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뉴컬처 키워드] 대중음악계 강타하는 힙합 열풍

기사입력 2016-11-08 17:47 기사수정 2016-11-08 17:47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knbae24@hanmail.net

요즘 힙합 열풍이 대단하다. 힙합이 음악의 대세로 떠올라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대중들의 일상 대화에 다이믹 듀오, 도끼, 매드 크라운, 비와이, 보이비 등 힙합 뮤지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멜론 등 각종 음원차트 상위를 ‘데이 데이’, ‘포에버’, ‘호랑나비’ 등 힙합곡들이 차지한다. <힙합의 민족>, <쇼 미 더 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등 힙합 관련 프로그램들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힙합 스타와 힙합곡 패러디가 유행이다.

힙합 열풍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이지만 힙합에 관심이 있는 중·장년층도 적지 않다. 물론 “힙합이 노래냐?”라는 냉소를 보내는 사람도 있고, 욕설까지 포함된 랩 등 일부 힙합 가사를 두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며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 방송에 나온 힙합 뮤지션들의 팔과 몸에 드러난 문신과 파격적인 패션 스타일에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는 중·장년층도 많다.

하지만 중·장년층이 음악을 비롯한 젊은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다가가는 태도는 자식들을 포함한 젊은 세대에 대한 이해의 접점을 확장할 뿐만 아니라 소통을 배가시키는 첩경이다. 압축적인 고도성장, 급변하는 사회, 고령인구 증가, 산업구조 변화, 전통적 가족 해체, 가족 구성원의 역할 변모, 젊은 세대의 미래지향적 태도와 장·노년층의 과거지향적 인식의 충돌 등 다양한 원인으로 세대 간의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세대 간의 갈등은 여러 곳에서 표출되고 있는데 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간극은 벌어질 대로 벌어져 서로의 문화와 콘텐츠 향유는 고사하고 이해조차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세대 간의 문화에 대한 무시와 폄하 행위까지 횡행한다.

정성호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20대의 정체성>에서 세대 갈등의 해결책으로 “세대 간에 서로의 창조적 자의식을 북돋우면서 포용력 있는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16년 4월 1일. 탤런트 김영옥(79), 이경진(60), 국악인 김영임(60) 등 평균 연령 65세 8명의 장·노년 여성 출연자와 MC 스나이퍼, 치타, 딘딘 등 힙합 뮤지션들이 자리를 함께했다.(JTBC)
▲2016년 4월 1일. 탤런트 김영옥(79), 이경진(60), 국악인 김영임(60) 등 평균 연령 65세 8명의 장·노년 여성 출연자와 MC 스나이퍼, 치타, 딘딘 등 힙합 뮤지션들이 자리를 함께했다.(JTBC)

젊은이들이 좋아하며 열광하는 음악을 이해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문화와 생활, 현실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힙합을 이해하는 것 역시 젊은이들의 문화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첩경이자 젊은 세대와의 소통의 기회를 확장하는 기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힙합을 통해 미국 젊은이들의 현실과 고뇌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1970년대 미국의 가난한 흑인 젊은이들이 자신들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거리의 음악, 힙합은 비트가 빠른 리듬에 맞춰 일상의 삶이나 욕망과 분노를 드러내는 랩, 레코드 스크래치, 브레이크 댄스 등이 가미된 음악과 문화를 지칭한다.

힙합은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 젊은이들의 폭발적 인기를 얻은 음악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1990년대 라임을 이루는 말을 리듬에 맞춰 음악적으로 발성하는 랩이 한국 음악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가 한국 대중과 처음 만났다.

▲2016년 9월 30일. 열띤 관심 속에 7월 29일부터 나다, 미료, 전소연 등 12명의 여성 힙합 뮤지션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친 끝에 자이언트 핑크가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2개월여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Mnet의 <언프리티 랩스타 3> 마지막 방송이다. (cjE&M)
▲2016년 9월 30일. 열띤 관심 속에 7월 29일부터 나다, 미료, 전소연 등 12명의 여성 힙합 뮤지션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친 끝에 자이언트 핑크가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2개월여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Mnet의 <언프리티 랩스타 3> 마지막 방송이다. (cjE&M)

1990년대에는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 지누션, 드렁큰 타이거가, 2000년대에는 다이나믹 듀오, 에픽하이 등이 힙합 음악을 하며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한동안 힙합 음악은 일부 청소년과 젊은이들만이 환호하는 하위문화, 비주류 음악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와 힙합 뮤지션이 많이 늘어났고 <쇼 미 더 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힙합의 민족> 등 힙합 관련 방송 프로그램과 공연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대중음악의 주류로 급부상했다. 무엇보다 힙합에 환호하는 대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힙합 신드롬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힙합에 환호하는 이유는 힙합이라는 음악이 갖는 매력 때문뿐만이 아니다. 저항과 분노, 욕망을 거침없이 표출하고 편견을 깨는 음악에 자신들의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대부분을 차지한 아이돌 음악과 발라드, 트로트는 사랑 아니면 이별을 소재로 하는 비슷한 가사와 멜로디가 많다. 이런 음악에 식상함과 진부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힙합은 기존 음악과 확연한 차별화를 보이며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의식, 저항, 분노를 풍자나 디스, 스웨그 등으로 다양하게 표출한다. 또한 개인적인 감정과 입장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 jtbc <힙합의 민족>에 출연한 탤런트 김영옥(79).
(JTBC)
▲ jtbc <힙합의 민족>에 출연한 탤런트 김영옥(79). (JTBC)

3포 세대, 흙수저, 헬조선으로 표현되는 어려운 현실 속 젊은이들은 이러한 힙합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과 의견을 표현하거나 감정을 거침없이 표출한다. 그래서 힙합을 이해하면 젊은이들의 음악과 문화는 물론 그들의 고통과 현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Coffee shop에서/ Part time job으로 나는 Two job/ 아침과 밤이 다른 나의 자화상이/ 또 나를 부르네/ 생활비는 내 손으로 벌어 써/ 두발로 딛는 서울 땅에서 …척하면 척인 나의 눈칫밥만 더 늘어나는 사이/ 현실 앞에서 누구도 대변해줄 수가 없지/ 이것도 피하지 못한 내 현실’ <언프리티 랩스타 3>에서 우승한 자이언트 핑크가 부른 ‘돈벌이’ 가사의 일부다.

‘어쩌다 내가 이 게임에 몸을 던졌나/ 가난이 죄고, 학벌이 깡패라는데 아/ 너 그렇게 과속하고 달려가면/ 개천의 용은 멸종위기 1급 동물/ 시작도 하기 전에 아연실색/ 쫓아가는 것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네/ 뒤처지기 싫어 꽉 어금니 깨물어도/ 노력과는 상관없어 뒤처지는 경쟁 구도…’ 힙합 뮤지션 MC메타가 지난 5월 방송된 에 소개한 ‘개천에서 용이 날까용?’ 랩 가사다.

우리는 이 두 곡의 힙합 가사를 읽고 무엇을 느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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