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자생한방병원이 경로의 달을 노인 척추∙관절 건강관리를 위해 한방 의료봉사에 나섰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정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된 이번 한방 의료봉사는 지난 13일 노인 4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최근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물가 상승 등의 여파로 생활이 어려워진 노인들의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고자 마련된 자리다. 박무진 분당자생한방병원 한의사를 비롯한 의료진 및 임직원들은 진료소를 찾은 노인들의 현재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증상에 따른 침치료를 진행했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는 노인들의 근골격계 질환이 실제로 심해지는 시기다. 낮은 온도에 척추∙관절 주변 근육과 인대가 수축하고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쉽게 무리가 오고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체온이 떨어질 경우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날 봉사에서는 건강 상담 및 침 치료와 더불어 환자 체질에 맞는 한약도 처방됐다. 분당자생한방병원은 근골격계 질환 치료 한약과 함께 기력 회복을 위한 보약과 한방파스도 제공했다. 치료 이후 노인들의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마련됐다.
이날 한방 치료를 받은 환자 김옥자씨(76)는 “쌍화탕 가격도 곧 오른다는 시기에 직접 한의사 선생님이 찾아와 침도 놔주시고 보약까지 챙겨주시니 마치 오늘이 내 생일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김경훈 분당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은 “이달은 노인복지법에서 정한 경로의 달인 만큼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기며 위안을 드릴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다”며 “어르신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이어질 수 있게끔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봉사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6년 개원한 분당자생한방병원은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한 침∙약침치료, 한약처방 등 한방 보존치료를 통해 허리∙목디스크, 척추관협착증, 퇴행성관절염, 오십견 등 시민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또한 의료사업 수익을 정기적인 한방 의료봉사를 비롯한 독거노인 혹서기 물품지원, 독립유공자 후손 의료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45세 직장인 A씨는 최근 무릎에서 ‘뚜두둑’ 소리가 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평소 운동을 좋아해 건강만큼은 자신 있어 했지만, 이따금씩 관절에서 나는 소리가 노화나 질병을 알리는 신호가 아닐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척추, 관절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힘찬병원에 따르면 무릎을 움직일 때 나는 소리가 통증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무릎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안심해도 좋다. 관절이 꺾였다 펴지면서 소리가 나거나, 관절 내 구조물들의 마찰로 소리가 날 수 있어서다. 관절 소리가 난다며 진료실을 찾는 환자 중 다수가 힘줄과 관절 구조물의 마찰음, 또는 손가락을 꺾을 때 관절 사이 공기가 빠지며 ‘딱’ 소리가 나는 경우에 해당한다.
김유근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원장은 “통증 없이 느끼는 소리의 대부분은 관절 주위를 지나는 인대나 힘줄이 관절면의 뼈연골 모서리나 볼록한 부분과 마찰을 일으키거나 넘나들며 툭툭 소리가 난다”라며 “무릎 질환이 있을 때 나는 소리는 무릎 관절강 내의 유리체, 골관절염으로 소리 뿐만 아니라 통증이나 기능 장애를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무릎에서 거칠고 둔탁한 소리를 유발하며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는 반월상연골판 손상이나 퇴행성관절염, 추벽증후군이 대표적이다. 반월상연골판은 대퇴골(넓적다리뼈)과 경골(정강이뼈) 사이 안쪽과 바깥쪽에 하나씩 자리한 초승달 모양의 연골이다. 반월상연골판이 손상되면 무릎에서 무언가 걸리는 듯한 소리가 날 수 있다. 이 연골판이 파열되는 경우는 주로 운동 중 부상이 많다. 김유근 원장은 “한 번 찢어진 연골판은 재생되지 않고 계속해서 손상되므로 무릎이 걸리는 소리와 함께 통증을 느꼈다면 병원을 찾아 조기에 진단 받을 것”을 권했다.
무릎에서 거친 소리가 난다면 연골 손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연골이 닳아 없어진 퇴행성관절염은 무릎을 움직일 때마다 ‘딱’ 소리가 난다. 무릎 관절 내 연골 조직이 약해지는 연골연화증(퇴행성관절염의 전 단계)이 생기면 거친 소리가 날 수 있다. 무릎을 구부렸다 펼 때마다 기분 나쁜 소리가 나기도 한다.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고 분산하는 기능을 하는 연골은 원래 매끈하고 단단한데, 이런 연골이 연약해져 심한 경우 갈라지기도 한다. 또 퇴행성관절염이 중기 이상으로 심해지면 연골이 벗겨져 노출된 뼈가 마주치면서 염발음이 발생하는데, 이때는 마치 뼈가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난다.
간혹 끌리는 소리는 무릎 안쪽의 막이 두터워져 관절을 움직일 때마다 막이 관절에 끼면서 난다. 뛰거나 걸을 때마다 무릎에서 소리가 나는 경우가 반복되면 혹시 무릎이 상했나 싶어 병원을 찾게 된다. 엑스레이를 찍어봐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추벽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추벽증후군이란 무릎 속 연골 측면의 얇은 막인 추벽이 부어 연골면을 손상시키고, 이로 인해 통증과 마찰음이 생기는 질환이다. 극심한 운동이나 무게의 압박과 자극으로 인해 발생한다. 단시간에 몸무게가 늘었거나 갑자기 체중이 실리는 운동을 할 경우, 오랜 시간 격렬한 운동을 할 때 발생하기 쉽다.
무릎 외에도 발목에서 나는 소리도 노화 혹은 질환의 증거일까. 발목에서 나는 소리는 관절 운동 시 거골 연골 주변에서 활액막이나 연골이 닿으면서 발생하거나, 여러 관절이 움직이며 위치를 찾아갈 때, 혹은 주변 힘줄이 뼈의 돌출 부위나 점액낭 부위를 스치면서 지나갈 때 생긴다. 앉았다 일어날 때, 걸을 때 골반 옆 허벅지 주변에서 소리가 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뼈가 튕기거나 골반 옆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든다면 발음성 고관절 문제일 수 있다. 삐딱하게 앉거나 다리 꼬기, 양반다리가 습관화되거나 잘못된 자세로 오래 걷고 달리면 장경인대에 무리를 주게 된다. 이 경우 장경인대가 변형되면서 대퇴골의 툭 튀어나온 대전자와 부딪혀 ‘두둑’ 소리를 낸다. 대부분 통증을 유발하지는 않으나, 아프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허리 역시 움직일 때 소리를 낸다. 척추 중 허리에 해당하는 요추에서 나는 소리는,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하는 추간판(디스크)에서 공기가 빠지면서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통증이 없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간혹 ‘우두둑’ 소리가 나도록 과도하게 허리를 돌리며 풀어주는 경우가 있는데, 요추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김 원장은 “관절에서 나는 소리가 신경 쓰인다면 허벅지 대퇴사두근 운동이나 발목 부위는 밴드를 이용한 인대‧힘줄 강화 운동을 시작하기를 추천한다”라며 “스트레칭 하는 습관을 들여 관절 주변을 부드럽게 풀어주면 좋다”고 말했다.
10월은 건강과 관련된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로, 그 수가 무려 30여 개에 달한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시작으로 뇌졸중의 날, 골다공증 예방의 날 등 시니어가 주의해야 할 질환들을 주로 다룬다.
10월 12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관절염의 날이다. 관절염과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응원하고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정됐다. 관절염에 걸리면 심각한 통증과 함께 관절이 뻣뻣하게 굳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초래한다.
요즘과 같이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초가을에는 무릎 관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낮은 기온에 혈관이 수축되면서 증상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9월에 65만 2214명이었던 무릎관절염 환자 수는 10월 68만 9992명으로 한 달 만에 약 5.8%나 증가했다. 김창연 대전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은 슬안혈과 같은 무릎 주변 혈자리를 틈틈이 지압해 무릎 관절을 강화하고 건강관리에 나설 것을 권했다.
한의학에서 무릎의 눈이라고 부르는 슬안은 크게 내슬안과 외슬안으로 나뉜다. 의자에 앉아 무릎을 90도 굽혔을 때 무릎 안쪽에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내슬안, 바깥쪽이 외슬안이다. 양쪽 슬안혈을 엄지와 검지로 3초간 지그시 눌렀다 떼어주기를 10회 반복하면 무릎 주변 근육과 관절 강화에 효과적이다.
김창연 병원장은 “걷기나 계단 오르기 등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면 무릎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라며 “그러나 무리한 운동은 무릎 연골의 마모를 가속화 할 수 있으니 체력에 맞게 점진적으로 운동량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관절이 우리 몸의 움직임을 담당한다면 척추는 몸의 구조를 담당한다. 척추는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며 주요 골격을 유지해 ‘신체의 대들보’라 불리기도 한다. WHO는 10월 16일을 세계 척추의 날로 지정해 매년 척추의 중요성과 척추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그러나 허리 통증은 일생에 한 번 이상은 경험하는 흔한 증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좌식 생활로 인해 젊은 층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환자도 늘고 있다. 김창연 병원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지금 당장 척추 건강관리를 시작하라고 권하는 이유다.
평소 스트레칭을 자주 해 척추 주변 근육을 키워주면 도움이 된다. 시니어들도 누워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동작으로는 ‘척추기립근 강화 스트레칭’이 있다. 먼저 바닥에 엎드려 누워 양팔을 머리 위로 뻗는다. 이어 숨을 천천히 내쉬며 양팔과 다리, 머리, 가슴을 모두 위로 들어 올린다. 균형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며 수영하듯 왼팔과 오른다리를 동시에 들어 올렸다가, 반대로 오른팔 왼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을 빠르게 교차한다. 동작을 10회 반복하는 것을 한 세트로 총 3회 실시하면 척추기립근을 강화해 척추의 올바른 정렬과 골반 비대칭 개선에 도움이 된다.
척추관절 질환과 함께 시니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 중 하나로는 뇌졸중이 있다. 갑자기 맞는다는 의미의 ‘졸중’(卒中)에서 알 수 있듯 건강에 문제가 없어 보이던 사람도 갑작스레 생명을 위협받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뇌졸중기구(WSO)에서는 10월 29일마다 뇌졸중 예방과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뇌기능의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급속히 발생한 장애가 상당 기간 이상 지속되는 질환인 뇌졸중은 ‘골든타임’을 놓쳤을 때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고 후유증이 남기 쉽다. 예방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한의학에서는 뇌졸중을 ‘중풍’(中風)이라 칭하며 치료해 왔다. 현대의학의 표준 치료와 함께 ‘한의학계 구급약’이라 불리는 우황청심원을 활용한다면 뇌졸중 예방과 회복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황청심원의 신경세포 사멸 억제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Antioxidants’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대뇌피질 신경세포에 우황청심원을 처리한 후 뇌졸중을 유도한 결과, 우황청심원을 처리하지 않은 경우보다 세포 생존율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와 일상생활 속 노력도 동반되어야 한다. 김창연 병원장은 뇌졸중 예방 및 증상 완화에 좋은 운동법으로 ‘뒤로 걷기’를 추천했다. 뒤로 걷기는 뇌졸중 환자 재활치료에도 활용되는 운동법으로, 혈관 탄력성을 증가시키고 균형감각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균형감각이 발달하면 좌뇌와 우뇌 연결이 활성화되고, 뇌가 고르게 발달할 수 있게 된다. 주변에 걸려 넘어질 만한 것이 없는지 살핀 뒤 벽을 손으로 짚으면서 하루에 30분씩 뒤로 걷는다면 뇌졸중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김 병원장은 “노년기에도 활력있는 삶을 추구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증가하며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라며 “건강의 날이 집중된 10월을 맞아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월 21일은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치매 극복의 날’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추정 치매 환자 수는 지난해 88만 617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치매 유병률은 10.33%에 이르며 예방·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20~30대 사이에서 이른바 ‘영츠하이머’가 급증하며 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치매가 젊은 층도 위협하고 있다. 영츠하이머는 젊음(Young)과 치매(Alzheimer)를 결합한 신조어로 젊은 층에서 호소하는 건망증, 기억력 감퇴 등을 일컫는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에 의존해 스스로 계산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증상에 해당하며 향후 치매로 이어지는 전조일 수 있으므로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하다.
이처럼 치매의 위험이 커진 상황 속 생활 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치매의 기본적인 예방법이 될 수 있다. 치매 극복의 달을 맞아 자생한방병원 강만호 원장의 도움말로 기억력을 높이고 치매도 예방할 수 있는 건강법을 알아본다.
■ 치매 예방에 탁월한 ‘인터벌 걷기’, 하루 만 보 걸으면 치매 확률 절반 낮아져
뇌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지금 바로 유산소 운동을 늘리자. 유산소 운동은 치매를 예방하는 데 이롭다. 실제로 WHO에서 치매 예방을 위해 권장하는 지침 중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이 신체활동이기도 하다. 몸을 움직이면 뇌에 혈액과 산소, 영양분이 원활하게 공급될 뿐만 아니라 각종 신경인자를 자극해 신경의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유산소 운동과 치매 예방의 상관관계는 여러 연구논문을 통해서도 밝혀졌다. 영국 바이오뱅크가 SCI(E)급 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9826보를 걷는 사람들은 7년 이내 치매에 걸릴 확률이 50%나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하루에 약 3800보만 걸어도 치매 발병 위험이 2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하루에 1만 보를 걷기 위해서는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저강도 운동일지라도 매일 장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지루함과도 싸워야 한다. 걸음 수만을 의식하다가 오히려 근육과 관절에 무리를 줘 부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며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걷기운동으로는 ‘인터벌 걷기’를 권한다.
인터벌 걷기란 강도에 변화를 주면서 걷는 운동법을 말한다. 3분 정도 평상시 속도로 걷다가 3분은 전신에 힘을 주며 빠르게 걷는 방법을 세 번 연속 반복한다. 걷기 강도를 조절하면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빠르게 이뤄지며 혈액이 몸 곳곳으로 잘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혈관벽의 탄력을 개선해 뇌졸중 및 치매 예방에 좋다. 신체 균형 발달에도 알맞아 현대인의 고질병인 목·허리디스크(경추·요추추간판탈출증) 관리에도 탁월하다.
■ 집중력 높이는 오미자차로 환절기 치매 예방, 증상 발현 시 공진단 처방 도움
부쩍 시원해진 날씨에 이미 걷기 운동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면 일교차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크게 벌어지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지는 탓이다. 이는 기온 차에 취약한 뇌혈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혈압이 급상승해 혈관벽이 터지거나 혈관이 막히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살펴보면 뇌졸중 환자 수는 보통 1만 5000여 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초가을, 초봄과 같은 환절기에 매우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평소 뇌혈관에 좋은 음식 등으로 치매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권하는 한방차로는 오미자차가 있다. 오미자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은 두뇌 발달에 도움을 주며 리그난 성분은 건망증을 유발하는 신경독 발생을 막는다. 또한 오미자는 동의보감에 ‘몸을 따뜻하게 하고 폐와 신장을 보한다’고 적혀있어 차로 달여 마시면 환절기 기관지 건강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부쩍 심해진 일교차와 함께 치매 증상에 대해 경계하고 의료진을 찾아 주기적인 진단을 받아보는 노력도 중요하다. 치매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치매가 생기는 원인을 혈액 정체, 영양 부족, 간과 신장의 기능 저하 등 크게 7가지로 분류한다.
이처럼 치매의 원인은 매우 복잡하므로 환자의 체질과 세부증상을 고려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효과적인 치료법 중 하나로는 한약 처방이 있으며 일대일 맞춤 치료로 빠른 회복을 촉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3대 한약으로 불리는 공진단의 기억력 개선 및 노화 억제 효과는 연구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지난해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Nutrients’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진단은 장수 유전자 ‘시르투인1’을 활성화해 대뇌피질 신경세포의 생존율을 높이고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축삭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생한방병원 강만호 원장은 “젊은 층 치매 위험 또한 높아진 상황 속 연령에 관계없이 기억력과 집중력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생활 습관 개선과 전문적인 진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치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술을 일컬어 실버테크(Silver Tech)라 한다. 과거엔 기술이 좋아도 사용자의 접근성이 떨어져 무용지물이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친화력이 강한 시니어가 늘면서 실버테크도 더욱 각광받는 추세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화두인 만큼, 치매를 비롯한 질병의 진단 및 치료·예방에 쓰이는 다양한 기술을 살펴봤다.
Step 01. 진단테크
◇ 치매 진단 간단하게, 알츠가드
디지털 치료제 전문기업 ‘하이’의 ‘알츠가드’(Alzguard)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초기 치매 환자를 선별하는 경도인지장애 자가진단 프로그램이다. 디지털 도구로 소비자의 생리학적 데이터를 측정하는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술이 핵심이다.
기존의 바이오마커가 특정 혈액이나 소변, DNA를 측정하듯,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IT 기기로 대상자의 디지털 정보를 수집해 질환을 선별한다. 먼저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을 받은 뒤 7가지 영역의 인지 능력 검사를 진행하면, 목소리(보이스마커), 동공 움직임(아이트래커), 심박수 변화(HRV) 등을 분석해 진단을 내린다. 알츠가드의 경우 초기 치매 환자를 88% 정확도로 선별하는데, 사례가 축적될수록 인공지능을 통한 예측도는 더욱 높아진다. 현재 순도 높은 데이터를 위해 치매안심센터나 기업을 중심으로 보급 중이며, 차후 일반 소비자를 위한 공유 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 치매 분석과 건강관리, 알츠윈
알츠하이머를 이겨내겠다는 뜻을 담은 ‘알츠윈’(Alzheimer+Win)은 디지털 헬스 케어 기업 세븐포인트원의 인공지능 비대면 치매 진단 솔루션이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10여 년간 3차례, 총 2000여 명에 대한 임상 연구를 진행해 그 실효성을 인정받았다. 2021년 7월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알츠윈 기반 기술의 정확도는 일반 의료진에 의한 ‘MMSE’(간이 정신 상태 검사)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알츠윈은 인공지능 기술 기반으로 치매 초기에 저하되는 언어유창성 능력 등을 평가해 치매 위험 진단 시 지역치매안심센터나 의료기관과 연결해 선별검사와 치료를 신속하게 돕는다. 아울러 네이버와 합작해 ‘알츠윈 인지케어콜’을 개발,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지 건강관리까지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Step 02. 치료테크
◇ 톡으로 인지 기능 개선, 새미톡
경도인지장애로 손상된 인지 기능의 재활과 개선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다. 중장년에게 친숙한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인지 훈련과 더불어 인지 기능 저하 여부도 진단받을 수 있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채널에서 ‘새미톡’을 검색 후 ‘채널 추가’ 버튼만 누르면 된다. 특별한 장치 없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활용함으로써 디지털 표적치료제의 장점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해당 서비스는 유료로 30일 9900원, 1년 5만 9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기업용 B2B 상품도 있다.
◇ 인지 훈련 로봇, 보미
현재 치매를 근본적으로 낫게 하는 약물은 없는 상태로, 비약물적 치료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에서는 치매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을 통한 인지중재치료를 제공한다. 센터에서 활용하는 일명 손자로봇 ‘보미’는 환자의 얼굴, 목소리, 동작을 인식하고, 로봇을 손자처럼 기르는 개념을 접목했다. 일상에서 필요한 인지 기능 향상을 돕는다.
실제 경도인지장애 단계 환자들이 보미를 활용한 5개 프로그램을 4주간 하루에 60분씩 이용했을 때 대조군보다 작업 기억력이 더욱 향상된 것이 입증됐다. 보미는 환자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 밥을 주게끔 하고(미래 기억 훈련), 장 보러 가서 사야 할 물건을 기억하고 계산하며(기억력 및 계산 능력 훈련), 보미가 원하는 옷을 맞게 입혀주는(시공간 능력 훈련) 등의 행위를 통해 인지력 향상을 돕는다.
Step 03. 예방테크
◇ 손쉬운 인지 훈련, 슈퍼브레인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로완’의 ‘슈퍼브레인’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후원으로 각계 전문가들에 의해 개발된 인지 훈련 프로그램이다. 인지 중재 치료에 기반 하여 경도인지장애환자, 경도·중증도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행위평가 신청 후 비급여 처방 및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하다. 슈퍼브레인은 미국, 유럽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Finger 프로그램)을 한국 어르신 눈높이에 맞게 기획했다. 재미있고 친숙한 생활 속 콘텐츠를 한눈에 확인하고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AI 치매 중재 시스템을 통해 인지능력 변화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시간 맞춤형 가이드를 제공한다. 최성혜 인하대학교 교수팀이 임상에서 인지 학습과 혈관 위험인자 관리, 운동, 영양, 동기 등 5개 영역에서 다중 중재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 재가형(인터넷 기반)과 기관형으로 구분해 50여 개 병·의원, 치매안심센터, 복지관 등을 통해 서비스 중이다. 아울러 지난해 LG유플러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치매 예방 관리를 위한 각종 디지털 콘텐츠 및 솔루션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 VR 기술로 우울증 개선, 센텐츠
가상현실과 의료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케어 솔루션 ‘센텐츠’는 9단계로 조정된 인지 자극 콘텐츠가 35주 과정으로 구성됐다. 기존 가상현실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은 회상요법을 접목해 개발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VR 회상요법’이란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노인의 기억 속 과거 환경을 구축해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경험하게 하는 방법인데, 이를 통해 우울증 및 치매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2018년 MIT 연구팀은 VR 회상요법이 노인의 정신 활동을 자극해 고립감을 해소하고, 인지 능력 등을 향상시킨다고 밝혔다. 센텐츠 사용자들은 머리에 VR 기기를 착용하고 고향, 계절, 풍경 등 50여 가지 스토리를 가상 경험함으로써 과거를 회상하고 기억력을 증진할 수 있다. 현재 가정방문 요양 서비스 패키지에 포함하거나, 데이케이센터 등에 그룹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버테크 아이템
1) 스마트 기저귀
어르신이 사용하는 기저귀에 센서를 부착해 기저귀의 오염 정도를 파악하도록 설계됐다. 센서등과 스마트폰 알림을 통해 기저귀를 언제 갈아야 하는지 알려줘 욕창이나 요로감염, 발진 등 2차 질병을 예방한다.
2) 꿈의 자전거
자전거 사이클을 이용해 가상현실을 주행하며 기억력 증진 및 근력 향상과 치매 지연에 도움을 주는 기기다. 실내에서 사용해 안전하고, 주행 방향이나 속도 등의 조정이 가능하며, 훈련 데이터를 관리해 환자의 재활 능력을 수치화할 수 있다.
3) 톡톡스틱
음성 안내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지팡이다. 넘어지거나 낙상할 경우 지팡이가 이를 감지해 내장된 스피커와 스마트폰을 통해 SOS 전송 및 음성 도움 기능을 제공한다. 또 사전 등록한 보호자에게 위치 전송이 가능해 실종 사고 등에도 대처할 수 있다.
4) 스마트 벨트
노인의 보행 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다. 김광일 분당서울대 노인병내과 교수가 노인의 보행 속도 저하에 따른 근감소증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에 활용했다. 보행 속도 외 사용자의 허리둘레, 과식 및 활동 습관 등도 확인 가능하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허리에 습기가 침투하며 생기는 습요통을 주의해야 한다. 방치하면 허리 주변 근육과 인대가 비대칭이 돼 골반이 틀어질 수 있어서다. 습요통을 물리치려면 어떤 치료와 관리가 필요할까?
1 가슴 들어 올리기 스트레칭
허리를 뒤로 젖혀 허리 근육을 풀고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주는 운동법이다. 엎드려 누운 자세에서 다리를 골반 너비로 벌린다. 양손은 귀 옆에 두고 팔꿈치는 어깨선에 붙인다.
이후 천천히 숨을 내쉬며 팔 아랫부분으로 바닥을 밀어 올려 상체를 세우고 5초간 자세를 유지한다. 총 10회 반복한다. 단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할 때 통증이 나타난다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즉시 중단한다.
2 한쪽 다리 당기기 스트레칭
허리 근육을 안정적으로 이완시켜 허리가 받는 압박을 줄이고 원활한 혈액순환을 돕는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양 무릎을 90도로 세운 후 온몸의 긴장을 푼다.
그 다음 양손으로 왼쪽 허벅지 뒤쪽을 잡고 무릎이 가슴에 닿도록 천천히 당긴다. 만약 당기는 도중 통증이 느껴진다면 무리가 가지 않는 정도로만 당겨준다. 15초간 당긴 자세를 유지하고 무릎을 내린다. 총 3회 반복한 후 반대쪽도 동일하게 실시한다. 여기까지 동작을 하루 총 3세트 반복한다.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철은 시니어들이 건강을 관리하는 데 매우 힘든 계절이다. 날씨가 조금이라도 궂은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허리 통증으로 애를 먹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가리켜 ‘습요통’(濕腰痛)이라고 한다. 습요통은 말 그대로 높은 습기로 인해 생기는 허리 통증이다. 허리를 비롯해 무릎, 어깨 등 관절에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습요통의 원인은 습기가 체내로 들어와 허리 근육 조직과 신경계를 혼란시켜서다. 평소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도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허리에 돌덩이를 매달아놓은 듯 무겁고 아픈 것이 특징이다. 건강한 사람도 습기 많은 곳에 장시간 있다 보면 허리가 뻐근하게 느껴지는 등 습요통과 유사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여름철 낮은 기압은 척추 내 압력을 높인다. 척추의 압력이 높아지면 척추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이 팽창해 주변 신경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여름철이면 척추 질환을 겪는 시니어 환자들이 자주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습요통을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인 통증으로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장시간 습요통을 방치하면 허리 주변 근육과 인대가 비대칭적으로 굳어져 골반이 틀어질 수 있다. 이는 신체 불균형을 초래하고 신경과 디스크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척추 질환뿐만 아니라 습요통은 현재 대사작용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경고일 수도 있으니 시니어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습요통을 자주 겪는 환자 중에는 신장에 문제가 있어 소변을 통한 수분 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기저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
습요통과 같이 여름철 심해지는 척추 질환은 한방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먼저 추나요법은 통증 부위 불균형해진 척추와 근육, 인대를 바로 교정해 혈액순환을 돕는다. 이어 척추 주변 혈자리에 침을 놓아 주변 근육을 풀어주고 통증을 완화한다. 성질이 따뜻해 습기를 말리는 한약재인 백출, 진피, 두충 등을 활용한 한약 처방도 환자 체질에 맞게 이뤄진다면 습요통 치료 및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실제 요통에 대한 한방 치료 효과는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요통 발생 후 침 치료를 받으면 수술로 이어질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결과 침 치료는 허리 수술률을 36%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경향은 60대 이상일수록 짙어져 60~70대 요통 환자의 경우 침 치료를 받았을 때 수술률이 50% 이상으로 떨어졌다.
평소 일상에서의 관리도 중요하다. 습요통 관리는 허리에 쌓인 습기를 내보내고 몸을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장시간 야외에서 비를 맞는 등 몸속에 습기가 누적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비를 맞은 후라면 반드시 몸을 잘 말리고 허리와 복부를 따뜻하게 유지하자. 운동 후 흘린 땀을 닦아내지 않는 것도 습요통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기름진 식습관도 습요통을 악화시킨다. 지방 성분은 혈관에 쉽게 쌓여 신진대사를 방해하는데, 이는 체내 노폐물 배출을 막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체내 습기 배출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특히 술은 알코올이 소화력을 떨어트리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 비만 혹은 과체중인 경우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평소 지압법을 통해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위중혈은 무릎 뒤쪽 정중앙에 위치한 혈자리다. 위중혈을 양손 엄지로 3초 정도 눌렀다가 떼는 동작을 5회가량 반복하면 허리 통증 완화와 신진대사 촉진에 도움이 된다.
높은 습도는 허리 통증과 대사활동 저하, 스트레스, 수면장애, 피로 등 각종 증상의 원인이 된다. 이번 여름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체내 습도 관리에 더욱 유념해 건강하게 올가을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자.
“그렇다면 인생을 바꿔야지!” 새벽 2시, 야근 후 돌아와 죽어도 농부가 되겠다는 남편의 아우성에 아내는 결단을 내렸다. 그렇게 어제까지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던 남편은 청바지를 입고 밭으로 향했다. 땅에 심은 건 포도나무였지만, 부부는 꿈을 심었노라 말한다. 그들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남편은 뭐든 이뤄진다 하고, 아내는 뭐든 이뤄지지 않아도 괜찮다 한다. 어쨌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들의 꿈은 자연히, 그리고 자연이 이뤄가리라는 것이다.
테루아(Terroir)는 프랑스어로 ‘땅’을 의미한다. 와인이 만들어진 땅을 가리킬 때 흔히 사용한다. 충주의 와이너리 ‘작은 알자스 레돔 테루아’(이하 작은 알자스)는 소설가 아내 신이현(57)과 농부 남편 도미니크 레몽 에으케(53)의 꿈을 심은 땅이다. 이곳에서 그들은 직접 과일을 농사지어 ‘내추럴 와인’을 만든다. 작은 알자스에 도착했을 때, 부부는 ‘웰컴 드링크’처럼 내추럴 와인을 내왔다. 풋사과 시드르였다. ‘폭’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리더니, ‘꼬르르르’ 미세한 탄산이 잔을 타고 미끄러졌다. 그 맛은 어떤가 하니, 마치 와인계의 평양냉면이라고 할까? 깔끔하면서도 은은하게 산뜻함이 감돌았다. 단순히 ‘맛있다’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했다. 걸맞은 단어를 고르던 차, 아내 신이현이 제대로 설명에 나섰다.
“내추럴 와인은 유기농 과일을 수확해 착즙한 뒤 필터링이나 살균 등을 거치지 않고 만든 와인입니다. 흔히 ‘맛있다’고 표현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려 인위적인 첨가물을 넣지 않고 자연이 준 그대로 발효해서 만든 거예요. 즉 그 과일이 자란 땅이나 한 해의 기후 등에 대한 솔직한 설명과 같죠. 가령 비옥하지 못한 땅에서 나온 와인은 심플한 맛이 나기도 하는데, 그 역시 나름의 개성으로 보는 거예요. 고로 세상에 맛없는 내추럴 와인은 없습니다. 과일이 자라던 땅과 나무, 바람과 햇볕을 느끼고 즐기면 그뿐이죠.”
열매가 좋아하는 날을 기다리며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술, 내추럴 와인을 한잔 마시는 것은 한 움큼의 땅을 먹는 것과 같다고 했다. 와인 맛이 다른 것은 땅이 다르기 때문이고, 땅이 다른 것은 땅마다 스며 있는 농부의 땀방울이 다름일 테다. 더군다나 오롯이 자연의 흐름에 맡기는 내추럴 와인의 경우엔 가히 그 땅에 농부의 철학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미니크는 어떤 농부라 말할 수 있을까? 그는 “땅을 키우는 농부”라 일컬었다.
“농부는 나무만 키우는 게 아니라 땅도 함께 키워야 해요. 일반적으로 포도밭을 한다고 하면 포도가 주렁주렁 많이 열리고, 그것을 수확해 큰돈을 얻는 게 목적이겠죠.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다릅니다. 나무와 땅이 있다면, 우린 땅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지금 당장 열매가 많이 열리는 것보다 땅을 살리는 기쁨이 더 크거든요. 그렇다 보니 농사짓는 방법도 다른 거죠.”
땅을 키우는 차별화된 농법으로 도미니크는 ‘생명역동농법’을 택했다. 생명역동농법이란 한마디로 우주의 기운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다. 식물에 영향을 주는 별자리의 움직임을 기록한 달력을 농사에 적극 반영한다. 꽃식물이나 잎식물, 열매식물 등 각기 다른 식물은 저마다 좋은 기운이 있는 날엔 활짝 생명을 펼치지만, 그렇지 않은 날엔 조용히 웅크리고 움직이지 않는단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도미니크는 씨를 뿌리거나 나무를 옮길 때 항상 별자리 달력을 펼쳐놓고 식물에게 좋은 날을 찾는다. 와인 역시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가령 포도를 따거나 착즙할 때는 열매에게 좋은 날을 골라 작업한다. 씨를 뿌려 열매를 수확하고 내추럴 와인이 탄생하기까지, 모든 과정에 인간은 ‘돕는 자’의 역할을 할 뿐 그밖의 모든 것은 자연의 힘에 맡긴다. 그 이름처럼 ‘내추럴’(Natural)하게 말이다. 애당초 땅에 그러한 철학을 심을 수 있었던 것은, 이미 그들의 삶에도 그러한 양식이 깃들었기에 가능했다. 혹자는 이런 부부를 보고 마치 물 따라 바람 따라 유유자적 산다고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이에 아내 신이현은 “그저 가만히 내버려둔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살아지는 건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가령 농사에서 ‘자연스러운’ 것은 수확을 위해 인간의 손이 가장 덜 가게 하는 거죠. 그런데 그게 가능하려면 실제로는 초반에 아주 많은 손길이 필요해요. 농부의 상당한 노력을 투여해야만 결국 자연스럽게 식물이 자라고 열매 맺는 시간이 찾아오죠. 물론 몸은 고단하고 힘들어요. 그런데도 자연에 맞춰 산다는 게 엄청난 철학이 있어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보다는 우리는 그냥 그게 좋더라고요.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일이 나에게도 즐거움이 되고, 그것을 목표로 삼으니 소소하지만 매 순간 성공하는 듯한 기분도 들고요.”
농업의 꽃 술, 농부의 손으로부터
부부는 매 순간 성공이라 말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정신승리라 하겠다. 물론 그들에게는 그 말이 진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타자로서 일련의 과정을 듣노라면 매 순간 결코 녹록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그 위대한(?) 서막은 그들이 프랑스에서 한국에 오고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익히 알듯 포도농사와 와인 양조라면 프랑스의 여건이 더 나았을 테다. 농사에 관해선 고집스런 도미니크지만, 한국행을 택한 데에는 아내의 의견이 컸다. 사실 도미니크는 농사만 지을 수 있다면 어느 땅이라도 좋다고 했지만 말이다.
“남편이 농부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프랑스 남쪽으로 밭을 보러 다녔어요. 피레네산맥 근처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진 곳이었는데, 비싸지도 않고 환경도 괜찮았죠. 그런데 제게는 너무나 낯설었어요. 남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포도 따는 외로운 동양 할머니로 늙어갈 걸 상상하니 그건 싫더라고요. 마침 한국에 포도 와인은 많지만 사과로 만든 시드르는 없길래, 도미니크에게 한국은 어떠냐고 권했죠. 그렇게 파리의 아파트를 팔고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단순히 남편은 농사를 짓고 싶고, 아내는 한국에 살고 싶어 무작정 삶의 터전을 바꿨다. 한국의 땅값이 얼마인지, 양조장을 짓는 데 얼마가 들지, 생활비는 어떻게 벌지 등등 구체적인 계획도 대책도 없었다. 원대한 꿈만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 망해도 좋다. 적어도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했다는 말은 할 수 있겠지”라며 마음을 다독였다. 그렇게 중고차 한 대를 구입해 새 터를 잡기 위해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살피기 시작했다. 농업기술센터에 찾아가 자신들의 처지를 털어놓기도 했고, 공공기관에 도움도 요청했지만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사과연구소도 가보고 포도작목반에도 갔다.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특히 과일을 직접 농사지어 와인을 만들겠다고 하자 반응은 더욱 냉랭했다. 근처에서 과일을 구입해 양조하는 것이 돈과 수고가 덜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변의 훈수가 더해질수록 도미니크의 철학은 되레 견고해졌다.
“농업의 꽃은 술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좋은 술은 농부의 손에서 시작됩니다. 때문에 와이너리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기본이라고 봐요. 농부가 뙤약볕 아래 허리를 구부려 일하는 것은 배를 채우기 위함, 즉 생존을 위한 것이죠. 그러나 농업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술은 휴식과 즐거움을 위한 액체니까요. 우리가 먹는 쌀, 밀 같은 농산물은 생존을 위한 것이지만, 그 농산물로 만든 술은 온전히 즐거움을 위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술을 만드는 일 속에서 가장 인간다운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애처롭고도 숭고한 농부의 삶
아쉽지만 첫해 사과 농사는 망했다. 안타깝지만 두 번째 농사도 망했다. 그 후로도 장마, 가뭄, 병충해 등 고난은 계속됐다. 자연의 힘에 맞서기 위해 다른 농부들은 관수를 대고, 비닐을 깔고, 농약을 치기도 했지만, 내추럴 와인을 고집하는 도미니크에겐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자연의 섭리대로 땅을 일궈온 것처럼, 야속할지언정 편법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쓰라린 경험은 고스란히 초보 농부에게 귀한 밑거름이 됐다.
“점점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 같아요. 흉년이든 풍년이든 자연이 주는 것을 우리가 너무 슬퍼할 필요도 없고, 또 너무 기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건데, 그럴수록 나무가 깊게 뿌리 내릴 수 있는 좋은 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땅이 좋고 뿌리가 깊이 나면 나무들도 어려운 환경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거든요. 당장은 좀 힘들더라도 먼 훗날을 위해 그 토대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온종일 땅과 씨름하는 도미니크를 보고 있노라면 아내는 뭉클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애처로운 마음마저 든다. 남편이야 꿈을 이루느라 그렇다 하지만, 소설가 신이현의 꿈이 ‘농부의 아내’는 아니었을 터. 그러나 한국 생활이 서툰 남편의 뒷바라지는 고스란히 아내의 몫이 됐다. 생명역동농법을 위해 소똥이며 꿀벌이며 안 구해본 것이 없고, 갖가지 서류 준비며 비즈니스며 고객 응대며 자신도 처음 해보는 일들을 해내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것이 옳고 가치 있는 일임을 알기에 그녀는 오늘도 기꺼이 꿈의 조력자가 된다.
“도미니크가 만약 다른 일을 한다면 이렇게까지 열심히 돕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 사람이 하는 일이 굉장히 뜻깊다는 걸 느꼈고, 때론 그 모습이 감동적이기도 해요. 남편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옆에서 보면 ‘아, 저 사람이 하는 일이 굉장히 숭고하다’는 생각이 들죠. 물론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집안에서는 인정을 못 받는 것처럼 저도 바가지를 긁곤 해요. 그러고 나면 또 미안하고, 힘들어도 도와주게 되고. 사실 이 나이에 제게 새로운 꿈이랄 건 없지만, 차차 땅과 일이 안정되면 양조장을 떠나 조용한 곳에 가서 판타지 소설이나 써볼까 상상해봅니다.(웃음)”
포도밭에서 피어나는 예술
부부가 그리는 ‘작은 알자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물었다. 이에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저 하루하루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주어진 일을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하자는 마음가짐 정도?
“시골에 산다고 하면 ‘힘들게 어떻게 사느냐’며 촌이 가진 소외감을 떠올리는 이도 있고, 전원주택 짓고 제2의 인생을 여유롭게 사는 모습을 그리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식으로 시골이 주는 어떤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는데, 우리 생각은 달라요. 가령 문화, 예술 이런 걸 왜 도시에서, 갤러리에서만 해야 한다고 여기는지 모르겠어요. 최근 양조장에서 ‘농부 요리사 예술가’라는 작은 축제를 열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거든요. 예술가를 비롯해 마을분들도 오시고 함께 기타 치며 노래도 불렀는데 활기가 넘쳤죠. 그렇게 밭은 수확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얼마든지 예술을 위한 창작의 장으로도 쓰임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그렇게 자연을 향유할 때 땅도 더 즐겁지 않을까요?”
작은 알자스의 첫 와인이 출시된 지 이제 5년 차. 아직 농부로서도 사업가로서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부부는 서두르지 않는다. 와인 사업이 대박 나서 돈방석에 앉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에 그렇다. 그저 현재처럼 원하는 방식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면 그뿐, 수익은 나중 몫이다. 그런데도 주변 이들은 흔히 “대박 나시라! 성공하시라”는 말로 그들을 재촉한다. 이에 그들은 말한다.
“그런 응원은 사실 별 의미 없습니다. 이미 원하는 인생을 사는걸요. 어쩌면 남들 눈에는 불안해 보일지라도 지금이 나쁘지 않거든요. 그러니 제발 그런 걱정은 넣어두셨으면 해요.(웃음) 적어도 우리는 지금 후회 없이 꿈꾸고 있다 말할 수 있으니까요.”
삶의 허무를 피할 길이 있으랴. 유한한 시간 속에서 허둥대다 종착역에선 결국 땅에 묻혀 한 줌 거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타성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건 바보짓의 최고봉일 테다. 서울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전경(58, ‘583양조장’ 대표)은 타성에 젖어 시들어가는 자신의 내부를 거울처럼 들여다보고 귀농을 결행했다. 귀농으로 자신을 건져 올리고 싶어서였다. 밥은 무엇으로 벌고?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따개비처럼 지겹게 들러붙는 게 밥벌이 문제인데, 그는 이걸 술로 풀기로 했다.
전경에겐 술을 밤새도록 마시는 버릇이 있다. 가령 약간 요상한 주류협회가 있어 두주불사를 취미로 삼은 그의 공로를 인정, 금일봉이라도 화끈하게 보내준다면 얼마나 재미있으랴. 그러나 이런 식의 해프닝은 당최 벌어지지 않으며, 삶이란 그런 점에서도 무료하다. 여하튼 그는 술로 생계 문제를 풀기로 했다. 수제 맥주 양조장을 차린 것이다.
귀농 이전에 전경은 각지를 돌아다니며 몸과 마음을 둘 지역을 물색했다. 결국 이곳 전북 장수군 장계면의 오지마을을 찾아내고 쾌재를 불렀단다. 제2의 고향으로 삼기에 아무런 손색이 없는 환경이어서. 장수군은 무엇보다 산 좋고 물 좋은 걸로 한가락 하는 곳이니 말이다. 2016년에 귀농한 그는 한동안 귀농학교에 다니며 농촌과 농업의 물정부터 익혔다. 막연하나마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두었던 맥주 양조의 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었다.
일단 지역 여건은 수제 맥주를 만들기에 적격이라 봤다. 물은 맥주의 품질을 좌우하는 기본 요소의 하나. 그런데 이 마을의 물은 그지없이 맑디맑은 게 아닌가. 그러나 태생적 순결을 그대로 보유한 좋은 물로 좋은 맥주를 만들지라도 판매엔 그지없이 불리한 환경이다. 수제 맥주를 맛보기 위해 첩첩산중 오지까지 찾아올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나? 보이느니 산이요, 들리느니 새소리뿐이다. 물방개처럼 나대는 차량으로 홍수를 이룬 도시와 영 달라 네 바퀴 달린 물건을 좀체 보기조차 어려운 산골이다.
그럼에도 맥주 판매는 물론 피자며 파스타 등을 파는 펍(Pup)까지 보태 사업에 열을 낸다. 아마도 그는 암암리에 돈키호테의 피 한 방울을 받았거나, 세상 어느 상점에서 사온 것인지 모를 모험심에 충만한 사람?
“이곳은 무슨 대단한 관광지가 인근에 형성되지도 않았고, 재미있는 이벤트가 펼쳐지는 지역도 아니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장사가 될 위치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여건의 단점을 장점으로 살릴 수 있다고 봤다. 온전한 자연 풍경이 있는 ‘깡촌’의 수제 맥주 양조장! 이게 콘셉트다. 국내 최고 오지에 있는 아주 작은 맥주 양조장이지만 기죽을 것 없다. 주말이면 손님들이 꽤 많이 찾아오니까.”
전경이 사업장으로 쓰는 건물은 제법 근사하다. 원래 마을의 구판장과 농산물 가공 공장 용도로 지어졌으나 10여 년간 빈 채로 방치된 걸 사들여 리뉴얼했다. 이런 종류의 농촌 건물 매입에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자금이 덜 들고, 이미 인허가가 나 속임수에 당할 여지가 적다는 것. 그는 반년에 걸쳐 건물 청소를 한 뒤 내장과 외장 작업을 했다. 가급적 큰돈을 들이지 않고서. 건물의 절반은 양조 공장, 절반은 식당 공간이다.
수제 맥주와 인생은 닮았다
전경이 영업을 개시한 이래 전력을 다해온 건 당연하게도 수제 맥주의 품질 부문이다. 맥주는 발효 방식에 따라 라거(Lager)와 에일(Ale)로 나뉜다. 라거를 마시면 탄산 성분이 많아 시원한 맛을 내기 때문에 목으로 술을 털어 부은 뒤엔 캬! 소리가 난다. 대기업이 생산하는 카스나 하이트 등 대중에게 익숙한 기성 맥주들이 라거다. 에일은 수제 맥주의 다른 이름이다. 라거와 달리 향이 좋은 대신 좀 쓰고 묵직한 맛이 난다. 독창성과 장인정신으로 승부하는 게 수제 맥주의 특징이다. 전경이 생각하기에 라거 맥주가 온실에서 핀 꽃이라면, 수제 맥주는 야생화다.
“발효 기법을 수단으로 삼아 빚어내는 수제 맥주의 매력에는 인생과 비슷한 게 있다. 무엇인가 예측할 수 없는 변수에 따라 술맛이 달라지기 때문이지. 이건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대량 생산되는 일반 맥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다. 계절에 따라, 일기에 따라 전부 다 다른 맛이 나온다.”
수제 맥주 양조 경력이 6년이다. 이쯤이면 노련한 기술을 습득했겠다.
“짧은 경력에 불과하다. 나와 남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수제 맥주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을 뿐이다. 확실한 개성을 드러내는 나만의 인생맥주를 추구하지만 아직 멀었다.”
연주자는 연주를 하며 곧잘 몰아지경을 느낀다고 한다. 나만의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 때에도 희열이 있겠지?
“원하는 맛이 나올 때면 매우 기쁘다. 이럴 때를 나는 ‘별처럼 빛나는 순간’이라 부른다. 아하, 바로 이 맛이야! 그렇게 환호하며.”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초기에 지역 사람들에게 맛을 보여줬더니 쓰다고 하더라. 좋은 향에 놀라는 사람들도 많았다. 수제 맥주를 처음 경험하는 이들은 대체로 강한 인상을 받는 것 같다. 기성 맥주와 달리 살균 처리와 필터링을 하지 않는 수제 맥주의 거칠면서 묵직한 맛에.”
영업이익에 만족하는가?
“처음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오지만 욕심을 부리진 않는다. 사실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그러나 다행히 첫해부터 적자를 보진 않았다. 현재까지 그저 현상 유지를 하는 수준인데, 이 정도로도 만족스럽다. 수익이야 대단한 게 아닐망정,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사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나? 게다가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라 금상첨화다. 때로 내가 지금 매우 사치스러운 취미 생활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인생맥주 만드는 게 인생의 목표
지도를 펼치고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 길을 나섰다가 드디어 하나의 신세계를 발견했나? 그는 만족스럽단다. 비즈니스의 성장과 확산보다 더 소중한 삶의 정서적 수준을 돋우었으니 불만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그는 이미 인생의 아름다운 열매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연극의 1막에서 총알을 장전했다면 3막쯤에선 총을 쏴야 한다. 이왕 사업을 시작했으니 손익분기점을 넘어 상승 그래프를 그린다고 해서 만족도가 낮아질 리 없다. 과욕과 과속은 부질없지만 지체와 안주도 따분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사업의 유지만으로도 흐뭇하다는 그는 현실이 부과하는 족쇄를 모르는 자유로운 영혼일까?
소박한 생활에 자족하는 데에도 내공이 필요하다. 숨찬 질주의 의무를 면제받은 인생은 드문 법이고.
“사실 나 역시 정말 죽어라고 달려왔다. 무슨 힐링을 목적으로 대충 산 게 아니다. 귀농해서 먹고살기가 실로 만만한 일이 아니더라. 귀농 10년도 채우지 못한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낯간지럽지만, 치열하게 살지 않고서는 지속이 가능하지 않은 게 시골 생활이다. 난 귀농 6년 차에 이른 지금에서야 조금 자리매김했을 뿐이다.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 수 있는 초석을 다진 것만 해도 어딘가? 따라서 만족하지 않을 수가 없다.”
채울 만큼 채우고도 더 채우고 싶은 게 인간의 속성인데?
“욕심을 내려놓을수록 좋은 삶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을 지니고 산다. 귀농 생활을 어느 정도 하고 보니 가급적 많이 내려놓는 게 이상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깊어지더군. 세상사 뭐든 녹록지 않지만 충분히 내려놓을 경우엔 문제가 달라진다고 본다.”
어떤 것들을 내려놓아야 하나?
“귀농에 대한 지나친 기대, 요행을 바라는 마음, 정책지원금에 관한 욕심 등 내려놓을 게 한둘이 아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어긋나기 쉬운 게 인생이지만 그마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다. 어긋나는 사이에 비로소 내려놓게 되는 것들도 있으니까.”
땀 흘린 만큼의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흔한 게 시골 생활이다. 그러나 모두가 성공한 귀농 모델이 되기 위해 내달린다. 그 과정에서 삶의 질은 점점 저하된다. 이게 귀농의 경우뿐이던가? 거의 모든 삶이 그렇다. 다들 혈관을 흐르는 아드레날린을 에너지 삼아 성난 말처럼 질주한다. 전경은 이러한 풍속에 제동이 걸려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느 딸기 농가에서 월평균 100만 원쯤의 순소득을 올린다 치자. 그쯤이면 시골에서 허리띠 졸라매고 소박하게 먹고살기에 크게 부족할 게 없다. 도시보다 한결 적은 지출로도 무난한 게 시골 생활이니까. 그러나 딸기 농가는 더 많이 벌기 위해 육체를 혹사시키며 사력을 다한다. 이렇게 되면 삶이 꼬인다. 만족은 점점 멀어지고, 몸은 물론 정신까지 피폐해질 수 있는 거다. 이런 삶이 과연 좋은 걸까? 그런 방식으로 행복을 붙잡을 수 있을까?”
당신은 어떨 때 행복을 느끼지?
“눈 뜬 아침부터 사방으로 들어오는 초록빛 자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지 형언하기 어렵다. 살아 있음에 감사할 수밖에. 텃밭에서 딴 한 해의 첫 상추나 첫 고추를 먹을 때도 벅찬 행복감을 맛본다. 그 첫 상추나 고추가 주는 감동과 닮은 즐거움을 잘 만든 맥주를 통해 고객에게 선사하고 싶다는 게 나의 지향점이고.”
행복의 한 치 뒤에선 또다시 고난이 따라붙기 십상인 게 생활이다. 귀농 이후 가장 어려웠던 건 어떤 점인가?
“스트레스 관리 문제다. 밤새도록 술을 마셔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스타일이지만 외로움에 사로잡히곤 한다. 사업이 부진했더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나마 기본은 하고 있어 다행으로 여긴다. 고민해봤자 안 될 것은 빨리 포기하는 편이기도 하다.”
귀농 실패 사례가 드물지 않다. 만약 벼랑에 몰린다면 어떤 방법으로 벗어나야 한다고 보나?
“만에 하나 내가 실패를 한다면 더 많이 내려놓는 걸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그런데 일에서 실패를 했다고 그게 정말 실패일까? 내가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지 못하는 게 실패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험으로 말하자면 더 내려놓을수록 더 편해지더라. 끝까지 내려놓을 수 없는 다만 한 가지는 맥주 만들기다. 공부를 더해 인생맥주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거!(웃음)”
얘기는 결국 맥주로 돌아간다. 그러하니 술과 더불어 흐르는 나날이다. 이보다 더 즐거운 삶이 있겠나. 술이 있는 한 인생은 봄날이다.
전경이 주는 귀농 Tip
•철저한 귀농 준비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준비가 부실한 귀농은 실패의 첩경이다.
•도시 생활에 쫓겨 허겁지겁 도망치다시피 내려오는 귀농은 극히 위험하다. 농사로 돈벌이를 한다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유념하자.
•과욕과 허영은 미리 다 내려놓고 귀농하자. 그래야 절박한 진정성으로 자신을 채울 수 있다.
•여유자금을 확보하라. 반드시 맞닥뜨리게 마련인 난관을 버틸 힘이 자금력에서 나오기도 하니까.
•부부가 함께 귀농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
•마을 원주민들에겐 붙임성을 발휘하되 처음부터 잘하기보다 끝까지 잘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텃세를 모르고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