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 나만의 아지트 대공개]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型棘)

기사입력 2016-09-05 14:12 기사수정 2016-09-05 14:17

▲나만의 아지트인 서점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필자. (김종억 동년기자)
▲나만의 아지트인 서점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필자. (김종억 동년기자)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찜통더위와 열대야로 밤잠을 설쳤다. 더위는 8월의 마지막 주말을 뜨겁게 달구다가 그 끝자락에서 사정없이 곤두박질치더니 9월이 들어서면서 이불을 덮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한순간에 몰락했다. 어쩌다 찔끔거리는 가을비는 북상하는 태풍의 영향을 받아 바람까지 동반하였는데 그 무덥던 시간을 한순간에 날려 보내면서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에어컨 고장으로 서점 찾아

근년에 보기 드문 무더위에 선풍기 바람으로 견디다 못해 결국은 5년 전에 설치해 두었던 에어컨을 가동하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에어컨은 몇 분간 윙윙거리면서 돌더니 찬바람은 나오지 않고 후덥지근한 바람만 토해내 가뜩이나 열기로 가득한 거실을 더욱 숨 막히게 만들었다. 그동안 에어컨은 장식용으로만 거실 한쪽을 지켜왔는데 바람 잘 통하는 5층 아파트의 거실에 앉아 있으면 웬만한 더위쯤은 별생각 없어 5년간을 버틴 것이다. 그러니 그동안 채 몇 번을 가동하지 않던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도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른 방도를 모색하다가 필자만의 피서 방법을 찾게 되었다.

늘 책을 가까이 하던 필자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서점이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한낮에도 성능 빵빵한 에어컨을 가동해 그야말로 시원하기 그지없는 서점은 더위를 피하는 데는 안성맞춤이었다.

여름 내내 시간 날 때마다 서점을 찾아 몇 시간씩 책을 읽곤 했는데, 피서는 물론이고 늘 마음을 닦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일거양득이었다. 이곳 아지트에서의 하루하루는 참으로 뿌듯하고 행복했다.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이 말은 안중근 의사가 1910년 중국 뤼순(旅順)의 일제 감옥에서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 유묵(遺墨)으로 써서 남긴 유명한 글이다. 안중근 의사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명구로서 실천운동에 참여하면서도 학문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일게다.

가시가 돋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좋아하는 책을 읽다 보면 삶의 사유가 넓어지고 여유로워지니 마음은 늘 부자가 된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피서에 독서까지 일거양득

어느 날 서울 종로에 볼일이 있어 나갔는데 한 대형 서점 입구 벽면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 서점 창립자의 책에 대한 철학을 새겨놓은 것인데 신선하고 자신을 일깨우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와 어쩔 수 없이 서점 안으로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

필자만의 아지트에서 피서도 하고 좋아하던 책도 마음껏 읽었으니 일거양득이요 이보다 더 멋진 아지트가 어디에 있을까? 그토록 무덥던 여름이었지만 필자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책을 읽으면서 시원하게 보냈던 시간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유별나게 더웠던 올해였지만 세월은 또다시 여름을 밀어내고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을 초대하고 있다. 아직도 한낮의 열기는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완연한 계절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바야흐로 책 읽기 좋은 가을이 문턱에 와 있으니 더욱 열심히 독서삼매경에 빠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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