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 환영

기사입력 2016-10-05 13:08 기사수정 2016-10-06 10:21

▲혼밥, 혼술 환영 광고(강신영 동년기자)
▲혼밥, 혼술 환영 광고(강신영 동년기자)
그동안 내가 알던 ‘혼’의 개념은 ‘혼식(混食)’, ‘혼숙(混宿)’ 등 'Mixed'의 개념이었다. 혼식은 섞어 먹는다는 뜻이고, 혼숙은 같이 잔다는 뜻이다. 혼식 운동은 쌀이 모자랄 때 보리쌀이나 다른 잡곡을 섞어 먹으라는 운동이었다. ‘혼숙’은 남녀가 섞여 잔다는 뜻으로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는 단어다.

동네 먹자골목에 얼마 전부터 “혼밥, 혼술 환영”이라는 문구가 나붙어 있다. ‘혼’을 다른 것과 섞는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아리송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술을 섞다니? 밥을 섞다니? 그러나 여기서 ‘혼’은 혼자의 약자다. ‘혼자 먹는 술’, ‘혼자 먹는 밥’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술집은 혼자 가서 마시면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 남자는 수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여자는 실연을 당했거나 남자를 유혹하러 온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아자카야나 칵테일바처럼 혼자 술 마시기 편한 술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술집의 바테이블에 앉으면 주방장 또는 사장과 대화를 나누며 술을 즐길 수 있다. 또 옆자리의 다른 사람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의 심야 식당 같은 개념이다.

지인들과 어울려 마시는 일이 피곤하다고 생각될 때 ‘혼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주량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다. 혼자 떠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과 술자리를 하면 힘들다. 이럴 때 혼자 술집에 가면 좋아하는 술과 안주를 자기 양껏만 먹고 나오면 그만이다. 코드가 맞으면 옆에 앉은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만들 수도 있다.

‘혼밥’도 주목해야 할 추세다. 편의점 도시락 부문 매출이 급증하는 이유는 바로 혼밥족의 증가 때문이다. 음식점에 혼자 가면 홀대받기 일쑤다. 대부분 4인용 테이블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바쁜 시간에 가면 자리가 없다며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배짱 좋게 자리를 잡고 앉아도 마음이 편치 않다. 나는 그래서 오전 11시쯤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한다. 그 시간이면 혼잡하지 않고 직장인들이 몰려오기 이전이므로 음식점에서도 싫어하지 않는다. 저녁식사도 오후 6시 이전에 가면 한산하다.

‘나홀로가구’가 전체 27퍼센트로 우리나라 대표 가구로 등장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이혼이나 사별 등 불행한 일의 결과가 나홀로족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독립적 생활 선호, 결혼 기피 등 자발적 ‘나홀로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나홀로족’의 특징은 자유다. 이들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산다. 이전에는 남들의 시선도 따가웠고 본인의 외로움도 심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요즘에는 혼자 사는 걸 더 선호한다. 남들의 시선 같은 건 무시해버린다. 그보다는 본인의 자유가 방해받는 걸 더 두려워한다. 이러한 ‘나홀로족’의 증가에 따라 ‘혼밥’, ‘혼술’도 자연스러운 추세가 되었다. 아니 대세라고 봐도 된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제대로 읽고 활용한다면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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