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점포가 줄어들면서 대면 창구에 의존하는 고령층의 금융접근성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까운 은행이 사라지면 현금을 찾거나 생활비를 보내는 일부터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까지 어려워지고 있다.
14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행연합회가 올해 2월 발표한 ‘은행 점포폐쇄 대응방안’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는 2020년 9월 말 6427개에서 2025년 9월 말 5523개로 줄었다. 5년 동안 904개, 약 14.1%가 감소했다.
은행 유형별로 보면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점포 수가 줄었다. 시중은행의 점포 수는 2018년 3834개에서 지난해 8월 2846개로 1000개 가까이 감소했다. 특수은행은 같은 기간 1999개에서 1892개로, 지방은행은 961개에서 783개로 각각 줄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점포 감소가 두드러졌다. 수도권의 점포 수는 같은 기간 3705개에서 2943개로 줄었다. 기타 광역시(1449→1160개), 시도(1640→1420개)보다 감소폭이 컸다. 점포가 줄면 남아 있는 창구로 이용자가 몰려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고령층에게는 은행을 한 번 방문하는 일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시 금융당국도 이러한 문제를 고려해 점포폐쇄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반경 1㎞ 안의 점포 통폐합에도 사전영향평가 등 절차를 적용하고, 사후영향평가에 외부 평가위원을 1명 이상 참여시키는 방안을 담았다. 다만 기업·개인 대상 점포를 각각 운영하다가 1개 점포로 통합하는 등 동일 주소지 내에서의 점포 합병은 제외했다.
고령층의 범위가 베이비 부머 세대인 액티브 시니어로까지 넓어지면서 고령층도 비대면 금융에 익숙해졌고, 반드시 대면업무를 볼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 그러나 같은 고령층이라도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과 건강 상태, 이동 여건에 따라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겪는 어려움은 다를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자동화기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에게 은행 점포는 금융업무를 처리하면서 직원의 도움과 설명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송금 과정에서 입력한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거나 금융상품의 조건과 위험을 이해하기 위해 직원의 설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가까운 점포가 사라지면 이러한 도움을 받기 위해 더 먼 곳으로 이동하거나 가족 등 주변 사람에게 금융거래를 부탁해야 할 수 있다. 점포 폐쇄가 이동 부담을 넘어 스스로 금융업무를 처리할 기회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현재 고령층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은행 점포는 적게 분포되어 있고, 이에 따라 점포 이용을 위해 이동해야 하는 거리도 매우 멀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점포마저 유사한 분포 경향을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책이 한동안 은행의 점포 축소 지연에만 집중된다면 비은행 금융기관들도 향후 디지털화가 더욱 촉진되는 가운데 인구가 빠르게 소멸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지역에서 ‘출구로의 앞다툰 경쟁(rush to exit)’을 서두를 수 있어 이에 대한 현황 파악과 선제적 대응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디지털 금융 수용도가 높은 非고령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일수록 은행이 오히려 점포를 더 많이 유지하고 있는 것 또한 경영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재평가할 여지가 없는 것인지 은행 스스로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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