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31

중년의 패션 도전, “익숙한 것 벗어나야 내 스타일 보여”

입력 2026-03-30 06:00 수정 2026-03-30 09:23

패션 디렉터 박명선이 말하는 중년 스타일 제안… “되고 싶은 나를 그려야”

▲박명선 패션 디렉터.(이준호 기자)
▲박명선 패션 디렉터.(이준호 기자)

“패션의 상징은 청춘이 아니에요. 진짜 패션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중년이죠. 아이들에게 돈을 쓰던 시기를 지나, 자기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나를 돋보이게 하고 나중에 흰머리가 더 늘어도 멋있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준비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해요.”

국내 패션업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1세대 패션 스타일리스트이자 패션 디렉터인 박명선 디렉터를 만났다. 패션 매거진 에디터 출신으로, 패션·뷰티 분야 편집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현재는 ‘스타일링 바비’ 대표로 활동 중이다. 매체 시장이 1인 미디어와 유튜브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광고나 드라마 제작의 스타일 지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에게 중년들의 패션 고민에 대해 물었다.


“백그라운드 피플이 아닌 주인공 되어야”

박 디렉터는 중년들에게 이제 ‘백그라운드 피플’에서 벗어날 시기라고 조언했다. 그의 설명에는 중년의 옷차림이 허영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연결돼 있다는 인식이 담겨 있었다.

“많은 중년들이 그동안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빛내기 위한 배경처럼 살아왔잖아요. 평생을 부모나 배우자, 자녀들을 위해 살았죠. 이제는 자신을 돋보이게 할 때가 되었습니다. 패션은 단순한 옷차림이 아니라 중년의 삶에서 행복과 만족을 표현하게 해주는 도구예요.”

그렇다면 무엇부터 바꾸면 될까. 박 디렉터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의외로 “버려야 한다”였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다들 옷장은 여러 옷들로 가득 차 있지만, 옷이 많다고 해서 지금 입을 옷이 많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유행이 늘 바뀌기 때문에, 옷이 많아도 막상 때에 맞는 입을 옷은 늘 없기 마련”이라며 “명품이 있어도 버려야 할 명품이 있다. 다 해지기 직전까지 붙들고 있으면 결국 새 옷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고 조언했다. 패션을 시작하는 첫걸음은 더 사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나와 맞지 않는 옷을 비워내는 일이라는 얘기다.

박 디렉터는 특히 중년 세대의 옷장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했다.

“한국의 거리는 무척이나 무채색이에요. 다들 유행에 민감하다고 말하지만, 출퇴근길을 보면 검은 옷뿐이에요. 지금 세계적으로는 화려한 컬러가 유행이에요. 이번 봄에는 과감한 컬러를 입기를 추천해요. 다만 또 색의 쓰임이 너무 과하면 독이 되기도 하니까 균형을 잘 맞추셔야 합니다.”


“다양한 시도로 ‘패션 경험’ 쌓아야”

균형을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소심한 중년, 특히 남성들이 무채색 뒤로 숨는 것은 그 균형을 못 맞추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 때문일 터다. 박 디렉터는 이에 대해 ‘경험’을 강조했다. 결국 멋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입어본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설명이었다.

“옷을 많이 입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생각보다 커요. 한 번 입어본 옷은 자신감이 생기죠. 남들 눈에 아무리 예뻐도 본인이 어색하면 몸이 굳고 어깨가 올라가고 목이 들어가요. 그리고 빨리 벗고 싶어지죠.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과감한 옷을 입고 부끄럽다면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착용해 보세요. 용기가 생기고 더 과감해질 수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시도는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부담스럽다면 컬러를 하나씩이라도 넣어보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신발부터 바꿔도 된다. 겉옷이 부담스러우면 셔츠 하나, 상의 하나, 하의 하나처럼 작은 부분부터 바꾸면 된다”고 설명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채색 일변도에서 한 걸음만 옮겨도 표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는 패션을 특별한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균형 감각에 가깝다고 봤다. 그는 “식단을 차릴 때나 월급을 받아 가정을 꾸려갈 때와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한 사람에게 어떤 색을 얼마나 둘 것인지, 어디서 힘을 주고 어디서 빼야 하는지를 조절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 하기보다 조금씩 조합을 익히는 편이 낫다.

박 디렉터는 중년 남성의 패션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어렵게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여성보다 변화에 늦게 반응하는 경우는 있지만, 오히려 선택지가 비교적 단순한 만큼 기본 원칙만 잡으면 훨씬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년 남성들도 이제는 옷차림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힘을 주거나 과하게 세련된 스타일을 좇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수위 조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장을 고를 때도 너무 포멀한 느낌보다 세미 캐주얼한 소재와 분위기를 택하면 훨씬 자연스럽다”며 “남성복은 아이템 수가 비교적 단순해 몇 가지 기준만 익히면 조합 자체는 오히려 어렵지 않다”고 했다.

▲박명선 패션 디렉터.(이준호 기자)
▲박명선 패션 디렉터.(이준호 기자)

“패션 브랜드, 소비자와 함께 늙어”

박 디렉터는 중년의 옷차림이 쉽게 달라지지 않는 배경에 익숙한 것만 좇는 소비 습관이 있다고 봤다.

“중년들은 본인에게 익숙한 것, 잘 아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패션 브랜드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브랜드도 소비자와 함께 나이를 먹어요. 늘 고르던 색, 자주 가던 매장에 머무르다 보면 변화를 추구하기 어렵습니다. 계속 고집하다 보면, 지금의 나와 어울리는 새로운 감각을 놓칠 수 있어요. 그래서 중년들도 낯선 브랜드를 경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익숙한 것 바깥으로 한 걸음 나가야 옷차림에도 변화가 생겨요.”

그와 함께 박 디렉터가 강조한 것은 ‘패션의 페르소나’였다. 나이를 기준으로 옷을 고르기보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나이 들고 싶은지를 먼저 떠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고 단정한 중년이 되고 싶은지, 세련되고 개성 있는 이미지를 갖길 원하는지, 스스로의 이상향이 분명해야 옷차림에도 일관성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결국 멋있어 보이는 사람은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 사람”이라며 “자신이 그리고 있는 이미지에 맞춰 옷을 입다 보면 나이와 관계없이 나만의 스타일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통해 박 디렉터가 건넨 조언은 단순했다. 패션은 젊음을 흉내 내거나 비싼 옷으로 경쟁하는 일이 아니라, 그동안 뒤로 밀려 있던 자신을 다시 앞으로 불러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번 봄, 검은 신발 대신 조금 밝은 신발을 신어보고, 옷차림에 작은 컬러 하나를 더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는 말했다.

박 디렉터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달 8일 본지가 개최하는 ‘브라보 골든 보그’ 행사에서 중년을 위한 스타일링 팁을 직접 전할 예정이다. 이날 강의를 통해 남의 시선을 조금 덜 의식하고 지금의 나를 위해 옷을 입는 법, 익숙함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법을 현장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들려줄 계획이다. 박 디렉터의 조언을 통해 이번 행사는 중년 독자들에게 변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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