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문안인사를 드릴 만큼 우리는 예로부터 ‘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9만 8819명으로 110만 명에 달한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22년 기준) 그 가운데 60대가 23.0%(25만 829명)로 가장 많았고, 50대 18.9%(20만 7698명), 70대 16.8%(18만 4863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잠 때문에 고통받는 중장년의 뇌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인의 수면이 위험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수면의 질과 양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글로벌 수면 솔루션 브랜드 레즈메드(Res Me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수면의 양과 질에 대해 ‘불만족스럽다’고 50%, 55%로 각각 답변했다. 미국·일본·중국·인도 등 12개국 평균 답변은 각각 35%, 37%로 한국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아침에 일어날 때 피곤하고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답변은 59%로 12개국 응답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반대로 ‘상쾌하고 행복한 기분이 든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수면의 질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가중된 스트레스와 걱정’(60%), ‘잦은 전자기기 및 화면 사용’(41%), ‘불안과 우울감’(29%) 등이 꼽혔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60대 수면장애 환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60대는 하던 일에서 은퇴하고 여러 신체질환이 생기는 등 일상의 변화로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시기”라며 “생리적 변화와 스트레스가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뇌 건강에 영향 미치는 수면장애
수면장애는 잠을 준비하는 시간부터, 잠자는 동안, 그리고 주간 생활에 이르기까지 수면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모든 문제를 의미한다. 수면장애의 종류로는 대표적인 불면증과 함께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행동장애 등이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우울·불안·스트레스 같은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삶의 질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신체 면역기능과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다양한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수면장애는 심뇌혈관계 질환에 영향을 끼쳐 치매를 유발한다.
치매란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이 감소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상 증후군을 의미한다. 가장 흔한 유형은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전체 치매 사례의 약 70%에 이른다. 뇌경색·뇌출혈 등의 혈액순환 장애가 원인이 되는 혈관성 치매는 전체의 약 20%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유발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라고 불리는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뇌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뇌질환을 말한다. 초기부터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기억력 감퇴이며, 병이 진행되면서 추상적 사고, 문제 해결, 적절한 결정 및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저하된다.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는 “우리가 아주 깊은 잠을 자는 서파수면 상태일 때 뇌를 청소하는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이때 베타 아밀로이드 같은 독성물질이 제거되는 것이다”라면서 “그러나 수면장애가 있으면 잠에서 자꾸 깨기 때문에 단백질이 몸에 축적되고,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해 결국 치매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장애 가운데에서도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특히 치매 발병률이 높다. 수면무호흡증이란 수면 중 상기도(코, 입, 목)의 일부나 전체가 반복적으로 좁아지고 이에 따라 공기 흐름이 감소하거나 멈추면서 호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은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심뇌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므로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혈관성 치매의 위험 또한 높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렘수면 단계에서 꿈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거나 심한 잠꼬대를 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50대 이상 남성에게서 우세하게 나타난다. 자면서 말하기, 웃기, 노래하기, 발로 차기 등 다양한 행동 양상을 보인다. 박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뇌줄기라고도 하는 뇌간에 퇴행성 변화가 오고, 나중에는 파킨슨병이나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숙면해야 할까?
숙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한편,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슬립테크(Sleeptech)가 주목받고 있다. 수면과 기술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애플리케이션, 웨어러블 기기, 디지털 장비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슬립테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수면 분석은 사용자의 수면을 다양한 센서를 기반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해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스마트 워치나 웨어러블 기기가 해당한다. 수면 유도는 빛, 사운드, 온도 등을 통해 잠잘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기술을 말한다. 수면질환 관리는 수면 관련 질환을 개선·치료하는 서비스로 교정기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슬립테크 시장은 2019년 110억 달러(약 13조 9200억 원)에서 2026년 321억 달러(약 40조 62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는 2017년부터 슬립테크 전용관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역시 슬립테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AI수면 분석 플랫폼 기업 에이슬립과 협력, 올 하반기 수면 측정 기술을 탑재한 갤럭시 탭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열대야 꿀잠온도’라는 에어컨 전용 앱을 출시했고, SK텔레콤은 AI 비서 ‘에이닷’ 앱을 통해 수면 패턴을 수집·분석한다.
이렇게 수면을 돕는 기술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컨트롤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기형 교수는 “스트레스가 많으면 수면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악순환이 된다. 너무 자려고 노력하면 잠이 더 오지 않는 법이다. 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라면서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자고, 식사하고, 운동하는 게 좋다. 규칙적인 삶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기상 시간이라도 일정한 것이 좋고, 햇빛은 꼭 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중장년층의 선호도가 높은 커피와 술, 수면제 섭취는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 잠이 안 온다는 중장년들이 가끔 있다. 잠을 못 자면 인지기능도 떨어지고 멍해지니까 치매가 아니냐고 스스로 의심하게 된다. 알코올은 잠을 유도하는 것은 맞지만, 유지시키지 못한다. 잠을 길게 잘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은 뇌 손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수면제에 대해서는 “치매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연관 없다는 결과보다 많다. 특히 벤조디아제핀 계통은 치매 위험도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를 요한다. 수면제는 한 달 이내로 짧게 먹기를 권장하며 장기 복용은 옳지 않다”고 주의를 남겼다.
◇에스옴니 유재성 대표 “잠은 만병통치약? 수면 코치 필요”
“드디어 불면증과 작별했어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이들이 모이는 유튜브 채널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 숙면 여행자 가운데 유명 연예인들도 있으며, 구독자가 74만 명을 돌파했다. 채널을 운영하는 슬립테크 스타트업은 ‘에스옴니’로, 유재성 대표(브레이너 제이)는 ‘국내 1호 수면 코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의생명과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영국 옥스퍼드대학원에서 수면의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미국 국제 공인 수면 코치 자격을 보유했다.
“다이어트할 때 트레이너 선생님이 계시듯이 수면도 코치가 필요해요. 살이 찌는 이유는 식습관, 스트레스 등 다양하죠. 잠도 똑같아요. 수면 환경, 스마트폰,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잠을 못 자게 만들죠. 그렇기 때문에 1:1 케어로 원인을 찾고 수면을 방해하는 문제들을 없애주는 수면 위생 교정이 필요합니다.”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은 명상, 수면 사운드, 동조화 사운드 등을 통해 숙면과 마음 건강을 가이드해준다. 콘텐츠는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며, 전문가의 자문도 받는다. 분당차병원에서는 불면증 및 이명증을 가진 환자들에게 에스옴니의 수면 콘텐츠를 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에스옴니는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센터, 강동경희대병원 수면센터, 국제성모병원 수면의학연구소 등과 함께 수면 건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매년 구독자를 대상으로 잠 못 자는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합니다. 항상 1위는 심리적 스트레스예요.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잠을 청하면,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져버려요. 특히 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심장이 뛰고, 체온이 올라가고, 호흡도 가빠지고, 걱정과 불안이 가중되죠. 2위는 생활 습관입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러다 보면, 어떤 뉴스 정보나 SNS로 지인들 소식을 보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또 받기도 합니다. 결국 스트레스와 또 연결이 되네요.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멘털을 키워야 합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반응을 가장 빠르게 안정시키는 방법 중에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명상이 있습니다. 명상은 현재의 순간에 몰입을 하는 마음 챙김이나 편안한 상상과 함께 심신을 이완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해외에서는 의학의 영역으로 보기도 하죠. 음악 감상, 반려견과의 산책 모두 명상이 될 수 있어요. 우리는 일상 속에서 명상을 해보라고 말하는 겁니다.”
에스옴니는 다양한 창구로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4월부터는 SK브로드밴드와 MOU를 맺고, Btv의 시니어 고객을 위한 전용관인 ‘해피시니어’에 수면 건강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유 대표는 “수면장애로 인한 노인성 질환 환자가 너무 많아졌다. 어르신 대부분이 TV를 보면서 잠든다고 하는데, 우리의 콘텐츠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토털 수면 솔루션 앱 ‘솜니아’를 정식 출시했다. AI 수면 코치가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시니어에게 ‘숙면’은 매우 필요하지만, 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 유재성 대표는 이를 매우 안타까워하며 “잠을 잘 자면 살도 빠지고,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치매 같은 뇌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 숙면이 돈 없이도 누릴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중장년분들이 꿀잠을 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합니다. 꿀팁을 드리자면, 첫 번째 낮잠을 자지 않는 게 좋습니다. 두 번째로 햇빛을 많이 쬐어주세요. 산책은 밤이 아닌 낮에 하는 게 좋고, 운동량을 늘려보세요. 세 번째는 자기 1시간 전에는 수분 섭취를 줄이는 것입니다. 자다가 도중에 깨서 화장실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은 5분이나 10분이라도 매일 꾸준하게 명상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입니다. 매일 밤 숙면으로 행복을 가꾸어 나가시길 응원합니다.”
여러 가지 질환에 대한 진단, 치료, 사후 관리까지 가능한 의료 AI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퇴행성 뇌질환인 치매에서 의료 AI의 발달은 반갑다. 뇌 MRI 분석, 음성 분석, 인지, 안구 운동 등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통해 치매를 진단하는 AI 기술이 얼마나 정확하며, 상용화 시점은 언제쯤일까?
치매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가장 두려운 질병이다. 치매가 한번 발병하면 완치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기 검진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치매 환자 역시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치매센터는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2020년 10.3%, 2030년 10.6%, 2040년 12.7%, 2050년 16.1%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더불어 치매 관리 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20년 18.8조 원에서 2050년 106조 원으로 6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처럼 치매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환자의 음성 혹은 행동 지표 등을 활용한 치매 관련 디지털 바이오마커(몸속 세포·단백질 등으로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 개발은 치매 분야 스마트 헬스케어 영역에서 수년 전부터 주요한 연구 주제였다. 하지만 대부분 연구 목적으로 활용될 뿐 아직 임상 목적으로 쓰이지는 않고 있다.
음성 분석, 뇌파 분석 등의 방식은 근본적으로 뇌 병변을 확인하기에는 분명한 한계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적인 진단 도구로 사용되기보다는 인지기능 저하 환자를 선별하는 용도나 기존 치매 검사의 보조용으로 활용돼 왔다. 뉴로핏의 뇌 MRI 분석 제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기기에 치매 관련 소프트웨어를 연동하면 뇌의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발병 가능성 등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앞다투어 개발되고 있다. 그동안 인지기능 검사는 대면 지필 검사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디지털 환경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검사법이 개발되고 채점까지 자동화되고 있다.
또한 검사 대상자의 음성, 움직임, 수면 등의 패턴을 분석해 치매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인공지능 기술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업체인 하이, 바이칼에이아이 등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같은 연구기관의 기술이 대표적이다.
AI 기반 뇌 노화도 분석
뉴로핏의 AI 기반 뇌 노화도 분석 전문 소프트웨어 뉴로핏 아쿠아와 뉴로핏 스케일 펫은 이미 의료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는 국내 주요 대학병원과 함께 검증 연구가 진행된 믿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2022년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최근 뉴로핏은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콘퍼런스(AAIC 2024)에서 주요 기능이 업데이트된 ‘뉴로핏 아쿠아 AD’를 데모 시연하기도 했다. ‘뉴로핏 아쿠아 AD’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관련 최첨단 뇌 영상 분석 기술의 집합체인 항아밀로이드 치료제 처방 치료 효과 및 부작용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다. 현재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의료기기 인증을 준비 중이다.
디지털 바이오마커 측정 통해 치매 진단
하이(HAII)는 지난 4월 음성, 안구 운동, 인지 반응 이상 세 가지 디지털 바이오마커 측정을 통해 치매를 진단하는 디지털 의료기기 알츠가드(Alzguard)를 개발했다. 알츠가드 개발을 위해 전반적인 프로토콜 및 콘텐츠는 이화여대 목동병원, 진단 알고리즘 설계는 상명대학교, 안구 운동 관련 바이오마커는 비주얼캠프와 협업이 이루어졌다.
이후 식약처로부터 확증적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국내 임상 진행과 동시에 글로벌 임상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하이 담당자는 “미국 FDA의 치매치료제 승인으로 치매 진단 분야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누구나 알 수 있는 해외 유망 기관과 미국 및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한 공동 연구에 관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말소리 분석으로 건강상태 판단
바이칼에이아이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음성을 분석해 치매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바이칼에이아이가 선보인 ‘맑은 내 친구’는 말소리가 사람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시그널이라는 윤기현 대표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말소리를 분석해 여러 가지 건강상태를 진단해주고, 언어습관까지 분석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인지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트레이닝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말을 많이 할수록 인지기능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복합지능연구실 역시 음성 대화를 분석해 치매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다. 세계 최초로 알츠하이머 치매 예측을 위한 기존의 음성·텍스트 분석 기술에 대형 언어 모델(LLM)을 결합한 형태다. 이 AI 기술은 노년층의 대화를 분석해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고위험군을 선별해낼 수 있다. 이 기술의 정확도가 87.3%에 달해 해외에서 개발한 기술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TRI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태블릿 기반의 앱 개발을 완료하고,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진과 함께 노인복지센터 등에서 실증을 계획 중이다.
AI 기술로 치매 관리, 긍정적 영향 미쳐
최호진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현재 AI 기술을 활용한 진단의 경우 뇌 영상 자료 판독 등과 같은 시각화가 가능한 자료로 진단하는 부분에서는 빠른 속도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면서 “기술의 발달이 계속 이루어진다면 치매 분야에도 AI 기술이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치매 관리에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면서 의료산업과 치매 환자의 삶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 교수는 “2013년 FINGER Study의 성공을 통해 비약물 치료인 운동요법, 두뇌 자극 활동 활성화, 식단 개선, 만성질환 관리 등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디지털 기술 발달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비약물 치료를 디지털 치료기기에 담아 진행하고자 하는 많은 시도가 있으며, 이미 식약처 허가를 위한 확증 임상을 다수 회사에서 시행하고 있다. 확증 임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내년, 적어도 내후년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AI의 진단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아직 AI 진단 알고리즘은 연구 과정에서 수집한 자료 범위 내에서만 높은 정확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즉 AI 기술로 질환을 진단할 때 데이터의 외부 검증(External Validation)과 교차 검증(Cross Validation)을 면밀히 검토할 수 있도록 수많은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정확성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해야만 100%의 정확성에 가까워질 수 있다.
향후 AI 기술 상용화를 통해 치매 치료를 위한 국가・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기를 기대해본다.
자살 사망자 대부분은 생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 가운데 중년은 퇴직·은퇴·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최근 9년간(2015~2023) 진행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심리부검이란 자살 사망자의 가족 또는 지인의 진술과 고인의 기록을 검토해 자살 사망자의 심리·행동 양상과 변화를 확인하여 자살의 원인을 추정하는 조사 방법이다. 분석 대상은 유족 1,262명으로부터 얻은 자살 사망자 1,099명에 대한 심리부검 면담 자료이다.
심리부검 대상 자살 사망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남성이 64.7%로 여성 35.3%보다 월등히 많았다. 평균연령은 44.2세로 집계됐다. 1인 가구는 19.2%로 나타났다. 고용 형태는 피고용인이 38.6%로 가장 많았고, 소득 수준은 월 100만 원 미만인 저소득층이 46.5%를 차지했다. 또한 자살 사망자의 86%가량이 정신질환을 겪은 것으로 추정됐으며, 주로 우울(74.5%), 중독(27.2%), 불안(8.8%) 증세였다.
자살 사망자는 평균 4.3개 스트레스 사건을 다중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주기별로 살펴보면, 실업자 비율이 청년기 다음으로 높은 중년기(50~64세)는 퇴직·은퇴·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게 나타났다. 부채 비율 역시 장년기(35~49세) 다음으로 높았고, 수입 감소와 파산으로 인한 스트레스 경험 비율 역시 상대적으로 높았다. 사망 전 추정 정신질환을 가진 비율이 가장 높은 생애주기이기도 했다.
노년기(65세 이상)는 다른 생애주기보다 대인 관계 단절 비율이 높았으며, 만성 질병으로 인한 신체 건강 스트레스, 우울 장애 추정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가족 관계 관련 스트레스 경험 비율이 높았는데, 배우자의 사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청년기(34세 이하)는 실업자 비율과 구직으로 인한 직업 스트레스 경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장년기(35~49세)는 직업과 경제 스트레스 경험 비율이 생애주기 중 가장 높았는데, 세부적으로는 직장 동료 관계 문제, 사업 부진 및 실패, 부채 등이 원인이었다.
1인 가구의 경우, 청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43.8%로 다인 가구 청년기 비율(28.0%)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1인 가구의 비정규직 비율(43.7%)과 지속적 빈곤으로 인한 스트레스 비율(15.3%) 역시 다인 가구보다 높았다. 즉, 1인 가구 상당수가 고용 불안정과 낮은 소득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자살 사망자의 96.6%가 사망 전 경고 신호를 보였으나 이를 주변에서 인지한 비율은 23.8%에 불과했다. 주요 신호로는 감정 변화(75.4%), 수면 상태 변화(71.7%), 자살·죽음에 대한 잦은 언급(63.6%), 자기비하적 발언(47.0%), 주변 정리(25.8%) 등이 있었다.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족의 98.9%는 사별 후 심리·행동(97.6%), 대인 관계(62.9%), 신체 건강(56.5%), 가족 관계(52.2%) 등의 변화를 경험했고 심한 우울(20.0%), 임상적 불면증(33.1%), 복합 비탄(37.8%), 자살사고(思考, 56.3%)와 같은 정신건강 관련 문제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심리부검을 통해 파악한 자살 위험 요인을 향후 자살 예방 정책의 근거로 활용하겠다"라며, “올해 7월부터 의무화된 자살 예방 교육에 자살 위험 경고 신호를 파악하는 방법이 포함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자살 시도자 등 자살 고위험군이 보내는 경고 신호에 대한 가족·친구·동료 등 주변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는 경고 신호, 주요 스트레스 요인들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라며“이번 1인 가구 분석과 같은 심리부검 면담 자료를 활용한 심층적인 분석과 연구가 활성화되고 연구 결과가 자살 예방 사업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 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 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흔히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고 한다고 한다. 사실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한 조사결과를 보면 노인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9시간 정도다. 보통 성인이 하루 평균 7~7.5시간 잠을 자는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긴 편이다. 다만 노인의 경우 하루 평균 1시간 20분 정도 낮잠을 잔다는 연구결과를 감안하면 일반 성인의 밤 수면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노인들에게 수면장애는 흔히 발생하는 문제다. 국내 65~84세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57.7%가 불면 증세를 호소했다는 결과도 있다. 최윤호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사람은 인생의 3분의 1이나 되는 긴 시간을 잠을 자면서 지내는데, 이를 통해 몸과 정신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회복시키고 생체리듬을 유지하게 된다”며 “제대로 잠을 취하지 못하게 되면 몸의 활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면역기능 저하와 만성질환 위험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년기 수면장애에 대해 알아본다.
노년기 수면장애는 수면 시간 아닌 질(質) 문제
수면장애란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충분한 수면을 취해도 낮 동안 잘 깨어 있지 못하고 졸림을 호소하는 상태, 수면 리듬이 흐트러져 어려움을 겪는 상태 등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잠자는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수면의 질이다. 잠을 3~4시간만 자더라도 숙면을 취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병이 아니다. 반대로 8~9시간을 자는데도 몸이 개운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피곤하며 낮 시간에 졸리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수면장애일 수 있다.
노년기 수면장애 중 가장 흔한 것은 불면증과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다. 불면증은 잠들기 힘들거나 잠이 들어도 자주 깨고, 새벽에 너무 일찍 일어나 수면 부족 상태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낮 동안에 피로감과 졸음, 의욕상실 등을 겪게 된다.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는 생체리듬과 관련이 있다. 노인이 되면 생체시계, 즉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뇌신경 기능이 감소하며 일주기 리듬이 일반 성인보다 조금 앞당겨진다. 이에 따라 수면 양상에도 변화가 생기는데, 대부분 오후 7~9시 사이에 일찍 잠이 들어 오전 3~5시 사이에 깨게 된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숙면을 취하도록 돕는 수면 유도 물질 멜라토닌은 해가 진 후부터 생성되기 시작해 새벽 2~4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되는데, 노인의 경우 일주기 리듬이 달라지는 데다 멜라토닌 분비까지 원활하지 못해 시간이 갈수록 수면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과다수면증과 기면증,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행동장애 등이 수면장애에 해당한다. 과다수면증은 밤에 최소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했는데도 낮에 과도한 졸음을 호소하는 경우다. 기면증은 이겨낼 수 없는 졸음으로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드는 것으로 먹고 말하거나 걷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코골이는 매우 흔한 생리적인 현상이지만, 코골이가 있는 사람의 75%는 수면 중 호흡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 중 호흡 이상이 시간당 5회 이상 나타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된다. 수면무호흡증이 심하면 심할수록 자주 깨고 체내 산소 공급이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낮 동안 심한 피로감과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느낌, 아침 두통, 무기력감,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우울감 등을 유발하게 된다. 치료하지 않은 채 수면무호흡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치매 등의 인지장애,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이나 당뇨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잠들 무렵 사지, 특히 다리의 특정 부위가 지속적으로 여러 불편감이 느껴져 잠들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전기가 흐르는 느낌,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등 환자마다 불편감은 다르게 나타나고, 이는 움직임을 통해 나아진다. 심한 경우 통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렘수면행동장애는 꿈을 꾸게 되는 렘수면이라는 수면 단계에서 비정상적으로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되고, 꿈과 관련된 과도한 움직임과 이상행동을 보이는 질환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일수록 흔하게 발생하고 파킨슨병과 같은 다양한 신경계 퇴행성 질환과 연관성이 높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노년기에 수면장애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치매와의 연관성 때문이다”며 “수면장애가 있는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대표적인 치매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49%나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고 했다.
불면증은 건강문제와 직결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낮 동안 활동이 적기 때문에 결국 밤 동안 수면장애가 초래된다. 우울과 불안 등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불면증이 올 수 있고 만성 호흡기질환,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궤양, 만성 통증, 빈뇨나 요실금, 고혈압 또는 심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신체 질환도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또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약물을 많이 복용하게 되는데 약물의 부작용으로 불면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노인시설이나 병원에 입원할 경우 환경 변화로 수면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노인에게 불면증은 그 자체로 힘들 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며 “하루 7시간 미만으로 잠을 자는 노인은 8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노인보다 건강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면역을 약화시키고 결국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수면 방해하는 생활습관 개선으로 불면증 예방
불면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면을 방해하는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먼저 커피, 홍차 등에 많이 함유된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특히 늦은 오후 이후로는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기 전 흡연이나 음주도 피해야 한다. 술은 처음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잠을 자주 깨게 하고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킨다. 또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수면과 연관돼 있는지 확인하고 바꿀 수 있다면 다른 성분으로 대체한다. 잠이 안 온다고 수면제를 구입해 먹는 것은 결국 깊은 잠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낮 시간 동안 햇볕을 쬐면 생체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도 숙면에 도움을 준다. 낮잠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건강 장수를 위해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과 더불어 충분하고 올바르게 자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세 번 늙는다는 말이 있다. 34세, 60세, 78세에 급격한 노화를 겪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나이’의 노화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66세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신재용·장지은 교수,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김대현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 DB를 활용해 2007~2017년 건강 검진을 받은 만 66세 성인 96만 8,885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66세에 노쇠가 심한 경우 10년 내 사망 위험이 약 4.4배 높았다. 노인 질환 발병 위험은 3.2배에 달했다.
10년 내 사망 위험 4.4배
노인 질환 발병 위험 3.2배
정희원 교수의 한마디
“가능한 젊을 때부터 노쇠와 질환 예방이 중요합니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 금연, 절주,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건강을 관리해야 합니다. 노쇠가 진행된 경우라면 다제 약물을 점검하고 노쇠의 흔한 원인이 되는 근감소증이나 인지 기능 감소, 우울, 불안, 수면 장애 등에 대해 노인 의학적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에디터 조형애 디자인 이은숙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을 기반으로 전 국민 건강을 보장하는 ‘헬스케어 4.0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 이후 원격 진료가 도입되었고, 인구 고령화에 따라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전 세계 시장은 2026년 약 826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건강하고 편리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 뒤에는 우려되는 점도 존재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질병의 예방·진단·치료, 건강관리, 연구개발 및 사후관리 등 건강 증진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을 모두 포함한다.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디지털 헬스케어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법과 제도를 중심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 연구하는 이호용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는 “현재 고령자들은 탈시설화와 커뮤니티 케어를 원한다. 병원이나 시설을 벗어나 집과 지역사회에서 케어받고 싶어 하는데, 이제 병원을 가지 않고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면서 “그러한 이유로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고령자가 많은 농어촌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유용성이 더욱 발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진에 의한 사후 치료 중심에서 환자 스스로 참여하고 자기 결정권이 강조되는 사전적 예방·관리 중심으로 보건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된 점도 촉발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기기와 AI 의사
디지털 헬스케어의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추세는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직접 체크하고 관리하는 기능을 갖춘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스마트폰을 연동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활용하면 일상에서 병원에 가지 않고도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을 앓고 있는 고령자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연내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갤럭시 링’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장시간 착용이 용이한 반지 형태로 만들어 기존 스마트워치의 한계를 넘겠다는 목표다. 기기는 365일 24시간 사용자의 건강을 모니터링한다고 알려졌다. 수면 패턴 및 심박수, 혈압 등도 측정 가능하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헬스케어는 당뇨병에 주목했다. 지난 2월 인공지능(AI) 기반 모바일 혈당 관리 서비스 ‘파스타’를 내놓았다. 당뇨병 관리 솔루션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인증도 받았다.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조회수 1만 명을 넘어서면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기기 연동을 통해 지난해 9월 출시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을 더욱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헬스케어 기기는 예방을 넘어 의료 현장에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현재 CT나 MRI 등 촬영 결과 판독, 수술 등에 AI가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는 2020년 사내에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를 설립했으며, 로봇수술 권위자로 꼽히는 나군호 전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를 소장으로 영입했다. AI 기술로 의료진의 업무를 간편하게 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연구소 내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의료적 역할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대면 진료 또한 가능해졌기에 조만간 AI가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른바 ‘AI 의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AI 의사의 안전성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없으며, AI 의사가 의료사고를 내면 법적 책임은 누가 물어야 하는지 등의 문제도 거론된다.
이호용 교수는 “AI가 병증에 대한 이해 및 분석과 판단, 그에 따른 처방에 대한 의견도 낼 수 있어 의사의 주된 업무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AI를 의사라는 직업과 동일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판단된다”면서 “인간에 대한 판단은 그것이 무엇이든 인간이 하고, AI는 도구 혹은 어시스턴트 역할에 그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인간 존엄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가능성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파스타로 당뇨 잡으세요”
김경화 카카오헬스케어 매니저 인터뷰
김경화 매니저는 요즘 ‘파스타’ 홍보로 강연·미팅 등을 다니느라 바쁘다. 14년간 간호사로 일했던 그는 2022년 카카오헬스케어에 합류해 파스타 앱 기획을 담당했다. ‘당뇨는 잘못된 생활습관병’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파스타는 한국인의 혈당 관리를 돕는다.
파스타는 ‘실시간 혈당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스마트폰 앱과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연동한 덕이다. CGM은 과거처럼 혈당을 재기 위해 채혈을 할 필요가 없고, 신체에 부착하기만 하면 된다.(보통 팔에 부착한다) 현재 파스타와 연동되는 CGM은 두 개로 국내 기업 아이센스의 ‘케어센스 에어’와 미국 기업 덱스콤의 ‘G7’이다. 앱 자체는 무료지만, CGM은 10만 원 정도 비용이 든다. 김 매니저는 금전적인 부담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당뇨병에 걸린 뒤 고치려고 하면 더 큰 돈이 들어간다”고 전했다.
김경화 매니저는 부모님과 시부모님에게 CGM을 부착하고 파스타를 이용하게 했다. 특히 시아버지의 경우 ‘뭐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라는 반응이었지만, 실시간 혈당 변화를 눈으로 보고 깜짝 놀랐다고. 김 매니저는 “아버님께서 경각심을 많이 느끼셨다. 음식도 건강하게 드시고 걷기 운동을 하는 등 습관 자체가 아예 바뀌었다. 살도 많이 빠지셨다”고 설명했다. 또한 파스타는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면 칼로리와 영양소를 분석해준다. 뿐만 아니라 혈당 관리에 대해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리포트로 제공한다. 혈당 수치를 가족,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어 관리의 지속성을 높여준다.
“놀랍게도 국내 당뇨병 환자가 6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해요.(2020년, 성인 30세 이상 기준) 당뇨병 전 단계 인구는 1583만 명으로 추정되고요. 당뇨병 인구를 1%라도 줄이는 것이 파스타의 목표입니다.”
의료 마이데이터 가능할까?
정부는 2025년 전 분야 마이데이터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란 정보의 주체가 개인정보를 이동해 본인이 원하는 서비스에 활용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의료 분야의 마이데이터 사업은 ‘마이헬스웨이’라고 한다. 여러 병원에 흩어진 개인 의료 정보 조회 및 활용이 가능해지며, 궁극적으로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한다.
마이헬스웨이 시행을 위한 법적 근거가 미약해 법 개정 요구도 높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5월 국회 보건복지위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디지털 헬스케어법’(디지털 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의료법은 보건의료 데이터의 제3자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환자가 요청 또는 동의하면 병원이 개인의 건강·의료 정보를 민간 기업에 제공하도록 허용하고, 민간 기업이 개인 건강 정보를 가명 처리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시민단체 및 의료계가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반대해 보류 판정을 받았다.
그러한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월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 입법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의료법이 통과되면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 신약, 의료기기, 질병 진단 기술 등 개발에 활용돼 긍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온다고 예상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오·남용 우려가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법안에 대해 산업계를 대표해 카카오헬스케어는 찬성했으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신중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호용 교수는 “의료 데이터는 개인정보 중 민감한 정보에 해당하고 보호성이 강조되는 데이터다. 그러나 개인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에 치중하면 정보 보호라는 가치는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밝은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면서 “데이터의 보호와 활용 중에 어느 가치를 중시할 것인가는 사회의 공감대적 가치와 경제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와 맞물린 세계적인 흐름은 기술 중심 사회다. 선진국은 의료 데이터 활용 규제를 약화하고 산업 발전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는 맹목적인 기술 중심 사회를 우려하고 인간 중심 사회로 회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디지털 헬스케어로 발전하는 산업 또는 회사가 거대 자본으로 권력화되지 않도록 국가가 개입하는 분산형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도움말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포근한 봄철, 꽃이 피고 꽃가루가 날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러나 이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인구의 10~30%에 이를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됐지만, 경증으로 여기기엔 위험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궁금증을 곽장욱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점막이 특정 물질(원인 항원)에 대해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발작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가려움증이 주요 증상이다. 눈 주위 가려움, 눈 충혈, 두통, 후각 감퇴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곽장욱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 항원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꽃가루가 원인 항원이 되어 발생하는 ‘계절성 비염’과 집먼지진드기, 바퀴벌레 등이 항원이 되어 일 년 내내 나타나는 ‘통년성 비염’으로 나뉜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 방법은 크게 4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주변 환경을 조절해서 최대한 원인 물질에 노출되는 상황을 피하는 환경요법 혹은 회피요법이다. 두 번째는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항히스타민제 등을 통한 약물 치료다. 세 번째는 면역 치료가 있으며, 그래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수술 치료까지 고려한다.
Q. 중장년층에게 알레르기 비염이 위험한 질환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알레르기 비염은 천식이나 수면장애 같은 장기적으로 위험한 질환과 높은 연관성을 보입니다. 천식은 비가역적인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하고, 급성 악화로 인한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폐렴과 같은 치명적인 폐질환에 취약하게 만듭니다. 수면무호흡과 수면장애는 뇌졸중, 심근경색, 당뇨, 고혈압 같은 성인병과 밀접한 관련성을 보인다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2023년 기준 국내 사망 원인 2위, 4위, 5위가 각각 심장 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입니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해 악화될 수 있는 천식이나 수면장애와 합병증이 장기적으로 중장년층에게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알레르기 비염은 어린 시절 못 고치면 평생 앓는 질환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사실인가요?
A. 알레르기는 어린 시절 고치지 못하면 완치되지 못한다기보다, 아직 완치 개념이 없다고 하는 게 좀 더 맞는 표현이겠습니다. 다만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알레르기를 관리해주고 치료한다면 코막힘이 만성화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이로 인한 축농증이나 코골이, 수면장애 등의 가능성도 낮출 수 있겠습니다. 또 천식도 비염을 잘 관리하면 급성 악화로 인한 입원, 응급실 방문 빈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알레르기 비염과 감기는 증상이 비슷한데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요?
A. 초기에는 두 질환 모두 코막힘이나 콧물이 나타나 비슷해 보이지만, 몇 가지 포인트에 집중하면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증상 측면에서 감기는 보통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인후염, 비염 증상을 보이는 걸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삼킬 때 목 통증, 발열, 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나고, 며칠에 걸쳐 서서히 악화됩니다. 알레르기 비염은 이와 달리 특정 물질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인해 나타납니다. 그래서 원인 물질에 노출되면 곧바로 재채기와 코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되는 것은 드뭅니다. 병력과 관련해서 감기의 경우 특정 바이러스에 걸렸을 때만 증상이 있으며 평소에는 비염 증상 없이 지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알레르기 비염은 환자분이 만성적으로 비염 증상을 앓고 있거나, 특정 계절마다 증상이 반복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Q.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지면 축농증이나 천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나요?
A. 알레르기가 코를 침범하면 알레르기 비염, 폐와 기관지를 침범하면 천식으로 진행되는 식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비염과 천식은 상당한 관련성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알레르기 비염을 앓다 보면 콧물도 많아지고, 코점막도 붓고, 분비물을 이송하는 기능도 떨어지니 축농증이 잘 생길 거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연구마다 연관성에 대한 결과가 다르게 나오고 있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Q. 최근 계속 발전하고 있는 치료법인 면역 치료가 궁금합니다.
A. 일부러 원인 물질에 지속 노출해서 과민반응 자체를 줄여보는, 즉 체질 개선을 기대하는 치료입니다. 약물 치료로 호전이 없거나, 1년 내내 약을 써야 해서 힘든 분들의 경우 시행을 고려해볼 수 있겠습니다. 알약으로 복용하는 ‘설하 면역요법’과 주사제로 시행하는 ‘피하 면역요법’이 있습니다. 비염 증상과 응급 약물의 사용 빈도를 30~40%까지 감소시키고, 천식 같은 질환으로의 이행도 줄여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Q. 알레르기 비염 개선에 도움 되는 생활 습관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환자들에게 좋은 생활 요법으로 생리식염수 코 세척을 추천합니다. 부은 코점막을 가라앉히고, 비강 내부의 이물질을 제거하며, 염증 유발인자를 감소시켜줍니다. 단, 이는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고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므로, 회피요법 및 약물 치료와 병행할 것을 권고합니다. 또한 기본적인 공통 생활 수칙은 미세먼지, 온도 변화, 담배 연기나 매연, 음주를 피하고, 주변을 청결하게 하는 것입니다. 꽃가루가 많은 계절에는 창문을 닫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습니다. 애완동물이 원인인 환자는 가능하면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 것이 좋으나, 어려운 경우라면 자주 샴푸 목욕을 시키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집먼지진드기 방지를 위해 침대 커버는 삶는 게 좋고, 가능한 한 자주 교체해주며, 천보다는 가죽으로 된 가구를 사용해야 합니다.
[도움말 곽장욱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밤마다 다리가 붓고 아프다?
쥐가 나서 잠을 설친다?
발과 종아리가 터질듯하다?
이때는 하지정맥류를 의심해야 한다. 다리 정맥의 판막 기능 이상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 질환인 하지정맥류는 중장년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나이, 성별 가리지 않고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박상우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증상이 있으면 꼭 검사를 받아 보라고 했다.
하지정맥류의 초기 증상은 무엇인가요?
다리 혈관이 꼬불꼬불하게 튀어나온 증상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외에 다리가 붓는 부종, 다리의 심한 피로감, 야간에 쥐가 나는 증상 등이 있습니다. 심하면 다리 피부색이 변하거나 궤양이 생기기도 합니다. 피곤할 때도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발병을 의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요?
가족력, 비만, 운동 부족, 흡연,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합니다. 보통 40대 이상, 남성보다 여성에게 흔합니다. 여성은 임신 중 호르몬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좋아지기도 하나요?
자연스럽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중요합니다. 초기에는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 약물 요법 등 보존 치료로 호전될 수 있습니다. 병이 진행된 상황이라면 수술 또는 시술을 받아야 합니다. 비용은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실손의료보험(실비)이 적용됩니다. 단, 미용 목적이 아닌 치료 목적임을 입증하는 의사 소견서가 꼭 필요합니다.
족욕이나 반신욕이 역효과라는데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하지정맥류가 있는 환자는 정맥 혈류가 심장 방향이 아니라 발쪽으로 역류하는 상태입니다. 이때 혈관 확장은 역류를 더욱 조장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하지정맥류 환자가 족욕이나 반신욕을 하면, 평소에 갖고 있던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등산이 하지정맥류에 도움이 되나요?
하지정맥류 환자는 등산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걷기와 달리기는 대표적으로 하지정맥류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등산도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병한 뒤에 하면 혈류의 역류가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정맥류 환자는 운동을 통해 질환을 치료하거나 증상 호전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정맥류 자가 진단 리스트
□ 야간 수면 시 다리에 쥐가 나서 깨는 경우가 있다.
□ 일과 후 종아리나 발이 터질 듯하다. 아침에는 증상이 좋아진다.
□ 일과 후 다리가 무겁고 뻐근한 통증이 있다. 아침에는 증상이 좋아진다.
□ 다리에 거미줄처럼 푸른색의 가느다란 실핏줄이 보인다.
□ 발바닥이 뜨겁고 발이 화끈거린다.
※ 위 항목 중 두 개 이상 해당할 때는 검사받기를 권합니다.
“하지정맥류는 자연스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운동으로 증상 호전을 기대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에디터 조형애 취재 손효정 도움말 박상우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디자인 이은숙
스타 강사 김창옥 교수가 최근 알츠하이머병 의심 진단을 받았다. 50대 젊은 나이에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터라 더욱 대중을 놀라게 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알츠하이머병은 치매가 아니다.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궁금증을 박기형 가천대학교 길병원 신경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치매란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인지 기능이 감소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전체 치매 환자의 60~70% 정도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 즉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이상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뇌 질환을 말한다. 병이 진행되면 경도인지장애(치매 전 단계), 치매로 발전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대부분 65세 이후에 발병한다. 이 경우 만발성(노년기)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부른다. 65세 미만에서 발병할 경우 조발성(초로기)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한다. 초기부터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은 기억력 감퇴다. 병이 진행되면서 추상적 사고, 문제 해결, 적절한 결정 및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저하된다. 그 외에 성격 변화, 초조 행동, 우울증, 망상, 환각, 공격성 증가, 수면 장애 등의 정신 행동 증상이 흔히 동반된다.
알츠하이머병은 한국인 10대 사망 원인 중 7위에 올랐으며, 2021년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5.6명으로 조사됐다.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예방과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Q. 알츠하이머병은 왜 어르신한테 특히 많이 나타나는 건가요?
A. 일반적으로 50세가 넘어가면서 뇌 안에 병리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우리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끈적끈적해지면서 엉켜 쌓이게 됩니다. 이것이 세포 독성을 만들고, 세포 내에 있는 구조물을 망가뜨립니다. 그 대표적인 구조물이 타우 단백질인데, 그것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뇌가 쭈그러들고 위축됩니다. 그러면서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변화를 겪게 되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인지 기능 가운데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Q. 건망증은 알츠하이머병의 전조 증상인가요?
A.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물건을 어디에 놓고 까먹는다든지, 약속을 깜빡 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한 건망증은 몸이 피곤하다든지 혹은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건망증은 알츠하이머병의 전조 증상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누군가 옆에서 ‘이런 약속 있었잖아’라고 알려줘도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기억하고자 하는 일이 우리의 뇌 안에 ‘등록’되고 ‘저장’되는 과정을 통해서 필요할 때 ‘인출’하는 능력이 잘 보존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기억이 ‘등록’되는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본인이 새롭게 경험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Q. 어떤 상황일 때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의심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초기 치매 증상이 보이는 분들은 그 사실을 피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망증 또는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분들은 본인의 기억력이나 인지가 예전과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인 반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초기 치매 증상을 보이는 분들은 ‘병식’이 없으므로 본인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병원에 오시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병원으로 오시는 편입니다. 진짜 중요한 약속을 본인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할 때, 주변 사람들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할 때 경도인지장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경도인지장애라고 해서 다 치매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경도인지장애의 30% 이상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원인을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Q. 알츠하이머병의 신약 개발 소식이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의약품이 있나요?
A.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레카네맙’을 승인했습니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라는 뇌 단백질을 제거하는 치료제입니다. 병을 완전히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진행을 늦출 수는 있습니다. 초기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가 약물 치료 대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5년 정도면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아밀로이드 병리를 가지고 있지만 증상은 전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약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약제가 개발되면 미리 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알츠하이머병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실 알츠하이머병 자체로 사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인지 기능이 없어지는 것부터 시작해 결국에는 뇌 조직이 파괴돼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힘들어집니다. 또 증상이 심해지면 이상행동을 보이고 시설로 많이 가게 됩니다. 그러면 많이 누워 있게 되고 외부 활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질환에 쉽게 노출됩니다. 결국에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까지 이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좋은 음식과 생활 습관에 대해 알려주세요.
A. ‘MIND’(마인드)라고 불리는 식단을 추천합니다. 지중해 식단과 심장병 환자를 위한 DASH 다이어트법을 통합한 것으로 견과류, 채소, 베리 종류를 많이 먹으라는 식이요법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음식이 짜고 맵기 때문에 염분 섭취를 줄이는 식사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염분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유발하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입니다. 운동은 당연히 해야 하고, 술과 담배는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 뇌를 활성화해줘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D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바깥 활동을 늘려 햇볕을 쬐는 것도 좋겠습니다.
[도움말 박기형 가천대학교 길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
자신의 저서와 각종 방송에서 노화와 노쇠 개념을 설명하며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방법을 소개했던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최근 책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을 펴냈다.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하는 4050 세대에게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22가지 건강 전략과 조언을 담았다.
건강하게 나이 들고 활력 있는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질병 유무, 혈압, 운동 시간 등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뿐만 아니라 휴식, 마음챙김, 인생 목표, 자기효능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강 요소를 모두 고려한 내재역량을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건강법을 적용하면 건강을 해치거나 오히려 병을 키우게 된다.
저자는 그동안 집필한 책에서 노화의 여러 측면과 건강의 큰 틀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구체적인 생활 습관은 다루지 않았다. 좋은 정보가 이미 충분히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료실 안팎에서 잘못된 건강 관리로 건강을 해치는 사람, 동년배보다 심한 노쇠를 경험하는 사람, 가속노화로 여러 만성질환을 앓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안타까운 마음에 이 책을 썼다.
정희원 교수는 책을 통해 효율적으로 먹기, 제대로 움직이기, 뇌 건강 지키기라는 세 가지 주제 아래 큰 돈 들지 않고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내재역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인 22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먼저 1부 ‘노화 이해하기 : ‘오래’가 아니라 ‘건강하게’에 초점을 맞춰라‘에서는 노화와 노쇠의 개념,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 우리가 당장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한다.
이어 2부 ‘효율적으로 먹기 :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 이제 양보다 질로 승부하라’에서는 식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식단, 다이어트 방법, 내 몸에 필요한 열량 계산법 등을 소개한다. 노화를 지연시키는 마인드(MIND) 식단법과 많은 현대인들이 복용하는 영양제가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다뤘다.
3부에서는 ‘제대로 움직이기 : 남은 50년을 위해 근육 테크를 시작하라‘를 주제로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대로 걷는 방법, 앉거나 설 때 올바른 자세, 유연성을 늘리는 규칙적인 스트레칭 방법 등을 소개하고, 남은 인생을 좌우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코어와 둔근 강화 운동법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4부 ‘뇌 건강 지키기 : 호흡부터 스트레스 관리까지, 뇌와 몸의 연결성을 이해하라’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적정 수면 시간을 찾는 방법, 스트레스 관리법,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호흡법 등을 소개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정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노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정신의 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인지 예비능’을 높이는 방법도 소개한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년 생명표에 따르면 60세의 기대 여명은 26년 정도로, 한 사람이 사회에서 직장 생활을 한 만큼의 기간과 비슷하다”면서, “인생 이모작 시대가 시작됐다는 뜻인데, 이는 몸과 마음이 젊은 상태, 내재역량이 충만한 상태일 때 가능하다. 이 책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평소에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하게, 느리게 나이 드는 생활 습관으로 많은 분들이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자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응급실에 실려온 노인 환자가 처방받아 복용하던 약 중 특정 약을 빼자 며칠 만에 멀쩡해지는 모습을 보고 노인의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이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으며, 현재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지속 가능한 나이듦’,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