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기사입력 2018-01-23 17:39 기사수정 2018-01-23 17:39

나이 들어 난청으로 잘 안 들리는 경우, TV를 시청하는 거 이외에는 별 답답할 일이 없다. 젊을 때처럼 회사를 다녀서 여러 사람과 소통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만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니 불편할 것이 별로 없다. 또 옛날 같이 손주랑 함께 사는 대가족 시대도 아니고 노인네 단둘이만 사니 답답한 일이 없다.

  

정작 불편한 사람은 같이 사는 사람이다, 웬만하게 말해서는 알아듣지도 못하니 몇 번 다시 말해야 하고 또 큰 소리로 말을 해야 하니 여러 가지로 피곤하다. 결국 아내인 언니가 여러 번을 권유해서 80세이신 형부의 고집을 꺾고 보청기를 사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보청기 가격이다. 안경은 그렇게 비싸지 않은데 보청기는 크기는 콩알만큼이나 작은데 가격이 보통 한쪽에 100만원이라 두 귀를 다 하면 200만원에서 좋은 건 500만원 까지 한다. 보통 귓속형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귀속에 집어넣기만 하면 눈에 잘 띄지 않으니 착용 자체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하루 종일 끼고 있으면 밧데리도 소모되고 또 빼고 있을 적도 많은데 그 걸 빼서 아무 데나 놓게 되면 그것이 문제가 된다. 나이가 먹어서 가뜩이나 기억력이 없는데 금방 두고도 찾지를 못 하는데 그것이 크기가 너무 작아 눈에 띄지를 않으니 둔 곳이 기억이 안나면 온 집안을 다 뒤져야하니 그게 보통 일이 아니라고 한다.

 

최근에 형부가 낮잠을 자다가 보청기를 빼서 머리맡에 놨는데 언니가 그것을 모르고 밟아서 보청기가 산산조각이 났다고 한다. 순간의 실수로 100만 원이 날라 갔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혼미해 지더란다.  다행히 내부는 문제가 없어서 껍데기만 다시 바꾸어 새로 만드는데도 십만 원이 넘게 들었다.  한번은 보청기를 빼고 케이스에 넣어 옷 주머니에 잠깐 든 걸 모르고 세탁기에 넣어서 고장이 나 또 백만원을 주고 새로 샀다고 한다.

돋보기나 보청기 모두 똑같은 보조기구인데 안경은 쓰는 것은 당연하고 이상하게도 보청기는 숨기려고 한다. 왜 눈 나쁜 것은 창피하지 않고 귀가 나쁜 것은 창피한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노년의 난청이 오는 것은 노년의 돋보기 쓰는 것과 다른 일이 아닌데 아직도 보청기 쓰는 것은 남에게 숨기려고 하는 것은 하나의 고정관념이 아닐까 한다.  

노인성 난청은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당장 보청기 사용을 권하고 싶다. 65세 이상의 보청기 구입은 정부에서 보험으로 보조도 50%이상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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