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입장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를 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기치 못한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하고,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하다. 게다가 지칠 대로 지친 가족까지 상대하는 일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비유될 정도다. 그런데 병원이 아닌 말기 환자의 집을 직접 찾아가 치료하는 의사들이 있다. 바로 가정형 호스피스 제도에 참여하는 ‘마지막 주치의’다. 인천성모병원에서 만난 서민석 교수도 그중 한 명이다.
“이 환자의 마지막 주치의는 나다. 늘 이런 마음가짐으로 다녔죠. 다른 의료진이 더 이상 무언가를 해줄 수 없다고 판단한 상태에서, 나는 이 환자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요. 그렇게 한집 한집 찾아다녔어요.”
서 교수는 2016년 가정형 호스피스 제도의 시범사업이 진행될 때 참여한 의사 중 한 명이다. 5년간의 시범사업 내내 인천 지역 환자를 찾아다녔고, 매년 100곳 이상의 가정을 방문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서 교수의 활약을 높이 평가해, 지난해 장관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병원이 참여 기피
가정형 호스피스는 초고령사회로 초고속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다. 임종이 가까워진 암 환자나 만성호흡부전, 만성간경화, 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를 가정에서 돌볼 수 있도록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자원봉사자 등이 각 가정을 방문한다. 집에서 치료하거나 임종하기를 바라는 고령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필요로 하지만 운영하기는 가장 어려운 제도로 꼽힌다. 바로 의사 부족 때문이다.
가정형 호스피스에 참여하는 의사들은 하루에 네다섯 가정을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무리 동선을 잘 계산해도 물리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의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가정의학과 평균 환자 수는 주당 312명. 주 6일로 계산해도 하루에 52명을 진료하는 셈이다. 모시기 힘든 몸값 높은 의사를 데려다가 일반적인 진료의 10% 환자만 치료하는 제도를 병원 측이 좋아할 리가 없다. 때문에 전국에서 이 제도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37개소뿐이다. 대부분 종교병원이나 공공병원이고, ‘알 만한’ 유명 대학병원들은 쏙 빠져 있다.
“처음 시범사업이 시작됐을 때 모든 언론이 주목했어요. 주치의가 직접 가정을 방문하는 풍경이 이색적이었을 테고, 정부도 제도 홍보에 집중했으니까요. 그러다 환자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병원 수 때문에 항의가 늘면서 많은 사람들이 난감해했죠. 의사를 확보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어요. 결국 방문한다는 것은 외래 진료나 병동 환자의 진료 시간을 빼야 하는데, 호스피스 전담 인력이 충분한 의료기관이 아니라면 어려운 부분이 있죠. 방문을 통해 발생하는 의료수가(진료비)도 낮게 책정되어 있어 병원의 참여를 유도하기 어려워요. 수가를 높이는 것도 한계가 있을 테고, 결국 봉사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죠.”
암 환자를 기준으로 본인부담금은 대략 의사 방문 시 6300원, 간호사는 4200원, 사회복지사는 2500원이다.
병원 밖을 나서 환자의 집을 찾아다니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더운 여름이나 한겨울엔 한두 곳만 돌아도 녹초가 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서 교수가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기뻐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모습이었다고.
“실제로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하면 가정형 호스피스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아요. 의사가 직접 찾아와 병원에서만 가능했던 치료를 해주니 좋아할 수밖에요. 특히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또 의료적인 처치 이외에도 사회복지사님이 장기요양서비스와의 연계라든가 장례식장 등 임종 전에 준비해야 하는 다양한 부분을 안내해드리기도 하고, 신부님이 같이 가셔서 미사를 드리기도 하고, 음악·마술요법 선생님이 함께 가기도 하니 만족도가 매우 높죠.”
남의 집도 내 집처럼 편안해져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환자들이 임종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적으로 한 달. 죽음과 가까운 환자만 상대하는 일은 의료진 입장에서도 감정적으로 지치는 일이다. 실제로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들은 병원 측에서 제공하는 심리 관리 프로그램에 주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신적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어땠을까?
“의료진 입장에선 ‘소진된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죠. 다행히 저는 성격적으로 우울감이 심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어요. ‘마지막 주치의’로서 임종하는 과정까지 최선을 다해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임종 이별이라는 것이 슬픈 과정이지만,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도왔다고 생각하면 막 지치지는 않아요.”
서 교수의 이런 성품은 가정의학과를 전문과목으로 선택한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전문적으로 하나의 질환만 파고드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결국 의사가 대하는 것은 질병이 아닌 환자이니, 환자의 여러 문제를 두루 배워서 이야기 나누며 치료하는 것이 내게 맞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처럼, 간병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당연히 살림에는 소홀해지고, 집 안은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그 와중에 의료진의 방문, 그것도 대학병원 교수라는 의사가 방문한다면 환자 가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당연히 긴장을 하세요. 저는 그냥 환자를 보러 간 것이기 때문에 집 안의 환경이 어떻든, 지저분해도 상관없는데 환자나 보호자분들이 너무 조심스러워하세요. 청소를 해야 하나, 대접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세요. 하지만 아무것도 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편히 대하시면 돼요. 저도 그냥 방바닥에 털썩 앉아 일부러 더 제 집처럼 행동해요. 처음에는 쭈뼛대기도 했는데, 제가 편히 행동해야 가족들의 마음도 안정되더라고요.”
아직은 병원 임종 많아
사회가 고도화되고 가정의 형태가 달라지면서, 가족을 돌보고 임종을 맞이하는 과정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가정형 호스피스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서 교수는 임종 때까지 집에서 머물 수 있는 기간을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단다.
“대가족이 많았던 과거에는 가정에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자원이 풍부했죠. 충분히 집에서 간병할 수 있었고, 가정에서 임종하면 장례까지 치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자녀들이 경제활동에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나이 많은 환자의 배우자가 돌보는 경우가 많고, 그마저도 어려우면 병원으로 오시죠. 집에서 임종까지 바라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막상 그날이 가까워지면 가족이 돌볼 수 없는 어려움이나 다른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병원행을 선택하게 되죠. 집에서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텨보다가 입원을 하는 겁니다. 애초에 가정형 호스피스는 가정에서 임종까지 맞이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사업을 막상 진행해보니 집에 계시고 싶은 만큼 계실 수 있게 돕고 이후 임종은 병원에서 맞이하는 형태로라도 가정형 호스피스로서 의미는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국내 베이비붐 세대는 기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600만 명에서 8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어느 쪽이더라도 대단한 숫자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요양 서비스가 필요할 15~20년 후에 대해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요양시설 등 기반은 한정되어 있는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정이나 마을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나 일부 질환에 대해 가정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일차의료 방문진료 사업 등을 추진하는 것도 이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가정형 호스피스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 그 미래를 서 교수는 “의원급이 활발히 참여하는 형태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각 병원마다 코로나19 치료 병상 확보를 위해 가장 먼저 줄인 것이 있어요. 바로 호스피스 병동이에요. 병동이 사라지면서 당연히 이용하는 환자 수도 통계상 감소했는데, 줄지 않은 분야가 있었어요. 바로 가정형 호스피스 이용자죠. 게다가 앞으로는 노인 인구가 더욱 증가하니까 이 서비스를 원하는 환자들도 늘어날 겁니다. 네 가지로 제한되어 있는 대상 질환도 만성질환이나 치매 등으로 확대가 예상되고요. 이런 질환은 임종까지 기간이 긴 만큼 가정형 호스피스를 받는 사람도 더 많아질 겁니다. 물론 지금 담당기관에서 이 많은 수요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고, 해외 사례처럼 지역사회 의료기관과 연계해서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차의료 방문진료 사업에 참여하시는 선생님들의 의견을 들어봐도 결국 임종까지 돌봐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하시고요. 대만이 이와 비슷한 모델입니다. 호스피스 이용률이 58.7%에 달해요.”
우리나라 호스피스 대상자 중 서비스 이용률은 20% 정도다.
서 교수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래도 가정형 호스피스 제도는 존재 의의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초기에 만난 환자분인데, 유방암이 뇌에 전이돼 뇌압 조절이 안 되어 정기적으로 뇌척수액을 빼내야 했어요. 뇌압이 올라가면 의식이 떨어지고 호흡도 억제되니까요. 병원에선 퇴원을 말리는데 환자는 집에서 지내길 너무나 원했어요. 다행히 저희에게 의뢰가 와서 의료진이 방문해 도와드렸습니다. 하필 병원에서 가장 먼 송도 지역이어서 하루를 그 환자만을 위해 써야 하는 상황이었죠. 뇌압 조절만 해드리면 다른 증상이나 통증 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서, 군대 간 아들이 제대하는 것까지 보고 집에서 돌아가실 수 있었어요. 한 사람으로서 존엄을 지키면서 평소 지내던 곳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고 가족이 지켜보는 상태에서 임종을 맞이하셨죠. 가정형 호스피스 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누군가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권리’라고 하며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양한 방식의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국가가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캐나다, 벨기에,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안락사나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국가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포르투갈 의회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의지로 목숨을 끊는 조력 존엄사와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 2002년 엄격한 조건을 만족했을 때 의사가 삶을 끝낼 수 있는 약물을 투여하거나 환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생명을 끝낼 수 있도록 해 안락사와 의사 조력 존엄사를 합법화한 최초의 국가다. 네덜란드에서는 매년 평균 약 6000명이 안락사로 삶을 마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안락사를 찬성하는 사람이 5년 새 1.5배 정도 늘었다.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150만 명을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노화를 겪으며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는 노인에게 연명 치료, 안락사 등은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은, 살겠습니까?
“태어날 때는 선택할 수 없었지만, 죽을 때는 원할 때 죽을 수 있다”는 광고가 TV에서 흘러나온다. 광고 속 노인은 ‘죽고 싶을 때 죽을 수 있어 만족한다’며 웃는다. 담당 공무원이 공원에 앉아있는 노인들에게 ‘죽음’을 권유한다. 국가에서는 안락사를 선택한 노인에게 10만 엔을 주고 장례를 치러준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가가 선택한 정책 제도 ‘플랜75’다. 여행사에서는 위로금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여행을 기획한 온천 여행 상품이 인기를 끌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는 콜센터도 생겼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해결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다. 위 내용은 하야카와 치에(早川千絵) 감독 데뷔작 ‘플랜75’의 줄거리다.
이 일본 영화 속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3년 후인 2025년을 떠올리게 된다. 일본에서 다가올 2025년은 ‘문제’라고 불리고 있다. 2025년, 약 800만 명에 이르는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의 절반 이상이 75세가 된다. 일본 국민의 20%가 ‘후기 고령자’(75세 이상)가 된다는 뜻이다. 2025년부터 의료비와 사회보장비용 부담이 커질 거라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일본에서는 이를 ‘2025년 문제’라고 부른다.
감독은 이 영화로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카메라 도르’라는 특별 언급상을 수상했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75세 이상 노인을 ‘후기 고령자’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이 영화를 기획했다. “‘후기’라는 단어는 곧 너의 인생이 끝난다는 식”이라며 “나라가 나이로 인간을 구분하는 것에도 위화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주인공을 통해 ‘사람이 사는 것을 긍정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전했다. 영화는 질문을 던지며 끝난다. “당신은, 살겠습니까?”라고.
존엄한 죽음 준비 ‘광의의 웰다잉’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해 많은 국가가 안락사나 조력 존엄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영화 ‘플랜75’는 우리에게 기시감을 준다. 안락사는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물 투입을 하는 것(적극적 안락사), 연명 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것(소극적 안락사), 약물 처방으로 환자가 스스로 약물 주입을 하도록 하는 것(조력 존엄사)으로 나뉜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걸까?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이 2021년 진행한 ‘안락사 혹은 조력 존엄사에 대한 태도’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76.3%가 입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2016년 진행했던 같은 설문 조사 응답률과 비교하면 6년 새 찬성 비율이 1.5배 정도 증가했다. 찬성 이유로는 △남은 삶의 무의미(30.8%) △좋은(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26.0%) △고통의 경감(20.6%) △가족 고통과 부담(14.8%) 등이 꼽혔다. 반대 이유로는 △생명존중(44.4%) △자기결정권 침해(15.6%) 등이 있었다.
안락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이를 선택하고 싶다는 응답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웰다잉’(Well-Dying)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연명 의료 등을 결정하는 ‘협의의 웰다잉’을 두고 찬반을 논의할 게 아니라 ‘광의의 웰다잉’으로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광의의 웰다잉이란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호스피스·연명 의료 결정 확대와 함께 독거노인 공동 부양, 성년 후견인, 장기 기증, 유산 기부, 인생 노트 작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앞선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85.9%는 '광의의 웰다잉'을 위한 체계적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또한 약 85.3%가 광의의 웰다잉이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사회적으로 호스피스나 웰다잉 관련 제도들이 잘 마련되면, 개인이 호스피스를 이용할지 연명 의료를 할지 조력 존엄사를 할지 고민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일부 질환의 말기 환자로 제한되어 있다.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없고, 연명 의료를 선택하자니 비용이 많이 들면 결국 조력 존엄사 외에는 선택권이 없는 구조라는 비판도 있다. 광의의 웰다잉을 논의하며 사회적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안락사나 조력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기 이전에 광의의 웰다잉을 논의하고 사회적으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런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안락사를 허용한다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18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10년도 채 되지 않은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0%인 사회)에 진입한다. 2045년에는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7%를 차지해, 세계 최고의 노인 국가가 될 전망이다. 2060년에는 43.9%로 사실상 인구 절반이 노인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화 ‘플랜75’ 말미에는 뉴스에서 “정부는 ‘플랜75’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플랜65’도 검토하고 있습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죽음을 선택하기에 앞서 사회적으로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호스피스 전문기관 종사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별똥별, 찰나의 시간에 마주한 우리’가 출간됐다.
해당 도서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가 호스피스의 날이 있는 10월을 맞아 인천 및 경기 북부 호스피스 전문기관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수기집이다.
구체적으로는 △새내기 호스피스 사회복지사 이야기(강나래 인천광역시의료원 사회복지사) △생일 케이크 촛불 앞의 사람들(심문주 동국대일산병원 간호사) △마지막 무대는 나와 함께(이유진 음악치료사) △성장하는 돌멩이(이효진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간호사) △코로나, 그리고 세 번째 여름(신하영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사회복지사) 등 25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홍승모 몬시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병원장은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통해 말기의 환자와 가족이 위로와 평안을 얻는 일은, 함께하는 돌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며 “수기집 발간을 통해 호스피스 종사자 여러분들의 수고가 더욱 빛을 발하기를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김대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이번 수기집을 통해 다양한 직역의 호스피스 돌봄종사자들이 공감과 위로의 경험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아연 작가
조력사로 생을 마감하려는 사람과 스위스를 함께 가줄 수 있는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처한다면 본인도 조력사를 택하겠는가? 지난 8월, 두 가지 난제에 대한 대답을 담은 책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가 출간되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안락사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오가길 바라며 용기 있게 나선 신아연(60) 작가에게 되물었다. ‘왜? 어째서 안락사를 반대하는가?’
2021년 7월 25일. 신아연 작가는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20년 전부터 그의 글을 즐겨 봤다는 얼굴 모를 애독자가 함께 스위스로 떠나줄 수 있겠냐고 정중하게 물어왔다. 비행기 삯부터 스위스에서 머물 호텔의 숙박 비용을 포함해 여정에 드는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과 함께. 그러나 제안에서 정작 파격적인 부분은 따로 있었다. 스위스행의 목적이 ‘조력사’였다는 점이다.
죽음의 여정이 일깨운 삶의 소중함
조력사는 안락사와 함께 인위적으로 생명을 중단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안락사는 타인에 의한 생명 중단으로, 의사가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와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로 나뉜다. 조력사의 경우 외부의 도움을 받되 스스로 치사량의 약물을 마시거나 주사를 놓는 자살 행위에 가깝다. 화두를 던지고 떠난 고인의 죽음은 조력사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으로 소극적 안락사까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다.
섣불리 따라가도 되는 것일까. 국내에선 허가되지 않은 죽음을 방조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신 작가는 스위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스위스에 도착해서도, 죽음을 결심한 이와 함께 보낸 2박 3일 동안에도 고뇌는 계속됐다. 신 작가는 조력사 시행 직전까지 고인의 가족과 함께 고인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애썼다. 책 전반부에 일기처럼 전개되는 조력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독자까지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든다. 도리어 시종일관 마음 편해 보였던 건 죽음을 앞둔 고인뿐이었다.
“고인에게 동행을 제안받았을 때부터 악몽에 시달렸어요. 직전까지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죠. 지인들도 모두 가지 말라고 말렸어요. 조력사 과정을 지켜보는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게 될까봐, 두렵고 무거운 기억으로만 남게 될까봐 걱정하는 마음이었죠.”
밸브를 돌림으로써 생을 마감하는 인간을 지켜보는 일은 실로 기가 막힌 경험이었다. 아직도 어젯밤 일처럼 생생해서 가슴팍에 통증을 느낄 정도라고. 그러나 이제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행운으로 받아들인다. 주변 사람들과 스스로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그 강렬한 경험은 삶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낳았다. 죽음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잘 살기’만 하면 죽음을 그다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건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음에 대한 공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음은 결코 멀리 있지 않고, 죽음과 삶이 동전의 양면처럼 딱 붙어 닮았다는 점도 깨달았죠. 그러니 죽음에는 삶의 모양이 그대로 반영되리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아끼며 진실된 삶을 살아야 하고요.”
존엄한 선택? 되레 사회적 약자 내칠지도
고인이 원하던 대로, 신 작가는 고인과의 일을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출간 직후부터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온라인 매체 ‘오마이뉴스’에 그가 직접 기고한 책 소개 글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 메인에 소개돼 15만 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해당 글과 카페나 블로그 등에 공유된 글까지 합쳐 7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댓글 수도 놀랍지만, 신 작가는 거의 대부분의 댓글이 안락사 찬성으로 입을 모으고 있어 더욱 놀랐다.
“어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8명이 안락사 허용을 원한다고 하던데, 제가 받은 댓글로만 보면 9.9명은 안락사 허용을 외치는 것 같더군요. 한 사안에 대해 이렇게까지 의견이 일치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기 그지없었습니다. 놀라운 한편으로 우려스럽기도 해요. 삶과 죽음을 논하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만장일치가 아니라 적절한 비율로 찬성과 반대가 나뉘어야 옳다고 생각하거든요.”
안락사 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는 이유를 그 역시 모르는 바 아니다.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기대수명 자체는 늘고 있지만 삶의 질은 장담할 수 없는 세상이다. 이로 인한 걱정과 우려, 더 나아가 불안과 공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신 작가의 생각이다. 무의미한 생명 연장으로 인해 받을 육체적·정신적 고통, 그에 따른 의료 비용 부담 등이 두려워 안락사 시행을 찬성한다는 거다.
그럼에도, 그렇기 때문에 안락사 시행 문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죽음에 대해 신중히 고민하고, 나아가 안락사 시행 반대 입장에 섰으면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에서다. 인간의 존엄성과 삶에 대해 선택할 권리를 위한다지만, 허용 기준이 모호해 악용될까 두려운 마음도 있다.
“이미 안락사를 허용한 네덜란드에서는 가정을 가진 41세의 사업가가 불안장애와 우울증,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안락사를 선택해 사회에 충격을 안긴 바 있어요. ‘네덜란드의 안락사 법이 알코올 중독자를 죽이기 위해 쓰였다’며 비난이 들끓었죠. 캐나다에서도 최근 ‘만성질환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사회에서 멸시를 받고 있기에 죽기를 원한다’며 신청한 존엄사가 승인되어 논란이 일었다고 해요. 안락사가 사회적 약자를 제도적 죽음으로 몰아가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라고 상황이 다를까요?”
다른 건 없다,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안락사 시행에 확고한 반대 입장에 선 그는 이 책을 계기로 안락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공론의 장이 펼쳐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가 안락사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건 호스피스 케어다. 말기 환자와 가족의 심리적·사회적 고통을 완화시켜 삶의 질을 향상하는 호스피스 케어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건이 된다면 인세의 일정 부분을 호스피스 시설 확충에 사용하고픈 마음도 있다.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부분도 있다. 조력사 현장에 동행한 사실이 알려진 후 신 작가는 세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나이와 안락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각기 다른 세 사람이 고인과 같은 부탁을 해온 것이다. 그중 두 명은 이미 스위스 안락사 시행 단체에 가입한 상태였다.
이전처럼 결심을 바꾸려고 발 동동 구르는 대신, 그는 이들과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지금은 친구 사이에 하듯, 카카오톡 메시지나 이메일로 안부를 묻는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픈 사람에게 어떤 말을 건넨다는 행위 자체가 섣부를 수 있어 매사 조심스럽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메일 한 통, 메시지 한 줄만큼의 용기를 내고 있다.
신 작가는 죽음과 삶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웰빙’(Well-being)한다면 ‘웰다잉’(Well-dying)도 저절로 따라오리라고 믿는다. 여전히 죽음이 두렵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행위 자체가 낯선 이들을 위해, 고인이 생전 신 작가에게 남긴 이야기 중 일부를 옮겨 적는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조력사를 앞두고 있는 저 또한 평소와 다른 무엇을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그럴 수 없네요. 그저 하던 대로의 일상 그 이상은 없더군요.
어느 책에서 시한부 젊은 주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가족을 위해 밥상을 차려주고 싶다고 대답하고, 그 소망을 이룬 며칠 후 세상을 떠났다고 해요. 주부로 살면서 밥하고 살림하는 일이 기쁘고 즐겁기만 했을 리 없을 텐데, 평범하기 짝이 없는 어쩌면 지겹기조차 한 그 일상이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 됩니다. 이 점에서 저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노인 진료비가 매년 증가하면서, 건강보험제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료비는 건강보험이 의료기관에 낸 진료비와 환자가 직접 낸 본인부담금을 합친 것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진료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2년 1분기 건강보험 주요 통계 개요’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건강보험 진료비는 2016년 25조 187억 원에서 2020년 37조 4747억 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에는 처음으로 40조 원을 돌파, 2016년 대비 1.6배 수준으로 늘었다.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노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노인 진료비 비중은 2016년 38.7%에서 2017년 39.9%, 2018년 40.8%, 2019년 41.4%, 2020년 43.1%, 2021년 43.4%로 계속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65세 이상 건강보험 진료비는 9조 8565억 원으로 전체의 42.6%에 달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65세 이상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39만 667원으로 지난해보다 0.1% 증가했다.
건강보험 적용 인구 중 노인 인구 비율도 증가 추세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6년 644만 5000명에서 2021년 832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건강보험 적용인구 중 노인 인구 비율도 2016년 12.7%에서 2021년 16.2%로 증가했다. 3월 기준 65세 이상 건강보험 적용 인구는 845만 명으로 전체의 16.4%를 차지했다.
앞으로 노인 인구 비율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어서, 노인 진료비 비중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0년 16.1%에서 2040년에는 35.3%로 높아진다. 인구 3명 중 1명은 고령 인구인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9년 4월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19~2023년)을 내놓고 재정 안정을 높여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했지만, 아직 실질적인 대응책을 시도하지는 못하고 있다.
노인 의료비 증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진료비 감액 혜택 노인 적용대상 나이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늘리는 등의 조정 정책이어서 국민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신현웅 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보건의료 정책 현황과 과제: 지속가능성 확보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기존의 의료 이용 행태를 고려하지 않은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벗어나 꼭 필요한 분야의 의료보장은 확대하되 불필요한 분야는 개선하는 방향으로 보건의료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선 건강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21년 ‘건강보장 Issue & View’에서 2004~2018년 기간 동안 노인 총진료비 증가의 요인으로 인구(39.4%)와 가격(39.6%)이 가장 높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고령화와 가격요인으로 노인 의료비가 증가했다는 것.
또한, 만약 적절한 비용 통제 정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020년 기준 전체 GDP의 2.5% 수준인 노인 의료비는 2030년 6%, 2060년에는 12~16%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사망이 임박한 노인들의 불필요한 연명 의료를 자제하고, 완화의료 및 호스피스 등의 대안적인 방법 도모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마련에 대한 필요성을 확인했다”며 “노인 의료비 지출이 커지는 이유로 고령화뿐 아니라 진료비의 증가도 있는 만큼, 고가의 의료서비스나 과잉진료 등의 의료 패턴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노인복지관을 신규 지정했다. 신규 지정된 노인복지관은 15일부터 상담사 교육 이수 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 및 등록업무를 시작한다. 이번 지정으로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저변이 확대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30개의 노인복지관을 새롭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지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로서 총 330개 기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인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중단결정(임종 과정에 있을 때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기로 하는 결정)에 관한 의사를 밝힌 문서를 말한다. 등록기관을 방문하거나 상담을 통해 작성할 수 있으며, 의향서의 내용은 언제든지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연명의료중단 결정 관련 문서 작성 건수는 2018년 12월 10만 1773건에서 지난해 같은 달 115만 8585건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건수는 102만 건으로, 전체 작성자 131만 건 중 77.9%다. 노인복지관은 어르신 대상 전문 상담를 제공해, 연명의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접근성을 높여 제도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신규 지정된 등록기관인 경북 의성노인복지관의 황희철 팀장은 “어르신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존엄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안내해 제도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재경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국민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와 자기결정권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원장도 “노인복지관 등록기관 유입으로, 고령층 접근성 증대 및 인프라 확충을 통해 제도 내실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됐으며, 원활한 업무 수행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은 분기별 연 4차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지정된다. 지정된 기관은 필수 교육 이수 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작성지원‧등록 업무가 가능하다. 가까운 등록기관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부터 환자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의료 활동에 정규 수가가 적용된다. 이에 요양병원을 포함한 중소병원의 연명의료결정제도가 확대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를 개최해 ‘제1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19~2023)’의 올해 시행계획을 심의·확정했다.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은 연명의료결정법 제7조에 근거해 호스피스와 연명의료결정제도 확립을 위해 5년 단위로 수립되는 중장기 종합계획이다.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무의미하게 임종 과정 기간만을 연장하는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의료인 활동에 대해 임시로 운영해 온 시범사업 수가가 아니라 개선된 정규 수가를 산정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시범 수가가 정규 수가로 편성되면서 전반적인 수가 적용 기준이 완화됐다. 기존에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의료기관이 직접 운영해야만 수가 적용이 가능했으나, 올해부터는 위탁 운영도 허용한다. 외부 전문가 섭외가 어려워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했던 중소병원을 위해 여러 의료기관이 ‘맞춤형 공용윤리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될 예정이다.
또 시범 수가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시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기관에만 적용됐으나, 정규 수가는 이 4가지 시술 중 1개 이상 수행 가능한 기관이면 적용된다. 별도의 연명의료지원팀을 구성하고, 제도 관련 교육을 수료하도록 했던 인력 기준도 해당 업무 담당자만 교육을 이수하면 되도록 완화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건수는 제도 시행 3년 6개월만인 지난해 8월, 100만 명을 돌파했다. 복지부는 올해 150만 명을 목표로 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는 기관을 지속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인복지관, 보건소를 더불어 비영리법인이나 단체를 통한 ‘찾아가는 상담소’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한 호스피스 서비스의 대상 질환이 확대된다. 기존의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2종 외에 만성 호흡부전 13종의 질병코드(만성기관지염, 천식, 기관지확장증, 진폐증, 호흡곤란증후군, 간질성폐질환, 기타호흡장애 등)를 추가한다. 현재 시범사업으로 수행 중인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그 성과를 평가해 본 사업으로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질병과 가장 근접한 이들은 누구일까. 환자와 그의 가족, 혹은 그들과 함께하는 의료인일 것이다. 질병과 삶, 때로는 죽음을 마주하는 간호사들은 우리 사회에서 아픈 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국립암센터 암생존자통합지지실과 호스피스 병동에서 전담 인력으로 근무하는 간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박미애 국립암센터 암생존자통합지지실 간호사
“유방암을 예로 들어볼게요. 유방암 0기, 1기 환자들의 경우 방사선 치료에 보통 한 달 걸립니다. 호르몬 치료를 위한 처방약 복용은 장장 5년간 계속해야 해요. 하지만 방사선 치료가 끝나면 그 뒤로 의사에게 진단받을 기회가 없어요. 의사들은 ‘이제 치료 끝나셨어요. 몇 달 뒤에 검사받으러 오시면 됩니다’라고 하면 환자들이 치료가 끝나서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앞으로 나는 뭘 해야 하나. 몸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정보가 부족하니 오히려 막막하고 불안해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박미애 간호사가 만나는 환자들은 암 진단을 받은 뒤 수술이나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의 적극적인 치료를 끝낸 암 생존자들이다. 그러나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질병과의 고리도 끊어진 것은 아니다. 센터를 찾는 이들은 여전히 암 재발을 가장 두려워하며, 미미한 통증이나 신체 변화만 생겨도 암과 관련된 증상이 아닐까 불안해한다.
그가 하는 일은 환자들이 스스로를 관리하고 원활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2019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 10만 명당 연령표준화발생률은 295.7명으로, 2015년 이후 신규 암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암 치료 후 어떤 것을 신경 써야 하는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기회는 턱없이 부족하다. 경제적 지원을 받거나 재취업은 언감생심이다. 그저 환자들끼리 모여 정보를 주고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2017년 7월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암생존자통합지지사업은 올해부터 본사업으로 전환됐다. 박 간호사는 사업이 처음 시행될 때부터 함께한 암생존자통합지지실 초기 멤버다. 정신 전문 간호사로서 암 생존자인 환자가 방문하면 자가평가 및 상담부터 진행하며 환자가 겪고 있는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파악하고, 건강관리법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맡았다. 또한 통합지지실의 전반적인 행정 업무 및 간호학과나 대학원 등 관련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암 생존자 관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이상 생존한다는 통계자료가 발표됐지만 암은 여전히 통증, 단절, 혹은 죽음을 연상시킨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환자들은 피로와 통증 등의 신체적 어려움이 있어 경제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일을 시작해도 괜찮을까’ 등의 심리적인 불안감까지 합세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투병 사실 알리기를 꺼리기도 한다. 같이 사는 배우자를 제외하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환자도 더러 있다. 사람들의 지나친 배려가 부담스럽거나 무덤덤하다 못해 냉담한 반응에 상처받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성공이나 노력보다 행복, 남의 시선보다 나 자신과 가족에게 집중할 변화의 계기로 삼는 이들이 조금이나마 늘어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작년에 센터를 찾았던 65세 림프종 환자 A씨도 비슷한 사례다. 현재 센터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프로그램 다수를 비대면 콘텐츠로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을 비롯해 익숙지 못한 일에 대한 도전을 특히 겁내던 분이었다. 그러나 영양식생활 프로그램과 사진, 짧은 일기를 공유하는 ‘고잉온 다이어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용기를 얻었고, 결국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운영되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취직해 일하게 되었다. 박미애 간호사는 앞으로도 제2의 A씨가 많아지길 바란다. 암이라는 제약과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세상으로 향하길 꿈꾸고 있다.
유재빈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간호사
“여전히 암 진단은 사형선고나 다름없고, 호스피스 병동은 무겁고 엄숙한 공간이라는 편견이 강해요. 그래도 죽음과 호스피스 병동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하려고 해요. 제가 고등학생일 때 가족들끼리 췌장암에 걸린 할머니에게 마지막 생일파티를 해드리려고 병실에서 촛불과 케이크를 준비했었어요. 당시 할머니는 이미 의식이 없으셨고,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많아 유난이라며 아버지를 나무랐죠. 하지만 지금은 병동에서 환자들의 생애 마지막 생일파티를 소소하게나마 챙겨드리고 있어요. 앞으로도 암과 죽음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화하리라고 믿어요.”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에서 3교대로 근무하는 유재빈 간호사는 입원한 환자와 보호자 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신체적 증상 관리부터 위생, 임종 돌봄 및 장례 준비, 정서적 지지까지 환자의 말기 돌봄 기간에 필요한 모든 간호 활동을 수행한다.
그가 일하는 곳에서는 입원한 환자 9명의 힘든 증상을 적극적으로 완화시키는 치료가 이뤄진다. 환자의 의사를 가장 존중하여 수혈 및 중재적 시술을 적극적으로 지속하고, 가정에서 증상 조절이 가능해지면 퇴원이 이뤄지는 일반 병동과 다를 바 없다. 다만 일반 병동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회복하는 과정에 집중한다면,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입마름 같은 신체적 증상 완화부터 환자의 안위 증진 및 개인 위생에 대한 돌봄이 제공되고 있다.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과 일반 병동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담 및 돌봄 프로그램이 있다는 점이다.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환자 및 보호자와의 상담을 필수로 진행하는 것은 물론, 음악이나 미술 요법, 스트레칭 데이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심적인 안정과 위로를 건넨다.
코로나19 때문에 가족을 제외한 지인들의 면회가 쉽지 않아 병동에서는 유튜브 라디오 프로그램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을 열어 사연과 신청곡을 받는 실제 라디오와 유사한 진행으로, 특히나 만족도가 높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환자와 가족들의 수용 정도, 실질적인 심리·사회적 어려움이 무엇인지부터 파악에 나선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약사, 요법치료사로 이뤄진 전담팀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남은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통증과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을 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엄연히 의료 서비스에 해당한다.
그러나 병동 바깥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가 갖는 이미지는 무겁기만 하다. 죽음을 준비하기보다 터부시하고 쉬쉬하는 분위기와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합쳐진 결과다. 병동을 찾아 초기 상담을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엄숙하고 숨 막히는 공간으로 생각해 걱정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적지 않다.
환자들이 ‘왜 나에게 이런 몹쓸 병이 와서 우리 가족을 힘들게 할까’, ‘이제야 살 만해졌는데 이런 나쁜 병에 걸렸구나’ 하며 자책하는 모습도 자주 본다. 의식이 흐려지기 전까지 자녀와 배우자, 부모에게 미안해하는 것이다. 암에 걸리고 싶어 걸린 것이 아니며,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의 문제가 아님에도.
그러나 암은 의학 기술의 발달로 고혈압 및 당뇨 같은 만성질환화되고 있다. 약을 복용하고, 생활 습관을 조절하며,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병 말이다. 병동에 들어와보니 예상했던 분위기와 달라 놀라는 이들이 많다. 그는 얼마 전 명절맞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들이 서로에게 편지를 쓰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며 매일 깨달음을 얻는다. 일한 기간이 늘어날수록 ‘함께’, 그리고 ‘가족’이 갖는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곱씹게 된다. 그에게 울림을 준 건 아들이 아버지를 간병하는 무뚝뚝한 부자였다. 입원 초기 서먹했던 사이가 서로를 용서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 호스피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
아버지가 병동 내 ‘평온실’에서 임종을 맞은 몇 달 뒤 아들은 병동으로 세 장짜리 장문의 자필 편지를 보내왔다. ‘주저앉고 싶었던 마지막 순간, 슬픔을 공감하고 이해해주며 오히려 배려하는 모습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편지의 한 구절을 읽어주며 눈시울을 붉힌 그는 다짐했다고 한다. 누구에게도 예외 없는 죽음 앞에서 환자가 편안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덧씌운 선입견을 벗겨내는 데 보탬이 되는 간호사로 성장하고 싶다고.
●Exhibition
◇IN TO THE WILD - 이바 트린쿠나이테 개인전
일정 2022년 1월 8일까지 장소 ART Corner H
발트 3국 아트 신에 등장한 리투아니아 작가 이바 트린쿠나이테(leva Trinkunaite). 그의 개인전 ‘IN TO THE WILD’(인 투 더 와일드)가 햇빛담요재단의 복합문화예술공간 ‘Art Corner H’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리투아니아 루벤 아트 파운데이션(Lewben Art Foundation)의 전폭적인 지지로 성사됐다.
이바 트린쿠나이테는 동물과 자연 그리고 인간 사이의 복잡다단한 관계성을 평면 회화 속에서 조망한다. 작가는 인간과 동물의 생태계적 위치 불평등에 주목했다. 인간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자연이 아닌 자연과 동물이 주체가 되어 인간을 응시하는 듯한 눈빛을 작품에 표현해냈다.
이바 트린쿠나이테는 유럽 신진작가들의 회화 연대기로 평가받는 ‘Young Painter Prize’에서 입상한 바 있으며, 발트 국가 특유의 독특한 정서를 담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신작 총 13점이 전시되며, 전시 수익금은 보호종료아동의 한 끼를 위한 ‘밥집 알로’의 식사비로 기부된다.
◇ 한글, 공감각을 깨우다
일정 12월 23일까지 장소 사비나미술관
이번 전시의 부제는 ‘눈, 코, 귀, 입, 몸으로 느끼는 우리말’이다. 13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한글의 소리, 형태, 구조 등을 다각도로 탐구해 한글을 다양한 형식의 시각예술로 구현했다. 특히 지구상에 존재하는 문자 중 가장 창의적이고 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의 공감각적 요소에 주목했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총 47점이 소개된다. 오감을 활용해 작품을 느끼고 체험하면서 관객은 즐겁게 작품에 몰입할 수 있다.
●Book
◇플라멩코 추는 남자(허태연·다산책방)
올해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허태연 작가의 ‘플라멩코 추는 남자’가 장편으로 출간됐다. 은희경, 전성태, 이기호, 편혜영, 백가흠 등 한국 문학 중심에 있는 소설가 심사위원 전원에게 고른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심사위원회는 “코로나19 시국에 맞는 따뜻한 작품이며, 가독성이 매우 좋다”고 호평했다.
제목만 보면 청춘의 이야기일 것 같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은 67세의 허남훈이다. 허남훈은 실제 허태연 작가의 아버지 이름이다. 허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1997년 겨울,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고 살아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다. 이야기 속에서라도 그분이 살아 계시길 바라며 아버지의 이름을 주인공에게 줬다”고 말했다.
남훈은 26년 동안 굴착기를 운전하며 반평생을 살았다. 마침내 은퇴를 결심한 그는 자신의 중고 굴착기를 거래하기 위해서 한 청년을 만나게 되고, 소설은 시작된다. 그러나 자신의 굴착기 자랑만 늘어놓다 거래는 불발되고, 이후에도 몇 명을 더 만나지만 거래는 불발된다.
스스로도 ‘전형적인 꼰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남훈은 변화를 결심하고, 과제를 마련한다. 남훈의 과제는 ‘청결하고 근사한 노인 되기’ 같은 소박한 것들이지만 ‘스페인어 배우기’, ‘플라멩코 배우기’같이 노인인 그에게 험난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특히 남훈의 최종 과제는 스페인에서 ‘진짜 가족’ 만나기다. 남훈의 좌충우돌 가족 찾기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따뜻한 위로를 전해준다.
책을 읽다 보면, 시니어 세대는 나의 이야기 같다며 공감할 것이고, 젊은 세대는 부모님을 떠올릴 것이다.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꿈을 내려놓고 억척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던 부모님. 그만큼 현실적이어서, 더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어린이 호스피스의 기적(이시아 고타·궁리)
일본 오사카시 공원 한편에는 일본 최초 민간형 어린이 호스피스인 ‘쓰루미 어린이 호스피스’가 있다. 책의 저자인 저널리스트 이시아 고타는 쓰루미 어린이 호스피스를 짓기까지 분투한 사람들의 기록을 담았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논픽션 스토리다.
◇탑으로 가는 길(김호경·휴앤스토리)
금융회사 CEO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증권맨이 문화유산답사기를 책으로 펴냈다. 저자는 2년여에 걸쳐 전탑과 모전석탑을 찾아 나섰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문화재에 진심인 그가 전하는 정보는 유쾌하고 유익하다.
◇냄새들(김수정·꿈꾸는인생)
영화기자로 10년을 일하다 작가가 된 그녀. 에세이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했더니’ 이후 두 번째 책을 냈다. 들 시리즈 네 번째 책이기도 한 ‘냄새들’은 냄새에 관한 책 같지만 기억에 관한 책이다.
냄새에 예민하지 않아도 괜찮다.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며 편하게 읽을 수 있다.
●Stage
◇잭 더 리퍼
일정 12월 3일~2022년 2월 6일
장소 한전아트센터 공연장
연출 신성우
출연 엄기준, 이홍기, 남우현, MJ, 인성, 신성우, 김법래, 강태을, 김바울, 이건명 등
3년 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잭 더 리퍼’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배우 신성우가 연출을 맡았고, 잭 역을 맡아 연기도 한다. 무엇보다 주인공 다니엘 역에 엄기준, 이홍기, 남우현, MJ, 인성까지, 쟁쟁한 배우들이 캐스팅돼 눈길을 끈다.
‘잭 더 리퍼’는 1888년 회색 도시 런던이 배경이다. 당시 실제로 일어난 미해결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극 중 사건을 따라가는 극 중 극 형태다. 퍼즐 조각처럼 얽힌 살인마의 존재를 파헤쳐가는 스릴러 뮤지컬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이다.
이번 시즌 역시 흡인력 있는 스토리와 전개, 클래식하면서도 대중적인 넘버로 강렬한 짜릿감을 선사하며 새로운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갈 예정이다.
◇엘리펀트 송
일정 11월 26일~2022년 2월 13일
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연출 김지호
출연 전성우, 강승호, 김현진, 신주협, 이석준, 정원조, 정상운, 고수희, 이현진 등
자비에 돌란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연극 ‘엘리펀트 송’은 돌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의사 로렌스의 행방을 찾기 위해 병원장 그린버그가 로렌스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환자
마이클을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세 사람의 이야기가 엇갈리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하고,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과 반전이 극의 포인트다. 2015년 11월 국내 초연 후 매 시즌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썸씽로튼
일정 12월 23일~2022년 4월 10일
장소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출 이지나
출연
강필석, 이충주, 양요섭, 서경수, 윤지성, 임규형, 황순종, 남경주, 정원영, 이영미, 안유진, 이채민 등
지난해 초연한 ‘썸씽로튼’이 1년 만에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초연을 성공으로 이끈 강필석, 서경수와 함께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양요섭, 전역 후 첫 뮤지컬 복귀를 앞둔 윤지성이 출연을 확정해 기대를 더한다. ‘썸씽로튼’은 1595년 르네상스 시대, 인류 최초로 뮤지컬을 제작한 바텀 형제의 고군분투기를 그린다. 바텀 형제와 함께 셰익스피어, 노스트라다무스 등 톡톡 튀는 캐릭터가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완성하기까지의 여정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플라멩코 추는 남자 허태연·다산책방
제11회 혼불 문학상 수상작이 장편으로 출간됐다. 주인공 67세의 허남훈이 은퇴를 결심한 후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이를 통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책이다.
어린이 호스피스의 기적 이시아 고타·궁리
일본 오사카시 공원 한편에는 일본 최초 민간형 어린이 호스피스인 ‘쓰루미 어린이 호스피스’가 있다. 책의 저자 저널리스트 이시아 고타는 쓰루미 어린이 호스피스를 짓기까지 분투한 사람들의 기록을 담았다.
탑으로 가는 길 김호경·휴앤스토리
금융회사 CEO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증권맨이 문화유산답사기를 책으로 펴냈다. 저자는 2년여에 걸쳐 전탑과 모전석탑을 찾아 나섰다. 문화재와 관련한 유쾌하고 유익한 정보를 전하는 책이다.
냄새들 김수정·꿈꾸는인생
영화기자로 10년을 일하다 작가가 된 그녀. 에세이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했더니’ 이후 두 번째 책을 냈다. 들 시리즈 네 번째 책이기도 한 ‘냄새들’은 냄새에 관한 책 같지만 기억에 관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