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1

[브라보 레터] 여행의 기술, 관계의 기술, 배움의 기술

입력 2026-09-01 06:00

(AI가 생성한 이미지)
(AI가 생성한 이미지)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여행 팁을 알려주는 가이드북이 아닌 ‘철학서’입니다. 왜 사람들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지, 여행을 통해 어떻게 자기 성찰을 하게 되는지 탐구하는 책입니다.

여행은 일상과 밀접한 소재입니다. 지친 직장인들은 주말 여행을 떠납니다. 8월에는 여름휴가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9월에는 추석을 맞아 차례 대신 가족여행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시기나 환경과 상관없이 삶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들은 ‘여행’을 선택합니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자 재충전의 시간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1986년 가을부터 1989년 가을까지 3년간의 유럽 여행을 다녀온 후 ‘먼 북소리’를 썼고, 이어 ‘상실의 시대’를 출간했습니다. 은퇴 후 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싶은 순간 선택한 여행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인생의 걸작을 탄생시키는 도약대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특별한 경험을 독자분들도 느끼실 수 있도록, 이번 9월호는 ‘배움으로 채운 해외 한달살기’를 준비해보았습니다.

늘 가족을 먼저 생각하느라 ‘나’를 가족 뒤로 미뤄두었던 분들에게, 진짜 ‘나’의 모습을 당당히 전면에 세우고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행을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해외 한달살기는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타인의 나라에서 나의 시간을 살아보는 일은 소소한 행동에서 시작합니다. 낯선 나라지만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매일 같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공원 벤치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는 일처럼 말이죠.

나이 든 세대에게 해외 한달살기는 여전히 높은 문턱처럼 느껴집니다. 주도적으로 하는 자유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많습니다. 돈과 건강은 물론이고, 낯선 상황에 혼자 대처해야 한다는 부담,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긴장감을 이겨내기 위한 용기도 필요하죠. 용기는 무작정 뗀 첫발에서 시작됩니다.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으로 해외 한달살기를 채운다면 그 첫발은 한층 가벼울 수 있습니다. 단기 연수 프로그램이나 현지 로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시간 설계의 부담을 덜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현지 적응도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인간은 풍경만으로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하지만 하루의 리듬을 만들고 가벼운 소속감을 곁들이면, 어렵다고 느꼈던 문제들은 쉽게 풀립니다.

‘떠나는 이유는 돌아오기 위해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잠시의 여행은 내가 살던 세계와는 다른 자신을 새롭게 보게 해줄 것입니다. 주변을 보면 9월 새 학기를 시작하는 손주들이 있을 겁니다. 올해는 그 기쁨을 직접 경험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공도윤 편집국장 doyoon.gong@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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