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예약 전쟁 끝에 만난 공간, 오디움

입력 2026-03-07 17:00

[미술관 탐방] 정음(正音) : 소리의 여정 — 보는 전시를 넘어 듣는 전시로

▲1923년 벨기에에서 만들어진 대형 오르골(브라보 마이 라이프)
▲1923년 벨기에에서 만들어진 대형 오르골(브라보 마이 라이프)
쉽게 갈 수 없어서 더 궁금한 곳

요즘 서울에서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뮤지엄을 꼽으라면 단연 오디움이다. 예약이 열리는 순간 대기 인원이 수백 명을 넘고, 몇 분 만에 마감된다. 쉽게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궁금증을 키운다. 오디움은 그렇게 ‘가보고 싶은 공간’이 됐다.

지난해 6월 개관한 오디움은 이름 그대로 듣는 공간에 방점을 찍은 오디오 뮤지엄이다. 시각 중심 전시에서 벗어나, 소리와 공간의 밀도를 경험하도록 설계한 사운드 기반 전시 공간이다. 19세기 토머스 에디슨의 축음기부터 20세기 웨스턴 일렉트릭 혼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음향 시스템을 한자리에 모았다.

▲오디움 외부 전경(브라보 마이 라이프)
▲오디움 외부 전경(브라보 마이 라이프)

좋은 소리를 묻다, 하이파이의 기준

현재 전시 ‘정음(正音): 소리의 여정’은 ‘좋은 소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전시는 하나의 답으로 ‘하이파이(High Fidelity)’를 제시한다. 원음에 얼마나 충실한가, 얼마나 실제에 가깝게 재현하는가가 기준이다. 소리가 선명해질수록 공간의 결도 또렷해진다. 관람객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좋은 소리’를 발견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100세의 스피커가 들려준 ‘Yesterday’

이곳의 관람 방식은 일반 뮤지엄과 다르다. 회차별 인원을 제한하고 도슨트 안내에 따라 이동한다. 약 110분간 이어지는 설명과 청음 시간은 빠르게 흐르지만 밀도는 깊다. 100년 가까이 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비틀스의 ‘Yesterday’를 들을 때는 익숙한 곡이지만 전혀 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현악기의 떨림과 보컬의 숨결이 분리되어 또렷하게 들리는 순간, 음악은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이 된다.

미술 전시가 시각적 잔상을 남긴다면, 오디움은 청각의 기억을 남긴다. 제대로 들은 소리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음향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괜찮다. 그저 자리에 앉아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예약에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작은 성취감을 안겨주는 곳. 소리와 공간을 깊이 있게 경험하고 싶다면, 그 치열한 클릭 전쟁에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하다. 오디움은 전시를 보는 곳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소리를 찾는 공간이다.

주요 공간

▲1950~60년대 가정용 하이파이 스피커와 앰프(JBL 등)(브라보 마이 라이프)
▲1950~60년대 가정용 하이파이 스피커와 앰프(JBL 등)(브라보 마이 라이프)

1950~60년대 가정용 하이파이 스피커와 앰프(JBL 등)

하이파이는 단순히 큰 소리가 아니라, 실제 연주 현장에 가까운 소리를 재현하는 기술이다. 오디움에서는 클래식 오케스트라보다 가수의 노래를 들려준다. 노래 한 소절 사이의 숨 고르기, 악기 뒤편에서 미묘하게 울리는 소리까지 또렷하게 드러난다. 음악을 듣는다기보다 소리를 발견하는 경험에 더 가깝다.

▲웨스턴 일렉트릭 혼 스피커 16A(1930년)(브라보 마이 라이프)
▲웨스턴 일렉트릭 혼 스피커 16A(1930년)(브라보 마이 라이프)

웨스턴 일렉트릭 혼 스피커 16A(1930년)

1930~40년대는 극장 사운드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던 시기였다. 미국 웨스턴 일렉트릭과 독일 클랑필름은 당시 세계 음향 시장을 양분했다. 하나는 힘 있고 선명한 울림을, 다른 하나는 부드럽고 공간감 있는 사운드를 지향했다. 오디움에서는 같은 곡을 두 시스템으로 번갈아 들으며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축음기(브라보 마이 라이프)
▲축음기(브라보 마이 라이프)

축음기

우리가 매일 듣는 소리는 한 번 재생되면 바로 사라져 들을 수 없다. 1877년 에디슨이 발명한 축음기는 사라지는 소리를 기록 가능한 물리적 흔적으로 바꾸었다. 이후 음악과 소리를 원통형 레코드에 저장한 초기 음성 기록은 익숙한 LP와 CD 이전, 소리를 보존한다는 개념이 막 태동하던 시대를 보여준다. 이 작은 기계는 음악산업뿐 아니라 인간의 기억 방식까지 변화시켰다.

▲구마 겐고의 건축(브라보 마이 라이프 )
▲구마 겐고의 건축(브라보 마이 라이프 )

건축과 소리

오디움은 세계 최초 오디오 뮤지엄으로, 2025년 베르사유 건축상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으로 선정됐다. 설립자 정몽진 KCC 대표의 수집 열정과 건축가 구마 겐고의 공간 철학이 만난 결과물이다. 외관을 감싸는 비대칭 알루미늄 파이프는 숲을 모티브로 하여,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건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또 하나의 음향 장치로 작동한다.

전시 정보

기간 상설전시

관람 시간 10:00~17:00(목~토요일), 일~수요일은 휴관

장소 오디오 뮤지엄 오디움(서울시 서초구 헌릉로 8길 6)

관람 요금 무료

관람 방법

•홈페이지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1일 1인 1매 예약 가능

•다음 예약일 안내(예약 오픈 일시)에 따라 2주 이내만 예약 가능

•방문 시 예약자 실물 신분증 소지 필수

전시 투어 110분간 진행하는 도슨트 투어 필수(개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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