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9

“‘통돌(통합돌봄) 현수엽’으로 불러주세요”

입력 2026-10-09 06:00

공도윤 브라보 마이 라이프 편집국장 대담

전담 인력 5632명 배치, ‘통합돌봄 전도사’ 500명 양성

농어촌 돌봄 공백 해소 위해 내년 국공립 돌봄센터 30곳 추진

“기초연금 ‘하후’부터 강화, 사회적 논의 거쳐 개편해야”

‘고령 돌봄’의 현실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준비할 수 있는 ‘아이 돌봄’과는 다르다. ‘부모를 돌볼 수 있을까’, ‘나이 든 뒤 스스로를 돌볼 수 있을까’. 부모의 투병을 갑작스럽게 마주하거나 나이 들어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단순해 보였던 질문들은 수백·수천 가지 고민으로 이어진다.

선택적 1인 가구가 늘고,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한 명만 낳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고령 돌봄은 더 이상 개인과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사회가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중요한 정책과제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간호사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돌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정부가 2018년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을 수립한 지 8년 만인 올해 본격 시행된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현장에 안착시키는 데 힘을 쏟는 이유다.

10월 노인의 날을 맞아 공도윤 브라보 마이 라이프 편집국장이 현수엽 차관을 만나 통합돌봄의 추진 방향과 기초연금 개편 등에 관해 특별대담을 진행했다.

▲공도윤(왼쪽) 브라보 마이 라이프 편집국장이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현수엽 보건복지부 제1차관과 인터뷰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공도윤(왼쪽) 브라보 마이 라이프 편집국장이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현수엽 보건복지부 제1차관과 인터뷰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보건복지부 차관으로 임명된 지 약 4개월이 됐습니다. 차관이 된 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아침이 빨라졌다는 거예요. 원래 아침잠이 많은데 요즘은 눈이 번쩍번쩍 떠져요.

아이가 넷인데 지금은 중학교 2학년인 넷째와 세종에서 같이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아이에게 신경을 잘 못 써요. 머릿속에 일 생각이 많으니까 아이를 생각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미안하죠. 그래도 남은 공직 생활 동안 최선을 다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핵심 사업입니다. 올해 3월 전국 시행된 후 약 6개월 지났습니다. 그동안 제도가 현장에 어느 정도 안착했다고 평가하시나요?

“돌봄 부담은 굉장히 큽니다. 결국 가족관계를 해치거나 가족이 풍비박산 나는 원인이 되기도 해요. 그래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그 부분을 도와드리겠다는 겁니다.

초기부터 모든 분을 다 지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우선 경계선상에 있는 분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어요. 대표적으로 암 수술을 받고 퇴원했는데 당장 혼자 생활하기는 어렵고 자식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입니다. 이런 분들이 다시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로 가지 않고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거죠.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통합돌봄의 대상과 서비스 범위를 어떻게 확대할 계획인가요?

“통합돌봄은 절대로 저소득층 특화 서비스가 아닙니다. 소득과 상관없이 누구든 내 집에서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은 욕구는 똑같아요. 최상위 고소득인 분들은 걱정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소득계층에서 돌봄 부담은 개인이 혼자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9일 서울 중구 정부스마트위크센터에서 브라보마이라이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현수엽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9일 서울 중구 정부스마트위크센터에서 브라보마이라이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 통합돌봄 전담 인력은 어떻게 확보할 계획인가요?

“현장을 찾아가 조사하고 케어 플랜을 짜서 서비스를 연결하려면 전담 공무원이 필요합니다. 올해 전국 시·군·구와 읍·면·동에 통합돌봄 전담 인력 5632명을 배치할 수 있도록 정원을 확보했고, 현재 계속 선발하고 있습니다. 10~11월 중에는 선발을 완료할 예정입니다. 선발된 분들은 통합돌봄만 전담하기 때문에 보건복지인재원에서 교육할 계획입니다. 또한 전담 인력 가운데 ‘통합돌봄 전도사’ 500명을 뽑아 교육하고, 잘하는 지자체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 500명이 자기 지역으로 돌아가 다른 담당자들을 다시 교육하면서 통합돌봄의 개념과 업무 방식을 확산하는 구조입니다.”

- 도시와 농어촌 사이에는 서비스 인프라 격차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군·구별 고령인구와 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해 중증도와 유병률 등을 분석했습니다. 지역별로 방문요양이나 방문의료가 얼마나 필요하고, 현재 공급은 어느 정도인지 조사한 거예요. 조사는 마무리 단계에 있고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지자체가 ‘우리 지역에는 이 서비스가 부족하구나’, ‘특화 예산을 여기에 써야겠구나’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시·군·구별 계획을 세우도록 할 예정입니다.”

- 민간기관이 들어가기 어려운 농어촌 지역에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요?

“농어촌은 어르신들이 띄엄띄엄 살고 계시고, 방문요양을 한 번 가려면 이동에만 한 시간씩 걸리기도 합니다. 하루에 많아야 두 분 정도밖에 돌보지 못하니 수익성이 떨어집니다.

현재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대부분 민간기관인데, 수익성이 낮으면 인프라가 들어오기 어렵습니다. 이런 지역을 위해 내년에는 시·군·구에 30개 국공립 돌봄센터를 만들 계획입니다.”

- 국공립 돌봄센터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요?

“국공립 어린이집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국가가 서비스 제공 인력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일정 부분 지원합니다. 장기요양보험 수가나 각종 프로그램 지원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려운 부분을 국가가 지원해 센터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신축할 수도 있고,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할 수도 있습니다. 시·군·구가 지역에 맞는 계획을 세워 제출하면 그에 맞춰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 돌봄이 필요해도 가족에게 부담을 줄까 걱정하거나 시설 입소를 먼저 생각하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그냥 시설에 가야겠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일단 행정복지센터의 문을 두드리세요.”

- 행정복지센터에 전화해서 뭐라고 말하면 될까요?

“다른 말 필요없이 ‘통합돌봄 신청합니다’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 9월 초에 기초연금 개편안이 발표됐습니다. 당초 지급액을 소득 구간별로 차등화해 아래(저소득층)는 두껍게, 위(상대적 여유층)는 얇게 지원한다는 의미로 ‘하후상박’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하후’만 강화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내년 1월부터 소득이 낮은 분들의 기초연금은 늘어나고 상위 구간은 동결됩니다. ‘하후상박’이라고 했는데 왜 ‘상박’은 하지 않고 ‘하후’만 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기초연금은 약 770만 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굉장히 큰 제도예요. 어르신들의 생활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이런 판단으로 이번에는 ‘상박’을 하지 못했고, 우선 어르신들이 싫어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하후’부터 추진한 겁니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9일 서울 중구 정부스마트위크센터에서 브라보마이라이프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현수엽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9일 서울 중구 정부스마트위크센터에서 브라보마이라이프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 계속 일한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도 있는데요, 다양한 고령층의 목소리와 미래 세대의 부담을 어떻게 함께 고려해야 할까요?

“65세가 지났지만 일을 하기 때문에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상위 30% 분들은 억울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기초연금은 100% 조세로 운영되는 제도입니다. 본인이 젊었을 때 낸 보험료를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현재 청년층과 장년층이 낸 세금으로 지급하는 제도예요. 소득과 재산이 많고 학력이 높은 분들이 대거 65세에 진입하면서 현재는 커트라인(소득 하위 70%)에 있는 어르신의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10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고소득·고재산·고학력 어르신들이 더 많이 들어오게 됩니다. 보건복지부도 모든 분에게 드리고 싶지만 국가 재정을 고려하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 보건복지부가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는 무엇인가요?

“저는 사회적 고립을 담당하는 차관이기도 합니다. 내년에는 ‘목숨을 살리는 정부’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자살 예방 정책을 열심히 추진하고 있고, 고독사와 사회적 고립 예방 정책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고립’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려고 합니다. ‘사회적 고립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도 제정할 계획입니다.

사회적 고립 위험이 있는 분을 발굴하고, 그분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정부가 계속 찾아가야 합니다. 당사자도 고립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주변 사람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 복합적인 복지정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재정적인 부담은 어떻게 보시나요?

“결국은 예산의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이 예산은 단순한 매몰비용이 아닙니다. 고립된 분들을 그대로 두면 결국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수 있고, 그러면 국가가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다. 반대로 이분들이 밖으로 나와 작은 일자리라도 갖고 사회에 기여한다면, 그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실 수 있게 도울 수 있습니다. 고위험군이 정상적인 사회적 관계 안으로 들어오게 지원하는 것이 나중에 더 큰 재정을 쓰는 것을 막는 길이고, 현명한 재정 사용이라고 생각합니다.”

- 차관으로 재임하는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요?

“우선은 통합돌봄 인프라입니다. 통합돌봄이 이제 시작됐기 때문에 전담 인력이 선발되면 이분들이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열정을 갖고 지역사회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통돌(통합돌봄) 현수엽’이라고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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