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계약으로 효도 보장받을까?

기사입력 2021-12-22 08:23 기사수정 2021-12-22 08:23

[생활 속 법률 상식] 효도계약서의 명과 암

최근 시니어들은 증여로 재산을 물려준다. 지난해 증여 신고 건수는 21만 건을 넘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증여 후 부모를 돌보지 않거나, 재산을 탕진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실제로 부양료를 두고 소송으로 다투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의 방지책으로 ‘효도계약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효도계약서의 가치와 작성 요령에 대해 살펴본다.

‘효’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나이 든 부모를 모시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사회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심지어 가족끼리 재산 문제로 다투거나, 부모를 학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노인 학대 건수의 88%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부양료 지급 청구 소송은 한 해 평균 200~300건에 달한다. 한국법률상담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효를 당연한 도리로 여겼지만, 젊은 세대를 둘러싼 사회적·경제적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부모에 대한 책임 의식이 옅어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탓에 ‘불효자 방지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불효자 방지법을 발의했다. 불효자 방지법은 부양의무를 조건으로 부모 재산을 넘겨받은 후 자녀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범죄를 저질렀을 때 증여를 해제한 후 자식에게 넘겨준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한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불효자 방지법에 관한 연구 용역을 의뢰했으며, 연말쯤 결과가 나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민법상 특별한 사유 없이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기 힘들다. 민법 제556조 제1항은 수증자가 증여자를 부양할 의무가 있음에도 부양하지 아니한 경우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민법 제558조에서 증여계약을 해제하기 전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제에 따른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일 증여받은 자녀가 부모를 방치하거나 연락을 끊은 경우라 할지라도 증여 재산을 반환받을 수 없는 것이다.

▲효도계약서는 부모와 자식의 합의로 부모는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고, 자녀는 부양이나 병간호 등 부모에 대한 효도의무를 부담한다는 내용을 담은 일종의 조건부 증여계약이다(어도비 스톡)
▲효도계약서는 부모와 자식의 합의로 부모는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고, 자녀는 부양이나 병간호 등 부모에 대한 효도의무를 부담한다는 내용을 담은 일종의 조건부 증여계약이다(어도비 스톡)

문서화된 효도의 명과 암

그래서 효도계약서가 필요하다. 효도계약서는 부모와 자식의 합의로 부모는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고, 자녀는 부양이나 병간호 등 부모에 대한 효도의무를 부담한다는 내용을 담은 일종의 조건부 증여계약이다. 이러한 증여는 증여받은 사람이 계약에서 정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 보통의 증여계약과 달리 이미 이행이 완료된 부분도 반환해야 한다. 즉 효도계약서를 작성하면 증여 재산 환수의 가능성이 커진다.

효도계약서를 작성할 때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특별한 양식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증여 재산과 조건, 조건 불이행 시 해제 등을 적으면 좋다. 조건을 적을 때는 ‘부모에게 대들지 않는다’처럼 추상적으로 적는 것보다 정기적 방문 횟수, 생활비 지급 금액 등과 같이 구체적으로 적는 게 좋다. 특히 계약 해제의 조건과 해제 후 이행 조치에 관해 구체적으로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가령 ‘증여 부동산을 증여인의 동의 없이 팔았을 때 해당 부동산을 환수한다’와 같이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증여 재산을 환수할 때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기 때문이다. 장샛별 법무법인 ‘명전’ 대표 변호사는 “서로 간의 원만한 합의가 가장 중요하며, 조건부 계약이기 때문에 해제 조건이나 기간을 명확히 정하는 것이 훗날 소송으로 다툴 때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효도계약서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증여 재산 환수에는 효과적이지만, 천륜인 효를 계약으로 강요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소송하면서 가족끼리 심리적 고통이 큰 것도 사실이다. 유언대용신탁과 같은 제도의 활용성도 제기된다. 한국법률상담소 관계자는 “효를 계약서로 정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물려줄 재산이 많거나 생계 곤란 등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앞선다면 쓸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과 같은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말했다.

효도계약서 작성 시 주의사항

정확한 재산 ▶ ‘내 재산을 준다’처럼 추상적으로 적는 것보다는 최대한 정확하게 적는 것이 좋다. 가령 부동산이라면 평가액과 주소를 적고, 현금이라면 계좌번호와 금액, 횟수와 한도를 정확히 명시하는 것이 좋다. 현금의 경우 영수증을 받아서 계약서에 첨부한다.

과한 조건은 금물 ▶ 효도계약서를 작성할 때 부담해야 하는 조건 또는 의무는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제주도에 사는 자녀에게 서울의 부모를 매일 방문하라거나, 1억 원 상당의 물건을 주면서 10억 원의 상당의 의무를 요구하면 안된다.

계약서는 2부 ▶ 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계약 날짜와 계약 당사자들의 이름, 그리고 사인이나 도장 날인 등이 필요하다. 계약서는 동일한 내용으로 2부 작성한다. 계약서 2부를 나란히 놓고 그 경계면에 쪽마다 겹쳐서 부모와 자식의 도장 혹은 서명하여 계약서 위조에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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