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공도윤 편집국장 doyoon.gong@etoday.co.kr

“카레닌이 개가 아니라 인간이었다면, 틀림없이 테레자에게 오래전에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봐, 매일같이 입에 크루아상을 물고 다니는 게 이제 재미없어. 뭔가 다른 것을 찾아줄 수 있겠어?’ 이 말에는 인간에 대한 모든 심판이 담겨 있다.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이번 호 스페셜 주제는 ‘행복의 조건’입니다. 인생 후반기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탐구해보기로 했습니다. 동일한 제목으로 하버드대학교의 인간 성장 보고서인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이 있죠. 노년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생애를 추적하며 성공적인 노화의 근본적 요소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책입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자문단, 편집국 팀원들과 대화를 나눠 보았습니다. 저마다 생각하는 행복의 순간과 정의는 달랐지만 공통된 교집합이 있었습니다. 행복은 거대한 이벤트가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 있다는 것입니다.
밀란 쿤데라는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행복의 단서를 카레닌이라는 개 한 마리를 통해 건넵니다. 개들은 원형의 시간을 살고, 행복은 반복할 수 있는 존재의 전유물이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인간은 선의 시간을 살고, 지나간 시간은 결코 돌아오지 않기에 행복을 느끼기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선의 시간을 살고 있다면, 인간은 영원히 행복에서 배제되는 걸까요? 최근 젊은 세대의 삶의 방식을 보면, 선의 시간 속에서도 온전히 지금의 순간에 집중하며 행복을 채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인생 후반기를 설계하는 세대의 모습에서는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원형의 시간에서 행복을 찾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어쩌면 서로가 뒤바뀐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행복에 대한 정의에 정답은 없고, 나이나 세대와 상관없이 각자의 삶은 저마다 다른 모양이니까요.
소설 후반부에서 테레자와 토마시는 화려한 경력을 모두 내려놓고 시골로 내려가 같은 동물들, 같은 저녁 식탁, 되풀이되는 하루를 삽니다. 그리고 이런 문장이 등장하죠. “개는 결코 낙원에서 추방된 적이 없다.”
노후의 행복은 새로운 낙원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작은 일상의 형태일 것입니다. 같은 커피, 같은 산책길, 같은 사람의 얼굴에 매번 기뻐하는 일처럼, 직선을 달려온 인생 끝자락에서 행복을 느끼는 방법은 원을 그리는 법을 다시 익히는 일이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 직선 위에 자신만의 원을 그려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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