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 ‘중고령층 소득공백의 현황과 대응 방안’ 발간
소득공백기 저소득 집단 적자 비율 72.5%, 지출 줄여도 생활 부담
취약 집단 ‘연금이 놓고 간 세대’ 명명, 고용 유지·부분연금·노후준비 지원 제언

2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중고령층 소득공백(Income Crevasse)의 현황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공백기를 보내는 중고령가구 가운데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의 72.5%가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적자 가구를 가계지출이 처분가능소득을 초과하는 가구로 정의했다.
연구진은 1957~1960년생과 1961~1964년생 가구주 집단을 대상으로 소득공백기 가구의 소득과 지출을 분석했다. 각 출생집단의 정년 전인 만 55~59세의 균등화 경상소득의 중위값을 기준선으로 삼아, 소득공백기 소득이 기준선의 어느 수준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네 집단(유지·증가, 소폭 감소, 감소, 절반 미만)으로 나눴다. 소득과 지출은 물가와 가구원 수 차이를 조정했다.
두 출생집단을 합산한 결과 소득이 정년 전 기준선 이상(100%+)인 집단의 적자 가구 비율은 23.4%였다. 소폭 감소(75%~100%) 집단은 37.1%, 감소(50~75% 미만) 집단은 42.9%로 높아졌다. 특히 기준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절반 미만, 50% 미만) 집단에서는 적자 비율이 72.5%로 뛰었다. 가장 취약한 집단의 적자 비율이 기준선 이상 집단보다 49.1%포인트(p) 높고, 약 3.1배에 달한 것이다.
보고서는 “지출을 축소하였더라도 가계 수지가 적자인 가구는 소득 감소 가구에서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취약집단의 적자는 소비 규모가 커서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 기준선의 절반 미만 집단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24만 원으로, 기준선 이상 집단의 234만9000원보다 110만9000원 적었다. 오락·문화, 음식·숙박, 의류·신발 등 재량지출은 21만3000원으로, 기준선 이상 집단의 61만6000원에 비해 약 3분의 1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소득이 줄어든 집단에서 필수지출의 규모는 줄지만, 그것이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는 재량지출이 적은 상황에서도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해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연구진은 소득공백기를 버틸 수 있는 수단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을 계속할 수 있거나 충분한 연금 가입 이력과 자산을 확보한 사람과 달리, 그렇지 못한 사람은 지출을 줄이고 일을 이어가도 생활비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제도적 공백기의 생활 유지는 사실상 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고, 그 몫을 감당하는 수단은 균등하게 주어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소득공백기에 대한 대응 수단이 부족한 취약집단을 ‘연금이 놓고 간 세대’라고 정의했다.
이에 연구진은 우선 주된 일자리에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정년 연장이 고용이 안정된 내부자에게만 혜택이 되지 않도록 정년제 밖의 중소기업·비정규직에는 재고용을 포함한 고용 기간 연장 접근을 병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금 수급 방식의 유연화도 과제로 꼽았다. 보고서는 필요한 기간에 필요한 만큼만 받는 부분연금제를 도입하고, 연금액이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감액에 연계되는 방식을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생계를 위해 연금을 미리 받는 선택이 이후 노후소득의 취약성을 키우지 않도록 제도 간 연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노후준비 지원은 퇴직 이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노후 소득보장의 최약층의 취약점은 60세 시점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른 50대 초반의 일자리 이탈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진단했다. 이에 50세 이후 국민연금 자격 상실이나 구직급여 신청을 계기로 노후준비 상담을 연계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정책 논의는 대응 수단의 불형평을 줄이는 방향과, 제도적 공백기 대응의 중심 수단인 노동의 지속 가능성과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방향의 두 갈래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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