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요양병원은 노후 의료의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전국에 요양병원이 1400곳을 넘어섰지만 제도적 역할은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기관이지만 상당수 환자가 치료보다 돌봄을 이유로 입원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의료와 돌봄 사이 '경계 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김희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고령사회 대비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요양병원의 기능 개선 및 적정 보상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은 의료와 장기요양의 경계 영역에 위치하면서 전달체계의 기능 중복과 비효율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만성질환과 장기 치료가 필요한 노인이 늘면서 요양병원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제도적 역할 정립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65세 이상 노인의 86.1%가 한 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장기 치료와 돌봄 수요가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요양병원 규모도 빠르게 확대됐다. 요양병원 수는 2006년 360곳에서 2020년 1582곳까지 늘어 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요양병원 입원 진료비 역시 크게 늘면서 고령층 의료 이용 구조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문제는 요양병원 입원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의료적 치료보다는 돌봄이나 주거 문제로 입원하는 이른바 '사회적 입원' 형태라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요양병원 환자 중 약 15.6%는 의학적 필요성이 낮은 선택 입원 환자로 추정된다. 이는 요양병원 입원 환자 6명 중 1명꼴로 의료 필요도보다 돌봄 수요로 병원을 찾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의미로 의료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같은 구조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요양병원 입원 진료비는 2008년 약 1조3000억 원 수준에서 2023년 7조 원을 넘어섰다. 요양병원 증가가 고령층 의료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있지만, 의료필요도가 낮은 환자까지 장기 입원하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요양병원 간병비 부담 역시 중요한 정책 과제로 지목된다. 대한요양병원협회 2024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약 90%가 요양병원 간병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요양병원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요양병원은 장기요양기관이 아닌 의료기관으로서 기능을 강화하고, 돌봄 서비스는 지역사회 기반 시설과 장기요양 제도가 담당하는 방식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양병원 증가만으로는 고령사회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료와 돌봄 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적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 장기요양보험 17년, 초고령사회 돌봄 체계 ‘새 과제’](https://img.etoday.co.kr/crop/190/120/2303494.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