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PART3] 시니어의 우정, 좋은 친구가 되려면?

기사입력 2016-08-05 16:42 기사수정 2016-08-05 16:42

나이가 들수록 주변 사람들과 멋진 관계를 맺고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젊었을 때보다 말과 행동이 적을지라도 더 깊은 사랑과 지혜를 전하고, 그 속에서 관계를 맺을 줄 알면 참된 시니어 세대가 됐다는 증거다. 로마의 훌륭한 정치가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노년의 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친구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라고 하였다. 어떤 말과 마음가짐이 시니어 세대에게 필요한 좋은 친구 되기의 조건일까?

박대령 이아당 심리상담센터 소장

시니어의 우정,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라!

시니어가 되면 누군가에게 우월하려고 하거나 이해득실을 따지는 마음이 줄어들어 비로소 마음 열린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젊었을 때는 쉽게 내가 너보다 낫고, 내 말이 옳고 네 말은 틀렸다고 하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제대로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거나 믿고 있던 것이 편협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독선과 편견이 가득했던 마음이 사라진 자리에 비로소 남이 들어서게 된다. 다른 사람이 어려운 줄 알게 되고, 나보다 더 지혜로울 수 있음을 깨닫는다. 내 이야기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데 시간을 더 보낼 수 있게 된다.

눈치 덜 보는 친구가 되자

살아가다 보면 편안하고 즐거운 날들도 있지만 때로는 힘들고 우울한 날들도 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친구에게 연락하고 싶지만, 못나 보이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혹은 매일 같은 얘기만 하는 것 같아서 전화기만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기 일쑤다.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숨기고, 친구가 하고 싶을지도 모르는 얘기를 외면하다 보면 관계는 멀어지기 마련이다.

그럼 누구를 붙잡고 답답하고 힘든 얘기를 해야 할까? 이때 그저 가까운 사이와 친구를 구별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눈치를 덜 보고 힘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이다. 내 허물, 친구의 흉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친구를 찾아보자.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시니어의 필수 감각은 유머, 마법 같은 말 “괜찮아”

지혜로운 시니어가 관계를 잘 맺는 또 다른 비결은 유머 감각이다. 시니어의 유머는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다. 과장하지 않고, 자신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저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언행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긴장을 풀게 하고 웃음 짓게 한다. 그리고 그 비결에는 “괜찮아”라는 말이 크게 작용한다. 사별한 부인을 이야기하며 자책하는 친구에게, “왜 그랬어. 있을 때 잘하지”라고 말하는 대신 “그럴 수 있지.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야”라고 얘기하자. “괜찮아”는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의 마음에 구원이 된다.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이들의 마음을 녹여, 결국 울고 웃게 한다. 그렇게 마음을 홀가분하게 만드는 “괜찮아”란 말로, 사람을 넓게 보고, 깊이 이해할 수 있다면 좋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

경청의 힘, 젊은이와도 친구가 된다!

남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시니어는 젊은이와도 친구가 된다. 말을 아끼는 대신 남의 말을 듣는 데 시간을 더 보내며 섣부른 조언 대신, 지혜롭게 질문을 해야 한다. 예컨대 회사 다니기 힘들다고 말하는 손녀딸에게 “요즘 다들 힘든데 참아봐라”라고 하면 “에이, 내가 얼마나 힘든데. 말 안 해!”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대신, “요즘 많이 힘들구나? 어떤 게 힘드니?”하고 물어보라. 그러면 손녀딸은 자신이 뭐가 힘든지 이야기하다가 “그래도 참고 다녀야겠지?”라고 말할 것이다.

또한, 배우자에게 “뭘 그렇게 화를 내?”라는 말 대신에 “여보 많이 화났어요? 내 무엇이 마음을 상하게 했어요?”라고 물어 보라. “잔소리 좀 그만 하시구려”라는 말 대신 “기분이 많이 나빴어요?”라고 질문하자. 그리고 상대방의 답변을 들어 보라. 전자는 타박을 부르지만, 후자는 대접이 달라진다.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라

마음이 여유로운 시니어는 친구 관계에서도 너그럽다. 상대방의 부족함과 실수에도 넉넉하게 웃으니, 친구들은 그 앞에서 마음이 편하고, 긴장이 풀어져서 더 자연스럽고 유쾌해진다. 같이 더 많이 웃게 된다. 이렇게 만남이 즐거운데 어찌 노년의 우정에 흔들림이 있을까. 세상이 점점 더 삭막해지고, 서로 증오하고 싸우는 일이 늘어가는 세태에 시니어의 열린 마음과 따뜻함은 희망이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아름다운 점을 알아주고,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고, 넉넉하게 웃어 주는 것, 이것이 시니어 세대에게 있어 관계를 잘 맺는 가장 큰 비결이다.

배려하고, 서로에게 일리가 있다는 긍정의 마음

오만과 독선이 어린이와 젊은이의 서툰 모습이라면, 시니어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포용할 줄 안다.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을 사용해 공격받았을 때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는 “미국 국민은 ‘그놈의 이메일’에 질렸다. 실질적 이슈에 집중하자”며 그녀를 옹호했다. 이 발언을 통해 샌더스는 ‘대인’ 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지지율이 급상승했었다. “그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대신에 “일리가 있구나”, “당신 말이 맞아”라고 말하는 이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내가 존중받으려면 남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알고, 실천할 줄 아는 시니어는 참으로 넉넉하고 슬기롭다. 당신은 남 귀한 줄 알고, 마음을 진정으로 품어주는 시니어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좋은 친구가 될 자격을 갖춘 것이다.

>> 박대령(朴大領)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했다. 현재 사회불안 자조모임인 이아당(이미 아름다운 당신) 심리상담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관계를 회복하는 용기>, <사람의 마음을 얻는 심리대화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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