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보다 행복한 게 있을까? 그러나 쉽지 않다. 정작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유한한 시간만 소비하기 십상이다. 무주 덕유산 자락에 사는 꽃차 소믈리에 황혜경(47, ‘하이디꽃차연구소’ 대표)은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만족도 높은 삶을 영위한다. 귀촌을 통해 드디어 자신의 일을, 원했던 삶을 찾았기 때문이다.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는 것처럼 막연했던 과거의 진부함을 털어내고 생기에 찬 나날을 누린다. 그에겐 꽃차가 마침내 도착한 기쁜 기차였다. 처음엔 꽃차를 그저 취미로 즐겼단다. 그러던 게 일이 커졌다.
황혜경이 전에 살던 곳은 서울. 직업은 중학교 특수교사. 그는 중증장애 학생들을 돌보았는데 보람이 컸다지. 그러나 ‘행복지수는 낮았다’고 한다. 복잡하고 아리송한 서울에 만연한 과속과 과욕의 행진에 질렸던 것 같다. 그 무엇보다 그는 자연 요소가 결여된 도회의 건조한 풍경에 식상했다. 마음은 늘 산으로, 바다로 달려갔던 거다. 그래 자신의 지친 영혼을 방목할 어딘가 시골을 찾아내야 할 필요성을 느꼈는데, 덕유산 기슭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여동생을 찾아 무주를 드나들다가 아예 귀촌을 했다. 덕유산 일대의 싱싱한 자연경관에 반한 나머지 가족과 함께 무주 산골로 내려왔다. 무주에 자리 잡은 뒤 그는 다년간 펜션을 운영했다. 아버지가 지은 펜션의 운영을 맡아 사장으로 뛰었다. 사업은 잘됐을까?
“1년 중 절반은 일하고 절반은 쉬는 게 펜션 사업이다. 비수기엔 참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수시로 산야와 계곡에서 소풍을 즐길 수 있어 즐거웠다. 아이들에게 자연생태를 온몸으로 경험하게 해 조화로운 인격으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이 컸는데 그걸 이룬 셈이었다. 하지만 성수기엔 밥 먹을 틈조차 없이 바빴다. 너무도 힘들었다.”
원했던 생활 방식이 아니었다는 뜻인건가?
“그렇다. 일이 굉장히 많았다. 청소부터 서비스까지 모든 걸 감당하느라 버거웠다. 내가 일벌레도 아닌데 이런 부자유를 언제까지 견뎌야 하나? 그런 회의를 느끼곤 했다. 외딴 섬에 갇힌 기분까지 들더라.(웃음) 한마디로 정신적인 여유를 갖기 힘들어 괴로웠다.”
그래 꽃차 사업으로 전향했나?
“사업적인 걸 구상하고 꽃차에 입문한 건 아니었다. 처음엔 산야에 피어나는 야생 꽃들을 채취해 꽃차를 만들어 마시는 재미를 즐기며 만족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꽃차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남들에게도 꽃차의 풍미를 경험하게 하고 싶어 펜션에 오는 손님들에게 꽃차를 웰컴티로 제공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함께 차를 마시며 소통하는 즐거움이 컸다. 예상치 못했던 건 꽃차를 구입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었다. 판매할 차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결국 꽃차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펜션 내부에 다실을 만들어 ‘하이디 꽃다방’이라는 간판을 걸기에 이르렀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그 하이디? 의미가 있겠지?
“내 고향은 경남 밀양이다. ‘영남 알프스’로 통하는 가지산 자락에서 목장을 운영하던 부모님의 보호를 받으며 행복한 유년을 보냈다. 그 시절을 잊을 수 없다.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젖소들, 밤하늘에 모이는 별들,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다방 이름에 ‘하이디’를 넣었다. 다도에 조예가 깊었던 어머니의 차 사랑을 따르고 싶은 마음도 담은 상호다. 어머니는 지금도 다도 선생님으로 활동한다.”
커피보다 나은 꽃차를 연구해
꽃차 다방 개업을 계기로 황혜경은 본격적으로 꽃차와 동행하는 삶을 꾸리기 시작했다. 차 공부를 하기 위해 국내 유일의 차 관련 학과인 원광대 차문화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아울러 꽃차 소믈리에 자격증도 땄다. 다방은 단순히 차 마시는 공간에 그치지 않았다. 꽃차 판매장과 체험교육장으로도 쓰였다. 블로그에 꽃차 이야기를 열심히 올려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기법은 지금도 동일하게 운용되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무척 버겁던 펜션 운영에서 손을 뗐다는 점이다. 꽃차를 보는 눈과 꽃차를 다루는 실력에도 그사이 한결 깊이가 생겼다. 매우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꽃차에 심취하면서 삶이 서서히 온전한 쪽으로 흘러가더라는 게 아닌가.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원했던 삶이야! 비로소 내 일을 찾은 거야!’ 내면에서 울려 퍼진 찬탄이 그랬다. 그는 ‘하이디꽃차연구소’를 따로 개설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동경했던 자연 속의 삶을 구체적으로 이루고 있다는 실감으로 만족스러웠다. 자연의 선물인 꽃을 다루는 일을 한다는 게 기뻤다. 꽃도 꽃차도 사람과 비슷하다. 저마다 색깔과 향기와 개성을 지닌 존재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니 빠져들 수밖에….”
꽃차를 만드는 데엔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재배지에 꽃을 기르는 일부터 시작된다. 꽃 피는 철엔 꽃잎을 채취하는데, 자칫 제철을 놓치면 1년을 다시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시점을 포착해 신속하게 작업해야 한다. 이후 꽃을 덖는 과정을 거친다. 이건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매우 섬세한 작업이 요구된다. 맛과 향과 색상의 품질을 좌우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꽃의 수분 함유량과 생육 상태에 따라 덖는 온도와 시간이 각각 다르다. 적정한 열을 가하지 못할 경우 고운 빛깔을 잡아두기 어렵다. 햇꽃차보다 깊은 맛을 내는 차를 얻기 위해 서는 6개월에서 2년 정도 숙성하기도 한다.”
그는 다양한 꽃차를 만든다. 목련꽃차, 장미꽃차, 마리골드꽃차, 맨드라미꽃차 등 꽃차뿐 아니라 구절초차, 감국차 등 갖가지 잎차, 뿌리차, 한방차에도 조예가 깊다.
커피나 녹차에 비해 꽃차는 변방에 머문 느낌이다.
“꽃차는 아직 대중화되지 못했다. 민들레, 쑥, 우엉, 돼지감자처럼 약성으로 잘 알려진 식물로 만드는 야생차 역시 마찬가지다. 난 대중이 즐길 수 있는 꽃차 만들기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래 끊임없이 차를 시험한다. 항상 찻잔을 손에 들고 지낸다. 맛이나 건강 측면에서 커피보다 나은 꽃차를 만들기 위해 연구한다.”
꽃차도 건강에 매우 이로운가? 형상과 향기로 감동을 주는 게 꽃인데.
“영양 성분이 풍부한 꽃이 많다. 예를 들어 브로콜리의 경우 꽃에 영양소가 가득 농축된 걸로 밝혀졌지 않은가. 마리골드꽃에는 항산화 성분인 루테인이 함유돼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 요즘은 약용으로 꽃차를 마시는 이들이 많다.”
꽃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나는 혼합차를 만들어 활로를 찾고 있다. 꽃차에 과일이나 허브를 블렌딩해 꽃 한 종으로는 부족한 향과 맛을 이끌어낸다. 꽃의 성질에 맞는 부재료를 혼합하기도 한다. 찬 성질의 꽃엔 생강이나 계피를 넣어 중화시키는 식으로. 청정 무주의 특산물도 차 재료로 활용한다. 무주 명산물 사과에 비트와 당근을 합성한 ‘ABC 해독차’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요즘은 무주 고산지대에서 나오는 겨우살이에 무주 특산품 천마를 블렌딩한 차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철학
황혜경의 ‘하이디꽃차연구소’는 사방으로 산이 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뜰에도 나무들이 즐비하다. 어디를 보나 수목의 푸른 아우성이 가득하다. 청량한 바람이 불어 7월의 더위를 잊게 하고, 그는 무명천으로 손수 만든 가운을 입고 일한다. 꽃차를 담은 유리병들이 진열된 실내는 널찍하고 간소하다. 무명처럼 담박한 분위기를 풍긴다. 은은한 차향이 감돌아 감미로운 공간이다. 그는 이곳에서 꽃차를 만들고 시험하고 연구한다. 애호가들을 맞이해 다담을 즐기는 사교장이자, 체험자들에게 꽃차의 모든 걸 알려주고 보여주는 교육장이기도 하다. 하루에 두세 팀을 상대로 겹치기 수업을 할 때도 있단다. 요컨대 그는 꽤 인기 있는 꽃차 강사다. 체험자들은 이곳에서 어떤 경험을 할까?
“꽃차의 색과 향과 맛에 관한 모든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으로 수업이 시작된다. 그리고 다종의 꽃차를 시음해 맛과 향을 비교하게 한다. 체험자들이 가장 크게 흥미를 느끼는 건 제다 실습이다. 미리 준비해둔 꽃잎을 덖어 직접 차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때로 재배지에 함께 가서 꽃을 따는 체험도 한다. 제다를 통해 다양한 꽃차가 만들어진다. 꽃차에 과일이나 약초 뿌리를 블렌딩한 차를 만드는 식으로. 이렇게 손수 만든 차를 티백으로 갈무리해 돌아가는 것으로 교육이 마무리된다.”
주로 어떤 이들이 체험하러 오나?
“학생층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하다. 꽃차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공부 목적으로 오는 이들도 있다. 출장 교육도 다닌다. 어느 경우든 강의 내용이 까다롭지 않아 참여자마다 체험을 즐긴다. 직접 꽃차를 만든다는 성취감을 맛보면서 말이다. 대상자에 따라 수행의 난이도를 조절하고 피드백을 유도하는 게 강사의 역할이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로 에너지가 딸린다.(웃음)”
수익성은 만족할 만한 수준인가?
“수입이 많지는 않다. 꽃차에 사로잡혀 산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제다 사업허가를 받고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22년부터다. 사실 시작 단계에 있는 셈이다. 그간 주력한 건 체험교육인데 성과가 컸다. 앞으로 꽃 재배지와 생산 시설을 보완해 가공 분야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무주 특산 식물을 꽃차에 블렌딩한 로컬 티 생산에 관심이 많다. 꽃차 테라피 강좌도 마련할 생각이다.”
차는 타인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매개체다. 꽃차로 두루 맺은 인적 자산이 시골 생활의 동력이 되진 않았나?
“그렇다. 그 점이 가장 소중한 대목이다. 사람들과 꽃차를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담소를 나누는 건 정말 즐겁다. 난 꽃차와 함께 살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했다. 꽃차가 지닌 테라피 효과를 실감하며 살고 있다.”
당신은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 귀촌을 했다. 자연에서 배운 게 있다면?
“자연에서 삶의 철학을 배운다. 가령 바위틈에서 피어나는 풀꽃이 나로 하여금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한다. 세상의 중심이 사람에 있는 게 아니라 자연에 있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황혜경에겐 ‘사람 역시 하나의 꽃’이란다. 자연을 삶의 교사로 삼으면 귀촌이든 귀농이든 시골 생활을 즐겁게 누릴 수 있다는 지론도 갖고 있다.
황혜경이 주는 귀촌 Tip
•때로 귀농・귀촌 멘토 역할을 하는데 반드시 먼저 묻는 게 있다. “당신은 자연을 좋아하는가?” 좋아한다면 시골 생활의 낯섦과 불편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삶의 원동력을 자연에서 얻으며 살아온 개인적 경험을 근거로 하는 얘기지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사안이라고 본다. 실제로 자연에서 정서적인 안정과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시골 생활 만족도가 높은 걸 볼 수 있다. 반면 자연에 별 관심 없이 사는 경우에는 고즈넉한 시골에서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 나머지 심지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자연을 벗 삼을 의사 없이 오직 수익이 목적인 귀농일 경우엔 만만찮은 시련에 직면할 수 있다. 농사로 돈 벌기가 쉽지 않거니와 지친 심신을 다스릴 방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귀농인도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 버릇을 키워나가는 게 좋다.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힘과 위안을 자연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주민의 텃세를 미리 걱정하지 말자. 도시든 산골이든 사람 사이의 불화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색안경을 끼고 시골을 바라볼 일이 아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천천히 환경에 적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이웃이 생긴다.
태평하고 안락한 태안(泰安)이다. 지명이 이번 여정의 테마를 말해준다. 수국이 활짝 피어났다. 쏟아지는 햇살을 받아 부드러우면서도 쨍하게 다채로운 색감을 머금었다. 여름꽃과 모래 사구, 끊임없이 이어지는 숲과 해변이 오감을 깨운다. 기다렸다는 듯이 여름은 뜨겁다. 오랜 시간 파도에 침식되어 켜켜이 쌓인 해안 절벽 아래의 동굴 안에서 태평하게 바라보는 파도는 더위를 잊게 한다.
길 위에서 만난 보랏빛 버베나 물결
태안으로 가는 들판에서 얼핏 보랏빛 꽃물결을 발견한다. 더러는 일부러 찾아가기도 하지만, 도로 옆 들판의 버베나 군락지를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아직 입소문이 덜 난 따끈따끈한 신상 여행지다. 이럴 땐 길 위에서 기분 좋은 득템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버베나 판타지라고 불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태안기업도시 가든스퀘어가 이 지역을 개발하면서 첫 번째로 만든 약 1만 평 규모의 정원이다.
버베나는 여름에 가장 예쁜 꽃이다. 잎과 줄기에 까칠까칠한 털이 덮여 있어서 옷에 잘 붙는다. 버베나 꽃밭을 다녀오면 옷자락 어딘가엔 버베나의 흔적이 남는데 이 또한 혼자만의 즐거움이다. 흔히 한 철 꽃을 보는 것과는 달리 버베나는 여름에서 가을까지 피어나는 다년초 식물이다. 버베나 꽃물결 속을 걷다 보면 산책로를 따라 야자나무도 식재되어 이국적인 평원의 산책로를 걷는 즐거움도 맛본다. 단아한 동산에 들어앉은 파고라에서 내려다보는 버베나 들판은 잘 꾸며진 수목들과는 비길 수 없는 힐링을 안긴다.
날씨나 빛이 뿌려지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도 신비롭지만 보랏빛 버베나는 푸른 하늘 아래서 더 잘 어울린다.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드넓은 보랏빛 들판이 더없이 몽환적이다. 태안을 향해 달리는 여행자들에게 선물하듯 너른 들판 위에서 우아하게 넘실대는 보랏빛 세상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입장료 무료.
수국이 피었다, 팜카밀레의 수국수국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수국이 소담하게 피었다. 어딜 가나 수국의 탐스러움을 보여주느라 바쁜 계절이다. 태안군 남면에 위치한 팜카밀레는 약 1만 2000평의 부지에 다양한 종류의 허브와 수국이 피어나는 허브 정원이다. 땅을 일구어 무더운 계절에 피워낸 수국 정원에 파묻히고, 은은한 허브 향에 심신 안정을 얻는 공간이다. 수국은 쌍떡잎식물로 6~7월경에 피어나 8월까지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여름꽃이다. 혹시 수국 철을 놓쳤다 해도 사철 끊임없이 피고 지는 갖가지 허브가 정원을 채우며 매력을 발산한다.
수국 정원의 모든 색감은 선명하다. 초록의 싱그러움이 물씬한 여름 색감 그 자체다. 푸르름 속에서 잉크빛 수국이 눈에 들어온다. 울긋불긋한 꽃과 달리 서늘하게 푸르거나 보랏빛을 띤 수국의 느낌이 신비롭다. 수국은 처음 피어날 때는 흰빛을 띠다가 푸르거나 자줏빛으로 변하고 핑크나 붉은색으로 변한다. 이는 토양의 영향 때문이라고 하는데, 토양이 산성이면 푸른빛 수국이 피어나고 알칼리성이면 붉은빛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팜카밀레는 대체로 푸른빛을 띠는 수국이 많은 편이다.
정원 가득 푸르름을 뿜어내는 청량함에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허브 가든은 수국 정원과 라벤더 정원을 비롯해 어린 왕자 정원, 워터 가든 등 10여 개의 테마로 조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메타세쿼이아 수국길은 나무와 꽃의 어우러짐이 아름다워 누구나 한 번쯤 걷게 된다. 바로 옆의 풍차 전망대에 오르면 정원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방향을 바꾸어 서면 서해안 몽산포 해변도 아스라이 보인다.
꽃길을 호젓하게 거닐고 싶다면 별수국이 피어난 길이 있다. 담벼락 아래 뾰족한 별 모양 겹꽃의 별수국 무리가 꽃길을 이룬 조붓한 산책길이 예쁘다. 정원을 꽉 채운 탐스러운 수국이 키만큼 차올라 숲인 듯싶다가도, 호숫가를 빙 둘러서 나지막이 피어나기도 했다. 수변에 앉아 수국을 바라보며 고요함 속에 빠져보는 평안함이 얼마 만인지. 풍성한 꽃무리를 보며 마음속 깊이 자신을 어루만진다. 자연과 공감하며 꽃과 함께 삶의 여유를 가져보는 아름답고 순수한 시간이다.
몽글몽글 아늑한 시골 감성에 푹 파묻혀 온 마음이 정화된 기분이라면, 이젠 실내 정원에서 쉬어볼 차례다. 다양한 허브차와 아로마오일 족욕도 이곳에서 즐길 만하다. 입구의 애견 동반 가능한 명인 제빵소를 지나, 허브 향 속에서 일상을 벗어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펜션도 정원 중앙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태안 해변길 따라 파도리 해식동굴
한여름에 서늘한 동굴 속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일, 태안에 가면 가능하다.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한 태안 바다엔 파도에 침식되어 거칠고 기기묘묘한 형태로 생겨난 동굴이 있다. 최근 SNS 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한 태안 소원면의 파도리 해식동굴이다. 파도리(波濤里)라는 지명은 고려 문종 때 ‘거친 파도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나서면 되돌아올 수도 있다. 파도리 해식동굴에 가려면 물때를 꼭 알아보고 가야 한다.
먼저 파도리 해변을 지나 울퉁불퉁한 갯바위와 뾰족한 암석 위를 걸어가야 한다. 바다를 옆에 두고 지나다 보면 서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푸른 바다와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만난다. 발밑으로 동글동글한 몽돌이 구르고, 몽돌에 부딪히는 물빛이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짭조름함을 동반한 바람까지 한여름의 멋과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해변 길이다. 10여 분 걷다 보면 숨겨진 듯 나타나는 두 개의 동굴이 보인다.
동굴을 떠받치듯 내려앉은 암석 기둥이 신비롭기만 하다. 문득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구엘 공원 광장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떠오른다. 아득히 오랜 세월을 거친 파도리 해식동굴의 기둥이 가우디 건축의 일부와 비슷하다면 생뚱맞은가. 자연미와 예술성이 느껴진다는 뜻이다. 영겁의 세월을 견디어온 동굴 앞에서 현대인들은 찰나의 사진을 담느라 분주하게 셔터를 누른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모래언덕, 신두리 해안사구
수만 년의 바람과 모래가 만들어낸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 신두리 해안사구 모래언덕은 국제슬로시티 태안의 독특한 생태 명소로 현재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되었다. 다양한 지형이 섞인 모래밭을 거닐기가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면 오산이다. A, B, C로 나뉜 산책 코스에 모래 구릉을 걷기 편하게 길이 나 있거나 편리한 나무 데크가 준비되어 있다.
유려한 모래언덕을 오르다 보면 군데군데 선명하게 붉은 해당화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모래밭 길은 ‘해당화 동산’, ‘억새골’, ‘순비기 동산’, ‘곰솔 생태숲’ 등으로 각각의 코스가 이어진다. 바람과 햇빛이 강한 곳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의 터전이 해안사구다. 사구 습지와 모래밭을 뒤덮은 풀과 억새 동산을 걸으며 이국적이다 못해 먼 나라의 사막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바람이 불어대는 언덕 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서해가 거칠 것 없이 탁 트여 고요하다. 신두리 해변은 해무가 짙게 피어오르는 아침 바다의 아련함이 꽤 분위기 있다.
서해가 빨라진다, 태안-보령 간 해저터널과 운여해변
2022년 충남 보령과 태안을 잇는 보령 해저터널이 개통되었다. 여행 귀갓길에 태안 방면의 해저터널 홍보관 전시를 보고, 직접 해저터널을 주행해보는 마무리 코스다. 터널 길이 6.9km 국내 최장, 세계에서 5번째로 긴 해저터널 덕분에 여행길 단축은 물론이고, 바다 밑을 달리는 두근거림을 맛본다. 특히 터널을 달리며 경관조명으로 바닷속 수족관이나 서해안 낙조 등의 감각적인 빛의 표현을 즐길 수 있다. 노을 무렵의 시간이 가능하다면 운여해변 솔숲 방파제의 반영도 챙겨보는 건 덤이다.
곤충농장을 운영하며 살아온 지 올해로 7년째. 이지현(54, 꿈트리곤충농장 대표)은 하루하루가 즐겁다. 아침이면 콧노래를 부르며 농장으로 나간다. 원하던 삶을, 원하던 곳에서, 원하던 방법으로 누린다. 행복이 별건가? 따개비처럼 들러붙는 불만과 불편을 털어내고 자족하며 살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이지현이 그 본이다. 음대를 나온 그녀는 도시에서 오랫동안 피아노학원을 운영했다. 전공 따라 길을 걸었던 셈이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그러던 게 곤충농장을 꾸리면서 변했단다. 농장은 이지현에게 만족의 샘이다. 그녀의 눈빛과 태도에선 농장에서 길어 올린 기쁜 샘물이 찰랑거린다.
귀농 초기엔 시련이 유일한 길동무였다. 막다른 길로 몰리다시피 했다. 지금이야 곤충농장이 고맙기 짝이 없지만, 고초를 겪던 당시엔 골칫덩어리에 불과했다. ‘아아, 내가 어쩌자고 이런 짓을?’ 아마도 후회와 자책으로 괴로웠으리라. 대체 어떤 상황이었을까?
“당시 식용 곤충 산업이 농가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해 많은 이들이 뛰어들었다. 매스컴의 요란한 보도에 이끌린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잠깐 반짝하고 그만이었다. 사육 농가가 별안간 늘어나면서 판로 확보가 날로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굼벵이 가공식품을 생산하고도 판매하기가 실로 어려웠다.”
미리 판로 문제에 관한 공부나 모색을 하진 않았나?
“자신감 하나 가지고 일을 벌였다. 생산만 잘하면 판매는 저절로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와 돌아보면 참 안일했다는 생각을 금할 길이 없다.”
다양한 작목 가운데 곤충 사육을 선택한 이유는?
“농사에 뜻을 세우고 한동안 고민했다. 세 가지 조건을 선택지로 삼았다. 첫째, 혼자 해낼 수 있는 작물일 것. 둘째, 미래 지향적인 농업일 것. 셋째, 리스크가 적은 일을 찾을 것. 이 셋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게 곤충농사라는 결론을 내리고 일을 착수했다.”
농사를 가볍게 보고 덜컥 귀농하는 이들이 의외로 드물지 않다. 그게 실패를 예약하는 행위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바로 그런 케이스에 속한다.(웃음) ‘나도 농사나 지어볼까?’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곤충농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농사처럼 어려운 게 없더라.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굼벵이를 잘 키워놓기만 하면 러시아로 고가에 수출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찾아온 이에게 금전적 손실을 봤으니까.(웃음) 이래저래 난항이 많았다. 그러나 극복했다. 방향 전환으로 위기를 넘어섰다.”
치유농장, 누구나 생기 회복하는 공간
뜻밖의 벽에 부닥친 이지현은 숙고 끝에 농장의 주제를 갱신했다. 단순한 상품 생산 체제에서 진일보한 곤충 체험농장을 띄워 활로를 찾기로 했다. 이쯤에서 그녀는 비로소 농업에 필요한 식견과 실력을 쌓기 위해 농업교육장을 드나들며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뒤늦게 기초 쌓기에 나선 것. 앞서가는 곤충 체험농가들을 찾아 기법을 배우는 건 물론, 요건을 갖춰 영농후계자 자격을 얻었고, 갖가지 기술 자격증을 따 향후의 약진을 도모했다. 공예와 원예에 관한 교육까지 받은 건 그 역시 체험농장 운영에 필수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체험농장으로 전환하고 난 뒤엔 참으로 부지런히 뛰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졌으니까. 기존 가공식품 생산은 그대로 지속했다. 거기에 체험 프로그램을 접목했으니 일의 양이 한결 늘어날 수밖에. 우선 체험 공간을 구비하는 게 필요했다.”
농장 구조를 보면 매우 기능적이다. 유기적인 동선의 흐름도 자연스럽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효율적인 구성을 한 농장이라는 인상을 준다.
“키위를 재배했던 비닐하우스에 갖가지 유실수와 화초를 넣어 원예 체험을 할 수 있는 치유온실로 변경했다. 치유텃밭과 치유정원도 조성했다. 곤충 관찰을 비롯해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실내 체험장도 만들었다.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구성해 틀을 갖추었다. 이 모든 요소는 계속 보강됐으며, 그건 현재진행형이다.”
관건은 체험자들을 어디서 어떻게 하나라도 더 불러들이느냐에 있었겠지? 사람이 좀체 오지 않아 문을 닫는 체험농장도 있다.
“비교적 수월하게 체험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농업교육을 받은 기관들의 조력을 받은 덕분이었다. 부지런히 교육장을 드나들며 자연스럽게 교류한 이들이 농장의 홍보사절 역할을 해준 효과가 컸다. 현재 아동, 초중등 학생, 청장년층, 경증 치매 노인, 독거 노인 등 다양한 신분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체험객으로 참여하고 있다.”
곤충 체험농장으로 전환하고 4년여가 지났다.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나?
“그간 점진적인 성장을 해 이젠 안심할 수 있는 궤도에 올라섰다. 가장 만족스러운 건 적성과 취향에 맞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이 즐겁다. 활동량은 많지만 피로감 없이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게 너무도 좋다.”
아동들이 왔다고 치자. 그들은 이곳에서 어떤 활동을 하나?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한 체험을 한다. 이를테면 누에, 누에나방, 장수풍뎅이 등 곤충들을 관찰하고 돌보게 함으로써 곤충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을 키울 기회를 제공한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보기도 하고, 누에똥을 활용한 비누 만들기도 한다. 치유온실에 들어가 식물들의 생태 이벤트를 접하고, 온실에서 채취한 허브로 각자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시간도 갖는다. 텃밭과 치유정원에서도 아동들은 평소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한다. 나무나 풀과 함께 소꿉놀이를 한다. 아이들은 이 모든 체험활동을 이색적인 놀이로 받아들이며 환호한다. 웃음꽃을 터뜨린다. 순식간에 몰입해 즐기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희열을 느낀다.”
체험자들의 반응에 보람을 느낀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선한 영향력이라 할까, 난 농장을 통해 사람들에게 그런 걸 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뜻을 이루고 있다는 실감을 자주 하는 거다.”
바람에 날아다니는 비닐봉지 하나를 움켜쥐고도 신나게 노는 게 아동이다. 순진하고 즉흥적인 충동에 취해서. 마치 행위예술가처럼. 그토록 민감한 영혼을 품은 아이들을 어른들은 일상의 틀 속에 가둔다. 그녀는 그게 마땅치 않다. 딱딱한 일상의 틀을 흔들어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감성 발육을 돕는 게 곤충 체험농장이라는 것.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진정성 있는 공간이라는 것. 이지현은 그런 취지의 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더 많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용케 나도 하고 있다는 자긍심도 비친다.
“체험농장을 통한 치유 효과가 결코 작은 게 아니다. 처음엔 말 한마디 하지 않던 발달장애인이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표정이 서서히 밝아지고 드디어 입을 연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치매 노인도, 고독한 독거 노인도 이곳에 와선 표정부터 부드럽게 변한다. 동네 어르신들도 마찬가지다. 생기를 회복한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자연을 품은 농업의 힘이 이렇게 크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아울러 귀농을, 아니면 귀촌을 적극 권유하고 싶다.”
농장으로 거두는 소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치유농장으로 바꾼 후 수입이 해마다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남편이 벌어들이는 월급보다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
시골을 오해하지 마라
이지현의 남편은 대기업 근무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시골 생활을 통해 인생을 좀 더 좋은 쪽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아내와 함께 시골에 내려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낙향을 했다. 연로한 부모님을 돕고, 부부애를 돋우며, 한결 쓸모 있는 활동을 하면서 앞으로 남은 유한한 시간을 낭비 없이 살고자 했다. 물론 이지현도 남편의 뜻에 공감했다. 부부는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시골로 내려가는 게 현명한 판단이라고 봤다. 남편은 이곳에서 자신이 원했던 일을 찾아내 전념하고 있다. 그러니까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자신만의 직업을 가진 거다. 각자의 취향과 지향에 부합하는 일을 갖고 신뢰에 찬 부부 관계를 유지한다. 남편은 틈틈이 아내의 농장 일을 거들어준다. 그러나 거의 전적으로 이지현이 농장을 주도한다. 이건 매우 공정하고 진취적인 귀농 스타일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그런데 주변 귀농인들은 다들 무탈할까? 이지현의 얘기는 이렇다.
“흔히 나만은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귀농한다. 그러나 궁지에 몰리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문제는 세 가지 요인에서 발생한다. 무리한 초기 투자, 미진한 사전 준비, 경영 마인드 부재….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도시로 돌아가는 농가도 봤지만 그리 많진 않다. 다들 일단 어떻게든 버틴다.”
남편은 귀농을 원하지만 아내의 반대에 봉착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나?
“시골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문화적 환경이 열악하다는 선입견 말이다. 사실은 도시 못지않게 풍성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게 요즘의 시골이다. 자연과 동행하는 게 농업이라는 걸 감안해도 귀농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양한 보조금 지원 정책, 자연재해에 관한 보험제도 완비 등 예전보다 귀농 환경이 훨씬 좋아졌다. 육체노동에 대한 거부감, 권태, 텃세 등도 관점의 폭을 넓히면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다.”
요즘 고민이 있다면?
“프로그램 발굴 문제다.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해 여전히 고심한다.”
귀농 이전과 이후가 어떻게 다른가?
“도시에선 인간관계에서 오는 고통을 감당할 길이 없었다. 그래 촌에 내려와 농사를 하는 것인데, 어느덧 삶의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치유농장을 통해 나 자신을 치유한 결과다. 한때 경제상의 대형 사고가 발생해 수중에 돈 한 푼 없이 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태평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이지현에겐 ‘암말도’라는 별명이 있었다. 도무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 붙은 별명이다. 이마저 과거의 일이 됐다. 어느덧 할 말 딱 부러지게 하는 유형으로 진화했다. 게다가 속사포처럼 말이 빠르다. 요컨대 그녀는 무척 다른 사람이 됐다. 주체적인 인간으로 바뀌었다.
이지현이 알려주는 귀농 Tip
•반드시 사전에 귀농교육부터 충분히 받고 귀농하자.
•귀농인들의 실태 파악을 위한 현지답사도 필수조건이다. 발품을 많이 팔수록 얻는 게 많다. 남의 농장에 무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며 농사를 배우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가급적 지역 특산 작물을 선택해 농사를 시작하자. 기술 숙달과 유통 측면의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플랜을 수립하고 귀농하자. 목표를 뚜렷하게 설정하라는 얘기다.
•과학적인 농사를 하라. 진부한 관행 농업으로는 정착하기 어렵다.
•지역의 봉사단체에 가입해 공익적인 활동을 하라. 보람도 크지만 어디에나 있는 텃세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무릎 관절에 문제가 있을 경우 미리 치료하고 귀농하자. 쪼그려 앉아 일하는 시간이 많은 게 농사다.
산림청이 임업인 소득 증대 등을 위해 새롭게 바뀌는 산림 분야의 주요 정책과 제도를 발표했다.
[1]임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고용
7월부터 임업 분야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다. 임업분야에 고용허가제(E-9)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1000명이 △임업 종묘 생산업 △육림업 △벌목업 △임업 관련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게 된다. 인구 감소에 고령화까지 심화된 산촌의 노동 인력을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해 산림 분야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임업인의 경영활동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임업인 대상 정부 지원 확대
임업직불제를 농업직불제와 유사한 수준으로 개선해 더 많은 임업인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또한 임업인들이 임산물 생산 작업로를 개설하는 경우 위험 구간을 포장하는 비용도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간 임업인의 요구가 컸던 관리사(管理舍)도 지원 대상에 새롭게 포함되고, 육림업 종사자에게도 굴착기 지원이 추가된다. 임산물 생산자가 사업지 관할 지자체 내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각종 지원 혜택을 동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차별금지 규정도 신설된다.
[3] 산림정책 혜택 확대
임업 계열 학교 졸업자나 국가자격증 소지자는 필수교육 이수 없이도 정책자금 신청이 가능해져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버섯재배 관련 국가자격증 소지자도 정책자금 신청 시 가산점을 부여받아 자금 대출이 보다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석재사업자에게 석재산업진흥지구 지정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보전과 개발이 조화되는 지구계획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4] 임업인 위한 과학기술 지원
산림과학 연구개발(R&D)의 수행 절차와 방법도 더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개선된다. 중간평가 결과 성과가 부진한 사업을 의무적으로 구조조정해 우수 사업에 투자가 집중되도록 유도한다. 외부 전문가 중심의 산림과학전문위원 제도도 신설된다. 새로운 ‘범부처 통합연구지원 시스템’(IRIS) 활용으로 모든 출연 연구개발과제의 통합적 관리 또한 가능해진다.
+ 그밖에
△국가보훈대상자의 국립자연휴양림 주차료 및 시설 사용료 감면 확대
△나무 의사 자격시험 연 1회 실시
△국가·지방정원 내 행위 제한 신설: 국가 또는 지방 정원 내 식물, 시설물을 훼손하는 행위 등에 대한 금지 행위와 과태료를 규정
△실내 정원사업의 사업구조 개선
△산림기술자 교육훈련 이수 시기 완화
사방 천지로 빛이 뿌려진 날들이다. 멈출 수 없는 일상은 늘 촘촘하다. 이럴 때 가뿐히 가볼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잘 찾아왔다고 스스로 흐뭇해지는 길 위에 서본다. 굳이 계획을 세우느라 애쓰지 않아도 된다. 대중교통에 몸을 싣고 가볍게 나서거나, 편안히 자동차 핸들을 돌려서 잠깐만 달리면 닿는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곳, 기분 좋게 훌쩍 길을 나설 수 있는 곳, 광교다.
수원은 당연히 익숙한 도시인데 같은 지역권의 광교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낯설지는 않은데 옆 도시에 비해 어쩐지 새것 느낌이다. 신상품이라는 뜻의 신조어, 이른바 신상 또는 ‘새삥’ 같달까. 수원이 18세기 조선의 신도시라면 수원시 영통구에 속하는 광교는 21세기에 조성된 또 다른 신도시다.
광교가 특별한 것은 도시의 녹지율이 41.7%에 달하는 자연친화적 도시라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그 안에 엄청난 넓이의 호수가 포함되어 있어 그야말로 쾌적한 주거 환경 속에 살아가는 걸 부러워할 만하다. 인구밀도도 국내 신도시 중에서 최저다. 광교라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호수공원이 도심을 따라 연결돼 시민들의 자연스러운 산책 코스가 되고 있다. 도서관, 호수, 수목원, 박물관, 미술관, 감성 맛집까지 일상과 이어진다. 그들이 가꾸어나가는 도시의 건물과 건물을 잇는 정감 어린 골목길도 아름다운 것은 라이프스타일의 초점을 문화 기능에 맞추어서인 듯하다.
독서 캠핑을 아시나요, 알싸한 숲속 도서관 책뜰
요즘 각기 다른 레저 활동의 이름으로 호캉스나 차박, 차크닉 등의 다양한 신조어들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독서 캠핑 또는 북캉스라는 말도 생겨났다. 가을이면 책을 읽는 계절이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조용히 집에서 책을 읽어도 좋겠지만, 호수를 둘러싼 고요한 숲속 공간에서 책과 함께하는 시간은 어떨까. 광교푸른숲도서관에 가면 정말 이런 곳이 있다.
광교푸른숲도서관은 광교호수공원이라는 멋진 경관을 배경으로 자연 속에서 힐링을 주제로 한 도서관이다. 푸른숲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비탈의 기울어진 숲 경사를 그대로 살렸다. 숲 사이에 입체감 있게 설계된 열린 공간 형태의 도서관은 외부와 내부 모두 예쁘다. 푸른숲도서관만으로도 충분한데, ‘푸른숲 책뜰’이라는 독서 캠핑장 콘셉트의 독서 힐링 공간이 특별하다.
도서관 옆의 경사진 숲길을 따라 걸어 오르는 길은 비밀스러운 정원에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가끔 사람들이 나지막이 말하는 ‘나만 알고 싶은 곳’이다. 그 언덕 나무들 사이에 오두막을 연상시키는 다섯 개 동의 독립적인 공간 ‘책뜰’이 앉혀졌다. 백리향, 산수국, 바람꽃, 물봉선, 금강초롱(장애인 우선 예약). 각 캐빈마다 붙여져 있는 이름은 광교호수공원 산책길에서 만날 수 있는 계절 꽃인데 시민들의 제안으로 지어졌다.
내부에 드니 초록 이끼로 덮인 굵다란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신비한 트리하우스 느낌이다. 책뜰 주변을 알싸한 숲 내음과 푸른 기운이 감싼다. 오래된 나무들 사이로 작은 새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게 보인다. 3~4평 정도 공간에 편안한 의자 몇 개와 작은 테이블, 그 위엔 책 받침대 하나, 옆쪽으로 안내 자료와 책이 꽂힌 서가가 전부다. 창문을 열면 아담한 전용 테라스도 있다. 문을 닫으면 소음이 완전히 차단된다. 빈백 체어에 깊숙이 앉아 멍하니 밖을 내다보고 있으니 평온함이 온몸에 퍼진다. 이런 호사라니. 비로소 크게 숨을 쉬고 느리게 책장을 넘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다.
사계절 언제나 책을 읽든 숲멍을 하든 오롯하게 사치스러운 쉼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 3시간의 이용 시간 동안 자신만의 내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볼 수 있다. 친구나 연인,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독서와 힐링의 시간을 나누기도 한다. 소풍 나온 만족감과 함께 충분한 사색과 쉼을 주는 3시간이다. 여기에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책이 있는 정원 문화, 영흥수목원
빽빽한 빌딩과 아파트의 도심 속에 숲과 연결된 수목원이 자리 잡고 있다. 새롭게 숲속 산책로가 구현되었다. ‘더 살아 있는 정원을 시민의 일상 속으로’라는 의미를 갖고 정원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되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분수가 솟아오르는 온실 앞의 이국적인 풍경을 지나 아열대 식물을 주제로 꾸며진 온실에는 망고 열매가 매달려 있다. 무엇보다 마음을 끄는 것은 수목원 입구의 책마루였다. 이 지역의 식물이나 정원 도구 전시실 등을 돌아보고 나면 계단 형식으로 만들어진 마루에 그냥 앉아 책을 읽는다. 숲과 책의 어울림이 아름다운 공간이다.
광교 도심을 한눈에, 프라이부르크 전망대
광교푸른숲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몇 걸음 숲으로 나가 산책길에 들어서면 도서관 뒤편으로 우뚝 선 탑이 보인다. 프라이부르크 전망대(Freiburg Observatory). 세계적인 환경 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전망대와 같은 형태라고 한다. 환경 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시와 프라이부르크시가 자매결연을 맺어 의미를 더하는 전망대다.
건물 10층 정도인 33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광교 도심을 360도 조망할 수 있다. 각 층마다 카페, 전시관, 쉼터, 전망대가 이어진다. 남쪽으로 탁 트인 전망으로 내려다보이는 원천호수와 빌딩들의 스카이라인이 압도적이다. 전망대 밑에는 ‘풀빛누리 광교 생태환경체험교육관’이 있어서 환경을 살피는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호수공원 주변 산책길에서는 자작나무 쉼터와 하늘정원, 수초섬 등 계절별로 변화하는 호수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운치 있는 자연 생태 속으로, 신대호수
광교호수공원 중앙에 조성된 공원 산책로는 원천호수와 신대호수로 연결되어 있다. 프라이부르크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내려다보였던 신대호수 쪽으로 걸어가면 금방 이어진다. 도심 속 호수공원을 잇는 순환 보행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을 누린다. 신대호수 쪽 수변 보행 데크에 들어서 둑방길 방향으로 쭉 걸어가면 연꽃이 피어나고 뿔논병아리가 노니는 곳이 나타난다. 이처럼 습지식물과 야생 조류들이 살아 있는 생태계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안개 낀 이른 새벽의 몽환적 풍경과 해 질 무렵의 노을 풍경이 더없이 멋진 신대호수는 모든 시민의 생활 속 휴식 공간이다.
광교박물관, 아트스페이스 광교
실내에서 즐겨볼 만한 곳으로는 광교박물관이 있다. 광교의 역사와 도시 변천사를 알려주고 다양한 체험도 준비되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2층에는 대한체육회장을 역임했던 소강 민관식 님의 이야기와 올림픽을 비롯해 한국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이 가득하다. 유명 선수들의 기증품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문화예술 공간 아트스페이스 광교는 지역의 풍부한 문화예술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갤러리아 광교 옆 수원컨벤션센터 지하 1층에 위치한다. 광교중앙역에서도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전시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대부분 무료 관람이다.
광교푸른숲도서관 책뜰 이용 방법
대상 수원시도서관 관외대출회원(정회원) 이용 인원 최대 4명 운영시간 1회 09:30~12:30 2회 14:00~17:00 / 3시간 예약 신청 수원시도서관 홈페이지(www.suwonlib.go.kr) ‘푸른숲 책뜰’ 예약 기간 매월 1일 10시부터 선착순 이용료 1만 원
햇살이 마냥 싱그럽다. 어찌나 밝고 환한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날들이다. 서늘한 숲과 푸름이 제맛인 곳에서 초록의 신선함에 한껏 파묻혀보고 싶은 날들이다. 짙어져가는 녹음 속을 호젓하게 걸으며 치유의 숲을 누릴 수 있는 적기다.
‘생거진천 치유의 숲’은 충북 진천군에서 조성한 산림욕장이다. 자연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하여 건강한 삶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휴양 활동을 제공하는 곳이다. 바쁜 세상에 살면서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다고 생각될 때 숲을 떠올려보자. 숲속에서 풍성한 피톤치드와 숲 사이의 햇빛과 바람을 즐기는 힐링 여행은 스스로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살아서는 진천이 좋다는 뜻의 생거진천(生居鎭川)은 산과 물, 그리고 풍수적으로도 빠질 것 없는 여행지다. 더구나 조금 덜 알려진 편이고 인적도 드물어 유유자적한 힐링의 시간이 된다. 진천둘레길 힐링 숲으로 떠오른 무제산 무제봉 아래 치유의 숲은 사색하며 걷기 좋은 숲이다.
치유의 숲에는 입구의 전통 한옥 힐링비채와 마주 보는 산에 위치한 숯채화효소원 두 동의 건물이 보인다. 그리고 4경로의 치유숲길은 물소리맑음숲길 700m(청각), 마음치유숲길 1.2km(촉각), 숲내음숲길 1.5km(후각), 하늘맑음숲길 2.8km(시각)로 이어졌다. 단아한 한옥 힐링비채는 건강치유센터다. 숯채화효소원은 숯온열치유실은 물론이고 세미나실을 이용해 자연과 함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두 군데 모두 다양한 준비가 되어 있다. 누구나 신청만 하면 참여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산림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숲은 대체로 완만해서 아이뿐 아니라 몸이 불편해서 천천히 걷는 이도 큰 무리가 없는 산길이다. 신록으로 물든 숲에 들면 신선한 숲 내음에 자신도 모르게 기분 좋은 아찔함을 느끼게 된다. 입구에서 몇 걸음 이동하면 곧바로 계곡이다. 물소리맑음숲길과 마음치유숲길 이정표를 따라서 가기만 하면 어려울 게 없다.
걷다 보면 산길 옆으로 쉼터가 보이는데, 그리 힘들지 않아도 잠시 앉아 숲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몇 걸음마다 네트벤치나 명상욕장이 나타나 편하게 누워서 숲 사이로 하늘을 보며 쉬는 시간은 세상 더없는 힐링 타임이다. 탁 트인 기분으로 ‘오늘 이 숲은 내 거다’ 해볼 만하다. 네트망에 한참 누워 있다 보면 청량한 바람 소리가 들려오고 복잡한 생각도 사라지며 한없이 평온해진다. 그러다가 깜빡 잠들기도 하는 달콤한 시간이다.
걸을 때마다 푸름으로 꽉 찬 숲이 운치 있다. 깊은 숲으로 오를수록 빼곡한 나무 덕분에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함이 기분 좋다. 건강한 숲길과 싱그러운 풍경에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묵은 체증도 사라진다. 산길 어디에나 피어난 야생화가 눈에 들어오고, 작은 옹달샘에서는 유영하는 물고기도 보인다.
운동 삼아 장시간 걷는 것이 습관인 사람들에게는 짧은 느낌일 수도 있으나 숲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치유의 숲 포인트다. 흙길과 데크가 반복되는 오감테마 치유 숲길을 거치고 나면 온몸이 기분 좋게 반응한다.
생거진천 치유의 숲에는 자연휴양림도 있어서 하루쯤 숲속에 파묻혀 지낼 수도 있다. 진천자연휴양림과 산림문화휴양관이 연결되어 있고, 무제산 무제봉 등산 코스가 이어진다. 무장애나눔길과 데크로드, 놀이 공간과 습체원의 운치 있는 자작나무까지 멋지게 조성된 치유의 숲이다.
숲의 다양한 환경 요소를 통해 인체의 면역과 이완을 얻는다.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정신적 건강의 회복과 치유를 경험하는 시간, 단단한 콘크리트 벽을 떠나 숲을 다녀오면 비로소 부드럽고 투명해지는 일상이 이어진다. 더 나아가 삶의 활기와 자신감이 채워진다. 여름은 역시 숲이다.
아름다운 농업, 똑똑한 농장 ‘뤁스퀘어’
‘농업 기술과 문화가 연결되는 미래 농촌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뤁스퀘어’(Root Square)가 충북 진천의 이월면에 자리 잡았다. 산과 들판, 골짜기와 하천, 논과 밭으로 펼쳐진 풍경이 떠오르는 농촌, 뤁스퀘어는 뉴노멀 시대의 농촌을 보여준다. 농업을 주 테마로 하여 미래 농업 복합문화공간 스마트팜 재배 시설이 생겨났고, 카페나 식당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미래 농촌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공간이다.
요즘 도심 근교나 시골에 카페나 책방을 차려놓고 핫플레이스로 등극하는 걸 종종 본다. 뤁스퀘어 또한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고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충북 진천군 시골 외곽에 자리한 그저 멋진 카페인 줄 알았다면 시종일관 놀랄 일을 마주하게 된다. 약 6000평 규모의 공간에 온실, 재배 공간, 책방, 음식점, 카페, 주거 공간이 각각 색다르게 마련되어 원하는 곳에 머물 수 있다.
뤁스퀘어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작고 귀여운 식물을 키우는 공간을 만난다. 뤁스퀘어는 스마트팜 농업회사 ‘만나 CEA’의 스마트팜 기술로 재배하는 작물들이 꽃보다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바질이나 유럽 상추 등인데, 이것을 구해 직접 집에서 키워보며 수확의 기쁨도 느껴볼 수 있다.
스마트팜 바로 옆 라운지엔 기프트 숍과 일식 레스토랑이 연결된다. 농사에 필요한 갖가지 농기구와 장바구니가 얼른 집어 들고 싶게 예쁘다. 텃밭을 가꾸고 가족이 먹을 식재료를 담을 도구들을 보며 작게나마 농사를 짓고 싶은 충동이 인다. 식물이 자라는 것이 인테리어가 되고, 창밖 수(水) 공간을 내다보며 식사할 수 있는 소바공방의 냄새도 잘 어우러진다. 공방 창 너머로는 물을 가득 채워 하늘이 담기고 초록의 나무가 담긴 풍경이 눈앞에 있다. 은은하게 물속에 담긴 자연이 또 다른 힐링을 불러온다.
수(水) 공간 밑에 위치한 스템가든이야말로 이게 뭘까 하며 살피게 되는 놀라운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확 풍겨오는 냄새는 흙냄새와 이끼 냄새인가 싶기도 하다. 식물이 가득 차 있으니 당연히 풀 냄새가 진동한다. 그리고 나무 향까지. 그야말로 자연의 냄새만으로 가득 찬 공간이다.
높은 천장고와 넓은 공간 안에 이끼 낀 바위와 식물들, 사방으로 낸 큰 창 밖으로는 주변의 논과 밭으로 이루어진 풍경이 펼쳐진다. 정원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진천을 둘러싼 나지막한 산등성이가 실내로 들어온다. 논 한가운데서 백로가 먹이를 쪼아 먹는 풍경도 뤁스퀘어만의 전망이다. 평화로운 정경에 절로 눈이 시원해진다.
스템가든은 자연을 내부로 들였다. 물이 흐르고 물이 떨어지고 갖가지 식물들이 자라난다. 식물들 사이로 데크가 가로지르고, 꽃이 피어 있는 작은 언덕 옆 무대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다. 한 공간 안에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이 자리하고, 이동하는 동선 또한 매력적이다. 이곳에서 자란 예쁘고 깨끗한 채소와 식재료가 브런치 메뉴와 디저트가 되고, 근사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문밖으로 나오면 잔디가 깔린 너른 광장이 마음을 탁 트이게 한다. 잔디밭을 거닐거나 나무 그늘에 앉아 망중한을 보내는 이들이야말로 평화로운 전원의 그림 한 점이다. 잔디밭 저편으로 야외에 설치된 뤁스퀘어의 새로운 공간 LG스마트코티지를 관람하면 때때로 로망이던 현실이 여기 있음을 알 것이다. 작은 집 오두막이란 뜻의 코티지(Cottage)는 목가적인 시골 생활에 어울리는 건축이다. 이 모든 것이 마음 돌봄을 위한 공간이다.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테리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고, 이는 2023년 인테리어 트렌드에 반영됐다. 인테리어 동향을 알아보는 동시에 이를 따라잡고 싶은 중장년에게 전문가의 꿀팁도 전한다.(도움말 김미경 충북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교수)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쳤는데, 특히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어놓았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것은 물론 재택근무, 원격수업이 본격화되면서 집은 쉬는 공간을 넘어 중요한 활동 공간이 됐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지난해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주거 공간 내부 구조, 인테리어 변경을 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30.5%는 ‘예’라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시기에 10명 중 3명이 집 안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를 변경한 셈이다. 또한 지난 1월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지난해 인테리어 시장 규모가 25조 원에 육박했다고 발표했다.
김미경 충북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3년이 지났다. 3년 동안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다양해졌다”면서 “이런 점이 올해부터 인테리어 트렌드에 반영돼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미경 교수가 짚은 2023년 인테리어 트렌드는 크게 ‘현관 인테리어 변화’, ‘바이오필릭 인테리어’로 나눌 수 있다.
◇집 꾸미기 트렌드 1. 현관 인테리어
김미경 교수는 첫 번째 트렌드로 현관 인테리어의 변화를 언급했다. 현관은 집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이며,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통로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대중의 위생 관념이 높아지면서 현관 인테리어가 주목받았다”고 말했다.
현관 인테리어의 변화에 대해서는 “현관은 인테리어에서 첫 단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현관이 예전에는 단순히 신발을 신고 벗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그 공간의 역할이 확대됐다. 해외와 같이 귀가 후 겉옷을 현관의 붙박이장에 벗어놓기도 하고, 택배 박스도 실내로 갖고 들어가지 않고 보관한다. 미세먼지와 바이러스 등 외부 오염물질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현관에서 차단하는 것이다. 또한 현관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내부 공간이 매우 달라진다. 최근 나오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이를 입증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위생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욕실 인테리어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짚었다. 이제 방마다 욕실이 있는 ‘1인 1실 1욕실’ 개념이 강화되고 있다. 자가격리를 할 때 욕실이 따로 있으면 얼마나 편리한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신축 아파트에 이 트렌드가 반영되고 있다.
◇집 꾸미기 트렌드 2. 바이오필릭 인테리어
김미경 교수는 두 번째 트렌드로 바이오필릭 인테리어를 언급했다. 바이오필릭은 자연과 생명을 뜻하는 바이오(Bio)와 사랑을 뜻하는 그리스어 필리아(Philia)가 결합한 단어 바이오필리아(Biophilia)에서 파생됐다. 바이오필릭 인테리어는 나무, 돌, 햇빛 등 자연 소재를 사용하거나 자연의 질감·패턴을 활용한다. 일상 공간에 자연의 요소를 채워 정신적 회복을 도와주는 인테리어 방식이다.
“코로나19 기간에 집콕 생활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답답함, 우울감이 증가했다. 이에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를 반영한 인테리어가 늘었다. 아트월은 말 그대로 벽을 예술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을 말하는데, 점점 친환경 소재를 많이 쓰고 한쪽 벽면 전체에 식재료를 기르기도 한다.”
김 교수는 “발코니의 중요성도 커졌다. 발코니에서 식물을 키우고, 차를 마시기도 하고, 바비큐도 구워 먹으면서 다용도로 활용하는 추세다”라고 덧붙였다.
바이오필릭 인테리어의 일종인 플랜테리어(Planterior) 또한 인기다. 플랜테리어는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식물을 활용해 실내외 분위기를 가꾸는 것을 말한다. 반려식물 기르기가 취미인 중장년에게 플랜테리어는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농촌진흥청의 ‘반려식물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40대는 14.5%, 50대는 11.8%, 60대 이상은 13.2%가 ‘집 안 인테리어를 위해’ 반려식물을 기른다고 응답했다.
◇집 꾸미기 실전. 중장년 트렌드 따라잡기
이제 인테리어 트렌드를 파악했다. 그렇다면 중장년은 자신의 집 인테리어에 트렌드를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 이에 대해 김미경 교수는 “첫 번째로 정리 정돈을 잘해야 하며, 두 번째로 위생과 안전성을 고려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먼저, 김 교수는 집 안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정리해서 공간을 확보할 것을 추천했다. 중장년층은 자녀가 출가해도 방을 정리하지 못하는 등 사연 있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인테리어에 앞서 청소와 정리를 할 것을 강조한다.
김 교수는 “대대적인 정리를 마친 후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다면 키가 높은 장을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소파나 침대 등 가구는 장과 반대로 키가 낮으면서 바닥재와 컬러가 비슷한 것이 좋다. 대비 효과로 공간이 넓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조명은 샹들리에나 펜던트보다는 천장 쪽으로 깔끔하게 마감된 조명을 쓰는 것이 좋다. 조명의 밝기나 세기가 플랜테리어를 하기에도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위생과 안전성을 고려한 인테리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깨끗한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중장년분들은 특히 밝은 색의 친환경 마감재를 쓸 것을 추천한다. 오염되는 것이 눈에 쉽게 보여 청소를 자주 하게 된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안전이다. 욕실 미끄러짐 사고 등 고령자들은 주거 공간에서 사고를 많이 당한다.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위생과 안전성을 꼭 신경 쓰길 바란다. 그에 따라 공간 계획을 세우고, 각종 마감재나 가구도 선택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려식물을 들이기 전에는 생육 조건이 집 안 환경과 맞는지, 제때 적절한 관리가 가능한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올봄에는 우리 집과 나에게 맞는 반려식물을 들여 보자.
*공통조건: 실내 공간이며 겨울철 최저온도가 10~15℃ 이상인 곳
하루 6시간 이상 충분한 빛+통풍 원활+적절한 물주기 가능
올리브나무 환경에 적응력이 뛰어나, 햇빛이 충분하다면 비교적 관리가 수월하다. 단 실내에서 기를 경우에는 올리브 열매 수확은 기대하기 어렵다.
유칼립투스 빨리 자라는 ‘속성수’로 난이도가 높다. 물주는 때를 놓치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잎이 넓은 품종으로, 작은 화분부터 시작하자.
하루 6시간 이상 충분한 빛+통풍 불량+적절한 물주기 불가능
유포르비아 상당수가 다육이며, 선인장과 흡사하다. 햇빛을 좋아하고 건조에 강한 편. 성장세가 좋으니 첫 출발은 목대가 좋은 중소형 사이즈를 권한다.
괴근식물 덩이줄기나 뿌리가 특이하고 다양한 형태를 띠는 것이 매력이다. 파키포디움, 아데니움, 디오스코레아, 스테파니아 등이 있다.
하루 3~6시간의 빛+통풍 불량+적절한 물주기 불가능
립살리스 양지와 반양지를 가리지 않는 착생식물. 베란다뿐 아니라 밝은 거실에서도 잘 적응한다. 물은 줄기가 쭈글쭈글해질 때쯤 듬뿍 주면 된다.
호야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꽃을 피워낼 정도로 키우기 쉽고 생명력이 강하다. 밝은 곳을 좋아하는 편이며,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키만 자랐지 영 부실하고 어딘가 비뚤어진 식물을 가리켜 ‘웃자랐다’고 말한다. 부족한 일조량이나 통풍,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온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줘버린 물 등 원인은 다양하다. 지나치게 다양한 나머지 ‘식물 좀 키워봤다’는 경력 ‘식집사’(식물+집사)까지 비뚜름하게 자란 식물을 보며 시름한다. 웃자람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 정녕 없을까?
식집사도 ‘장비빨’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옛말이 있다. 식집사 ‘만렙’(최고 수준)까지의 여정도 마찬가지다. 기술의 발전은 반려식물에게도 유의미한 장비를 남겼다. 어화둥둥 우리 집 식물, 웃자람 없이 튼튼하도록 도와줄 장비를 정리해봤다.
참고 책 ‘식물 상담’, ‘식물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제품 사진 각 사 홈페이지
빛 - 식물생장등
빛은 식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3대 요소 중 하나다. 빛이 없어도 잘 ‘버티는’ 식물은 있지만 빛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식물은 없다. 식물의 영양 상태는 일조량이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공간별 일조량과 키우는 식물의 적정 일조량을 파악해 맞춰주면 좋다.
실외 정원이나 옥상에는 유리에 통과되지 않은 햇빛이 들어온다. 집이 저층이고 남향이 아니거나, 다른 건물에 가로막혀 있다면 일조량이 적어진다. 전망이 좋아도 유리창을 통과한다면 햇빛을 온전히 받을 수 없다. 하물며 유리를 통과한 직사광선조차 받지 못하는 그늘에 있다면? 식물이 웃자랄 수밖에 없다.
식물생장등
이제 채광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식집사 생활을 청산하지 않아도 된다. 형태는 전구형, 바(Bar)형, 우산형 등이 있다. 보통의 식물 생장용 LED는 자주색 빛을 낸다. 광합성 및 생육을 촉진하는 빨간빛(개화용)과 잎 형태를 형성하고 웃자람을 막는 파란빛(성장용)을 동시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진한 자줏빛 조명이 인테리어나 미관을 망친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최근에는 백색광을 내는 LED 생장등도 출시되고 있다. 또한 탁상 스탠드와 유사한 인테리어 겸용 생장등도 판매되고 있다.
식물과 생장등 사이는 30cm 이내 거리가 좋다. 너무 멀거나 가까우면 효과가 미비하거나, 엽록소 손상으로 잎이 검거나 하얗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보다는 낮에,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사용하도록 하자.
[TIP] 식물생장등 잘 고르려면?
식물생장등을 구매하기 전 ‘PPFD’(Photosynthetic Photon Flux Density)를 확인하자. 광합성을 할 수 있는 광량자의 양을 나타내는 수치로, 같은 조건이면 PPFD 수치가 높은 생장등이 식물 생장을 수월하게 한다.
물 – 수분측정기, 분무기
식물을 떠올렸을 때 가장 연상하기 쉽고, 그만큼 중요한 요소다. 물을 제때 적절하게 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초보 식집사가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물의 양이나 때를 조금만 혼동해도 마르거나(건조) 물러버리는(과습)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겉흙이 파이고 물이 고루 퍼지지 않기 때문에 한 번에 부어서도 안 된다. 이런 고질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 도구가 식집사들 사이에 알음알음 퍼지고 있다. 속흙이 말랐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이나 나무젓가락을 찔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날은 이제 안녕이다.
수분측정기(토양수분계)
작동 방식에 따라 건전지가 없어도 쓸 수 있는 무동력 측정기와 배터리‧필터를 갈아줘야 하는 디지털 기기로 나뉜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뿌리를 피해 절반 이상 흙에 파묻히도록 곧게 꽂으면 된다. 막대나 막대 끝에 달린 금속으로 흙의 수분 정도를 측정하고, 건조‧적당‧축축(과습) 단계별로 안내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화분별로 하나씩 꽂아야 하니 화분이 많은 경우 비용이 부담되는 단점도 있다. 또 식물에 따라 꼭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이 다르므로, ‘건조’가 무조건 좋지 않거나 ‘적당’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키우는 식물에게 맞는 적정 상태가 어느 단계인지 미리 체크해두자.
전동분무기
물뿌리개 혹은 분무기를 들 때 손목이 시큰거린다면 구매를 고려해봄직한 장비다. 농사를 짓거나 텃밭을 가꿀 때 사용하는 스프링클러의 가정용인 셈이다. 일직선으로 물이 분사되는 직분사, 안개처럼 물이 퍼지는 안개분사 등 분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영양제나 병충해 방지 약품을 희석해 방제용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자동 분사 모드를 사용하면 일일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설정한 만큼 물이 분사된다. USB 포트로 충전해 무선으로 사용한다.
온·습도 – 가습기, 에어포트 화분
일반적으로 실내에서 자라는 식물의 적정 온도는 23~25℃ 수준이다. 하지만 모든 식물이 같은 온도를 반기지는 않는다. 식물을 탈 없이 키우고 싶다면 자생지의 기후를 확인해보자. 온습도계를 마련하고, 아래 소개하는 장비를 이용해 자생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면 식물도 화답하듯 쑥쑥 자랄 것이다.
식물용 가습기
촉촉한 공기를 좋아하는 어린 식물과 관엽식물을 위한 장비다. 대기가 건조한 겨울에는 식물 겉 테두리가 갈변하는 일이 흔한데, 이를 방지해준다.
에어포트 화분
과습으로 죽어가는 식물도 살린다 하여 ‘마술화분’, ‘도깨비화분’ 등의 별명을 얻었다. 화분 전체에 숨구멍이 나 있어, 무르기 쉬운 뿌리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한다. 뿌리를 차가운 공기에 접촉시켜 뿌리와 식물 전체의 생장을 촉진하는 ‘공기단근’(Root Air Pruning)이 일어난 덕분이다. 다소 못생긴 외관에 비해 효과가 탁월하고 분갈이가 간편한 장점이 있어 식집사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장비다. 상당수 후기가 몬스테라 알보와 궁합이 좋다고 증언하고 있다.
통풍(바람) - 서큘레이터
바람도 식물에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고로 통풍을 돕는 서큘레이터나 선풍기는 식물 키우는 데 필수 장비다. 통풍이 원활하지 않으면 식물이 배출한 산소의 농도가 높아지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져 광합성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과습을 유발하거나 해충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 필요한 장비가 선풍기 혹은 서큘레이터다. 경우에 따라서는 캠핑용 실링팬을 사용하기도 한다.
서큘레이터를 이용해 약풍 혹은 미풍으로 약한 바람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8시간 이상 약풍이나 미풍 단계로 틀어주면 좋다.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장마철이라 환기하기 어려울 때 특히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는 저서 ‘바이오필리아’ (Biophilia)를 통해 ‘녹색갈증’에 대해 언급했다. 녹색갈증이란 자연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 또는 본능을 일컫는다. 그에 의하면 자연을 가까이할 때 인간은 행복과 평안을 느끼지만, 반대의 경우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생긴다. 삭막한 도시, 각박한 일상 속 사람들이 반려식물을 찾는 이유도 그러하다.
도움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김광진 농업연구관·이형석 농업연구사, 박신애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바이오힐링융합학과 식물매개치료 전공교수
녹색식물을 향한 갈증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더해졌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추이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해 2021년 정점을 찍었다. 김광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농업연구관은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해 야외 활동이 제약되며, 실내에서도 자연을 느끼고 식물을 가꾸려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와 더불어 스마트 기술이 접목된 실내 재배기나 원예 장비들이 다양하게 개발됐고, 반려식물병원·식물호텔 등 관련 서비스가 생겨나 반려식물 시장이 급격히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올해 2월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초로 ‘반려식물’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경기도 반려식물 활성화 및 산업 지원 조례안) 방성환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반려식물을 키우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반려식물에 대한 국민적 수요와 관심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관련 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조례안의 취지를 밝혔다.
◇ 노후 일상에 생기 더하는 반려식물
조례안에 따르면 반려식물이란 ‘가정 및 회사 등 실내외에서 쉽게 기를 수 있고, 식용을 주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인간과 짝이 되어 교감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고자 기르는 식물’을 의미한다. 생겨난 지 오래되지 않은 용어라 구체적인 정의는 전문가나 기관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정서적 교감’이 핵심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올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반려식물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도 반려식물을 기르는 목적이 ‘정서적 교감 및 안정을 위해서’라고 답한 이가 과반수였다.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이러한 목적성은 점차 증가한다.(△30대 52.1% △40대 54.4% △50대 56.2% △60대 이상 57.9%) 응답자들은 반려식물을 기르며 나타난 심리적 효과로 ‘정서적 안정’(76.9%)을 우선으로 꼽았다. 이어 ‘행복감 증가’(73.1%), ‘우울감 감소’(68.4%), ‘희망이 생김’(56.4%) 등 긍정적 효과를 드러냈다.
한국정원디자인학회지에 실린 ‘반려식물이 도시에 거주하는 여성 독거노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2020) 조사에서는 사례자의 94.6%는 ‘반려식물이 정서적 건강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78.8%는 ‘반려식물과 대화하기’를 통해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있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22 반려식물 보급사업 결과 보고’에서도 참여자의 94.1%가 반려식물을 키우며 생활에 활력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에 참여한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 식물 먼저 쳐다보고 잎사귀를 닦아주며 아기처럼 매일매일 자라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반려식물 덕에 외롭지 않고 가꾸는 재미가 있다”, “혼자 살면서 웃을 일이 별로 없는데 꽃이 피는 순간 기쁨을 느낀다” 등 반려식물을 통해 긍정적으로 달라진 삶을 이야기했다.
◇다양한 질환에 접목되는 식물매개치료
과거에는 단순 취미나 실내 공기 정화 등을 위해 화분을 샀다면, 이제는 내면의 긍정적 효과까지 생각해 반려식물을 들이는 모습이다. 정서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자칫 원예를 정적인 활동으로 여기기도 한다. 동물처럼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는 식물의 특성도 이러한 오해를 부추긴다. 그러나 정성껏 화분을 길러본 이들이라면 알 테다. 인간이 대신 손발이 되어 더 바삐 움직여야만 식물이 잘 자랄 수 있음을 말이다. 때맞춰 물을 주고, 양지로 화분을 옮기고, 이따금 가지치기와 분갈이도 하는 등 지속적인 신체 활동이 뒤따른다. 화초가 많거나 화분이 크다면 더 강한 체력이 요구된다. 이렇듯 심신에 모두 이롭게 작용하는 덕분에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반려식물이 쓰일 때도 있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원예치료(치유)라고 한다.
박신애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바이오힐링융합학과 식물매개치료 전공교수는 “식물을 매개로 한 치료는 무해(無害)하고 부작용이 없는 게 장점”이라며 “최근에는 뇌졸중, 우울증, 갱년기 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 원예치료를 접목한다. 미국,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과 원예치료를 결합한 형태의 처방도 이뤄진다. 병원 내 원예치료사를 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저서 ‘몸과 마음을 살리는 녹색의 힘, 식물 치유’를 통해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원 가꾸기에 참여한 노인들의 경우, 인지 능력과 연관된 수치(BDNF, 뇌유래신경영양인자)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반면 그렇지 않은 노인들은 되레 수치가 감소했다. 또 자녀의 독립과 갱년기 등으로 우울증 발병률이 높은 50~60세 여성에게 식물매개치료의 신체적·심리적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났다. 이들은 치료를 통해 자기 정체성이 향상됐고, 우울감과 불안감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극심한 우울증을 앓던 60대 여성은 원예 활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며 극찬하기도 했단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질환 개선을 목적으로 반려식물을 키워봐야겠다 싶을 수 있다. 박 교수는 “개인이 반려식물을 기르는 것만으로는 질환 개선 면에서 극적인 효과를 보긴 어렵다. 치료 목적이라면 전문 복지원예사(구 원예치료사)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단번에 효과를 보지 못하더라도 오랜 시간 반려식물과 함께하면 자연스럽게 건강해지며 질환을 예방·개선할 수 있다. 이제는 식물을 통한 새로운 개념의 헬스케어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아침을 깨우며 커피를 마시듯 녹색 생기를 충전하고, 잠들기 전 식물과 교감하며 하루를 돌아보는 등 매일매일 수시로 힐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반려식물 주목적은 교감, 건강은 덤
반려식물은 직·간접적으로 우리 몸을 이롭게 하지만, 건강 증진만을 목적으로 하면 그저 수단에 그치기 십상이다. 결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서적 교감. 최근에는 건강 증진을 위해 기르는 식물을 ‘헬스케어식물’로 분류하고 있다. 같은 종의 식물이 될 수도 있고 장기적인 효과는 비슷할 수 있으나, 목적은 건강(헬스케어식물)과 교감(반려식물)으로 분명히 나뉜다. 이형석 농업연구사는 “헬스케어식물이란 재배 과정에서 느끼는 환경 변화를 통해 소비자의 신체적·심리적 건강 유지와 증진을 도모하는 식물체를 말한다. 2021년부터 개념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건강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종에 따라서는 섭취함으로써 그 효과가 더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문이 들 수 있겠다. 먹는 작물은 반려식물이 될 수 없을까? (건강에 이로운) 공기정화식물은 반려식물로 두면 안 되나? 이 연구사는 “생각의 순서를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다”며 “가령 공기정화식물을 반려식물로 삼아도 되느냐보다 반려식물로 삼은 식물 중에 공기 정화 효과를 지닌 것도 있다는 식이다. 교감이 우선이지만 그 식물이 지닌 본연의 기능이나 특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효능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차적인 것이다. 다만 반려식물은 인문학적인 요소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따라서 반려식물을 고를 때는 객관적인 효과보다는 주관적인 효과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식물의 어떤 반응에 내가 교감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좋다. 이 연구사는 “어떤 식물이 공기 정화에 효과적이냐고 물어보면 몇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같은 방식으로 반려식물을 추천하긴 어렵다. 개인마다 느끼는 교감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체로 생육 과정이 잘 보일 때 교감이 잘 형성된다고 하는데, 이 또한 천차만별이다. 키가 빨리 자라는 걸 기준으로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잎이 많이 나고 무성해지는 것에 반응하는 이도 있고, 매일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통해 교감하려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누구나 좋아하고 유행하는 식물보다는 자신이 좋아하고 특별히 여길 식물이 적합하다”고 했다.
반려식물과 더 오래 함께하려면
애지중지 교감하며 키운 반려식물이 시들거나 죽는다면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다시 식물 들이는 일을 주저하게 만든다. 박신애 교수는 “식물 키우기를 꺼려하는 분들을 보면 대개 물주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꾸준히 잊지 않고 잘 주기도 어렵지만, 식물마다 필요한 물의 양이나 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마트 농가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ICT(정보통신기술)와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식물 재배기나 관련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 기술의 힘을 빌려 반려식물을 키우더라도 교감을 통한 긍정적 효과는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실패보다는 성공의 경험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형석 농업연구사는 “주변에 식물을 권하면 ‘내가 키우면 다 죽더라’며 고사하는 이가 많다. 혼자서 감(感)에 의존해 키우는 경우에 그러하다. 식물이 좋아하는 빛과 물의 양을 때맞춰 제공하는 제품도 있고, 사진으로 병충해 상태를 진단하는 서비스도 나왔다.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받으면 누구나 건강하게 반려식물을 키울 수 있다. 관리도 마찬가지지만 교감에 대해서도 크게 부담을 느낄 필요 없다. 식물은 꼭 적극적인 관심을 준다고 해서 잘 자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적절한 생육 환경을 만들어주고 때때로 애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