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트로트계의 올챙이지만 언젠가는 ‘탑골스타’를 꿈꾸는 19년 차 가수 개청이. 어릴 적 본인의 청개구리 짓으로 화병에 걸려 돌아가신 엄마의 ‘노래로 세상에 행복을 전하거라’는 유언만큼은 꼭 지키기 위해 꿋꿋이 활동 중이다. 그는 과연 대한민국 모든 어르신의 마음을 사로잡고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개구리 개, 목청 청. 목청 좋은 개구리 개청이입니다!”
7월 6일 EBS 스페이스 공감 홀에서 탑골스타 개청이의 첫 팬미팅이 열렸다.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공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등장한 그는 화려한 노래 실력과 입담을 뽐냈다. 올 2월 발표한 앨범 ‘탑골스타 개청이’의 타이틀곡 ‘개청이가 왔어요’, 가수 설운도의 ‘사랑의 트위스트’, 임영웅의 ‘보금자리’ 등 다양한 곡을 소화했고, 특별 손님 ‘딩동댕 유치원’의 뚝딱이와 합동 무대까지 선보였다.
Q&A ‘개청이가 궁금해’, 팬들과 함께하는 ‘청이 노래방’ 등 이벤트도 진행됐다. 개청이는 “비둘기 세 마리를 청중 삼아 길거리 공연을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팬미팅을 열게 되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사랑해주신 덕에 꿈만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EBS에 간택당한 무명 개구리
노래는 불효자였던 개청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효도다. 무명 생활이 길어져도 포기하지 않는다. 낮에는 노래교실 조교, 밤에는 라이브 카페 알바를 하며 꿈을 이어가던 그에게 어느 날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찾아왔다. 스타성 높은 인물을 수소문하던 제작진의 눈에 띈 것.
성장기를 다큐멘터리로 담고 싶다는 제작진의 제안에 흔쾌히 응한 개청이는 이를 계기로 가수 활동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장소 불문 어디든 자신을 홍보할 기회가 있다면 쫓아가고, 일타강사의 노래 과외까지 참여한다. 그 덕분인지 트로트 대부 진성의 도움으로 생애 첫 행사 무대에 서고, EBS의 유명 인사 펭수와 같은 행사에 참여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탑골스타 개청이’는 EBS가 야심차게 준비한 개구리 캐릭터다. 제작을 담당하는 박진우 EBS PD는 “어릴 적 한 번쯤 들어봤을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로 시작하는 노래처럼, 노래하는 개구리는 대중이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만한 캐릭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모님 말씀을 듣지 않다가 나중에 개과천선한다는 청개구리 우화도 착안했단다. 개청이의 외모는 한번 보더라도 잊기 어렵게, 눈에 띄도록 형성하고자 했다. 처음 보기에는 독특해도 자꾸 보면 정이 가고 입체적인 인상을 줄 수 있게끔 의도했다.
성격 역시 마냥 귀엽고 아이 같은 캐릭터들과 차이가 있다. 앞서 EBS가 배출해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순수한 눈망울의 캐릭터 펭수(10)와 달리 개청이(39)는 적절히 때 묻은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긴 무명 세월만큼 인생의 고단함을 이해하고, 때로는 간사해 보일 정도로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며 밉지 않은 장난도 친다.
개청이가 가수 이미지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노래 제작에도 힘썼다. 개청이를 대표하는 노래 ‘개청이가 왔어요’는 가수 박현빈의 ‘샤방샤방’, 영탁의 ‘찐이야’를 작곡한 ‘알고보니 혼수상태’와 함께 만든 빠른 박자의 트로트다. 박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처음 가이드가 나오자마자 개청이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곡이라는 반응이었다고.
어르신과 화합하는 청년
트로트 가수라는 정체성으로 예측할 수 있다시피 개청이는 중장년층을 주 타깃으로 한다. 개청이 제작진은 TV조선 ‘미스터트롯’이나 MBN ‘현역가왕’과 같은 트로트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50대 이상 시청자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았지만, 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인식했다. 그래서 개청이가 탑골스타로 성장하면서 중장년과 함께 어울리고, 그들의 삶과 문화를 들여다보며 지혜를 배우는 과정을 콘텐츠로 제작하게 된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시도해본 적 없던 일이라 ‘과연 중장년층이 캐릭터를 좋아해줄까?’ 하는 우려는 있었다.
걱정과 달리 실제 반응은 긍정적이다. 첫 촬영을 위해 노래교실을 방문한 날, 박 PD는 개청이의 노래를 듣던 어르신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들은 19년째 목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개청이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격려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카메라 앞으로 스스럼없이 들어와 함께 춤을 추거나, 개청이를 본 적 있다며 찾아와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도 생겼다.
박 PD는 “개청이가 가장 존경하는 가수 임영웅을 만나고 싶어 하고, 저 역시 그와 개청이가 만나 함께 무대에 서는 에피소드를 제작해보고 싶다”며 “더불어 트로트 가수라면 누구나 꿈에 그리는 ‘미스터트롯3’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노인을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편견과 선입견은?”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노인복지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묻는다. 주름, 검버섯, 쾨쾨한 냄새…. 온갖 의견이 쏟아지는 가운데 누군가 “탑골공원”이라 답한다. 그곳에 가면 노인이 많아서란다. 언젠가부터 나이 듦의 수식어로 쓰이는 ‘탑골’.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된 단어에 ‘스타’라는 말을 결합해 희망의 메시지를 부여하는 39세 청년 개구리의 귀추가 주목된다.
“초대박(예정) 가수, 개청이에요~”(EBS 제공)팬미팅이 끝나자마자 가수 진성의 공연 ‘진성빅쇼’에 게스트로 출연하기 위해 바삐 발걸음을 움직인 개청이. 높아진 인기(?)에 피곤할 법도 한데,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들을 위해 시간을 마련해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Q.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A. 어버이날을 맞아 요양원을 방문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시설에 계신 분들께 직접 만든 밤양갱을 나눠드리고, 노래도 불렀습니다. 슬프게도 제 어머니는 돌아가셔서 지금은 어버이날을 챙길 수 없는데요. 80대, 90대 어르신들을 뵈니 뭉클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저를 좋아해주시고 예뻐해주시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합니다. 마지막에는 어머니를 추억하며 ‘어머니의 마음’을 불러드렸어요.
Q. 개청이에게 트로트란 무엇인가요?
A. 제 인생입니다! 어릴 때부터 동네에서 트로트를 잘 부르기로 유명했고, (그런 저 때문에 어머니가 화병에 걸리시긴 했지만)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게 된 것 아닐까요? 멘토인 가수 진성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트로트에는 희로애락, 우리의 삶이 있습니다.
Q. 트로트 외에 도전해보고픈 장르를 골라주세요.
A. 7080 노래를 즐겨 듣는데, 그중에서도 김광석 선배님 노래를 정말 좋아합니다. 팬미팅에서도 ‘그날들’을 불렀죠. 기회가 된다면 7080 노래를 더 많이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Q. 중장년 팬들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아티스트에게 팬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중장년분들은 고유의 흥이 많고, 표현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무대 앞으로 나와 거리낌 없이 같이 춤추고, 고생했다며 맛있는 음식도 많이 챙겨주세요. 자식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할 뿐이에요.
Q.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A. 안녕하세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님들! 탑골스타를 꿈꾸는 목청 좋은 개구리 개청이입니다. 어머니의 유언을 지키고자 무명 생활을 버티며 노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여러분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튜브 ‘탑골스타 개청이’ 구독하시고, 재미있는 영상과 좋은 노래 많이 들어주세요.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행사!