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온전히 나로 사는 순간은 언제일까. 누군가의 딸, 아내, 엄마, 할머니… 삶의 대부분은 가족의 이름 뒤에 자신을 수식해왔다. 예순셋 나이에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난 후에야 ‘박영혜’라는 이름을 앞세우게 됐다. 홀로 우뚝 서 오롯이 자신을 마주한 뒤에야 깨달았다. 가족으로부터 놓여나는 것이 아닌, 가족 안에 놓여 있어야 ‘완전한’ 내가 된다는 것을.
박영혜 감독이 대중에 얼굴을 알린 건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였다. 아들인 배우 이태성과 손주 한승 군이 출연하며 덩달아 유명세를 탄 것이다. 한동안 ‘이태성 엄마’, ‘한승이 할머니’로 불리던 그는 영화감독 데뷔 소식과 함께 프로그램 패널을 하차했다. 당시 예순이 넘은 나이에 영화감독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지만, 이후 행보는 놀라웠다. 첫 작품 ‘짜장면 고맙습니다’가 50여 개 국내외 영화제 초청작 선정에 이어 40여 개에 달하는 트로피를 거머쥔 것. 개봉 후 영화의 성과를 공유한 박 감독의 SNS 프로필은 쉴 틈 없이 바뀌었고, 현재도 기록은 경신되고 있다. 데뷔작에 쏟아진 뜨거운 관심이 믿기지 않는다는 박 감독이다.
“꿈만 같은 일이 매일 벌어지고 있어요. 내 얘기가 아니라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주변에서 영화감독 ‘데뷔’했다고 말하는데, 그것도 실감이 안 나요. 마치 대단한 일을 해낸 듯 보이잖아요. 그저 ‘인생에서 또 하나의 경험을 했구나’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많이들 인정해주시고 호평해주셔서 조금씩 성과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아련히 피어오른 용기, 도전으로 불태우다
세간에는 박영혜 개인보다 누군가의 엄마, 할머니로 알려졌기에 그가 영화감독이 된 정황을 모르는 이가 많을 것이다. ‘짜장면 고맙습니다’는 신성훈 영화감독과의 공동 작업물이다. 신 감독이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 영화 관련 이력이 전무한, 그것도 어머니 연배인 박 감독에게 손을 내민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장애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실제 주인공인 최종만·정명숙 부부는 제가 오래전부터 봉사를 통해 인연을 이어왔는데요. 신 감독이 이분들의 사연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 제 역할이 필요하다더군요. 실화 소재 작품은 그 이야기에 관련된 사람이 스태프로 참여해야 진정성 있는 결과물이 나온다면서요. 이런저런 설명을 듣는데 마음속에 아련한 용기가 피어오르더라고요. ‘그래, 한번 해보자’ 하고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그전까지 영화감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꿈도 아니었어요.”
꿈꿔온 일은 아니라 했지만, 지나온 삶을 듣노라면 그리 불가능한 도전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본래 무용을 전공한 박 감독은 결혼 후엔 육아에 전념했다. 그러다 다시 전공을 살려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심각한 허리 통증 때문에 이내 그만두고 말았다. 크리스천인 그는 기도로 심신을 치유해나갔다. 차츰 종교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 박 감독은 ‘선교무용’을 접했다.
“단순히 찬양만 하는 게 아니라 무대 예술로 종교적 가르침을 전하는 활동이에요. 전공도 살릴 겸 한동안 선교무용을 하다가 손주가 태어나고 다시 육아의 길로 접어들었죠. 한승이 키우면서 구연동화랑 마술을 배웠는데, 정말 재미있어하더라고요. 내가 줄 수 있는 이 즐거움을 더 많은 아이들에게 선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마구마구’라는 매직아동극단을 만들었습니다. 마술 퍼포먼스에 동화 줄거리를 입혀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해나갔죠. 주로 장애아동 어린이집이나 복지시설 등에서 공연을 펼쳤는데, 아이들이 행복해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마구마구의 대표였던 박 감독은 무대를 올리기까지 전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극본을 위한 글쓰기부터 무대 연출, 음악 선정, 소품과 의상 준비 등을 직접 해내며 한땀 한땀 정성껏 공연을 완성시켰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해온 극단 활동은 영화감독이 되는 데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잠재된 능력에 그치지 않고 세상 밖으로 표출할 수 있었던 건 타고난 성향도 한몫했다. 차분한 외모와 달리 모험과 도전을 즐긴다는 그다.
“예전에 카세트 같은 게 고장 나면 무작정 드라이버 갖다가 뜯어봐야 직성이 풀렸어요. 밖에서 맛있는 거 먹고 오면 꼭 직접 만들어보고, 뭐든 새롭게 해보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심지어 난타 자격증도 있답니다.(웃음) 그렇게 무모한 제게도 영화감독은 크나큰 도전이었죠.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족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특히 남편의 격려에 용기가 많이 생겼어요.”
감독으로 인생 2막, 반쪽 가면이라도 즐거워
박 감독과의 인터뷰 중 현장 한쪽에 놓인 여러 가면이 눈에 들어왔다. 가면은 그리스어로 ‘페르소나’인데, 최근 여러 사회적 가면을 통해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현상을 일컬어 ‘멀티페르소나’라고 한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 할머니이자 이제는 영화감독이라는 새로운 가면을 얻게 된 그의 상황이 오버랩됐다. 박 감독 역시 공감했고, 이를 잘 드러낼 수 있는 가면을 소품 삼아 사진을 찍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가면을 고르라 주문하자, 반쪽짜리 가면이 그의 손에 들렸다.
“감독으로 데뷔했지만, 내가 아내이고 엄마이고 할머니라는 사실은 변함없어요. 평범한 주부로 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가정의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탈바꿈하는 건 쉽지 않죠. 저 말고도 인생 2막을 사는 많은 중년 여성이 그럴 거라고 봐요. 그런 점에서 아직은 온전히 변신할 수 없기에 반쪽 가면을 골랐어요. 그렇다고 서글픈 건 절대 아니에요. 박영혜 감독으로 내 이름이 타이틀이 되는 것도 의미 있지만, 태성이 엄마, 한승이 할머니라고 불리는 게 여전히 기분 좋고 행복하니까요. 또 그 모든 것이 합쳐졌을 때 완전한 ‘나’라고 볼 수 있고요.”
아직은 ‘감독’이라는 호칭이 어색하단다. 영화 촬영 초반만 해도 누군가 “박 감독님” 하고 부르면 자신인지 모르고 딴청을 피우곤 했다. 그런 그가 처음 자신의 새 가면을 체감한 건 영화 편집 막바지쯤이었다.
“시나리오 쓰고 촬영할 때만 해도 내가 감독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영상들이 하나둘 모이고 편집되면서 작품의 형체가 갖춰져가니 그나마 와 닿았죠. 나중에 최종본이 나왔을 때 집에서 가족끼리 첫 시사회를 했는데, 좀 더 실감 나더라고요. 그 후 영화관에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작품을 마주하니, 아 내가 감독이 되긴 했구나 싶었습니다.”
감독은 영화를 마중물로 관객과 소통한다. 대중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잘 보여주는 게 감독의 역할이자 재능이라 하겠다. ‘짜장면 고맙습니다’는 장애인 인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로맨스 장르로 풀어냈다. 박 감독은 장애인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더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실화가 바탕이긴 했지만, 장애인이 처한 상황이나 그들의 사랑을 어떤 기교나 과장 없이 진솔하게 담는 데 충실했다. 그의 노력과 진심은 다행히 관객들의 마음에도 닿을 수 있었다.
“부산가치봄영화제에서 배리어프리 영화(시·청각 등 장애와 무관하게 누구나 감상하도록 자막과 화면 해설 등을 더해 제작한 영화)로 상영했는데, 그날 장애인 관객이 많았어요. 영화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분들이 계시니 더 떨리더라고요. 유심히 살펴보니 상영하는 동안 같은 장면에서 함께 웃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동시에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어요. 당사자들이 공감하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게 뿌듯했죠. 상영을 마치고 한 관객께서 자신의 감상평을 시로 적어주셨는데 저 또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통한 소통의 즐거움이 이런 거구나 깨달았죠.”
후회보다는 차라리 실패가 낫다
관객이 적어준 시의 제목은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하여’다. 시에는 ‘누구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하여 세상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다. 인생 후반전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한 박 감독에게도 울림을 주는 내용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장애인을 비롯해 사회에 소외된 이웃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혹시 시니어 소재 영화를 만들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눈을 반짝이며 화답하는 박 감독이다.
“왜 없겠어요. 우리 중장년들이 어린 시절에 했던 놀이들 있잖아요.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자치기 등을 주제로 잡아 뭔가 해보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당장 영화까지는 무리이고, 짤막한 글들을 써두었다가 나중에 옴니버스(여러 에피소드를 한데 묶은 영화)나 시리즈로 연출해보면 어떨까 해요.”
첫 영화도 잘된 데다, 아이디어도 좋고 열정도 있다. 차기작 제안도 들어왔다. 모든 조건이 그를 감독의 삶으로 강하게 충동질하지만, 그는 오히려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체력 고갈.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 줄곧 말해왔지만, 젊은 스태프도 힘들어하는 영화 작업을 수개월간 매진하다보니 몸무게가 9kg이나 빠졌단다. 당분간은 외적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내면의 허기도 달래볼 계획이다.
“지금의 감독 박영혜를 있게 한 건 마구마구 극단 활동이 컸다고 봐요.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는데, 다시 시작해볼 참입니다. 영화감독으로 사람들에게 박수받는 것도 좋지만, 예전에 작은 무대에서 봉사하며 느낀 기쁨과는 맛이 또 다르더라고요. 뭔가 내 안의 깊은 곳부터 차오르는 게 느껴지죠. 그렇게 내적 에너지가 충만해져야 영화든 글이든 다시 꽃피울 수 있다 생각해요.”
서두르지 않고 한발 한발 꾸준히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박 감독. 그는 끝으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한 해가 저물어가네요. 연말이 오면 이런저런 후회가 들곤 하죠. 그런데 인생 말년에도 그런 후회가 들면 큰일이잖아요. 너무 나이에 연연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하고 싶다’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의 중간에 있으면 결국 아무 것도 못 하거든요. 과감하게 방향을 틀어보세요. 안 하면 후회할 거고, 해서 안 돼봐야 실패인데, 후회보다는 실패가 낫지 않을까요? 어느 쪽이 됐든 경험이라는 산물이 인생을 충만하게 해줄 테니까요. 용기를 내서 내년에는 꼭 도전하는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김치 없는 밥상을 상상할 수 없는 한국인에게 중요한 연례행사인 김장! 분주히 움직여도 꼬박 하루가 소요되는 고된 노동이다. 특히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요인이 많아 시니어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무리한 동작은 삼가고 스트레칭으로 건강한 김장철을 지내보자!
허리 들어 올리기(브리지)
약해진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스트레칭이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두 무릎을 세운다. 양발은 11자 골반 너비로 벌리고 양 손바닥으로 바닥을 지그시 누른다. 숨을 내쉬면서 엉덩이, 꼬리뼈, 척추 순으로 들어 올린다. 턱을 약간 당기고 복부 긴장을 유지하며 허벅지, 엉덩이, 허리가 일직선이 되도록 집중한다. 8초간 자세를 유지한다. 숨을 내쉬면서 척추, 꼬리뼈, 엉덩이 순으로 바닥에 닿도록 천천히 내린다. 총 10회 반복한다.
복근 강화 스트레칭
이 동작은 척추 움직임을 최소화해 부담을 줄이고 코어 근육인 복근을 강화해 척추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두 무릎을 세운다. 천천히 호흡하며 팔꿈치와 발등을 구부린 후 자세를 4초간 유지한다. 숨을 천천히 내쉬며 손발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머리, 팔, 발바닥으로 바닥을 눌러 8초간 자세를 유지한다. 골반을 배꼽 쪽으로 말아 올려 복부에 힘을 주고 허리로 바닥을 지그시 누른다. 처음 자세로 돌아가 총 10회 실시한다.
키오스크의 시대다. 은행의 ATM 기계, 공공기관의 무인 발급기, 영화관의 무인 발권기, 주차장 사전정산 키오스크, 쇼핑몰 내 공간 안내 키오스크 등 코로나19는 일상 곳곳에 사람 대신 기계를 놓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디지털 정보를 얻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생긴다는 점이다. 유니버설 키오스크가 등장한 배경이다.
2021년 통계청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4대 정보 취약계층(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국민(100% 기준)의 75.4%였다. 고령층은 69.1%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일반국민과의 디지털 격차가 30%나 벌어져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율을 보이고 있다. 205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위에 달할 전망이다. 디지털 격차로 인해 소외되는 인구가 세 번째로 많은 국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선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디지털 시대의 노년층 : 포용 혹은 소외’ 보고서에서 “경제적 빈곤과 디지털 활용 능력 부족 등으로 변화에서 소외된 노년층을 포함한 취약계층은 온라인 기반의 각종 서비스와 비대면 서비스에서도 제외되어 사회적으로 더욱 고립되고 있다”면서 “나이와 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ICT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노년층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요구와 능력을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ICT 유니버설 앞당긴 비대면 시대
빠른 고령화와 비대면 시대로 인한 디지털 가속화는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을 앞당겼다. 최근 강남구청, 강남구보건소, 동대문구청, 금천구청 등 행정기관과 국립고궁박물관, 한국문화재단 등 문화시설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설치되고 있다. 비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고령자, 아이, 휠체어 이용자, 외국인 등 말 그대로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키오스크다.
이 제품은 점자를 이용한 ‘닷 워치’와 ‘닷 패드’로 시각장애인들에게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다준 소셜 벤처 ‘닷’(dot)이 개발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인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주문용 키오스크, 길 안내용 키오스크, 박물관용 촉각 전시 키오스크 등으로 나뉜다. 고미숙 닷 커뮤니티 매니저는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정보 격차에 따른 디지털 소외계층이 더 많다는 걸 느껴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다가오면서 유니버설 키오스크는 빛을 발했다. 닷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에는 디지털 점자·촉각 패드가 있다. 음성 안내 버튼을 누르면 시각장애인도 스마트 키패드와 패드를 활용해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안내 서비스가 있으며, 외국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외국어를 지원한다.
키오스크와 같은 디지털 기기를 많이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을 위해 한눈에 잘 보이는 UI를 설계했고, 고령자를 위해 글자 크기를 키울 수 있는 돋보기 기능이 있다. 또한 휠체어를 탄 사람, 허리가 굽은 노인, 키가 작은 아이도 사용할 수 있도록 자동 높이 조절 기능이 있다. 아래에서 위로 화면을 올려다보았을 때 빛 반사로 화면이 잘 안 보이는 경우를 고려해 각도까지 반영했다.
이용자가 가고자 하는 위치까지 가는 길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화면과 함께 음성 내비게이션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부산교통공사의 의뢰를 받아 50개가 넘는 부산 역사 내에 설치할 키오스크를 설계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 꼭 필요한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들은 이 디자인을 통해 편리함을 가장 크게 느끼는 이들은 고령자라고 입을 모은다. 인구의 30%가 고령자인 세상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다가올 고령화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고미숙 매니저는 “키오스크 이용법을 몰라 헤매다가 뒤에 줄 선 사람들을 보고 눈치가 보여 물러나는 디지털 약자가 많다”면서 “고령자를 위해서는 음성 안내 기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음성 안내 버튼을 눌렀을 때 ‘오른쪽 위 OO 버튼을 누르세요’ 등 음성으로 이용법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음성 안내 기능이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더 친절한 키오스크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기능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고 매니저는 “요즘에는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려고 해도 이어폰을 꽂고 있거나 종교 권유 활동이라고 생각해 지나치는 사람이 많다”면서 “테이블에 앉아 태블릿으로 주문하는 식당도 늘어나고 있는데, ‘두 번 눌러주세요’, ‘메뉴 카테고리를 골라주세요’ 등의 안내 음성이 나오거나 누를 수 있는 키보드가 달린 터치패드 같은 형태라면 더 많은 이들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장은 김치 없는 밥상을 상상할 수 없는 한국인에겐 중요한 연례행사다.김장은 분주히 움직여도 꼬박 하루가 소요되는 고된 노동이다. 특히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요인이 많아 시니어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맘때쯤이면 김장을 한 뒤 허리 통증이 나타나 병원을 찾는 시니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김장은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에 주로 가정집 거실 바닥이나 베란다에서 진행한다. 바닥에 앉아 허리를 앞으로 구부린 채 일하면 서 있을 때보다 2~3배 이상의 하중이 허리에 전해진다. 이를 반복하며 장시간 무거운 배추나 김치통을 옮기다 보면 강한 압력과 부담이 척추 뼈와 뼈 사이 디스크(추간판)에 누적돼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시니어의 경우 척추 주변에서 뼈와 디스크를 지탱해주는 근육과 인대가 약하기 때문에 척추 손상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쌀쌀해진 날씨도 위험 요소다. 날씨가 추워지면 근육이 쉽게 경직돼 갑작스럽게 무거운 물건을 들어 무리할 경우 증상의 발생 빈도 및 강도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러한 척추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김장법을 몸에 익히는 것이 좋다. 김장은 준비된 재료들을 식탁 위에 얹어 가급적 허리를 꼿꼿하게 편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베란다나 야외에서 김장을 할 경우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어 낮은 온도로부터 척추를 보호하는 것을 추천한다.
무거운 배추나 김치통을 옮길 때는 바퀴 달린 도구를 이용하거나 여럿이 함께 드는 것이 좋으며, 김치 보관 시 작은 통에 여러 개로 나눠 담는 것이 무게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틈틈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척추의 긴장을 풀어주고, 김장이 끝난 후에는 무리한 움직임을 자제하며 따뜻한 물에 반신욕을 권장한다.
그럼에도 김장 후 허리 통증이 느껴진다면 간단한 자가진단을 통해 자신의 허리 건강 상태를 파악해볼 수 있다. △묵직하고 쑤시는 허리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통증이 허리에서 시작돼 엉덩이, 허벅지 및 종아리로 이어지고 땅기거나 저린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기침을 하면 허리가 울리며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허리디스크를 의심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된다면 조속히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한방에서는 허리디스크의 보존적 치료를 위해 침 치료와 추나요법, 한약 처방 등을 실시한다. 침 치료는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의 긴장 완화에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틀어진 척추의 위치를 올바르게 교정하는 추나요법, 뼈에 영양을 공급하고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특히 허리 통증에 대한 침 치료 효과는 연구 결과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허리 통증 환자가 침 치료를 받았을 때 요추 수술률이 36%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허리 통증 발생 후 일주일 내 침 치료를 받은 환자는 침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보다 수술률이 45% 낮았다. 보존적 치료가 수술률을 낮추는 중요한 대안이 되는 셈이다.
허리 통증이 극심한 급성 허리디스크 질환자의 경우 동작침법(MSAT)을 활용해 즉각적인 통증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동작침법은 한의사가 환도혈, 협척혈 등 척추 주변 주요 혈자리에 침을 놓은 상태에서 환자의 능동적·수동적 움직임을 유도해 통증을 줄이는 응급 침술이다. 자생척추관절연구소가 통증의학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학술지 ‘PAIN’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 치료를 받은 급성 허리디스크 환자들은 30분 만에 요통이 46%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진통제를 복용한 환자들의 통증 감소폭은 8.7%에 그쳤다.
김장은 김치를 통해 가족과 친척, 이웃과 정을 나누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다.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로 등재되며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할 인류의 유산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김장 문화를 지켜나감과 동시에 본인의 척추 건강도 지키기 위해 무리한 동작은 삼가고 건강한 김장철을 지내길 바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거동이 불편할수록 침대에 누워서 혹은 소파에 앉아서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러나 고령자 안전사고 발생 장소 1위는 ‘가정’이며, 집 안 낙상 사고의 절반은 ‘침실’과 ‘거실’에서 일어난다. 노인에게는 좀 더 친절한 가구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유니버설디자인 어르신 가구 가이드북’을 지자체 최초로 발간했다. 고령자의 특성과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가구는 낙상 등의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장애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침대와 소파 모두 앉았을 때 발이 바닥에 안정적으로 닿는지 확인해야 한다. 침대는 매트리스에 누웠을 때 허리가 뜨는 등의 불편함이 없고, 소파는 기댔을 때 등받이나 허리가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일어날 때 붙잡을 안전 손잡이, 밤에 화장실 갈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야간 보조등을 부착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면 좀 더 친절한 침대를 들일 수 있다. 소파의 경우 팔을 기대기 편하고, 일어설 때 붙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견고하고 미끄럽지 않은 소재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도록 하자. 또한 발 받침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지, 접이식 선반이 팔걸이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며 미끄럽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구매 전 침대 체크하기
① 침대 높이 ② 매트리스 ③ 하부 공간 ④ 안전 손잡이 ⑤ 밀림 방지 가드 ⑥ 헤드보드 ⑦ 침대 너비 ⑧ 수납 선반 ⑨ 안전 콘센트 ⑩ 야간 보조등
◇구매 전 소파 체크하기
① 소파 높이 ② 소파 깊이 ③ 편안한 각도 ④ 팔걸이 ⑤ 좌방석 너비 ⑥ 발 받침 ⑦ 머리 받침 ⑧ 접이식 선반
자료 출처 서울특별시 ebook (http://ebook.seoul.go.kr/Viewer/2UCXL84FS09J) / 재가공(원문 : 유니버설디자인 어르신 가구 가이드북)
김옥수(55) 씨는 남편을 도와 석재 일을 한다. 석재 일은 건설과 관련된 일로 여성이 일하기 힘들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그런 시선 속에서도 김 씨는 늘 꿋꿋하고 씩씩하다. 활력 넘치는 김옥수 씨는 “워낙 활동적이고 운동도 좋아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 김옥수 씨는 본격적으로 남편과 같이 일할 생각이다. 부부는 건설업 면허를 내려고 하는데, 대표자가 두 사람이기 때문에 두 개의 자격증이 필요했다. 남편은 석재와 관련된 자격증이 있으니, 김옥수 씨는 방수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마음먹었다.
김옥수 씨는 2년 전에 처음으로 방수기능사 자격증 취득에 도전했다. 남양주시에 거주 중인 김 씨는 “당시에는 인근에 건설학원이 없어서 서울까지 갔다. 그러나 시험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자격증 취득에 재도전했다. 마침 남양주시에 한국건설직업학원이 생긴 터였다.
약 한 달 한국건설직업학원에 다닌 김옥수 씨는 실기시험 연습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더운 여름에 시험을 봤어요. 잘 알려져 있듯이 허리도 아프고 시험 시간이 2시간을 넘기 때문에 많이 힘들더라고요. 땀 뻘뻘 흘리면서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오기를 갖고 시험을 봤습니다.”
결국 두 번째 도전에 성공, 7월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김옥수 씨는 방수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면서 도움을 받는 부분이 많고 뿌듯함을 느낀다.
“이번에 옥상 시공을 할 때 보니까 방수에서 배운 것과 방법이 비슷하더라고요. 옥상 방수를 할 때 두툼한 시트가 아닌 창호지처럼 얇은 것을 깔고 그 위에 방수액을 뿌리거든요. 이렇게 접목해가는 것이구나, 아는 만큼 보이는구나를 느꼈어요. 기분이 좋았습니다.”
요즘 김옥수 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방수기능사 전파자’로 활약 중이다. 방수기능사는 정년이 없기 때문에 은퇴하는 동년배 세대에게 추천하고 싶은 직업이다. 실제로 70대에도 현직에 계시는 분들을 종종 본다고.
“지금 제 주위를 보면 퇴직하는 사람이 많아요. 아직 젊은 나이인데 15년, 20년은 더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들한테 방수기능사를 권유하는 이유는 전문 기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1년이고 2년이고 쫓아다니면서 일을 배우고 경험을 쌓으면 전문가가 되고,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거죠.”
김옥수 씨는 남편 덕분에 건설 일을 하게 됐지만, 자신의 흥미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김 씨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한옥에 관심이 많아서 다음에는 목재나 목공 관련 자격증을 따보려고 한다”고 힘차게 말했다.
“친구들은 방수기능사를 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 아니냐고 물어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하죠. 전에는 먹고살기 위해 살았다면, 이제는 나를 위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고 말이죠. 사람이 쉰다고 가만히 있으면 돈도 못 벌고 더 병드는 법입니다. 그래서 움직이면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자고 많이 얘기합니다!”
방수기능사는 말 그대로 건축 구조물의 안전도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하도, 지붕, 벽, 욕조 등의 건축물에 방수 작업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특히 50대 이상 중장년 남녀에게 인기 좋은 직업으로 알려졌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앞으로의 전망과 함께 짚어봤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2022년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에 따르면, 방수기능사는 남녀 불문 50대 이상이 가장 많이 취득한 자격증이다. 방수기능사는 남성 여성 모두 가장 많이 취득한 자격증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남성은 5493명, 여성은 1491명이 취득했다. 남성과 여성이 선호하는 자격증 1~3위는 다르기 때문에 방수기능사는 중장년 남녀가 공통으로 선호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방수의 뜻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말 그대로다. 물이나 습기의 침입 또는 투과를 방지하는 일을 말한다. 방수기능사는 현장에서 건축 구조물의 지하층, 지붕, 실내 바닥, 벽체 모르타르, 아스팔트 등에 방수재를 바르거나 도포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최근 잦은 폭우로 관심이 높아진 방수기능사의 전망은 매우 밝다. ‘중장기 인력수급 수정 전망 2015~2025’(한국고용정보원, 2016)에서 미장공은 2015년 약 4만 4800명에서 2025년 약 4만 4000명으로 향후 10년간 800명(연평균 -0.2%) 정도 감소할 거라고 예상했다. 반면 방수기능사는 2015년 약 1만 2500명에서 2025년 약 1만 3300명으로 향후 10년간 800여 명(연평균 0.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2017년 이후 자격증 응시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건설 현장에 꼭 필요한 전문기술자격증이라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다. 특히 중장년층은 건설 일에 많이 종사해 자격증 취득 시 유리한 점이 많다.
실기시험만 보고 자격증 취득 가능
방수기능사는 국가기술자격증으로, 1년에 4회 시험을 실시한다. 자격 연령에 제한이 없으며, 무엇보다 필기시험 없이 실기시험만 진행해 중장년층에게 선호도가 높다. 그러나 실기시험이 결코 쉽지 않아 학원을 다니며 전문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 전문 강사의 지도에 따라 최소 3번의 연습을 할 것을 추천한다.
방수기능사 실기시험에서는 각종 방수공사 작업 준비와 함께 시멘트 모르타르 방수, 시트 방수, 도막 방수, 실링 방수 등 공업의 시공에 대해 평가한다. 또한 모르타르 바르기 및 보호재 부착을 통해 보호층을 시공할 수 있는지도 검증한다.
시험 문제는 ‘주어진 가설물에 아래의 조건에 따라 도면과 같이 개량 아스팔트 시트 방수 작업을 하시오’라고 나온다. 시험 시간은 2시간 10분으로 130분이다. 긴 시간으로 생각되지만 1평이 넘는 가설물에 혼자서 시트 방수를 하는 작업을 수행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작품이 미완성되면 실격 처리되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또한 중장년층은 계속 앉은 상태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허리와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평소 체력 관리를 해두는 것이 좋다.
방수기능사 실기시험은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받으면 합격이다. 그러나 실격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작품 미완성’은 실격 처리 대상이다.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사항은 ‘안전화, 안전모 중 일부라도 미지참한 경우’다. 반드시 시험 현장에 자신의 안전화와 안전모를 지참해야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또한 ‘방수 성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작품’도 실격 처리된다. 특히 올해 기준이 더욱 엄격해졌기 때문에 이를 인지해야 한다. 평가 기준을 보면 방수 치수에 대해 오차를 ±30mm까지 허용한다. 그러나 벽체 상부 아스팔트 펠트지 바탕노출 치수 오차는 ±20mm까지만 허용한다. ±30mm에서 ±20mm로 변경된 사항이니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중장년 취업 허와 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격증 취득에 연령 제한이 없고, 방수기능사라는 직업은 정년이 없다는 점이 중장년층에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안정적인 보수를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시중에선 방수기능사로 취업하면 월 평균 250만 원 정도 벌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방수기능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아니며, 이 자격증만으로는 구직이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방수공으로 2~3년 경력을 쌓은 후, 보일러 자격증, 배관 자격증, 전기 자격증 등을 따서 보일러 시공 및 유지보수 개인영업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남양주시 N+생활기술학교와 함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 남양주 한국건설직업학원의 김효미 실장도 “방수기능사 자격증 취득으로 방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실무에서는 시트 방수(자격증 시험 과제) 외의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적응하기까지는 실무 경력이 필요하다”면서 “끈기와 목표를 갖고 계속해서 일하면 전망은 매우 밝다고 생각한다”고 비슷한 골자의 조언을 전했다.
더불어 김 실장은 “자격증을 취득하면 곧바로 건설현장관리인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현장관리인으로 일할 수 있다. 또한 방수기능사 자격증은 건설업 신규 면허등록을 위한 자격증으로 사용할 수 있고, 건설기술자 초급수첩 발급에도 이용할 수 있어 중장년층에게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초록으로 꽉 찬 산기슭이다. 널따란 농장 사방에 온갖 나무들이 길차게 자라 수려하다. 터의 가장자리로는 맑은 도랑물이 흐른다. 살짝 높은 지대다. 그래 세찬 골바람이 농장을 후려칠 일이 잦을 것 같지만 산의 품에 새 둥지처럼 깃들어 끄떡없다. 경관도 안전성도 결함이 없는 입지다. 적막감마저 깊으니 온갖 꿍꿍이와 아귀다툼으로 소란한 속세를 잊고 오붓하게 은거할 만한 피안(彼岸). 그러나 농장주 김기완(75, 평달교육농장)은 은거에 관심 없다. 가만히 눌러앉아 ‘멍 때리기’로 소일하는 건 도대체 그의 적성에 맞지 않다. 차라리 일벌레다. 해 뜨기 전부터 농장 일을 시작하는 식의 습성을 고수해 볼 것 많고 즐길 것 많은 체험교육농장을 꾸려 끌고 왔으니까.
김기완이 서울을 벗어나 이곳 충북 옥천군 산골짝에서 새로운 삶을 구가한 지 어언 20여 년. 귀농 왕고참이다. 그러니 얻은 경험이 많다. 덩달아 견해도 많다. 그가 지닌 견해의 요점을 미리 말하자면, 귀농이든 귀촌이든 귀향이든 시골에 넘실거리는 자연과 깊은 친선 관계를 맺을수록 삶의 품질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즉 그는 자연과 더불어 여생을 한바탕 재미있게 살아보겠다는 용무를 가지고 고향 산골로 이주했던 거다. 그리고 그 용무를 이미 완수했다는 게 그의 자평이다.
김기완은 서울에서 건축자재상을 해 기반을 야무지게 다졌다. 고향에서의 성장기는 곤궁하기 그지없었다지. 또래 연배들이 흔히 그랬듯 생일에나 겨우 미역국에 쌀밥을 얻어먹을 수 있는 형편이었다. 그 얄궂은 운명의 횡포에 저항하기 위해 그는 15세에 상경,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밥을 벌었다. 도둑질 말고는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지경으로 서울이라는 정글을 바지런히 누빈 결과 중년 즈음엔 어엿한 자수성가의 본을 이룰 수 있었다.
취미 하나 가질 겨를 없이, 돈 한 푼 허투루 쓴 일 없이 오직 경제적 기반을 잡기 위해 천신만고와 맞붙어 싸운 덕분이었다. 피땀을 쏟아 목표로 삼았던 산정에 올랐던 것. 산꼭대기에 오르면 비로소 산 아래가 훤히 보인다. 징글징글한 가난의 기억이 싫어 아예 잊었거나 잊어버리고 싶었던 고향의 산천과 풍정이 사물사물 가슴으로 스며든다. 그렇게 향수가 소리 소문 없이 그를 방문했다. 몹시 지독한 그리움으로 끙끙 앓았던 것 같다. 이제 가야 할 곳은 고향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마치 연어가 모천으로 회귀하듯이 그는 흔쾌히 낙향했다.
“귀향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거라는 얘기를 하더라. 출세한 사람은 제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현실을 떠나지 못하고, 망한 사람은 창피해서 못 내려간다는 것이다. 나는 귀향할 수밖에 없었다. 진달래꽃을 따 먹고 도랑에서 가재를 잡았던 고향이 너무도 그리웠으니까. 언젠가는 내려가겠어, 기어이 고향에서 살겠어, 그렇게 오랫동안 벼른 끝에 드디어 귀향했던 거다.”
객지보다 오히려 심적 부담이 클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가급적 고향을 피해 귀농하는 게 좋다는 얘기도 있던데.
“처신하기 나름이다. 나도 처음엔 텃세 비슷한 걸 겪었다. 그러나 아량으로 포용하면 마찰이 생길 리 없거니와, 아하 이게 바로 고향 좋다는 거구나, 그렇게 안도할 만한 일은 더 많이 벌어진다.”
처음엔 혼자 내려왔다지? 부인은 서울에 머물고. 귀향 문제를 놓고 부부간에 이견이 있었나?
“한창 일할 54세에 무슨 귀향? 아내는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 이른 은퇴라 봤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일에서 스스로 퇴직시키고 귀향을 결심한 터라 혼자서라도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가장으로서 할 역할을 다했는데 망설일 게 뭐란 말인가. 게다가 뭔가에 수틀려 ‘자연인’처럼 살겠다는 것도 아니니 보류할 이유가 없었다.”
‘나 홀로 귀농’으로 부부 사이에 금이 가는 경우도 있더라.
“난 성격상 매사 치밀하게 숙고해서 최선책을 찾은 뒤에 움직인다. 아내를 전적으로 존중하는 버릇도 있다. 따라서 아내와 억지 동행을 하는 대신 일단 내가 먼저 내려가서 아내를 맞이할 준비를 해두겠다는 쪽으로 일을 구상했다. 나 먼저 내려가겠으니 당신은 마음 내킬 때 천천히 내려오시오! 아내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다.”
그토록 합리적인 처신을 하다니. 그렇더라도 부인이 마침내 내려올 거라 장담하긴 어려웠겠지? 세상의 아내들 대부분이 시골 생활에 호감을 갖지 않으니까.
“아내의 마음에 쏙 들게 터전을 가꾸는 게 관건이라 봤다. 이건 새들의 행태에서 얻은 힌트다. 어느 날 TV에 수컷 새가 암컷 새를 유혹하기 위해 근사한 둥지를 짓는 장면이 나오더라. 죽기 살기로 멋진 집을 지어 마침내 마음에 드는 암컷을 짝으로 끌어들이더라고. 아, 바로 저거다! 농장을 제대로 꾸며놓으면 아내가 제 발로 내려올 거라는 생각을 한 건데 이건 적중했다.(웃음)”
화재로 공들여 지은 집을 잃기도
김기완이 귀향을 해 홀로 산골에서 보낸 세월은 자그마치 6년. 고독한 독신남도 아니면서, 끈 떨어진 홀아비도 아니면서 6년을 외롭게 정진했다. 정진? 아내를 한시 빨리 불러들이겠다는 생각 하나에 쏠린 채 오로지 농장 구축에 전념했으니 말 그대로 정진이며, 심지어 득도를 목표로 삼은 고행에 맞먹을 고달픈 행진이었을 게다. 술이나 담배는 애당초 입에 붙이질 않았으니 근로가 주 종목이었다. 터는 넓어도 겁나게 넓어 처음 사들인 1만 평에 나중에 사들인 것까지 도합 3만 5000평이나 된다. 허리 휠 신역이 자심했을 테다. 그러나 즐겁더란다. 매번 성취감을 맛보며 피곤하지 않더란다. 허풍이 아닌 게, 그는 스스로 기꺼이 뛰어든 일엔 뭐든 툴툴거리거나 남몰래 돌아앉아 한숨을 토해내는 나약한 성향의 소유자가 아니다. 요컨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처럼 행복한 게 없다’는 인생의 공리를 그는 몸소 실행하는 기쁨을 맛봤던 것 같다. 그는 결국 체험교육농장의 틀을 완비하기에 이르렀고, 마침내 아내가 합류했다. 아내를 각별히 사로잡은 건 김기완이 손수 밑그림을 그려 지은 살림집이었다.
“아내를 위해 지은 크고 보기 좋은 캐나다식 2층 목조주택이었다. 차를 좋아하는 아내를 배려해 다실까지 만들었다. 암컷 새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의도가 가미된 집이었다.(웃음) 나중에 그 집이 누전 화재로 잿더미가 되고 말았지만.”
다시 지은 집 역시 2층으로 매우 크다. 굳이 커다란 집을 지은 이유가 있겠지?
“자식들이나 친지들이 방문할 경우 편히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새집은 다시는 불이 나지 않게끔 나름의 대안을 가지고 지었다. 건물 골조를 불에 약한 목재 대신 콘크리트로 세웠고, 외벽도 불에 강한 벽돌을 마감재로 썼다. 지붕 역시 구리 자재를 도입해 화재를 단속하고자 했다. 팔각형 구조로 방들을 배치한 것도 만약의 화재 대비에 가장 뛰어나다고 판단해서였다. 이 모든 구조는 화재의 충격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어 동원한 방책이다.”
교육농장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당시 농업의 새로운 트렌드가 교육농장이었다. 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갖가지 농사 체험과 놀이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는 게 교육농장이다. 이건 부부가 함께 즐기며 일할 수 있는 괜찮은 분야라 판단했다. 하지만 운영이 힘들더라. 관내에 폐교되는 학교가 속출하고,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지금까지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운영난을 타개하기 위해선 방향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닐까?
“그냥 이대로 갈 참이다. 난 귀농을 통해 농업 현실을 다각도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귀농으로, 농사로 돈 벌기 어렵다는 걸 주변 농가들의 실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거다. 가끔 귀농 강의를 할 때면 빼먹지 않고 하는 얘기가 있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삼은 귀농은 위험하다는 걸, 돈을 벌려면 도시가 훨씬 낫다는 걸 말해줘야 하는 것이지.”
현실이 그럼에도 당신은 태연하다.
“난 서울에서 실로 열심히 일했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는 신념 하나로 살았다. 덕분에 먹고사는 데엔 전혀 지장이 없다. 한편 아이들과 어울리는 농장 생활은 본질적으로 가치가 있고 재미가 있다. 운영은 부실하지만 불만이나 불안은 없다. 농장 잔디밭에서 깔깔거리며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석처럼 아름답더라. 뜰에 심은 나무들이 자라는 걸 바라보며 자연의 순리와 교감하는 순간 역시 행복하다. 여기에서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래서 그냥 이대로 지속하기로 했다.”
어라! 개와 멧돼지가 어울리더라
손에 쥔 것 없이 귀농했다면, 경제적 불확실성이 컸다면 김기완의 양상은 달랐으리라. 다시 말해 그는 충분히 자족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농업으로 더 이상의 부를 확장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냉철한 인식도 현실을 긍정하게 하는 배경이 됐을 테다. 즉 그는 오랫동안 삶의 주된 이슈였던 경제문제에서 벗어나, 이젠 자신과 아내의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 쪽으로 날랜 머리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자연이라는 막대한 매력 덩어리를 내면에 들여놓을 경우 행복을 거머쥐기가 더 쉽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했다.
“단언하건대 인간관계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도시 생활의 유일한 탈출구는 시골이다. 정신마저 피폐해지는 과도한 인적 관계에서 자연과의 관계로 무게중심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괴롭고 복잡한 삶에서 해방돼 자연과 소통하며, 생명 가진 것들을 존중하면서 한적하게 지내는 일보다 다행스러운 게 있을까?”
이른바 태평농법으로 농사를 한다지? 이건 자연을 존중하는 방식의 하나인가?
“사람과 농작물이 싸우지 않고 서로 태평하게 공존하는 게 옳다는 생각에서 해온 농법이다. 농장에서 문득문득 깨닫는 게 많다. 내가 멧돼지를 퇴치하기 위해 개를 기른다. 그런데 가만 보니 개와 멧돼지가 어울려 놀더라고. 이거 재미있지 않나? 아, 저게 자연의 이치구나. 멧돼지 역시 원래 이 터전의 주민이었구나. 그런 값진 성찰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생의 참다운 진수는 노경(老境)에 구현된다는 얘기가 있다. 황혼길을 걸어가는 당신의 초상이 어떤 것이길 바라나?
“문전박대를 당하더라도 술 한잔 마시고 시 한 수 읊으며 홀연히 떠나가는 김삿갓의 풍모를 선망한다. 이건 욕심을 다 내려놔야 가능한 경지지만.”
그의 얘기는 자주 럭비공처럼 튀어 핵심에서 이탈했다. 이 역시 그가 보유한 생태 경관일 텐데, 반짝이는 뼈가 들어 있는 말이 드물지 않아 지루하진 않았다.
◆김기완이 주는 귀농 Tip◆
•농토를 구입할 경우 2년쯤은 벼르며 판단하라. 값이 싸다고 덜컥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정이 가는 농토를 구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내 공간이 된다.
•맹지 매물을 소개하면서 ‘차후 잘 협의하면 길을 낼 수 있다’는 부동산 중개인의 말을 믿지 마라. 매입 후 곤욕을 치르기 십상이니까.
•귀농 이전에 밑그림을 충실하게 구상하자. 목표 설정을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어서다.
•가급적 전답, 산, 냇물과 동시에 접한 토지를 사라. 그래야 활용도와 생산성이 높아진다.
•국유림과 접한 농토는 이상적이다. 불필요한 개발 행위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한결 안정적인 농사를 할 수 있어서다.
‘서울시 양육자 생활 실태 및 정책 수요 조사’(0~12세 자녀를 키우는 서울시민 2005명 대상)에 따르면,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의 84.7%가 돌봄 기관을 이용해도 추가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맞벌이 가구의 주요 돌봄 조력자(중복 응답)는 ‘조부모·기타 친족·이웃’(영유아기 56.9%, 초등기 41.7%)이 가장 많았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조부모’라는 의미다. 인생 2막을 손주 육아로 시작하는 중장년이 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와 각 가족, 그리고 조부모 사이에서 황혼육아는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을까?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돌봐요
성역할이 뚜렷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가정을 이루고 꾸리는 데 남녀 역할이 따로 없다.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전국 4490가구, 8358명 대상)를 살펴보면 한국 사회의 고정관념이 완화되고 있다. ‘가족의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에 동의하는 비율은 42.1%에서 29.9%로 떨어졌다.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에 대한 동의 비율은 17.4%로, 6년 전 2016년의 53.8%에 비해 큰 감소세다.
이러한 흐름은 조부모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경기, 인천 거주 만 55세 이상 황혼육아 조부모 302명을 대상으로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한 ‘2022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황혼육아 실태조사’에 따르면, 5명 중 1명은 할아버지가 손주 육아를 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전히 여성이 아이 돌봄 노동을 대부분 부담하고 있지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더욱 스마트해진 조부모
과거에는 부모가 자녀를 어떤 방식으로 돌볼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양육의 주체가 부모였다는 의미다. 그러나 세대를 거듭할수록 아이의 발달 상태와 성향에 따른 맞춤형 육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조부모 역시 관련 교육을 수강하거나 책, TV 등을 통해 ‘요즘 육아’를 공부하는 데 힘쓰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해진 할머니, 할아버지가 온라인을 통해 육아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추세다.
‘2022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황혼육아 실태조사’에서도 유튜브나 SNS 등 온라인을 활용해 육아 정보를 얻는다는 조부모가 대부분(72.7%)이었다. 최근 인기 있는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 같은 TV 프로그램을 찾아본다는 이는 48.6%에 달했다. 잡지나 책 등 인쇄 매체를 이용한 정보 습득은 30.9%로 나타났다(복수 응답).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는 “손주 돌봄은 부모와 조부모의 화합이 중요하다”며 “서로 양육관의 차이를 이해하고, 손주 육아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주의 ‘부모’가 아닌 ‘조부모’임을 잊지 않아야 하며 아이의 안전, 식사, 수면 등 최소한의 역할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손주 사랑도 통 크게!
현재 조부모가 된 베이비부머 세대는 구매력이 막강하다. 과거의 조부모 세대와 달리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스포츠 등 야외 활동을 즐긴다. 2020년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소비자 정책 동향에 따르면, 고령 소비자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1가구당 평균 387만 원으로 전체 소비자 월평균 소득의 약 66.5%에 이른다. 지출 역시 약 261만 원으로 평균 가구원 수를 감안할 때 전체 소비자의 82.4%에 이르는 수치다.
고령자 세대에 새로 편입한 조부모들은 스스로가 활동적인 소비 주체임을 인지하고 있으며, 특유의 강력한 구매력으로 손주에게 지출을 아끼지 않는 모양새다. 장난감 시장의 ‘큰손’ 역시 조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옥션이 2018년 장난감·교육 완구·인형 등 어린이날 대표 선물 품목에 대한 연령별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50~60대 구매량이 3년 전보다 품목별로 최대 2배 이상 증가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어린이날을 앞둔 4월 한 달 동안 장난감 전체 품목에 대한 50~60대 구매량 또한 2015년 대비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구매 신장률이 74%로 가장 높았고, 50대가 41%로 뒤를 이었다.
사랑하는 마음 못 따라가는 체력
자녀를 돕기 위해 손주를 맡아주는 일이 늘면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질환, 이른바 ‘손주병’을 호소하는 조부모도 증가했다. 이미 한 번 육아를 경험했기 때문에 손주를 돌보는 데 능숙할 수는 있지만, 자녀를 기르던 당시와는 달리 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있을 터. 황혼기에 접어드는 조부모는 육아 과정에서 아이를 안고 눕히는 등의 행동을 반복하며 손목 부위의 힘줄과 신경에 자극을 받아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손목 스트레칭과 보호대 착용 등의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더불어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안고 있는 자세는 척추에 부담이 된다. 허리를 숙이는 동작만으로도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에 평소보다 2.5배에 달하는 압력이 전달된다. 여기에 10kg 이상 되는 아이를 업고 있다면 하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인혁 부천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은 “가벼운 스트레칭을 통해 무릎을 깨워주고, 연골에 좋은 음식 및 영양제를 챙기면 더욱 좋다”며 “한방에서는 연골 보호를 위한 약재로 모과를 쓰는데, 이는 무릎 연골 보호 및 뼈 건강, 근육통 완화에 효과를 보인다”고 조언했다.
| 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4부작 |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영화 ‘토이 스토리’는 살아 있는 장난감과 소년의 우정을 그린다. 우리에게도 영화처럼 장난감을 진짜 친구라 여긴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동심을 간직한 덕분일까. 어른들은 고장 난 장난감을 버리면서도 아이가 실망할까봐 “장난감이 아파서 병원 갔다”는 식의 말을 종종 꾸며낸다. 그리고 그 하얀 거짓말을 참으로 만들려는 이가 있다. 김종일(77) 키니스장난감병원 이사장이다.
1만 시간의 법칙. 어떤 분야의 베테랑이 되려면 최소 1만 시간을 투자하라는 얘기다. 이 시간을 채우기까진 대략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장난감병원 ‘키니스’가 문을 연 지도 어느덧 만 11년이 흘렀다. 최초가 된다는 건 꽤 그럴싸하지만, 따지고 보면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이기에 외롭고 험난하다. 이럴 땐 함께 걸어갈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10여 년 전 장난감병원 설립을 앞둔 김종일 이사장에게도 뜻을 나눌 동료가 필요했다.
“인하대 금속공학과 교수를 지냈는데, 일찍부터 은퇴 후를 고민했어요. 내가 가진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죠. 그러다 지금의 장난감병원을 떠올렸는데, 혼자서는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장난감은 건전지로 작동하는 게 많아요. 애들이 실수로 떨어뜨리거나 음료를 흘리면 쉽게 고장 나 버리죠. 이걸 고치려면 전자 신호나 회로를 읽을 줄 알아야 하거든요. 일단 주변에 알고 지내던 동료 교수들이랑 전자업체 연구원들에게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고맙게도 대부분 흔쾌히 승낙해줬어요. 덕분에 은퇴 후 바로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죠.”
그렇게 지원군이 모이자, 김종일 이사장은 사비 3000만 원을 들여 비영리 민간단체 키니스장난감병원을 설립했다. 그를 비롯해 함께하는 이들 모두 봉사하는 마음으로 무보수 재능기부를 택했다. 선한 마음으로 모인 이곳 사람들은 서로를 ‘박사’라 부른다. 대부분 60~70대로 본업이 박사인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장난감 박사’라는 뜻으로 통한다.
“돈 받는 일도 아닌데 다들 사명을 갖고 임해주니 감사하죠. 초창기부터 함께해온 분들은 정말이지 대한민국 최고의 장난감 박사라 자부할 수 있어요. 장난감 수리 쪽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열심히 연구해온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 겁니다.(웃음)”
사연 안고 입원하는 장난감 환자들
키니스장난감병원을 방문하려면 먼저 온라인 진료실에서 ‘입원 치료 의뢰서’를 작성해야 한다. 김 이사장은 의뢰서에 올린 사진과 사연을 보고, 70% 이상의 치료 확률이 있을 때 입원 결정을 내린다. 치료가 안 됐을 경우 오히려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실망감을 줄 수 있기에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이다. 물론 희박한 성공 확률에도 의뢰자가 원한다면 치료를 시도해보는 편이다. 이렇게 입원하는 장난감이 매년 1만 개에 달한다. 이 많은 장난감을 박사 6~7명이 고쳐내려니 종일 허리 펼 새도 없이 치료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또 전국 각지에서 택배로 들어오는 장난감들도 60대 후반인 막내 박사가 송장 붙이기부터 포장까지 도맡아 해낸다. 인터뷰 당일에도 실시간으로 방문객과 택배 박스가 정신없이 오갔다. 봉사가 아닌 혹사에 가까운 업무량이지만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박사들의 손은 바삐 움직였다.
“장난감마다 사연이 있잖아요. 특히 돌 전 아이들 장난감 중에는 모빌이 가장 많이 들어와요. 그맘때는 엄마들이 온종일 애랑 붙어 있는데, 그나마 모빌이라도 틀어줘야 엄마도 밥 먹고 쉬거든요. 근데 그게 고장 났으니 얼마나 쩔쩔매겠어요. 또 애착하던 장난감이 없어서 잠 못 잔다는 아이들도 있고, 이런저런 사연 떠올리면 얼른 잘 치료해줘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일반적인 가전제품과 달리 아이들 물건의 경우 다소 허술하게 만들어져 고치기 난해한 게 많다고. 키니스에서는 택배비 외의 비용을 따로 받지 않는데, 치료를 위해 부품을 새로 사거나 박사들이 직접 만들어 사용할 때도 있다. 이렇게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도 고쳐지지 않는 장난감은 나오게 마련. 간혹 고장 난 제품을 그대로 다시 받은 고객들은 불평불만을 쏟아내기도 한단다.
“가끔 장난감이 안 고쳐졌다거나 더 고장 나서 왔다면서 안 좋은 후기를 남기는 분들도 있죠. 우리 박사들은 실명제로 일하는데, 자기가 치료한 장난감이면 글만 봐도 다들 알 수밖에 없거든요. 참 속상하고, 어떨 땐 상처도 받아요. 치료가 잘 안 됐을 때 슬퍼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우리도 마음이 안 좋습니다. 그러니 그런 부분은 조금만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장난감 잘 고쳐줘서 고맙다는 반응이 더 많습니다. 아이가 장난감 가지고 노는 사진도 자주 올라오고, 고사리손으로 감사 인사를 적어 보내는 꼬마 손님들도 있고요. 그럴 때 정말 즐겁고 보람을 느낍니다.”
고장 난 장난감, 기부로 환골탈태
아픈 장난감 치료와 더불어 키니스의 주요 활동은 나눔이다. 설립 이래 해마다 저소득층 가정을 비롯해 보육기관, 장애인 시설, 치매센터(어르신들의 인지력 향상에 장난감을 활용) 등 곳곳에 1000여 개의 장난감을 기부해왔다. 특히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는 절대 거르는 법이 없다고. 보내는 물품의 일부는 다른 곳에서 기부한 고장 난 장난감이다. 물론 박사들이 성심껏 치료한 후 전달한다. 키니스장난감병원 맞은편에는 ‘아나바다 본부’가 있다. 익히 아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를 실천하기 위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기증받은 장난감들을 전시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자신의 장난감과 교환해 갈 수 있다. 미래에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을 생각하며 자원을 아끼고자 고안해낸 방법이다.
“아이를 키워본 분들은 잘 알겠지만, 성장 시기마다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계속 바뀝니다. 아이들이 쉽게 질려 하기도 하죠. 또 얼마 안 하는 장난감은 조금만 고장 나도 쉽게 버리더군요. 그렇게 계속 새 장난감을 사주면 돈도 들지만 자원 낭비가 심하잖아요. 그러니 가급적 쓸 만한 것들은 고쳐 쓰고 바꿔 쓰고 하자는 거죠. 아이들에게도 환경을 생각하자는 차원에서 그런 부분을 일러주고 함께 실천하면 좋은 교육이 되지 않을까 해요.”
비슷한 취지로 최근 지역마다 장난감을 대여해주는 곳이 적잖이 생겨났다. 일정 기간 단위로 회비를 내거나 보증금을 내면 무료로 장난감을 빌려주는 식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들에게 다양한 장난감을 경험하게 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물론 이 역시 훌륭한 서비스지만, 김 이사장은 아쉬운 부분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이 일을 하면서 경험해보니 장난감은 고장 안 나기가 힘들어요. 아기들은 물고 빨고 던지면서 놀잖아요. 조금 큰 아이들도 먹다가 음식물을 흘린다거나 실수로 떨어뜨려서 망가지기 일쑤죠. 그런데 대부분 대여점의 정책을 보면 장난감이 고장 났을 때 수리비 명목의 비용을 내야 하더라고요. 키니스에 장난감 맡기는 분 중에도 대여점에서 빌린 게 고장 나서 갖고 오신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우리도 못 고치면 그만큼 돈이 나갈 테죠. 그러다 보니 엄마들도 애들한테 맘껏 갖고 놀게 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더군요. 또 장난감에 애착이 생겼는데 반납한다고 하면 아이가 슬퍼하고 실망할 거 아녜요. 그런 점들이 좀 아쉽게 느껴집니다.”
은퇴 후 장난감 박사를 추천합니다
최근 키니스는 인천광역시 고령사회대응센터와 함께 ‘장난감 수리 전문가 양성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장난감 박사가 되기 위한 교육인데, 이를 통해 양성된 인력은 인천 무료 장난감 대여소에서 장난감 수리 전문가로 활동한다. 지난해에는 인천시노인인력개발센터와 ‘장난감 척척박사 사업 활성화와 맞춤형 일자리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이러한 인력을 전국의 장난감 대여소에 배치한다면 앞서 언급한 수리비 부담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아울러 그 어느 세대보다 은퇴 이후 중장년들이 장난감 박사로 함께 해주길 바라고 있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초반에는 공구랑 장비 마련한다고 사비를 많이 썼어요. 또 그때만 해도 박사님들 경험이 부족하니 기술도 지금만 못했고요. 요즘은 여기저기서 후원도 꽤 들어오고, 우리만의 노하우도 웬만큼 쌓였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우리 일을 권할 만한 좋은 여건을 만들었다고 봐요. 간혹 기술 없다고 주저하는 분들도 있는데, 와서 익히면 되니 큰 문제는 아녜요. 중요한 건 ‘봉사하려는 마음’ 그게 얼마나 진심인가죠. 게다가 나도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데 뒤를 이을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나처럼 너무 나이 든 노인은 좀 그렇고(웃음) 60대 후반이면 딱 좋겠어요.”
인터뷰 말미 여생의 목표에 대한 질문을 앞두고 있을 때 한 꼬마 손님이 찾아왔다. 장난감이 잘 치료되어 기분 좋은지 껑충껑충 뛰며 병원 문을 나서려는데, 김 이사장이 황급히 무언가를 챙겨 아이에게 다가갔다. 막대사탕이었다. 손님은 물론이고 이곳을 지나는 아이들을 보면 과자든 풍선이든 꼭 뭔가 하나를 쥐어 보내야 직성이 풀린단다. 사탕을 받아 들고 신이 난 꼬마를 보는 김 이사장의 얼굴에 너그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의 표정에서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쉬이 유추할 수 있었다. 이내 예상 답안이 흘러나왔다.
“내 힘이 닿는 한 계속해서 아이들을 위해 장난감을 고칠 겁니다. 이렇게 매일 뜻밖의 동심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지금처럼 다른 욕심 없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 해요. 아, 욕심나는 타이틀이 하나 있긴 한데요(웃음). 어린이날 창시자 방정환 선생처럼, 먼 훗날 어린이를 위한 최초의 장난감병원 설립자로 기억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어요. 그만큼 키니스가 오래오래 아이들 곁에 함께하길 바란다는 뜻이고요. 그게 제가 미래 세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자, 제 인생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