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건강보험업계가 고령자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가족돌봄 지원을 건강관리의 핵심 과제로 보고 지역사회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병원이나 의료기술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연결망과 가족돌봄 체계를 강화해 건강수명을 늘리고 의료비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미국 건강보험사 휴매나의 공익재단인 휴매나재단은 30일 노인과 재향군인의 외로움, 사회적 고립, 우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 1220만 달러(약 166억 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미국 전역의 비영리단체 13곳과 대학 연구팀 5곳이다.
재단은 사회적 고립이 우울증과 만성질환 악화는 물론 의료 이용 증가와 삶의 질 저하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역사회 안에서 사람 간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건강 증진의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지원금은 고령자의 사회참여를 늘리는 지역 프로그램과 재향군인 지원 사업, 외로움 해소 프로그램뿐 아니라 이러한 개입이 실제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에도 활용된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브랜드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도 같은 날 네브래스카주의 고령자와 가족돌봄자, 장애인을 지원하는 8개 지역 프로그램에 총 38만5000달러(약 5억2000만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지원 사업에는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지역 돌봄 네트워크 구축, 가족돌봄자의 휴식을 지원하는 '레스파이트 케어', 고령층 재무교육과 1대1 재정 상담, 장애인 취업 지원, 의료 접근이 어려운 주민을 위한 방문 의료 서비스 등이 포함됐다. 이 프로그램은 케어는 가족이 돌봄을 잠시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로, 장기간 돌봄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소진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두 발표는 미국 보험업계가 고령화 대응을 의료서비스 확대에만 맡기지 않고 사회적 고립과 가족돌봄 문제까지 건강관리의 일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치매와 우울증, 심혈관질환,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꾸준히 지목돼 왔으며, 가족돌봄자의 부담 역시 장기요양 체계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고령자가 가능한 한 익숙한 지역사회에서 오래 생활하도록 지원하는 '집에서 나이 듦(에이징 인 플레이스)'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사들도 병원 치료 이후의 삶과 지역사회 연결망, 가족돌봄 지원을 새로운 투자 분야로 확대하는 추세다. 의료서비스 제공을 넘어 고령자의 일상과 지역사회 기반을 함께 관리해야 장기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의료비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도 올해 3월부터 의료·요양·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통합돌봄 체계가 본격 시행되면서, 고령자가 익숙한 지역에서 오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집에서 나이 듦(에이징 인 플레이스)'가 중요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보험업계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넘어 사회적 고립과 돌봄 부담을 줄이는 예방적 투자가 실제 건강과 의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내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