으로 눈길을 붙잡는 작품이다. 식물과 기계, 또는 자연과 기술의 컬래버레이션이다. 조물주의 작품이라 할 만한 식물을 오브제로 끌어들여 예술의 경계를 확장했다. 언뜻 대수롭지 않은 조합처럼 보이지만 백남준의 작품이라 뭔가 대수로운 걸 열심히 찾아보게 된다. 이게 예술의 소구력이자 백남준의 힘이다. 평범하거나 따분한 세상과 사물을 한 걸음 더 들어가 흥미진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달아주는 게 그의 예술이지 않던가. 백남준의 예술 여정은 전위음악으로 시작됐다. 1960년 그는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연습곡’을 공연하면서 피아노를 박살내고 스승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잘라 청중을 경악시켰다. 그건 예상을 초월한 급진적 퍼포먼스였다. 텔레비전을 오브제로 동원, 비디오아트의 신호탄을 쏜 건 ‘음악의 전시’라는 개인전을 통해서였는데, 이번엔 잘린 소머리까지 진열했다. 틀에 갇힌 예술 관행을 질타하고, 위선의 이웃사촌인 엄숙주의를 조롱했던 거다. 이때부터 백남준은 ‘문화 테러리스트’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백남준을 알아보는 눈은 많지 않았다. 언론의 보도 자체가 드물었다. 기사를 쓰더라도 백남준의 작업이 희한하지만 그게 과연 예술인지 뭔지 모르겠다는 투의 의문을 제기하는 글에 그쳤다.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과 나체 퍼포먼스를 하다 경찰에 연행됐다는 외신을 가십으로 전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후 백남준이 비로소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계기로 해서였다. 전시장에선 백남준의 출세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볼 수 있다. 1984년 새해 벽두,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중계로 한국, 미국, 독일, 프랑스에 생방송된 이 퍼포먼스는 현대미술사의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년’을 통해 기계문명의 폐단을 암울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백남준은 ‘1984년’을 비디오아트로 패러디, 오웰의 어두운 미래 전망을 뒤엎었다. 기술 발전으로 오히려 인간 해방이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세계관을 개진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 백남준은 드디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으며, 국내에서도 주목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전시실의 백남준 작품은 10여 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 시대를 태풍처럼 휩쓴 거장의 작품들이니 반색하지 아니할 수 없다. ‘칭기즈 칸의 복권’에는 말 대신 자전거를 탄 20세기 칭기즈 칸 로봇이 등장한다. 자전거의 짐받이에는 TV가 가득 실려 있다. 왜 칭기즈 칸인가? 백남준은 자신의 진취적 성향의 출처를 ‘몽골 유전자에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비디오아트로 세상의 모든 예술을 압도하겠다는 야심의 표명? 그는 다만 머리와 기교로 예술을 성취하지 않았다. 어릴 적에 가족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를 만들어 사용할 정도의 기찬 상상력, 어마어마한 독서량, 정밀한 철학적 논문 등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로 벼린 통찰력…. 그의 예술은 정신의 대륙붕에서 융기한 하나의 준봉이었을지도. 2층 전시실에 있는 ‘메모라빌리아’(Memorabilia)는 뉴욕 소호에 있었던 백남준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 재현한 공간이다. 백남준의 숨결이 선연히 느껴지는 공간이라 기억에 남겠다. 작품 관람을 마친 뒤엔 건물 뒤편을 굽이치는 산책로를 즐길 일이다. 돌을 바닥에 깔고 경사지의 곡면을 채웠으니 돌의 성채다. 구간은 짧지만 매우 아름다워 강렬하다.
- 2022-05-2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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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예술공원 “이곳은 자연 절반, 예술 절반”
- 안양시는 ‘공공예술의 도시’를 표방하며 개성과 위상을 돋우고 있다. 도시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갤러리로 가꾼다는 의도를 가지고 지역 곳곳에 예술을 흩뿌렸다. 안양예술공원은 그 센터이자 견고한 플랫폼이다.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할 만한 이 산속의 예술공원은 사실상 국내 초유의 야외 공공미술 실험장으로 등장해 선구적인 성취를 거두었다. 마음을 훌훌 털어놓기에 적당한 숲길 산책과 미술품 감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명소다. 안양문화예술재단 김연수 공공예술부장에게 작품 소개와 관람 방법을 들어봤다. “가장 중요한 작품은 관람 출발점인 알바루 시자의 ‘안양파빌리온’이다. 시자 특유의 미니멀리즘 건축 미학을 체험할 수 있는 이 건축물은 직선이 거의 없는 유선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연 채광 효과에 의한 빛과 음영의 변화, 곡선으로 처리한 내부 벽면이 야기하는 안락하고 부드러운 느낌 등에서도 시자 작품의 디테일과 문맥을 읽을 수 있다.” 공원에 산재한 미술품을 구경하다가 작품 ‘전망대’에 오르자 시야가 탁 트여 시원하더라. “네덜란드 작가 MVRDV의 설치 작품이다. 삼성산의 등고선을 기반으로 산의 구체적인 형태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예술에 자연을 극적으로 접목한 설치 작품이다.” 플라스틱 상자를 첩첩이 쌓아 만든 ‘안양 상자 집’은 어떤 의도로 만든 작품일까? 평범한 오브제로 독특한 대형 설치 작품을 조형했다는 점에선 기발했다. “불교적 상상력으로 만든 작품이다. 사원(寺院)을 형상화했다고 보면 되겠다. 겹쳐진 플라스틱 박스들의 틈새로 스며드는 빛의 효과를 통해 자연과 예술의 관계를 절묘하게 표출했다. 밤에는 내부에 밝힌 불빛이 밖으로 흘러나가 신성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는 독일 작가의 작품인데, 대량의 재활용 음료수 박스를 독일에서 직접 가져왔다. 한국의 박스는 빛의 투과율이 좋지 않아서다.” 순전한 예술로서의 작품 외에 실용성과 현장의 기능성을 추구한 작품들도 있어 이채롭다. 가령 앉아 쉴 수 있는 벤치 용도의 작품들이 그렇다. 이런 경향을 공공미술의 특징으로 보면 되나? “그렇다. 공공미술의 특징 중 하나인 공익성을 구현한 작품이 많다. 시민들이 산책하는 장소에 필요한 요소를 문제의식을 갖고 찾아내 보완하듯이 설치 작품으로 채워 넣은 것이다. 대형 작품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 역시 마찬가지 계열의 작품이다. 예술 작품이자 시민들의 통행로로 쓰이는 공간이니까.” 프랑스 작가의 작품 ‘발견’은 나무로 된 작고 허름한 원두막 형상이다. 이 작품은 시간 속에서 스러져 결국은 소멸할 것을 예감하고 만들었을까? “냇가 흙 속에 묻혀 있던 쉼터 용도의 원두막을 발굴, 약간의 구조 보강을 해 복원했다. 유원지였던 과거의 역사성을 담은 작품이며, 이런 경향 역시 공공미술의 특징이다. 공원의 작품들은 지속적으로 보수해 관리한다. 자연적으로 소멸되는 건 어쩔 수 없고.” 한결 효율적인 관람 방법이 있다면? “현재 코로나 상황이라 잠정 중단됐지만, 우리는 도슨트를 통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작품들에 대한 상세한 해설로 감상의 재미와 즐거움이 커지니까.” 도슨트의 해설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라는 얘기다. 그러나 소나무와 하늘과 구름까지 만끽할 수 있는 산속 야외 미술관이니 혼자라도 충분히 즐겁다.
- 2022-04-2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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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린 세라마이드, 롯데홈쇼핑서 '완판'
-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닥터린(Dr. Lean)의 먹는 세라마이드 영양제가 TV홈쇼핑 첫 론칭 방송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닥터린의 세라마이드 건강기능식품 ‘세라티크 세라마이드’는 식약처에서 피부 보습 기능성을 인정한 개별인정형 원료 세라티크를 주원료로 사용했다. 세라티크는 프랑스 남부 그라스 지역에서 재배된 단단한 밀에서 추출한 식물성 세라마이드 성분이다. 피부 장벽을 강화해 피부 속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만들어준다. 닥터린 측은 "롯데홈쇼핑에서 ‘세라티크 세라마이드’ 첫 방송을 14일 진행한 결과, 준비된 물량을 모두 매진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닥터린 관계자는 “세라티크세라마이드는제조과정에서화학부형제, 첨가물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아 더욱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이너뷰티 영양제”라며 “평소 피부 건조함이 심한 분들께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 2022-04-21 1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