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부자 PART1] 친구, 내 남은 인생길의 동지!

기사입력 2016-07-28 07:40 기사수정 2016-07-28 07:40

나이 들수록 친구의 소중함이 간절합니다


<글> 유경 프리랜서 사회복지사


저는 노인복지를 전공한 사회복지사로, 20년 넘게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노인복지관과 노인대학 등에서 어르신들과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인생의 선배인 어르신들께 배운 ‘나이 듦의 기술(Art of Aging)’을 함께 나누기 위해 ‘시니어’라고도 부르는 중년 세대, 즉 베이비부머들과도 자주 만납니다.

시니어들과 수업을 하면서 각자가 꿈꾸는 노년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사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건강하고, 먹고살 걱정 없고, 소일거리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러면서 그동안 맛보지 못한 여유와 한가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관계’가 들어 있고, 관계의 중심에는 ‘친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돈 있고, 건강하고, 심심하지 않을 만큼 일거리가 있고, 그래서 눈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것이 전혀 없다 해도, 인간관계에서 아무런 행복과 기쁨도 느끼지 못하고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 한 명 없다면 과연 우리가 꿈꾸는 노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인생의 후반에 접어들면서 다시 한 번 친구 관계를 살펴봐야 하는 까닭은 친구야말로 남은 인생길을 같이 걸어갈 동행이고 동지이고 동반자이기 때문입니다. 수업 중에 나온 앞의 네 분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니어의 친구 관계를 몇 가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첫째, “길동무가 좋으면 먼 길도 가깝다!”

무엇보다 먼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친구의 중요성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가족이나 일가친척들이 좋은 일이건 궂은일이건 서로 돌봐 주었지만,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 시대인 요즘은 더 이상 가족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자녀들마저 독립해 떠나고 나면 홀로 남게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소소한 일상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걱정과 즐거움을 나눌 친구가 더더욱 소중합니다. 길고긴 노년의 시간, 갈수록 힘에 부칠 인생의 마지막 고갯길을 앞서거니 뒤서가니 함께 걸어가는 친구는 범상치 않은 인연이며 그 누구보다 고마운 존재입니다.

둘째, “길이 멀면 말의 힘을 알고, 날이 오래면 사람의 마음을 안다!”

친구 관계에도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간직하되, 맞지 않는데 억지로 붙잡고 있을 일은 아닙니다. 친구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고 아름답게 포장될 수는 없습니다. 일방적이거나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 시간과 함께 관계의 질에도 변화가 와서 허울만 남아 있는 관계는 정리가 필요합니다. 새롭게 다시 시작하든지 아니면 거리를 둔 채 떨어져 있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나이 들면, 너무 늦지 않게 내 손으로 생활을 간소화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하는데 우정도 예외는 아닙니다. 포용력 못지않게 옥석을 가려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이유는, 친구와 함께 걸어갈 길이 아직 생각보다 훨씬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물이 깊어야 고기가 모인다!”

좋은 친구를 얻으려면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오랜 친구들의 끈끈한 정에 새로운 친구들의 신선함까지 더해진다면 생활이 풍성해질 것은 분명합니다. 흔히 가까운 친구 열 명 중 세 명 이상이 나이 차가 10년 이상이면 그 사람은 세대 차이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은 나이는 물론이고 성별도, 사는 지역도 친구를 사귀는 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와 다른 배경을 갖고 있는 친구를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정성을 기울이는 일입니다. 물이 깊어야 물고기들이 모여드는 것처럼 품이 넓고 속 깊은 사람이 되도록 나부터 먼저 노력해야겠습니다.

넷째, “정에서 노염난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소홀히 했던 친구가 있습니다. 우정의 담 한 귀퉁이가 무너져 내린 것도 미처 모른 채 살아왔습니다. 후회막급이지만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 친구 관계의 재건을 위한 절호의 기회입니다. 시니어는 바로 그런 나이입니다. 친구는 원래 가깝기 때문에 서운하고 기대가 있기 때문에 실망도 합니다. 남이라면 다시 안 보면 그만이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속상하고 또 칼같이 끊어낼 수도 없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그러지기 시작했는지 찬찬히 살펴보고 내 잘못부터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먼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과의 타이밍입니다. 우정을 포함한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데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내일이면 늦으리. 그래서 모든 관계를 아우르는 이 말은 우정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러니 있을 때 잘하자고요.


>> 유경(劉暻)

CBS 아나운서로 노인 대상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하다 노인 복지에 뜻을 세우고 프리랜서 사회복지사가 됐다. 저서로는 <유경의 죽음준비학교>, <마흔에서 아흔까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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