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에 분노할 겨를이 없다

기사입력 2019-01-25 10:42 기사수정 2019-01-25 10:42

[커버스토리] PART 07 누구나 고수가 될 수 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분노로 인해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자주 보도되고 있다. 홧김에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는 곳에 방화를 하고 울컥하는 마음에 폭력을 쓰거나 살인까지도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일으키는 감정을 분노조절장애 또는 충동조절장애라 진단한다.

과도한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가슴속에 화가 쌓이면 이 감정이 잠재되어 있다가 자극을 받는 상황이 오면 폭발하게 된다. 과거에는 분노 억압으로 인한 울화병이 많았지만, 요즘은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분노를 발산할 때는 잘 조절해서 서로가 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먼저 어떤 식으로든 분노를 몸 안으로 끌어들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주변에서 분노에 의한 폭언과 폭력을 많이 목격했다. 60대 후반의 연령대라면 분노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경험이 있으리라고 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분노의 감정을 드러낸 적이 한 번도 없다. 학교 친구들, 직장 동료들 그리고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만난 지인들 중 어느 누구도 내가 분노를 표출한 걸 본 적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분노조절에 있어서만큼은 뛰어난 능력을 갖춘 고수라 자처하고 싶다.

내 비법은, 일단 분노가 몸 안에 쌓이면 조절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분노를 낮추는 또 하나의 방법은 분노의 원인이 나의 내부 또는 바깥 모두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인이 잘못을 해 나를 화나게 하는 상황이 됐을 때, 그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지인을 사귄 내 잘못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화가 나는 상황을 바라보면 분노가 내 몸에서 자리 잡지 못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접촉 사고가 났다고 해보자. 이때 상대가 잘못했다며 언성을 높여 싸울 필요가 없다. 결국에는 보험 회사들이 판단해서 다 처리해준다. 목소리를 높여봤자 감정만 상한다. 감정을 빨리 추스르는 게 훨씬 이롭다.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는데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라며 액땜한 셈 치면 된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도 자료를 잘 준비해 법의 심판을 받으면 되지 분노를 터트려 폭력을 행사하거나 해서 일을 더 꼬이게 만들 필요는 없다.

나는 전라북도 군산에서 2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님이 49세, 어머님이 42세에 나를 낳으셨다. 늦둥이로 태어나 부모님이 무척 귀여워해주셨지만, 아버님은 매사에 엄하시고 성질이 불같으셔서 어머님이 항상 아버님의 비위를 맞추셨다. 내가 어머님을 닮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들이 화를 내면 그걸 수습만 했지 화를 내본 경험이 없다. 더구나 집안에서의 서열이 제일 막내이다 보니 화는커녕 형과 누나들 눈치 보기 바빴다. 형제들이 일을 시켜도 윗사람 말은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만이 쌓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선천적으로는 어머님을 닮았고, 후천적으로는 가정에서의 서열 때문에 감정조절 능력이 자연스럽게 습득된 것 같다. 물론 나이를 먹으면서 체득한 노하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분노란 주로 대인관계에서 발생한다. 관계를 만들기는 어려워도 허물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며, 허물어진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데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고수는 이런 상황에 처할 걱정이 없다. 고수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상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고 여기면서 매일의 삶이 그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불화나 갈등의 상황이 와도 분노를 제어할 수 있다. 또 목표를 가지고 생활하는 게 중요하다. 어떠한 목표라도 좋다. 주간, 월간, 연간 계획을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사소한 일에 분노할 겨를이 없다.

물론 내가 제시하는 분노 관리 방법이 편협한 것일 수도 있다. 각자에 맞는 보다 나은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조언한 방법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폭언과 폭력이 없는, 보다 평화로운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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