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람

기사입력 2018-01-29 15:47 기사수정 2018-01-29 15:47

필자는 서울에서 55년 넘게 살고 있지만, 고향은 대전이다.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고 서울로 이사를 왔으니 대전에 살았던 기간은 어린 시절 10년 정도인데 그런데도 대전의 곳곳을 잘 알고 있고 대전에 대한 향수로 항상 그리워하고 있는 이유는 서울로 이사를 온 이후에도 초등학교 6학년부터 대학생이 되었을 때까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각 한 달간을 꼭 대전으로 내려가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집이 아버지의 직장으로 서울로 이사를 했어도 대전에는 외가와 친가 가 있었다.

넓은 포도밭이었던 가양동 친할아버지 댁도 좋았지만, 평생 필자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 잡은 곳은 문창동에 있던 외갓집, 외가동네 아이들이다.

그러나 필자가 알고 있는 대전은 이제 구도시라고 하며 신도시 둔산이 만들어져 대전은 엄청나게 커졌다.

필자가 어렸을 때 갔던 종가 할아버지 댁인 오정리 는 이제 리가 아니고 오정동이 되었다. 그만큼 대전의 땅이 넓어진 것이다.

오정리 는 시내 도심이었던 우리 집과 달리 시골 같았으며 엄마 아빠와 명절날이면 꼭 방문하던 곳이었는데 기와집이 여러 채이고 한쪽으론 광이 따로 있어 그 광 안에는 수많은 채반에 담긴 산해진미가 가득했고 친척들이 많이 모여 북적대던 것이 무척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대전에 대한 추억은 어릴 때로부터 시작해서 어른이 되었을 때까지도 마음속의 노스텔지어 처럼 필자에겐 항상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우리 아파트 부녀회에서 새로 알게 된 분이 있다. 컴퓨터에 대해 이야기하다 서로의 블로그를 소개하고 가끔씩 읽어보자고 약속했다.

어느 날 필자의 글을 읽어보았다면서 “저도 고향이 대전이에요.” 했다.

필자가 대전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걸 보았던지 대전 사람이라며 인사를 건네주는 순간 필자 표정이 달라졌을 것이다. 고향이 대전이라는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나이가 필자보다 10여 년이나 아래라고 하니까 같은 시대를 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을 맞추다 보니 필자가 5학년까지 다녔던 초등학교에 다녔고 대전의 명문 호수돈여고를 나왔다는데 어찌나 반가운지 손이라도 덥석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마 나이가 어려서인지 필자가 초등학교 때 대전천에서 스케이트를 처음 배웠으며 그곳은 겨울마다 멋진 스케이트장이 되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아마 필자가 서울로 이사한 이후 대전천의 스케이트장이 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어렸을 때 겨울이면 대전천에 스케이트장이 만들어졌다. 하늘 높이에는 만국기가 펄럭였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에 맞춰 둥근 링크를 돌며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금방 친해져서 손을 잡고 스케이트를 즐겼으며 처음 보는 대학생 오빠가 필자 손을 꼭 잡고 신 나게 링크를 돌던 즐거운 추억이 생생하다.

스케이트장 주변으로는 뜨거운 코코아나 국화빵 장수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스케이트 날을 갈아주는 아저씨들로 정겨운 풍경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때 사 먹었던 코코아는 잊을 수 없는 달콤한 맛이었던 것도 기억한다.

살던 곳도 우리 집과 가까운 대흥동이었고 가을날 대전고등학교의 멋진 낙엽 깔린 교정에 대해서도 공통의 추억이 있었다.

고향에 대해서라면 얼마든지 수다를 계속할 수 있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자 약속하고 헤어져 아쉬운 마음이었다.

예전에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해 오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타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갑다는 이야기를 듣기만 했는데, 필자의 글을 읽어서 알았다며 같은 고향 사람이 인사를 해 주니 너무나 고맙고, 덕분에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을 꺼내 같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무척 즐거운 날이 되었다.

이런 것이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 게 아닐지 기분이 좋아지면서 자꾸만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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