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다잉(Heal-Dying, 임종체험) 해보셨나요?

기사입력 2016-12-14 10:32 기사수정 2016-12-14 10:32

▲힐 다잉 센터 내부(박혜경 동년기자)
▲힐 다잉 센터 내부(박혜경 동년기자)
올 한해 활동하고 있는 정책기자단에서 힐 다잉을 경험했다. 죽음을 미리 체험해보는 일이라 해서 솔직히 가기 싫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직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싫고 먼 훗날의 이야기라며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것이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친구가 얼마 전 다니는 절에서 임종체험을 했다고 한다.

필자는 그런 걸 왜 했냐고 질색했는데 뜻밖에 그 친구는 그 시간이 매우 평온하고 좋았다고 한다. 스님이 인도하는 대로 관에 누워 명상까지 했다고 해서 필자는 그런 건 하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넌 죽음이 무섭냐?”고 내게 물었다.

친구는 이제 자기는 저세상에 간다 해도 무섭지 않다고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필자로서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아마 종교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필자는 왜 죽음이라는 게 이렇게 두려운 걸까? 아직 세상에 미련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아직 즐거움과 희망이 있는 세상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임종체험은 4년째 운영되고 있으며 1만7000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죽음을 앞둔 분이나 삶에 갈등을 느껴 자살 충동이 있는 분이 많이 찾아와 마음의 평안을 얻고 생각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체험 순서는 영정사진을 찍으며 시작되었다. 체험 전에는 강의가 있었다. 강의장 안에는 여러 문구가 걸려 있었는데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습니다. 여러분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화해와 용서 그리고 사랑의 실천, 지금이 절호의 기회입니다’, ‘나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에게 사죄합니다’ 등의 글이 눈에 띄었다. 그 글을 보니 절망에 빠져 이곳에 온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생각을 바꾸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체험 순서로 입관 사진까지 있어 섬뜩했다(박혜경 동년기자)
▲체험 순서로 입관 사진까지 있어 섬뜩했다(박혜경 동년기자)

강사는 임종체험을 하면 나를 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집에 돌아가면 주변을 돌아보고 마음을 전할 수 있을 때 전하고 잘해주라고 했다. 죽고 나면 모든 것이 끝나니 ‘있을 때 잘하라’는 유행가 가사가 진리처럼 다가온다. 천년만년 살 줄 알고 반성을 안 하며 살지만, 이런 체험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니 한 번쯤은 경험해봐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하다. 강사는 웃음의 강도로 수명을 예측하기도 한다며 많이 웃고 살라는 말로 강의를 마쳤고 우리는 위층 체험장으로 이동했다.

계단에 줄지어 서 있는데 드라마에서 보았던 저승사자가 나타나 우리를 안내했다. 체험장에 들어섰을 때 기분이 너무나 이상했다. 어두컴컴한 넓은 공간에는 수십 개의 관이 있었고 촛불만 어슴푸레하게 켜져 있었다. 우리는 옆에 준비된 수의로 갈아입고 좀 전에 찍어둔 영정사진이 놓인 작은 책상에 앉았다. 마음이 착잡했다. 유언장을 쓰는 순서가 되었다. 다들 기자였으므로 글쓰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모두들 머뭇거렸다. 필자 역시 실감이 나지 않아 유언장 내용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 이런 상황이 현실이라면?’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슬퍼졌다. 그냥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로 유언장을 정리했다.

다음 순서는 관에 들어가 누워보는 것이었다. “이제 여러분은 죽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자동으로 관 뚜껑이 소리를 내며 닫혔고 곧이어 못 치는 소리가 탕탕탕! 들려왔다. 눈을 떠봐도 깜깜하고 작은 공간에 갇혀 있어 숨이 막히는 듯했다. 폐쇄공포증이 있는 분은 절대 체험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나저제나 문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동안 정말 무서웠다. 시간이 더 지체됐다면 필자는 발로 관 뚜껑을 찼을지도 모른다.

정말 길게 느껴졌던 시간이 지나자 문이 열리고 불이 켜졌다. “여러분은 이제 살아났으니 기쁜 마음으로 일어나라”는 말이 들려왔다. 필자는 관에 있었던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8분이었다고 한다. 그 8분이 필자에게는 몇 시간처럼 느껴졌고 두렵고 힘들었다. 밝음이 이렇게 감사하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 있다는 게 고마웠다.

다른 분들은 어두운 관 속에 누워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살아온 날을 반성했을까? 앞으로는 더 나은 생각을 하고 좋은 사람이 되어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을 수도 있다. 우리 시니어에게 이런 체험이 필요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는 일에 지쳤을 때 임종체험을 하면 용기를 얻고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니 한 번 체험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아직 수양이 덜 된 사람인 모양이다. 임종체험을 했어도 반성은커녕 너무 무서워서 다시는 이런 체험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두려움이 많다니 필자가 생각해도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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