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의 마음

기사입력 2016-07-27 09:18 기사수정 2016-07-27 09:18

▲멘홀을 사이에서 살아남은 풀. 풀처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나이 들어 편하다. 하지만 많은 시니어는 자기 원리 원칙만 신봉해 다른 사람에게 쓸데없는 지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손웅익 동년기자)
▲멘홀을 사이에서 살아남은 풀. 풀처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나이 들어 편하다. 하지만 많은 시니어는 자기 원리 원칙만 신봉해 다른 사람에게 쓸데없는 지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손웅익 동년기자)
시니어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가는 낭패를 본다. 대면조사나 실명조사로 하면 사실과 다른 답변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니어들에 설문조사를 하는 경우 익명으로 해야 어느 정도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소위 체면 때문에 사실과 다른 답을 하거나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늙으면 죽어야지’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할 때는 질문을 아주 신중하게 해야 한다. 자존심을 건드리는 질문은 절대 삼가야 한다. 답변에서 이면에 숨어 있는 속마음을 읽어야 한다. 때로는 속마음과 반대되는 답을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노후 재무컨설팅회사들이 고객 확보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은퇴 후 재무컨설팅을 무료로 해 주겠다는데도 상담하러 오는 시니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자기 재산을 사실대로 노출하는 것부터 자존심 상해한다. 물론 재산이 많은 사람은 다르지만. 또한 무료 상담 주고 무슨 금융상품에 가입을 권할 것 같은 의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렇게 속마음을 숨기는 것은 설문조사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가령 시니어들이 모인 단체나 포럼, 단체 카톡방에 이르기까지 속마음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겉으로는 평온해보여도 각자 사소한 것까지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까다롭게 따진다. 속마음을 노출하는 것은 속 좁은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아서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조금이라도 서운하거나 손해 보는 것 같으면 심하게 마음을 다친다.

어느 시니어포럼 정기모임에서 60대 중반 여성 참석자의 솔직한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남자들은 자기보다 젊은 여성들에게만 관심을 보이고 호의를 베푼다는 것이다. 60세를 넘어가니 이런 단체 모임에 참석해도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솔직히 소외감을 많이 느끼고 서운해서 모임에 나오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이 사람은 속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할 정도의 성격이나 그렇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들은 마음에 상처를 안고 더는 모임에 나오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마음의 평정 상태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과거에 가치관이 심히 다른 타인에 대해서 꼭 짚고 넘어가거나 한바탕 논쟁을 벌여야 속이 시원해지는 성격이었다. 그런 불편한 상황을 수차례 목격했던 아내는 언제부턴가 같이 다니기 싫다고 한다. 젊어서 확 올라오는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던 필자는 그러나 나이를 먹어 회갑을 앞둔 지금은 그런대로 마음을 진정하는 요령이 좀 생겼다. 요령이 생긴 후에 주변을 둘러보니 나이 들어가면서도 꼬장꼬장한 성격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뜻밖에 많음에 놀란다. 심지어 회의 석상이나 단체 카톡방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 비슷한 나이의 타인에게 훈계성 지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별히 공동에 위해가 되는 사안이 아닌데도 자기의 기준이 법인 양 그리 친하지도 않은 타인에게 가르치듯 지적하는 것은 결례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없는 세 가지는 공짜, 비밀, 정답이라는 말이 있다. 나이 들어가면서 ‘정말 그렇구나’ 하고 더 절절히 느끼게 된다. 그중에서도 정답이 없다는 것에 방점을 두니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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