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기획... 이 독립투사에 꽂힌 이유] 윤동주의 어머니

기사입력 2016-06-29 14:57 기사수정 2016-06-29 14:57

한양도성길 구간 중에 지하철 4호선 한성대역 인근 혜화문과 창의문(자하문) 사이를 를 백악구간이라고 한다. 이 구간이 도성길 7개 구간 중에 가장 힘든 코스다. 북악산 능선을 타고 넘는 성곽 길을 따라 걸으면서 서울을 내려다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그런데 북악을 넘어 창의문방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가파른데다가 다리도 풀린 상황이라 매우 위험하다. 내려오면 긴장이 풀리고 온몸에 땀범벅이 된다. 다음 코스 인왕산 구간으로 접어드는 초입에 윤동주 문학관이 있다.

땀도 식히고 잠시 쉬어갈 겸 가볍게 들른 윤동주 문학관. 그러나 그의 육필 원고를 읽어나가면서 가벼운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과거 물탱크로 사용했던 구조물을 개조한 영상관에서 시인의 삶과 시를 만날 수 있다. 육면체 콘크리트 구조물의 검고 거친 표면이 암울했던 그 시기와 잘 어울린다. 천장에서 들어오는 한 조각 빛의 의미도 새롭게 느껴진다.

그 영상관에 시인이 다녔던 북간도 소학교에서 가져온 아주 작고 투박한 나무의자가 몇 개 놓여있다. 초등학생의 기분으로 그 곳에 앉으니 시인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어둡고 서늘한 육면체 방, 거칠고 차가운 콘크리트 벽에 낡은 흑백사진들이 파르르 떨면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시인은 여리고 부드러우면서도 우수가 어린 표정이다. 아주 익숙한 시가 조금씩 위로 움직여 사라지면서 약간의 울림과 함께 숙연하게 낭독된다.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에서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환등기 영상이 사라진 이후에도 오래토록 여운이 남는다.

교과서에서 자주 만났던 익숙한 시가 그 날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때로는 코미디프로에서 희화화되기도 했던 ‘별 하나에...’가 갑자기 애잔함과 슬픔, 그리움, 절망 등으로 감정이입이 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전율을 느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북간도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서 별을 세고 있는 시인과 함께 서 있는 것처럼... 학창시절 이후 수십 년 만에 다시 만나는 윤동주. 그의 육필원고를 숨죽이고 읽어 내려가면서 육십이 가까워진 필자가 비로소 시인의 애절함을 절절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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