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5070] 일탈의 흥분이 인생의 소중함을 더 생생하게

기사입력 2016-07-25 09:27 기사수정 2016-07-25 09:27

일탈 영화 좀 챙겨볼까요?

▲영화 <버킷리스트> 포스터.
▲영화 <버킷리스트> 포스터.

다른 감독이 같은 원작을 영상에 옮긴 두 영화 <로맨스그레이>. 1963년 개봉작은 신상옥 감독의 연출에 그 유명한 김승호가 주연을 맡았고, 1979년 작품은 문여송 감독이 메가폰을 쥐고 최불암이 타이틀롤을 맡았다.

두 영화의 스토리라인은 같은 듯 다르고 어긋난 듯 닮아 있다. 두 편 모두 임희재의 라디오 드라마가 원작임에도 감독의 성향에 따라 묘하게 분위기가 달라져 있다.

신상옥 감독의 작품은 김승호와 김희갑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희극적인 상황 설정으로 웃음에 좀 더 방점을 찍은 느낌이다. 코믹함의 절정은 소실인 조미령이 “첩에게도 인권이 있다”고 외치는 장면. 첩이라는 구식 단어와 인권이라는 근엄한 단어가 기괴한 하모니를 만들어내면서 폭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본처들(한은진, 황정순)의 모임인 ‘꿀벌회’가 불륜 사실을 알아내고 소실의 아파트를 급습하는 장면도 웃음 없이는 보기 힘들다. 꿀벌회에서 논의한 대로 조 교수(김승호)의 부인이 한강에서 자살 소동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막상 한강 깊이가 가슴팍 높이밖에 되지 않아 헛웃음을 자아낸다.

결국 신상옥 감독의 <로맨스그레이>는 불륜이라는 꽤나 무거운 주제를 흥미롭고도 유머러스하게 다루면서 가족의 복원이라는 테마를 절묘하게 전달하고 있다. 2009년 제5회 광주국제영화제 아시아 거장 특별전에서 신상옥 감독의 <이 생명 다하도록>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와 함께 상영돼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문여송 감독의 작품은 그보다는 스토리 전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옛날 작품임에도 상당한 완성도였다고 생각되는 포스터에서부터 영화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최불암이 꾸부정한 자세로 홀로 허공을 쳐다보는 광경이 인상적이다.

중년의 일탈을 그린 영화의 대표선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작품, 바로 <버킷 리스트>다. 감독은 일찍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등 유머와 드라마를 잘 버무리기로 정평이 나 있는 로브 라이너. 이 작품 역시 웃음과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하고 있다. 주연은 로버트 드니로와 쌍벽을 이루는 연기파 배우의 대명사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맡고 있다.

두 환자가 우연히 같은 병실을 쓰게 된다. 한 명은 대학 신입생 시절 철학 교수가 과제로 내줬던 ‘버킷 리스트’ 작성을 이제야 끝마치려는 자동차 정비사 출신의 중년 암 환자 카터(모건 프리먼). 다른 한 명은 오직 사업에만 매달려 실패를 모르고 살아온 재벌 에드워드(잭 니콜슨). 두 사람은 환경과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러나 단 하나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으니 죽기 전에 자신의 정체성을 정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었다. 이에 두 사람은 병실을 뛰쳐나가 서로가 평소 죽기 전에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치우기 시작한다.

아프리카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레이싱과 스카이다이빙, 눈물 날 때까지 웃어보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화장한 재를 깡통에 담아 경관 좋은 곳에 두기….

두 사람은 갖은 역경을 헤쳐 나가면서 목록을 지워나가기도 하고 더해가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서로 많은 것을 나누게 된다. 마지막 장면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좋은 작품이다.

중년의 일탈을 그리는 영화들은 하나 같이 이야기한다. 일탈이란 위험하지만 인생의 황혼에서 한번쯤은 시도해볼 만하다고. 소금이 수박의 단맛을 강조하듯 일탈의 흥분이 때로는 인생의 소중함을 더욱 생생히 느끼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고. 그리고 일탈 뒤에는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앞서 설명한 영화들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교훈이라면 바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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